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절대자의 뉴비생활-7화 (7/279)

제 7화

7화 - 내가 힐링이 되었다

#1

-오오 이벤트!

-이런 시스템도 있구나.

-아직 공식 이벤트 발견한 사람 없제?

-아아, 역시 뭐든지 아는 방송이다.

대규모 장례식.

아련한 추억을 되살려 주는 단어였다.

그것도 추억 아닌 추억이다.

“지금은 얼른 물건부터 팔죠. 제아무리 부패를 막아 놨다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는 떨어집니다. 가까운 마을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생으로 들고 오는 것은 삼가세요.”

중얼중얼, 팁을 알려 주며 다음 공방을 찾아 나섰다.

예상대로 공방 간의 사이는 매우 좋지 않았으며, 1골드 30실버라는, 꽤 두둑한 금액을 받고 팔 수 있었다.

이 정도라면 당분간은 자본 걱정이 없을 것이다.

뭐든지 기반이 중요한 법.

얼른 쓸 만한 곳을 알아봐야겠다.

#2

아아-♪

기다랗게 늘어지는 장송곡이 하늘로 솟았다.

후끈한 열기를 타고 올라가는 장송곡은, 죽은 자들의 영혼을 외롭지 않게 해 준다는 이야기가 있다.

살아생전, 그들이 잡은 각종 몬스터들의 유골과 함께 타오르는 옷소매, 엠블럼.

-뭔가 슬프네.

-게임에서 장례식을 볼 줄이야.

-멍하니 보고 있다가 채팅 침 ㅜㅜ 엄청 슬프다.

-게임 주제에 디테일 쩌네;;

드레젠은 장례식을 지켜보다 고개를 숙여 눈을 감았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이벤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에게는 지구에서의 삶보다 훨씬 많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장소였다.

대한민국의 문화보다 브락시아의 문화가 더욱 친숙하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그래도 마음 다잡자고.’

감았던 눈을 뜨자, 다시 무감각한 눈동자가 드러났다.

이곳은 게임이다.

돈을 벌기 위한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곳.

“으아아앙-!”

“록시, 조용…….”

“놔두쇼. 아이도 슬플 텐데.”

그때 들어온 광경은 구슬프게 우는 아이와 눈시울을 붉힌 채 어쩔 줄 몰라 하는 여인.

허름한 옷을 입고 있는 것이, 넉넉한 형편은 아닐 것이고, 아이가 어린 것을 보아, 여인의 나이 역시 많아 보이진 않았다.

여인은 이를 악물고 애써 아이를 달래고 있었다.

록시라고 불린 아이가 기폭제였는지,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빠아아아-! 으허어엉!”

“꼬마야.”

물끄러미 보고 있던 드레젠이 움직였다.

주머니에서 만지작거리고 있었던 은화 하나를 꺼내 보이곤, 쪼그려 앉아 꼬마와 눈을 마주쳤다.

골격이 튼튼하고, 마나에 대한 재능이 제법 있어 보이는 꼬마였다.

검을 수련한다면 꽤 그럴듯한 기사가 되겠지.

가늘고 긴 손을 꼬마의 머리에 툭 올려놓으며, 드레젠은 록시에게 은화를 하나 쥐여 주었다.

“꼭 아버지를 뛰어넘는 기사가 되거라.”

“…….”

꼬마, 록시는 그저 벌겋게 부은 눈으로 고개를 한번 끄덕였을 뿐이었다.

여인이 깊게 고개를 숙였다.

드레젠 역시 살짝 묵례를 하곤 장례식장을 빠져나왔다.

병사들이 빙 둘러져 있는 곳을 빠져나가려 할 때, 경비대장이라고 했던 자가 그를 불러 세웠다.

“드레젠이라고 했나? 잠깐 나 좀 봐도 될까?”

“그러시죠.”

걸음을 멈췄다.

흘끔, 옆에 떠 있는 채팅 창을 보니 방금 한 동작의 의미를 묻는 중이었으나, 이따가 대답하기로 했다.

아이젠하트라고 했나.

그가 내게 성큼성큼 다가와 불쑥 둘둘 말린 종이를 내밀었다.

“성주님이 맡기신 의뢰네, 가벼운 것이라 아무에게나 맡겨도 되는데 믿을 만한 녀석이 없어서 말이야.”

[퀘스트 발생]

[성주의 의뢰]

[자세한 정보를 조사하십시오.]

