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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20화 (21/279)

제 20화

20화 - 스승이긴 스승인데

#1

크리스가 불안에 찬 눈빛으로 두 성인을 올려다봤다.

한때 자신의 호위 기사이자.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광의 길에 막 들어섰었던 샤페론.

그리고 홀연히 나타나 자신의 정체를 파악하고, 도움을 주겠다는 사람.

질겅질겅 고기를 씹고 있는 그의 모습이 샤페론보다 훨씬 믿음직스러워 보이는 것은 착각 때문일까?

“저, 저는 뭘 해야 하죠?”

“지붕 위에 올라가 있어라.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

크리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허름한 집이었기에 지붕 위까지 올라가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몬스터 역시 손쉽게 올라갈 수 있다는 점.

그래서 드레젠은 샤페론에게 말했다.

“호위, 너도 올라가서 도련님을 지켜라.”

“너무 자만하는 거 아닌가? 혼자 다 막을 수 있다고?”

“고블린보다 네놈 목을 먼저 따 줄까? 아까 내가 한 말은 벌써 불에 구워 먹었나 보지?”

샤페론은 살벌한 말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여야만 했다.

드레젠은 강했다.

반면 자신은 마나조차 제대로 쓸 수 없는 반푼이에 불과했다.

분한 마음에 주먹을 세게 쥐었지만, 그가 할 수 없는 것은 없었다.

“도련님이나 잘 지켜.”

-캬 멋있고

-암 덩어리는 저렇게 해야 제맛이짘ㅋㅋ

-이참에 확 죽여 버려도 되겠는데

[‘악마가낫지’ 님 50,000코인 후원!]

[제발 저 암 덩어리 좀 죽여 주세요.]

“저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일단 없는 것보단 낫습니다. 팀 파이트에 데려가서 죽여도 늦지 않거든요.”

크리스를 얻기 위해서라면 이미지 관리를 좀 해 둬야 한다.

잘만 하면 그가 짜 놓은 판에 휘말려 죽을 수도 있겠지.

게다가 카이렌이 한 달이라는 시간을 그냥 기다려 줄 리가 있겠는가?

드레젠은 희게 웃으며 검을 뽑았다.

“크리스. 네 가문의 사람들이 어떤 검술을 펼쳤는지 기억하고 있나?”

“……조금은요.”

크리스는 아직도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렇게 강했던 어른들이었다.

찾아오는 자들마다 가문의 사람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굽신거렸다.

항상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해 주었던 다른 분들은 언제나 좋은 친구였다.

하지만 그들이 악귀처럼 변한 것은 한순간이었다.

‘그때 아버지는…….’

악귀, 그 자체였다.

평소 온화하고 공명정대한 가문의 어른들은 없었다.

그저 미친 듯이 도륙하고 검을 휘두르는 악귀들만 남아 있을 뿐.

붉게 물든 눈을 한 채, 오러를 사방팔방으로 뿌려 대는 가문의 어른들이 아직도 꿈에 나왔다.

-너는 왜 그렇게 나약한 것이냐!

-왜 우리를 지키지 못했어! 왜!

지켜 주지 못했던 식솔들의 원망.

자신의 나약함을 꾸짖는 가문의 어른들.

그 모든 것이 크리스의 정신을 좀먹고 있었다.

드레젠은 크리스의 눈동자를 쳐다보지 않은 채 말했다.

“그들이 가지지 못했던 검술을 보여 주마.”

“……네?”

“악귀처럼 더럽게 싸우는 것이 아닌, 진짜 악마처럼 싸우는 검술. 그게 바로 스카이워커의 비전이지.”

악귀가 아니라니.

이성을 잃고 날뛰는 모습밖에 남아 있지 않았던 그들의 모습이 진짜가 아니었을까?

크리스가 떨리는 눈망울로 드레젠을 바라봤다.

걸음을 머뭇거리던 것도 잠시, 그는 저 멀리서 들려오는 섬뜩한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키에에엑-!

분명 사람의 것은 절대로 아닌, 끔찍하고 무서운 소리들.

“자, 얼른 올라가 있으라고.”

“도련님, 이리로 오십시오. 위험합니다.”

그제야 크리스는 걸음을 빨리해서 지붕 위로 올라갔다.

드레젠은 샤페론과 크리스를 한번 바라보고는 고기를 입에 욱여넣었다.

혼자 있게 되었으니 다시 소통할 시간이었다.

“자, 저번에 못 해 드린 공략을 해야겠군요.”

-몬스터!

-전투다 전투!

-크으, 이번엔 또 으떤 뽕맛을 보여 드릴 겁니까?

-아닠ㅋㅋ 근데 너무 사악한 거 아닙니까?

전투!

어떤 스트리머는 전투를 못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매운맛으로 부르곤 한다.

그렇게 고통받는 모습을 즐기긴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어야지.

