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50화 (51/279)

제 50화

50화 - 제자의 자질

#1

정적.

드레젠을 둘러싸고 있는 분위기였다.

피스트 마스터라니!

병사들은 처음 자신들의 행태를 복기했다.

자연스럽게 손이 떨리고 머리가 멍해졌다.

온몸의 모공이 확장되며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피스트 마스터에게 조롱을 날리고 비웃었다.

목숨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국이었다.

그 어떤 자들도 마스터들 앞에서 빳빳하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미친! 지금이라도 살려 달라고 빌까?’

‘젠장! 진짜 성주가 되겠다고 달려들면 어쩌지?!’

기사들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 드레젠에게 호기롭게 외쳤던 페트라를 제외한다면.

그는 겨우 기절하지 않고 쓰러져 있었는데, 그가 기절하지 않은 이유는 강인해서가 아니었다.

끙끙거리며 호흡을 가다듬은 그는 겨우 몸을 가눴다.

‘……일부러 나를 상대할 때만 힘을 뺐군. 젠장.’

본래 전력으로 때리는 것보다 힘 조절이 어려운 법이다.

그 어려운 것을 해낸 드레젠은 천천히 그에게 걸어오는 중이었다.

“야, 그래서 줄 거야 말 거야?”

“젠장…….”

“말 똑바로 해라?”

-ㅋㅋㅋㅋ완전 깡패가 따로 없넼ㅋㅋㅋ

-엌ㅋㅋㅋ 무섭겠다

-드레젠 일진설ㅋㅋㅋㅋ

사실 드레젠도 진짜 성주 자리를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합당한 보상을 원하는 것뿐.

페트라는 겨우 몸을 일으켜 고개를 숙였다.

마스터들은 전 대륙에서 존중받는 존재였다.

일개 기사가 자존심을 세우다간 영지 자체가 쑥대밭이 될 수 있었다.

“제가 아직 미천하여 성주 자리는 확답을 드리기가 어렵습……. 으억.”

“그래,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니까 그 정도는 봐줄게. 그러면 대신 내가 움직인 값은 줘야지?”

입을 틀어쥐고 엄청난 근력으로 번쩍 들어 올리는 드레젠.

여기서 더 머뭇거렸다간 그대로 두개골이 부서질 것 같은 느낌에, 페트라는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드, 드이게슴미다!”

“내가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그, 그럼요. 물론입니다!”

드레젠은 끝까지 고압적인 자세를 풀지 않았다.

병사들이 후다닥 다가와 페트라를 부축했다.

그는 비통한 심정을 숨기며 나직이 말했다.

“무기고로 가자.”

“아, 알겠습니다.”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진 뒤, 드레젠은 검지를 펴고 말했다.

“뭔가를 요구할 때는 원하는 것을 받을 때까지 헐렁해져선 안 됩니다. 끝까지 집중하고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세요.”

-ㅁㅈㅁㅈ

-꿀팁

-이것도 공략이라면 공략이네

-ㅋㅋㅋㅋㅋ개 웃기네 진짴ㅋㅋㅋ

뒷짐만 지고 구경할 줄 알았던 드레젠의 합방 콘텐츠였지만, 예상외의 전개를 낳았다.

시청자들은 드레젠의 또 다른 모습에 환호했다.

드레젠은 뒤돌아서 두 사람을 불렀다.

“제 도움은 여기서 끝입니다. 이제 보상을 좀 챙겨 보죠.”

“와아, 정말 감사드려요. 그런데…… 저 성주 안 해도 되는데.”

“시킬 생각도 없었습니다. 지금 성주 같은 걸 했다간 직장을 두 개 다니는 기분이실 텐데.”

“엌…….”

다영은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옆에 있던 남성 플레이어도 노골적으로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

드레젠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열심히 수련하시면 큰 밑천이 될 겁니다. 불만 갖지 마시고, 하나하나 쌓아 가세요. 브락시아에선 단순히 강한 힘을 가진 사람보다는 그 힘을 이용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 유리합니다.”

“알겠어요!”

“조언 감사합니다.”

다영은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고, 남성 플레이어는 고개를 푹 숙였다.