-오오!

-드디어 퀘스트다!

-ㅋㅋㅋ다른 방은 고통받고 있던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뉴비환영해!’ 님이 50,000코인 후원!]

[퀘스트 켠왕 요청합니다. 켠왕 완료하면 10만 원!]

드레젠이 잔잔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직 게임을 시작한 지 3시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

여덟 시간이라는 제약이 있지만, 바로 이어서 하면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무슨 의뢰죠?”

“간단한 정찰 임무네. 자네가 기절해 있었던 곳으로 돌아가서, ‘어떤 흔적’을 조사해 주면 되는 거지.”

“보수는?”

“성주님은 5골드를 제시했네.”

5골드.

절대로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단순한 임무에 비해 보수가 지나치게 많았다.

보통 정찰 임무는 50실버에서 많게는 80실버 정도.

1골드가 넘어가는 의뢰는 잠재적인 위협이 있다는 뜻이며, 2골드 이상은 직접적인 전투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저 혼자 가능할까요?”

“지원금이 따로 있네. 10골드지.”

“그 정도라면.”

뛰어난 용병 한둘은 구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1골드라면 한 달 동안 4인 가족이 풍족하게 먹고살 수 있는 금액이었으니까.

현대로 치자면 약 500만 원 정도의 가치였다. 현질할 때의 시세가 아니라 원화로 환산하면 그렇다는 뜻이니 오해 말자.

어쨌든, 가운데가 단단히 밀봉되어 있는 서신을 받아 들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한은 일주일이네. 저기 보이는 병영으로 와서 보고하면 될 거야.”

“그때 뵙죠.”

“……고맙네. 병사들의 장례를 치르게 해 줘서.”

드레젠은 대답 없이 희미한 미소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

#3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아니, 너무 급전개라 그런지 따라가기가 벅차네.

-다른 BJ들은 허우적거리고 있는데 여긴 무슨 물 흐르듯 전개가 돼.

여관.

침대에 걸터앉아 시청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드레젠.

그는 천천히, 자세하고 상세하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다.

“장송곡은 어땠습니까? 합동 장례식은 나름 큰 행사죠.”

-그래서 애기한텐 왜 돈 줬어요?

-꼬마 귀엽던데. 불쌍 ㅜㅜ

-맞아 돈 아깝게.

초반 1실버가 결코 적은 돈은 아니었기에 시청자들이 의아해했다.

드레젠은 피식 웃으며 설명을 해 주었다.

문화와 풍습을 모른다면,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었기에 비난하진 않았다.

“베스티안 백작령에서 어린아이들은 매우 귀중한 인적 자원입니다. 그들은 커서 이 땅을 지키는 자들로 거듭나기 때문이죠.”

-아아.

-그러네, 여긴 몬스터들을 지키는 곳이라고 그랬지.

-지나가던 아조시들 보니까 하나같이 근돼들이었음 ㅋㅋㅋ

-맞앜ㅋㅋㅋ ‘쿵푸허슬’에 나오는 마을 같음ㅋㅋㅋ

-그래서요? 그래서 뒷이야기는 뭔데요?

“은화는 기원을 상징합니다. 아이에게 은화를 주며 앞날을 축복해 주는 거죠. 그 아이는 커서 훌륭한 기사가 될 겁니다. 어머니가 고개를 숙인 것도 그 때문이에요. 축복을 준 사람이 복을 나눠 준다는 미신이 있거든요.”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지만, 어디까지나 풍습이고 미신이었다.

그래서 아끼는 자가 아니면 함부로 그런 행동을 하진 않는다.

물론 게임이고, 죽은 다음에도 목숨이 있는 플레이어인 드레젠은 해당 사항이 없었다.

-암요 암요. 뭐든지 다 아는 방송 ㅇㅈ

-ㅇㅈㅇㅈ. 역사 공부보다 재밌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잘 아시는 거예요?

[‘내가바로비-터다!’ 님 1,000코인 후원!]

[여기가 게임사에서 공식 후원하는 채널인가요?]

“후원 감사합니다. 으음? 게임사에서 공식 후원하다니요?”

처음 들어 보는 이야기였다.

무슨 소리인고?

드레젠은 진심으로 궁금증을 담아서 물었다.

후원이 다시 한 번 터졌고, 그들이 생각하는 의문점을 담은 내용이 들어왔다.

[‘내가바로비-터다!’ 님 1,000코인 후원!]

