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55화 (56/279)

제 55화

55화 - 새로운 손님

#1

베스티안 백작령.

백작령의 수도라고 할 수 있는 곳.

거대한 강물이 흐르고 있어, 활발한 무역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도시의 이름은 ‘베스타인’.

기사들의 도시라고 불리기도 하는 장소였다.

“이만 쉬셔야 합니다. 백작님.”

“그러지. 며칠간 무리했더니 조금 힘들긴 하군.”

출장을 나갔던 얼터가 돌아왔다.

그가 가지고 돌아온 것은 참담한 소식이었다.

자신의 아들이자, 장차 백작가를 이끌어 갈 소중한 아들이 죽었다.

그것도 가장 불명예스러운 죽음이었다.

“안타까운 일이군. 안타까운 일이야.”

“아버지.”

차남, 항상 장남 카이렌과 선의의 경쟁을 벌이던 남자가 백작에게 다가왔다.

달그락-.

마법 도구가 아닌, 낡았지만 고풍스러운 찻잔이 두 개 놓였다.

심신을 안정시키고, 원기 회복을 도와주는 차였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한번 만나 보러 가야겠구나.”

“설마 그자를 포용하실 생각은 아니겠지요.”

백작은 눈을 감았다.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휘몰아쳤다.

그가 생각하는 영주란, 결코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려선 안 되는 자리였다.

아들의 죽음은 부당했다.

허나, 데스 나이트의 죽음은 합당한 것이겠지.

“만나 보고, 정황을 들어 봐야겠구나. 네 마음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주의 자리가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중이다.”

“저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형님이, 그 형님이 그런 짓을 할 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에드윈 베스티안은 확고한 의지를 담아 말했다.

어렸을 때, 함께 검을 휘두르고 경쟁을 했었던 추억이 남아 있었다.

그때의 형, 카이렌은 분명 선하고 의지력이 뛰어난 검사였다.

결코, 인체 공학과 흑마법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았으리라.

“저도 함께 가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그러려무나. 오늘은 쉬고, 내일 출발하도록 하지. 마음을 비우도록 하거라.”

에드윈은 고개를 숙였다.

분노를 가슴 밑바닥에 깔고, 냉철한 판단력을 바탕으로 검을 움직이는 것.

베스티안 백작가에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가르침 중 하나였다.

현 가주, 글라디 베스티안 백작은 자신의 둘째 아들을 믿었다.

그가 마른세수하며 중얼거렸다.

“자식 농사가 제일 어렵다더니.”

믿었던 첫째가 그릇된 길로 빠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차남, 그리고 장녀와 차녀.

나머지 자녀들도 철저하게 감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전에, 소드 마스터에 근접한 아들을 꺾은 이를 만나 볼 계획이었다.

“하시스 성으로 향할 채비를 하게.”

“알겠습니다. 백작님.”

백작이 직접 하시스 성을 방문하는 것은 정말 오래간만이었다.

요즘 오크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머리가 점점 아파 왔다.

#2

마탑, 그리고 수도와 달리, 하시스 성은 불편한 것투성이였다.

본래 베스티안 백작가는 마법을 싫어했던 초대 백작 가주가 설립한 곳이었다.

순수한 육체의 강함을 추구했고, 마법의 힘을 빌리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때문에 오크와의 전투에서도 꽤 애를 먹어야 했지만.

“너무 불편하군요. 이런 곳에서 일을 하라니.”

“이제부터 바꾸면 되겠지. 나도 며칠 전에 부임했거든.”

“정확히 말하면 빼앗은 거 아닙니까?”

쿨레드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

-그거 맞짘ㅋㅋㅋㅋㅋ

-부임이 아니라 썩시딩이짘ㅋㅋㅋ

-새로 부임(물리)했다.

-이 노예들을 어찌할꼬ㅜㅜ

시청자들의 채팅을 무시한 채, 드레젠은 하시스 성의 내성을 소개했다.

내성에는 본래 근무하고 있던 이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의 업무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성주가 카이렌에서 드레젠으로 바뀐 것 외에는.

“신병 받아라~.”

“서, 성주님.”

벌컥, 행정실의 문을 연 드레젠이 구식 대사를 내뱉으며 쿨레드와 함께 등장했다.

