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가슬렌더-117화 (117/120)

제 목: 122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122

[기가 슬렌더] -76- 카루이안 폰 발더스(창조의 권능.) -카루이안 폰 발더스(창조

의 권능.)-

카루이안의 몸이 온통 푸른색 빛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의 머리카락도 공중을 향해 서 있었고 그 주위로 미묘한 바람이 일렁이고 있었다.

플루토스는 카루이안을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아니, 진짜 이를 간 것은 아니고 그런 표정을 지었다. 카루이안은 자신이 만든 피조물에 불과한 녀석이 자신을 아니꼽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자 코웃음을 흘렸다.

"훗. 금속덩어리 주제에. 감정을 흉내내다니. 우습군."

-

"뭐라구!!"

"네 몸을 잘 살펴보아라. 너의 뇌를 제외한 모든 부분이 금속이 아니더냐. 널 생명체라 할 수 있을까? 겨우 태양 에너지로 목숨을 이어가는 기계덩어리를 말이지. 후후훗."

-

"이런. 더러운 자식. 네가 만들었잖아!"

카루이안의 말에 플루토스가 대답하지 못하자 휘페리언이 그렇게 소리쳤다. 하지만 카루이안은 그 말을 듣지 않고 다시 플루토스에게 말했다.

"나와 싸우게 되면 넌 죽게 된다. 그나마 기계에 불어넣은 생명도 사그라들게 되는 것이지. 어떠냐. 나와 함께 영생을 누리는게. 넌 이 렘노스 탑 안에 있는 한 영원히 살 수 있다.

어떠냐? 새로운 세이렌의 수장이 되는게?"

-

"후. 네 말대로 난 금속 덩어리에 불과하다. 감정? 그래.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이 분노는 어쩌면 내 착각일 수도 있어. 내가 가진 것이라곤 태양 에너지에 의해 움직이는 금속 몸과 유기질로 이뤄진 뇌밖엔 없지. 아니. 그것밖에는 없는 줄 알았다."

"알았다?"

-

"그래. 난 날 다시 살려준 신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하려고 마음먹었었다. 내 몸이 죽은 이유는 생각나지 않지만 다시 살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행복이었지. 하지만 그건 네 말대로 금속 기계의 삶이었다.

그래. 금속밖에 없는 것이지. 하지만 내가 가진 것은 또 있었다. 바로. 친구들. 그들이 있기 때문에 난 기계라도 살 수 있는 것이다."

플루토스는 그렇게 말하며 동료들을 죽 바라보았다. 단지 살아났다는 이유하나만으로 동료들을 공격했던 자신이 왜 그리 미운지. 하지만 동료들은 그런 플루토스를 너무도 쉽게 용서했다. 아니. 애초에 싸우려 하지도 않았으니. 뭐.

그런 동료는 아무리 기계 덩어리라고 해도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존재들인 것이다. 기계? 그럼. 어떤가. 자신을 기계 이상으로 생각해주는 동료들이 있는데.

"후훗. 우습군. 그깟 친구가 무슨 소용이라구."

-

"그래. 너처럼 몇천년 동안을 혼자 살아온 녀석에겐 친구가 소용없겠지. 좋겠다. 친구도 하나 없어서."

카루이안의 말에 카인이 비꼬았다. 카인은 상대가 발끈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잠잠하자 다시 물었다.

"너. 왕따냐?"

-

"후훗. 신은 고독한 존재. 신이란 존재는 왕따를 당할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지. 왜냐하면 추종하는 세력이 있기 때문에 신이 될 수 있는 것이니까."

"추종하는 것과 우정은 다른거야. 너. 마음으로 누군가를 사귀어 본적 있어?"

-

"후훗. 그런게 어디에 필요하단 말이냐?"

"정말 못 봐주겠군. 완전 꼴통아냐?"

-

"꼴통?"

"으휴. 추종은 서로 동등한 관계가 아니야!! 신과 신도. 그들의 사이는 주종관계나 다름 없다구. 그런 관계는 주인입장이 권력과 부를 쥐고 있으면 쉽게 생성될 수 있는 사이야.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 하지만 우정은 달라. 그들은 서로 같은 동격이라구.

이건 신분을 따지자는게 아니야.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우정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은 서로를 동격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인거야.

만약 친구를 하인 대하듯 대한다면 그들 사이에 우정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듯이 마음으로서 사귄 벗은 그 둘의 어떠한 차이에도 구속되지 않고 우정을 쌓게 되는거야."

-

"그래. 카인의 말이 맞다. 너. 친구를 한번도 못 사귀어 봤구나?"

아크바레이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다시 묻자 카루이안이 짜증을 부렸다.

"쳇. 그깟 친구가 무슨 소용이라구!! 플루토스 녀석이 말한 것이 그런 뜻이냐? 고작 서로를 같은 처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이 있어 행복하다는 거냐?"

-

"후. 저러니 친구가 없지. 서로를 이해해주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도와주고. 슬플 때는 위로해주고. 고민 있으면 해결해주고. 이런게 친구다. 마치 친구를 자기 자신처럼 생각해 서로 돕는게 친구란거야.

그렇기 때문에 서로를 동격으로 생각하는 것이고."

"흠."

카루이안은 잠시 고민에 빠진 듯 했다. 지금껏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개념이었다. 친구라. 그럼. 확인해 볼 것이 있었다.

