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6화
46화 - 나 부자 됐어!
#1
브튜브에서 가장 핫한 동영상은 과연 무엇일까?
세이브 더 브락시아가 출시되고 나서는 대부분 브락시아에 대한 영상이었다.
수많은 스트리머들이 동영상을 찍어 올렸고, 브락시아 안에서 다양한 기행들을 찍는 영상도 인기가 많았다.
브락시아는 현실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평소 해 보지 못했던 콘텐츠를 하기 좋은 무대였다.
“일단 진행할 콘텐츠는~ 브튜브 영상 탐방이에요!”
-브락시아 탐방인가?
-클립! 클립을 준비해라!
브튜브에 있는 동영상 중 가장 인기 있는 동영상을 보고, 후기를 말해 주는 콘텐츠.
스트리머 다영이라고 하는 자가 밀고 있는 콘텐츠였다.
그녀가 특별히 모든 스트리머들에게 일일이 허락을 받아낸 콘텐츠였다.
물론 수익의 30%를 떼어주는 조건도 걸었다.
간단히 게임하기 전에 하는 준비 운동이라고나 할까.
새롭게 자극을 받고 활기차게 게임을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와, 이거 뭐지?”
-그거 봤음!
-스포 ㄴㄴㄴ
-함 보세여 ㄹㅇ 지림ㅋㅋㅋ
그녀는 인기 동영상 1위에 올라가 있는 [세계 최초! 와이번과의 비행!]을 클릭했다.
썸네일은 한 남자가 거대한 생명체 위에서 두 손을 펼치고 있는 장면이었다.
그 옆으로 수많은 와이번들의 실루엣이 보였다.
세이브 더 브락시아에서 처음 발견된 몬스터였다.
“드레젠? 요즘 이분이 엄청 핫하시네요.”
-월클임
-ㅇㅈ
-레이드 영상도 있음 보삼
“레이드요?!”
그녀는 바로 밑으로 눈을 굴렸다.
2위에 랭크되어 있는 영상은 [솔로 레이드 도전! 세계 최초 브락시아 레이드!]였다.
조회 수, 좋아요 수는 압도적이었다.
1위에 랭크되어 있는 것은 3천만.
2위에 랭크되어 있는 것은 2.9천만이었다.
“와…… 이런 건 VR로 봐 줘야죠.”
그녀는 홀린 듯이 영상을 클릭했다.
VR 기기를 쓰고 감상하기 시작했다.
깔끔한 자막과 편집 실력이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크아아아아아-!]
“흐아악!”
영상에 나오는 와이번이 포효하자, 그녀는 의자에서 펄쩍 뛰어올랐다.
채팅 창은 순식간에 웃음을 도배가 되었고, 클립을 따는 자들이 생겨났다.
-ㅋㅋㅋㅋ쫄았쥬?
-괜찮아 나도 그랬엌ㅋㅋ 그러니까 클립 따야짘ㅋㅋ
-클립 각이다
-나도 어제 지림ㅋㅋㅋㅋ
“후아…… 후아…… 이분은 이걸 어떻게 올라갔대?!”
인기 동영상 랭크 3위가 바로 와이번을 잡으러 가는 동영상이었다.
그의 엄청난 피지컬에 대한민국 사람들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이 몰려들어 댓글을 달았다.
구독자 역시 순식간에 100만을 넘어, 200만 명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저분 구독자 벌써 140만 명임ㅋㅋㅋㅋ
-근데 ㄹㅇ 그럴 만한데?
-넘사벽이라;;
-근데 회사 소속 아님?
-브락시아 소속 아닌가?
미리 정보를 알고 이득을 취한다는 말이 나왔으나, 세이브 더 브락시아는 정보만 알고 있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었다.
정보력을 커버할 수 있는 엄청난 피지컬.
드레젠은 정보력도 정보력이었지만, 자신의 피지컬로 승부를 보는 타입이었다.
“그런데, 저거 다 알고 있어도 님들 저렇게 할 수 있어요?”
-ㄴㄴ
-저걸 어떻게 햌ㅋㅋㅋ
-몇천 시간 정도 하면 할지도 모르겠네
-뉴비는 못한다~ 이 말이야
“거봐요. 그러니까 욕하지 말고 열심히 배우기나 하세요.”
그녀는 일침을 가하고 다시 영상에 집중했다.
하늘을 날고 있는 와이번과 은하수가 펼쳐져 있는 밤하늘은 예술, 그 자체였다.
달빛을 받아 반사되는 새하얀 비늘을 보며, 입을 쩍 벌렸다.
