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가슬렌더-120화 (120/120)

제 목: 125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125

[기가 슬렌더] -완결- Episode I

Epilogue I

2개월 뒤.......

티탄시 릴튼 병원. 특실.

한 소녀가 흰 침대 위에서 밝은 미소를 지으며 카인을 바라보았다. 그 소녀의 상태는 상당히 좋아진 듯 꽤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이봐. 레이? 괜찮은거야? 이제 걸을 수도 있다며?"

-

"웅. 카인. 히힛."

레이는 자신이 걷는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주려는 듯 일어섰다. 마치 걸음마를 새로 배우는 아기처럼 약간은 기우뚱거렸지만 그래도 분명 예전보다 좋아진 모습이었다.

"에구!!"

휘청거리는 레이를 옆에 있던 라이오네가 부축해서 다시 침대에 눕혀 주었다. 확실히 그녀의 상태는 많이 좋아진 것 같았다. 카인은 많이 기뻐하며 말했다.

"다행이야!! 정말."

-

"다 너와 얀 박사님이 보살펴준 덕분이지. 이히힛."

"레이양. 난 아무것도 한게 없다네. 하지만 정말 자네가 이렇게 좋아져서 다행이야."

얀도 기분이 좋은지 입이 귀에 걸려 있었다. 그때 또 누가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얀의 아내 이카루스였다. 얀은 이카루스에게 살며시 키스하고는 레이의 좋아진 상태를 말해주었다.

"어머. 정말 잘됐군요. 레이. 이제 걸을 수도 있다니. 곧 옛날처럼 돌아갈 수 있겠어요."

-

"다. 이카루스 언니 덕분이에요. 이히힛."

"이거 우리가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너무 띄워 주는 것 같은데?"

-

"헤헤헷. 맨날 먹을 거 사다주시잖아요. 그게 최고죠."

"하하핫. 그런가? 앞으로 더 많이 사다줘야겠는걸? 안 그래? 여보?"

-

"그래요. 그래야겠어요."

이카루스는 레이가 걸을 수 있다는 말에 감동 받았는지 약간 메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때 라이오네가 카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카인 오빠. 아크바레이 오빠는???"

-

"흠. 글쎄. 그 녀석 어머니하고 금방 온다고 했었는데?"

"치잇. 맨날 엄마랑만 놀구."

-

"하하핫. 라이오네. 너 질투하는구나? 너 한달 사이에 이렇게 컸으면서 생각하는 것은 어릴 때 그대로구나? 하핫."

"뭐어? 칫."

라이오네는 짐짓 삐진 척을 했지만 그 말이 그다지 듣기 싫은 것은 아니었다. 카인의 말대로 그녀의 몸은 마치 성장기의 소녀를 보는 것처럼 부쩍부쩍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더 이상 12살처럼 보이던 라이오네가 아니었다.

그때 한 헤켈과 인간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펜 타고니와 아크바레이였다. 라이오네는 아크바레이를 보자마자 그에게 달려가 안겼다.

"켁!! 라이오네!! 다 큰 처녀가 이게 무슨 짓이야!!"

-

"칫. 예전엔 내가 안기면 잘 껴안아 줬잖아! 이젠 내가 싫어진거야??"

"그. 그게 아니라 네. 네 몸을 보라구. 그 그러니까."

-

"하핫. 아들아. 너 이상한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으구!! 어머니두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애 몸이 불어서 무. 무거워서 그렇다는 말이에요."

-

"뭐어!!!?"

라이오네는 아크바레이의 말에 뾰루퉁해 져서는 뒤돌아섰다. 졸지에 아크바레이만 이상하고 나쁜 변태인간이 되어 버렸다.

"이쒸. 내가 왜???"

-

"아크바레이. 라이오네가 널 너무 좋아해서 그런거야.

후훗. 잘 지내셨죠? 어머니?"

"그래요. 카인. 그동안 아크바레이. 요 녀석이 어찌나 카인을 보고 싶어하던지. 뭐. 카인보다는 라이오네를 더 보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

"어머니!!!"

"후훗. 우린 잘 지내고 있었어요. 아크로나딘에 있던 짐도 이곳으로 다 옮긴 상태고 그곳에서 다른 헤켈들과 작별인사도 했고."

펜 타고니는 환하게 미소지으며 한달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아크바레이와 로페하벤으로 간 그녀는 그곳에서 한달간 지내면서 헤켈생활에 관한 것들을 하나씩 정리했다. 그리고 아크바레이와 같이 살 물품들을 정리해서 이곳 티탄시로 이사왔던 것이다.

아크바레이는 외지에서 한달동안 있으며 카인 보고 싶네. 세느카 보고 싶네. 하지만 라이오네가 가장 보고 싶네. 라고 노래를 불렀던 것이다.

그렇게 보고 싶던 라이오네가 보자마자 껴안아 주었으니.

아크바레이는 좋으면서도 아닌척 했던 것이다.

"어때? 레이의 상태는?"

-

"직접 물어봐. 아크바레이."

"어때요? 레이? 설마 내가 누군지 기억 못하는건 아니죠?"

-

"누구신지."

"뜨어."

-

"하핫. 기억하죠. 기억하구 말구요. 라이오네가 얼마나 아크바레이 칭찬을 많이 했는데요. 아마 하루에 아크바레이 란 이름을 수십번도 더 들었을걸요?"

"네에????"

