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57화 (58/279)

제 57화

57화 - 형제가 되는 일

#1

내기.

그것은 브락시아에서 유행처럼 번져 가고 있는 문화였다.

성좌들이 영광의 전당을 만든 이후, 전쟁은 몬스터와 벌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인간들끼리의 분쟁은 영광의 전당, 혹은 일대일 결투를 벌였다.

사람들끼리의 내기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행위였다.

“명예를 저버리지 않길 바랍니다.”

“기대하고 있어도 좋네.”

드레젠은 에드윈을 몸소 일으켜 세웠다.

아직도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한 그가 비틀거렸다.

“정신 차려라. 그러게 왜 객기를 부려서는…….”

“형님이, 그런 것에 빠졌을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어쩌겠냐. 그게 사실인데. 군노이스 자작령에 간다면 뭔가 단서를 잡을 수 있을 거다. 도와주든지.”

“…….”

에드윈은 드레젠을 부드럽게 밀어내고 두 발로 몸을 지탱했다.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뭔가를 찾아야만 했다.

이곳에서, 그리고 군노이스 자작령에서.

“너도 여기 남아 있거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겠구나.”

“알겠습니다.”

결국 그 역시 하시스 성에 눌러앉기로 했다.

드레젠은 남몰래 웃음을 지었다.

성의 방비가 더욱 완벽해지고 있었다.

성이나 도시, 혹은 마을은 안정화될 때까지 손이 많이 간다.

본래라면 그것을 홀로 맡아야 하지만, 인재들이 많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기사들과 병력을 지원해 주지. 대신 군노이스 자작가를 조사해 주게.”

[퀘스트 발생]

[군노이스 자작령]

[베스티안 백작가는 크나큰 비극을 맞이했습니다. 백작 가문은 그대를 호의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대의 힘을 빌려 사건의 전말을 확인하고자 합니다. 그들의 지원을 받아 군노이스 자작령을 조사하십시오.]

“알겠습니다. 곧 범람의 시기니까, 그 전에 끝내야겠군요.”

“레인저들을 파견하여 오크의 동향을 살피겠네. 자네라면 하시스 성을 맡길 수 있겠지.”

백작은 손을 내밀었다.

동맹, 그리고 혈맹을 맺을 때 항상 행하는 행동이었다.

드레젠 역시 그의 손을 맞잡았다.

악수는 매우 상징적인 인사 행위였다.

이로써 하시스 성은 베스티안 백작 가문과 비슷한 위치까지 올라서게 된 것이다.

“우리는 그만 가 보겠네.”

“살펴 가십쇼.”

“조심히 돌아가셔야 합니다.”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드디어 쉴 수 있는 시간이 다가왔다.

드레젠은 에드윈을 보며 씩 웃었다.

“너, 나랑 어디 좀 갈래?”

-또또또

-멘탈 깨진 애를 왜 이렇게 굴렼ㅋㅋㅋ

-여긴 지옥이야!

-드레젠식 신하 굴리깈ㅋㅋㅋㅋ

쉴 틈을 안 주는 그의 운영 방식은, 정말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그가 정말 힐링을 하고 싶어 하는지, 주변을 몽땅 없애 버리고 싶어 하는지 분간이 안 되었다.

드레젠은 채팅을 보며 피식 웃었다.

“원래 진정한 힐링을 위해서는 고생을 좀 해야 하는 법입니다. 적어도 이곳에선 건드는 사람이 없어야겠죠.”

그는 대륙 전체를 통일하거나, 엄청난 크기의 전쟁을 일으킬 생각은 없었다.

다만 주변에서 알짱거리는 녀석들은 확실히 제압해 둘 생각이었다.

일종의 광고 행위였다.

자신을 건드리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것.

“일단 두 번째 병기를 갖춰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꼭 확보해야 할 곳이 있죠.”

마침 그곳은 군노이스 자작령 근처에 있었다.

일단 네자렉의 목걸이를 찾고, 그 목걸이의 힘을 이용해서 자작령에 침투할 계획이었다.

네자렉의 목걸이는 토벌전을 통해 입수가 가능했다.

대규모 레이드 콘텐츠이기도 했다.

“다음 방송 때, 시청자들에게 토벌전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기사들과 병사들이 도착한다면, 곧바로 오크 부락으로 향할 생각이었다.

레인저들은 그사이에 군노이스 자작령에서 어떤 움직임을 취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할 것이다.