두 사람이 만족스러워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혼자 날뛰었을까 봐 걱정했는데, 그것 역시 기우였다.

세 사람이 잡담을 하고 있는 사이, 무기고에서 이것저것 챙겨 온 이들이 다가왔다.

“저희가 드릴 수 있는 전부입니다. 병사들 먹을 식량은 있어야 하기에…….”

“열어 봐.”

커다란 궤짝에 이것저것 잔뜩 담아 온 병사와 페트라.

그곳이 열리자, 금화 주머니 몇 개와 각종 무구, 그리고 기술서가 들어 있었다.

드레젠은 가볍게 인상을 썼다.

‘이 시기에 군노이스 자작령의 재정이 별로였나?’

군노이스 자작은 오크의 범람을 버틴 후에 본격적으로 세력을 확장했다.

마족의 하수인들이 강림하기 시작했고, 베스티안 백작가는 조금씩 멸문의 길을 걷는 것이 그의 기억이었다.

자작가치고는 너무 강한 세력 때문에 암투가 발생하기도 했다.

‘재밌겠는데.’

드레젠은 자신이 오기 전,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정보를 획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뭐, 뭔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까?”

“당연하지. 이거 가지고 내 기술을 본 이들을 살려 둬야 하는가?”

“병사들은 죄가 없습니다. 제 목숨 하나로 노여움을 푸셨으면 좋겠습니다.”

페트라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래도 성주 대리라고, 병사들을 챙기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

마족과의 전쟁 때는 이런 지휘관을 좀처럼 보기 힘들었으니까.

‘다들 용사님, 용사님……. 힘들었지. 썩을 놈들.’

많은 사람들이 영웅, 혹은 마스터, 용사에게만 집착하는 시기가 온다.

드레젠의 입장으로서는 진절머리 나게 싫은 시기였다.

“저기…… 그냥 이것만 받고 끝내면 안 돼요?”

잠깐 잡생각을 할 때, 다들 오해를 했나 보다.

다영이 불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드레젠은 피식 웃고 검과 버클러를 챙겼다.

“군노이스 자작령에서 직접 만들었군. 검은 보레아스식인가.”

“그, 그렇습니다.”

“기술서는…… 프링키 검술. 좋아.”

기술서는 양산이 가능했다.

물론 질이 낮은 것만.

두 권을 꺼내 든 드레젠이 각각 다른 플레이어에게 나눠 주었다.

그것을 받아 든 자들에게서 이런 메시지가 떴다.

[기술서 - 프랑키 검술]

[군노이스 자작령의 가장 대표적인 검술. 공수의 변환이 자유롭고 균형이 맞춰져 있어, 처음 검을 잡는 이들에게 어울리는 검술이다.]

[기술서를 사용하면 스킬이 등록됩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

“사용하시면 됩니다.”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여 사용 의지를 밝혔다.

기술서가 바스러지며 두 사람의 몸에 빛이 흘러들어 갔다.

두 사람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와…… 막 영상이 나와요!”

“이걸 따라 하면 되는 거 같은데…….”

“어차피 수련은 하셔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에서 수련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는데?”

드레젠은 입술을 굳게 닫고 눈빛으로 페트라에게 요구하고 있었다.

그와 눈을 마주친 가엾은 기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한숨을 억지로 집어삼킨 페트라가 다영과 남성에게 다가갔다.

“두 분, 잠시 따라오시죠. 제가 간단한 것들을 지도해 드리겠습니다.”

“네!”

“전 홀로 연습해 볼게요. 마침 나가 봐야 하거든요.”

남성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거절했다.

드레젠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해 줄 것은 다 해 주었다.

이 스킬을 어떻게 수련하고 활용할 것인지는 각자에게 달렸다.

“이것도 가져가세요. 한번 입어 봐요. 이거, 검도 좋아 보이네. 이것도 가져가시고.”

다영은 떠난다는 말에 이것저것 챙겨 줬다.

드레젠은 그들의 행태에 소소한 웃음을 지었다.

-와 저 누님 혜자네ㅋㅋㅋㅋ

-쿨내 진동한다

-와 목소리도 예쁘고 성격도 좋고!

-드레젠 님은! 우리 드센세에게도 챙겨 주세여!

