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124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124
[기가 슬렌더] -78- 카에살레아 폰 발더스(그의 선택!) -카에살레아 폰 발더스(그
의 선택!)-
티탄시 3-27블록. 아까 전 보다는 많이 한산해진 느낌이었다. 부상자들과 시신들을 모두 옮긴 상태여서 더 이상 혼란스럽지 않았다.
세느카는 이곳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싸우러 간 사람들이 티탄시로 돌아오려면 이곳을 반드시 통과해야만 했기에.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옆에서 아우로페도 초조하게 파인리히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느카. 아무 일도 없겠죠?"
-
"그럴거에요. 우리 너무 걱정하지 않기로 해요."
"하지만. 하지만."
-
"파인리히는 그 누구보다도 강한 끈기가 있는 사람이에요.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고마워요. 세느카."
세느카는 휠체어에 앉아 있는 아우로페가 미소짓자 그녀도 따라 웃었다. 정작 카인이 걱정되어 긴장한 사람은 자신인데 누가 누굴 격려하는 것인지. 하지만 세느카는 억지로라도 미소지으며 자기최면을 걸었다.
그때 옆에 있던 카에살레아가 입을 열었다.
"벌써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분의 예언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들은 이길 것이다. 그러니 믿고 기다려라."
-
"후우. 알겠어요."
세느카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여전히 그들 모두를 걱정했다.
옆에 있던 카자마는 그런 세느카의 모습을 보고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주인님의 말씀은 언제나 옳았습니다. 그러니 정말 걱정안 해도 될겁니다."
-
"고마워요. 카자마."
"아뇨. 당신에게 고맙습니다. 카인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었으니까요."
-
"네?"
"아닙니다. 난 카인을 믿습니다. 반드시 그는 이길 것입니다.
그러니 힘내요."
-
"훗. 알겠어요."
세느카는 카자마의 말을 듣고 조금 안심이 되는지 떨고 있던 몸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옆에 있던 아우로페가 카자마를 보고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어째서 당신은 싸우러 가지 않은거죠?"
-
"할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할 일이요?"
아우로페의 질문에 카자마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렇게 기다리길 30분 후. 앉아 있던 카에살레아가 갑자기 일어섰다!
그리고는 앞으로 두어 걸음 나아가서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에 세느카와 아우로페는 덩달아 긴장했는지 일어섰다.
세느카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카에살레아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도. 도대체. 무슨 일이죠?"
-
"후후훗. 하하하하핫. 우하하하하핫!!!!"
세느카의 질문에 카에살레아가 광포하게 웃기 시작했다.
카자마도 그의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는지.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주인님. 갑자기 왜???"
-
"형제들이. 형제들이 모두 죽었다. 하하하핫. 그들이 승리한거야!!!"
"정말요? 정말 다행이에요. 아우로페."
-
"그래요. 세느카. 정말 다행이에요!!"
카에살레아의 말에 세느카가 아우로페를 앉은 채로 껴안았다.
둘은 너무 기뻐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카자마는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 뭔가 불길했기에. 이런 이상한 기분은. 도대체.
뭐지? 형제들이 죽었는데 왜 주인님이 저렇게 기뻐하는 것이지?
도대체. 왜?
"어. 언제나. 형제들을 걱정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어째서."
-
"후후훗. 내가?"
"그렇습니다. 제가 아는 주인님은. 언제나 형제들을 걱정했습니다. 그들의 잘못된 선택을 안타까워했습니다. 제게 기가스에 대한 비밀을 알려주실 때에도. 결코 그들을 탓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그런 모습은 시간에 굴복해 변한 것이라고."
-
"후후후훗. 하하하핫!!!"
카자마의 말에 카에살레아가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그제야 세느카와 아우로페도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그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왜 저러는거지?
"서. 설마. 기뻐하시는 겁니까? 형제들이 죽었다는 것을 기뻐하고 계신겁니까?"
카자마의 질문에 카에살레아가 경직된 표정으로 카자마를 노려보았다. 그 싸늘한 표정에 카자마가 놀라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설마. 제 생각이 틀린거겠죠. 그렇죠? 말 좀 해주십시오!!! 주인님.!!"
카자마의 말에 카에살레아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세느카는 순간 뇌리를 관통하는 것이 있었다.
카발리에레와 싸울 때 들었던. <최후의 기가스.> 기가스 중 단 한 명은 살아남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카발리에레는 그 최후의 기가스가 되기 위해 자신을 납치하려 한 것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카에살레아의 생각은? 그의 생각은???
세느카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지금껏 이 모든 일을 준비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카에살레아가. 세종족을 하나로 통합시켜준 그가.
기가스의 유희로부터 전종족을 구출해준 그가. 그 모든 이유가. 최후의 기가스가 되기 위해서? 세느카는 고개를 저었다. 그가. 그럴 이유가 없었다. 아냐. 이건 말도 안돼!!
"도대체. 어느게 진실이죠? 정말 당신은 다른 형제들을 모두 죽이고 혼자 살아남기 위해 이런 일을 벌인건가요? 정말 그렇게 되기 위해 날 이용한 것인가요?"
