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31화 (32/279)

제 31화

31화 - 난 안 봐준다

#1

성기사.

성좌 - 스텔라를 섬기는 교단이 만들어진 후, 스텔라 교단은 세를 어마어마하게 불렸다.

성좌가 주는 힘은 엄청난 기적을 불러일으켰다.

신성력!

별빛을 닮은 은빛 드래곤이 내려 준 성스러운 힘은, 악을 멸할 힘이 되었다.

“뭣 하느냐! 당장 무릎을 꿇지 않고!”

“…….”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신성 제국 - 스텔라.

하지만 오래된 역사의 이면에는 부패와 오만함이 존재했다.

새파랗게 젊은 여인.

그것도 이제 막 성기사가 된 것 같은 애송이였다.

푸른 머리칼에 푸른 눈동자.

“내가 성기사에게 무릎을 꿇어야 하는 이유는?”

“신성한 제국의 일꾼에게 충성하는 건, 네놈 같은 우매한 신민에겐 당연한 일이다.”

-?

-??

-않이;;

-이건 착한 살인 ㅇㅈ함

당사자인 드레젠도 드레젠이었지만, 현대에 살고 있는 시청자들의 반발이 더욱 거셌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었다.

스텔라 제국은 성좌의 가호가 아직도 진하게 남아 있는 곳이었기에, 자부심이 대단했었다.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간혹 이런 이들이 있긴 했다.

자신을 선택받은 자라고 여기고, 일반인들을 무시하는 자들.

정신 교육을 받았음에도 우월주의에 빠져 있는 무식한 것들.

그 누구도 용사 시절의 드레젠을 이길 수 없었지만.

-그렇다면 네놈에게도 신벌을 내려야겠구나.

“네가 신이냐? 멍청한 년.”

마나를 끌어올리며 성큼성큼 다가갔다.

바빠 죽겠는데 갑자기 길을 막은 것도 모자라, 자신을 향해 건방지게 굴기까지 했다.

느껴지는 신성력도 얼마 되지 않는 초짜.

그런데 감히?

“무, 무엄하다! 이놈!”

-주님, 오늘도 한 명 갑니다.

-ㄹㅇ 개 짜증 나넼ㅋㅋㅋㅋ

-죽여!!

“딱 한 번 말하지. 꺼져라.”

“하! 지금 일반인이 성기사에게 대드는 것이냐!”

“마침 잘됐다. 네년이 가지고 있는 장비 좀 가져가서 입혀야겠네.”

“뭐?!”

말은 짧았고, 행동은 재빨랐다.

순식간에 대검의 힐트 부분으로 성기사의 머리를 내리쳤다.

이름 모를 성기사 역시 재빨리 반응했으나 어림도 없었다.

콰앙!

엄청난 힘을 담은 일격에, 성기사는 그대로 힘을 잃고 쓰러졌다.

-사이닼ㅋㅋㅋㅋ

-고대로 후려 버리넼ㅋㅋㅋㅋ

-캬 시원하구연ㅋㅋㅋㅋ

“헉!”

“나, 나리! 이분은 성기삽니다!”

“그래서?”

“…….”

사람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들은 불안한 눈빛으로 드레젠을 바라봤다.

그는 피식 웃으며 쓰러진 성기사의 다리를 질질 끌었다.

사람들은 벙 찐 얼굴로 드레젠을 쳐다봤다.

“오늘 있었던 일을 잊어버리면 되겠지. 알아들었나?”

“아, 알겠습니다.”

“가서 일상으로 돌아가면 된다.”

남자들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드레젠은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당연하게도 19세용 게임이 아니었으니까 이상한 짓은 하지 못했다.

가능했어도 드레젠은 방송인이었기에 그럴 생각이 없었다.

“자, 그럼 우린 뜻하지 않은 득템을 하러 갑시다.”

-ㅋㅋㅋㅋㅋ엌ㅋㅋㅋㅋ

-19세 아니니까!

-근데 좀 더러워서 안 함;

-ㄹㅇ 정신병자지

“이상한 발언 하시는 분들은 전부 밴입니다. 여러분, 욕망은 혼자 푸세요.”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상한 상상을 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정상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면 그런 말은 내뱉지 않을 거다.

어쨌든, 수풀에 도착한 드레젠은 쓸 만한 것들을 모두 챙겼다.

성기사라 그런지 노잣돈도 두둑이 있었고 가지고 있는 무구 또한 수준급이었다.