"그렇다면. 너희는 날 믿었던 그 당시에도 나보다 친구를 더 좋아했단 말이냐?"

-

"풉. 풉. 푸하하하하."

카루이안의 질문에 휘페리언 일행이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 마치.

어린 아이에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하고 질문하는 유치한 부모 같은 모습이었다.

"왜 웃는거지?"

-

"너. 설마. 우리가 신보다 우정을 중요시 여겼다고 말한다면 삐질거냐?"

"삐지?"

-

"후훗. 우리가 널 믿었던 것과 우정은 별개의 것이다. 어떤것을 중요하다고 논할 수 없는 문제지. 하지만 이럴 수는 있다.

신앙을 위해 친구를 배신할 수도. 혹은 친구를 위해 신앙을 배신할 수도 있지. 우린 같은 신을 믿고 있고 동료니까. 그런 고민을 할 필요는 없었지만."

"흠. 파리나타. 네 말은 신을 믿는 것만큼이나. 다시 말해. 날 추종하는 것만큼이나 동료들이 소중하다는 말이로군."

-

"그래. 왜 이런 쓸데없는 질문을 하는거지? 그냥 싸우고 끝내지?"

"친구라. 친구 때문에 존재감을 느낀다는 것인가? 플루토스?"

-

"그렇다. 날 아껴주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난 살아 있음을 느낀다. 비록 내 몸이 기계로 되어 있다고 해도 그들은 상관하지 않고 날 친구로 생각해 줄테니까."

플루토스의 말에 카루이안은 턱을 쓰다듬었다. 마치. 친구의 개념은. 자신이 형제들을 생각했던 개념과 비슷한 것 같았다.

형제들. 그들을 마치 자신처럼 생각하며 서로를 믿어왔었는데.

지금은 서로가 죽기를 바라는 처지이니. 참 황당할 노릇이지.

"너희를 만들어준 신이 난데도. 나에게 대항하겠다는 것이냐?

그것도 친구를위해서?"

-

"네가 우릴 창조한 것은 그 나름대로 목적이 있을거라 믿었다.

아주 고결하고 순수한 의지가 있을거라고 생각했지. 설마. 유희였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난 이미 카에살레아라는 기가스에게 너희들의 배경에 대해 다 들었다. 만약 널 만든 그 동양 박사가 단지 재미로 너희를 만들었다면. 넌 <옳타구나. 아이고. 감사합니다.> 할 수 있겠냐?"

파리나타의 대답에 카루이안은 잠시 생각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 난 그분에게 늘 감사하며 살아오고 있다. 만약 단지 날 재미 삼아 만들었다고 해도 난 여전히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나에게 생명을 불어 넣어주신 분이다. 내겐 신과도 같은 존재야.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보단 재미의 산물로라도 태어나는게 낳지 않겠는가?"

-

"뭐라구?"

"지금 너희는 살아 있다. 언제나 느끼고 생각하게 되지. 그건 모두 살아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애초에 태어나지도 않았더라면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이냐? 느낄 수도 없고 생각할 수도 없다. 아예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버린다.

무(無). 없다는것은 그 자체로 너무 답답하고 상막하지 않은가? 너희들이 말하는 그 우정이란 것도. 너와 너의 동료가 모두 살아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니더냐? 그런 너희에게 생명을 불어 넣어준 것이 누구인가? 그건 바로 나다. 너희들의 신!"

-

"!!!"

카루이안의 말에 모두 잠시 혼돈에 빠졌다.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잉? 그럼 스토리 전개가 이상하게 되는데? 그런데. 뭔가 빠져 있었다. 무언가가. 그게 뭐지.?

아크바레이는 카루이안을 바라보고는 손가락을 흔들었다.

"후우. 역시. 기가스라 말은 잘하는군. 완전 꼴통인줄 알았더니."

-

"도대체 꼴통의 뜻이 뭐냐?"

"이해 못했으면 그냥 넘어가고. 생명을 준 신. 정말 고마울 노릇이지. 아주 고마울 수 있어. 아이고. 고맙네? 하지만. 틀렸어."

-

"????"

"어느 거렁뱅이 꼬마애가 있었어. 하루는 어떤 남자가 그 아이에게 재미 삼아 100캘럽을 주었지. 그래. 단지 그 아이가 100캘럽짜리를 들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즐기려고 그랬던거야.

이해가?"

-

"그래."

"그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돈을 구할 곳이 없는 아이 로서는 100캘럽을 준 사람을 고맙게 생각하겠지. 아니. 그를 신이라도 되는 듯 떠받들며 그를 존경하고 밤마다 그의 모든 일이 잘 되길 빌어줄거야. 하지만. 이건 돈을 준 사람이 아이의 모습을 보고 쾌락을 느끼려고 했다는 사실을 몰랐을때야."

-

"......"

아크바레이는 잠시 말을 끊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곤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만약 아이가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기분 좋게 그 돈을 받을 수 있을까?"

-

"그럼. 왜 못 받는단 말이냐? 서로 좋은게 좋은 것 아닌가?

돈을 준 사람은 유희를 즐겨서 좋고. 돈을 받은 아이는 돈이 생겨서 좋고."

"멍청하긴. 넌 왜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사실밖에 보지 못하는 거지? 좀 더 내면적으로 들어가면 이해력이 달리나?"

-

"무슨 소리냐?"

