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54화 (55/279)

제 54화

54화 - 새로운 염전이다!

#1

눈앞에 있는 미친놈이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쿨레드의 눈빛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드레젠은 피식 웃었다.

“내 동료가…… 아니지 신하가 돼라.”

“무슨 소립니까?”

무표정한 눈빛에 호기심 반, 귀찮음 반이 떠올랐다.

눈앞의 사람이 이상한 짓을 하는 게 한두 번은 아니었기에, 작게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저었다.

자신을 데려가려고 했던 사람은 많았다.

그 어떤 이들도 자신의 조건을 수락한 자는 없었다.

“내가 성 하나를 인수했거든. 관리해 줄 사람이 필요해.”

“하아……. 저는 관심 없습니다.”

“근무 조건은 모두 맞춰 주도록 하지. 가문을 성으로 옮기는 것도 허락하겠다.”

“…….”

드레젠을 쳐다보는 그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

쿨레드 스트린트.

그의 가문은 본래 자작가였다.

스트린트 가문은 어떠한 아티팩트의 가호를 받고 있었다.

가문이 몰락한 것은 몬스터의 침입, 그리고 아티팩트의 분실 때문이었다.

“제 가문의 사정은 아시는 겁니까?”

“물론. 그래서 너에게 맡기는 거다.”

“어이가 없군요.”

쿨레드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퀭한 눈빛으로 자신의 자리를 둘러보며 말했다.

“지금 이렇게 말하는 와중에도 일이 계속 밀리고 있습니다. 이만 돌아가 주세요.”

“네자렉의 목걸이.”

“…….”

나른했던 그의 표정이 구겨진 종이처럼 일그러졌다.

절대 듣고 싶지 않았던 말이었기에.

저주받은 목걸이 때문에 가문이 몰락했다.

그것을 빼앗기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도와주지. 네자렉의 목걸이를 되찾는 것.”

“당신의 이름값이면 충분하겠지만…….”

쿨레드 역시 드레젠의 위명을 들었다.

마스터였던 카이렌을 처리한 자.

마탑주의 귀빈.

성의 주인이 되었던 그의 일화는 전설처럼 번져 나가는 중이었다.

당연히 행정 담당인 쿨레드도 그의 일화를 접했다.

“그래, 그거면 됐지. 마탑주가 허락했다. 가서 편하게 일해 봐.”

“당신도 절 착취하기 위해 온 것은 아닙니까?”

“착취라, 난 정당한 보상을 주고 자넬 고용하는 건데.”

정당한 보상.

그가 항상 원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귀족들이라는 것은, 항상 남을 부려 먹을 생각만 가득했다.

뛰어난 자들을 보기만 한다면 안달이 나는 귀족들.

“계약서를 쓰시죠. 그러지 않는다면 나갈 생각은 없습니다.”

“그럼 짐 싸.”

드레젠은 가타부타 말할 생각은 없었다.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바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열심히 굴린다.

그가 성을 운영할 방식이었다.

-진짜 쿨거래넼ㅋㅋㅋㅋㅋ

-므싰닼ㅋㅋㅋㅋ

-네자렉의 목걸이라니, 또 아티팩트 냄시 난다!

네자렉의 목걸이.

훗날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아티팩트였다.

인수인계는 마탑주가 알아서 해 줄 것이기에, 문제는 없었다.

날벼락을 맞은 것은 해당 부서였지만, 마탑주가 인원을 바로 채워 줄 것이다.

“마탑주께서 알아서 처리해 줄 거니까, 짐 싸서 정문으로 나와라.”

“……알겠습니다.”

“어? 뭐야? 너 가냐?”

주변에 있던 동료들이 말했다.

행정부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귀족의 가문에 팔려 가는 자들은 복권을 긁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악덕 귀족에게 들어가면 평생 노예처럼 살아야 하고, 아니면 호의호식하며 살아갈 수 있었다.

“잘해 봐라. 그 유명한 사람이잖아.”

“……예.”

어쩐지, 쿨레드는 또 다른 마탑으로 들어가는 것이 되어 버릴 것 같아 불안했다.

하지만 자신이 고생해서 가문을 다시 살릴 수 있다면.

그렇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뒤를 돌아, 한참 처리하고 있던 서류들을 바라봤다.

‘그래, 여기보다 더 지옥이겠나.’