“갑옷은 챙겨 가서 녹입시다.”

-크으 알뜰하다

-그런데 살아나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러게 가서 보고라도 하면?

-물론! 우리 드갓님은 그렇게 하지 않겠지!

“당연하죠. 마침 쓰다 남은 게 있잖아요?”

드레젠은 품에서 병을 흔들었다.

주변에 싹 뿌려 놓으면 아마 좋다고 달려들 것이다.

몬스터들은 체취, 그리고 질이 떨어지는 마나의 향에 민감하다.

운이 좋다면 맨몸으로 살아남을 수 있겠고, 아니면 처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이제 갑시다.”

-엌ㅋㅋ 겁나 사악햌ㅋㅋㅋㅋ

-가즈아!

-이제 성 먹으러 가는 거? ㅋㅋㅋㅋ

-성 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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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 감사합니다.]

“전 안 봐줍니다. 시비를 걸었으면 대가를 치러야죠.”

-여윽시 배우신 분

-역지사지를 뭔지 아시는 분!

-역으로 지랄해야 알지ㅋㅋㅋㅋㅋ

드레젠은 뜻밖의 수확에 입가에 웃음을 매달았다.

성기사들이 가지고 있는 갑옷은 정말 쓸 만한 갑옷 재료였다.

“가자.”

푸르릉- 하고 투레질을 한 말이 하시스 성을 향해 질주했다.

약속 기한보다 상당히 빠른 날짜에 도착했다.

본래부터 그렇게 루트를 짜 맞췄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2

하시스 성.

크리스와 샤페론은 오늘도 평화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장을 누비는 크리스와 달리, 샤페론은 연신 뒤통수가 따가웠다.

누군가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여기는 적진이나 다름없다.’

자꾸만 누군가 뒤따라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착각일까?

샤페론은 흘끔흘끔 뒤를 돌아봤다.

언뜻 보이는 경비병들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등골이 오싹했다.

“샤페론? 얼른 가자.”

오늘 하루도 먹고 살기 위해 간단한 식재료를 구해 왔다.

전장과 가까우므로 여관에서 사 먹는 식사는 비쌌다.

시장에서 재료들을 사 와, 간단하게 조리해 먹는 것이 훨씬 저렴했다.

1골드라는 거금을 받았지만 펑펑 쓸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어이 거기.”

“…….”

지나가다, 익숙한 얼굴을 만났다.

분명 드레젠과 이야기를 주고받던 인물이었다.

샤페론은 자연스럽게 상대를 훑어봤다.

‘강하다.’

전성기의 자신이었더라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장대한 사내가 뚜벅뚜벅 다가오고 있었다.

샤페론 앞에 선 경비대장, 아이젠하트.

그는 샤페론을 향해 무언가를 내밀었다.

“자네가 드레젠과 함께 온 이방인 맞나?”

“그, 그렇다만.”

“이걸 가지고 있어라. 그리고 팀 파이트 경기에 참관하도록.”

“…….”

샤페론은 이상한 패를 하나 받아 들고는 멀어져 가는 아이젠하트를 바라봤다.

과연 이게 뭘까?

요상한 기운이 느껴지거나 하는 것은 없었다.

다만…… 굉장히 찝찝한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왜 그래?”

“아닙니다. 일단 돌아가도록 하죠.”

크리스를 이끌고, 샤페론은 걸음을 옮겼다.

잘 간직했다가 드레젠에게 보여 주리라 마음을 먹었다.

왠지 ‘그’라면 뭐든지 다 알 수 있을 것만 같았으니까.

일주일 안에 돌아오겠다고 했으니, 믿고 기다리는 수밖엔 없으리라.

불신으로 가득 찼던 샤페론은 어느새 드레젠을 크게 의지하고 있었다.

“드레젠 님을 기다리도록 하죠. 이제 곧 오실 겁니다.”

“우리는 그에게 뭘 해 줄 수 있어?”

“가문을 일으킨다면, 그에게 명예 가주 자리를 줄 수도 있습니다.”

크리스는 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리지만 철저한 교육을 다시 받았던 후계자였다.

당연히 가문과 가문 간의 거래 현장도 많이 보았고, 집안 어른들에게 얻는 것이 있다면 주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크리스는 조그마한 손으로 샤페론의 옷깃을 꾹 붙잡았다.

“나, 열심히 배워서 반드시 가문을 일으킬 거야.”

“……제가 성심성의껏 보필하겠습니다. 아직 스카이워커는 멸망하지 않았습니다.”

