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가슬렌더-118화 (118/120)

제 목: 123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123

[기가 슬렌더] -77- 카발리에레 폰 발더스(완벽한 존재의 쾌락!) -카발리에레 폰 발더스(완벽한 존재의 쾌락!!)-

"아무도 믿지 않는 신은 신이 아니다!"

파인리히의 말에 카발리에레는 비웃음을 흘렸다. 마치 먼 산 바라보듯 시선을 다른 곳에다 던지던 그는 다시 파인리히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도 믿지 않는다. 후훗. 난 헤켈들의 신이다. 아무도 날 믿지 않는다면 네 말대로 난 신이 될 수 없겠지."

-

"인정하는군. 그래. 이제 더 이상 넌 신이 아니다.

아무도 널 믿지 않으니까."

"신이 아닌게. 무슨 상관이지?"

-

"뭐?"

카발리에레는 자신의 광대뼈를 한번 문지르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다른 형제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난 신같은 건 되고 싶은 마음이 없다."

-

"뭐? 그렇다면 어째서 지금까지 신처럼 행세를 한 것이냐?"

"후훗. 르부뤽. 네 말처럼. 너희같은 하등동물들을 가장쉽게 지배하는 방법이 뭐라고 생각하나? 우상숭배. 그게 뭔지 알고 있나?"

-

"우상숭배?"

"물론. 너희는 신이라면 무조건 따르고 추종하지 않느냐?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른 종족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너희 헤켈들은 그래왔지. 지금껏 내 명령에 충실히 복종하지 않았더냐?"

카발리에레의 말에 쟈칼이 되받아쳤다.

"그래.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지. 우린 지금껏 널 신으로 모시며 널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쳤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 넌 우리들의 신이 아니다."

-

"그래. 알고 있어. 척봐도 너희들이 더 이상 날 떠받들지 않는다는걸 알겠군. 그런데 그래서? 너희들이 그렇게 말하면 내가 충격이라고 먹을 줄 알았나? 이런. 어쩌지?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신이 되고 싶어서 모든 것을 꾸민 것은 아니란 말이군."

-

"신이 뭔데? 너희들이 날 추종했을 때는 난 신이었다.

만약 헤켈들이 쟈칼. 너를 추종하고 우상시한다면 너 역시도 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신은 그런 존재다. 무한한 권능과 힘이 없어도 될 수 있는. 아무런 의미 없는 존재. 너희들은 언제나 의지할 곳이 필요해지면 신을 찾지. 결국 신이란것은 나약한 마음을 달래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

쟈칼 일행들은 카발리에레의 생각에 어느 정도는 공감했지만 그가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 더욱 놀라웠다. 그렇다면.

신이 되고 싶어서 이런 모든 일을 저지른게 아니라면 왜?

파인리히가 카발리에레에게 질문을 던졌다.

"신적인 존재가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면. 도대체 이런 짓을 벌인 이유가 뭐냐? 정말. 단지 유희를 즐기기 위해서 그런 것인가?"

-

"유희라. 그럼 네가 생각하는 쾌락이란 무엇이냐?"

"쾌락? 막상 질문을 들으니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데.

쾌락이라."

파인리히가 대답하지 못하자 옆에 있던 르부뤽이 입을 열었다.

"나 지존 르부뤽의 생각은 이렇다. 나의 쾌락은 나 지존무상 르부뤽을 세상에서 가장 강하신 어르신으로 남들이 존경해주는 것이지. 우헤헷. 모두가 날 지존으로 떠받들고 인정해준다면. 아마 난 가장 큰 기쁨이 될 것이다."

-

"누가 황제병 르부뤽 아니랄까봐. 꼭 지랄같은 대답만 하는구만."

"쳇. 그럼. 마타 륭. 네 쾌락은 뭐냐?"

-

"쾌락이라고 하니까 어감이 영 안 좋은데? 즐거움이라 하지.

내 즐거움은. 후우. 불과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다른 종족을 짓밟는 것이었지. 다른 종족의 피를 보고 그들의 살점을 도려내는 것이 오로지 나의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어.

그건 내 즐거움이 아니라. 다른 어떤 녀석의 즐거움을 대리만족 시켜 주는 수단임을 알았거든. 그것보다도 다른 종족의 생명도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하지.

어쨌든. 지금 내 즐거움은 많아. 새롭게 변할 세상 속에서 새로운 삶을 찾는 거지. 다른 종족과 어울려가며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 양녀인 로레타에게 검술을 가르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먼저 저 녀석을 이겨야겠지."

마타 륭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던 락켄신이 말했다.

