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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60화 (61/279)

제 60화

60화 - 뒷정리는 곤란해

#1

[크어아아아아아-! 감히! 감히이이이!]

꽥꽥 울려 대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존툴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마나를 분출했다.

대기와 자연이 비명을 질렀다.

확실히 오크 마법사는 강하긴 했다.

‘하지만 그래 봤자지.’

충만한 성좌들의 기운이 느껴진다.

고작 오크 따위가 가지고 있을 목걸이는 아니었다.

제대로 다룰 수도 없었고.

그래서 한번 보여 주기로 했다.

“성좌의 힘이라는 건, 이렇게 다루는 거다. 멍청한 오크.”

드레젠이 손짓하자, 질퍽하게 흐르고 있던 물기가 방울져 올라왔다.

‘마술 사기단 2’에서 나왔던, 그 장면처럼.

한쪽 손목에 감고 있는 네자렉의 목걸이가 빛을 뿜었다.

영롱한 비취색이었다.

“성좌의 힘은…… 상상하는 것들을 모두 이뤄 줍니다.”

누군가는 생각했을 것이다.

수영장에서 물 위를 걸어 보고 싶다.

혹은 바다 위를 질주해 보고 싶다.

-비 조종하는 상상 함!

-하지만 그게 가능해!

-어림도 없지는 없넼ㅋㅋㅋㅋ

-네자렉의 목걸이는 정말 체고야!

또는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물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거나, 물로 공격하거나 하는 상상.

상상이 모두 현실이 되는 마법.

그것이 바로 네자렉의 목걸이가 가진 힘이었다.

콰아아아아-.

빗줄기는 모여서, 거대한 창이 되었다.

순수하게 물로 이뤄진 창의 모양이었지만, 그 파괴력은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다.

압도적인 질량의 물에, 회전력까지 더해졌다.

“어디 한번 막아 봐라.”

[크아아아악-!]

창은 존툴을 향해 날아갔다.

직선으로 뻗어 나간 물의 창은 그대로 존툴을 꿰뚫었다.

엄청난 속도를 자랑했기에 미처 반응할 시간도 없었다.

분노로 이성을 잃은 존툴은 거대한 샌드백일 뿐이었다.

[크억! 크어아악!]

“자, 이제 막타를…… 치기 전에, 주의 사항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마무리를 하기 위해 검을 들었다.

네자렉의 목걸이는…… 다시 주인을 찾아 주든가 할 생각이었다.

어쨌든 지금은 목걸이의 힘으로 상황을 무사히 넘겼으니까.

“오크 마법사는 죽으면서 저주를 남길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막타를 칠 땐 항상 더미를 준비해 주세요.”

“이야아아아아-!”

드레젠이 설명을 하며 천천히 걸어가려고 했을 때, 갑자기 툭 튀어나온 이가 있었다.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검을 들고 존툴의 머리를 치려고 달려드는 유저였다.

드레젠은 피식 웃었다.

원래라면 죽게 놔둘 수도 있겠지만, 준비한 것을 보여 주기로 했다.

그가 손을 들었다.

[삐이이이이이익-!]

‘실험해 보도록 하지.’

세찬 휘파람 소리와 함께 화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 플레이어들이 한창 성장할 시기에는 편의를 봐주는 시스템이 많이 적용되어 있었다.

저 멀리서 화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크아아아아-!]

막타를 치려던 유저의 몸이 굳었다.

그는 의도적으로 큰 소리를 냈던 플레이어였다.

천천히 위를 올려다보자, 거대한 날개를 가진 존재들이 하늘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저거 머임

-와이번?

-와씨

-소리 벗고 팬티 질러!

-와이번ㅋㅋㅋㅋㅋ

이런 장면을 연출하는 것도 스트리머의 능력이었다.

드레젠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조처한 것이 바로 와이번의 개입이었다.

와이번은 하늘의 왕자임과 동시에 지상에 있는 몬스터들을 먹는 포식자였다.

엄청난 크기의 오우거도 잡아서 메다꽂을 수 있는 괴력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와이번이다!”

“크아악! 도망쳐라!”

본능적으로 와이번의 포효를 알아들은 오크들은 혼비백산했다.

드레젠은 씨익 웃으면서 한 가지 사실을 말했다.

만약 와이번을 얻게 된다면 알아 둬야 할 상식이었다.

“와이번의 주식은 오크입니다. 이곳은 아주 좋은 레스토랑이나 다름없죠.”

“도망가라아악!”

