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121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121
[기가 슬렌더] -75- 카안드리아스 폰 발더스(꿈을 먹는 존재) 13장.심판(審判)의
장
-카안드리아스 폰 발더스(꿈을 먹는 존재)-카안드리아스는 얀 일행을 바라보았다. 자신에게 처음으로 대항한 자들. 그들 중에는 세이렌도 있고 헤켈도 있었다.
카안드리아스는 광포한 기운에 둘러싸여 황색빛을 띄기 시작했다.
"너희들은 모두 죽는다."
-
"우린 널 반드시 이긴다."
"후훗. 얀 이반. 난 너희들의 신이다. 불사의 몸인 것이다. 난 죽지 않아."
-
"죽지 않아도. 우린 반드시 이긴다."
얀은 경직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두려워하거나 포기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카안드리아스는 얀을 바라보고는 싸늘하게 웃었다. 자신이 지배하던 인간이란 존재는 아직도 이해하기 힘든 녀석들이었다. 자신들의 죽음이 눈앞에 닥쳤는데도 보지 못하고 저토록 무모해질 수 있다니.
"우린 이긴다. 넌 우리처럼. 인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린 널 이긴다."
-
"후훗. 카에살레아가 그렇게 말하던가? 우리가 완벽한 인간이라고? 쳇. 우리가 그 녀석을 너무 왕따시켰나? 녀석이 이렇게 독주할 줄은 몰랐군."
"그가 너희를 따시킨거겠지. 멍청아!"
-
"킴. 킴. 킴. 후훗. 그런 로봇으로 나에게 뭘 하겠다는 것이지?"
"뭐? 로봇? 우습게 보지마! 그러다가 큰 코 다쳐!"
-
"내가 할 소리군. 벌써 그렇게 몸이 망가졌으면서 말할 기운이 남아 있다니. 바이오-가오그 프로젝트는 아직 미완성이다. 너처럼 무모하게 사용하면 죽을지도 몰라!"
카안드리아스의 말에 타렌이 놀라 킴을 바라보고 물었다.
"킴! 저게 무슨 소리야!! 대. 대체. 무슨 소리냐구!!"
-
"젠장. 저 녀석. 확실히 대단하긴 한데? 내가 벌써 최후의 힘까지 짜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뭐?"
-
"내 가오그는 다른 것과는 약간 다르지. 바이오-가오사이보그라고 해서 이건."
"내가 대신 간단하게 설명해주지. 녀석은 지금 약물을 투입한 상태다. 초지각능력과 초감각을 갖게 만들어주는 약물이지.
게다가 그 약물은 바이오-가오그와도 연계가 되어 가오그의 능력도 몇배는 향상시켜 줄 수 있지. 마치. 가오그가 하나의 생명체처럼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약물로서 향상된 탑승자의 엄청난 능력과 마치 살아 숨쉬는 것 같은 가오사이보그. 그 둘의 결합은 정말 놀랍도록 강하다 할 수 있지."
-
"그. 약물이란."
"아직은 실험중이라 소량만 투입해야하는데. 녀석은 지오를 벨 때 이미 전량을 다 소비했더군. 후훗. 설마 지오의 팔을 벨 줄은 몰랐는데. 바이오-가오그를 사용하다니. 죽을 각오를 하지 않고서야 그런 무모한 짓을 할 이유가 없겠지."
-
"킴!! 그. 그게 사실이야???"
"후우. 들켰나? 미안해. 타렌. 약물 중독자로 오해하진 말아줘. 하핫."
-
"이게 무슨 짓이야!! 너. 미시케는 어쩌구. 이런!!"
"그래서 고백했던거야. 아무 말도 못하고 죽을까봐."
-
"바보같은 자식!! 당장 가오그에서 내려!!"
"싫어. 끝까지 싸울래!!"
-
"제이드!!"
타렌이 제이드를 간절한 눈으로 바라봤다. 킴을 가오그에서 내려달란 눈빛이었다. 하지만 제이드는 고개를 살며시 저으며 말했다.
"난 킴의 의견을 존중해주겠습니다."
-
"제이드!!!"
"타렌!! 난 괜찮아!! 걱정하지 말래두. 지금처럼 몸이 가벼운적이 없었어!! 쿨럭! 쿨럭!!"
-
"킴!!"
킴은 연신 기침을 하며 헛구역질을 했다. 약물의 부작용이었다.
몸의 모든 능력이 향상되었지만 그로 인해 겪는 고통은 정말 엄청난 것이었다. 하지만 킴은 전혀 내색하지 않았었다. 동료들에게 걱정을 끼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카안드리아스는 제법 깡을 부리는 킴을 비웃고는 오른쪽 팔을 들었다. 그러자 킴의 가오그가 카안드리아스에게 빨려 들어 가는게 아닌가!! 무게만도 몇톤이 넘는 가오그가 저토록 쉽게 빨려 들어가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킴!!!!!!!!!"