나른한 오후, 점심을 먹고 한가로이 일하고 있었던 이들이 벌떡벌떡 일어났다.

역시 상사의 등장은 강제 각성 효과를 지녔다.

드레젠은 쿨레드의 어깨를 두들기며 그를 소개해 주었다.

“오늘부터 같이 일할 친구다. 지금 행정관이 누구지?”

“접니다. 성주님.”

“오늘부터 천천히 인계해 줘. 공동으로 작업할 거니까.”

“알겠습니다.”

라고 말은 했지만 표정이 좋지만은 않았다.

낙하산.

브락시아에서도 텃세는 분명히 존재했고, 굴러온 돌을 좋아하는 이는 없었다.

드레젠 역시 그 부분은 인지하고 있었다.

“너희들 기분도 알겠다만, 일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 쿨레드, 너도 이들에게 인정받아야 할 거다.”

“예. 일 처리는 문제없도록 하겠습니다.”

드레젠은 계약을 위해 노란색 계약서를 찾았다.

그는 쿨레드를 브락시아판 제갈량으로 평가했다.

제갈량은 뛰어난 전술도 전술이었지만, 진정한 재능은 경영이라는 소리가 있지 않은가.

정말 그랬는지는 논외로 치더라도, 그런 이미지였다.

“계약하지. 원하는 바를 적어라.”

“알겠습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막대한 재화도, 엄청난 명예도 아니었다.

가족들과 함께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곳을 마련하는 것.

그리고 그곳을 통째로 드러내지 않는 이상 도저히 멸망시킬 수 없는 장소로 만드는 것.

쿨레드는 계약서에 한 자 한 자, 꼼꼼하게 적어 나갔다.

“여기 있습니다.”

“그럼 내가 적을 차례군.”

-그런데 이건 노란색이네요?

-노란색은 뭐지?

-이것은 무엇인가!

-아마 열화판인 것 같은데.

“맞습니다. 이건 열화판이에요. 영혼을 거는 계약이 아닌, 단순히 무언가를 거는 거죠.”

노란색 계약서는 자신의 소유물 중 하나를 거는 계약서였다.

황금 계약서보단 성능이 떨어지는 물건으로, 가벼운 계약에 사용하는 것이었다.

드레젠은 쿨레드가 적은 내용을 바라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예나 지금이나 성격은 변함없다니까.’

항상 소박함을 위해 싸워 온 남자였다.

뒤쪽에서 그가 힘쓴 일들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드레젠이, 그리고 일곱 영웅이 제대로 싸울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 정도로.”

“정말 이거면 되는 겁니까?”

“문제없어.”

쿨레드가 요구한 것은 네자렉의 목걸이를 되찾아 줄 것.

최소한의 휴식을 보장해 줄 것.

가족과의 만남을 보장해 줄 것.

이 세 가지가 전부였다.

반면 드레젠은.

-와, 이건 너무 불공정 아니우?

-ㅋㅋㅋㅋㅋ갑이 불리한 건 처음이네

-계약서 정말 심플하누

“아무리 봐도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하루 8시간 근무, 지각하지 말 것?”

“그래. 그거면 충분하지. 아, 싸우지 말고.”

마지막에 한 가지 조항을 더 추가했지만, 아무리 봐도 상식적인 일들뿐이었다.

마탑과의 계약 때, 두 페이지가 넘어갔던 일을 생각하면, 너무나 초라해 보였다.

그는 계약서와 드레젠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이러면야, 저만 좋죠. 오늘부터 일하겠습니다.”

“그래. 지금부터 여덟 시간 일해라.”

“에?”

현재 시각은 오후 4시였다.

이제 조금 있으면 퇴근할 시간이었다.

누가 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곳 브락시아도 여섯 시에 거의 모든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문화가 있었다.

지금부터 여덟 시간.

자정에 업무가 끝난다는 이야기였다.

“왜? 계약서잖아.”

“……뭔가 잔뜩 속은 것 같은 건 착각입니까?”

“아닐걸? 그런데 마탑과 다른 점이라면…… 여긴 네 마음대로 할 수 있잖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것은 꽤나 매력적인 말이었다.

결국, 다시 한 번 한숨을 푹 내쉰 쿨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3

성의 지하.