반면 피지컬, 그러니까 전투를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스트리머들은 시원시원한 맛이 있었다.

명장면을 제조하는 그들은 브튜브 조회 수까지 쭉쭉 뽑아내곤 했다.

시청자들은 항상 전투를 기기대하며, 어떤 명장면이 탄생할지 궁금해하곤 하지.

“이번에도 클립, 잘 부탁드립니다.”

-당연하져

-클립 ON!

-이번에도 명장면 가즈아!

-이번엔 또 어떤 스킬을 보여 주실까!

엄청난 숫자의 채팅이 주르르륵 올라갔다.

흘끔 바라본 채팅 창은 만족스러운 반응이었다.

이렇게 반응을 해 줘야 방송할 맛이 나지.

검을 뽑아 들고, 마나를 활성화했다.

“아까도 봤다시피, 밤에는 몬스터의 전반적인 힘이 증가합니다. 탐지 능력 역시 대폭 증가하는데, 얼마나 몰려올지 한번 봅시다.”

밤에는 몬스터들이 더욱 힘을 많이 받는다.

죽은 자의 성좌이자 밤의 여신인 헬라가 몬스터에게 가호를 불어 넣었기 때문이었다.

달의 기운을 받아 육체의 내구도가 증가하고 시야 및 반응 속도가 늘어난다.

하지만 두려워할 것은 없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검의 악마는, 이 세상에 처음으로 오러 검술이라는 것을 도입했습니다.”

-흥미진진!

-이 와중에도 친절한 강의 감사합니다!

-넘모 재밌는 거시자낰ㅋㅋ

-사탄 : 여기 참된 스승이 있다.

“그 검술은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신이 내려 주신 검술이란 소리가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그 검술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대, 반드시 우리 가문의 검술을 이어 다오.

이 검술은 바로 크리스 스카이워커에게 사사한 검술이었다.

그가 후대를 위해 남긴 하늘의 검술이, 그를 위해 펼쳐졌다.

#2

아이젠하트는 병력을 이끌고 숲을 걸었다.

어제 아침에 만났던 의문의 실력자.

자신은 분명 좋은 인상으로 인연을 끝냈다.

하지만 이후 돌아온 말은 예상을 부숴 버렸다.

‘그자가 그림자 기사단일 수 있다니.’

그림자 기사단도 용병의 일종이었으니 구슬이 그렇게 반응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그의 품에는 황금색 양피지가 들어 있었는데, 계약을 이행하는 쪽지였다.

옛날, 아르간달이 브레이시스 황제와 처음 계약을 맺었을 때 썼던 것도, 이 계약서였다.

영혼과 영혼의 계약을 이행할 수 있는 계약서는 오랜 기간 사용될 만큼 신뢰가 높았다.

“대장님. 그냥 죽여 버리면 안 됩니까?”

“성주님의 명령을 거역할 생각은 아니겠지.”

“하지만 우리 동료를 죽인 놈입니다. 기사까지 당했다던데…….”

베스티안 백작령의 병사들은 끈끈한 유대감으로 유명했다.

서로가 서로를 의지해서 몬스터와 외부의 침입자들을 격퇴해야 했기에, 의심보다는 끈끈한 우정을 키웠다.

선의의 경쟁으로 평균 실력을 높였고, 전체적인 전투력 향상에 힘썼다.

그 과정에서 병사들, 혹은 같은 소속끼리의 유대감은 더없이 끈끈했다.

병사들의 분노도 이해하는 바였다.

“그렇다면 반쯤 병신을 만들어 놓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할 수 있다면 해봐라. 멍청한 놈들아. 성주님이 그렇게 주의하라고 하셨던 건 잊어먹었냐?”

레인저 소속의 병사들이 입을 다물었다.

성주는 강하다.

아무리 동료애가 강하더라도 오우거나 라이칸슬로프에게 홀로 덤빌 수는 없었다.

자신의 목숨이 최우선, 그다음이 동료애였다.

그들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었으니까.

“그러니까 닥치고 있어라.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아이젠하트는 품속에 있는 서신을 만지작거렸다.

성주가 왜 이렇게 그를 죽이지 못해서 안달인지도 생각해 보았다.

베스티안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속을 알 수가 없으니, 추측은 무의미했다.

저 멀리 마을이 보였다.

아이젠하트는 모든 불이 꺼져 있는 마을을 바라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타이밍이 좋지 않았군.”

키에에엑-!

제법 가까워지는 몬스터들의 울음소리.

이는 우연이 아니었다.

아이젠하트는 여유롭게 레인저의 미행을 간파했던 드레젠이 생각났다.

그래, 그런 통찰력이라면…….

“당했군. 모두 전투를 준비해라.”

“이런 젠장.”

“수가 꽤 많은 것 같습니다. 마을로 들어가서 농성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들썩이는 수풀이 어둠 속에서도 환히 보일 지경이었다.

