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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36화 (37/279)

제 36화

36화 - 크리스의 잠재력

#1

팀 파이트가 시작되었다.

관객의 환호, 전장의 열기, 그리고 넘쳐흐르는 힘.

이 세 가지 요소는 사람의 아드레날린을 뿜어내기에 충분한 것들이었다.

카이렌은 진형의 뒤쪽에서 달려 나갔다.

강화된 병사의 힘을 시험해 보고 싶다는 심리가 강했다.

“일단 한 놈.”

그사이에 드레젠은 자신 앞에 끌려온 병사를 무참히 베어 버렸다.

벌레 강타를 쓸 것도 아니었다.

강화된 병사들은 침착하게 드레젠의 검격을 받아넘기려고 했다.

반사적으로 검을 들어 올렸지만, 지금 드레젠은 버프를 무지막지하게 받고 있었다.

콰드드득-!

“커흑!”

대검은 정직한 직선을 그었다.

문제는 그 직선이 무엇도 막을 수 없는 직선이라는 것.

단 한 번의 휘두름으로 상대를 전투 불가로 만들어 버린 드레젠이 선두로 달렸다.

그는 튀어 나가면서, 용병으로 참가한 이들에게 말했다.

“멀쩡하게 살고 싶으면 엄호 잘해라.”

“알았다고. 형씨.”

용병들은 실력과 신뢰로 말한다.

한 번에 갑옷을 입은 레인저를 제압한 드레젠의 실력을 바로 알아봤다.

대검을 한번 휘둘러 갑옷까지 분쇄한 근력.

마나를 사용할 줄 알거나 타고난 근력이 장사이거나.

‘믿을 수 있겠군!’

돈에 혹해서 참가하긴 했지만, 반신반의했었다.

영광을 거머쥘 기회인지, 인생을 끝낼 함정인지 구분하기 어려웠었다.

하지만 지금 일말의 희망이 보였다!

“레인저 놈들,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불구가 되어서 경기장 밖으로 소환된 레인저 한 명을 바라보며, 용병들은 고소를 머금었다.

성주의 병력이라고 불안에 떨었는데, 든든한 믿음이 생겼다.

용병들은 저마다의 기술로 성주의 병력들을 몰아붙였다.

“이거나 먹어라!”

용병 하나가 단검을 날렸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단검은 마나를 담고 있었다.

태앵- 하는 소리와 함께 공중으로 치솟았지만, 아무렇게나 튀는 단검은 그것만으로 훌륭한 흉기였다.

기사들이 산개하고, 레인저들이 활을 들었다.

“저 꼬마부터 노려라.”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빛의 영광을 가진 꼬마.

카이렌의 명령에, 흑마술의 영향을 받아 조금은 탁한 목소리를 내는 레인저 하나가 답했다.

그는 몇 년 전 전투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은 레인저 대원이었다.

탈리야가 실험체로 사용했고, 이번 영광의 전당에서 다시 한 번 검을 들었다.

일반 레인저보다 더 강하고, 더 빨랐다.

“너는 내가 죽인다.”

용병들을 제치고, 가장 안쪽에 있는 크리스를 향해 달려드는 레인저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다른 기사들과 레인저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콰앙-!

마법이 용병들이 있는 자리에 떨어졌다.

“이 새끼들, 마법 실력은 약해!”

“내가 마법사 한 명을 맡지!”

“너희들은, 어디에도 가지 못한다.”

그 순간, 반대편에 있었던 기사가 순식간에 다가왔다.

마나 운용을 이용한 스텝이었다.

용병은 갑자기 시야를 가리는 갑옷에, 식겁하며 물러났다.

인식은 저 멀리 물러났다고 생각했지만, 아찔한 고통과 함께 정신을 잃고 말았다.

콰앙-!

방패를 휘둘러 도망가는 먹잇감을 잡아채듯 용병 하나를 아웃시킨 기사.

“제국 방패술?”

“알아보는 이가 있군.”

“……당신이 조커로군.”

카이렌은 다른 용병들부터 정리하기로 했다.

반쯤 불구로 만들어 놓으면 드레젠을 사냥하기가 훨씬 쉬워질 테니까.

그 와중에 마법사 한 명이 아웃되었지만 상관없었다.

플레이트 갑옷과 방패술을 주특기로 삼는 기사, 얼터 경이 있다면.

“그를 맡으시오. 얼터.”

“명을 받들겠습니다.”

