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17화 (18/279)

제 17화

17화 - 만남

#1

캡슐에 누워, 이것저것 점검을 해 보았다.

캡슐 상태는 멀쩡했고 몸 상태도 최고였다.

오늘까지 작업을 해서 브튜브에 올린다면 이제 공식적으로 브튜버로서도 데뷔를 하게 된다.

행복한 힐링 라이프를 꿈꾸며 눈을 감았다.

방송 송출과 함께 다시 한 번 환상의 세계로 의식이 빨려 들어갔다.

[‘드레젠’ 님의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게임을 불러옵니다.]

흑백의 세상이 눈에 들어왔다.

모든 시간은 멈춰 있었고, 오직 내 의식만이 움직이고 있었다.

동기화에 대한 시간이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플레이어들을 위한 배려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상황 파악에 도움이 되는 편이니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할까.

-드하!

-으아, 드디어 왔다!

-어제부터 이날만 기다림!

-여기가 그 유명한 공략 방송임?

빠르게 치솟아 오르는 채팅에 눈을 돌렸다.

시청자 수가…… 벌써 1천 명이 넘었는데?

거기서 멈추지 않고 미친 듯이 시청자가 증가하는 중이었다.

2천, 3천을 넘어 4천 명까지 쭉쭉 늘어났다.

기분 좋은 현상에, 미소를 지으며 멘트를 시작했다.

“어서들 오세요. 오늘도 힐링 방송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의 암을 모두 치료해 드리는 방송입니다.”

-여윽시!

-초심 잃지 않았지 음음.

-ㅋㅋㅋㅋ어제가 처음이었는뎈ㅋㅋㅋ

-공략 방송 왔누!

이제 사람들이 많아졌으니, 한 가지 할 것은 확실히 해야 한다.

얼마 전 심각한 사태가 일어났었지.

사람들이 아무런 생각 없이 던진 말들이 아시아의 별 중 하나를 지게 만들었다.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현상이었으며, 앞으로 내가 걸어갈 길에 대해서도 연관이 없진 않았다.

“매너 채팅 부탁드립니다. 게임에 관한 얘기가 아니라면 삼가 주세요.”

-ㅇㅈㅇㅈ

-다들 집중하라우

-악플 다는 새끼들 다 처넣어야 됨;;

-진짜 너무 안타까운 일이었음 ㅜㅜ

-진짜 매너 채팅 하자.

“다들 잘 따라 주리라 믿습니다. 자, 그럼 어디까지 했었죠?”

-습격을 당했죠.

-그리고 당신이 보스가 됐어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성주가 보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

하시스 성의 성주에게로 찾아가려고 했지.

“그럼 조사부터 시작하도록 하죠. 일단 이 목걸이, 이건 레인저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브락시아의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명예와 정체성까지 잊진 않았다.

복장은 변장하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액세서리나 중요한 상징정은 꼭 지니고 다녔다.

똑똑하고 덜 똑똑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와 신념의 차이로 이해하면 편할 것이다.

그들의 정체성과 소속감은 바로 이런 곳에서 나오니까.

“변장하는데 목걸이를 차고 다니느냐, 할 수 있겠지만 이건 이들의 정체성입니다. 일종의 군번줄과 같은 개념이죠.”

-저런 건 버리면 안 되지.

-ㅋㅋㅋㅋ근데 실제 군인 중에 군번줄 잘 차고 다니는 사람 못 봤닼ㅋ

-그거 인정하구연

현대의 군대, 그것도 대한민국의 군대에서는 군번줄이 별것 아닌 의미로 다가올지 모른다.

하지만 이 브락시아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표식 중 하나였다.

신분증도 현대보다 쉽게 위조할 수 있는 만큼, 마법적 처리가 된 표식은 진짜 동료를 구분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였다.

“자, 그럼 일단 저 사람들에게 원한 살 일이 있었는지 확인해 본 후, 가 봅시다.”

내가 아닌 크리스 스카이워커를 노렸을 수도 있었다.

일단 저 안에서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부터 확인해야겠다.

“……이게 무슨…….”

뒤쪽에서 사냥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거의 경기를 일으키고 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사냥꾼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이게 뭐요! 그 손에 들고 있는 목걸이…… 레인저의 표식 아니오!”

“그런데?”

“베스티안 백작령 안에서 레인저들을 죽이다니, 당신 제정신인가?”

-아니 왜 구해 줘도 ㅈㄹ이여

-진짜 쟤 주둥아리 좀 어떻게 하면 좋겠닼ㅋㅋㅋㅋ

-으아 힐링 방송에서 암 걸리는 엔피씨라니!