다영은 시청자들의 채팅을 보고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황급히 이것저것 아이템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저는 이걸로 할게요.”

그는 작은 건틀릿 하나를 가졌다.

낡은 건틀릿이었다.

“그거 가지고 되겠어요?”

“네, 이거면 과분하죠.”

“넵 그럼 알겠습니다. 나머지는…… 어떡하지?”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경매장에 올려서 처분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물론 그녀가 챙길 것들은 모두 챙긴 뒤였다.

그럼에도 상당히 많은 재화가 남았다.

“여기, 금화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다영은 두 사람에게 금화 주머니를 하나씩 넘겨준 다음, 나머지는 경매장에 처분하기로 했다.

소유가 완전히 인정된 아이템은 바로 경매장에 올릴 수 있었다.

-와, 완전히 땡잡았네

-크윽 이벤트 혜자 ㅇㅈ입니다 ㅜㅜ

-드좌! 그는 킹이야! 그는 신이야!

-진짜 오지게 연습하셨나 봄ㅋㅋㅋ

너무 어려운 난도 덕분에 회사에서 가이드를 마련해 줬다고 판단한 사람들.

그들의 생각은 점점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세이브 더 브락시아는 모두에게 열려 있는 장이었다.

그는 홀로 독점하지 않고 가이드를 해 준다.

-여윽시 천사 같은 우리 드좌야!

‘하이디엔 녀석, 바람잡이를 좀 넣은 것 같은데?’

드레젠은 채팅을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진짜 밀어준다니, 알바까지 고용할 줄은 몰랐다.

아니지, 어쩌면 엘프들에게 닦달해서 알바를 하게 만든 것일 수도.

“저는 먼저 가 보겠습니다.”

남성 플레이어는 그 말을 남기고 자신의 세션으로 돌아가 버렸다.

사람들의 관심은 수련을 받는 다영에게 쏠렸다.

드레젠은 자신에게 들린 금화 주머니를 열어 보았다.

‘50골드. 역시 좀 이상해.’

성의 유지비로 200골드라면 결코 많은 돈이 아니었다.

군자금이라는 것은 예상외로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특히 항상 몬스터를 상대로 격전을 벌여야 하는 최전방의 성이라면 더더욱.

식량, 무구, 각종 보수 장비와 자재들.

관리할 사람들의 인건비와 병사들의 임금 등등.

“군노이스 자작령이 심각한 자금난에 휩싸여 있나 보군요.”

-50골드면 어느 정도지?

-모르겠다 아직 시세 관념이 없어섴ㅋㅋㅋ

-근데 드좌가 말하는 거 보니까 큰돈은 아닌 듯

-ㅇㅇ 성도 하시스 성에 비하면 조촐하고 ㅇㅅㅇ

“50골드라면 병사들 임금 주기도 빠듯한 돈이죠. 제 세션으로 돌아가서 좀 살펴볼까요?”

-그거 조으다

-일단 수도에 간다고 하지 않음?

-설마 여기도 드천포가?

드레젠은 희게 웃었다.

“이걸 알아보기 위해서 수도에 있는 사람이 필요하죠.”

그는 시청자들과 잡담을 하며 다영의 수련을 바라봤다.

그녀는 한쪽 손에 버클러를 끼고, 다른 한 손엔 아밍 소드를 들고 있었다.

흔히 말하는 검방 전사의 표본이었다.

“지금부터 반사 신경 시험을 해 보겠습니다. 어떻게든 피하시면 됩니다.”

“에? 피, 피하라고요?”

그녀의 목울대가 심하게 꿈틀거렸다.

누구나 폭력에 대한 두려움은 존재한다.

수많은 플레이어가 세이브 더 브락시아에서 고전한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흉악하게 생긴 녀석들이 몽둥이를 휘두르고 괴성을 지르는데, 무섭지 않으면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하이디엔이 뭘 노리는진 몰라도…….’

“꺄아아악-!”

곧바로 수련이 시작되었다.

드레젠은 조용히 팔짱을 끼고 그녀를 바라봤다.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어차피 저 여자도 평범한 사람이었으니까.

“으악! 으아악!”

“으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를 보는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흥미가 점점 번지고 있었다.

드레젠의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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