마탑 역시 충분한 지원을 약속했다.

전력은 차고 넘쳤다.

“어딜 가시려고 하는 겁니까?”

“오크 마법사 중 하나를 잡으러 갈 거거든.”

“오크 마법사?”

오크는 다양한 계급 체계가 존재했다.

마법사는 그중에서도 더욱 특별한 이들이었다.

로드, 그리고 챔피언과는 다른 존재.

유일하게 원거리 공격을 하며, 다양한 특수 능력을 사용했다.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 아시는 겁니까?”

“당연히 알지. 지원군은 충분해.”

드레젠은 에드윈이 아닌, 카메라를 응시하며 말했다.

몇몇 눈치 빠른 시청자들은 ‘설마?’ 하는 채팅을 올렸다.

그리고 드디어, 두 번째 빅 이벤트가 준비되었다.

“오크 마법사를 토벌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인원은 20명입니다. 한 명은 저기 있는 에드윈, 다른 한 명은 실전 경험을 위한 크리스. 저는 선봉대장으로 숫자에서 제외됩니다.”

-이거 설마?

-ㅅㅁ?

-여기서 두둥!

[‘뉴비환영해!’ 님 10,000코인 후원!]

[시참 가나여!]

시청자 참여.

일명 시참 콘텐츠의 각이 날카롭게 세워졌다.

드레젠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시청자들과 함께하는 토벌전 이벤트를 하겠습니다. 아, 혹시 분탕질을 하실 생각이라면 접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콘텐츠로 써먹을 거거든요.”

-엌ㅋㅋㅋㅋㅋㅋ

-그렇지;; 영원히 박제되지

-거기에 게임사에서도 강력한 조치가 내려질 수 있음ㅋㅋㅋ

-그래도 하는 [email protected]($%놈들 있다에 내 손모가지 건닼ㅋㅋ

채팅 창이 엄청난 속도로 올라갔다.

그래, 분탕질 치는 놈들은 있을 수 있었다.

드레젠은 그런 상황까지 고려해서 판을 짜기로 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이벤트 방식을 공개했다.

“선착순입니다. 열여덟 명. 선착순으로 제 세션에 들어오는 분들을 데리고 갈 겁니다. 그곳에서 죽을 수도 있으니까, 각오 단단히 하고 오세요.”

-와!!

-ㅘ!

-득템의 기운이!

-완전 재밌겠눜ㅋㅋㅋㅋ

-ㄷㄱ!

-드갓!

‘ㄷㄱ’이라는 초성 채팅이 폭포처럼 쏟아졌고, 자잘한 후원들이 마구 터졌다.

바로 내일, 합동 콘텐츠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개방되는 토벌전.

그곳에서 아이템 파밍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업데이트에서 한번 클리어한 토벌전은 다시 플레이가 가능하다고 했지.’

게임의 기능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었다.

드레젠은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엄청난 폭풍을 남긴 하루가 끝나 갔다.

시청자들이 상주하고 있는 커뮤니티는 완전 난리가 나고 있었다.

#2

[이번에 드센세 또 이벤트한댄다]

-이번엔 뭔 토벌전 한다는데 진짜 스케일 쩌는 듯 무조건 대기 타고 있다가 접속한다!

┗분탕질 나올 텐뎈ㅋㅋㅋ

┗근데 그 분탕질이 드레젠 이길 수 있음?ㅋㅋㅋㅋ

┗못 이기짘ㅋㅋㅋ 그걸 무슨 수로 이기누

┗님들 한국인을 왜 이렇게 무시함ㅋㅋㅋㅋ

커뮤니티는 순식간에 토론장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 중심에 있는 드레젠에 대한 이벤트.

그 이벤트는 완벽하게 커뮤니티를 잠식했다.

물론 그의 독주를 고깝게 보는 이들도 있었다.

“하, 이 새끼. 너무 나댄단 말이지. 어떻게 못하나?”

컴퓨터 앞에서 커뮤니티를 보고 있는 남자.

언뜻 본다면 예쁘장한 이목구비를 가진 사람이었다.

덕분에 화려한 조명과 보정이 되는 캠을 통해서 쏠쏠한 인기몰이 중이었다.

세이브 더 브락시아가 나오고 난 뒤, 그 역시 치열한 전쟁에 뛰어들었다.

“이번에 참가를 좀 해 보자. 대체 어떻게 하면 저렇게 잘하는 거야?”