"정말. 그런 것 같군. 마타 륭 말처럼. 세상에서 찾을 수 있는 즐거움이란 무궁무진한 것 같은데? 즐거움이란 그런게 아닐까?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는 것. 그게 바로 즐거움이라고 생각해. 아주 소소한 일이라도 그것에 만족할 줄 알고 기쁨을 느낄줄 안다면 그게 바로 쾌락이 아닐까?"

-

"맞아. 우린 지금껏 다른 종족을 짓밟았을 때 만족감을 느꼈었어. 후우. 이건 어릴 적부터 그렇게 정신교육을 받아서 그랬을거야. 다른 종족에 대한 증오심만 키워주고 그들을 죽일 때 희열을 느끼게 만든 그 정신교육. 그건 세뇌교육이나 다름없어."

카발리에레는 쟈칼 일행의 쾌락에 대해 듣고 있다가 만족감이란 말에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만족감이라. 자신은 지금껏 유희를 즐겨왔지만. 만족감을 느낀 적은 없었다. 그저 말초적인 쾌락일 뿐이었다. 도대체. 그 만족감이란 것은 무엇인가?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감. 그게 뭐지?"

-

"뭐? 그걸 질문이라고 던진거냐?"

"그렇다. 만족감. 일종의 성취감인가?"

-

"성취감이라. 어떻게 보면 비슷한 말이지만. 그 둘은 다르다.

어떤 일을 해냈을 때 느끼는 것은 성취감이라 할 수 있지만 만족감이라곤 할 수 없지. 왜냐하면 그 일을 해내지 못하였더라도 만족감은 느낄 수 있으니까. 어떤 게임에서 최선을 다해서 우승을 했다면. 그건 성취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게임에서 예선 탈락을 했다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까? 아니. 느끼지 못할걸? 하지만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예선탈락을 하더라도 만족감은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둘의 차이점을 알겠나?"

카발리에레의 질문에 파인리히가 대답했지만 카발리에레는 여전히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러자 르부뤽이 입을 열었다.

촐싹 맞기는.

"나 지존 르부뤽이 가르쳐주지. 이 어르신께서는 모르시는것이 없으시니까. 우헤헷.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쳐. 하지만 하고 싶다고 모든지 할 수 있는게 아니야. 그런데 그걸 하게 되었어. 어때? 만족스럽지?"

-

"크. 크큭.하하하핫. 르. 르부뤽. 그런 말도 안 되는 설명이 어딨어?"

"뭐? 마타 륭. 너 지존에게 대항하려는 게냐?"

-

"푸하핫. 그래. 미안하다. 푸하핫. 너. 웃겼어."

마타 륭은 르부뤽의 어처구니없는 설명에 폭소를 터뜨리곤 진정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더 황당한 것은 카발리에레였다.

녀석은 르부뤽의 말에 한참을 생각하는게 아닌가. 심지어는 이렇게 중얼거리기까지 했다.

"하고 싶었는데 할 수 없었던 것을 하게 되었다."

쟈칼은 그런 카발리에레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거기다가 이 한마디만 더 붙이면 돼지. <결과가 어떻든 최선을 다한다면>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여기서 성취감도 생길 수 있어. 성취감은 그 목표에 따라서 이뤄질 수 있는게 달라지지. 목표가 낮다면 굳이 우승을 하지 못하더라도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정말 궁금하군. 만족감이 뭔지도 모르는 네가 어떤 쾌락을 느껴왔는지?"

-

"내가 느끼는 쾌락이라."

"지금까지 사용했던 말로 하자면. 너희들의 유희겠지."

-

"유희. 난 너희들을 만들어내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부터 너희들을 다른 종족과 싸움 붙여 즐기려는 생각은 없었다.

나와 형제들은 모두 과학자였기 때문에 새로운 종족에 관심이 있었을뿐. 그 외 다른 욕심은 없었다. 우린 각자의 종족을 선택해 만들었다. 그래서 번영을 누렸지. 번영. 하지만 너희가 말하는 만족감은 느낄 수 없었다.

아니. 도리어 지루했지. 너희들이 그 지루함을 아는가? 아니, 너희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루살이 같은 삶을 사는 너희들이 지루함에 대해서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결국 시간 앞에 무릎을 꿇으셨군."

-

"그래. 인간이여. 나와 형제들은 영원이란 자를 수 없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완패했다. 마치. 컴퓨터 게임을 하듯.

도시를 만들고 건물을 새로 짓고.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지만.

그건 순간의 즐거움일 뿐. 지속적인 쾌락은 될 수 없었다.

게다가 몇 달을 투자해도 엔딩을 볼 수 없는 게임처럼 결국 도중에 포기할 수밖에 없다."

"엔딩이라."

-

"새로운 뭔가가 필요했다. 획기적인 뭔가가!!"

"쳇. 그래서 세종족을 시험대 위에 놓고 서로의 실력을 가늠했나?"

