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34화 (35/279)

제 34화

34화 - 나를 노리는 이들

#1

거대 기업, 혹은 대기업.

재벌들이 이끌어 나가는 그룹의 영향력은 막대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하다못해 브락시아에서도, 왕족에 버금가는 힘을 지닌 자들이 바로 상인들이었다.

‘이건 또 재밌겠어.’

하이디엔에게 통화가 가능한지에 대한 톡을 날렸다.

곧바로 전화가 왔다.

일 처리 하나는 빠르다니까.

“여보세요? 강일 님.”

“어, 톡은 봤는데, 구체적으로 어느 기업이 접근하고 있지?”

“일단 야구 구단은 전부 접촉했다고 보면 됩니다. 정부에서도 슬슬 기술을 풀라고 압박을 주는 것 같네요.”

그래 봤자 일반인일 뿐, 엘프의 마법엔 당할 수가 없을 것이다.

하이디엔이 이끌고 있는 자들은 무서운 집단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이 세계를 정복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걸?

여느 소설에서처럼 투쟁심이 강한 종족이 아니라 다행이지 뭐.

“어떻게 하려고? 나한테 물어도 딱히 방법이 있는 건 아닌데.”

“슬슬 강일 님께도 접촉했을 겁니다. 어떻게 조치하면 될지 의견을 구하려고 전화드렸습니다. 없애 버릴까요?”

없애 버린다면 사회 자체가 붕괴되겠지?

그렇게까지 원한이 있는 건 아니었다.

먼저 건들지만 않으면 난 소소하게 살아갈 생각이란 말이다.

재벌들이 아주 못된 것들도 아니고, 사업 아이템을 구하기 위해 접촉했을 것이다.

“정부는 잘 모르겠는데, 기업들하고는 연구 방향성을 알아보자. 선만 안 넘으면 되지.”

“알겠습니다. 한국 사회에 그들이 없으면 곤란하긴 하죠.”

말이 잘 통해서 좋다.

이런 서포트가 있다면 정말 열심히 방송할 수 있겠는데.

한번 만나 보고 싶긴 하다.

그리고 세이브 더 브락시아라는 게임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나에겐 더 이득이었다.

“일단 게임의 가치를 많이 키워 둬.”

“알겠습니다. 나머지는 저희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그래.”

간단한 통화가 끝났다.

아직 시청자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방송을 끝내야 한다.

시청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니, 이젠 빚도 금방 갚겠지.

하이디엔에게 톡 하나가 더 왔다.

-강일 님을 괴롭히는 사채업자들은 저희 쪽에서 모두 지켜보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나서겠습니다.

굳이 답을 할 필요는 없겠지.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이젠 나 말고, 진짜 용사를 육성하는 일만 남았다.

캡슐에 들어가, 방송을 마저 이어 했다.

-이제 진짜 팀 파이트만 남았네

-뭔가 숨 가쁘다

-그래도 팍팍 진행돼서 진짜 좋음

막히는 것 없이 쭉쭉 진행되는 매력이 있긴 하지.

성만 차지하고 나면, 소소하게 공략 위주로 진행할 계획이었다.

음…… 생각나는 것이 몇 개 있었다.

-그래서, 성 먹은 다음은 뭐 할 거임?

-세계 정복 가즈아!

-소소하게 세계 정복

-ㅋㅋㅋㅋㅋㅋ아닠ㅋㅋ어느 소소함이 기준이냨ㅋㅋㅋ

잔잔한 배경 음악과 함께 급격하게 올라가는 채팅을 보는 것도 낙이었다.

소소하게 세계 정복이라…… 나 말고 누가 하는 사람이 있겠지.

기틀만 튼튼하게 만들고 나면, 욜로 게임 라이프를 즐길 거다.

“세계 정복은 저에게 배운 누군가가 해 주실 겁니다. 저는 세계 정복하는 법을 알려 드리죠.”

-키야;; 패깈ㅋㅋㅋ

-세계 정복? 너무 쉬워서 안 함ㅋㅋㅋ

-이것이 진짜 강자의 여유다.

-도랏ㅋㅋㅋㅋㅋ

거창한 건 필요 없다니까.

아무튼, 이젠 좀 쉬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옛날 폼이 아주 조금씩 올라오고 있었다.