-
"후훗. 그렇다면. 어쩔텐가? 날 죽이기라도 할텐가?"
카에살레아는 비아냥거리는 표정으로 세느카를 노려보았다.
지금까지는 전혀 볼 수 없었던 표정이었다. 세느카는 그 표정에 흠칫 놀라 자신도 모르게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옆에 있던 아우로페가 세느카의 팔을 붙잡아 주었다.
"주인님. 정말. 형제들을 죽이기 위해 이 모든 일을 꾸미신 겁니까? 제게 말했던 것들도 모두 거짓이었습니까? 단지 혼자 살아남기 위해 이 모든 일을 꾸민 것입니까!! 대답하십시오!!"
-
"어느게 진실이든 상관없지 않은가. 난 살아남았고 내 형제들은 모두 죽었다. 그게 결론이다. 진실이 어떻든 결론은 변하지 않아."
"이럴수가."
카자마는 카에살레아의 말에 휘청거리며 머릴 짚었다. 지금껏 자신이 믿고 따랐던 그의 주인이 그런 야심을 가지고 모든 일을 꾸민 것이라니.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세느카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면서 카에살레아에게 물었다.
"그럼. 맨 처음 나에게 악몽을 꾸도록 한 것도. 카자마를 시켜 날 카인에게 보낸 것도. 모두 이걸 예상하고 한 짓이란 말인가요? 단지 형제들을 죽이기 위해서?"
-
"부인하진 않겠다."
"마. 말도 안돼. 그. 그건."
세느카는 너무 놀라 말까지 더듬거렸다. 옆에 있던 아우로페도 놀란 것은 마찬가지였는지 입을 벌린 채 덜덜 떨고만 있었다. 그때 옆에 있던 카자마가 바로 쉐도우와 접속하면서 검을 빼어 들었다.
"어째서. 어째서 그런겁니까? 혼자 살아 남기 위해 이 엄청난 계획을. 이 가공할 계획을 몇천년동안 생각해오신 겁니까? 단지 혼자 살아남기 위해서?"
-
"......."
"형제들을 죽이기 위해서 카인과 파인리히. 그들을. 그들을 사지로 내몬 것입니까? 무슨 말 좀 해봐!!!"
카에살레아는 흥분해서 검까지 빼어들은 카자마를 슬픔인지 동정인지 모를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약간 비웃음이 섞인 말투로 말하였다.
"후훗. 왜 그렇게 흥분하느냐? 카자마. 지금 네 앞에 펼쳐진 현실을 바라보아라. 너희들은 나에게 감사해야하지 않느냐?
세종족은 이제 더 이상 유희라는 그늘 안에서 서로 싸우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들을 휘두르던 독재자는 모두 죽었다.
그래. 그들이 비록 내 형제들이었지만. 난 상관하지 않는다.
너희들은 기뻐해야 할 사람들이지 슬퍼할 사람이 아니다.
도리어 슬퍼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닌가?"
카자마는 카에살레아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평화로운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지 않은가. 세종족을 자신들의 유희의 도구로 사용했던 기가스도 모두 죽었고. 세종족은 타종족의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서도 깨달았다.
그래. 현실은 너무도 좋게 바뀌었다. 이 모든 것은 카에살레아가 이룩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의 말이 맞았다. 자신들은 기뻐해야 할 사람들인 것이다.
하지만 세느카는 그다지 기쁘지 않았다. 왜지? 이렇게 잘 끝났는데. 모든게 다 잘 풀렸는데. 왜 기쁘지 않은거지? 세느카는 볼에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물었다.
"한가지만 물어볼게요. 정말. 솔직하게 대답해줘요. 정말 그 이유 때문인가요? 최후의 기가스가 되기 위한. 단지 그 이유 하나 때문에 그랬던 건가요? 대답해줘요. 네?"
세느카는 눈물을 글썽이며 간절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그런 세느카를 바라보는 카에살레아의 눈에 이채가 지났다. 그 이채가.
기쁨인지. 슬픔인지. 안타까움인지. 동정인지. 황량함인지. 그건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똑똑히 듣거라. 난 살아 남았다. 그리고 그로 인해 세상은 이렇게 바뀌었다. 솔직히 말하지. 난 세상을 바꾸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단지. 형제들을 죽이기 위해선 세종족의 합쳐진 힘을 필요로 했을 뿐."
-
"!!!!!"
카에살레아의 말에 세느카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떨구었다.
결국 그녀의 기대가 산산이 부서져 버린 것이었다. 카자마 역시 알 수 없는 슬픔에 무언가 복받쳐 오르는 것을 느끼며 소릴 질렀다.
"그럼. 그들과 당신이 다른게 뭐야!!! 그들이 유희를 위한 도구로 우릴 이용한 것과. 당신이 그들을 죽이기 위해 우릴 살인 도구로 사용한 것과. 뭐가 다르냔 말이다!!!"
-
"......."