-

"그건. 의외의 쾌락이었다. 마치. 올림픽 경기 같다고나 할까? 같은 나라 선수가 이기길 응원하는 심정. 그 경쟁의식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경쟁의식?"

-

"그렇다. 세종족의 능력을 하나씩 개발하면서 느끼는 경쟁.

우린 시간이란 거대한 벽에 부딪혔지만 그것에 순응하는 방법을 배운 것이다. 비록 편법을 사용하긴 했지만."

"그래서. 그따위 조약을 만들었던 것이군."

-

"후훗. 하지만. 그것도 영원의 쾌락은 될 수 없었다. 그 유희는 단지 임시방편에 불과했던 것이다."

카발리에레는 그렇게 말하고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젠 그런 유희도 질렸다는 말이었다. 시간 앞에서는 완벽한 존재도 무력해질 수밖에 없는 것인가. 그는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

"넌 우리. 헤켈,세이렌,인간보다도 못한 존재로구나."

-

"쟈칼. 뭐라 했는가?"

"만족감을 모르는 존재. 살아 있어도 살아 있음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

"......"

"유희를 즐겼지만. 그것을 즐겼다고 말할 수 있는가? 유희를 즐기면서 만족한 적이 있느냔 말이다! 지금까지 헛된 삶을 보낸 것이다. 아무런 의미 없는 삶. 너의 삶은 너희 유희의 도구로 사용된 우리의 삶보다도 더욱 가치 없는 쓰레기 같은 것이다."

-

"웃기지마!! 만족감이 무슨 필요란 말이냐!! 삶의 의미? 영원이란 시간 속에서 무슨 삶의 의미가 필요하단 말이냐!! 난 단지 너희들을 시간 때우는 오락기 정도로 생각한 것뿐이다. 알겠느냐?

너희들은 그런 하찮은 물건에 불과해!"

"후후후훗."

카발리에레의 외침에 파인리히가 비웃었다. 카발리에레는 자신의 말을 비웃는 인간을 바라보며 물었다.

"하찮은 물건 주제에 날 비웃는 것이냐?"

-

"아니. 내 자신이 너무 불쌍해서 그렇다. 결국 너희들은 유희를 즐긴 것도 아니잖아. 난 지금껏 유희의 도구로 이용된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것도 아니라 어떤 바보의 행동에 장단을 맞추고 있었던 것이었군."

"바보?"

-

"그래. 진정한 유희가 뭔지도 모르는 바보. 만족감도 느껴보지 못한 바보. 살아도 헛 살은 바보지. 지금껏 아무런 만족감도 느끼지 못하였다는게 말이 되냐? 네가 말하는 하찮은 물건에 불과한 우리들도 느끼는 만족감인데. 하물며 완벽한 존재인 네가.

그런 만족감을 못느낀다는게 말이 되냐구."

파인리히는 아주 신랄하게 비꼬면서 말했다. 카발리에레는 그가 자신의 인생의 덧없음을 비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헛살은 인생. 만족감. 정말 단 한 순간도 만족감을 느껴보지 못했던가? 다른 종족들을 짓밟고 경쟁하고. 하지만 어딘가 한구석이 늘 허전했다. 공허함. 그게 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카발리에레였다.

"너에게 부족한게 무엇인지 아냐?"

-

"?"

"너무 완벽하다는 거다."

-

"!!!!!!"

파인리히는 카발리에레는 슬픈 눈으로 바라보았다. 지금껏 만족감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인생. 아무리 완벽한 존재라고 해도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불완전한 존재지만 그 스스로 만족할 줄 알면서 사는 것이 더욱 행복하지 않겠는가.

"넌 너무 완벽하기 때문에 만족감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

"그. 그게. 무슨 소리냐?"

"완벽이란 것은 부족한 것이 없단 뜻과 같다. 우리 이성을 가진 생명체는. 부족한 것을 채우면서 만족감을 느낀다.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 하더라도. 우린 작은 기쁨을 느끼며 매순간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넌 우리와 다르지. 완벽하니까. 그야말로 완벽한 존재로 태어났으니까.

부족한 것도 없고 채울 것도 없을 것이다. 노력할 것도 없고 성취할 것도 없겠지. 결국 아무런 만족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살아도 산게 아닌게 되는 것이다."

-

"완벽하기 때문에."

"도리어 불완전하다는 뜻이다."

-

"......"

파인리히의 말에 카발리에레가 미소지었다. 뭔가. 마음속을 관통하는 뭔가가 있었다. 자신이 지금껏 얻지 못했던 결론.

시간과의 싸움에서 패배했을 때 그는 이렇게 생각했었다.