“응.”

크리스는 그날의 광경을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가문의 어른들도 하지 못했던 장면이었다.

그들은 패도적인 검술을 펼쳤으나, 아름답진 못했다.

정신력을 시험하는 페베스 검술은 항상 이성을 잡아먹는다.

“그분이라면 검술의 완성형을 보여 주실지도 모릅니다.”

“나도 꼭 배우고 싶어.”

검술 없는 스카이워커는 더 이상 하늘을 걷는 자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만 따라간다면, 그가 이끄는 대로 가기만 한다면!

다시 하늘을 가르는 검사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전설의 초대 가주처럼.

“제가 목숨을 걸고 보필하겠습니다.”

“고마워.”

크리스는 너무 어린 나이에 성숙해져 버렸고, 그만큼 커다란 짐을 짊어졌다.

스카이워커 가문은 다시금 하늘 높이 비상할 준비를 마쳤다.

#3

저녁.

드레젠은 하시스 성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성문을 통과하는 중이었다.

그를 발견한 자들이 창을 겨누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어졌지만.

-뭐여 이것들은

-아닠ㅋㅋㅋ성에도 못 들어가게 하네

-에반데;;

-다 죽이면 어떰?

“멈추시오. 그대는 바로 내성으로 향해야 하오.”

“왜지?”

“성내에서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성주님의 걱정에 따라, 내성에서 머물라는 명이 있었소.”

드레젠은 피식 웃었다.

그는 말에서 내려 선선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리고 순순히 병사들을 따라서 내성으로 걸음을 옮겼다.

사람들의 시선이 잠시 몰렸지만 상관없었다.

“그나저나 내가 내성에서 본격적으로 날뛰면 막을 수는 있고?”

“말을 가려서 하시오. 그대가 제아무리 뛰어나다고 한들, 성안에 있는 자들을 모두 이길 수 있을 것 같소?”

“그게 무서워서 영광의 전당에 서려는 것 아닌가.”

병사들은 비아냥거렸다.

확실히 단신으로 성의 병력을 전부 상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만약 이곳이 게임이 아니라면 말이다.

드레젠은 그저 담담히 미소를 매달고 있을 뿐이었다.

-근데 순순히 따라가는 이유가 뭘까?

-그러게;; 근데 병사들한테 둘러싸여 있으니까 무섭긴 무섭네

-뭔가 생각이 있으신 듯!

-크으, 저 여유로운 웃음 보솤ㅋㅋㅋ

보통 이런 상황이면 불안에 떠는 것이 사람의 심리였다.

아주 조금의 불안감은 마음의 균열을 만든다.

균열은 겉으로 티가 나게 만들고, 결국 질질 끌려다니는 포지션을 만든다.

‘아마 나와 크리스를 떼어 놓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문제는 드레젠이 이런 심리전을 모두 꿰뚫고 있다는 점이었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자는 절대 불안해하지 않는다.

주변을 살필 수 있는 여유라는 것은, 정말로 중요한 마음가짐이었다.

“밤에 크리스를 만나러 가 봐야겠네요.”

-또 암살물인가!

-이분 직업이 대체 몇 개옄ㅋㅋㅋ

-아싸시노 가시지여!

성주의 힘으론 자신의 은신을 간파할 수 없었다.

병사들은 계속해서 걸음을 걸었다.

드레젠은 도중에 마음이 바뀌었다.

“지금 가야 되겠네요.”

-?

-??

-지금?

-뭐옄ㅋㅋㅋ

[‘크리드’ 님 10,000코인 후원!]

[한 번도 안 들키고 다녀오면 천만 원 드림ㅋㅋㅋㅋ]

갑작스러운 미션.

그것도 거금이 걸린 미션이었다.

한 번도 안 들킨다는 기준이 애매했다.

“한 번도 안 들킨다는 것이 무슨 의미죠?”

- 그 누구도 없어지는 걸 알아채지 못하면 ㅇㅈ

-그걸 어떻게 햌ㅋㅋㅋㅋ

-어그로 지리누;;

-못 깨라고 말하는 거짘ㅋㅋ

드레젠은 곰곰이 고민해 봤다.

바로 옆에 있는 자들에게까지 들키지 않고 다녀올 수 있을까?

잠시 계산해 본 결과,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가 가진 은신술은 그림자 장막뿐만이 아니었으니까.

씨익-.

예의 그 살벌한 미소를 지은 드레젠이 한 마디를 읊조렸다.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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