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21화 (22/279)

제 21화

21화 - 인정을 받다

#1

고블린, 웨어울프, 오크, 그리고 간간이 보이는 언데드까지.

몬스터 파티, 카니발의 시작이었다.

잔뜩 긴장한 병사들과는 달리, 드레젠은 여유가 넘쳤다.

그가 검을 들어 올려, 전투를 준비했다.

크리스, 그리고 샤페론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째서.”

드레젠에게서 자신의 아버지가 겹쳐 보이는 것일까.

그만큼 폭발적인 마나를 보여 주진 못했지만, 날카롭고 정제된 마나를 뿜어냈다.

그래서 더 대단했고 무서웠다.

저렇게 마나를 잘 다루는 사람은 적은 마나로도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샤, 샤페론이 보기엔 어때? 강해 보여?”

“인정하긴 싫지만 그렇습니다. 저런 컨트롤을 보이는 자는…… 가주님 말고는 본 적이 없습니다.”

적은 마나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는가.

그것은 검사들의 숙명과도 같았다.

소름 끼치는 몬스터 웨이브가 마을로 들이닥쳤고, 드레젠의 화려한 검무가 시작되었다.

#2

마나로 벼려 낸 칼날이 고블린의 목덜미를 훑고 지나갔다.

짜릿한 쾌감이 머릿속을 울렸다.

나도 이 맛으로 힐링을 하는구나.

무식하게 돌진하는 오크의 몸뚱이를 흘리고, 다시 검을 박아 넣었다.

“지금 이 검술은 스카이워커 가문의 비전 검술입니다.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페베스’ 검술이라고도 불리죠.”

검술의 묘리는 아무래도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긴 검신을 이용해서 적의 공격을 막고,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고안되었다.

하지만 페베스 검술은 그 궤를 달리했다.

이 검술을 익히기 위해서는 그래…… 게임 내 스킬 기준으로 ‘마나 적응력 10’ 이상이 필요했다.

‘그 정도면 되고, 기본 옵션으로 검술도 어느 정도 있어야겠네.’

내 기준으로 검술 8 이상.

스텝은 10 이상.

그게 바로 선행 조건이었다.

어디까지나 내 기준이지만.

페베스 검술은 그야말로 파괴만을 위한 검술이었다.

사라미스식 검술이 일격을 위해 만들어졌다면, 페베스 검술은 압도적인 마나로 적을 폭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여러분 무협지 많이 보셨죠? 이 페베스 검술은 그 무협지에 나오는 검술과 아주 유사합니다. 검술이라기보다는 폭격에 가깝죠.”

그렇기 때문에 압도적인 마나 컨트롤이 요구된다.

아마 일반 유저들은 알아도 배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그래도 재능 있는 이들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지.

내가 아는 한, 정보는 최대한 풀어 준다.

“바로 이렇게-.”

검에 마나의 흐름을 집중했다.

검신의 끝에 마나가 공 모양으로 뭉쳤다.

가장 기본적인 초식이자, 마나 응용의 시작.

검의 사정거리를 조금 더 늘릴 수 있는 기술이었다.

검의 손잡이가 기다란 아밍 소드를 강하게 그러쥐고, 선을 그었다.

“키에에엑-!”

한 번, 두 번, 가장 기초적인 여덟 방향으로 검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황금색의 폴리곤이 어지럽게 흩날렸다.

실제 브락시아였다면 더없이 처참한 광경이었을 테지만, 가상 현실 내에서는 화려하다 못해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그 덕일까, 내 심장도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강림하라.”

마나라는 것은 꽤 대단해서,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지 못했던 신비를 부릴 수 있게 해 준다.

이 힘이 현실에도 그대로 남아 있다면 한 손으로 세계 격투기 챔피언 자리도 딸 수 있었다.

페베스 검술의 마나는 특별한 공명점을 가지고 있다.

주변에 흩뿌려진 마나와 교감하고, 그 능력을 끌어다 쓰는 것.

-아니 미쳤;;

-몬스터 쓸려 나가는 거 실화야?

-아닠ㅋㅋㅋㅋ 오픈 이틀 차가 이런 검술을 쓴다고?

-절세고수넼ㅋㅋㅋ 지렸닼ㅋㅋ

-도랏맨;;

콰아아아아-!

한 치 앞도 구분하기 힘들었던 주변 시야가 환하게 밝아졌다.

교감을 이끌어 낸 마나는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모양, 형태, 성질을 바꿀 수 있다.

마법사든, 검사든, 얼마나 주변 마나와 교감을 많이 할 수 있고 얼마나 많은 마나를 자유자재로 다루느냐에 따라 실력이 나뉜다.