완벽한 존재인 자신이 질리 없다고. 하지만 이제 깨달을 수 있었다. 완벽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불완전한 것이다. 너무 완벽한 것이 도리어 결점이었던 것이다.

"이제 알겠나? 넌 부족한 것을 채워가면서 조금씩 자기 완성을 이뤄 가는 우리들보다 훨씬 못한 존재라는 것을.

너희 완벽하다는 결점은 그 어떠한 노력으로도 채워질 수 없는 영원한 숙제라는 것을 말이다."

-

"후훗. 그랬군. 그랬던거야. 그. 그래서. 카에살레아가. 우리와 달랐던 것이군. 왜 그분께서 녀석을 우리처럼 완벽하게 만들지 않았는지 이해하겠군. 결국 가장 완벽한 존재를 만들어낸 것이었어. 녀석으로 하여금 이런 충고를 하도록 만들 생각이었나?

완벽이란 자만 속에서 뭔가를 깨닫도록 하기 위해서? 그럼.

난 이제 어떻게 해야한단 말인가? 카에살레아 녀석처럼. 나도 죽음에 대한 결심을 해야할까?"

카발리에레는 마치 정신병자처럼 휘청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는 혼란스러웠던 것이다. 자신이 살아왔던 삶의 의미를 잃어 버린 순간. 완벽이란 것이 도리어 허물이 되어버린 순간. 그는 깨달았다. 살아 있어야 할 이유를 찾아야겠다고.

"난. 살아야 한다. 하지만. 왜 그래야 하지? 앙? 왜. 난 살아 있는데 살아야 하는걸까? 무엇 때문에 살아도 죽은게 되는거지?

난 누구인가???"

-

"쟈칼. 저 녀석 완전히 미쳐버린 것 같은데?"

"조금 기다려봐."

쟈칼 일행들은 카발리에레의 행동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카발리에레는 잠시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에 그는 싸늘하게 일행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부족한 것을 채우는 것이 만족감이라고 했던가?"

-

"?????"

"난 나의 부족함을 너희들이 가진 것으로 채워야겠다. 흐흐흣."

카발리에레는 자신의 기운을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결국 그의 선택은 싸움이었다. 쟈칼 일행들을 짓밟아서 그의 부족함을 채우려고 하는 것이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논리지만.

"결국."

쟈칼 일행들도 모두 공격 자세를 취했다. 카발리에레는 붉은색 기운에 휩싸인 채로 일행들을 향해 돌격했다. 동시에 쟈칼 일행들도 그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쟈칼의 양검을 피한 카발리에레는 그대로 르부뤽을 향해 돌진했다. 그의 온 몸은 붉은색 기운으로 뒤덮여 있어 몸 자체가 병기나 다름없었다. 그가 주먹을 휘두르자 르부뤽은 간신히 고개를 돌려 공격을 피했다. 분명히 피했는데 르부뤽이 뒤로 날아가 바닥을 뒹굴었다.

"뭐. 뭐야?"

그건 마타 륭과 락켄신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공격에 맞지 않았는데 충격을 입고 뒤로 날아가 버리는게 아닌가. 쟈칼은 놀라운 상황에 약간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검을 휘둘렀다.

'챙!!!'

검이 카발리에레에게 닿기도 전에 퉁겨져 나왔다. 동시에 카발리에레의 발차기에 정통으로 맞은 쟈칼은 순간 허탈해졌다.

분명 발차기에 맞았는데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이다.

"설마!! 이건."

쟈칼은 눈을 감고는 검을 휘둘렀다. 그의 검에 무언가가 걸리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크. 환상을 눈치채다니."

카발리에레는 부상을 입은 팔을 치료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는 환상을 이용해서 일행들을 공격했던 것이다. 그래서 공격을 분명히 피했음에도 불구하고 공격에 당했던 것이다.

"제법이군. 세이렌 녀석의 기술을 한번 써봤는데. 그것을 이렇게 빨리 간파하다니."

-

"믿지 않는 환상은 환상이 아니다!! 너 역시도 우리의 환상이었을 뿐!"

쟈칼은 그렇게 외치면서 검을 휘둘렀다. 카발리에레는 자신의 팔에 검상을 입힐 정도로 상대의 공격이 대단하단 것을 알고 뒤로 재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자신의 형제들의 힘도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카발리에레는 양손으로부터 붉은색 기운을 뽑아내었다. 마치 광선검처럼 그의 양팔에는 길다란 검같은 강기가 들려 있었다.

[만약 흑운계였다면. 생사현관의 경지라 하여 몸 속에 내재되어 있는 기를 유형화 시켜 강기를 손으로 내뿜게 만들고 그것을 검으로 사용하는 심검(心劍)이란 기술이 있었다. 이것은 내외공 최고의 검술로 인정되고 있는 것으로 생사현관의 경지를 넘어서지 않고서는 불가능 한 기술이었다.]