아크바레이는 레이의 말에 라이오네를 쏘아보았다. 하지만 정작 삐져 있는 것은 라이오네였기에 아크바레이가 시선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펜 타고니는 라이오네에게 살짝 윙크를 하고는 다른 일행들에 대해서 물었다.

"아참. 킴은 어때요? 약물 때문에 고생이 심하다고 들었는데?"

-

"아. 킴도 곧 올텐데. 그는 퇴원했어요. 워낙 미시케가 지극정성으로 간호하는 바람에 너무 빨리 낳아 버렸죠. 후훗."

"하핫. 카인. 그게 사실이야? 역시 미시케는 정말 근사한 여자라니까. 누구처럼 몸만 성인으로 변하고 정신은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보단 훨씬 아름답지."

-

"오빠!!!! 뭐라고라!!!"

"잉? 들었냐? 라이오네? 아니. 네 모습이 너무 성숙했다이거지. 외관상으로만."

-

"으드득!!!"

"내. 내가 잘못했어!!!"

라이오네의 꼬집기 3단에 당한 아크바레이는 절망스런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의 비명을 뒤로한 채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약물의 부작용으로 수전증 비슷한게 생겼다던데.

그것 때문에 고민이 많데."

-

"그건 왜 그런가? 카인?"

"아. 박사님. 킴은 다시 프로 게이머로 돌아가고 싶어했거든요?

그런데 수전증이 생겼으니 게임기를 제대로 다룰 수 있겠어요?

하핫."

-

"카인!! 지금 내 욕하는거야?"

"어랏?? 킴 왔어요?"

뒤를 돌아보니 킴과 그의 팔짱을 끼고 있는 미시케가 보였다. 그 둘은 킴이 살아 돌아온 그 순간부터 서로 사귀기로 했던 것이다.

참. 미시케도 잊을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본다더니. 뭐 그리 급하다고. 하지만 킴이 돌아왔을 때 그는 거의 제 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미시케도 그런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이상한 약물에 중독되어 눈도 안보이고 가끔 경련도 일으키는...... 다행히 의술이 발달한 세이렌들의 도움을 받아 어느 정도 완쾌된 상태였다.

"어? 킴. 손 안떠네요?"

-

"후훗. 카인. 제가 팔짱 끼고 있잖아요. 그래서 안 떨리는 거에요. 이렇게 고정시켜 주면 좋다고 해서."

"미시케!! 푸하핫. 좀 그럴싸한 변명을 대봐요. 떨리지 않게 팔장을 껴주고 있는거라구요? 서로 사귄다면서 뭐가 부끄러워서 그래요?"

-

"아이. 카인도."

카인의 말에 미시케가 수줍게 웃었다. 킴과 미시케는 다른 일행들과 인사를 나누고는 레이에게도 인사를 했다. 거대한 특실은 거의 10명의 사람이 들어왔는데도 아직 많이 비어 있었다. 이 병실은 새로운 전지역구의장이 된 에리네의 배려였다.

에리네는 마테리온이 형무소에서 자결함에 따라 비워진 티탄시의 시장도 맡게되어 유그리스시와 티탄시의 시장을 겸직하게 되었다. 그의 뛰어난 능력은 그를 전지역구의장이란 자리에까지 올려놓았던 것이다. 하지만 전지역구의장이란 자리가 가장 높은 자리는 아니었다.

세이렌 의장인 파리나타와 헤켈 의장인 쟈칼과 동일한 위치였던 것이다.

세종족은 각각의 종족 의원과 의장을 선출하여 세종족의 평화와 번영을 도모하기 시작했다. 불과 한달 사이였지만 그들 사이에는 많은 화해와 협력이 이루어져 주기적인 회담을 성사시켰고 더 이상 지역구분도 사라져버렸다.

이제 더 이상 아크로나딘 산맥은 헤켈의 땅이 아니었으며 5지역구는 금단의 땅이 아니었다. 펜 타고니의 경우처럼 인간과 함께 사는 헤켈도 늘어나는 추세였으며 세이렌들도 추운 5지역구에서 많이 남하하여 이주한 상태였다.

그 모든 것이 에리네와 베아트리체같은 인간의 의원들과 헤켈의 쟈칼과 르부뤽,마타 륭,락켄신, 세이렌의 파리나타,휘페리언,락토니즈,플루토스 등의 노력으로 이뤄진 값진 결과였다.

참고로 에리네는 한달 뒤에 미얀과 약혼식을 치루기로 되어 있었다. 저번 일을 계기로 그들의 사랑 역시 급속도로 발전했던 것이다.

에리네는 노레아 사막지대 지하기지에 있는 모든 실험 기구와 장비들을 철거하고 다신 그런 사악한 실험이 재개되지 않도록 그곳을 아예 폭파시켜 버렸다.

그것은 원자력 천공위성의 루치펠도 마찬가지였다. 더 이상 신병기를 개발할 필요가 없는 카안드리아스 재단은 존재가치를 상실했다. 게다가 카안드리아스 재단의 엄청난 음모를 세상 모두가 알게 되어 원자력 천공위성도 우주의 쓰레기가 되어 버렸다.

코로니스와 제이드는 힘을 합쳐 종족차별주의자들을 뿌리채 뽑아내었으며 다른 종족과 화해하자는 종족친화론을 주장하는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그 둘의 우정은 앞으로도 영원할 것 같았다.

한참 웃고 떠들고 있을 때 누군가 헐레벌떡 들어왔다.