이졸데는 감탄을 하며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혼자 이런 연구실을 가져도 되는 걸까?

위험한 생각이 들었지만 드레젠은 마탑주의 신임을 받는 자였다.

“와아-. 그런데…… 뭘 실험하던 곳이었지?”

“인체 공학. 그리고 흑마법.”

“흐익!”

스산한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분위기가 그렇게 만들었다.

기척도 없이 등장한 목소리 덕분에, 온몸이 붕 뜨는 느낌을 받았다.

모공이 확장되며 순식간에 식은땀을 배출했다.

고장 난 인형처럼 고개를 돌린 이졸데가 드레젠을 보고 간헐적으로 숨을 쉬었다.

“긴장 풀어. 여긴 카이렌이…… 그리고 하시스 성의 병사들이 실험을 받던 곳이었다.”

“후…… 그런데, 지금은 아무것도 없네요.”

“마탑에서 관련된 것들을 가져갔거든. 조금 찝찝하긴 할 테지만, 연구를 하기엔 이만한 장소도 없잖아?”

이졸데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도 오지 않는 지하.

넓은 공간.

골렘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금술을 연구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는 공간이었다.

골렘 건조는 격납고라는 공간에서 해야겠지만, 핵심 기술을 연구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그녀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여기가, 이제 내 공간이란 말이지?’

골렘.

그것의 매력에 빠진 지 십수 년이 지났다.

가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마탑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곳에서 느낀 것은 실망감뿐이었다.

“저, 성주님. 부탁이 하나 있는데…….”

“가문은 이쪽으로 데려올 수 있다. 그런데 여긴 전장이야. 알고 있겠지?”

이졸데는 굳게 입을 닫고, 두 주먹을 꽉 쥔 채 고개를 끄덕였다.

몰락 귀족.

그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진창으로 처박히지 않도록 발버둥 치는, 그런 곳이었다.

“네. 이미 각오했어요.”

저 와이번, 그리고 이 남자라면 자신의 가족을 지켜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족들은 항상 그녀에게 미안해했다.

이것밖에 못해 줘서 미안하다고……, 네 재능을 썩게 해서 미안하다고.

‘이젠 내가 갚을 차례야.’

이 모든 사정을 알고 있었던 드레젠은 작은 웃음을 지었다.

빛이 모이기 시작한다.

이 빛은, 자신을 굳건하게 지켜 줄 것이다.

“그럼 쉬고 있어라. 아 참, 여력이 된다면 이걸로 뭔가를 만들어 봐.”

“예? 아, 알겠습……. 허어억!”

그는 데스 나이트의 핵을 던져 주고 위로 올라갔다.

이젠 아이젠하트를 만날 시간이었다.

걸어 올라가면서, 드레젠은 시청자들과 소통했다.

“이 둘은 꼭 얻어 두시기 바랍니다. 마탑주와의 친분만 만들어 놓는다면 언제든지 빼낼 수 있죠. 다음은 네자렉의 목걸이를 얻으러 가 봅시다.”

-저 둘이 대체 뭐길래…….

-그러고 보니, 왜 NPC 상태 창은 안 나오지?

-리.얼.리.티

-이름이랑 대략적인 정보 말고는 안 나옴ㅋㅋㅋ

-와씨 그럼 인재들은 어떻게 뽑으라는 겨;;

[‘나는엘프다’ 님 100,000코인 후원!]

[그래서 우리 드레젠 님이 있잖아요.]

-크으 그거 맞지!

-공략은 우리 드좌가 알아서 해 줄 건데 뭐!

-띵-언!

드레젠은 하이디엔의 채팅을 보고 피식 웃었다.

그래, 너희들은 내가 준 정보로 굴러라.

나는 편하게 돈이나 벌고, 소소하게 살 테니까.

“너, 가서 아이젠하트 좀 불러와.”

그는 돌아다니는 하녀 한 명을 불러 말했다.

본격적인 밑 작업을 시작할 때였다.

그와 동시에, 헐레벌떡 뛰어오는 자가 있었다.

“성주님! 베스티안 백작과 그분의 차남이 성에 도착했습니다!”

드레젠은 미소를 지었다.

올 사람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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