[공략 방송을 너무 잘하셔서 게임사에서 정보를 푸는 건 줄 알았는데.]

드레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생각해도 나쁠 것은 없었다.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까.’

잠시 조용히 생각해 봤다.

게임사의 이름을 등에 업는 것은 정말 좋은 현상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었다가는 도용 문제로 귀찮아질 확률이 높았다.

이럴 때는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것이 최고였다.

여지를 남기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는.

그래서 꼬투리를 전혀 잡을 수 없게.

“생각하시는 것은 마음대로 하셔도 좋습니다. 제가 조금 많이 알고 있긴 하죠. 하지만 그저 한 명의 스트리머로 지켜봐 주시면 되겠습니다. 게임사하고는 별개로.”

-오 역시.

-이러면 이해가 가지.

-공식 공략 방송 좋구연.

-이 정도 갓-겜을 만들어 놨는데 아깝지 않다. ㅇㅇ

떡밥을 던져 주면 시청자들은 알아서 해석하게 되어 있다.

그가 던진 한마디는 무수히 많은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

드레젠은 묘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그러면 휴식 모드로 돌려놓고, 30분 뒤에 보겠습니다. 저도 밥 좀 먹고 든든하게 와야겠네요. 시간 비율은 5 대 1이니, 그동안 물 마시고, 간식거리 챙기셔서 오시면 됩니다.”

-와 쉬는 시간!

-그동안 홍보 좀 하다가 오겠습니다.

-흥해라 흥해.

-센세, 쉬는 시간 감사합니다.

드레젠의 캐릭터가 누워 있었고, 곧 가상 현실에서 빠져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방송은 잠시 대기 모드로 돌려 두었다.

대기 모드는 방송 종료는 아니었지만, 방송 화면은 송출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했다.

강인은 시간을 계산해 보았다.

순수 게임 시간으로 여덟 시간이 한 번에 플레이 가능한 시간이었으니, 정찰까지는 넉넉하다고 생각했다.

#4

푸쉬익-!

유압식 캡슐에서 빠져나왔다.

괴리감이 느껴지는 몸뚱이가 날 괴롭혔다.

“후우…… 적응하기가 쉽지 않네.”

팔다리를 몇 번 움직여 본 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나 결핍증을 극복할 수만 있다면.

미미하게 떨리는 손을 바라봤다.

‘고작’ 고블린과의 전투였지만 아직도 자유로운 느낌을 잊을 수가 없었다.

브락시아에선 무서울 것이 없었는데 말이지.

“밥이나 먹자.”

한숨이 나왔다.

고개를 들어 찬장을 바라보니, 유통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봉지 라면과 과자, 며칠 전에 가져온 폐기 삼각 김밥 등이 보였다.

이걸 극복하기 위해서는, 브락시아에서 성공을 거둬야만 하겠지.

낡은 포트에 물을 붓고, 모락모락 김이 올라올 때까지 컵라면을 준비했다.

춘식이 형님이 버리려다 준 전자레인지에 삼각 김밥 두 개를 돌렸다.

“엇.”

그러다가, 찬장 위에서 컵라면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턱턱턱-!

나도 모르게 옛 몸놀림으로 컵라면들을 받아 들었다.

곧이어 식겁했다.

주변에 미약한 바람이 불 정도로 격렬한 움직임!

곧이어 극심한 고통이 찾아……와야 하는데?

“어라?”

뭔가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극심한 통증은커녕, 온몸을 아주 미세하게, 정말 쥐의 꼬리에 붙어 있는 미세 먼지만큼의 양으로 돌아다니는 뭔가를 느꼈다.

약 1초 후,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설마.”

내 육체는 수많은 개조를 거쳤다.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지만, 이미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마나 없이는 정상인이라고 할 수가 없었다.

마나가 없으면.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내가 힐링을 받았잖아?”

어안이 벙벙해서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툭- 하고 포트의 버튼이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부글부글 끓는 물이 내 심정과 같았다.

“하-! 하하하하-!”

눈앞이 뿌옇게 변했다.

웃음이 실실 새어 나왔고,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이 몰려왔다.

빌어먹을 실험 끝에, 다시는 빛을 볼 수 없을 줄만 알았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게임을 절대 멈출 수가 없겠는데?

원인을 알아낼 때까지 여덟 시간 내내 게임을 할 이유가 생겼다.

“얼른 밥 먹자.”

얼른 밥 먹고 다시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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