"하아. 하아. 미안. 미안. 아우로페가 굳이 걸어가자고 해서. 헤헷."

-

"아? 아우로페?"

카인이 되묻자 아우로페가 병실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파인리히. 먼저 뛰어가면 어떡해요? 힘들어 죽는줄 알았잖아요!!"

-

"미안. 미안.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어서. 거봐. 그러게 내가 플라잉 머신 타고 오자고 했잖아."

"언더 플레인타고 병원 지하까지 온게 누군데 그래요?"

-

"하. 하. 그걸 말하면 어떻게?"

파인리히는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다른 일행들은 모두 아우로페의 모습을 보고 놀라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서 있었던 것이다. 불과 한달 전에만 해도 하반신이 완전히 날아가 버려 휠체어에 의지했던 그녀가.

지금 걸어왔단 말인가?

파인리히는 일행들의 표정을 보고 자신이 그에 대한 해명을 아직 안 했음을 알고는 손가락으로 '딱' 소릴 내며 말했다.

"아하!!! 아직 몰랐구나? 아우로페 수술 받았잖아!"

-

"무. 무슨 수술?"

"생체 재생 수술!!!"

-

"잉? 그. 그런 수술도 있었나?"

"그래. 우리 인간에겐 존재하지 않는 기술이지. 우린 생체 이식 수술까지가 한계였는데. 글쎄 세이렌들은 재생 수술까지 기술이 발달했지 뭐야? 세이타르가 아우로페를 보더니 충분히 재생이 가능하다는거야. 그래서 그를 따라가 세이렌으로 갔지. 그곳에서 세이타르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고 방금 도착한거야. 우리가 좀 늦었나? 하하핫."

파인리히는 입이 귀에 걸려 연신 히죽거렸다. 사랑하는 아우로페의 부활은 그에게 가장 큰 축복이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다시 태어난 듯 완벽한 몸을 가지고 있는 아우로페를 보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정말. 세이렌의 의술은 대단했다.

그렇다고 아우로페의 하반신이 금속이란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들이 재생 수술을 할 때 굳이 금속을 택하는 이유는 보다 더 강해지기 위해서지 결코 보통 살로는 재생이 안 되서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아우로페는 완벽한 인간의 몸으로 수술을 성공리에 마칠 수 있었던 것이다. 한간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세이타르의 오른팔도 더 이상 금속이 아닌 보통 살로 재수술을 받았다고 하던데. 진짠가?

"정말 잘됐구나. 파인리히. 어쩐지 녀석. 그래서 계속 표정이 싱글벙글이구나?"

-

"하핫. 내가 그. 그랬나? 헤헤헷."

"세이타르는 같이 안 왔어?"

-

"아. 세이타르는 아직 세이렌에서 할 일이 많은가봐. 그건 파리나타나 다른 일행들도 마찬가지더라구. 새로 탄생한 이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서 말이지. 후훗. 그들은 세이렌을 이끌고 있는 자들이니까."

"그렇구나. 아주머니. 헤켈쪽도 마찬가진가요?"

-

"그래요. 카인. 쟈칼을 필두로 해서 4검과 과거 3대현자였던 드라시안들이 아주 열심히 재건 사업을 벌이고 있죠."

"아. 저희 스승님은요.?"

-

"아. 쥬데카 말이군요? 흠. 글쎄요. 그에 대한 소식은 듣지 못했는데요?"

펜 타고니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킴이 의기양양하게 카인에게 말했다.

"쥬데카님은 이제 나의 스승님이셔!!"

-

"엥? 그게 정말이에요? 킴?"

"고럼. 고럼. 나 다시 프로 게이머로 전향했지만 검술에 대한 미련은 버릴 수 없더라구. 그래서 쥬데카 아저씨한테 배우기로 했지. 쥬데카 아저씨는 어디더라? 브. 블레인시인가? 그곳에 잠깐 다녀오신다고 하셨는데?"

-

"블레인시????"

카인은 블레인 시란 말을 듣고 가슴이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블레인 시라면 자신의 고향이 아닌가. 그곳에 부모님이 살고 계셨다. 그렇다면 스승님은 카인의 아버지인 알카드를 만나기 위해 그곳에 가셨다는 말이었다. 카인은 미소를 지으며 언젠가는 다시 셋이 모여 웃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아참. 박사님. 재단 소속 연구소들은 어떻게 되었죠?"

-

"모두 폐쇄되었네. 타렌이 앞장서서 그 일을 처리했지.

정말 추진력이 있는 친구더군."

"맞아요. 절 쫓아다닐 때에도 정말 끈질겼었죠. 하핫."

파인리히는 그렇게 말하면서 웃었다. 옆에 있던 아우로페는 순간 오래전 기억이 되살아났는지 파인리히의 옆에 착 달라붙어 그를 껴안았다. 약간 썰렁해진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듯 파인리히가 모두에게 물었다.

"세느카는 어디갔죠? 카자마도 안보이는데?"

-

"흠. 그러게. 이상하네?"

일행들은 순간 세느카의 행방에 대해 아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한번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기가스가 모두 죽던 날. 그들은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세느카의 설명을 들었었다. 카에살레아의 의도와. 이 세상에 대한 모든 것. 결국그런 운명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

그녀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줄 것을 모두에게 부탁했었다.

그리곤 할 일이 있다고 하고는 카자마와 떠난 후로 한번도 볼 수 없었다.

