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41화 (42/279)

제 41화

41화 - 고만 좀 괴롭혀

#1

[마장군 - 헤시라둔 침묵!]

[레이드가 종료되었습니다.]

[보상 분배 중입니다.]

“후우-. 이제 끝났군요.”

-무슨 드래곤볼식 배틀인 줄ㅋㅋㅋ

-차칸 사람 눈에만 보인다~ 이 말이얔ㅋㅋㅋ

-엌ㅋㅋ 우린 다 내쁜 새럼이냨ㅋㅋ

채팅 창이 미친 듯이 올라갔다.

당연히 분배는 드레젠 100%이지 않을까?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세이브 더 브락시아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드레젠 : 80%]

[아시르 : 10%]

[에켄 : 2%]

[소오르 : 2%]

[…….]

-않이?!

-쟤네들도 포함이여?

-어닠ㅋㅋㅋ이게 무슨 일이여!

“마탑주가 아니었다면 이길 수 없었을 겁니다. 적과의 격차까지 알아 버렸으니 원.”

드레젠은 마나의 힘을 견디지 못한 검을 바라봤다.

검신의 끝이 쩍쩍 갈라졌다.

부러진 검이라고 못 쓸 건 아니지만, 차라리 녹여서 새로운 검을 만드는 편이 나았다.

검을 늘어뜨리고, 서서히 사라지는 헤시라둔을 바라봤다.

“미안하게 됐군.”

그는 착잡한 표정으로 조의를 표하고 있는 얼터 경에게 다가가 말했다.

눈을 감고 있던 충신은 고개를 들어 입을 열었다.

덤덤한 목소리였다.

“응당 받아야 할 처분을 받은 거요. 무슨 생각을 품으셨든, 베스티안 백작가에 타협이란 없소.”

“그렇게 생각한다면 다행이지만…… 현 가주도 그럴까?”

“현명한 판단을 하리라 믿소. 적어도 본인은.”

충의와 믿음을 부어 만들어진 눈동자는 떨리지 않았다.

그 올곧음에 드레젠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장내는 어수선했다.

갑작스러운 데스 나이트의 등장은, 대륙을 뒤흔들 정도로 거대한 사건이었으니까.

“고생했네. 자네를 황실에 추천하고 싶군.”

“사양하겠습니다. 전 소소하게 살 겁니다.”

아시르는 입맛을 다셨다.

내심 이런 곳에 드레젠 같은 이가 굳건하게 버티고 있다면 안전하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을 했다.

마탑주는 욕심부리지 않았다.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것.

드레젠이 과거에 그와 두터운 친분을 쌓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럼 본격적으로 인계를 해야 하는데…… 얼터 공이 수고를 해 줘야겠군.”

“알겠습니다.”

“드레젠이라고 하였나? 혹시 자네의 시간을 좀 빼앗아도 될까?”

“그러십쇼. 빚진 것도 있으니.”

-그나저나 보상은 뭐임?

-보상은?!

-알람이 없으니 보상도 안 보이눜ㅋㅋㅋ

-보사아아아앙!

채팅 창에선 시시콜콜한 인간관계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드레젠이 얻은 보상.

과연 레이드를 깼을 때 들어온 보상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뿐이었다.

드레젠은 시체가 되어 버린 헤시라둔을 바라봤다.

“저건 자네가 가지게. 갑옷을 녹이면 쓸 만한 무구들을 만들 수 있겠지. 또…….”

“제일 중요한 건 이거겠죠.”

깨어진 갑옷 사이로 흘러나오는 하얀 빛.

드레젠은 그것을 꺼내 들었다.

야구공만 한 크기의 보석이었다.

검고, 흰 마나를 끊임없이 방출하고 있는 오묘한 물건.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메탈 하트 - 어둠 속성]

[인체 개조의 산물. 흑마법의 영향을 받았다.]

[데스 나이트 제조] [신체 강화] [??] [??]

“그 총명하던 아이가……. 안타깝군.”

아시르가 고개를 저었다.

카이렌 베스티안의 후계자의 비사는 입소문을 타고 흘러가겠지.

백작가에 대한 신뢰 역시 수직 하락할 것이다.

어쩌면 황제가 직접 행차할 수도 있었다.

“이건…… 공방으로 옮기도록 하고 내성으로 가시죠.”

“뒷정리는 마탑 사람들이 해 줄 걸세. 내가 힘 좀 써 주지.”

“감사합니다.”

드레젠은 마탑이 조금이라도 이득을 취할 수 있게 배려했다.

그 혼자 모든 것을 처리하기엔 시간이 아까웠다.