오크들은 감히 인간들을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제아무리 용맹하고 명예욕이 강한 오크라도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브락시아가 재밌는 것이다.

[와이번이라니!]

존툴은 울컥, 황금빛 피를 쏟아 내며 억울한 음성을 토했다.

와이번이라니!

와이번은 뛰어난 항마력을 지니고 있어, 저주가 통하지 않았다.

완벽하게 영역이 겹치지 않는 생물이 어째서 이곳에 있는가!

기묘한 아티팩트를 얻은 후부터, 정체 모를 악몽이 그를 괴롭혔었다.

[꿈이 실현되는가…….]

쿠웅-!

거대한 백색의 와이번이 존툴의 위로 낙하했다.

흙먼지가 후욱 흩날렸고, 바로 앞에 있던 플레이어가 경기를 일으켰다.

태양을 가리는 시야에 부들부들 떨리기까지 했다.

[크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기절한 플레이어.

그의 캐릭터가 스르륵 사라지며 강제 로그아웃되었다.

-엌ㅋㅋㅋㅋㅋ

-자업자득ㅋㅋㅋㅋㅋ

-개 웃곀ㅋㅋㅋㅋㅋ

-렉스 쨩! 체고다!

와이렉스는 한입에 존툴을 꿀꺽 삼켜 버렸다.

콰드득-!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존툴이 박살 나는 소리가 들렸다.

누가 들으면 ASMR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오크의 입장에서는 악마가 연주하는 장송곡이었다.

“뭐, 이 정도면 대충 마무리가 되겠네요.”

나머지는 유저들의 몫으로 남겨 두기로 했다.

에드윈과 크리스가 상기된 얼굴로 다가왔다.

실로 엄청난 업적이었다.

오크와의 전쟁이 걱정되긴 했지만, 그들의 핵심 전력 중 한 곳을 무너뜨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저런 병력은 어디서 구해 오신 겁니까?”

“아는 사람들이지 뭐.”

“용병이셨죠.”

특별히 거짓말은 아니기에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오크들이 모두 전멸하자, 드디어 토벌전이 끝났다는 알림이 떴다.

보상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게 토벌전이구만

-그냥 레이드네

-재밌겠다

-나도 한다! 토벌전!

-이거 말고도 엄청 많을 듯

“이 밖에도 다양한 토벌전이 있습니다. 제가 알려 드릴 수 있는 것들은 알려 드리죠.”

-그거지

-기대된다

-크으

-공략 영상 기대합니다!

많은 기대를 남기며, 첫 토벌전이 끝났다.

이제 드디어 보상을 분배해야 할 차례였다.

참여한 사람들은 상기된 얼굴로 알림을 기다렸다.

[토벌전이 종료되었습니다.]

[공적을 집계 중입니다.]

꿀꺽.

다들 멍하니 메시지를 바라봤다.

자신이 얼마나 활약했는지를 그대로 표기해 주니까.

대한민국 사람들은 특히 이런 것들에 민감했다.

딜량, 순위, 공적치 등등.

게임에 관해서라면 정말 목숨도 걸 수 있는 민족이었으니까.

[1위 : 드레젠 - 45%]

[2위 : 에드윈 - 12%]

[3위 : 다영 - 9%]

[4위 : …….]

주르륵 뜨는 공적치에 희비가 갈렸다.

아쉬워하는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드레젠의 압도적인 지분으로 공격전은 마무리가 되었다.

예상외로 엄청난 활약을 펼친 것은 다영이었다.

“와! 제가 3위예요!”

“축하드립니다.”

“진짜 재밌었어요. 이게 진짜 사냥이구나.”

그들은 서로 친해졌기 때문에 친구 추가를 나누는 등, 친분을 교류했다.

이제 슬슬 제법 용병 티가 나고 있었다.

갓 발을 뗀 모험가들.

드레젠은 그들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군.’

이 게임은 시간제한이 없다.

그러니까 시간이 지나면, 자신을 뛰어넘는 이가 분명히 나올 것이다.

그때는 정말 즐겁게 힐링 방송을 할 수 있겠지.

[보상을 분배합니다.]

[기본 보상 : 5골드]

[오크의 적개심이 증가합니다!]

[오크들의 두려움을 살 수 있습니다.]

[로드가 당신들을 주시합니다.]

[퀘스트 보상 : 네자렉의 목걸이]

[우선권은 1위에게 있습니다.]

아이템들이 좌르륵 생겼다.