세느카 이야기가 나오자 카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오로지 카인의 마음속에는 세느카 생각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녀를 지우려고 일부러 웃고 떠들었지만 결코 지워지지 않는 그녀.

카인은 세느카가 그때 이후로 자신을 멀리하고 있다는것을 느꼈던 것이다.

'세느카. 어디에 있는거니.'

파인리히의 분위기 쇄신 노력은 오히려 역효과만 내고 말았다.

특실의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아 버렸던 것이다. 세느카는 모두의 짐을 짊어지고 어디론가로 떠나버렸는데 자신들은 희희낙락하고 있었으니. 그녀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한 아름다운 흑발의 여성과 거한이 들어오는게 아닌가!!! 그 모습을 본 카인이 갈라진 목소리로 외쳤다.

"세느카!!!"

-

"오랜만이야. 카인!!! 호홋. 모두 잘 지냈죠?"

세느카의 인사 한마디에 썰렁했던 분위기는 봄날 눈녹듯이 사라져버렸다. 카인은 자신도 모르게 한방울 눈물을 흘리며 세느카를 껴안았다. 세느카는 처음엔 약간 당황해했지만 이내 카인의 허릴 끌어안았다. 카인은 약간 떨어져서는 물었다.

"왜 이제서 돌아온거야!!! 응?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

"하핫. 카인두. 카자마가 옆에 있잖아. 걱정할게 뭐 있어?"

"그렇다. 난 그녀를 목숨걸고 지킬 의무가 있다. 이것이 전 주인님의 유언이었으니까."

-

"알았어. 그건 그렇고. 정말 어디 갔다 온거야?"

"흠. 진실을 파헤치러."

-

"진실????"

"그래. 하지만 이젠 됐어. 모든게 잘 되었으니까."

-

"그러지 말고 얘기 해봐."

Episode I

엄청난 속도로 달려간 카자마는 그대로 카에살레아의 가슴을 베었다. 워낙 분노가 실린 검이었기에 엄청난 검기가 실려 그의 가슴을 베어 냈다.

"커...... 억......"

카자마는 자신의 공격이 성공했음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

아니. 어떻게. 공격이 이렇게 쉽게 성공하지? 아무리. 기가스들이 죽어서 그의 힘이 약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죽기 살기로 공격한 것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쉽게 공격이 성공할 줄이야. 설마. 환상?

카자마는 카에살레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의 가슴에는 사선으로 길다란 검상이 뼈까지 잘라낸 상태였다. 이 정도 상처라면. 치명상이었다.

"어. 어째서. 어째서."

-

"후훗."

카자마는 어리둥절한 상태로 계속 <어째서 피하지 않았느냐?>

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뒤에 있던 세느카도 가까이 다가 와서는 카에살레아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도. 도대체. 당신의 생각이 뭔가요.?"

-

"후훗. 아직. 형제들은 죽지 않았다."

"그. 그게 무슨 소리죠?"

-

"난 예언을 지키려 했을 뿐."

카에살레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슬픈 눈으로 세느카를 바라보았다. 예언을 지키다. 도대체. 그 예언이 뭐란 말인가. 카자마는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는 떨리는 음성으로 진지하게 말했다.

"서. 설마. 제게 남은 할 일이 있다고 한게."

-

"후. 그냥 네게 날 죽여 달라고 부탁했더라면 넌 날 죽이지 못했을 것이다."

"뭐라구요?"

-

"<세상이 되어버린 위대하지만 나약한 자 모두를 동시에 멸하리라.> 이것이 진정한 예언이다. 너희들에게 모두 말해주었지만 그 뜻을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겠지."

"그. 그럼. 세 명이 아니라 네 명의 기가스가 동시에 죽어야 된다는 말인가요? 그런 건가요?"

-

"그렇다. 세느카. 아마 내가 죽는 순간 다른 형제들도 같이 죽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들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인 것이다."

"아니. 그럴 리 없어요!! 분명. 카발리에레는 한 명의 기가스가 살아 남는다구!!"

-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이 모든 것을 꾸미기 위해. 형제들에게는 원본과는 약간 다른 예언을 흘렸다고."

카에살레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피를 한 모금 토해냈다. 그 모습에 카자마는 검을 버리고 카에살레아를 부축했다. 자신이 자신의 검으로 주인을 베게 될 줄이야. 카자마에게 마지막 할 일이 있으니 이곳에서 자신과 함께 기다리라고 말했던 것이.

그것이 이렇게 만들려고 그랬던 것임을 카자마는 이제야 깨달았다.

"그럼. 아까 전에 한 말들은 모두 거짓이군요. 형제들을 죽이기 위해서 이런 짓을 벌였다는 것은 그것은 모두 거짓이었군요."

-

"모든게 거짓은 아니다. 난 형제들을 위해서 이런 일을 꾸민 것이었으니까. 난 죽음의 전쟁을 겪으면서 그때의 죄악을 씻을 수가 없었다. 형제들은 전혀 죄책감따위를 느끼지 않는 완벽한 존재였지만. 난 그렇지 않았다. 그 죄책감은 날 항상 따라다녔지.

게다가 형제들은 내가 예언을 흘렸을 때 동양인들을 모두 학살했다. 그때 난 형제들과 결별을 선언했다. 원래는 자살을 하고 싶었다. 세상 모든 것을 잊고 모든 죄를 내가 짊어지고 그저 죽고만 싶었다."

"카에살레아."