카발리에레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붉은색 기운으로 몸을 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가이넥!!> 하고 외쳤다. 그것은 접속 시동어였다!! 동시에 붉은색 기운이 그의 몸을 완전히 감싸더니 붉은색 쉐도우로 변하는게 아닌가!! 가뜩이나 강력한 힘으로 방어를 하던 녀석이 강기로 만든 검을 들고 쉐도우와 접속을 하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쟈칼 일행들은 더욱 정신을 바싹 차리고는 카발리에레를 향해 공격해 나갔다.

카발리에레는 쟈칼의 검을 심검으로 퉁겨내고는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쟈칼은 다급히 뒤로 물러섰으나 사정거리를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때 옆에 있던 마타 륭이 륭혼검으로 그 강기를 막아내었다. 하지만 얼마나 충격이 컸던지 쟈칼과 함께 뒤로 밀려나다가 멈추어 섰다. 륭혼검이 명검이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검과 함께 두동강 났을지도 모르는 일격이었다.

카발리에레는 르부뤽을 향해 달려들어 심검을 휘둘렀다. 옆에 있던 락켄신과 로레타가 협공으로 르부뤽을 도왔지만 셋이서 공격해도 그에게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꼬마애가 이런 말도 안 되는 힘과 기술을!!"

르부뤽은 자신보다도 훨씬 강한 카발리에레의 능력에 치를 떨었다. 모습은 꼬마애라지만 나이로 따지면. 휴. 그럴 만도 하지.

르부뤽과 락켄신을 동시에 뒤로 퉁겨낸 카발리에레는 가장 약한 로레타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 모습에 마타 륭이 비명을 질렀다.

"안돼!! 로레타!!"

그때였다. 카발리에레의 몸이 폭발하듯 터져버리는게 아닌가.

다행히 그 사이를 틈타 로레타는 뒤로 피할 수 있었다. 폭발이 가라앉자 카발리에레의 모습이 드러났는데 그의 쉐도우는 긁힌 자국하나 없었다.

"어떻게. 메이딩 바쿰에."

그 폭발은 펜 타고니의 메이딩 바쿰 때문에 발생한 것이었다.

카발리에레는 자신을 방해한 펜 타고니를 향해 돌진했다. 펜 타고니는 카발리에레를 향해 메이딩 바쿰과 디센트 템퍼레이쳐를 연속으로 사용했다.

메이딩 바쿰을 그냥 맞으면서 통과한 카발리에레는 디센트 템퍼레이쳐로 인해 그대로 꽁꽁 얼어버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얼음이 순식간에 녹아버리더니 그대로 달려오는게 아닌가!! 카발리에레의 붉은 기운 때문에 얼음이 순식간에 녹았던 것이다.

펜 타고니는 자신의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기겁했다. 아무리 그녀가 쉐도우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녀석의 심검에 당하면 그대로 끝이었다. 카발리에레가 검을 휘두르는 순간 파인리히의 볼캔 샤이어가 그의 등에 작렬했다. 하지만 그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펜 타고니가 위험한 것을 본 로레타가 몸을 던져 펜 타고니를 쓰러뜨렸다. 하지만 그로 인해 로레타가 대신 검에 베이고 말았다.

"꺄아아악!!"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다행히 거리가 약간 있어서 뼈까지 잘리는 부상은 아니었지만 쉐도우가 갈라질 정도로 심한 부상을 당했다.

마타 륭은 로레타가 다치자 광분하여 미친 듯이 공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인에게 흥분은 금물. 마타 륭의 공격에 허점이 더 많이 생기자 카발리에레는 더 쉽게 마타 륭을 공격했다.

쟈칼과 락켄신은 마타 륭이 위험에 빠진 것을 알고는 급히 그를 돕기 위해 공격에 나섰다. 셋의 협공에도 카발리에레는 전혀 밀리는 기색이 없었다. 게다가 간간히 공격이 성공하더라도 그의 쉐도우에 막혀 전혀 부상을 당하지 않고 있었다.

파인리히는 녀석의 정신을 빼놓겠다는 생각으로 디바이딩 미케노스를 사용했다. 백여마리의 미케노스가 카발리에레를 향해 돌진했지만 그는 아예 신경도 쓰지 않고 쟈칼 일행을 베어 나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쟈칼 일행의 몸에 생기는 검상의 수가 늘어가고 있었다.

펜 타고니는 자신을 위해 몸을 날리다 부상을 당한 로레타를 뒤로 옮겼다. 그녀가 아는 지식수준으로는 그녀의 부상을 고칠 수 없었다.

펜 타고니는 점점 애가 타기 시작했다. 자신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하지만 자신은 아무런 힘이 되어 주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의 기술은 카발리에레에게 전혀 통하지도 않았고.