개조한 내 육체의 한계는 끝이 없지.

“저, 저 검술을 저렇게까지 구사한다고?!”

뒤에서 경악에 찬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경쾌한 알림이 마구 떴음에도 무시했다.

이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거든.

지금은 눈앞에 있는 것들을 모조리 분쇄해 버리는 데 집중하자.

“여러분들도 요령만 알게 된다면 충분히 구사할 수 있습니다.”

한번 기술을 펼쳐 낸 이후, 검술을 펼치는 것이 묘하게 자연스러웠다.

아마도 스킬의 보정 덕분이겠지.

이 녀석들…… 무슨 꿍꿍이인지는 몰라도 아주 초인들을 양성하려고 작정을 했는데?

어쩌면 나 대신 브락시아를 구할 인재를 양성하려는 것일지도 모르지.

-와 @(%)@진짜 미쳤다;;

-영화도 이렇겐 안 싸워ㅜㅜ

-개멋있다 진짴ㅋㅋㅋㅋ

[‘뉴비환영해!’ 님 100,000코인 후원!]

[‘나는엘프다’ 님 1,000,000코인 후원!]

[‘형님사랑해요’ 님 55,555코인 후원!]

[‘오우야’ 님 123,456코인 후원!]

미친 듯이 쏟아지는 코인들.

그 와중에 눈에 띄는 아이디가 있었다.

지난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100만 원을 쾌척하신 엘프.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가 떠오르는 건 착각 때문일까?

“마나가 달려서 지금은 이 정도밖엔 못 보여 드리겠네요.”

두 개밖에 쓰지 않았지만 마나가 간당간당했다.

레벨 업을 하면서 어느 정도 회복이 되긴 했지만 그것보다 나가는 양이 훨씬 많았다.

페베스 검술을 제대로 구사하는 스카이워커 가문의 사람들은 다들 괴물이라니까.

-앗, 아아;;

-오늘은 예고편이였던 거시야

-만족합니다

-킹.치.만!

-진짜 진텐으로 도륙하신닼ㅋㅋㅋ

“하지만 아직 몬스터가 남아 있으니…… 파티는 계속해야죠.”

이 고양감을 쉽게 버릴 수가 없었다.

크리스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그리고 하시스 성 병사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심어 주기 위해서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처음 인정을 받겠다고 발악하듯이 검을 휘둘렀을 때와 마찬가지로.

#3

미쳤다.

그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누구의 생각인지는 굳이 콕 집어서 말할 필요가 없었다.

드레젠을 보고 있는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지붕에서 보고 있던 스카이워커 가문의 두 사람.

집 안에서 농성을 펼치고 있었던 병사들과 아이젠하트.

화면 너머로 본 시청자들까지.

“역시, 어디 가지 않았네.”

강남에 있는 초호화 펜트하우스.

그곳에서 스마트폰과 거대한 TV를 연결해 둔 아름다운 여인이 드레젠의 방송을 보고 있었다.

홀린 듯, 그의 전투를 바라보던 그녀는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과연 저자가 자신의 호의를 받아들일까?

‘알 수 없어. 내가 아는 그자의 성격이라면 더더욱.’

그는 잔인하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혹독한 훈련 과정을 거쳤다.

보고 있는 자신도 끔찍하다고 여겼는데, 당사자는 오죽할까.

남들은 용사로, 영웅으로, 최강자로 치켜세워 주었지만 아무도 그에게 다가가지 않았으니까.

진심으로 그를 위로해 주고 격려해 준 사람들 중, 남아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머뭇거리던 손이 천천히 두 번째 스마트폰의 액정을 터치했다.

“난 모르겠다. 일단 질러 봐야지.”

21세기, 이미 대한민국과 세계의 문화에 많이 물들어 있는 그녀였다.

아름다운 입에서 현대인의 그것과 똑같은 말투가 툭 튀어나왔다.

그를 만나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그리고 1등 상품을 두 개 준비하라는 명령도 하달해 두었다.

멍하니 방송을 바라보며 향수에 젖었다.

‘나도 모르겠다아-.’

그녀는 최고급 소파에 몸을 묻은 채 멍하니 TV 화면을 바라봤다.

그곳에서의 드레젠은, 전에 본 적 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4

“후우-.”

주변이 온통 몬스터 사체로 둘러싸여 있었다.

드레젠은 속이 뻥 뚫릴 정도로 움직였다.

절로 미소가 드러났다.

-와 개운하다는 듯이 웃으면 반칙 아님?