-

"하지만 결국 난 내 손으로 자살할 수 없었다. 나 역시도 한 인간이기에 자살하는 것이 두려웠다. 죽는게 두려웠던거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내 형제들이 자신들의 죄악이 뭔지도 모른 채 영원히 사는 것이 더 두려웠다. 이미 그분께서 주신 예언에서 우린 모두 죽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예언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내가 할 일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주인님께서 그때 파괴된 도시를 보고는 그렇게 분노하셨던 것이로군요."

-

"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내 형제들에게도 마찬가지야. 그들은 옳고 그름의 기준을 잘못 세워두고 있었다.

영원히 사는 완벽한 존재. 그들에게 자신 외에 타인은 있을 수 없었다. 형제란 단지 같은 능력을 가진 자들이기에 유대관계를 유지한 것이지. 그 역시도 결코 자신과 동일시 할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독선의 그물에 빠진 형제들은 오로지 자신의 기준에서 모든 것을 보고 판단하려 했다. 상대가 생명을 가지고 있건 자신의 종족이건 상관하지 않았다.

그들에겐 오로지 자신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

카에살레아는 연거푸 피를 토하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처량해 보였다. 카에살레아는 자신의 상처를 바라보고는 세느카에게 말했다.

"상처가 전혀 치유되지 않는 것을 보니 다른 형제들의 명도 끝이 보이는 것 같군."

-

"당신은 진정한...... 인간이군요."

"후훗."

-

"주. 주인님. 죄송합니다. 제가 한 때나마 주인님을 의심하다니. 어떻게 제가."

"카자마. 난 괜찮다. 네 성품을 잘 알기에 그런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나도 그렇게 말하면서 수많은 갈등을 겪었다. 모질게 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것만이 세상을 구하는 길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카자마. 네가 이 세상을 구한 것이다."

-

"주인님......"

카에살레아는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았다. 그의 몸은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고 있었다. 얼굴도 창백해져 있었고 눈도 반쯤 감겨 있었다.

"후훗. 점점. 추워지는군. 오래 전엔 죽음이 참으로 두려웠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군. 하핫."

-

"카에살레아. 당신이 죽지 않고는 일이 끝나지 않는 건가요? 네?"

"우리 형제들이 이 비르수 라 드뮨 대륙을 봉인할 때 4명의 힘을 서로 합쳤었다. 그때 우린 서로의 힘을 공유하는 방법으로 대륙을 다른 세상과 봉인했던 것이다. 그래서 4명중 한 명이 다칠 경우. 그는 다른 3명의 힘을 빌려 자신의 상처를 치료할 수도 있고 능력을 회복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4명이 동시에 죽지 않는 한 우리들을 죽일 수 없다는 말이다."

-

"당신의 꿈이 이것이었나요? 죽음?"

"후훗. 글쎄. 죽는게 꿈이라면 이상하지 않을까? 난 그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던거야. 핵무기로 폐허가 된 도시가 아닌 인정이 넘치는 아름다운 도시를."

-

"흑......흑...... 이제. 만족해요?"

"아니. 아직 만족할 수 없어."

카에살레아는 미소를 지우고는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휠체어를 밀어 다가온 아우로페가 슬픈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 만족할 수 없다뇨? 그게 무슨 소리죠?"

-

"그분의 예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분은 완벽한 인간을 만들려고 했던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우리 기가스를 죽이려 하셨지. 그게 그분의 예언이야. 하지만 우리들을 죽이는데만 끝내는 것이 아니었다.

예언의 끝머리에는 <허나 어둠 속에 빠져든 세상은 빛을 볼 수 없는 것. 둘은 하나로. 셋도 하나로 시위를 당길 것이니 과녁의 이름이 파멸임을 궁금히 여기라.>

라는 어구가 존재한다."

"어둠 속에 빠져든 세상은 빛을 볼 수 없는 것????"

-

"이미. 이 세상은 먼지층의 어둠 속에 빠져들어 빛을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인간과 헤켈,세이렌이 하나가 되었다.

이것이 <둘은 하나로. 셋도 하나로 시위를 당길 것>이란 어구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 마지막 <과녁의 이름이 파멸임을 궁금히 여기라.>라는 말은?"

-

"아직. 나도 그 파멸의 원인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세상이 파멸로 향해 치닫고 있다고는 해석할 수 있지."

"예상되는 것도 없나요?"

아우로페가 심각한 표정으로 묻자 카에살레아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몸에선 피가 응고되었는지 더 이상 흐르지 않았다.

"이 대륙은 우리 형제들의 힘으로 봉인이 되어 있다. 그것을 만들 당시 영구적으로 보존되도록 만들기는 하였지만. 우리들의 죽음으로 그것이 어떤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봉인이 풀리며 이 대륙에도 빙하기가 찾아오거나 아니면 바닷물로 뒤덮여 버릴지도 모르지."

-

"그. 그럴수가."

"이것말고는 확실히 추측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한가지."

-

"뭐. 떠오르는 거라도 있나요?"

"체인 뉴클리어 디바이스. 그것이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이상 그 무기만으로도 이 세상은 파멸할 수 있다."

-

"이카루스......"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건가요? 신의 무기는 이카루스와 코로니스에게 맡긴다고 쳐도 첫 번째 경우는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잖아요?"

세느카의 말에 카에살레아가 그녀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뭔가.

간절하게 부탁하고 싶어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숙이며 입을 다물었다. 세느카는 그의 표정을 읽고 그를 다그쳤다.

