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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13화 (14/279)

제 13화

13화 - 주변 정리

#1

하시스 성.

아이젠하트를 각별히 아끼는 성주 : 카이렌 베스티안은 그와 독대하는 중이었다.

제법 쌀쌀한 날씨였지만 바람은 꽤나 상쾌했다.

하늘하늘 날리는 커튼이 기분까지 좋게 만들었다.

아이젠하트는 카이렌에게 뼈와 나뭇잎, 로브 자락을 내밀었다.

꽤 강력한 마나가 아직도 오솔오솔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자가 떠났다고.”

“그렇습니다. 작은 마을이나 꾸리며 살겠다고…….”

“현명한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네.”

나른한 얼굴로 찻잔을 빙글빙글 돌리고 있는 카이렌.

그는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는 차를 바라보며 생각하는 중이었다.

아이젠하트는 조용히 물었다.

찻잔이 부딪치는 소리가 무겁게 울렸다.

“어찌하실 겁니까?”

“일단…… 지켜보는 것으로 하지. 오늘 오후에 훈련이 있었지?”

“그렇습니다. 슬슬 나가 봐야 합니다.”

“조심하라고. 오크들이나 고블린들이나 기승을 부릴 테니까.”

아이젠하트는 조용히 예를 올렸다.

그는 해야 할 일을 하러 가면 된다.

성주의 속내를 떠보는 것은 굉장히 예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고, 카이렌은 인상을 찌푸렸다.

“하여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 밖을 바라봤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자들이 보였다.

모두 자신을 믿고 따르며, 신뢰하고 있는 자들이겠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니까. 그래도 인정은 좀 해 줄까.”

그는 가지고 있던 검은색 뼈를 강하게 잡았다.

압도적인 마나를 머금은 뼈가 바스러져, 바람에 흩날렸다.

그는 나른한 얼굴로 밖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나른한 얼굴과는 다르게 서늘한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전해졌다.

“가라.”

주변에 있던 기척 몇이 사라졌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카이렌은 나른하게, 그리고 멍하니 성의 정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2

드레젠의 눈앞에 뜬 것은 퀘스트 창이었다.

퀘스트가 발생하는 조건은 완전히 랜덤인 듯 했다.

그는 천천히 내용을 확인했다.

[퀘스트 발생]

[이름 없는 마을을 구원하라.]

-자세한 내용을 조사하자.-

퀘스트라는 것은 누군가가 자신에게 부탁할 때 생겨나는 것.

다시 말해 눈앞에 있는 사냥꾼이 자신의 마을을 구원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드레젠은 사냥꾼 너머에 있는 마을에 시선을 두며 말했다.

“그럼 승낙한 것으로 알겠습니다.”

“아, 저, 저!”

“왜요? 이 마을에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 준다니까?”

“자네 혼자 가능한가?”

중년인은 불신의 눈빛을 띠고 있었다.

드레젠이 그의 전신을 한번 훑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이상하긴 하군.’

중년인은 묘하게 부자연스러웠다.

강인한 신체가 있었지만 왜인지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느낌.

아직까지 멍하니 서 있는 사냥꾼을 뒤로하고, 드레젠이 마을 안쪽으로 들어갔다.

마을은 을씨년스럽다 못해, 폐허와 다름없는 상태였다.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비를 겨우 피할 수 있는 오두막이 아무렇게나 늘어져 있었다.

드레젠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놈의 퀘스트는 정말 불친절하군요.”

-그거 맞지.

-일일이 알아내야 하는 거라 더 재밌는 것 같은데ㅎㅎ

-장단점이 있는 듯. 제대로 못하면 암만 걸리지 ㅜㅜ

일장일단이 있다고 하지만, 불친절함은 이 게임의 큰 진입 장벽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드레젠이 더욱 빛을 발하는 법.

뭐든지 다 알고 있는 방송이 화려하게 날아오를 시간은 충분했다.

그 이점을 충분히 이용할 생각이었다.

“자…… 그럼 일단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로 하죠. 어디에 누가 있는지.”

-가장 기본이죠.

-정-석.

-저 아재한테도 물어보면 좋을 것 같은데.

흘끔 뒤를 돌아보니 사냥꾼 아저씨는 아직까지 불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런 자에게 질문을 해 봤자, 좋은 대답이 들려올 리가 없지.