-사탄 : 나도 저렇겐 안 웃어ㅜㅜ

-와 진짜 대학살 오졌다;;

-나도 저렇게 싸우는 상상 함!

-ㅋㅋㅋㅋㅋ하지만 어림도 없짘ㅋㅋㅋ

채팅 창은 연신 드레젠을 찬양하는 글이 올라왔다.

드레젠은 검을 갈무리하며 상태 창을 확인했다.

[드레젠 Lv. 55]

[HP : 550 / MP : 550]

[기술 포인트 : 63]

[숙련 포인트 : 12]

[기술]

<자세히 보기>

[신규 스킬 : 페베스 검술, 오러 컨트롤이 추가되었습니다.]

“꽤 많이 올랐네요.”

벌써 레벨이 55였다.

하지만 세이브 더 브락시아에서의 레벨은 육체를 연단하는 튜토리얼 과정일 뿐이라는 것을, 이미 모두가 알고 있었다.

문제는 일반인 기준에는 그 과정도 심히 어렵다는 거지만.

“이거, 후원이 많이 쌓였군요. 일일이 답하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모두 감사드리고요.”

그가 말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후원이 빵빵 터지는 중이었다.

시청자는 어느새 1만을 돌파했다.

간간이 영어도 보이는 것이, 외국인들도 유입이 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주변을 정리한 그가 구석에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젠하트를 바라봤다.

“이거, 성에 가져다 팔 생각인데,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그러지.”

아이젠하트는 한숨을 쉬고 턱짓으로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같은 수준으로 보이지 않았던 병사들이 쭈뼛쭈뼛 움직였다.

감히 그에게 덤빌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만큼 드레젠이 보여 준 임팩트가 강렬하고 치명적이었다.

“어이, 이젠 날 좀 인정해 줄 생각이 들었나?”

드레젠은 샤페론을 바라보며 말했다.

두 사람은 조용히 내려와 그의 앞에 섰다.

털썩.

샤페론은 기사 서임을 받기 전, 가주를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무릎을 꿇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약속을 어겼다.

“제발…… 도움을 주십시오.”

떨리는 두 손과 두 발.

넝마가 되어 있는 옷을 신경 쓰지도 않았고, 떡이 잔뜩 진 머리를 연신 땅에 박아 댔다.

크리스는 그 모습에 크게 놀랐다.

마나를 잃긴 했지만, 수습 기사 중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을 보유했던 유망주였다.

그의 자존심은 선배들, 그러니까 정식 기사들 사이에서도 아주 유명했다.

“샤, 샤페론…….”

크리스는 그 모습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그렇게 저 사내를 경계하던 자가…….

어찌 되었든 샤페론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예법을 취하려 하다가 아차 하고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좋아, 그런 자세 마음에 드는군. 잘하면…… 내가 잃어버린 마나를 찾게 도와줄 수도 있어.”

“그, 그게 정말입니까?!”

드레젠은 무릎을 꿇고 샤페론과 눈을 마주치고는 말했다.

작은 목소리로.

“나는 뭐든 다 아는 남자거든. 그러니까 날 믿고 따라라. 너의 생각을 버리고, 감정을 버려라. 오직 내 말만 따른다면 널 전성기 이상의 경지로 끌어 줄 수 있다.”

샤페론의 눈에, 드레젠은 한 명의 성좌처럼 보였다.

뭐든지 이뤄 줄 수 있고, 자신을 따르는 자에게 강력한 힘을 내려 주는 규격 외의 자들.

저도 모르게 눈물을 주르륵 흘리면서,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드레젠은 만족했다.

-키야;

-이걸 이렇게 사이다를 맥이넼ㅋㅋㅋ

-지렸다ㅋㅋㅋㅋ

-남자인 내가 봐도 개 멋있네ㅋㅋㅋㅋ

채팅 창은 영화의 명장면을 감상한 후 올리는 후기처럼 후끈 달아올랐다.

이젠 뒤처리를 할 차례였다.

드레젠은 인상을 잔뜩 찡그리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젠하트에게 고개를 돌렸다.

시선을 받은 당사자는 품속에 있는 서신을 꺼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젠장, 저렇게 괴물일 줄은.’

저렇게 마나로 융단 폭격을 가할 수 있는 사람은 대륙 전체를 찾아도 많지 않았다.

그러니까, 저 드레젠이라는 용병은 진짜 팀 파이트에서 이길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드레젠의 말을 들었다.

“용건이 뭡니까?

부하들이 다섯이나 부상을 당하거나 죽었다.

하지만 그건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말하는 드레젠에 치를 떨었다.

역시 그때 인연을 확실하게 끊어 놨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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