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0화
40화 - 헤시라둔 레이드
#1
“지금이다, 마법을 퍼부어라!”
“가까이 있는 교단에 연락하겠습니다.”
드레젠이 마나의 유동을 느끼고 거리를 벌렸다.
헤시라둔을 향한 형형색색의 공격 마법이 쏟아졌다.
평범한 파이어볼부터, 고위력 마법까지.
[쿠오어어어-!]
헤시라둔의 비명에 두려움을 느낀 이들이 생겨났다.
과거, 드레젠이 가장 싫어했던 능력 중 하나였다.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검을 한번 휘둘렀다.
공포감을 자극시켜 이지를 상실하게 만드는 기술을 파훼하기 위함이었다.
“이 보스는 CC기도 쓰니까, 조심하셔야 합니다.”
-지금 쓴 거 같은데
-그래서 무슨 효과가 있음?
-어, 방금 검 휘두른 게 뭐 한 거 아님?
드레젠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청자들에게 설명해 주는 것도 스트리머로서 해야 할 일이었으니까.
헤시라둔이 사용하는 기술에 대해 기억나는 대로 말해 주었다.
“헤시라둔은 포효에 마나를 담아서 주변에 있는 자의 지배권을 빼앗습니다. 마나 적응력, 혹은 정신 방벽 스킬이 낮으면 걸립니다.”
-지금 드센세 정신 방벽 스킬 있음?
-없는 걸로 아는데
-잉 그럼 어떻게 된 거지?
“마나 컨트롤이 된다면, 적의 광역 CC기를 무력화시킬 수 있습니다. 방금 전처럼요.”
-?
-??
-뭐옄ㅋㅋㅋㅋ
-어케 했눜ㅋㅋㅋㅋ
마나로 정신을 뒤흔드는 것은, 결국 마나가 몸속에 침투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 마나를 중간에 잘라 낸다면, 광역 마법도 차단할 수 있다는 원리.
간단한 원리였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드레젠은 몸을 날려 다시 한 번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이때는 절호의 공격 찬스이기도 합니다?”
[쿠오오오오오-!]
콰앙!
묵빛 폭발이 일어났다.
이제 막 공격을 성공시키려던 찰나, 어마어마한 반탄력으로 튕겨 나갔다.
그 모습이 꽤나 우스꽝스러웠다.
삑사리가 제대로 났다.
-엌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삑사맄ㅋㅋㅋㅋㅋ
-다 아는 드레젠 어디 갔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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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몽…….]
“2페이즈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네요. 저게 바로 데스 나이트의 마지막 화염입니다.”
허리를 튕겨 자세를 잡은 드레젠이 히죽 웃었다.
데스 나이트는 한정된 생명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생명을 유지하는 방법은 두 가지.
흑마법사로부터 마법을 공급받거나, 주변에 있는 사기를 빨아들이는 것.
“데스 나이트는 살아 있는 사람들의 영혼을 제물로 자신의 생명을 연장해야 합니다. 그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저렇게 마지막 화염을 태우죠.”
2페이즈, 마지막 영혼을 불태우는 데스 나이트는 공격력, 방어력, 스피드, 순간적인 마나 폭발력이 1.5배에서 2배 정도는 증가했다.
말이 두 배지, 그 체감은 상당히 적응하기 힘든 속도였다.
가상 현실이 처음인 유저들은 더더욱 따라잡기가 힘들 것이다.
[크어어어어-!]
이 상태의 데스 나이트는, 그야말로 파괴의 화신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뭐든지 파괴하려고 했으니까.
붉은 안광을 뿜어내며 헤시라둔은 드레젠을 목표로 잡았다.
마나의 길이 그의 앞에 만들어졌다.
그걸 타고 한달음에 다가온 헤시라둔이 어느새 드레젠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순간 이동 하네;;
-않이 저걸 어떻게 피하라곸ㅋㅋㅋ
-사악하다 사악해
-진짜 난이도 괴랄하네
시청자들의 눈엔 순간 이동 한 것으로 보였다.
실제 실력이 떨어지는 이들 역시 갑자기 사라졌다 등장한 것으로 보였다.
콰아아앙-!
단순히 검을 한번 찍었을 뿐인데, 화산이 폭발하듯 땅거죽이 뒤집혔다.
드레젠은 가볍게 몸을 날려 피했다.
“눈으로 좇기가 힘들다면 마나를 느껴 보세요. 보통 이런 적들은 마나의 길을 먼저 닦아 놓습니다.”
-마음의 눈으로 봐라
-?? : 어디로 가야 하오
-직접 해 보지 않고선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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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 한 방 만에 주님 곁으로 갈 수 있음]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반응 속도와 동체 시력이 따라갈 수 있는 속도가 아니었다.
