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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59화 (60/279)

제 59화

59화 - 마법사의 힘

#1

오크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깊은 숲속에 찾아오는 이들은 없었고, 인간은 자신의 위치를 알지 못했으니까.

게다가 마법사가 있는 한, 감히 덤빌 수 있는 적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살기가 느껴졌다.

“크라아아악!”

오크의 비명이 부락을 울렸다.

그것은 전투를 알리는 시작이었다.

예전에도 말했듯, 오크는 동족을 끔찍이 아끼는 종족이었다.

비명 소리는 곧, 철천지원수가 등장했다는 소리였다.

“감히 누가 대 오크 부족에 발을 들이느냐!”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부락을 울렸다.

와아아아아-!

전투의 함성이 적들을 압도하기 위해 뿜어져 나왔다.

침입을 한 입장에서는 기가 질릴 수밖에 없었다.

세간의 사람들이 ‘워크라이’라고 부르는 효과였다.

“와씨, 개 많네!”

“뭉쳐서 싸워요! 포위되지 않게!”

다영이 본능적으로 외쳤다.

그녀의 판단은 드레젠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

시청자들끼리 똘똘 뭉친다면 자신이 더욱 날뛸 수 있을 테니까.

“에드윈. 저들을 보호해라. 할 수 있겠지?”

“혼자 뭘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지원 병력을 막아야지.”

보스도 상대하고.

토벌전의 공로는 시스템에 의해 집계가 된다.

보상도 차등 지급되는 방식이었다.

드레젠은 1순위를 차지할 생각이었다.

‘게다가 네자렉의 목걸이는 퀘스트 아이템이니까.’

세션에 귀속되어 있는 아이템은 다른 이가 가져갈 수 없었다.

월드, 브락시아의 역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아티팩트들이 그 예였다.

드레젠은 검을 뽑았다.

지금까지 쓰던 검 중에 단연코 최고의 품질을 자랑했다.

“오크 놈들은 단체전에 상당히 약합니다.”

적은 수의 병사로 오크를 상대할 수 있는 이유.

오크의 자존심과 직결된 문제였다.

당연히 숫자는 많았지만, 그들은 협력이라는 것을 몰랐다.

“으악!”

“땡구야!”

앞에서 방패를 들고 오크의 공격을 막아 내던 자가 쓰러졌다.

오크의 추격타가 이어졌다.

하지만 오크의 도끼는 땡구의 목을 치지 못했다.

“크라악! 내 거다!”

“뭐 하는 짓이냐!”

옆에서 다른 오크가 동료의 무기를 막았다.

오크가 가장 용맹하고, 동료를 끔찍하게 생각하지만 인류에게 승리를 거두지 못했던 또 하나의 이유.

그것은 바로 명예욕이었다.

“내 먹잇감이다! 내 명예를 뺏지 마라!”

오크들은 명예를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겼다.

자신의 사냥감을 빼앗기는 것은 오크족의 수치 중의 수치.

그렇기에 이런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연출된 것이었다.

땡구라고 불린 이는 황급히 일어섰다.

“오크 놈들은 명예욕이 강하다! 그 점을 이용해라!”

마침 에드윈이 적절한 조치를 내렸다.

그의 검 역시 충분히 빛나고 있었다.

에드윈이 뻗은 일검은 두 마리의 오크를 갈랐다.

“정신 차려라.”

“고, 고맙습니다.”

병사들은 그런 식으로 위기를 넘기고 있었다.

체력은 줄지만, 결정타는 당하지 않는 기묘한 현상.

서서히 회복되는 체력은 다시금 전투를 이어 갈 수 있게 만들었다.

“이거 개꿀인데?”

“이길 수 있겠다!”

심지어 같은 오크들끼리 싸우기도 했다.

그사이, 드레젠은 오크들을 완벽하게 썰어 버리고 있었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허투루 쓰이는 곳이 없었다.

퐈르르륵-! 하며 검의 길을 따라 휘몰아치는 화염이 접근을 아예 차단해 버렸다.

-지리네

-진짜 미쳤다

-아니 저걸 어떻게 이겨 근뎈ㅋㅋ

-프로보다 잘하는 거 아님?

-그건 좀;;

사람들은 엄청난 전투 실력을 뽐내는 드레젠의 검술에 빠졌다.

오크들, 그것도 실력 좀 있는 오크들이 탐내는 사냥감으로 바뀌었다.

명예를 잔뜩 얻을 기회!

마법사, 나아가서 로드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

괴물들은 눈이 돌아가, 드레젠에게 달려들었다.

“멍청한 놈들.”

오크들이 몰려오면 몰려올수록 더 좋았다.

그는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검의 길에 걸린 오크들은 교통사고라도 난 것처럼 날아다녔다.

사지가 분리된 채.

[누가 감히 로드의 영역에 발을 들이는가!]