-참교육 ㄱㄱㄱㄱㄱ

정말 짜증 나는 타입이었다.

시청자들 말대로, 조금은 자신의 입지를 깨닫게 해 주는 것이 좋겠지.

대체 뭘 믿고 저렇게 나대는 걸까?

성큼성큼 다가가니 움찔, 뒷걸음질을 쳤다.

본능적으로 멱살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내 숨이 느껴지는 데까지 확 끌어들였다.

“대체 뭘 믿고 그렇게 나대는진 모르겠지만, 죽기 싫으면 가만히 있으쇼. 아저씨.”

“…….”

“이놈들은 내게 덤벼들었다. 내가 이놈들을 봐줘야 하는 이유를 대 봐.”

역시, 사냥꾼은 아무런 말도 못 했다.

옆에서 작은 손이 내 옷깃을 잡지 않았다면, 검이나 주먹이 먼저 나갔을 텐데.

작은 힘으로 잡아끄는 손에, 멱살을 놓고 말했다.

“크리스 때문에 산 줄 아쇼. 그리고 내 앞에서, 절대 토 달지 말고.”

“……알겠소.”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확인한 뒤, 거칠게 그를 놨다.

크리스는 옆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꼬마는 나중에 큰 전력이 될 거다.

내가 키우기 위해서는 적당한 선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

“자, 이제부터 몇 가지 질문을 할 거요. 크리스,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을 잘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널 도와줄 수 있어.”

“알겠어요.”

크리스의 총명한 눈동자를 바라보니, 퍽 안심이 되었다.

첫 번째 질문이 시작되었다.

아주 중요한 질문 중 하나였다.

“자아, 남은 가족은 혼자니?”

“네.”

“주변 사람들은 마나를 쓸 수 없고?”

“……네.”

사냥꾼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아마 저 사냥꾼 역시 본래는 마나를 사용할 줄 아는 자일 것이다.

기본적인 무술은 할 줄 알겠지만…… 그래도 마나를 사용하지 못한다면 그저 일반인일 뿐이다.

“여기 산 지 얼마나 지났니?”

“6개월 정도 됐어요.”

“성주나 다른 사람들이 찾아온 적은?”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좋아, 이 정도라면 대강 파악은 했다.

하시스 성주는 아마 이 마을에 스카이워커 가문의 후계자가 있는 줄 몰랐을 거다.

그렇다는 건…….

“성주는 아마 저를 노리고 저놈들을 보냈을 겁니다. 그러니까 아직 크리스의 존재는 모른다는 얘기죠.”

-오호

-그게 더 싫다. 누가 감히 우리 드레젠 님을!

-근데 뭔가 켕기는 게 있으니까 보냈겠지?

-그거 맞다.

[‘나는엘프다’ 님 100,000코인 후원!]

[이번 이야기는 진짜 흥미로운데, 한번 파 보실 생각 있습니까?]

-좀 흥미롭긴 하다.

-과연ㅋㅋㅋㅋ

-미션비 가즈아!

아니, 저렇게 바람을 잡는다고?

방송인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을 해 줘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타협을 해야 하긴 하지.

10만 원.

하루에 벌기엔 큰돈이지.

“좋습니다. 일단 알아는 두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디까지나 소소한 힐링 방송을 꿈꾸는 사람임을 잊지 마세요.”

-걸리적거리는 걸 치운다 = 힐링

-다 죽인다 = 암살

-나밖에 안 남는다 = 천하 통일

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로 드립을 잘 치는 시청자들.

부족했던 소통을 하게 해 주는 느낌이라 절로 텐션이 올라갔다.

자, 기본적인 정보는 파악했으니, 이젠 크리스를 꼬셔야 한다.

“크리스. 지금부터 내가 널 도와줄 수 있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얘기해.”

“…….”

“크리스 님. 일단 들어가시지요. 이제 슬슬 해가 집니다.”

사냥꾼은 아직도 의심을 풀지 않은 모양.

나는 레인저들의 시체에서 검을 챙겼다.

[브레이시스식 숏 소드]

[공격력 +7]

[공격 속도 +2%]

“새로운 옵션이 붙었군요. 꽤 고급스러운 검인가 봅니다.”

-메모!

-오오 옵션 두 개네.

-다른 스트리머들 하루 종일 봤는데, 옵션 두 개는 처음임.

[‘네이티브’ 님 10,000코인 후원!]

[숏 소드로 암살 가능?]

“가능하죠. 날도 꽤 잘 서 있고, 질도 좋습니다. 품에 파고들어서 찌르기에도 아주 적합한 길이입니다.”

가볍게 몸을 풀어 봤다.

손에서 춤을 추듯 돌아가는 숏 소드.