겉으로 보이는 마탑은 정말 좋은 곳이었다.

마법사들의 성지, 항상 새로운 마법을 꿈꾸는 곳.

선배, 후배, 동료들과 연구하고 발전해 나가는 곳.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이건 어떻게 할 거야?”

“뭐…… 알아서 하시겠죠.”

이젠 그는 마탑 소속이 아니었다.

퀭한 얼굴이 조금이나마 밝아졌다.

사람들은 부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봤는데, 쿨레드는 손을 휘적휘적 젓고는 자리를 벗어났다.

오랜만에 바깥공기를 실컷 마실 수 있을 것 같았다.

#2

정문.

거대한 배낭을 메고 멀뚱히 서 있는 두 사람.

이졸데와 쿨레드는 조용히 서로를 바라봤다.

완전 똑같은 꼬라지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여기들 모여 있었군.”

“마탑주님.”

이졸데가 먼저 발견했고, 고개를 숙였다.

뒤이어 쿨레드가 예를 취했다.

마탑주의 옆에는 드레젠이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드레젠 공을 따라 그를 잘 보필해 주게. 자네들이 무리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었네. 면목이 없군.”

“아, 아닙니다.”

“다들 그렇게 한다고 생각해서……. 괜찮습니다.”

마탑주는 인자한 웃음을 지었다.

그들의 몰골을 본 그가 지팡이를 땅에 찧었다.

밝은 빛이 두 사람을 감쌌다.

눈에 띄게 밝아지는 안색에,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훨씬 보기 좋군. 그럼 잘 가시게.”

“배려 감사합니다.”

두 사람 모두 몰락한 귀족 가문 출신.

귀족들의 예법을 모두 알고 있었다.

마탑주는 그들을 흡족한 눈으로 바라봤다.

“자, 그럼 이제 새로운 터전으로 향하게.”

“네.”

“종종 들르시게.”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마탑주는 드레젠과 인사를 나눴다.

간단하게 다음을 기약한 후, 그는 두 사람에게 손짓했다.

뚱한 표정으로, 두 사람은 드레젠을 따라나섰다.

그사이에 안장을 구해 온 드레젠은 편안하게 쉬고 있는 렉스에게 도착했다.

“어이, 자네.”

와이렉스 앞에서 구경하고 있었던 인물이 그를 향해 말을 걸었다.

고급스러운 옷을 보아, 상당한 재력의 귀족으로 추정되었다.

드레젠은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답했다.

“나를 부른 건가?”

“허…… 다소, 예의가 없는 친구로군. 뭐 됐네. 이 와이번, 얼마를 주면 팔 수 있는가?”

드레젠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비웃는 듯했지만 그것보단 불쌍한 사람을 쳐다보는 것과 비슷하게.

시청자들이 난리가 났음은 당연했다.

-미쳤네

-도랏ㅋㅋㅋㅋㅋ

-와 왜 게임에는 항상 저런 머저리들이 있는 걸까?

-참교육 가즈아!

드레젠 역시 왜 항상 정신 나간 질문을 하는 자가 있는지 궁금했다.

그가 툭 내뱉었다.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을 주면 줄 수는 있지.”

“내가 가진 모든 것? 자네 지금 내가 누구인지 알고 말하는 소린가?”

“알 게 뭐야. 팔아도 넌 못 써.”

그의 입꼬리가 축 처졌다.

한눈에 봐도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이졸데가 드레젠의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

“저분, 할레단 후작가의 장남이에요.”

기억이 별로 나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 말은, 엑스트라 정도의 존재감이라는 것.

드레젠이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자였다.

“그래서, 와이렉스를 탈 사람은 있고? 내기 하나 할까?”

“내기? 그래…… 내기 좋지.”

“할레단 후작가? 뭐 좋아. 한 명이라도 비행에 성공하면 와이렉스를 주지. 실패하면 1만 골드 내놔라.”

“……지금 제정신인가?”

선을 넘는 발언 때문인지, 할레단 후작가의 장남이 마나를 피워 올렸다.

한 가문의 장남이라면, 그것도 후작가의 후계자는 가진 바 무력이 뛰어날 터.

하지만 그래 봤자 드레젠이 가지고 있는 무력에는 미치지 못했다.

“지금 싸움을 거는 건가? 감당할 수는 있겠고?”

“……내가 실수했군. 그 위명이 자자하신 드레젠인데.”