"저군요. 제가 무얼 할 수 있군요? 그렇죠? 어서 말해봐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뭐죠? 모든지 다 할게요. 이제. 세상이 밝아지려 하고 있는데. 이제 겨우 세상의 의미를 되찾았는데.

모든 것을 버리라구요? 그럴 순 없어요. 어서 뭐라고 말해봐요!!!"

-

"널 라케프나 브라키온, 흉켈리스같은 인생을 살라고 강요하고 싶지 않다."

"네????"

-

"우리 형제들이 모두 죽는다면 분명 그 봉인에 무슨 영향이 미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와 같은 능력을 가진 자가 단 하나라도 존재한다면 그 영구 시스템은 충분히 보존 될 수 있다."

"그. 그럼. 저더러 기가스가 되란 말인가요?"

카에살레아는 고개를 들어 세느카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 체인 뉴클리어 디바이스를 막아낸 것은 바로 너였다."

-

"네에????"

"네 몸이 공중에 떠오르면서 네 힘으로 그 무기를 막아냈던 것이다. 물론 내 힘을 네가 빌려서 사용했지만."

-

"이. 이해할 수 없어요!!"

"그래. 나도 그때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기가스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를 하나씩 가질 수 있다. 물론 그 분신의 능력은 자신의 능력을 얼마만큼 할당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보통 생명체보다는 훨씬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분신이 되면서 그 역시도 기가스와 다름없게 변한다."

-

"영원히 죽지 않는다는 말이로군요."

"그렇다. 난 체인 뉴클리어 디바이스를 막으려고 내 힘을 집중했을 때 내 힘이 누군가에게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이 너란 것을 알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넌 또 하나의 내가 될 수 있단 뜻이기 때문이다."

-

"제가. 제가 또 하나의 당신이 된다면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 그런 건가요?"

"하지만. 난 네게 그걸 강요할 수가 없구나. 영생이란 것은 그 어떤 형벌보다도 가혹하기에."

-

"그래서 말을 꺼내지 못한 것이로군요."

"이것은 너의 선택이다. 기가스 중 분신을 남기고 죽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나뿐이고 그런 나의 분신이 될 자격을 갖춘 것은 오로지 너뿐이다. 이것으로 그분의 예언을 빗나가게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만이 최후의 수단인 것은 확실하다."

카에살레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심하게 몸을 떨었다. 점점 더 상태가 안 좋아지는 것 같았다.

그랬다. 카에살레아는 언제나 그분의 예언을 막고자 했었다.

그분의 생각 그것은 이 세상의 파괴였기 때문에. 그분이 만든 실패한 완벽한 존재. 기가스와 세상의 공멸. 그 동양 박사는 그것을 원했던 것이다. 진작부터 그 예언의 해석에 몰두한 카에살레아는 결국 그 모든 예언을 해석할 수 있었고. 이런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자신이 예언에 동조하는 것은 어쩌면 세상을 파멸로 몰고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지만. 예언은 예언일뿐. 그는 그 예언을 빗나가도록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운명이 정해져 있다면 세상이 얼마나 재미없을까? 나의 운명이 천재 과학자의 운명이었다면 굳이 공부를 할 필요가 있을까? 정해진 운명에 의해 언젠가는 반드시 천재 과학자가 될텐데?

운명은 개척하는 자만이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다. 카에 살레아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리 자신의 아버지가 만들어놓은 운명의 수레바퀴라고는 해도 노력 여하에 따라 잘 굴러갈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분의 예언은 모두 들어맞았고. 남은 예언은 세상의 종말뿐이었다. 카에살레아는 세느카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은 너의 운명이다. 하지만 네 선택에 따라 충분히 바뀔 수 있는 운명인 것이다. 꼭 정해진 길로만 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다만 너에게 영생의 형벌을 주고 싶지 않은것 뿐. 쿨럭!! 쿨럭!"

-

"다행이에요. 제게 그런 자격이 있다는 게. 정말 다행이에요.

저 하겠어요. 또 하나의 카에살레아가 되겠어요. 영원히 산다는것은 당신 말처럼 가혹한 형벌일수도 있죠. 하지만 전 그 형벌을 이겨낼 거에요. 당신이 생각하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거에요."

세느카는 카에살레아를 바라보며 활짝 미소지었다. 그녀의 표정은 확실한 결심을 보여주는 듯 확고했다. 카에살레아는 그런 세느카의 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알겠다. 너에게 내 모든 능력을 주도록 하겠다. 하지만 기억해두거라. 시간과의 싸움에서 패배하는 것은 곧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지는 것이란 것을."

-

"저 지지 않겠어요. 꼭. 나 스스로를 이겨낼거에요."

"눈을 감거라."

세느카는 카에살레아의 말대로 눈을 감았다. 그러자 너무나도 포근한 기운들이 자신을 감싸기 시작했다. 너무 따스한 기운. 그 기운들은 마치 자신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눈을 뜨거라."

-

"버. 벌써 끝이 난 건가요?"

"그렇다. 하아. 이제 갈 때가 되었나보구나. 형제들의 기운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아. 카자마."

-

"네. 주인님!!"

"이제 너의 새로운 주인은...... 세느카다. 그녀를 카인과 함께 잘 보살펴주거라...... 쿨럭!!"

-

"주인님!!"

-

"카에살레아!!!"

"꼭 스스로를 이겨내라......."