"그 아이의 기분을 생각해봐. 과연 기분이 좋겠느냔 말이야!!

과연 네 말대로 서로 좋은 결과가 나오느냐 이 말이지."

-

"아이의 기분?"

"아무리 구걸하는 거렁뱅이 꼬마일지라도 그 아이에겐 인격이란 것이 있어. 다른 사람들의 동정을 구할지언정 그런 비웃음거리의 대상이 되고 싶지는 않을 거란 말야. 그 돈을 준 남자가 정말 그 아이에게 잘해 주고 싶은 따스함이 마음에서 우러나와 그런 행동을 한 것이라면 그 아이 역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할거야. 만약 자신을 보고 쾌락을 즐기려 했다는것을 알았더라면 차라리 그런 100캘럽은 휴지조각보다도 못한것이 되어버린다구!!"

아크바레이는 자신이 너무 목소리를 크게 하지 않았나 잠시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격앙된 목소리에 다들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마치 자신들이 그런 거렁뱅이 꼬마애가 된 기분이었다.

카루이안은 아크바레이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고작 100캘럽이라."

-

"무. 뭐?"

"만약. 돈을 준 사람이 100캘럽이 아니라 1억캘럽을 그 아이에게 주었다면. 그렇다고 해도 그 아이가 그 돈을 휴지조각처럼 생각해버렸을까?"

-

"!!!!!"

"난 내 스스로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줄 안다고 믿어왔다. 내 이성적인 판단으론 그 아이는 그 돈을 마다하지 않을 것 같은데?"

-

"그. 그건."

"네 말대로 100캘럽일 경우 그 아이는 기분 나빠하며 땅바닥에 버릴 수도 있겠지. 하지만 1억캘럽은 달라. 그 아이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거금이라구. 만약 그렇다면. 자신의 새로운 인생을 부여해준 그 사람에게 <아. 당신이 날 비웃었기 때문에 기분 나빠서 이 돈 못 받겠소.>라고 할까? 아크바레이. 네가 그 꼬마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겠어?"

-

"......"

카루이안의 질문에 아크바레이는 대답하지 못했다. 정말 그런 상황이 일어난다면. 아무리 돈을 준 사람이 단지 즐기려고 1억캘럽을 건넸다지만. 그것은 하나의 인생을 열어주는 은혜가 될 것이다. 아크바레이 역시 이성적인 사람이라. 카루이안의 말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것이. 그게 바로 인간이기 때문에.

"역시. 대답을 못하는군. 그렇다면. 과연 생명이 1억캘럽보다 가치가 없다고 할 수 있겠나? 어디. 대답해보지. 카인."

-

"생명은 그 어떤 것보다도 소중하다."

"후훗. 그래. 잘 아는군. 1억캘럽에도 비굴해지는 너희들이 하물며 생명에서랴."

-

"아니다!!!"

카루이안의 비꼬는 말에 누군가가 소리쳤다. 그는 플루토스였다.

그는 아크바레이의 옆으로 나와서는 떨리는 음성으로 차분하게 말했다.

"넌 같은 것을 되묻고 있구나."

-

"뭐?"

"난 분명 새생명을 얻었다. 마치 다시 태어난 기분이었다.

그래. 분명 생명이란 것은 소중하다.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소중해. 그 생명을 준 신에게 난 감사했다. 그래. 내 한 몸 가루가 되어도 그를 위해 희생하고 싶을 정도로 고마웠지.

하지만. 지금은 달라.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은 네가 생명을 주어서가 아니라. 동료들이 날 지켜봐주고 있기 때문이야.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은. 기솔라벨카를 죽인 네 녀석에게 분노를 느끼는 내 자신을 스스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야!! 그래. 넌 분명 우릴 재미 삼아 만들었다.

생명을 부여해준 것은 나무랄 수 없을지도 몰라!! 어쩌면 너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지!! 하지만 한가지 넌 실수했어!!"

-

"생명을 준 것에 감사한다고 말해 놓고는. 실수를 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생명을 부여해준 순간. 넌 손을 떼었어야 했다."

-

"뭐?"

"재미 삼아 생명을 만들어준 것은 아까 그 비유에서도 보았듯이 탓할 수 없을지 모른다. 바로 우리의 생명이기 때문에.

하지만 네가 간과한 것이 있어. 만약 그 1억캘럽을 준 사람이 그 아이의 인생에 계속해서 간섭을 한다면. 그의 행동은 정당화 될 수 없다는거야."

-

"그렇구나!!"

플루토스의 말에 아크바레이가 탄성을 질렀다. 자신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바로. 생명을 준 신이 그 생명으로 하여금 유희의 도구로 사용한 점. 그래. 플루토스의 말대로 생명을 부여한 것은 재미를 논하기 앞서 아름답고 고결한 행위인 것이다. 창조.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그것이 재미로 한 것이든 이익을 목적으로 한 것이든 상관없이 아름다운 일이 될 수도 있었다.

생명. 생명을 창조한 것도 마찬가지. 그러나 그 후의 일은 이야기가 다르다. 플루토스는 계속 이어서 말했다.

"돈을 준 그 사람이 그 아이의 인생을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게 아닐까? 만약 그 돈 때문에 그 아이의 자유가 속박 당하고 인생을 하나의 유희의 도구로 살아야만 된다면. 그까짓 돈이 무슨 소용이지? 1억캘럽이 아니라.