현실에서도 몸 관리를 좀 해야지.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벌써 12시가 다 됐네요.”

-졸리다

-다른 게임은 안 하심?

“다른 게임은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나중에 여유가 되면 할게요. 다른 가상 현실 게임이 나오면 또 할 수도 있죠.”

-오오 그런데 다른 가상 현실 게임이 나올까?

-다른 겜 안 나올 듯

-솔직히 브락시아가 오버 테크놀로지임;;

그것도 맞는 말이지.

당분간은 카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적어도 2년. 길게는 5년까지.

마법이란 그런 것이었으니까.

그런 마법을 발전시키지 못한 사람들의 인식도 정말 이해할 수 없지만.

-드바!

-드바아!

-내일 봬요!

고생했다는 메시지가 주르륵 떴다.

지금 나는 최고로 행복하다고.

밝은 목소리로 인사하고, 방송을 종료했다.

“내일 뵙겠습니다. 다들 좋은 주말 되세요.”

또다시 적막이 흘렀다.

언제나 혼자였음을 상기하게 만드는 적막함.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하지만 이제 이 어둠은 내가 원할 때면 언제든 거둘 수 있었다.

“나가자.”

취이익-!

유압 소리와 함께 빛이 눈빛을 감쌌다.

앞으로 이 빛은, 더욱 많은 곳에서 들어올 것이다.

내게 드리운 어둠 따위는 저 멀리 불살라 버리겠지.

#2

하이디엔.

독보적인 미모를 가지고 있는 그녀가 걸을 때마다, 모든 이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남자, 그리고 여자까지.

정말로 모든 이의 시선을 받으며, 그녀는 거대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강남.

가장 사람이 많이 왕래하는 서초구였다.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좀 늦었나요?”

“아닙니다. 안내하겠습니다.”

최고급 귀빈의 대우를 받으며, 그녀는 맨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오늘 만날 사람은 대한민국을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자였다.

홀로 세계의 전자 제품 중 반을 움직이는 자.

또한, 엄청난 숫자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용성이라는 거대한 제국을 이끄는 자였다.

“……부회장님. 하이디엔 대표님이 도착하셨습니다.”

“모시도록 하세요.”

그녀는 편안한 걸음걸이로 부회장이 머물고 있는 곳에 발을 들였다.

번듯하게 양복을 입은 채, 밝은 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맞이하는 이철용 부회장.

현재 회장 자리에 있는 자가 병상에 누워 있었기에, 실질적인 한성의 주인은 바로 그였다.

“앉으시지요.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환대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독대했고, 하이디엔은 본격적으로 기세를 내뿜었다.

이철용 부회장은 꿀꺽, 침을 삼켰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외모는 둘째 치더라도, 눈동자를 쳐다보기가 두려울 지경이었다.

약간의 마나까지 사용한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부회장을 바라봤다.

“어…… 음…… 그러니까, 브락시아에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PvP 콘텐츠가 아주 흥미로워서 말입니다.”

“솔직히 의외네요. 관할 부서가 따로 움직일 줄 알았는데.”

“본래라면 그랬겠지만, 판이 꽤 커질 것 같습니다. 대표님께서도 수많은 컨택을 받으셨으리라 짐작합니다만.”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거대 기업을 이끄는 수장다웠다.

이토록 무서운 기세를 내뿜었는데도 말문이 트이니 막히지 않고 술술 말했다.

첫인상은 나름대로 합격이었다.

“그렇습니다. 야구 구단보다 훨씬 많은 팀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네요.”

“그것참 고무적인 일입니다. 실제로 저희도 스폰을 많이 해 봤습니다. 이스포츠 업계는 수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죠.”

“다들 그것을 알고 계시니 다행입니다. 프로 리그 창설은 긍정적으로 고민할 사안입니다. 게임의 영향력을 높이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요.”

이철용 부회장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몸을 앞으로 숙였다.

하이디엔은 여전히 팔짱을 낀 채 그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이건 세계의 큰 판을 형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더 말씀해 보세요.”

부회장은 여태까지 자신이 배웠던 각종 화법과 심리전을 펼치며 대화를 유도했다.