헤시라둔은 연신 공격을 날렸다.
이제는 근접해서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흑마법으로 변질된 마나를 폭격하고 있었다.
[보호하라-!]
그 순간, 마탑주의 마법이 발동되었다.
데스 나이트는 기본적으로 마법 저항력이 높았다.
물론 마탑주 정도 되는 마법사라면 유효타를 먹이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는 내심 드레젠이라는 청년의 실력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는 두 가지의 마법을 한꺼번에 펼쳐, 경기장을 보호하고 드레젠에게 실드를 걸어 주었다.
“이제 제대로 날뛰어 보게.”
공격의 여파가 마나 장벽을 두들겼다.
거대한 돔 형태의 실드로 덮여 있는 경기장 전체가 흔들렸다.
마탑주는 또다시 지팡이를 휘둘렀다.
흑마법의 위력을 반감시키는 마법 장막을 펼쳤다.
[크으으아아아-!]
헤시라둔의 몸에서 백색의 전류가 뿜어져 나왔다.
그의 힘을 증폭시키는 것이 아닌, 억류하는 전류였다.
드레젠은 한층 더 강화된 버프를 받고는 일격을 준비했다.
이번엔 완벽하게 두 동강을 내 버릴 생각이었으니까.
“일격으로 끝내겠습니다.”
그의 끝은 페베스 검술이었다.
수많은 검술을 배웠지만 그만큼 완성도 높고, 다양한 응용력을 가진 검술은 겪지 못했다.
그렇기에 드레젠은 페베스 검술에 다양한 묘리를 섞어 사용하는 것을 좋아했다.
“지금 상태로는 딱 한 발만 가능하겠네요.”
막강한 일격엔 많은 마나가 필요했다.
브락시아에선 힘은 곧 마나였으니까.
아무리 버프를 받았더라도 드레젠이 펑펑 쓰던 마나의 발끝도 따라오지 못했다.
아직 갈 길이 너무 멀었다.
-필살기 가즈아-!
-무협지처럼 막 검기 쏴 주세요!
-바람의 상처 날려 주세요!
시청자들은 화려한 것을 좋아했다.
요즘 휴대폰 게임도 화려함을 내세워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 않은가.
보는 사람으로서는 화려한 것, 멋있는 연출이 최고일 수밖에.
“마나를 직접 날려도 좋지만, 보스를 상대할 땐 직접 타격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빠르게, 그리고 최고로 강하게 한 방 먹이는 것이 최고죠.”
보스를 상대할 때 그렇게 멋 부렸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지기 십상이었다.
수많은 인재들이 겉멋에 취해, 화려함을 중시하는 검술을 익혀 왔다.
마나를 펑펑 날려 대고 광범위한 공격을 퍼붓는 마나 운용법이 유행을 탔었다.
하지만 그것은 한 드래곤이 나타나고 나서부터 완전히 사장되었다.
‘지금 시대에서는 아직 그런 전투 방식이 유행이겠지.’
순수하게 마나를 이용해 전투하는 방식의 시대.
화려함과 눈속임이 주를 이루는 전투가 선호되는 때였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크리스 스카이워커가, 그리고 훗날 드레젠이 모두 뒤집어엎어 버렸다.
단순한 초식.
그 위에 압도적인 마나의 응집력과 끝없이 단련한 피지컬이 더해졌다.
“여러분, 기억해 두세요. 강자를 상대할 땐, 검이 쓸데없이 움직여선 안 됩니다.”
-맞말추
-마! 메모해라!
-이건 돈 주고도 못 배운닼ㅋㅋㅋ
-실제 싸울 때 촐싹거리면 한 대 맞고 골로 가짘ㅋㅋㅋ
간결하고 파괴적인 것.
전투에선 그걸 이길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드레젠은 마나를 모았다.
그의 일격은 단순했다.
“그리고, 전 찌르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페베스 검술에서도 찌르는 식이 존재했다.
마나의 힘까지 덧씌워, 원거리에서 일점을 요격할 수 있는 초식이었다.
그걸 더욱 응용해서, 다양한 실험을 거쳤었다.
“페베스 검술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서로 다른 속성의 융합이 용이하다는 겁니다.”
크리스가 그랜드 소드 마스터로 불렸었던 큰 이유 중 하나였다.
다양한 마나 운용이 가능하고, 변화무쌍하며 틀에 박혀 있지 않는다.
그 말은, 쓰는 사람마다 검의 형, 마나의 발현 상태가 다르다는 뜻이었다.
쓰는 사람마다 검이 다르니, 당연히 특별한 파훼법도 없었다.
-우리, 그림자 기사단의 극의는 일격에 치명상을 입히는 것도 있지만, 회복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소.