"결과가 좋다고 해서 과정까지도 아름답게 치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후훗. 멋진 말이군. 하지만. 과정은 알 필요 없어. 과정을 파헤친다고. 결과가 뒤바뀌는 것은 아니니까. 충고 하나 하겠는데.
너무 흥분하지마. 몸에 해로워."
"뭐라구욧? 결국. 우릴 이용만 한 것이로군요. 이젠 어쩔 셈이죠?
우릴 모두 죽이기라고 할 것인가요? 그러고나서 전 종족을 지배할 지배자라도 될 생각인가요?"
-
"흠. 글쎄? 그것까진 아직 생각 안 해봤는걸?"
세느카의 질문에 카에살레아는 장난기 어린 말투로 대답했다.
그 모습은 정말 한 대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화나게 만드는 행동이었다.
"당신에게 방해물이 된다면 나도 죽일겁니까?"
-
"카자마. 후훗. 이제 이 세상에서 나에게 방해가 될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아. 네까짓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정. 귀찮게 군다면. 너도 내 형제들을 따라가야겠지. 후후훗."
"!!!"
카자마는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그런 질문을 던진 것인데. 상대는 냉담했다. 카자마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그렇군요. 결국 난 거짓을 보고. 거짓을 믿고. 거짓을 따랐던 것이로군요. 진실로 철저하게 위장된 거짓을. 아무런 생각 없이.
아무런 의문 없이. 그렇게 보고 듣고 믿고 따랐던 것이군요. 내 인생은 무엇이었습니까? 당신도 그들과 다르지 않아!! 유희를 즐긴것은 죄가 되고. 우릴 살인 도구로 사용한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단말인가!!!"
-
"후훗. 진정해. 넌 내 상대가 될 수 없다. 한때 나를 도왔던 심복으로 죽이진 않을테니 어서 꺼져. 난 앞으로 할 일을 생각해 봐야하기 때문에 바쁘다."
"이런. 개자식!!!"
카자마는 카에살레아의 말에 기필코 흥분해 검을 들고 달려나가려 했다. 하지만 옆에 있던 세느카가 그를 막아섰다.
"그러지 말아요. 카자마. 제발."
-
"막지 말아요! 세느카!! 저 녀석은 다른 기가스와 전혀 다를게 없는 녀석입니다. 아니. 그 녀석들보다 더 지독한 녀석이라구요!!!"
"그래도. 참아요. 제발 이길 수 없어요. 그의 말대로 그를 죽인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어요. 그러니 제발 참아요.
당신만 다칠 뿐이에요."
-
"하하핫. 그래. 세느카의 말을 들어라. 그게 너에게도 이로울 것이다."
"세느카. 아직도 이해 못하겠어요? 카인이. 왜 우주까지 날아가 싸우려했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이미 세종족은 힘을 합쳤어요. 기가스들의 유희에 대해서도 깨달았고. 우린 이제 하나가 되었다구요. 하지만 굳이 왜 그들을 처단하러 갔는지 알아요?"
-
"......"
카자마는 세느카의 글썽거리는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세상에 정의가 존재한다고 믿어요?"
-
"네에?"
"그들이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 뛰어든 것은. 세상에 정의가 존재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에요. 아니, 자신의 목숨을 버려서라도 세상에 정의란 것이 존재하도록 만들고 싶었던 거라구요!!
이해하겠어요? 언젠가 미래의 아들,딸들이 세상에 정의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라고 확실히 대답해 줄 수 있게 그들은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구요!!"
-
"카자마."
"죽음은. 두려워 할 필요가 없어요. 하지만. 불의를 보고도 가만있는 것은. 그건 두려워서 견딜 수가 없다구요!!"
카자마는 그렇게 소리치고는 카에살레아를 노려보았다.
카에살레아는 박수를 치면서 비웃었다.
"후훗. 용기와 만용도 구분할 줄 모르는 녀석이로군."
-
"도대체. 왜 그래요? 왜 그렇게 모질게 말하는거죠? 말해봐요.
본심이 아니죠? 지금 내가 잘못보고 있는거죠?"
"세느카. 넌 정명자다. 그런 네가 잘못된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서는 안돼지. 후훗. 이게 나다. 진실은 언제나 가장 가까운 곳으로부터 은폐되지. 그것을 깨닫는데 시일이 걸리는것 뿐이야. 나중에 깨닫고 나면. 뒤늦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지. 단지 그것 뿐이야. 그것으로 만족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세느카는 카에살레아의 말에 더 이상 희망이 담겨 있지 않음을 느꼈다. 세느카는 옆으로 비켜 카자마에게 길을 내주었다. 그리곤 카자마를 보고 말했다.
"부디. 정의가 뭔지 보여줘요."
세느카의 말에 카자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카에살레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카에살레아는 그런 카자마를 한번 바라보고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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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지막 편 한 편 남았습니다. 마지막에 어떻게 될지 한번 예상해보세요. 코멘트두 많이 달아주시구요...... 마지막 편을 언제 올릴지는 코멘트를 보고 나서 --;;;;;;;;;;;;;;;;;;;; 농담이구요..... 이제 정말 마지막이네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