오크 전사의 대검, 오크 전사의 방패, 마법사의 지팡이 등등, 꽤 쓸 만한 제품들이었다.

드레젠은 별로 관심이 없었기에 함께 플레이를 한 유저들에게 양보하기로 했다.

“에드윈, 먼저 골라라.”

“성주께서는 안 골라도 되는 겁니까?”

“어.”

쿨한 대답에 유저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에드윈은 어깨를 으쓱하고, 조잡한 목걸이 하나를 들었다.

뭔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크를 죽였다는 명예의 상징이었다.

“전 이걸로 하겠습니다.”

“좋군. 자, 그럼 순서대로 골라 주세요.”

유저들이 우르르 몰려와, 하나씩 골라 가기 시작했다.

보상 배분이 끝나고, 이젠 헤어질 시간이었다.

“모두들 수고했습니다. 세션은 폐쇄할게요.”

이제는 다시 혼자가 될 시간이었다.

네자렉의 목걸이를 가지고 돌아간다면 쿨레드를 완전히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었다.

문제가 조금 있긴 하지만…….

“고생하셨습니다!”

다영이 꾸벅 인사를 하며 자신의 세션으로 돌아갔다.

“수고하셨습니다.”

“재밌었어요.”

다들 밝은 얼굴로 인사하며 각자의 세션으로 돌아갔다.

모두 사라진 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이제는 진짜 돌아갈 시간이었다.

“가자.”

“바, 방금…….”

“신경 쓰지 말고.”

드레젠은 와이렉스의 등에 훌쩍 올라탔다.

이제는 귀환할 시간이었다.

에드윈은 멍하니 그의 뒤를 따랐다.

크리스 역시 자신이 챙긴 검을 안고 드레젠과 함께 와이렉스에 올라탔다.

[녀석들에게 내 부하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은 어떤가.]

“그것도 좋은 방법이야.”

-오오

-와이번 라이더!

-크으 역시 판타지 하면 그리폰이랑 와이번이지!

군노이스 자작령.

뭐가 일어나는지 조사하면 이제 공백이 메꿔질 것이다.

마지막 주변 정리라고 생각하고 움직이기로 했다.

이제 귀찮은 일은 정말 끝이었다.

#2

아이젠하트는 상당히 바쁜 나날을 보내는 중이었다.

두 가문을 통째로 성으로 옮기는 일이었다.

당연히 수습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주거지, 신분 등록, 보안 처리 등등.

신경 쓸 거리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

“잘하고 있네.”

“성주님…….”

퀭한 눈빛으로 드레젠을 바라보는 것이, 상당히 불만이 많아 보였다.

드레젠은 그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청량한 마나가 아이젠하트의 심신을 돌봐 주었다.

업무를 할 때, 혹은 전투를 지속해야 할 때 쓰는 방법이었다.

“……왜 이러는 겁니까?!”

“아직 부려 먹을 일이 더 남았으니까.”

평시에 이런 작업을 해 준다는 것은, ‘아직 너는 쉬어선 안 된다.’라는 제스처였다.

굴릴 곳이 더욱 남아 있다는 뜻.

아이젠하트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그가 마른세수를 했다.

“따라와.”

“이번엔 또 뭡니까?”

“범람에 대한 대비를 해 둬야 한다. 백작령에서 병력은 언제 도착하지?”

아이젠하트는 머릿속으로 샘을 해 봤다.

유능함을 증명하듯, 답은 명확하고 정확했다.

“며칠 후에 도착할 겁니다. 얼터 공이 지휘관이라고 합니다.”

“선심을 많이 쓰네. 그들이 머물 곳을 정리해 주고, 레인저들 몇을 추려 놔.”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꽤 후방 아닙니까?”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적이 치기 좋은 곳이었다.

“평화를 위해서라면 전쟁 준비는 필수지.”

“Si vis pacem, para bellum. 맞습니까?”

드레젠은 고개를 끄덕였다.

왜 이 단어들이 이곳에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간단한 명령을 내리고, 궁금해하는 시청자들에게 설명했다.

“이곳, 브락시아의 세계는 지구와 밀접한 연결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건 저도 문헌으로만 봐서 자세히는 잘 모르겠네요.”

-처음으로 모르는 거 등장!

-이스터 에그 같은 건가?

-세계관 잘 만들었눜ㅋㅋㅋ

그는 채팅을 바라보며 사람이 몰려 있는 곳으로 향했다.

새로운 식구를 맞이해야 할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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