레벨이 순식간에 70을 넘어선 드레젠과 달리, 현재 평균 유저 레벨은 15.

어마어마한 전투 난이도가 주된 원인이었다.

그래서 요즘 검도나 무술 학원을 등록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는 보고까지 있을 정도였다.

“분명 뒤가 구려. 한번 조사를 해 봐야겠다.”

그는 휴대폰을 들고 여기저기에 톡을 보냈다.

남자를 추종하는 자들이 즉각 호응해 왔다.

그간 꾸준히 방송을 통해 팬들을 모아 왔었다.

드디어!

지난 세월 쌓아 온 인맥을 발휘할 때가 되었다.

-드레젠 놈한테 분탕 좀 칠 사람?

-가능하겠어요?

-저도 이벤트에 신청할게요

-ㅋㅋㅋㅋ꿀잼 각이네

그는 수만에 달하는 시청자를 혼자 독식하고 있는 드레젠이 아니꼬웠다.

시청자 수는 한정되어 있는데, 거의 독점을 하고 있으니, 당연히 배가 아플 수밖에.

게다가 전체적으로 스트리머들의 시청자 수가 10~15% 정도 감소했다.

모두 드레젠의 영향이었다.

“건수 하나만 잡히면 뚝딱이지.”

이 바닥이 그랬다.

현실에서야 어떠하든, 이미지로 먹고사는 세상.

사람들은 구설수에 오른 이들을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다.

건수.

딱 한 번의 실수만을 기다리면 된다.

-그럼 한번 달려들어 보자.

그가 마지막 톡을 남기고 계속해서 드레젠을 관찰했다.

적을 이기려면 먼저 적의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사소한 문제점이라도 파고들면 큰 오점으로 남길 수 있으니까.

지금까지 그렇게 매장한 방송인들이 꽤 됐지?

“어딜 햇병아리 주제에…….”

자기 밥그릇은 자기가 챙겨야 한다.

녀석은 큰 실수를 한 것이다.

남자는 그렇게 웃었다.

#3

다음 날.

강일은 하이디엔과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그녀가 전화한 까닭은 오늘 있을 이벤트 때문이었다.

걱정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분명 훼방을 놓는 이들이 있을 거예요.”

“당연하지. 하지만 그것도 좋은 돈벌이 수단이 될 수 있어.”

“역시 대담하시긴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하실 건가요?”

“당연히 팀 파이트지.”

당연한 일이었다.

게임에서의 일은 게임에서 해결하면 된다.

엄청난 숫자의 유저들이 몰려들어도, 지금 드레젠은 이길 자신이 있었다.

하이디엔은 작게 웃었다.

“진짜 여전하시네요. 그 부분이 부럽지만.”

“내가 할 줄 아는 게 이런 거밖에 없는데 뭐. 고위 마법을 쓸 줄 아나, 연금술을 할 줄 아나.”

“그런 걸로 세상을 구할 뻔하셨다는 거, 아시죠?”

강일은 피식 웃었다.

어떻게 포장을 하든, 자신은 그저 도망자일 뿐이었다.

용사?

영웅?

그런 것으로 포장할 생각은 없었다.

“됐어. 어쨌든 지금은 현생에 집중해야지.”

“다음 주에 1차 업데이트가 있을 거예요. 플레이 타임도 좀 늘려 볼까 하는데…….”

좋은 방향이었다.

생각보다 세이브 더 브락시아는 선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방구석에 틀어박혀 게임만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으나, 그 압도적인 난도로 인해 무술 학원의 등록률이 올랐다.

문제는 또 있었다.

게임만 하는 백수가 돈이 있을까?

그래서 요즘 알바 자리가 없을 지경이라고 한다.

“알아서 잘하겠지. 혹시 모르니까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어.”

“알겠습니다.”

전화가 끝났다.

그리고 강일은 캡슐을 바라봤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정산일이었다.

답답한 반지하를 벗어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럼, 시작해 볼까?”

돈을 벌기 위해서는 마땅히 부딪쳐야 할 것들이 있었다.

방송인이라면, 방해하는 이들까지 받아들이고 맞설 줄 알아야 한다.

용사 시절에도 그런 이들이 많았다.

이 정도 시련은 시련도 아니었다.

‘그럼 어떻게 준비를 할까.’

캡슐 안에 들어가며 조소를 머금었다.

나름 젊다고 생각하겠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몸이라 이거다.

방송이 시작되었다.

순식간에 시청자 수는 6만 명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