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52화 (53/279)

제 52화

52화 -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

#1

그리폰 기사단.

제국 수도를 수호하는 기사단은 긍지 높은 자들이었다.

거대한 창과 그리폰의 빠른 기동력으로 적들을 돌파하는 자들.

마법사들이 수도의 방어를 담당하고 있다면, 그리폰 기사단은 수도의 경비와 수색을 맡고 있었다.

‘저 생명체는 대체 뭐지?’

그리폰과 친해지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다루기도 어렵고, 그 위에서 무기를 다루는 것은 더더욱 어려웠다.

균형을 잡으며 적을 요격하는 기술은 최소 5년은 연습해야 할 정도였다.

그래서 그리폰 기사단은 황족, 총사령관을 제외하면 두려워할 존재가 없었다.

“마탑에 오신 겁니까?”

“이 녀석의 등록 겸.”

눈앞의 인간은 오만했다.

그리폰 기사단을 본다면 모두가 존경을 표하며 존대를 하고, 눈을 내리깐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나? 하고 생각했더니 무려 마탑주의 추천서였다.

함부로 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뜻이었다.

“안내하겠습니다.”

결국 그리폰 기사단은 더 이상의 질문을 삼갔다.

그가 수신호를 날렸다.

다시 원래 임무로 복귀하라는 뜻이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이들이 눈치를 채고 움직였다.

그리폰들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어어-! 천천히 가!”

“얘가 오늘따라 왜 이러는 거야?!”

“얌전히 있어, 좀!”

드레젠은 그런 그리폰들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그리폰의 천적은 다름 아닌 와이번이라고.

“와이번은 그리폰을 사냥하는 포식자죠. 그중에서도 왕을 만났으니 저런 반응이 나오는 겁니다.”

-키야

-캬ㅑㅑㅑ

-우리 렉스 개 멋있넼ㅋㅋㅋ

-으딜 감히 그리폰 따위갘ㅋㅋㅋ

“따라오십시오.”

그리폰 기사단을 따라간 곳은 거대한 광장이었다.

수도, 콘스텔라는 백색과 황금색이 어우러진 색감을 가진 도시였다.

황금색은 황제를, 백색은 성좌를 상징한다.

드레젠의 간단한 설명은 시청자들에게 유익한 정보였다.

“이곳에서 잠시 기다리십쇼.”

[크어아아아-!]

와이렉스는 불쾌한 듯 크게 울었다.

그의 울음소리는 드래곤 못지않은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흉성 앞에서도 자세를 유지했던 그리폰들의 대장이 날개를 펼치고 달아났다.

콰드득, 쇠줄에 단단히 묶여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번에 끊어 버리는 괴력을 보여 주었다.

“힘은 세네요.”

-엌ㅋㅋ쫄!

-쫄았눜ㅋㅋㅋ

-엌ㅋㅋㅋ렉스 성격 봨ㅋㅋㅋ

“어? 어어-?!”

기사단의 단장을 맡고 있던 ‘데이비드’는 갑자기 일어난 사태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폰!

하늘의 왕자라고 불리는 몬스터였다.

그중에서도 자신이 타고 다니는 놈은 왕의 혈통을 물려받은 녀석이었는데!

“어디 가-!”

“렉스, 좀 몰고 와 줘.”

[정말, 귀찮게 하는군!]

그리폰은 하늘로 날아오르기 위해서 어느 정도 추진력이 필요했다.

기사단의 본거지 앞에 거대한 광장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와이번은 헬기처럼 그 자리에서 바로 날아오를 수 있었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속도로.

[크아아아아아-!]

[삐에에에엑!]

난데없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정확히는 와이렉스가 그리폰을 다시 몰고 오는 장면이었다.

드레젠은 하늘 위를 올려다보며 낄낄 웃었다.

“가지고 놀고 있네요.”

“저, 저 몬스터는 대체 뭡니까!”

“저거? 와이렉스.”

기사단장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와이렉스!

비스트 마스터라는 전설적인 인물이 타고 다녔던 환상의 몬스터.

대륙 곳곳에 잠들어 있는 비스트 마스터의 소환수들은 신화적 존재였다.

그리폰 기사단 역시 금단의 구역으로 파페론 산맥을 정할 정도였으니까.

“와이렉스는 붉은색…….”

“다시 각인을 거쳐서 그렇지.”