수백억캘럽이라고 해도 그 아이는 거부할거야. 그건 자신의 인생을 사는게 아니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어?"

-

"하지만. 그건 생명이다. 생명은 거부할 수 있는게 아니야!!"

"그래!! 이미 우린 너로 인해 태어났다. 넌 우릴 창조했고.

우린 거부할 권한도 가지지 못했지. 그런데 넌 우릴 어떻게 했는가!!! 유희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았던가? 그것이 네가 우릴 만든 목적이지 않은가!!"

카루이안의 말에 파리나타가 소리질렀다. 카루이안은 파리나타를 향해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멈추었다. 자신의 생각이 틀렸던 것인가.? 자신의 피조물들에게 생명을 부여한 것과.

그들을 이용해서 자신의 즐거움을 채우려 했던 것이 서로 맞물릴 수 없는 수레바퀴였단 말인가. 그럼. 뭐야?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인가? 아니. 그는 완벽한 존재. 기가스였다.

실수할 리 없지.

"너희들은 내가 만들었으니 너희들의 생명도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다!!!"

-

"끝내는 저런 식으로 나오시는군. 우리가 무슨 물건이냐?

네가 만들었다고 네 맘대로 하게?"

"으. 휘페리언!!"

-

"우리에게 생명을 주면서 넌 생각할 머리도 만들어 주었다.

그건 우리더러 우리 마음대로 살라고 한 배려가 아니었나?

멍청하긴. 그게 아니었다면 애당초 만들 때부터 네 맘대로 조종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해 놓지 그러셨어?"

"뭐?"

-

"그래. 휘페리언의 말처럼. 아예 기계군단을 만들지 그랬나?

카루이안. 우린 너의 노리개가 아니야!! 하나의 생명을 가진 인격체라구!!"

파리나타의 말에 카루이안이 비웃음을 흘렸다. 자신이 만든 녀석들이 고작 저런 녀석들이었다니. 창조주에게 덤비는 피조물이라. 어이가 없었다.

"결국. 신에게 대항하겠다는 뜻이로군."

-

"신도 아닌 주제에. 계속 신이라고 하는군?"

"뭐라구??"

카인이 앞으로 한 걸음 나와서는 카루이안을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그를 두어번 찌르면서 말했다.

"네 몸을 봐. 그게 신의 몸이냐? 인간의 몸이지? 카에살레아도 그랬어. 너흰 완벽한 인간이라구. 너무 완벽해져서 더 이상 올라갈 나무가 없었던가? 감히 신의 자리를 넘보다니!!"

-

"뭐? 웃기지마라!! 내가 바로 신이다!! 내가 바로 신이라구!!"

"우습군. 완벽한 존재. 거짓이었어. 넌 신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벽한 존재도 아니다. 완벽한 존재라면. 이런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우릴 우롱하지는 않았을거야. 보다 완벽한 뭔가로 우릴 설득시켰겠지."

-

"주. 죽인다!!"

"그래. 원하던 바다. 하지만 네가 우릴 이길 수 있을까?

우리에겐 신앙을 초월하는 우정이 있고. 생명이 있다. 우리 생명. 다시 우리 스스로가 쟁취할 것이다!!"

카루이안은 더 이상 듣지 않고 그대로 푸른색 강기를 발사했다.

막대기모양의 강기가 휘페리언을 향해 쏘아져갔다. 휘페리언은 광마. 강기가 아무리 빠르다지만 그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휘페리언은 강기를 피한 후에 카루이안을 향해 수도 공격을 했다.

카루이안은 휘페리언의 공격을 얕보고는 피하지도 않고 그대로 팔을 휘둘렀다. 휘페리언은 자신의 스피드와 맞먹는 카루이안의 공격에 다소 놀랐지만 간신히 팔을 피하고는 그대로 수도로 내리찍었다.

카루이안은 자신을 감싸고 있던 푸른 기운으로 휘페리언의 수도공격을 막았는데. 이게 웬일인가. 휘페리언의 수도공격이 푸른 기운을 뚫고 자신의 어깨를 강타하는게 아닌가!!! 그는 놀라 뒤로 물러서며 자신의 상처를 치료했다.

"어떻게 이럴수가. 설마. 다른 형제들도!!"

락토니즈 역시 스토퍼로 카루이안을 찔러 들어갔다. 카루이안은 전에 푸른 기운에 막혀 무용지물이었던 그의 스토퍼가 오늘따라 날카로워 보였는지 몸을 움직여 회피했다. 피하자마자 손바닥을 락토니즈를 향하게 하여 잡아 당겼다.

그러자 락토니즈가 휘청거리며 앞으로 쏠렸다. 동시에 카루이안의 발차기가 락토니즈의 복부에 명중했다. 락토니즈는 뒤로 날아오르며 피를 토했다. 푸른 기운으로 뒤덮인 발차기는 정말 위력적이었다.

락토니즈를 날려버린 카루이안은 자신을 향해 드라쿤이 덤벼드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어했다. 예전에 파리나타와 싸울 때 드라쿤은 스스로 소환해제하길 원해 사라지지 않았던가. 젠장.

그럼 그때보다 자신이 많이 약화되었단 말인데.

드라쿤의 8개의 팔을 모두 막아낸 카루이안은 그대로 드라쿤의 심장을 향해 푸른색 강기를 발했다. 드라쿤은 8개의 팔로 강기를 막아내며 뒤로 퉁겨져 버렸다.