얻는 것이 있으면 주는 것이 있어야 한다.

인간관계를 맺는 가장 기본적인 법칙이었다.

#2

하시스 성의 내성.

일을 끝마친 나는 마탑주와 마주 보고 있었다.

평범한 노인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역발산기개세는 마을 하나를 통째로 날려 버릴 수 있는 수준이다.

인품이 성인(聖人)에 가까운 인물이었기에, 힘에 취하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하시스 성은 소용돌이의 중심이 될 걸세.”

“저도 알고 있습니다. 주변 정리는 꽤 오래 걸리겠지요.”

“확실한 신분도 필요하겠지.”

역시 마탑주랄까.

나에 대한 호의를 보여 줌과 동시에 마탑의 세력을 넓히려는 중인 것 같은데.

간단한 수.

하지만 그 효과는 백작가 전체를 뒤흔들 것이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시르 할아버지라면 믿을 수 있었으니까.

“그렇겠죠. 도와주시려고 그러십니까?”

“못할 것은 없지.”

“그럼 마탑 지부를 허가하겠습니다.”

“……제법 수를 읽을 줄 아는군.”

아주 기초적인 수인데 뭐.

복잡한 것은 싫어하기 때문에 수틀리면 검부터 들었었다.

도시나 요새가 통째로 날아가면 다들 말을 듣더라고.

지금이야 그런 미친 짓을 하고 싶진 않았지만.

“기본적인 거죠. 일단 주변에서 어지간히도 괴롭히겠군요.”

“허허, 그렇게 소박한 삶을 꿈꾸는 이가 어찌 그렇게 날뛰었는가.”

“힘이 없으면, 소박한 것이 아니라 찌든 삶이죠. 제가 원하는 소박한 삶이랑은 거리가 멉니다.”

휘둘리고, 억압받고, 항상 누군가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야 한다.

먹을 것을 구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했고, 농사라도 지으려고 한다면 그건 노동이었다.

소소하게 텃밭을 꾸리며 산다?

그것도 다 자본이 있어야 하고, 치안이 좋은 상황이어야만 한다.

소소한 삶은 말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다.

“관점이 확고하군. 그래서 더 마음에 들어. 그런데…… 그 힘은 어디서 얻은 건가?”

“그건 노코멘트하겠습니다. 궁금하시면 오백…… 아니 가까이서 지켜보시면 되겠죠.”

-ㅋㅋㅋㅋㅋㅋㅋ

-드립 본능 보솤ㅋㅋㅋㅋ

-이게 막 습관처럼 막 나온다 이 말이얔ㅋㅋㅋ

이미 시청자들의 드립으로 물들어 가는 것 같은데.

이런 사소한 변화도 즐거웠다.

예전엔 퍽퍽한 말들과 건조한 표정으로만 사람을 만났으니까.

과거의 사람들이 지금 날 봤다면 물러졌다고 한 소리 했을 거다.

“일단 주변에 있는 것들부터 치워야겠군요.”

“도움을 줄까?”

“됐습니다. 비즈니스는 나중에 하죠. 저도 이 성을 장악해야 하니까.”

아시르 할아버지가 일어섰다.

그의 마법 경지는 8서클.

지금으로부터 10년 후에는 9서클에 올라선다.

수십 년간 답보 상태에 있었던 그의 경지를 끌어올리는 비법을 알긴 한다.

그렇지만…… 좀 과격한 방법이라.

“그럼 이 노인네는 슬슬 일어서겠네. 당분간 이곳에서 연구하고 싶은데, 배려를 받아도 되겠나?”

“안 그래도 부탁하고 싶었던 일입니다. 저도 조사할 것들이 있거든요. 성의 지하로 가 보시죠.”

지하로 내려가면 탈리야가 미처 수습하지 못했던 실험체들이 있을 것이다.

성의 병사들 역시 실험체들이 몇 있겠지.

흠…… 당분간은 암살도 걱정해야겠는데.

‘뭣하면 다 쓸어버리지 뭐.’

뿌리는 그때그때 뽑는 것이 좋거든.

그나저나 이 핵은 어디다 쓸까…….

“핵을 어디다 쓸지 고민을 해 봐야겠군요.”

“마탑에 파는 것은 어떤가. 후하게 값을 매겨 주겠네.”

데스 나이트의 핵, 통칭 어둠의 핵은 꽤 좋은 연구 자료일 터.

생각 같아서는 마탑에 넘겨 짭짤한 이득을 보고 싶지만, 필요한 곳이 있었다.