[삐에에에엑!]

거대한 그리폰이 다시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왔다.

쿠웅-.

거체가 거칠게 내려앉음에 따라, 흙먼지가 휘날렸다.

콰앙-!

이번에는 와이렉스 차례였다.

어찌해도 도망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리폰이 고개를 밑으로 수그리고 눈을 위로 치켜떴다.

“……따라오십시오.”

“인제 그만 놔줘.”

기사의 말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수그리고 있던 그리폰이 드레젠 덕분에 풀려났다.

와이렉스가 눈을 감고 똬리를 틀어 버렸기에 기세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

큰 한숨을 몰아쉰 기사단장은 드레젠을 이끌고 마탑으로 향했다.

#2

마탑.

마법 연구의 중심.

온갖 지식의 축적과 인류의 번영을 위해 끊임없이 탐구하는 곳.

마법적 지식을 공유하고 적들을 막아 내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지식의 탑의 끝.

마탑주가 있는 곳에 한 소식이 들려왔다.

“그가 왔다고?”

“그렇습니다. 하얀색 와이번을 타고 왔다고…….”

마탑주, 아시르의 입가가 올라갔다.

수염에 가려 티 나지 않았지만.

“내려가 봐야겠군.”

“아는 사람입니까?”

“데스 나이트를 상대로 홀로 이겨 낸 자라네.”

듣고 있던 자의 눈이 조금 커졌다.

데스 나이트.

기계들로 이뤄진 마족의 동맹이자 하수인.

그중에서도 가장 강한 존재 중 하나로서 공포의 대명사였다.

마스터급이 아니라면 상대하지 못했을 텐데…….

“기대가 되시겠습니다.”

“좋은 인연을 만들어 두면 좋겠지.”

그가 지팡이를 한번 쳤다.

하얀 빛 무리와 함께 그와 곁에 있던 자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다시 눈을 떴을 땐, 익숙한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열심히 서류를 작성하고 있는 드레젠이었다.

뭔가, 열심히 중얼거리는 중이었지만 자세히 들리진 않았다.

‘테이밍 몬스터의 허가증이로군.’

테이밍한 몬스터를 허가해 주는 것에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주인의 말을 알아듣고, 명령에 따르는가.

진짜 소유주가 맞는가.

명령이 없다면 타인을 공격하지 않는가였다.

‘와이렉스라면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와이렉스는 야생의 와이번이 아니었다.

영성을 띠고 있는 고등 생물이었다.

당연히 지성도 있었고, 인간과 의사소통도 가능했다.

“마탑주님. 오셨습니까.”

인포를 보고 있었던 자들에 의해, 그의 존재감이 퍼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테이밍 몬스터를 등록하기 위해 이곳에 있었다.

본래는 일반 마법사들의 감정을 받는 것이 보통.

“마탑주?!”

순식간에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하지만 드레젠은 그런 부산스러움에도 꿋꿋하게 서류를 완성했다.

그가 쓴 것은 한글이었지만, 자동으로 번역되어 브락시아의 사람들에게 보였다.

“생각보다 일찍 뵙는군요. 아시르 님.”

“허허, 귀한 손님이 오셨는데 어찌 틀어박혀 있겠는가.”

마탑주의 한마디는 영향력이 절대 작지 않았다.

현실에서도 유명인이 한 말들이 구설에 오르지 않던가.

하물며 대륙 정상에 서 있는 자 중 한 명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전부 마탑주가 아닌, 드레젠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세워 주셔도 나오는 게 없습니다만.”

“우리 사이에 뭘 원하는 것이 있겠는가. 그나저나 성공한 것 같더군.”

“운이 좋았습니다.”

-운?

-운?!

-아 운이라서 와이번이 척척 대 줬나?

-ㅋㅋㅋㅋㅋ사회생활 잘하눜ㅋㅋㅋ

-?! 운이라니!

졸지에 광역 도발을 시전해 버린 드레젠.

채팅 창에서 미친 듯이 폭동이 일어났지만, 깔끔하게 무시했다.

그의 리액션은 그저 작은 미소를 보여 주는 것뿐.

“내가 한번 봐도 되겠나?”

“그러시죠.”

“구경꾼들이 좀 있을 것 같은데.”

드레젠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시스 성의 저력을 홍보하는 것도 나쁘진 않으리라.