강기가 어찌나 강하던지 8개의 팔 중 남아 있던 것은 오로지 3개의 팔 뿐이었다. 파리나타는 드라쿤의 상처를 보고 그를 돌려보내려고 했지만 이번엔 드라쿤이 거부했다.

저번에 상한 자존심을 만회하려는 듯 보였다.

카인과 플루토스 역시 카루이안을 향해 공격했다. 둘이 협공을 해서 그런지 카루이안은 다소 당황하며 마땅한 공격을 하지 못했다.

그때 휘페리언과 락토니즈도 가세하자 거의 전세는 균형을 이루기 시작했다. 기가스 카루이안으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이런. 피조물 주제에!!!"

카루이안은 순간적으로 힘을 증폭하여 사방으로 강기를 발사했다. 전방위를 다 공격한 엄청난 일격이었기에 휘페리언 일행들을 피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때 아크바레이의 매너 포스가 일행들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아크바레이의 매너 포스 장막에 맞은 강기들은 그대로 방향이 틀어져 버렸다. 하지만 게중 두 개의 강기가 휘페리언과 카인에게 명중했다.

휘페리언은 워낙 빠른 자였기 때문에 스치듯이 맞았지만 카인은 정통으로 가슴에 맞고 뒤로 날아가 버렸다. 아크바레이는 카인을 향해 뛰어가 그의 상처를 살폈다. 카인은 애써 웃음 지으며 말했다.

"하아. 쉐도우를 사용했는데도. 이 정도군. 대단한걸?"

-

"녀석. 말할 기운이 있는걸 보니 아직 살아 있구나!!"

아크바레이는 그렇게 말한 후 카인의 외상을 치료해주었다.

카루이안은 자신의 강기를 모두 비껴나게 만든 아크바레이를 향해 양팔을 벌리며 외쳤다.

"어벤져!!!!"

-

"뭐!!???"

카루이안의 팔에서 두 마리의 어벤져가 튀어나오는게 아닌가!!

파리나타는 그 크리에이쳐가 상급 크리에이쳐인 어벤져임을 알고는 아크바레이에게 외쳤다.

"조심해!!!"

아크바레이는 엄청난 속도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어벤져를 보고는 그대로 매너 포스를 집중했다. 그와 동시에 어벤져의 몸이 갈라지며 피를 쏟으며 사라졌다.

"어떻게!!!"

-

"간접의지는 물론. 참의지까지."

아크바레이는 자신 스스로의 능력에 감탄하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어벤져의 몸 속에 흐르는 피를 매너 포스를 사용해 몸 밖으로 빼낸 것이다. 그래서 어벤져가 그렇게 허무하게 죽어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그 어벤져는 타 세계의 크리에이쳐였기에 이곳에서 의지는 따질만한 논제가 아니었다.

카루이안은 자신의 공격을 막아낸 인간을 노려보고는 이내 다시 공격을 시도했다. 휘페리언은 카루이안의 일격에 맞고 쓰러졌고 락토니즈 역시 스토퍼가 부러져가며 공격을 했지만 별반 소용이 없었다.

그건 드라쿤과 카인도 마찬가지였다. 플루토스도 자신의 몸을 여러 가지 무기로 변형해가며 공격해봤지만 별 다른 소용이 없었다.

점차 일행들이 지쳐가는데 비해 카루이안은 별 힘을 소비하지 않은 듯 보였다. 플루토스는 이래선 전세가 뒤집힐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는 락토니즈에게 말했다.

"선 에너지 건을 사용하자!!"

-

"알았어!!"

락토니즈는 플루토스의 말을 단박에 알아들었다. 락토니즈의 거대한 몸으로 플루토스가 뛰어들며 플루토스 건으로 모습을 변형시켰다. 동시에 플루토스 건이 밝은 빛으로 예열되더니 이내 거대한 폭음과 함께 썬 에너지를 방출했다.

동시에 휘페리언 일행들은 옆으로 몸을 날렸다. 카루이안은 자신을 향해 썬 에너지가 날아오는 것을 느끼고는 앞으로 양손바닥을 향하게 한 후 외쳤다.

"빅 프리즈너!!!"

동시에 그의 팔 앞에 거대한 구 모양의 크리에이쳐가 튀어나왔다. 그 거대한 구 중앙에 거대한 입이 있었는데 그 입이 쩌억 벌려지더니 썬 에너지를 벌컥벌컥 들이 마시는게 아닌가!!!

파리나타는 그 모습을 보고 치를 떨었다. 자신의 빅 프리즈너까지 사용할 줄이야. 플루토스의 선 에너지는 그렇게 모두 빅 프리즈너의 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하지만 워낙 파워가 고강한 기술이기에 빅 프리즈너는 견디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이미 한번 겪어본 파리나타였기에 모두에게 피하라고 외쳤다.

동시에 빅 프리즈너가 거대한 폭음을 내며 산산조각나 버렸다. 하지만 카루이안은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은 모양이었다. 멀쩡한 카루이안의 모습에 일행들은 치를 떨었다.

특히 온 힘을 다해 선 에너지를 발사한 플루토스는 자신의 공격을 너무 쉽게 막아낸 상대에게 맥이 풀리는 느낌마저 들었다.

카루이안은 적의 재롱을 모두 보았다는 듯 비웃으며 다시 공격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로 수인을 맺은 카루이안은 수인을 맺은 손으로 자신의 양 관자놀이를 눌렀다.