좋지 않았다.

적어도 수십, 어쩌면 백 이상의 몬스터가 몰려올 수 있었다.

확실히 자신들을 함정에 빠뜨리기엔 적절한 수였다.

“얼른 마을에서 자리를 잡는다. 서둘러!”

그의 명령 아래, 레인저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이 근처에 있는 몬스터를 모두 꿰고 있는 아이젠하트는 어떻게든 살아남을 자신이 있었다.

문제는 자신을 따르고 있는 이자들이었다.

마을로 다가가니, 웬 어린아이와 그를 지키고 있는 남자 한 명이 보였다.

그리고 검을 들고 오연하게 서 있는 드레젠을 발견했다.

“……재밌는 친구로군.”

이미 자신들이 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는 듯, 반갑게 웃는 그의 모습.

예전에 먼발치에서 바라봤던 스카이워커의 가주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다.

패왕, 혹은 영웅.

그렇게 불렸던 이들과 겹쳐 보이는 드레젠.

아이젠하트는 절로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네놈 감히!”

“지금 그렇게 소리를 지를 때가 아닐 텐데? 소드 마스터라도 되나 보지?”

“……일단 각자 방어 대형을 갖춘다!”

아이젠하트는 부하들의 목숨을 함부로 버리는 지휘관이 아니었다.

드레젠 같은 실력자가 있다면 부하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겠지.

판단은 순식간이었고, 행동은 기민했다.

병사들과 경비대장은 허름하고 작은 집을 거점으로 삼았다.

-이야;; 진짜 드레젠 님이 말한 대로였네?

-진짜 뭐든 다 아는 남자 ㅇㅈ합니다.

-진짜 왔엌ㅋㅋㅋ

드레젠은 마나를 순환시키며 다가오는 몬스터를 바라봤다.

어떻게 된 것인지는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야만 했다.

#3

마을에 도착하기 전, 드레젠은 산속으로 향했다.

몬스터의 기척을 찾기 위해서였다.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당연했다.

갑자기 산속으로 들어오는 이유가 뭐였을까?

드레젠은 왜 자신이 산으로 들어왔는지 설명을 해 주었다.

“이 아이템이 생각나서, 써먹어 보려고 합니다.”

그는 이전에 쓰지 못했었던 아이템인 아르딘의 체액을 꺼냈다.

스카이워커 가문은 검의 가문이었다.

그들은 언제나 제국의 앞에서 검을 들어 싸웠고, 누구보다 많은 몬스터들을 도륙했다.

그래서 당대 가주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여느 판타지 소설에서의 경지가 아니라, 당대 최고의 소드 마스터라고 인정받기 때문에 내려진 칭호였다.

“검술 명가의 인정을 받으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어ㅓㅓ뭐지?

-검술?

-검술이지!

“그렇죠. 검술이죠. 스카이워커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검술이 필요합니다. 그것도 실전에서 필요한 검술이죠.”

사람을 상대로 한 검술은 이미 보여 주었다.

그렇다면?

-앗!

-아니 이걸 생각한다고?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건 아니겠지?

“맞습니다. 이 체액은 체취를 복사한다고 했죠? 뚜껑을 열고 숨을 불어 넣으면…….”

후우- 하고 숨을 불어 넣자 체액의 색이 변했다.

드레젠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체취가 각인이 된 것.

걸음을 조금 더 옮겨서 몬스터가 있는 곳까지 도달했다.

때마침 이런저런 몬스터들이 배회하는 것이 감지되었다.

“자, 지금부터 조금 빠르게 달리겠습니다.”

그림자 장막을 활성화하고, 전속력으로 달리며 아르딘의 체액을 뿌리기 시작했다.

경로는 산 곳곳에서부터 마을까지.

한 방울이라면 주변에 있는 몬스터의 이목을 충분히 끌 수 있는 만큼, 용량은 충분했다.

“자, 그럼 달려 봅시다.”

정제되지 않은 마나를 내뿜는 생명체가 있다면, 몬스터 특유의 광기가 발동된다.

인간의 체취에 난잡하게 뻗어 나가는 마나의 파동.

몬스터들이 득달같이 달려들기에 딱 좋은 조건이었다.

거기다 그는 또 다른 얘기를 했다.

“하시스 성주가 절 가만 놔둘 리가 없죠. 아마 성에서도 병력을 보낼 겁니다.”

-ㄹㅇ?

-진짜?

-정말로 오면 레전드 각;;

[‘뉴비환영해!’ 님 10,000코인 후원!]

[내기허쉴? 진짜 말대로 되면 10만 원.]

드레젠은 피식 웃으며 자신 있게 승낙했다.

자신은 뭐든 알아야 하는 콘셉트이니까, 이 정도는 즐길 의향이 있었다.

[‘뉴비환영해!’ 님 100,000코인 후원.]

[야발.]

결국 승자는 드레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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