펜 타고니는 로레타의 상처를 잘 감싸주고는 카발리에레를 향해 공격했다. 그녀는 자신의 모든 매너 포스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매너 포스 그 자체를 사용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얀과 싸울 때 한번 겪어본 기술이었기에 사용할 수 있었다.

펜 타고니의 매너 포스 덩어리가 카발리에레를 향해 돌진했다. 카발리에레는 자신의 방어력을 믿는지 전혀 방어를 안하고 쟈칼 일행들을 향해 심검을 휘둘렀다. 매너 포스가 카발리에레의 등에 명중한 순간 카발리에레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어떤 공격도 자신에게 타격을 줄 수 없었는데.

지금 느끼는 것은 고통이 아닌가! 카발리에레가 잠시 흐트러진 사이 4검이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4개의 검이 동시에 카발리에레의 몸에 적중했지만 그의 쉐도우로 인해 퉁겨져 나왔다.

화가 난 카발리에레는 그대로 심검으로 강기를 발사했다. 카발리에레의 변칙공격에 쟈칼과 마타 륭이 당해 뒤로 날아가 버렸다.

르부뤽과 락켄신이 계속해서 공격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펜 타고니의 공격도 잠시 동안밖에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르부뤽도 카발리에레의 심검에 어깨를 베이고 뒤로 물러났으며 락켄신 역시 복부에 긴 검상을 입고 뒤로 물러섰다.

쟈칼 일행들은 모두 부상을 당해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게다가 로레타의 상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었다. 펜 타고니는 자신의 최후 공격에도 끄떡없는 상대에게 이미 전의를 상실한 지경이었으며. 파인리히 역시 더 이상 뾰족한 수가 없었다.

"젠장!!"

카발리에레는 적들에게 잠시 숨을 고를 여유를 주는 듯 가만히 서서 일행들을 노려보았다. 마타 륭은 뒤에 누워 있는 로레타를 바라보고는 분기탱천하여 다시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쟈칼과 르부뤽,락켄신도 어쩔 수 없이 다시 공격하기 시작했다.

펜 타고니는 자신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로레타를 돌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크바레이의 상처를 고칠 때와 같은 정성으로 그녀의 상처를 치료하였다.

파인리히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실망한 듯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크리스탈 볼. 이것이 있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파인리히는 그대로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바닥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

어찌나 세게 내리쳤던지 손바닥의 크리스탈 볼이 깨져 버리는게 아닌가!! 동시에 그의 손바닥에서 피가 흘러 내렸다.

"젠장. 젠장!!!! 위험할 때마다 도와줬잖아!! 지금이 그때라구!!"

파인리히는 매번 죽을 고비에서 자신에게 새로운 능력을 일깨워 주었던 것을 떠올리며 그렇게 외쳤다. 하지만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게 다인가. 젠장."

파인리히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상대가 너무 강했던 것이다.

그때 4검들이 일제히 붉은색 강기에 맞고 뒤로 쳐박혔다.

그들도 모두 지쳤는지 간신히 일어서서는 숨을 헐떡였다.

카발리에레 역시 지친 것은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기가스라 해도 천하무적은 아니었다. 그의 쉐도우의 방어력이 워낙 강했기에 지금까지 부상을 입지 않은 것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벌써 4검들의 검에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너희들을. 죽이게 되면. 정말 만족감이 뭔지 깨달을것 같구나. 후후훗."

-

"안됐군. 평생 만족감이 뭔지도 모르고 세상을 하직할 테니."

"입만 살은 녀석!!"

-

"잉? 날 불렀나?"

르부뤽은 이 다급한 상황에서도 즉흥 애드립을 발휘하는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카발리에레는 자신의 심검을 한번 스윽 훑어본 후 쟈칼 일행들을 향해 다가왔다. 그런데 그때였다.

파인리히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밤낮으로 게임 한 아이가 경련을 일으키듯. 흠. 왜 이리 게임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지. 참.(지송해유. 작가가 한때 게임 매니아였구만유.--;)

어찌나 심하게 발작을 하던지 다가오던 카발리에레도 멈추어 설 지경이었다. 파인리히의 모습을 본 펜 타고니가 비명을 질렀다. 파인리히의 몸이 불타올랐기 때문이었다.

파인리히가 마치 불덩이 속에 던져진 시신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점점 살이 쭈글쭈글해지고. 머리카락이 다 타서 없어졌으며. 지글지글 타는 냄새가 났다.

잉? 이래야 하는데 전혀 그런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계속 훼이크 써서 지송해유.--;)파인리히는 천천히 일어서면서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다른 부분은 불에도 전혀 이상이 없었는데 손바닥의 크리스탈 볼이 깨어져 있는 부분에는 화상을 입었다.