"스내취 크리에이쳐 커패서티(Snatch Creature Capacity)!"

동시에 카루이안의 스피드가 엄청나게 빨라진게 아닌가!!

카루이안은 광마 휘페리언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일행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정말 경이적인 스피드였다.

휘페리언의 가슴을 주먹으로 연타한 후 락토니즈의 팔을 붙잡아 벽으로 던진 카루이안은 카인을 발로 걷어 찬 후 플루토스를 향해 강기를 발사했다. 이 모든 것이 단 한순간에 이뤄진 것이라면 과연 믿을 수 있겠는가?

광파 휘페리언보다 빠른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어벤져라는 크리에이쳐를 제외하고는 스피드에선 그를 따라올 자가 없었다. 그런 휘페리언을 제압한 스피드라니.

순간 파리나타는 놀란 눈이 되어 카루이안을 바라보았다.

카루이안의 스피드. 설마!!

아크바레이는 자신의 매너 포스를 카루이안을 향해 발사했다. 워낙 광범위한 공격이었기 때문에 카루이안으로서도 막지 않을 수 없었다.

카루이안은 다시 한번 수인을 맺고는 외쳤다.

"스내취 크리에이쳐 커패서티!"

그리고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매너 포스를 향해 양팔을 뻗었다. 그러자 그 엄청난 매너 포스가 그의 손바닥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게 아닌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파리나타는 그 장면을 보고는 자신의 예상이 확실할 것이란 걸 알았다. 저것은 크리에이쳐의 능력을 자신의 몸으로 사용하는 기술인 것이다. 그 놀라운 스피드는 어벤져의 능력을.

방금 전 매너 포스를 막아낸 기술은 빅 프리즈너의 능력을 도용한 것이다. 파리나타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상대는 자신들을 만든 기가스가 아닌가. 그런 존재가 소서렌의 기술을 사용한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었다. 다만. 어째서 크리에이쳐를 소환하지 않고 자신의 몸으로 직접 사용하느냐하는 것이다.

'그래. 어쩌면.'

파리나타는 짐작이 되는 바가 있었다. 하지만 아직 확신할 수는 없었다. 잠시 전투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휘페리언 일행은 모두 부상당한 상태였으며 드라쿤은 이미 사라져버렸다. 그나마 게중 상태가 가장 낳은 자가 플루토스와 파리나타. 아크바레이뿐이었다.

허기사. 근접전을 안한 파리나타와 아크바레이는 다칠 이유가 없었다.

카루이안은 약간 피곤한 기색으로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그런 카루이안을 향해 파리나타가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전보다 많이 약해졌군."

-

"뭐라구?"

"그때는 이렇게 우리에게 몰리지 않았었다. 그땐 루카누스와 브라키온도 있었지. 그런데도 우린 너에게 참패를 했었다. 역시. 브라키온이 죽으면서 네 힘을 많이 약화시켰던 것인가?"

-

"헛소리!"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면. 어째서 크리에이쳐를 소환하지 않고 무리해서 자신의 몸에다 능력을 옮겨 사용하는 것이냐?"

-

"후훗. 역시. 마스터 소서렌이라. 눈치가 빠르군."

"나도. 그 방법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크리에이쳐를 불러내지 않고 그 능력만을 몸에다 이식해 사용하는 방법을.

하지만 그 방법은 빠르게 사용할 순 있지만 부작용이 너무 크고 위험한 방법이다. 게다가 너처럼 여러 크리에이쳐를 계속 사용하게 되면 더욱 몸이 망가지게 될텐데!!"

파리나타의 말에 카루이안이 살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차갑게 말했다.

"좋아. 인정하지. 빅 프리즈너가 산산조각 났을 때 깨달았다. 너희들의 실력을 만만히 볼 수 없다는 것을. 그렇다고 죽은지 얼마 안 되는 빅 프리즈너를 다시 또 소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파리나타는 카루이안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자신들의 실력에 대항하기 위해 그 역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모험을 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난 너희와는 달라서 이렇게 크리에이쳐를 사용해도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기 때문이다."

-

"뭐라구!!"

"후훗. 놀라셨나? 아직 놀라기엔 이르다!! 스내취 크리에이쳐 커패서티!"

카루이안은 그렇게 외치고는 휘페리언을 향해 달려들었다.

휘페리언은 자신을 공격하려는 카루이안의 스피드가 아까처럼 빠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반격하려 했으나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카루이안은 휘페리언의 복부에 손바닥을 대고 그대로 강기를 발사했다.

"크아!!!!!"

휘페리언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쭉 미끄러졌다. 그의 복부에선 피가 폭포수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크바레이는 놀라서 그에게 달려가 그의 상처를 지혈했다.

카루이안은 이제 시작이라는 듯 락토니즈를 향해 걸어갔다.

락토니즈 역시 그를 공격하려다가 몸이 말을 안 듣는다는 것을 알았다.

"뭐. 뭐야?"

-

"잘가라!!"

카루이안이 락토니즈의 복부에 대고 강기를 발사하려던 순간 카인이 카루이안을 베어냈다. 검기가 카루이안의 푸른 기운을 뚫고 그의 등을 가격했다.

