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35화 (36/279)

제 35화

35화 - 영광의 전당

#1

회색 화면이 돌아오고, 게임이 시작되었다.

게임은 꽤 편의를 봐주어서, 캐릭터가 일어난 시점부터 시작하게 해 주었다.

어느새 날은 밝아 있었고, 내성 안은 아늑하기 그지없었다.

이제 사흘.

그 시간 동안 할 일은 딱히 없었다.

“이럴 때는 죽치고 있는 것이 최고죠.”

-사흘 동안 대체 뭐 하누;;

-스킵 기능 없나?

-어, 이거 시간 기속 기능 있다고 그랬는데?

시간 가속.

쓸데없이 시간 보내는 것을 싫어하는 이들을 위한 기능이었다.

정해진 루틴대로 게임이 진행되며, 시간이 수십 배로 빠르게 흐른다.

드레젠은 능숙하게 게임을 조작했다.

딱히 할 일도 없었기에, 꾸준하게 식사를 챙겨 먹고 방에서 훈련을 반복하는 것을 설정하곤 가속을 눌렀다.

[시간을 가속합니다.]

[브락시아 시간으로 72시간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역시 갓겜;;

-엌ㅋㅋㅋ 진짜 ㅇㅈㅇㅈ

-스킵도 알차게 넣어 놨누ㅋㅋㅋㅋ

-갓겜 인정하구연

다시 아침이 밝아 왔다.

게임이 다시 시작된 것은 정확히 영광이 전당에 서는 날이었다.

외부에서 브락시아에 접속해 들어간 플레이어들은 팀 파이트라고 불렀지만, 이곳 브락시아에서는 영광의 전당으로 불리는 것.

마법의 힘을 받아 모두가 성좌의 축복을 받은 상태가 되기에, 어느 정도는 신체 능력의 평준화를 가져다준다.

‘제아무리 소드 마스터라도, 영광의 전당에선 그저 강한 검사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안 보였던 검의 궤적들이 보였다.

읽히지 않았던 마나의 배열들이 톡톡히 보였다.

영광의 전당은 드레젠에게 정말 좋은 수련 장소였다.

“팀 파이트는 정말 좋은 수련 장소입니다. 남은 시간 동안 썰 좀 풀어 드릴까요?”

-좋습니다!

-썰 조아연!

-요즘 학교 공부보다 브락시아 역사가 더 재밌는 건 안 비밀ㅋㅋㅋㅋ

-진짜닼ㅋㅋㅋㅋ요즘 학교에서도 브락시아 세계관 탐구하는 게 더 꿀잼ㅋㅋㅋㅋ

본래 재미있게 접근하면 숨겨져 있는 이야기들을 알고 싶어 하는 법.

수많은 사람들이 게임 배경이나 재미있는 영화의 스토리를 정리한 브튜브 영상을 찾아보는 이유가 있었다.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 요소였다.

“영광의 전당은 이전에 말씀드렸던 전쟁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그렇게 쑥대밭이 된 브레이시스 제국을 넘보는 이들이 있었죠.”

-오오.

-남는 시간 동안 썰도 풀고 준비도 하고 키야

-ㅋㅋㅋㅋ개꿀잼

[‘뉴비환영해!’ 님 10,000코인 후원!]

[쓰앵님 과외비 입금합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제가 계속 이야기를 할 힘이 나는군요. 자, 그럼 더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이런 후원이 터질 때마다 힘이 난다.

방송을 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 아닐까?

소소한 행복을 만끽하며, 드레젠은 계속 썰을 풀었다.

“수많은 사상자가 생겨났습니다. 보다 못한 국왕들과 브레이시스 제국의 황제는 한 가지 협약을 합니다.”

그들은 성좌들에게 요청했다.

공정하게 결과를 정하고, 소수의 피를 흘릴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성좌들은 특별한 룰을 정해 전파해 주었다.

영광의 전당.

성좌들이 주는 축복을 받는 영광을 누린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었다.

“그 전장은 곧 거대한 축제가 되었습니다. 로마 시대의 검투 경기가 재현되었다고 보면 되죠.”

-성좌들은 대체 뭐 하는 놈들임;;

-신쯤 되는 건가?

-어쨌든 전쟁 대신 경기가 생겼다는 거네

-크 개꿀잼

시청자들은 쉽고 이해가 쏙쏙 되는 드레젠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게임 역시 재미있었지만 배경지식을 알고 모르고의 몰입도는 상당히 차이가 났다.

드레젠이 한참 설명을 하고 있을 때, 방문이 열렸다.

“시간이 됐습니다.”