걸음을 옮기며, 드레젠은 한마디를 덧붙였다.

“황제는 아직 궁에서 나오지 않고 계십니까?”

“아무리 궁에만 계셔도 알고 계시지 않겠는가?”

“……그것도 그러네요.”

두 사람 뒤로 사람들이 우르르 따라왔다.

밖에서는 안내를 맡았던 데이비드가 대기하는 중이었다.

그는 아시르에게 군례를 올렸다.

“마탑주를 뵙습니다.”

“수고하게. 와이번은 어디 있는가.”

“그리폰 기사단 병영 광장에 있습니다.”

가까운 거리였다.

아시르는 충분히 마법으로 이동할 수 있었으나 그러지 않았다.

드레젠과의 대화 시간을 소중히 여긴 까닭이었다.

두 사람은 여유롭게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혹 황제가 그댈 호출한다면 어떻게 할 건가.”

“오긴 와야겠죠. 그리고 다 거절할 겁니다.”

“허허허…… 폐하는 자신의 선의가 무시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시네.”

드레젠은 그저 웃기만 했다.

그가 택한 것은 논쟁보다 화제를 바꾸는 것이었다.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혹시 군노이스 자작령의 상황을 알고 계십니까?”

“군노이스 자작령. 대충은 알고 있네만, 우리도 아직 조사 중일세.”

사실 마탑주가 그곳에 있던 이유가 있었다.

군노이스 자작령에 대한 조사.

그것이 비밀리에 그가 진행하고 있었던 일이었다.

“군노이스 자작령에서 뭔가를 꾸미고 있는 것 같으이.”

“흠…….”

군자금을 군이 아니라 다른 곳에 투자를 하고 있다면?

그렇다면 초반 군노이스 자작령의 상황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재밌게 돌아가는 상황이었다.

드레젠이 머릿속을 이리저리 굴리는 사이, 드디어 와이렉스가 있는 곳까지 도착했다.

“와, 저게 뭐야?”

“아름답군.”

많은 이들이 와이렉스의 모습을 보고 감탄을 토했다.

거대한 몸체와 왕의 위엄을 드러내는 자태.

드레젠과 아시르가 웅크리고 있는 와이렉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크르르르, 나직한 울음소리를 듣자, 웬만한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버렸다.

“과연, 그분의 위대한 유산이로다.”

“감정을 시작하시죠.”

“알겠네. 마법을 쓰도록 하지.”

모두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감정이 시작되었다.

드레젠은 주변을 둘러봤다.

구경꾼 중에는 귀족들도 있었다.

그리고.

‘저기 있군.’

작고 왜소한 여성.

그리고 안경을 끼고, 더벅머리를 하고 있는 남성.

진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마탑주가 아니었다.

바로 저들.

“저기 있는 저 두 명. 지금 제가 가져가야 할 인재입니다.”

-어디어디

-그렇게 말하면 잘 안 뵌다!

-메모해야지 메모

-좋은 NPC는 공유해야지!

더벅머리 남성의 이름은 대륙 최고의 행정관이 될 ‘쿨레드 스트린트’.

왜소한 여성은 대륙 최고의 연금술사이자, 골렘 제작자인 ‘이졸데 스테틱’.

드레젠은 과거를 회상했다.

지금보다 훨씬 먼 미래.

그들이 보이는 활약은 몇 번이고 인류를 위기에서 구원했으니까.

‘하지만 그 빛을 얼마 보지 못했지.’

저들의 끝은 안타깝게도 비극이었다.

드레젠은 그때 당시에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상심에 빠졌었다.

다시 생각하면 가슴이 아릴 정도로 미화될 수 없는 기억이었다.

“기억해 두세요. 이졸데, 그리고 쿨레드.”

-이졸데!

-쿨레드!

-이름 멋지누!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몰락 귀족 출신. 그리고 마탑에 팔려 온 자들입니다.”

우와- 하는 감탄이 쏟아졌다.

마탑주의 검증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완전히 일어난 와이렉스의 모습에 감탄이 끊이질 않았다.

그 고고한 모습은 대중들의 마음을 끌어들일 만했으니까.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

“여러분, 명심하세요. 그 어떤 자산보다 사람이 우선입니다.”

드레젠은 조용하지만 힘 있는 어조로 강조했다.

그 모든 결과물은 바로 사람의 손에서 태어났음을 잊어선 안 되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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