카루이안은 등에 검상이 생겼음을 알고 깜짝 놀라며 락토니즈에게 사용하려던 강기를 카인을 향해 사용했다. 카인은 강기를 검으로 그대로 내려쳤지만 강기는 검으로 내리친다고 잘리는 것이 아니었다. 강기에 정통으로 맞은 카인은 그대로 날아가 처박혔다. 동시에 쉐도우와 접속도 풀려버리고 말았다.

"쳇. 버러지들."

카루이안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락토니즈를 공격하려 했다.

그때였다. 락토니즈가 카루이안을 양팔로 붙잡는게 아닌가.

락토니즈의 힘은 아마 드라쿤과도 대적할 만 할 것이다. 그런 그가 카루이안을 번쩍 들었던 것이다.

카루이안은 자신이 들렸다는 사실보다 어떻게 마비가 풀렸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순간 락토니즈의 눈이 감겨 있다는것을 안 카루이안은 자신이 카인에게 한 눈을 판 사이 그가 눈을 감아 마비를 풀어냈다는 것을 알았다. 락토니즈는 카루이안의 뼈를 으스러뜨리듯이 힘을 주어 벽으로 내던졌다.

카루이안은 벽에 부딪혀 땅에 떨어졌다. 하지만 곧 일어서서는 자신의 등에 난 상처와 벽에 부딪히면서 입은 상처를 치료했다.

"파리나타. 네 녀석의 짓이냐?"

-

"설마. 스캇의 쏘레노드까지 사용할 줄은."

그랬다. 카루이안은 쏘레노드의 개머리의 마비 능력을 사용한 것이었다. 그것을 간파한 파리나타가 락토니즈에게 눈을 감으라는 신호를 보냈던 것이다. 카루이안이 카인에게 신경 쓴 사이 눈을 감아 마비를 풀어버린 락토니즈가 카루이안을 공격한 것이었다.

"후. 하아. 그것까지 파악해내다니."

-

"쏘레노드의 능력을 사용했다면. 너 역시도 타격이 없을 수 없다!!"

카루이안은 파리나타의 말에 다소 당황한 듯 보였다. 사실 락토니즈가 붙잡는다고 쉽게 붙잡힐 그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쏘레노드의 능력을 사용하면서 잠시동안 잃은 힘 때문에 그렇게 되었던 것이다. 카루이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파리나타를 노려보았다.

"널 먼저 죽여야겠다!!"

그렇게 말한 카루이안은 그대로 파리나타를 향해 달려갔다.

정말 엄청난 속도였다. 파리나타는 자신을 향해 강기를 내뿜는 카루이안을 보고는 어쩔 줄을 몰라했다. 자신의 빅 프리즈너는 오래 전에 완벽하게 사라지지 않았던가.

그때였다. 파리나타의 앞에 누군가가 막아섰다. 그는 다름아닌 플루토스였다. 플루토스가 강기에 맞는 순간 아크바레이가 매너 포스를 사용해 강기를 퉁겨냈다. 하지만 플루토스는 그 여파로 뒤로 미끄러져 쓰러졌다. 이 장면.

플루토스는 뭔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죽기 직전에는 살아 생전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고 했던가.

그는 루카누스와 세느카들을 도망치게 해줄 때도 자신의 몸을 던져 그들을 도와주었었다. 그때. 그 일이 떠올랐던 것이다.

플루토스는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어? 다친 곳이 없었다.

아무리 강력한 금속인 애더먼트라고 해도 카루이안의 강기에 정통으로 맞았는데.

그때 아크바레이카 플루토스에게 다가와 그를 일으켜 세워 주었다.

"당신이 도와주었나요?"

- "그래요. 어서 일어서요. 친구들이 위험해요. "

아크바레이는 플루토스를 간절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동료인 파리나타를 위해 몸을 날린 플루토스. 이미 한번 죽었었던 그가 다시 한번 죽음을 무릅 썼다는게 너무도 존경스러웠다.

카루이안은 자신의 공격이 막혔음을 알고 이번엔 자신의 온 힘을 다해 강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순간 엄청난 양의 푸른색 강기가 그의 양손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그는 두 손을 맞부딪히며 강기를 발사했다.

플루토스는 다급히 아크바레이에게 말했다.

"선 에너지 건을 사용하겠소!! 날 공중에 띄워 주시오!!"

-

"아. 알겠습니다."

아크바레이는 플루토스 건으로 변하고 있는 플루토스를 매너 포스로 공중에 띄웠다. 플루토스 건은 공중에 뜨자마자 그대로 선 에너지를 발사했다. 파리나타는 몸을 옆으로 굴려 선 에너지의 사정범위에서 벗어났다.

플루토스의 선 에너지와 카루이안의 엄청난 푸른색 강기가 서로 굉음을 내며 엎치락 뒤치락 했다. 카루이안의 힘이 아까보다 많이 약해진 듯 아까는 상대도 안되던 선 에너지가 거의 대등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카루이안의 강기가 더 강했던지 점점 플루토스를 향해 강기가 다가가고 있었다.

그때 휘페리언과 락토니즈가 동시에 카루이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휘페리언의 광속의 수도가 카루이안의 왼쪽 어깨에 작렬했다. 락토니즈의 부러진 스토퍼도 카루이안의 오른쪽 어깨를 쑤시고 들어갔다.