카에살레아는 그 마지막 말을 내뱉고는 숨을 거두었다. 카자마는 덩치에 맞지 않게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고 아우로페와 세느카도 눈물을 떨구었다. 그는 그렇게 자신을 희생하여 세상을 구했던 것이다. 그것은 세느카도 마찬가지였다.

카에살레아가 죽는 순간. 다른 3명의 기가스도 동시에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자 갑자기 세상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마치 경미한 지진이 대륙 전체로 뻗어 나가는 듯한 엄청난 진동이었다.

대기의 흐름도 이상해졌는지 바람이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몰아치기 시작했다. 하늘을 가리고 있던 먼지층도 그 영향을 받았는지 요동치기 시작했다.

"세. 세느카!!"

아우로페는 세느카의 이름을 외쳤다. 그러자 세느카가 눈을 감고는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세상. 그녀가 존재하고 있는 세상. 희망의 대륙. 비르수 라 드뮨. 세느카는 원안의 법으로 온 세상을 바라보았다.

비르수 라 드뮨 대륙은 온 세상에서 극히 작은 땅덩어리에 불과했다. 지구. 지구는 넓고도 넓었다. 그런 온 세상에서 알 수 없는 기운들이 비르수 라 드뮨 대륙을 향해 쏠리고 있었다.

마치 한 점을 향해 바람의 소용돌이가 이는 것처럼. 마치 대륙이 태풍의 눈이 된 것처럼.

세느카는 자신의 몸 속에 흐르는 따스하고 포근한 기운으로 대륙 주변을 감싸고 있는 결계를 향해 속삭였다. 다른 세상으로부터의 침입자를 몰아내 달라고. 봉인의 결계는 세느카를 또 하나의 기가스로 인정했는지 그녀의 기대에 응답하기 시작했다.

거대하게 휘몰아치던 세상의 기운은 일순간 잔잔한 물결처럼 변하여 사라져버렸다. 동시에 대지를 흔들던 알 수 없는 진동과 바람도 멈추었다.

"이것인가? 이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건가?"

-

"세느카. 괜찮아요?"

"네. 난 아주 좋아요. 모두 무사하죠?"

세느카의 질문에 카자마와 아우로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지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세느카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감았다. 이상했다. 대륙의 결계는 안전하게 봉인되어 있었는데. 지진이라니. 순간 그녀의 뇌리를 스쳐가는 무엇이 있었다.

"무. 무슨 일이에요? 세느카?"

-

"체인 뉴클리어 디바이스!!!"

세느카는 그렇게 외치고는 곧 이카루스의 기운을 찾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카루스를 3초도 안되어 찾았는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우로페에게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요!!"

아우로페가 뭐라고 말하려던 찰나에 벌써 세느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텔레포트였다.

세느카가 나타난 곳에는 코로니스와 이카루스가 서 있었고 저쪽에서 마테리온이 이상한 기계를 작동시키고 있었다. 언뜻 보아도 그것이 체인 뉴클리어 디바이스를 조종하는 기계임을 알 수 있었다.

7개의 스크린에는 벌써 카운트다운 10초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티탄시가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카루스는 갑자기 나타난 세느카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며 뭐라 말하려 했지만 세느카의 행동이 더욱 빨랐다. 엄청난 속도로 마테리온에게 다가간 세느카는 마테리온을 코로니스를 향해 던졌다.

황당해진 마테리온은 벌써 코로니스에게 붙잡혀 버렸고 움직일 수 없었다. 세느카는 벌써 6초를 가리키고 있는 기계를 만져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미 늦었어. 케케케케."

뒤에선 마테리온의 싸늘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녀는 보통 인간이 아니었다. 이젠 또 하나의 카에살레아인 것이다.

3.2.1.0 발사!!!!

동시에 7대의 체인 뉴클리어 디바이스가 하늘로 치솟았다.

그와 동시에 티탄시에 일어나던 지진도 멈추었다. 마테리온은 자신의 작품을 보면서 흐뭇해하고 있었다. 이제 신의 무기가 지상으로 떨어지기만 하면 모든게 끝이 나는 것이다.

엄청난 고도를 향해 올라가는 체인 뉴클리어 디바이스는 이상하게 계속 올라가기만 했다.

"뭐. 뭐야?"

마테리온의 외침에 뭔가 이상함을 느낀 이카루스가 세느카에게 다가갔다. 세느카는 두 눈을 감고 뭔가 엄청난 고통을 느끼는 것처럼 힘을 주고 있었는데 그녀의 얼굴은 살짝 긁혀도 피가 한 바가지는 쏟아질 것처럼 붉어져 있었다.

세느카가 자신의 모든 힘을 이끌어 7개의 핵무기를 우주로 날려보내려고 하는 것이었다. 정말 끝도 없이 우주를 향해 치솟던 7개의 핵무기는 그만 먼지층에서 전자파로 인해 폭발하고 말았다.

동시에 세느카도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먼지층은 예상하지 못한 난관이었던 것이다.

7개의 핵무기가 먼지층에서 폭발하는 장면은 정말 장관이었다. 하늘에 7개의 거대한 구멍이 뚫린 것처럼 하늘은 회오리치고 있었으며 그 사이로 구름들은 번개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 엄청난 여파로 비르수 라 드뮨 대륙의 대기가 약 10분동안 진동하는 기현상이 일어났으며 그로 인해 하늘의 먼지층이 대륙 밖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이카루스는 세느카의 내상을 치료한 후 그녀를 부축해주었다.