“압축-.”
마법과 사제의 등장 이후, 전투의 양상은 더욱 길어졌고, 사망자가 현격하게 줄었다.
아무리 큰 부상을 입어도 절명하지 않는다면 어떻게든 목숨을 건질 수 있었고, 복수에 복수를 낳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림자 기사단은 그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특별한 힘을 휘두르며 세상의 병균 같은 자들을 처단했다.
“발현.”
드레젠은 마나를 압축하고, 혼돈의 힘을 불어 넣었다.
일정 시간 동안 절대 회복할 수 없게 만드는 끔찍한 힘.
게다가 마나로 발현한 실드 마법 역시 어느 정도 관통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마나를 사용하는 자들의 천적과도 같은 힘이었다.
[우오오오오-!]
검푸른 불꽃을 휘날리며 검기를 날리는 헤시라둔.
한 손으로 날리는 참격이었지만, 실드가 쿵쿵 흔들릴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드레젠은 절대 레이드를 길게 끌 생각이 없었다.
뭐든지 적당한 것이 좋으니까.
“여러분, 그림자 기사단의 힘은 치유를 억누르는 성질이 있습니다. 나중에 꼭 얻어 두세요.”
-정보가 마렵습니다 센세ㅜㅜ
-쓰앵님 어서 공략을 주십시오!
-이제 다음 달에 바로 캡슐 주문 갑니드아ㅏ!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손발이 떨리고, 눈이 핑- 돌았다.
그래도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있는 만큼, 실제 마나 고갈 현상처럼 기절하거나, 구토를 유발하진 않았다.
‘찌릿찌릿하네.’
자신도 모르게, 드레젠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가 있었다.
시청자들이 뭐라고 떠들건 상관없었다.
‘이 일격으로 죽인다.’
명백한 살의와 의지가 드레젠의 뇌를 지배하고 있었다.
흔히 야구에서, 타자는 공의 실밥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초당 몇십, 몇백 회로 회전하는 공의 실밥을 본다?
‘영역에 발을 들였군.’
드레젠을 보조하던 마탑주가 눈을 빛냈다.
일류를 초월한 무인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영역.
모든 것의 시간이 느려지는, 마탑주 자신 역시 극도의 집중력을 펼쳐야만 가능한 곳에 들어간 것이 보였다.
“저런 상태에선, 질 수가 없지.”
그 역시 수염에 반쯤 가려진 입매를 끌어 올렸다.
이거야, 그 옛날 홀연히 모습을 감춘 초대 스카이워커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답보되어 있던 검술에, 새로운 길을 제시했던 그 순간.
이젠 신화가 되어 버린 그의 일화가 머릿속에 줄줄이 생각났다.
“허허허허.”
“왜 그러십니까?”
“자알 봐 두게. 이제 이곳 하시스 성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테니까.”
이곳은 베스티안 백작가의 강력한 주장으로 인해 마탑 지부가 없었다.
하지만 이젠 달라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드레젠이 일격을 내질렀다.
#2
밀리 세컨드.
혹은 밀리 초.
1초를 천 개로 쪼갠 것 중 하나.
지금 드레젠은 그 시간 안에 있었다.
호흡의 과정, 마나의 흐름, 공기가 생성되고, 다시 소멸하는 순간.
바람이 살갗에 닿았다, 미끄러져 가는 느낌 하나하나.
‘보인다.’
입술을 꿈틀거리지도 못할 시간에, 그는 모든 생각을 마쳤다.
뇌가 최대로 가속했고, 육체의 기어가 최대로 발휘되었다.
미친 듯이 엔진음을 뿜어 대는 슈퍼카처럼, 드레젠의 육체 내부에서도 어마어마한 폭발음이 들렸다.
‘최고다-!’
수많은 시간 동안 억압되었던 답답함은 끝없는 갈증이 되었다.
그는 모순된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거나 거부하지 않았다.
현실에서의 갈증을 해결해 주는 것은, 오직 브락시아에서의 전투였으니까.
[으오오오오-!]
녀석의 패턴은 변하지 않았다.
이번엔 왼발을 찍는 순간이 아니라, 왼발을 드는 순간 드레젠의 검이 뻗어 나갔다.
퍼억-!
회백색의 광선이 헤시라둔의 가슴을 꿰뚫었고, 검은색 폴리곤이 무너진 댐에서 터지는 물처럼 쏟아졌다.
[끄어어어어어어-!]
-뭐여;;
-님들 보임?
-뭐 어떻게 한 거임ㅋㅋㅋㅋㅋ
-뭐지, 드래곤볼인가;;
시청자들은 보이지 않았던 드레젠의 일격에 연신 키보드를 두들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