카루이안은 왼쪽 팔이 떨어져 나가고 오른쪽 어깨를 후벼파는데도 정신을 잃지 않고 계속 강기를 발사했다. 그때 누군가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눈동자에 초점이 없는 그는 쉐도우와 접속마저 풀려버린 카인이었다. 워낙 붉은색 쉐도우를 가졌던 그라 온몸이 붉은색 피로 검붉었는데도 이상하지 않았다.

카인은 카루이안을 향해 5미터 정도 떨어진 곳까지 다가 가더니 자신의 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이것이. 검기를 초월한. 강기인가?"

카인은 그렇게 말하고는 검을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그의 검에서 서슬퍼런 기운이 뿜어져 나가는게 아닌가. 검기와는 차원이 다른 공격이었다. 마치 또 하나의 검이 검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듯한 느낌. 그것은 강기였다!!

카인의 강기가 카루이안의 가슴에 적중했다. 온 신경을 선 에너지를 막는데 사용하던 카루이안도 이때만큼은 카인을 노려보지 않을 수 없었다. 동시에 피를 토한 카루이안은 그대로 선 에너지에 정통으로 맞고 뒤로 날아갔다.

그 폭발에 락토니즈와 휘페리언도 뒤로 날아가 버렸다. 선 에너지를 발사한 플루토스 역시 아크바레이가 뒤로 날아가 버리는 바람에 바닥에 떨어져버렸다.

그곳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서 있는 생명체는 단 하나도 보이질 않았다. 아니. 그런데. 누군가가 다릴 절뚝이며 앞으로 걸어오는게 아닌가. 그는 카루이안이었다.

"하아. 하아. 내. 형제들도. 죽어가는가. 어째서. 상처가 회복이 되질 않는거지!!"

카루이안은 자신의 하나 남은 오른팔로 몸을 치료하려 해봤지만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자 화가 나기 시작했다. 가슴에 생긴 검상은 상당히 심했는데 내장까지 다 보일 정도였다.

휘페리언과 락토니즈는 충격으로 정신을 잃은 상태였으며 카인 역시 최후의 발악을 해서 그런지 쓰러져 일어설 줄을 몰랐다. 플루토스와 아크바레이, 파리나타는 간신히 일어서서는 미친 듯이 포효하는 카루이안을 볼 수 있었다.

"저런. 괴물같은 자식."

파리나타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그에게 다가갔다.

"어쩌려구 그래? 파리나타!!"

-

"나도 모르겠어. 플루토스!!"

파리나타는 카루이안에게 다가갔다. 플루토스는 파리나타를 말리고 싶었지만 그럴 여력이 없었다. 그 역시도 선 에너지를 발사하면서 너무 많은 힘을 짜내었던 것이다. 아크바레이만이 파리나타 뒤를 쫓아 카루이안에게 다가갔다. 파리나타가 다가 오자 카루이안이 소리쳤다.

"너희에게 생명을 준 내게 이럴 수 있는거야!!!"

-

"닥쳐!! 내 마음속 신은 죽었다!! 이미 더 이상 넌 우리들의 신이 아니야!! 넌 단지 인간일 뿐이야!"

"하아. 너희들만 모두 죽이면. 내가 최후의 기가스가된다. 기필코. 기필코."

카루이안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오른손으로 강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파리나타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도 모르겠는가? 너같은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우정이 뭔지도 모르고 세상을 살아오다니. 참으로 불쌍하군."

-

"이 자식!!"

카루이안은 모았던 강기를 파리나타에게 사용했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고꾸라지며 엉뚱한 곳으로 강기를 발사했다.

카루이안은 숨이 차는지 계속 헐떡거리고 있었다. 그의 가슴에서는 내장기관이 바닥에 쏟아지려고 용을 쓰고 있었다.

"하악. 하악. 고통이 너무 심해. 젠장!!"

-

"완벽한 존재도. 고통은 느끼나보군."

아크바레이였다. 아크바레이는 파리나타 옆으로 다가가 섰다. 그리고는 카루이안에게 말했다.

"너희 형제들도 하늘에서 널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널 이긴 것처럼. 다른 이들도 너희 형제들을 모두 이길거야."

-

"젠장. 아버지. 어째서. 어째서. 이런 미래를 만드신 겁니까."

카루이안은 연신 아버지를 외치면서 소릴 질렀다. 그리고는 마지막 한마디를 내뱉었다.

"결국 저희들의 인생도. 아버지의 유희를 위해 헛되이 보낸 시간들이란 말입니까????"

카루이안은 그렇게 말하고는 끄끝내 붙잡고 있던 생명의 줄을 놓아 버렸다. 카루이안이 죽자 파리나타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너무도 지쳐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상태 양호한 아크바레이는 돌아다니면서 모두의 상태를 체크했다. 워낙 다들 단단해서 그런지 죽을 지경인 녀석은 하나도 없었다. 응급처치를 한 아크바레이는 모두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말. 다행입니다. 우리가. 이겼습니다."

-

"모두. 당신들. 인간 덕분입니다."

"아뇨. 우리 모두가 같이 해낸 것이에요."

아크바레이는 살짝 윙크를 했다. 파리나타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하들을 불렀다. 의술이 발달한 세이렌. 그 중심에 있는 렘노스 탑이다. 일행들의 상처는 금새 치료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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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 끝나니 리포트가 줄줄이네용... --; 아웅... 이번 주말도 리포트를 쓰면서 보내야 하다니...... 너무 피곤하네요... 올리궁자야징.... ^^; 모두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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