드레젠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

“저렇게 의심하고 있는 사람이 제게 고분고분 대답해 줄 리가 없죠.”

-그것도 ㅇㅈ

-맞네;; 나 같아도 말 섞기 싫을 듯ㅋㅋㅋ

-쓰앵님 하고 싶은 거 다 하세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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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실언을 하였나이다.]

“괜찮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있나 찾아보도록 하죠.”

첫 번째로 도착한 곳은 가장 큰 집이었다.

노크를 위해 손을 들었을 때, 뒤에서 사냥꾼의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이보게.”

“…….”

드레젠은 말없이 돌아서서 눈을 마주쳤다.

사냥꾼은 발걸음을 빨리해, 그의 앞에 다가왔다.

떨리는 눈동자, 꽉 쥔 주먹이 그의 심경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이 마을을 구원해 줄 수 있겠는가? 정말로?”

“그러려고 여기 왔습니다. 이곳에 자리를 잡을 거니까요. 주변에 얼쩡거리는 것들을 우선 치워야겠죠.”

“……들어오게.”

사냥꾼은 멀뚱히 서 있는 드레젠을 지나쳐, 여기저기 부서진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의 집이었던 모양.

드레젠은 말없이 안쪽으로 들어섰다.

지붕이 훤하게 뚫려 있어, 촛불이나 마법 등이 없어도 실내를 밝혀 주었다.

퀴퀴한 먼지가 부슬부슬 떠다니는 집.

문이 부서질까 조심히 닫은 후에 안쪽을 쳐다봤다.

“이분은 누구셔?”

“어음…… 용병이다. 우리를 도와주겠다고 하시더군.”

“그거 잘됐네.”

집 안에는 젊은 아이가 있었다.

어린이는 아니었고, 14세에서 15세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년이었다.

잘 먹지 못해서 빼빼 마른 몸뚱이에 누더기를 걸치고 있는 모습.

바로 옆에 성이 있었으나 이런 곳에서 주저앉아 있다.

‘후…… 이런 점은 적응이 안 된다니까.’

드레젠이 살았을 때도 별반 다른 점은 없었다.

자신 혼자 살기 급급했기 때문에 미처 돌아볼 여유가 없었지만, 다시 보니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어차피 거점으로 활용할 생각을 했으니, 이곳에 있는 자들을 이끌어야 했다.

-불쌍;;

-진짜 리얼하네 게임

-불쌍함 ㅜㅜ 마른 것 좀 봐

[‘뉴비환영해!’ 님 10,000코인 후원!]

[쓰앵님 애기 좀 구해 주세요우ㅜㅜ]

“제가 도와 드리죠. 일단 이것부터 좀 먹어라.”

활과 화살 말고도 미리 사 둔 식량을 내밀었다.

그냥 먹는 것이 아니라 물에 잘 불려서 먹여야 할 것이다.

소년이 주섬주섬 다가와서 식량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다가 드레젠의 손과 소년의 손이 맞닿았다.

“음?”

그 순간 드레젠은 묘한 느낌을 받았다.

아이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마나의 느낌.

깜짝 놀라서 눈을 들어 살펴봤다.

이내 그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잡혔다.

“얘야, 이름이 뭐냐.”

“어…… 크리스입니다.”

“성은?”

“어…….”

소년은 뜸을 들이며 자신의 아버지를 쳐다봤다.

아버지, 사냥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드레젠을 바라봤다.

고작 이름이었다.

이름 하나 가르쳐 주는 데 저렇게 뜸을 들일 이유가 없었다.

그것으로 드레젠은 확신했다.

‘땡잡았군.’

그리고 소년의 푸른 눈동자를 바라보며 똑바로 말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단어는 충격적이었다.

“이곳에 있었군. 크리스 스카이워커.”

“헙!”

경기를 일으키는 소년과 벌떡 일어나 자신에게 활을 겨누는 사냥꾼.

마나를 사용하지 않는 자가 왜 그의 호위를 하고 있는지 궁금했으나, 분위기가 순식간에 살벌해졌다.

드레젠은 두 손을 들어 보이며 전투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어허, 일단 진정 좀 하시죠. 전 싸우러 온 사람이 아닙니다.”

“뒤로 물러서라. 당장.”