이상하게 강일 앞에서는 검은 소가 되는 하이디엔이었지만, 평소의 그녀는 차갑다 못해 무서울 정도로 냉철한 모습을 유지했다.

이철용 부회장은 등 뒤로 땀을 흘리며 열심히 언변을 펼쳐야만 했다.

#3

강일은 편의점에서 사 온 라면을 먹고 있었다.

하이디엔은 아직도 접대를 받느라 여기저기서 스케줄을 소화하는 중이었다.

느긋하게 동영상 편집을 끝마친 그가 브튜브에 다시 한 번 영상을 올렸다.

현재 그의 구독자 수는 70만.

“곧 있으면 100만 찍겠네.”

동영상 몇 개 올렸을 뿐인데, 순식간에 유명인이 되어 버렸다.

아직 통장에 찍힌 돈이 없어서일까,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당장 그는 단칸방, 그것도 반지하에 살고 있었으니까.

유통 기한이 아슬아슬한 라면과, 삼각 김밥, 폐기 도시락이 한 움큼 쌓여 있는 것도 변함이 없었다.

“음…… 그나저나 게임에서도 그 새끼들이 있으면 어떡하지?”

강일은 자신을 그렇게도 괴롭혔던 일곱 영웅들을 생각했다.

그놈들은 정말 괴물들이었다.

물론 게임에서 만나면 가만 놔두진 않을 거지만, 지금의 스펙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뭐, 설마 변방에 있는 작은 성을 신경이나 쓰겠어?”

누군가에게는 긍지와 명예가 담긴 성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변두리에 있는 성일 뿐이었다.

그것도 몬스터의 습격이 잦은 성.

일곱 명의 영웅들, 혹은 중앙에서 집권하고 있는 귀족들에겐 별것 아닌 성이리라.

실제로 그가 용사로 있을 때도 하시스 성은 변방에 있는 성일 뿐이었다.

일단은 눈앞에 있는 것들에만 집중하기로 한 강일.

“일단 돈이나 벌자~.”

쭈욱 기지개를 켜며 실시간으로 늘어나는 구독자 수를 보는 것.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행복이었다.

내일은 또 어떤 방식으로 시청자들에게 정보를 알려 줄까?

오랜만에 생산적인 고민을 했다.

#4

다음 날.

방송을 시작한 드레젠은 평소보다 훨씬 과열된 채팅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째,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드좌님! 프로 하실 겅미?

-당연히 드센세라면 하시겠지?

-프로들 피지컬이랑 비교하면 조금 딸리지 않을까?

-뭔 소리임;; 지금 이 게임에서 드좌만큼 피지컬 좋은 사람 봄?

“무슨 소식이 있었나 보군요.”

-ㅇㅇ 몰랐나 보네요

-엌ㅋㅋㅋ뭐든 다 아는 새럼이 현생은 모르시네!

-않이 드좌도 사람이야 사람!

-현생을 사십시오 휴먼

채팅 창에서는 곧 프로 리그가 창설된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하이디엔은 하루 온종일 투자자들을 만나고 왔다.

거를 것은 거르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며 본격적으로 상업에 뛰어들었다.

그 행보의 시작이 바로 프로 리그의 창설.

“프로 리그라…… 저는 아직 관심 없습니다. 나중에 이벤트성 경기로 한번 붙어 보는 건 재밌겠네요.”

드레젠은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뜻했다.

그 누구보다 브락시아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드레젠이었지만, 프로라는 이름을 달고 싶진 않았다.

그 어떤 정치적인 관계에도 얽매이기 싫었고, 딱딱 정해진 일정대로 움직이는 것도 사양이었다.

“저는 아직 자유로운 영혼이 좋거든요.”

-엌ㅋㅋㅋ

-에이 솔직히 쫄?

-솔직히 프로 애들은 격이 다르지 ㅇㅇ

-조금만 배워도 훨씬 나은 퍼포먼스 나오짘ㅋㅋㅋ

드레젠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그들이 했던 말들은 모두 시간이 증명해 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서 키보드를 놀리고 있는 자들이, 얼마나 수준 높은 방송을 보는지도 깨닫겠지.

드레젠은 말을 아꼈다.

조용히 다음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 ‘세이브 더 브락시아’를 실행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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