하늘이 어두워졌다.

정확히는 먹구름이 형성된 것이다.

드레젠은 겁도 없이 뒤에서 도끼를 휘두르는 녀석을 보지도 않고 토막 내 버렸다.

거적때기를 걸친 오크 마법사가 나타났다.

-? 저게 마법사야?

-마법사가 왜 이랰ㅋㅋㅋ

-마법사(물리)인가?

-도랏ㅋㅋㅋㅋ

쿵-!

3미터가 넘는 거구가 땅을 굴렀다.

꿀렁거리며 땅속에서 흙탕물이 삐져나오는 것을 봤다.

드레젠은 시청자들에게 간단하게 소개했다.

“저 녀석이 네자렉의 목걸이를 가지고 있는 ‘존툴’입니다.”

요일마다 변하는 특성.

그리고 특유의 엄청난 체구와 육체적 능력.

마지막으로 오크 특유의 마법까지.

“초보들이 상대하기엔 꽤 벅찬 보스죠.”

드레젠은 존툴과 마주 봤다.

한참을 올려다봐야 했지만, 전혀 두렵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왜?

이미 한번 이겨 본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부터 존툴 패턴 분석에 들어가겠습니다.”

-공부 시간이다!

-컨트롤 가즈아!

존툴의 대표적인 공격은 오른손에 쥔 지팡이를 이용한 물리적 공격과 자연을 이용한 마법 공격이었다.

네자렉의 목걸이는 엄청난 마나가 필요한 아티팩트였다.

남발할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었다.

[감히 인간 따위가!]

쿠웅-!

처음 공격은 내려찍기였다.

드레젠은 가볍게 발을 굴러 자리를 벗어났다.

존툴의 가장 큰 특징은 네자렉의 목걸이의 영향으로 추가타가 들어간다는 것.

콰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탁류가 넘쳐흘렀다.

“존툴은 이렇게 추가로 공격이 들어옵니다. 거리에 신경을 써 주세요.”

검기를 쓸 수 있다면 검기로 견제하면 된다.

드레젠은 일부러 그런 방법은 쓰지 않았다.

자신의 피지컬을 보여 줌과 동시에 정통 공략을 하기 위해서였다.

“저 녀석은 다음 공격을 하기까지 텀이 꽤 긴 편입니다.”

재빠른 반사 신경을 가지지 못한 존툴의 특성.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눈이 느렸기 때문이었다.

잔뜩 부풀어 오른 근육은 시야를 가렸다.

때문에 사각지대가 꽤 많은 편이었다.

드레젠은 단숨에 존툴의 품으로 파고들어 검을 휘둘렀다.

[크아악!]

콰아앙-!

반사적으로 휘두른 그의 지팡이가 땅을 짓뭉갰다.

제아무리 단련된 육체라도 저 공격을 직격으로 맞는다면 무사하지 못하리라.

그렇게 한참을 이리저리 지팡이를 휘두르던 존툴은 눈을 빛냈다.

붉은 안광, 넘실거리는 마나와 펄럭이는 목걸이까지.

눈에 띄는 변화였다.

“이제부턴 2페이즈입니다. 본격적으로 마법을 난사하기 시작합니다.”

오크 마법사라는 이명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육체가 뛰어나다고 한들, 본업은 마법사였다.

쾅!

존툴이 지팡이를 내리치자, 주변에 있던 나무가 살아 움직였다.

오크의 마법은 자연을 이용한 마법이었다.

[깔려 죽어라!]

나무의 줄기가 멋대로 변형되며 드레젠을 덮쳤다.

여기저기서 굵은 나무줄기가 아나콘다처럼 기어 왔다.

드레젠은 간단하게 파훼법을 알려 주었다.

“화염 속성 마법사를 가져가시거나, 화염 속성이 깃든 무기를 챙겨 가세요.”

화륵-.

보통의 나무는 불에도 잘 타지 않지만, 마나가 깃든 불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드레젠이 검을 한번 휘두르자, 줄기 하나가 재가 되었다.

존툴은 다시 한 번 지팡이를 찧었다.

그러자 이번엔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와 개 어렵겠는데;

-저분은 초보의 개념을 잘 모르시는 듯

-ㅋㅋㅋㅋㅋㅋ고인물 콘텐츠 아니야?

-다행히 뒤는 잘 살고 있음

후원이 터지고, 그를 응원하는 채팅들이 줄을 이었다.

이번에는 또 무슨 공략을 해 줄 것인가.

드레젠은 불꽃을 한층 더 키워 냈다.

“현무는 물을 관장하는 성좌입니다. 하지만 대기를 다루진 못하죠.”

-그대에게 우리의 힘을 조금이나마 나누어 주겠다.

그 옛날, 드레젠의 몸에 각인이 되었던 성좌의 힘.

지금 보여 줄 생각은 없었지만, 티 안 나게 조작하는 것은 가능했다.