“마나도 못 다루시는 분이 그래 봤자 별로 위협은 안 되는데.”

“크리스 님. 저자가 준 것들은 먹지 마십시오.”

쩝쩝.

사냥꾼이 무게를 잡았지만 이미 휴대 식량과 육포를 질겅질겅 씹는 소리가 났다.

“이미 먹었는데?”

천진난만한 눈으로 사냥꾼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삐쩍 말랐지만 빼어난 미남인 크리스가 짓는 표정은 사뭇 대단했다.

“크, 크리스 님!”

“이거 웃기는 도련님이군. 스카이워커 가문이 멸망했다곤 들었는데…… 설마 여기에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당신은 어째서 알고 있는 겁니까?”

“전 뭐든지 다 알고 있거든요. 일단 천천히 식사부터 하시죠. 전 잠시 나가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드레젠은 미련 없이 밖으로 향했다.

사냥꾼은 그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잠깐의 판단이 엄청난 위기를 불러왔다.

그가 크리스에게 무릎을 꿇으며 비통하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도련님. 제가 그릇된 판단을 했습니다.”

“저 사람 좋아 보여. 이 마을을 살리려고 온 사람 아니야?”

맞다.

그의 힘을 빌려 이 생계를 이어 나가려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일 줄 알았으니까.

마나를 다룰 수 없게 된 마을 주민들은, 이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니까.

“위험합니다. 또다시 여행을 떠나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

크리스는 눈에 띄게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더 이상 도망 다니는 삶을 살기 싫었다.

머뭇거리며 내미는 손에는 드레젠이 남기고 간 식량이 들려 있었다.

휴대용 육포와 비스킷.

“이거, 일단 먹어.”

“……알겠습니다.”

이내 집 안에는 말없이 음식을 먹는 소리만 가득 찼다.

#3

-그래서, 무슨 일임?

-스카이워커? 스타X즈?

-ㅋㅋㅋㅋ아재요 그러다가 저작권 철컹철컹 모르심?

-동명이인은 괜찮음!

채팅 창은 이런저런 말이 많았다.

또다시 역사 공부 시간이 다가왔다.

드레젠이 자리에 털썩 앉으며 입을 열었다.

이렇게 세계관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낼 때면, 옛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났다.

“스카이워커. 오래전, 처음으로 마나를 이용한 검술을 썼던 자의 가문입니다. 마법이 전부라고 믿고 있던 시절, 검 하나로 전설을 이룩하신 분입니다.”

-오오, 다시 역사 교육인가

-두 귀를 세우겠습니다.

-크으, 이런 좋은 분위기에 옛날이야기라닠ㅋㅋ

시청자들은 역사 공부는 싫어했지만, 게임에 녹아들어 있는 이야기를 아주 좋아했다.

자신이 재미있어하는 것엔 언제나 관심이 있는 법.

드레젠은 덤덤히 아는 것을 풀어냈다.

크리스 스카이워커.

칠대 영웅을 뛰어넘는, 최초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

자신과 함께 전장을 누비진 않았지만 거대한 제국을 무너뜨리고자 했던 위대한 검의 제왕이었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던 반동이었을까, 그는 항상 홀로 전장을 누볐다.

“여러분이 흔히 접하는 소드 마스터니 오러니 하는 것도 전부 스카이워커 가문에서 고안한 겁니다. 그렇기에 하나의 상징과도 같은 가문입니다.”

-그런데 왜 멸망했지?

-흥미진진!

-그러게요, 왜 이렇게 됐을까?

“그걸 설명하기 전에…… 일단 전투부터 해야 할 것 같군요.”

스산한 바람이 불었다.

오직 드레젠만 맡을 수 있는 짙은 혈향이 저 멀리서부터 솔솔 날아왔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등에 맨 활을 꺼내, 시위를 한번 튕겨 보았다.

-아!!

-사람을 빡치게 만드는 방법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말을 하다 마는 것이고!

-ㅜㅜㅜㅜ 진짜 낄끼빠빠 못하나 @(%)$#ㅜㅜ

드레젠은 피식 웃었다.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이곳에 있는 크리스의 존재를 알거나, 아니면 자신이 거슬렸거나.

어떤 의도가 있든 상관없었다.

그들은 오늘 살아서 이곳을 나가지 못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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