아니. 마치 보통 살결처럼 변해 있었다. 그것을 본 파인리히는 뭔가 깨닫는 것이 있었다.

크리스탈 볼은 크리에이쳐를 불러내는 통로와도 같은 것이다.

어찌보면 차원의 문이라 할 수도 있었다. 그런 차원의 문이 파괴되었으니......

크리에이쳐와 연계가 완전히 끊어져 버린 줄 알았던 파인리히는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났음을 알았다. 바로 크리에이쳐와 연결된 문이 파괴되며 완전히 열려버렸던 것이다. 동시에 그의 몸으로 크리에이쳐가 현신한 것이었다.

파인리히는 자신의 몸 주위에 흐르는 화염을 보고 어떤 크리에이쳐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상급 크리에이쳐인 볼캔샤이어를 부하로 부리고 있는 불꽃의 정령왕 파이란이었다.

화염의 뜨거운 열기 때문인가.? 파인리히는 지나간 과거에 대한 기억을 순간 되찾을 수 있었다. 고고학을 공부하던 그 시절. 신화와 전설의 모임인 갓 노우즈의 초대회장이 되었던 자신. 그런 그의 친구인 아벨과 티리건. 모든 기억이 떠올랐다.

순간 아벨의 몸으로 골렘이 현신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당시 아벨은 크리에이쳐에게 정신을 제압 당해 끝내 이성을 잃고 날뛰지 않았던가. 하지만 자신은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완벽한 조화.

카발리에레는 파인리히의 몸이 불꽃으로 뒤덮인 것을 보고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저런 기술은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던 것이었다.

"정말 놀랍군. 체내의 기운을 유형화시켜 몸을 감싸다니.

마치 또 하나의 나를 보는 것 같군."

그의 말에 쟈칼 일행들이 파인리히와 카발리에레를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다. 정말 둘 다 붉은색 기운에 휩싸여있어 보기만 해도 후끈거릴 지경이었다.

"내. 최후의 가상 생명체. 파이란이다. 간다!!"

파인리히는 자신의 몸에 흐르는 화염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 4미터짜리 불기둥이 치솟아 올랐다. 쟈칼 일행들은 너무 뜨거운 열기에 자신들도 모르게 팔로 얼굴을 가렸다. 카발레에레는 파인리히의 폭발적인 힘에 놀라 긴장하며 기운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두 개의 붉은색 기운이 공중으로 치솟아 올라 마치 두 개의 거대한 화염탑을 보는 듯 했다. 둘은 서로를 마주보며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우아아아!!!!"

-

"으으으아!!!"

파인리히는 똑바로 선 채로 화염을 발사하였으며 카발리에레는 앞으로 한 발을 내딛으며 손에 들고 있던 심검에 기운을 실어 파인리히에게 던졌다.

'슈우웅!!! 콰과쾅!!! 콰과과광!! 콰과과과광!!!'

두 개의 기운이 서로 맞부딪히자 쉴새 없이 폭음이 울려 퍼졌다. 정말 엄청난 폭발이었다. 두 기운은 서로를 소멸시키며 계속해서 굉음을 내며 부딪혔다. 소음보다는 그 엄청난 화력에 쟈칼 일행들은 모두 바닥에 엎드릴 수밖에 없었다.

'시우우욱!!'

두 개의 기운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사라져버렸다.

기운이 맞부딪힌 곳의 바닥은 반경 10미터 깊이 5미터 정도의 거대한 구덩이가 생겼을 정도였다. 그 곳의 천정은 두말 할 것도 없었다. 아무리 신전이 높게 건축되었지만 그 폭발의 충격으로 천정은 온통 금이 가 있었다. 조금만 충격을 주면 그대로 무너져 내릴 것처럼 보였다.

"어떻게. 인간주제에."

-

"정령왕의 힘을 얕보면 안 돼지!!"

"그건 전설에 불과한 것이다! 이곳이 무슨 판타지 세계인줄 아는가!!"

-

"쳇.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파인리히는 그대로 카발리에레에게 달려들었다. 둘은 아직도 힘이 남아도는지 으르렁거리며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카발리에레는 많은 힘을 소비했는지 심검을 이끌어내지 않고 맨 주먹으로 싸우기 시작했다.

주먹다짐. 파인리히는. 무예에 대해 전혀 모르는 문외한이다.

그런 그와 카발리에레는 정말 화려한 콤비가 아닐 수 없었다.

카발리에레 역시 특정한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허점을 노려 공격하거나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공격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세는 카발리에레가 더 유리했다. 파인리히가 파이란의 힘으로 강해지긴 했어도 카발리에레의 스피드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파인리히가 밀리는 모습을 본 4검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다시 카발리에레에게 돌격했다.