게임을 시작하고 나서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옛날에 쓰던 힘들을 조금씩이나마 꺼내 쓸 수 있다는 걸.

이곳은 진짜 브락시아이기도 했으니까.

“언제까지 수작을 부릴 수 있을 것 같냐?”

[성좌의 힘은 무한하다!]

그렇지만 오크의 마나는 무한하지 않다.

드레젠은 피식 웃으면서 화염을 키웠다.

동시에 잠자고 있던 힘을 또 하나 깨웠다.

‘알림을 꺼 두길 잘했다니까.’

이런 것까지 밝혀진다면 꽤 골치 아파질 것이다.

정보는 차츰차츰 풀어 나가는 것이 좋다.

훗날 자격이 된다면 정보는 얼마든지 풀어 줄 수 있다.

‘회복 마법을 봉인해야겠어.’

기묘한 힘이 검 끝을 감쌌다.

오러가 살짝 탁해졌지만 일반인이 알아챌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것은 존툴 외에는 없었다.

그가 인상을 팍 찌푸리며 괴성을 내질렀다.

[크어아아아아-!]

“저 포효가 나오면 마지막 공격입니다. 패턴은 생각보다 단순해요. 피통이 많아서 그렇지.”

땅이 송곳이 되어 드레젠을 노렸다.

당연히 한 발도 맞힐 수 없었다.

스파이크처럼 튀어나오는 땅은 점프해서 피하면 안 된다.

드레젠은 그것을 상기시켰다.

“절대 점프하시면 안 됩니다. 오히려 이렇게…….”

-웜매

-아니 저걸ㅋㅋㅋ

-저걸 피한다고?

-그러니까 이게 공략이라는 거지?

이번에도 드레젠의 기행이 시작됐다.

스치기만 해도 팔다리가 잘려 나갈 것 같은 마법을 향해 그대로 돌진했다.

가시는 꼭짓점 부분이 아니면 공격 능력이 없다.

그 경사면을 타고 존툴에게 다가서고 있었다.

[그렇게 놔둘 것 같으냐!]

물의 능력을 사용해 경사면을 더 미끄럽게 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드레젠은 절대 넘어지지 않았다.

그 안에 있는 미지의 힘이 드레젠을 이끌었다.

당연히 존툴은 당황했다.

[그 힘은 뭐냐!]

“뭐긴.”

성좌의 힘.

감히 이 세상 생물이 넘볼 수 없는 압도적인 능력.

그것이 드레젠의 밑바닥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아주 조금의 힘으로도 존툴의 마법을 압도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노려야 할 것은 목걸이입니다.”

섬세한 칼질이 필요했다.

완벽한 거리 재기와 순간적인 돌파력을 요구하는 일격!

마스터급의 힘을 쓰기엔 너무 과했다.

그저 약간의 기교만 담아 슥 그어 주면 되었다.

“목을 노린다고 생각하고, 깊게 베어 주시면 됩니다.”

서걱-.

조악하게 연결되어 있던 목걸이가 허공을 날았다.

존툴은 지팡이를 휘둘렀지만, 오히려 그것이 독이 되었다.

휘둘러지는 지팡이에 발을 디딘 드레젠은, 무릎을 굽혀 반동을 이용했다.

그 결과, 거리를 벌림과 동시에 네자렉의 목걸이까지 안전하게 회수할 수 있었다.

“자, 어때요, 정말 쉽죠?”

-아 네;;

-기-만

-너무하누ㅋㅋㅋㅋㅋ

-우리는 버러지였던 거임!

드레젠은 뒤를 돌아봤다.

그럭저럭 익숙해진 유저들은 빠르게 오크의 수를 줄이고 있었다.

애초에 오크의 공격은 매섭지 못했다.

‘지원군은 없군.’

주변을 흘끔 둘러보니 고요하기만 했다.

아마도 무언가가 지원군을 막고 있으리라.

그것도 아니라면 이 부락이 워낙 독립된 공간이라는 뜻이겠지.

“뭐, 어쨌든 좋아.”

그는 씨익 웃었다.

이젠 마무리를 할 시간이었다.

[네자렉의 목걸이가 새로운 주인을 선택합니다.]

“응?”

-?

-??

-갑분주

-ㅋㅋㅋㅋ뭐임ㅋㅋㅋ

손에 들려 있는 네자렉의 목걸이가 빛나기 시작했다.

드레젠은 멀뚱히 목걸이를 바라봤다.

[네자렉의 목걸이가 새로운 힘을 불어 넣어 줍니다.]

[공포공이 당신의 존재를 깨닫습니다.]

“이런 ㅆ…….”

저도 모르게 욕이 나올 만한 상황이었다.

주인에게 돌려줘야 할 고양이의 간택을 받은 느낌이었다.

그 주인의 분노는 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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