“그럼 꺼져. 내기하고 싶으면 하시스 성으로 오든지.”

-으딜 감히 덤비고 ㅈㄹ이여;;

-진짜 맞아야 됨ㅋㅋㅋㅋ

-아오 그냥 내기해서 털어 버리죠

드레젠은 와이렉스에게 다가가 안장을 얹었다.

마법 처리가 된 안장이라 그런지, 크기가 딱 맞게 변형되었다.

두 사람에게서 캐리어를 빼앗아 쇠사슬로 잘 묶었다.

마지막으로 이졸데와 쿨레드를 불러, 와이렉스 등에 태워야 했다.

“타라.”

“……이걸요?”

“빨리 가서 쉬고 싶지 않은가 보지?”

“…….”

쿨레드가 먼저 걸음을 옮겼다.

먼저 용기를 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날개를 밟고 올라간 쿨레드는 떨리는 팔다리를 겨우 움직였다.

촤르륵-.

그의 몸을 단단히 묶은 다음 이졸데를 바라봤다.

“안 올 거냐?”

“가, 가요!”

이졸데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쳐, 와이렉스 등에 안착했다.

마지막으로 드레젠이 안장에 올라타, 가볍게 와이렉스에게 마나를 주입했다.

크르르르, 하는 흉성과 함께 눈을 뜬 와이렉스가 말했다.

[이제 다시 날아도 되는 거겠지?]

“집으로 가자.”

흘끔, 할레단 후작가의 장남을 보니, 이미 글러 보였다.

그는 잔뜩 겁을 먹고 있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눈동자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

저도 모르게 허리에 매여 있는 지팡이에 손을 올린 것도 한몫했다.

“저런 멍청한 놈도 후작가의 장남이라니…….”

드레젠의 신랄한 비판에 시청자들은 낄낄 웃기만 했다.

이로써 일차적으로 필요한 자들은 전부 모였다.

이들을 주축으로 힐링할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을 구축해 나가는 것도 재밌을 것이다.

콰아-!

광풍이 몰아쳤고, 와이렉스의 비행이 시작되었다.

“네자렉의 목걸이! 정말 찾아 주실 수 있습니까!”

“돌아가면 바로 그 일부터 해결해 주지.”

드레젠은 덤덤하게 말했지만, 쿨레드에게는 믿음직스러운 모습이었다.

과연 소문으로 듣던 만큼 대단한 사람일지.

기대감 반, 걱정 반이 담긴 눈초리가 드레젠의 등에 꽂혔다.

쿨레드는 조용히 하늘을 감상했다.

드레젠의 말대로, 빠르지 않게 날아서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와이렉스는 기류를 조정해, 탑승자가 불편하지 않게 만드는 제주가 있었다.

‘아름답다.’

평생을 지하에서, 혹은 가문을 위해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녔던 쿨레드였다.

이렇게 자유로움을 만끽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수도의 정경은 아름다웠다.

그의 눈에서 조금씩 총기가 살아났다.

“잘됐군요. 이제 귀찮은 일을 떠넘길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엌ㅋㅋㅋㅋ아닠ㅋㅋㅋㅋ

-거 너무 동심 파괴 아니오?

-ㅋㅋㅋㅋ진짴ㅋㅋㅋㅋ

-어서 와라 노예들앜ㅋㅋㅋㅋㅋ

[‘뉴비환영해!’ 님 10,000코인 후원!]

[새로운 노예는 언제나 환영이야!]

당연히 드레젠은 바람 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용해, 시청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뒤에 있는 두 사람이 들으면 당장 뛰어내려도 할 말이 없는 대사들이었다.

애초에 그는 일 잘하는 자들을 부려서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목적이었다.

“제 원대한 계획에 조금씩 가까워져서 좋네요.”

-사탄 : 선생님 진도가 너무 빠릅니다

-진짴ㅋㅋㅋ너어ㅓㅓㅓ는!

-너무해 진짴ㅋㅋㅋㅋㅋ

-악마다! 악마다 나타났어!

그런 거 알 게 뭐람.

드레젠은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쏟아지는 시원한 바람을 맞았다.

뒤에 있는 자들은 정말 뛰어난 인재였다.

빛을 보게 해 주는 만큼, 확실히 부려 먹을 생각이었다.

노예, 아니 동료가 되었으면 일은 잘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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