적의 힘줄이나 인대를 베어 버리고, 순식간에 전투 불능으로 만들 수 있는 무기였다.

숏 소드의 큰 장점은 역시 빠른 속도.

역수로 쥐거나 바로 쥐거나 할 것 없이 바로 상대방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숏 소드는 다루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방어보단 회피를 해야 하며, 접근해서 단번에 끝내지 않는다면 역공을 당하기 쉬우니, 관련 스킬을 배우지 않는다면 추천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킹지만 우리 드레젠 쓰앵님이 나선다면 어떨까!

-와 진짜 잘 다루시는데?

“저는 노가다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연습은 이미 많이 해 뒀으니까요.”

확실히 검술 스킬을 익히니 몸에 보정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이질적인 느낌이 들지만, 이것도 마법의 일종이겠거니 했다.

정확한 것은 만나서 물어봐야지.

무기도 적당한 것을 챙겼겠다, 그럼 하시스 성주를 만나러 가 보자.

‘이름이라도 알면 좋으련만.’

현재 하시스 성의 성주가 누구인지는 가물가물했다.

변방의 성주까지 이름을 외우고 다니진 않았거든.

“여기 잠자코 있어라.”

“알겠어요.”

“당신도 허튼짓하지 말고 있는 게 좋을 거야.”

“…….”

이름 모를 사냥꾼은 슬쩍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거참 말 안 듣네.

독단적인 선택을 하는 건 좋지만, 앞으로의 일이 훤하게 그려졌다.

저런 성격이라면 화를 부르기에 딱 좋지.

걸음을 옮기며 시청자들에게 말했다.

“조만간 몬스터 밥이 될 사람이 있을 것 같네요.”

-ㄷㄷㄷ;;

-인성 무엇;;

-엌ㅋㅋㅋㅋ

[‘뉴비환영해!’ 님 100,000코인 후원!]

[목격자가 없는 건 암살 아시죠?]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브락시아에는 몬스터라는 아주 훌륭한 증거 인멸 도구가 있거든요. 마침 이 근처엔 오크랑 고블린도 많이 돌아다니는 것 같고.”

-증거가 없으면 완벽 범죄지;;

-완벽 범죄 x 완전 범죄 o

-진지충 아웃!

-ㅋㅋㅋㅋ이거 다른 사람들이 배우면 진짴ㅋㅋㅋㅋ

-못된 것만 가르치면 어떡해요 쓰앵님ㅋㅋㅋㅋ

못된 거라니.

이건 다 힐링을 위한 거라고.

크리스에겐 미안한 일이었지만, 저 사냥꾼은 크리스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일 뿐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다.

크리스를 잘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미리미리 걸림돌을 치워 놔야 한다고.

‘마나의 축복을 받은 육체라.’

세상엔 그렇게 태어나는 자가 있다.

이 세상에 있는 마나가 ‘나 너랑 친구 하고 싶어!’ 하면서 달려드는 육체.

대륙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 하는 궁극의 육체.

성좌들의 축복을 받았다고 전해지는 그 육체를 지닌 자가 바로 크리스였다.

나? 나는 그걸 억지로 만들었고.

“자, 그럼 성주를 만나러 가 봅시다.”

걸음을 빨리했다.

몸을 풀 겸 가벼운 뜀박질을 시작했다.

마나를 전신 구석구석으로 돌려서 적응력을 높였다.

마나 역시 잘 쓰려면 미리미리 풀어 줘야 한다.

-참교육 가즈아!

-근데 성주가 엄청 세다면?!

-그래도 가즈아ㅏㅏ

[‘뉴비환영해!’ 님 500,000코인 후원!]

[성주 목 따면 100만 원!]

“그건 상황을 봐야 하겠지만…… 일단 노력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성주는 적어도 오러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녀석일 텐데.

지금의 육체로 이길 수 있으려나?

잠시 고민했지만 수가 틀리면 그냥 다 죽이고 레벨 업 하지 뭐.

어차피 이건 게임일 뿐이고, 답도 없이 뒤틀리면 다시 하면 된다.

“자, 그럼 이제부터 성을 침투할 때, 혹은 암살을 해야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갑자기 분위기 암살자!

-갑.분.암!

-아싸시노!

성좌 : 젤다르의 가호를 받아 어둠 속에 물들길.

속으로 뇌까리며 단단하게 쌓여 있는 성벽을 올려다봤다.

마치 네놈이 나를 넘을 수 있겠느냐고 무시하듯, 오연하게 쌓여 있는 성벽이지.

하지만 나는, 뭐든지 하는 남자니까.

“출발합니다.”

당연히 이 정도 성벽이야, 그냥 넘어갈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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