내가 머물고 있는 땅을 지켜 줄 수호신을 만들어야 하거든.

“연금술의 재료로 쓸 겁니다. 단신으로 험한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제 한 몸은 지켜야죠.”

“연금술에도 조예가 있는 줄은 몰랐군.”

“보잘것없는 수준입니다.”

-에이

?? : 보잘것없지만 골렘 정돈 만들 수 있습니다.

?? : 보잘것없지만 요새 하나는 지킬 수 있죸ㅋㅋㅋ

시청자들이 이제 안 믿네.

하긴, 이미지가 이렇게 구축되었고 이미 공략을 전부 알고 있다는 설정이 가미되었으니까.

이미지가 한번 구축된 이상, 드레젠은 정말로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캐릭터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편하다.

내가 아무렇게나 해도 그게 공략이 되어 버리니까.

“여기에서 음습한 기운이 느껴지는군. 문 너머로도 알 수 있겠어.”

“들어가시죠.”

나와 마탑주는 지하로 내려가, 거대한 철문을 발견했다.

며칠 전, 탈리야가 올라왔던 방향과 일치했다.

흠, 안쪽엔 분명히 실험체들이 있을 텐데.

혹여 보기 껄끄러운 장면이 있을 수 있다.

“안에 들어가서 부적절한 장면이 있으면 모자이크 걸겠습니다.”

-앗, 아아……

-안 대ㅜㅜ

-엌ㅋㅋㅋㅋ 근데 그렇게 보는 게 더 징그러울 수 있음ㅋㅋㅋㅋ

-ㅋㅋㅋㅋ꿈에 나옴

-으;; 징그러운 거 싫은데

시끄러운 경첩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퀴퀴한 냄새와 전혀 다른 공기가 코를 자극했다.

마치 치과에서 나는 냄새와 비슷한 향이었다.

천천히 안으로 들어서자, 인체 공학자들의 실험실이 드러났다.

“허어…… 이런 실험을 하고 있던 건가?”

“생각보다 양이 꽤 되는군요.”

거대한 수조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과 동물들.

그들에게서는 모두 흑마법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일단 소소한 팁 하나 더 풀까?

“흑마법의 흔적을 발견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이렇게 추적 스킬을 펼쳤을 때, 검은색 마나가 탐지되면 흑마법의 영향을 받은 겁니다.”

스킬로 바라본 시야에는 온통 검은 마나로 도배가 되었다.

특히 수조 안에 있는 자들의 심장, 뇌 부근에 검은 마나가 다량으로 뭉쳐 있었다.

이런 광경이 뜻하는 바는, 이들 역시 모두 인체 개조에 데스 나이트나 강화 병사로서 실험을 거쳤다는 것.

대체 여기서 왜 이런 실험을 하고 있었을까?

“조금 더 안쪽으로 가 보세.”

“그러죠.”

당장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으니 안쪽으로 진입하기로 했다.

그런데 왠지 불안한데?

“흠…… 영화나 게임에서 보면 보통 이런 곳에서 문이 닫히고 이놈들이 모조리 깨어나는 장면이 꼭 나오죠.”

-또또또

-으아아아아 파조동 금지!

-경보, 12등급 파조동이 감지되었습니다!

뭐, 지금은 그럴 일이 없지만.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탈리야가 남겨 놓은 듯한 일지가 보였다.

역시 공학자들은 이래서 편해.

뭐든지 기록하고 남겨 두는 습관이 있거든.

“어디…….”

“연구 일지로군. 이곳에서 뭘 하려던 건지.”

그녀가 남긴 연구 일지를 천천히 훑어봤다.

그리고 꽤나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XX년 XX일 : 베스티안 백작 가문을 회유하는 데 성공했다.]

[XX년 XX일 : 실험체들이 순조롭게 들어온다.]

[XX년 XX일 : 주변에 있던 몬스터와 실험체들을 붙여 봤는데, 결과는 실패했다.]

[XX년 XX일 : 실험체 중 한 명이 모자란다. 어디서 구하지?]

“흠…… 역시 그 공터는 우리를 실험에 쓰기 위해 짠 판이로군요.”

-홀리쓋

-와씨;; 소름

-그럼 처음부터 다 죽이려고 보냈던 거임?

-몬스터도 그럼 조종했겠네;;

흐음, 이거 생각보다 더 복잡하겠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만 좀 괴롭혔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어쩔 수 없죠. 죄다 치워 버리는 수밖에.”

어차피 저쪽에서 먼저 건든 거니까, 소소한 힐링 라이프를 위해 치워 버리는 것 정도는 괜찮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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