얼터이츠 베스티안.

베스티안 가문의 성을 받은 기사로, 제국 기사단에 소속되어 있다가 다시 가문으로 귀환한 인물이었다.

가문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으로 제국 기사단의 명예를 뒤로한 자.

뭇 기사들의 귀감이 되고 있는 기사 중 한 명이기도 했다.

-워매 개 세 보이는데

-완전 중세판 땅크네;;

-저거 뚫을 수 있나?

얼터는 드레젠의 기세를 살폈다.

기사의 눈으로 본 드레젠은 꽤 강했다.

어디서 이런 자가 튀어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강력한 기세를 풍겼다.

하지만.

“백작가의 방패는 쓰러지지 않는다.”

“어디 버틸 수 있으면 버텨 봐.”

드레젠은 희게 웃으며 검을 휘둘렀다.

마나를 있는 대로 때려 넣고, 사라미스식 검술을 펼쳤다.

공기가 찢어발겨지는 소리가 났다.

소형 비행기 엔진이 울듯, 검에서 괴상한 소리가 났다.

얼터는 방패를 들었다.

‘기괴한 검술을-.’

오직 파괴만을 중시하는 검술은 흘리면 그만이었다.

몬스터와 숱한 싸움을 해 봤던 얼터였다.

이보다 더 위력적인 공격을 쏟아 내는 몬스터들은 많았다.

“어리석구나!”

“흐읍-!”

벌레 강타에 어마어마한 시너지 보정까지 들어간 일격이었다.

얼터는 기사 시너지를 믿고 있었다.

기사 시너지는 20퍼센트, 50퍼센트의 보호막 보너스를 받는다.

‘버틸 수 있다!’

“조심해라! 얼터!”

카이렌의 외침에 흠칫 놀랐지만, 이미 피하기는 늦었다.

카이렌은 들러붙어 있는 용병 하나를 방패로 내려치고는 얼터에게 달려갔다.

마법사의 버프가 자신을 감쌌다.

하지만 카이렌은 그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멍청한!”

지금 버프를 줘야 할 것은, 자신이 아니라 얼터였다.

그래야 아웃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테니까!

충격을 어떻게 줄여야 하나,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카이렌이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전장을 가로질렀지만, 이미 늦었다.

“떨어져라-!”

콰아아앙-!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전장에 몰아쳤다.

카이렌이 땅에 검을 박아 넣었다.

충격파가 그의 몸을 주르륵 밀어낼 정도였다.

‘이 정도라고?’

그 역시 견문이 넓은 편이기에, 저 검술을 본 적이 있었다.

제국이 자랑하는 페베스 검술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히 위력적인 검술이었다.

믿었던 얼터가 허망하게 바닥을 굴렀다.

“쿨럭-!”

“그러게, 갑옷을 맹신하면 안 되지.”

중세 시대에서 플레이트 갑옷이란, 걸어 다니는 요새와도 같았다.

그것은 브락시아도 마찬가지였다.

단단하고 편리했으며 웬만한 공격은 전부 막을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갑옷을 종잇장 구기듯 구기는 것이 몬스터들이었고, 그런 몬스터를 일격에 가르는 것이 사라미스식 검술이었다.

“크윽…… 어디서…… 이런 괴물이…….”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었던 얼터는 허무하게 아웃이 되어 버렸다.

카이렌은 이를 바득 갈았다.

얼터와 마법사. 그리고 레인저 둘이 아웃되었지만, 괜찮았다.

적은 이제 용병 하나와 빛, 어둠 시너지를 가지고 있는 둘밖에 남아 있지 않았으니까.

“덤벼라.”

“좋아. 재미있겠군.”

카이렌은 심호흡을 하고 검을 세웠다.

드레젠은 뒤에서 주문을 외우고 있는 마법사를 바라봤다.

없애야 할 것 같았지만, 카이렌이 보내 줄 것 같진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일대일 승부가 만들어졌다.

“꼬마를 이렇게 놔두면 쓰나.”

“흠, 하나 정도는 이길 수 있지 않을까?”

“망상증이 도졌군.”

카이렌은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드레젠은 벌레 대검을 마주 휘두르며 격전을 펼쳤다.

그사이, 크리스는 나름 심각한 위기를 맞이했다.

#2

“이익-!”

쩌엉, 하는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분명 교육을 받았건만, 적의 검은 날카롭고 무섭기만 했다.