“와…… 진짜 너무 멋있다.”
-ㅇㅈ 저건 못 따라 하지
-ㅋㅋㅋㅋ 약간 눈을 밟고 올라가라는 거랑 똑같은 거 같은데
-진짴ㅋㅋㅋ 저걸 어떻게 함ㅋㅋㅋㅋ
“와, 진짜 부럽다. 저도 저런 피지컬 가지고 싶어요.”
-응 못함
-응 그없
-ㅋㅋㅋㅋㅋ어림도 없지!
“와씨, 두고 봐요. 저도 와이번 못지않은 몬스터를 테이밍할 테니까!”
다영은 전의를 다졌다.
이는 다른 BJ들도 다르지 않았다.
홀로 하는 레이드나, 와이번을 테이밍하는 것까지.
그야말로 전 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그나저나 프로 데뷔 안 하시려나?”
-저번에 안 하신다고 했음
-ㅇㅇ 방송하는 게 좋다고 해서
-내가 보기엔 쫀 거임ㅋㅋㅋ
-거품 탄로 날까 봐 저러는 각임
부정적인 사람들도 있었고, 아닌 사람들도 있었다.
점점 투기장으로 변해 가는 채팅 창을 보던 그녀가 한마디를 툭 던졌다.
“그런데 이런 플레이를 하는 사람이 거품일까? 지금 아무도 못 하는 거잖아요.”
-킹직히 그건 그렇지
-부러우면 부럽다고 말해라 ;;
-ㅇㅈ 남 잘되는 꼴 못 보는 사람들 왜케 많은지;;
그녀의 한마디는 판을 정리해 버렸다.
전 세계의 그 누구도 홀로 레이드를 깨지 못했고, 그 누구도 와이번을 잡지 못했다.
“만약 거품이라면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 알겠죠. 나 같아도 프로 안하고 방송인 하겠다.”
그녀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250명.
세이브 더 브락시아를 시작하고 늘었지만, 아직도 이 정도였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며 영상을 끝까지 시청했다.
[신청글 남겨 주세요. 제 방송을 다른 방송에서도 언급하는 것은 상관없으니, 자유롭게 관람하셔도 좋습니다.]
자막과 더빙으로 표시한 드레젠의 이벤트!
게다가 요즘 자신에 대한 언급이 잦아지고 있다는 점도 확실히 해 두었다.
다른 스트리머들이 거리낌 없이 자신의 방송을 볼 수 있도록 조치한 것.
다영은 눈을 빛내며 반사적으로 드레젠의 방송국에 들어갔다.
신청 기간은 단 하루!
엄청난 경쟁률이 예상되었기에, 재빨리 신청을 위해 글을 작성했다.
“아오, 진짜 렉 엄청 걸리네.”
-ㅋㅋㅋㅋ지금 드레젠 방송국은 수강 신청하는 것과 비슷하지
-ㄹㅇ 나도 신청하는 데 30분 걸림ㅋㅋㅋㅋ
“그래도 응모 성공했습니다!”
처참할 정도의 서버 상태를 뚫고 응모에 성공했다.
그녀의 번호는 무려 3,123,229번째.
삼백만 명이 넘게 신청한 것에, 그녀는 물론이고 시청자들도 입을 떡 벌렸다.
“와…… 완전 미쳤네. 아이구 죄송합니다. 험한 말이 나와 버려서.”
-ㅋㅋㅋㅋ지렸;;
-경쟁률 320만 대 1 실화야?
-ㅋㅋㅋㅋㅋ미쳤눜ㅋㅋㅋ
-복권보다 어렵겠다 ㄹㅇ
각자의 사정이 담긴 글들이 무려 300만 개가 넘었다.
역대 최고의 이벤트였다.
그들의 사정은 각자 달랐지만, 딱 하나의 공통된 목적이 있었다.
‘드레젠의 실력을 직접 보고 싶다!’
전 세계적으로 최고의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자의 실력을 직접 체험해 보고 싶었다.
“어…… 일단 얼른 게임할게요. 지금 어디까지 했더라?”
-님 코볼트 잡다가 종료됐잖슴
-ㅋㅋㅋㅋ 코볼트 다섯 마리 하루 온종일 잡았지
-어휴 맵다 매워!
“이이익…… 오늘은 반드시 잡을 겁니다! 제가 밤새 브튜브로 공부도 많이 해 왔다고요!”
그녀는 청량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녔다.
조금씩 시청자가 늘어나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했다.
마음속으론 자신이 당첨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2
“음…… 이거 실환가?”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집에 도착해 확인해 본 조회 수.