그나마 펜 타고니가 외상을 치료해주었기에 움직이는데 한결 낳았다.

카발리에레는 화염에 휩싸인 빨간 인간과 싸우기도 힘든 판국에 파랭이 쟈칼과 역시 빨갱이 마타 륭,깜둥이 락켄신, 형형색색 호화찬란 르부뤽까지 덤벼들자 정신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실력도 엄청났던 것이다.

처음에는 4검의 검에 당해도 부상조차 입지 않던 카발리에레의 쉐도우가 이제는 점점 검상을 입기 시작했다. 쉐도우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카발리에레는 불리해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온 힘을 집중시켜 최후의 발악을 하기 시작했다.

"받아라!!!!"

카발리에레가 괴성을 지르며 양팔을 하늘높이 쳐들자 동시에 쉐도우가 파괴되면서 사방으로 강기가 뿜어지기 시작했다. 산산 조각난 쉐도우에 실린 강기를 맞은 쟈칼 일행들은 모두 뒤로 날아가 쳐박혔다. 그들은 모두 온 몸에 쉐도우 조각이 박혀 있었고 온통 베인 상처로 신음하고 있었다.

"성공이닷!!!"

카발리에레는 묘한 만족감을 느끼는 듯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착각이었다. 누군가가 아직 서 있었던 것이다. 그는 파인리히였다.

"어떻게.?"

-

"내 몸에 흐르고 있는 이 불의 온도가 몇도라고 생각하나?"

"뭐?"

-

"나도 확실히는 모르겠어!!!"

파인리히는 그렇게 외치면서 카발리에레를 그대로 껴안았다.

아무리 카발리에레라지만 그도 인간이었다. 뜨거운 불덩어리가 껴안는데 미치지 않을 사람이 있으면 인간도 아니다.

파인리히가 껴안자 정말 아까 나올뻔 했던 장면이 나오기 시작했다. 카발리에레의 살이 지글지글 타오르면서 퀘퀘한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고 그의 머리카락도 다 타버려서 금방 대머리가 되었다. 카발리에레는 비명을 지르면서 양손을 파인리히 가슴에 대고 강기를 발사했다.

'퍼펑!!!'

하는 소리와 함께 파인리히가 뒤로 미끄러지다가 쓰러졌다.

파인리히 역시 심각한 부상을 입었는지 일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카발리에레는 온 몸에 화상을 입어서 그런지 연신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으. 으. 왜. 왜 치료가 되질 않는거야!!! 이런 빌어먹을!!!

하아. 하아."

그는 자신의 형제들도 자신처럼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인정할 수 없는지 계속 소릴 질렀다. 그런 그의 몸이 순간 폭발하기 시작했다.

'퍼버벙!!!'

폭발음이 가라앉자 카발리에레의 모습이 드러났다. 한쪽 상체가 완전히 날아가 버린 모습이었다. 서 있는게 신기할 정도였다. 카발리에레는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녀석을 바라보고는 입술을 씰룩거렸다.

그 녀석은 바로 펜 타고니였다. 쉐도우가 없어진 카발리에레는 그녀의 메이딩 바쿰에 정통으로 당해버렸던 것이다.

펜 타고니는 카발리에레의 마지막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너무 뜨거워."

-

"디센트 템퍼레이쳐......."

펜 타고니는 카발리에레에게 마지막 만족감을 선사했다.

카발리에레의 몸이 그대로 얼어버리면서 앞으로 쓰러졌다.

동시에 그의 몸이 산산조각 나 바닥을 뒹굴었다. 모든게 끝난 것이다.

쟈칼 일행들은 모두 심각한 부상을 당했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얼마 안 있어 드라시안이 부하들을 이끌도 안으로 들어와 그들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 헤켈들의 의술은 세이렌보단 발달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꽤나 기본기가 되어 있었다.

파인리히는 드라시안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었다.

"이제. 우리의 몫은 해낸 것입니다."

-

"그렇소. 우리 헤켈은 이것으로 만족 할 수 있습니다."

쟈칼은 파인리히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펜 타고니는 파인리히에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어서. 티탄시로 돌아가도록 하죠."

-

"그래요. 모든 일이 그곳에서 시작되었으니. 가죠."

쟈칼 일행들은 모두 환하게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제 헤켈들의 신. 아니, 그들의 거짓 우상은 사라져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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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앞으루 2편... 요즘 너무 힘드네요... 그냥 이것저것 왜 이리 날 괴롭히는게 많은지..... 소설이 끝나가니... 어찌보면 하나의 짐을 더는 셈이네요..... 힘내야징..... 열분들도 힘내세요..

오늘 수능 보는 분들도 모두 잘 보시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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