검이 자신을 향해 쇄도할 때마다, 아찔한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랐다.

-죽여라!

-도련님…… 절대 목숨을 보전하셔야 합니다……. 크억!

-어서 도망가라. 아들아.

머릿속을 뜨겁게 울렸던 그날의 기억이 그를 괴롭혔다.

무표정하게 검을 휘두르는 적은, 그때의 살인마들과 같은 표정이었다.

귓가를 스치고 지나가는 검풍에, 온몸의 털이 쭈뼛 섰다.

도저히 막을 자신이 없어 바닥을 여러 번이나 굴렀다.

“도망가는 것 하나는 잘하는군.”

지금 크리스를 버티게 하는 원동력은 어렸을 때부터 훈련을 받았던 육체의 기억과, 압도적인 시너지였다.

그들은 ‘속성의 영광’이라고 불렀다.

빛과 어둠의 영광을 받은 크리스는 성인 남성보다 우월한 신체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도저히 이길 방도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어떻게…….’

공포에 물들어 있는 두 다리는 떨렸고, 검을 든 손이 연신 흔들렸다.

한번 검을 막을 때마다 죽음의 공포가 덮쳐 왔다.

하지만 꾸역꾸역 막아 내고 있었다.

모든 것을 체념하기엔, 깊게 내재되어 있는 의지가 아직 시들지 않았다.

“쥐새끼 같은 놈.”

크리스는 검을 처음 쥐었을 때부터, 나름 혹독한 훈련을 받아 왔다.

가문의 사람들과 함께 검을 섞으며 실전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접했다.

어린아이의 멘탈이라는 것만 아니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크리스 님-! 정신 차리십시오!”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고, 시야가 점점 좁아지고 있을 때, 저 멀리서 일갈이 들렸다.

자신을 끝까지 보필하겠다고 맹세한 기사.

불행히도 습격을 받아 마나를 전부 잃어야만 했던 기사.

다른 가문의 사람에게 무릎을 꿇어야 하는 절망 속에서도, 홀로 자신을 지켜 내었던 사내.

샤페론의 목소리였다.

“떠올리십시오! 그날 밤에 드레젠 님이 보여 줬던 것들을!”

샤페론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깨달았다.

그는 스카이워커 가문의 검술이 완성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이제는 성좌로 추앙받는 초대 스카이워커는, 홀로 1만의 몬스터를 쓸어버렸다고 했다.

아군을 보호하면서, 적들만을 쳐부수는 투신이었다고.

“하지만 우리 아버지는 그렇지 않았어.”

쩌엉-!

다시 검을 막아 냈다.

레인저의 검은 날카로웠고, 무척이나 빨랐다.

그렇지만 점점 눈에 익어 가기 시작했다.

크리스의 눈동자가 점점 상대방의 검을 좇아갔다.

‘그분은 어떻게 했더라?’

그날 밤.

홀로 몬스터를 도륙하던 사내를 잊지 못했다.

초대 스카이워커의 재림이라고 불려도 될 정도로 대단한 위용을 보였던 이.

그가 그리는 검의 궤적은 예술의 경지였다.

그리고 눈앞에서 검을 휘두르는 자보다 훨씬 빠르고, 강렬하고, 화려하게 휘둘렀다.

‘할…… 수 있을까?’

가문에서 했던 검술 훈련이 생각났다.

기본적인 초식만으로도 웬만한 적들은 해결할 것이라는 아버지의 말도 떠올랐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걸 적용할 차례였다.

크리스의 눈에 한 남자의 환영이 비쳤다.

‘드레젠이라면, 그분이라면!’

그가 그리는 검격을 최대한 따라 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적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수를 사용했다.

눈앞에, 환영처럼 검의 경로가 그려졌다.

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리고 자신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드레젠이 그렸던 검의 궤적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이야아아아아아-!”

남은 것은 두려움뿐.

그 두려움을 이겨 내기 위해, 가슴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감정을 기합으로 토해 냈다.

크리스의 의지에 반응한 마나가, 검신으로 몰렸다.

드레젠이 그리던 그 검격이, 작은 꼬마에게서 흘러나왔다.

아주 똑같을 수는 없었다.

아니, 한참 모자란 수준의 일격이었다.

“아니?!”

하지만 레인저는, 그 한참 모자란 수준으로도 처리할 수 있을 만큼 약자였다.

검과 검이 부딪쳤다.

그리고 크리스는 빛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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