“이동하죠.”

-으ㅏ 드디어!

-크, 진짜 기대된닼ㅋㅋㅋㅋ

-이날을 위해 얼마나 기다렸는가!

-하시스 성 먹기 가즈아!

드디어 고대하던 시간이 왔다.

영광의 전당!

고도의 심리전과 피지컬이 맞붙는 투기장이었다.

개인적으로 드레젠이 좋아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그곳에만 가면, 빌어먹을 일곱 영웅과 어느 정도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으니까.

‘영광의 전당은, 자신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드레젠은 그 말을 가슴에 새기고, 이기기 위해서 발악해 왔다.

그가 거둔 승리는 역대 최다.

7년 차 이후부터는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 그는 꽤 재미있는 기행을 많이 벌였다.

“……지금부터 영광의 전당을 열겠다.”

영광의 전당은 거대한 행사였다.

성좌의 이름 아래, 영광의 전당이 열리기 10일 전부턴 거대한 빛이 경기장을 비췄다.

주변에 있는 자들이 모두 알 수 있도록, 영광이 아무도 주목받지 못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수많은 자들이 관중석을 채웠다.

[와아아아아아-!]

함성을 받아 본 자는 그 짜릿함을 잊을 수 없다고들 말한다.

수많은 자들이 자신을 보고 환호하고, 박수갈채를 쏟아 내는 에너지.

환상적인 기분 때문에 마치 마약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고들 하지.

드레젠은 짜릿한 그 기분을 만끽하곤 했다.

[지금부터 영광의 전당의 문을 열겠습니다!]

모든 경기는 ‘마탑’이 주관한다.

그들은 성좌들에게 영혼을 걸고 공정한 심판을 할 것을 맹세한다.

그렇기에 절대 부정행위를 저지를 수 없었다.

제일 처음, 서로 간의 합의 내용을 공개하는 것으로 의식이 시작된다.

“두 사람의 계약서가 전당의 문을 열 것입니다.”

경기장 가운데에 있는 수정구가 성좌의 힘을 부여한다.

성안에서 진행되는 팀 파이트는 정석적인 전장을 채용하고 있었다.

전장은 매우 다양했다.

옛날 게임들이 결투장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듯, 브락시아에서도 다양한 전장을 채택했다.

[드레젠이 승리할 시 : 성의 모든 권한을 회득한다.]

[카이렌 베스티안이 승리할 시 : 드레젠의 목숨을 취한다.)]

[추가 계약 : 카이렌 베스티안은 여덟 명의 용병으로 시너지를 구성할 것]

[오오, 흥미로운 계약 조건입니다! 영광의 전당은 어떠한 이유도 받아들입니다. 그럼,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참가자들은 차례대로 수정구에 손을 대 주십시오.]

콜로세움 형태의 경기장 중앙에 찬란한 빛이 들어왔다.

원 안에 서는 자들은 경기에 참가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성좌가 각자의 능력에 맞게 속성과 직업을 정해 준다.

다시 설명하자면, 속성은 어둠, 빛, 불, 물, 나무, 금, 대지가 있었고, 직업은 전사, 기사, 용병, 레인저, 사제, 마법사, 흑마법사, 용기사, 수인, 엘프 등이 있었다.

‘아직 미발견된 직업도 많다고 하니.’

지금까지 발견된 직업은 열 가지.

그리고 특수 개체가 존재했다.

바로 옛날의 자신 같은.

-와 뭐냐 개 멋있누

-크으 트레일러에서 봤던 거 그대로넼ㅋㅋㅋㅋ

-와 진짜 ㄹㅇ 쩐닼ㅋㅋㅋㅋ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 하며, 환상적인 연출 하며.

역시 세이브 더 브락시아는 전 세계 사람들이 열광할 정도의 퀄리티를 지녔다.

60억 인구 중에 처음으로 콜로세움이라는 것을 개방했다.

채팅은 미친 듯이 올라갔고, 실시간으로 시청자 수가 급증했다.

‘3만 명. 그나저나…… 그 녀석은 왜 안 오는 거야?’

[참가자들은 이제 끝인 걸로 알겠습…….]

“잠까아아안-!”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렸다.

모든 이목이 경기장의 입구 쪽으로 향했다.

드레젠은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 늦지 않게 온 모양이었다.

“후우…… 젠장, 왜 이렇게 막아 대는 거야, 여기 참가자가 또 있소이다!”

넝마가 된 옷을 입고, 한 손에 크리스의 작은 손을 꼭 쥔 채 등장한 샤페론.

모두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어린아이와 동반한 낯선 이 때문에.