세느카는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원안의 법을 사용했다. 다행히 지상에서 수십킬로 떨어진 공중에서 터졌기에 대륙은 큰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었다.

"세느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

"그건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세느카는 살짝 미소짓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니스는 마테리온의 양팔을 결박하고는 그를 끌고 밖으로 나섰다. 이카루스는 창백해진 세느카의 얼굴을 보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자신들이 임무를 실패해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만약 그녀가 얀처럼 로이안 리플에 대해 뭔가를 알고 있다면 매너 포스로 로이안 리플을 고장 내뜨릴 수 있었을텐데. 그녀는 그런 것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무리 코로니스가 뛰어난 무인이라 해도 로이안 리플 앞에서는 한낱 인간이었다.

정말 때맞춰 세느카가 나타난 것은 천운이 아닐 수 없었다. 흠.

그런데. 세느카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해낸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카루스는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는 미시케가 초조하게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시케."

-

"어머!! 세느카. 어떻게."

"그렇게 되었어요."

-

"저길 좀 봐요. 하늘이... 하늘이.... 푸른색이에요."

미시케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정말 하늘에는 먼지층이 하나도 없어 온통 푸른색이었다. 연한.

푸른색. 지금 세상엔 하늘색이란 말은 존재하지 않았다.

먼지층으로 인해 하늘은 온통 검거나 황색이었으니까.

하지만 저 연푸른색은 충분히 하늘색이라고 해도 좋을 듯 했다.

세느카는 맑아진 하늘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카에살레아를 생각하며 말했다.

"저게...... 1세기의 하늘이군요. 카에살레아."

병원에 모인 일행들은 세느카를 주목하며 보채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느카는 별로 할 말이 없었다. 그녀는 카에살레아로부터 힘을 얻은 후 카에살레아의 기억까지 모두 이어 받게 되었다.

그로 인해 비르수 라 페르테 라는 유적에 대한 완전한 기억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곳에서 그녀는 뭔가를 발견했다.

기가스 이외의 또 다른 흔적을.

세느카(CenUka) Cen 라는 것은 고대어로 '끝(End)'을 뜻했다. ka 라는 것은 4명의 기가스를 뜻하는 말이었다.

ka(안드리아스,에살레아,발리에레,루이안) 기가스의 끝. 그녀의 이름마저도 정해져 있던 운명의 일부분이었단 말인가? 세느카는 그곳에서 자신의 이름에 대한 풀이를 보고는 덜컥 가슴이 내려앉는것을 느꼈었다.

카에살레아가 굳게 믿고 있던 그 예언을 만든 사람. 기가스를 창조한 사람.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지어준 사람. 그들은 동일 인물이 아닐까?

세느카는 어쩌면 아직 예언의 마지막 부분이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아직 세상의 파멸이란 진정한 위기는 찾아오지 않았는지도 몰랐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세느카는 그 유적에서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카에 살레아의 슬픔도 느낄 수 있었고. 기가스들의 형제애도 느낄 수 있었다. 그곳엔 엄청난 과학자료가 소장되어 있었는데 그것들은 모두 세상을 파괴로 몰고 가는 사악한 것들이었다.

그녀는 한 달간 그곳에서 머물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결국 그곳을 파괴한 세느카는 오늘 이곳에 돌아온 것이었다.

세느카는 일행들의 질문을 그냥 웃음으로 넘겼다. 그리고 조용히 카인을 불러내었다. 카인은 자신을 조용히 부르는 세느카의 의도를 자신과 결별로 생각했는지 긴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따라갔다.

세느카는 아무도 없는 휴게실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카인에게 말했다.

"난 이제 새로운 기가스가 되었어. 그래서 영원히 살고 늙지도 않아."

-

"그래. 알아."

"아마. 네가 늙어 죽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볼지도 몰라."

-

"......"

"난 지금 모습 그대로일거야. 늙지도 죽지도 않고.

영원히 변함 없겠지."

세느카는 그렇게 말하고는 카인에게 다가가 가까이 섰다.

그리곤 카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널 사랑하는 마음도 영원히 변함 없을거야. 카인."

-

"세느카!!"

세느카는 미소지으며 눈을 감았다. 카인은 세느카에게 다가가 키스했다. 카인과 세느카는 평생 잊지 못할 길고 진한 키스를 나누었다.

"나. 널 기가 슬렌더라 생각하지 않을거야. 넌 나에게 있어.

그저 세느카일 뿐이야. 나의 사랑하는 세느카."

-

"카인."

둘은 서로를 꼭 껴안으면서 맑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석양을 바라보았다. 한달 전의 충격으로 봉인된 대륙 안에 있던 먼지층이 모두 바깥으로 빠져나가 하늘은 온통 하늘색이었다.

하늘색......

-마지막 권 끝('심판'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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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이 꼭 이렇게 나리란 법은 없습니다. 에피소드 II 나 III 가 나올 수도 있겠죠.

원래는 다른 결말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해피엔딩이 좋을 것 같아서 이렇게 끝내내요. 좋은 결말이 생각나시는 분은 글 남겨주세요 ^^

작가의 변:

지금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부족한 글을 끝까지 읽어주시다니..... 정말 고맙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나름대로 속 시원하고 한편으론 아쉽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분은 좋네요..

뭔가 한가지를 해낸 듯한 기분 말이에요... 그 밖에는 할 말이 없네요.

다시 한번 감사하단 말씀 드리면서 전 이만 물러갑니당....

완결되었지만 종종 놀러올테니 코멘트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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