3천만을 넘어 4천만이 되어 가는 동영상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와이번과의 비행이 이렇게 인기가 많을 줄은 몰랐다.
레이드야 그렇다 쳐도, 단순한 비행 영상이 이렇게 높을 줄이야.
“어디…….”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과연 이 반지하를 벗어날 수 있을까?
번듯한 집 한 채, 차 한 대를 가질 수 있을까?
빚은 완벽하게 갚을 수 있을까?
“와…… 일일 조회 수가 거의 1억이네?”
영상 서너 개를 편집해서 올렸을 뿐인데, 감당이 안 되는 숫자가 훅 다가왔다.
브튜브 조회 수 1억!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닌 조회 수일 수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너무 크게 다가왔으니까.
그 엄청난 숫자의 폭력 앞에서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조심스럽게 수익 창출 계산을 해 봤다.
브튜브의 수익 창출 조건은 총 영상 시청 시간 4,000시간 이상, 혹은 구독자 1,000명 이상이었다.
“이 조건은 이미 옛날에 넘겼으니까…….”
10만 명 이상이면 실버 버튼, 100만 명 이상이면 골드 버튼!
1,000만 명 이상이면 다이아 버튼을 준다.
채널을 개설한 지 이제 일주일도 안 됐는데, 약 150만 명 정도 되는 구독자들이 생겼다.
“와…… 나 진짜 부자 됐네?”
예상 일 수입은 약 3천만 원.
시작, 그리고 끝에 광고를 하나씩 넣어 뒀으니 광고 수입과 조회 수 수입까지 합치면 어마어마해졌다.
월 수익은…….
“말이 안 나온다.”
예상 월수입 약 10억.
헛웃음이 나왔다.
세이브 더 브락시아 방송 5일 차.
그리고 영상 몇 개.
그걸로 빚을 갚고도 남을 정도의 거금을 벌었다.
“이거, 하이디엔에게 무릎 꿇고 절해야 하는 거 아니야?”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브튜브뿐만이 아니라 방송 수익도 만만치 않았다.
이젠 이 돈을 어떻게 관리하고, 주변에 있는 승냥이들을 어떻게 견제할까를 생각해야지.
일단 그쪽과는 완전히 손절할 수 있겠는데.
-하이디엔, 우리 언제 만나기로 했지?
문득 그녀가 생각나서 연락을 해 봤다.
아마도 프로 리그 준비로 상당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테지.
굴지의 대기업들, 그리고 외국 기업들까지 나서서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이니까.
-전 언제든 괜찮아요! 지금 찾아갈까요?
-시간 있으면 잠깐 보자.
-알겠습니다. 방송에 지장 없도록 하겠습니다.
거 대표란 사람이 너무 저자세라 가끔 적응이 안 된단 말이지.
엘프에 관한 것들도 물어볼 겸,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어머니도 슬슬 깨워야 할 때가 되었으니까.
-요 앞의 커피숍에서 보자.
-네!
톡을 마치고, 외투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아, 그 전에 공지 하나만 남겨야겠네.
휴대폰을 들어 방송국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로딩이 너무 길어졌다.
음…… 왜 그런 걸까?
“설마 이벤트 때문에 그런 건 아니겠지?”
휴대폰을 쥔 채로 거리를 거닐었다.
이젠 제법 쌀쌀한 날씨가 되었다.
마나 결핍증이 있을 때는 겨울바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을 몰고 왔었다.
찬바람을 맞으면 활동 가능 시간이 확 줄어 버렸거든.
“아, 시원하다.”
늦은 가을 하늘을 밖에서 바라본 적이 얼마 만인지.
두 발로 직접 걸어가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좋았다.
손끝으로 살랑살랑 빠져나가는 바람의 감촉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니었다.
“강일 님!”
저 멀리서 하이디엔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늘씬한 다리를 쭉쭉 뻗어 다가왔다.
“연예인인 줄 알겠다.”
“인지 방해 마법을 펼쳐도 불안하거든요. 아, 그거 보셨어요?”
“뭘?”
그녀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리 띄워 놓은 태블릿을 내게 건네면서.
“이번에 이벤트하시는 거, 벌써 500만이 신청했어요.”
“엉?”
그건 또 무슨 소리야?
5만 명도 아니고, 500만?
그녀의 말을 듣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문득 생각이 나서 휴대폰을 들었다.
로딩이 끝난 방송국이 보였다.
메인 페이지에는 최신 글과, 번호가 나와 있었다.
[5,003,231 - 이벤트 신청합니다!]
“이거 실화냐?”
내 생각보다 일이 훨씬 커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