“그대로 참가하실 겁니까?”

“그 상태로는 힘들 텐데.”

모두가 샤페론을 보며 말했다.

그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오늘의 주인공은 그가 아니었으니까.

“이분이 참가할 겁니다.”

“저도 참가할 거예요.”

당당하게 한 발을 내딛는 크리스.

그의 눈은 찬란하게 빛났고, 드레젠이 기억하고 있는 영웅의 면모가 드러나고 있었다.

드레젠은 밝게 웃으며 손짓했다.

크리스는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수정구가 비추는 빛 안으로 들어섰다.

묵묵하게 무구를 그러쥐고 있는 병사들과 용병들.

‘흑마법을 썼군.’

강화된 병사들.

일반 병사들보다 배는 강한 이들이지만, 문제는 없었다.

빛과 어둠의 시너지는 그만큼 사기적이었으니까.

[성좌가 각 속성을 부여합니다.]

[카이렌 진형]

[직업 : 기사 2 / 레인저 4 / 마법사 2]

[속성 : 화염 4 / 금속 3 / 나무 2]

[드레젠 진형]

[직업 : 용병 4 / 전사 2 / 레인저 2]

[속성 : 빛 1 / 어둠 1 / 화염 4 / 물 3]

“빛? 그리고…… 어둠?”

카이렌이 황금빛으로 빛나는 시너지 결과를 보고 입을 열었다.

빛과 어둠.

성좌가 잘 부여하지 않는, 가장 희귀하고 강력한 시너지였다.

한 참가자가 두 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물지 않았다.

하지만 두 속성 중 하나가 빛, 혹은 어둠일 줄이야.

하!

이런 노림수가 있었다니.

“예상외로군. 하지만…….”

저들은 하급 용병일 뿐, 쓸 만한 전력이라곤 없었다.

두둑하게 골드에 눈이 멀어 참가한 승냥이들일 뿐.

곧 그 골드는 다시 하시스 성으로 돌아올 것이다.

빛 시너지의 등장에, 모든 관객들이 환호했다.

“와아아아아-! 빛이다!”

“빛의 영광을 부여받았다!”

“이거 볼만하겠는데?!”

-드디어 시작인가!

-으아ㅏ 진짜 브락시아 마렵다!

-진짜 빨리 돈 모아서 산닼ㅋㅋㅋ 개 미쳤눜ㅋㅋㅋ

-하악하악!

[‘나는엘프다’ 님 50,000코인 후원!]

[실력 보여 주실 거죠?]

“후원 감사합니다. 물론이죠. 아주 콧대를 눌러 버리겠습니다.”

[선수들은 자리로. 카이렌 성주님의 명에 따라, 참가자들끼리의 살인은 금지하겠습니다.]

어차피 드레젠이 없다면 오합지졸.

쓰레기들의 목숨을 취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영광을 받고, 각자의 진영에 위치했다.

수많은 알림이 떴다.

팀 파이트를 위해 보정된 것들이었다.

[크리스의 레벨이 30으로 상향 조정됩니다.]

[용병 4의 효과로 모든 아군의 공격력이 50% 증가합니다.]

[전사 2의 효과로 전사 직업의 물리 공격력이 10% 증가합니다.]

[레인저 2의 효과로 아군 레인저에게 10초마다 버프가 부여됩니다. <공격 속도 30%, 공격력 10%>]

[화염 4의 효과로 공격 시 10% 추가 대미지를 입힙니다.]

[물 3의 효과로 전투 시작 시 최대 체력의 30%의 보호막을 획득합니다.]

[빛/어둠 효과로 모든 능력치가 50% 향상됩니다. 스킬을 중복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빛 1의 효과로 모든 아군의 공격력, 방어력이 30% 증가합니다.]

[어둠 1의 효과로 적군 한 명을 자신의 앞으로 끌고 올 수 있습니다.]

-미친;;;

-시너지 왜이랰ㅋㅋㅋㅋ

-미쳤눜ㅋㅋㅋㅋ

-빛 어둠 ㄹㅇ 사기넼ㅋㅋㅋㅋ

-않이 밸런스 어디 갔누! 밸패 시급하닼ㅋㅋㅋㅋ

“빛, 그리고 어둠의 시너지는 유저 간의 콘텐츠에는 아마 적용이 안 될 겁니다.”

딱딱하게 굳은 카이렌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드레젠은 등에 메고 있던 벌레 대검을 꺼내 들었다.

벌레 강타를 아무런 코스트 없이 한 번 더 쓸 수 있다는 것.

적군에겐 지옥이 될 것이다.

[그럼,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영광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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