타렌은 자신의 매너 포스를 집중해 카안드리아스를 공격했다.
하지만 그 공격은 그의 근처도 가지 못해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킴의 가오그는 카안드리아스에게 빨려 들어가다가 멈추어 섰다.
"뭐. 뭐야?"
-
"내. 내 의지는 꺾지 못해!!!"
킴은 그렇게 외치고는 뒤로 한 걸음씩 발을 떼는게 아닌가. 아무리 기가스인 카안드리아스였지만 킴의 가오그를 더 이상 빨아들이지 못했다.
카안드리아스는 황당한 표정으로 킴을 빨아들이던 힘을 거두었다.
그러자 킴의 가오그가 휘청거리더니 뒤로 쓰러졌다. 얀 일행은 일제히 킴에게 달려갔다. 킴은 가오그를 겨우 일으켜 세우고는 얀 일행에게 말했다.
"난 괜찮습니다."
-
"킴."
타렌은 카안드리아스를 바라보고는 손가락을 흔들며 말했다.
"틀렸어. 당신은 우릴 이기지 못해."
-
"후훗. 확실히. 내가 힘을 많이 잃은 것 같군. 하지만.
바이오-가오그의 능력을 계산해볼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해. 죽을 힘을 짜낸다면 말이지."
"뭐라구? 킴!!"
카안드리아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킴의 가오그가 주저앉았다.
킴은 다시 일어서려고 애써봤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감각도 점점 무뎌지고 의식도 잡고 있기가 어려웠다.
"젠장. 마지막까지 싸우려고 했는데. 왜 이러는거지?"
-
"킴. 그만 가오그에서 내려. 안정이 필요하다구!"
"맞소. 킴. 어서 내리시오."
타렌과 얀은 킴을 걱정하며 그렇게 말했다. 킴은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깨달았는지 가오그 상체를 들어올려 밖으로 내려왔다. 킴의 얼굴은 햇빛을 10년동안 못 본 사람처럼 거무죽죽했다.
"젠장. 왜 앞이 안 보이는거야.?"
킴은 그렇게 말하더니 팔을 휘저었다. 그의 팔을 타렌이 붙잡아 주었다. 타렌은 킴을 부축해 뒤쪽에다가 앉혔다.
"괜찮지? 잠시만 기다려. 녀석을 해치우고 나서 병원에 데려갈테니까."
-
"그래. 알았어. 조심해."
킴은 애써 미소짓고는 눈을 감았다. 너무 피곤했던 탓인가. 그는 잠이 들었다. 타렌은 다소 놀랐지만 죽은게 아니라 단지 잠에 빠져들은 것이란 것을 알고는 다시 일행들 곁으로 돌아왔다.
카안드리아스는 아직 여유만만인지 일행들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즐겁게 바라보고 있었다. 얀은 그런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유희가. 그렇게 재밌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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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훗. 유희라. 유희란 것은 재밌으라고 하는 것이니. 재밌었겠지."
"마치 다른 사람 이야기하듯 말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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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나? 세이타르여. 그럼. 내 한가지 묻지. 너에게 영생이란 특별한 권리가 생긴다면 넌 무엇을 하겠는가?"
"영생?"
세이타르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영생을 누리게 된다면 그것이 정말 참다운 삶이 될 수 있을까?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 삶. 인생이란 죽음이란 과녁을 향해 쏘아진 화살과도 같다고 누가 말했던가. 그런 죽음이란 과녁을 피해 영원히 날아갈 수 있는 화살이 된다면. 세이타르는 순간 맥이 탁 풀려버렸다.
"어려운 질문이지만. 왠지 모든 의욕이 상실되는 기분인데?
영원히 죽지 않는 나에게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별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것 같아. 죽지 않는데. 뭘 해서 무슨 소용이 있지?"
-
"후훗. 그럼. 지금 너의 삶의 목표는 죽음이란 뜻인가?"
"죽음? 오해를 하고 있군. 살고 있다는 것의 최종목표를 죽음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네가 질문한 것과 이것은 그 본질 자체가 틀린 문제야. 흠. 뭐라 설명해야하지. 그러니까. 영원히 살게 된다면.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지 않을 수 있어. 왜냐면 언젠가는 이런 순간이 또 찾아올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언젠가 죽는다면. 지금 이 순간은 다신 돌이킬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이해하겠어?"
-
"흠. 그렇군. 마치 숙제를 하는 기분이로군. 숙제를 안 해도 아무 처벌을 받지 않을 땐 오늘 숙제를 하든. 내일 숙제를 하든.
아예 하지 않든. 상관이 없지만. 숙제를 안 해 목숨이 위태로울 지경에 처하게 된다면 오늘 당장 숙제를 하겠지. 후훗."
"켁. 비유가 영 궁색하군."
쥬데카의 비꼬는 말에 카안드리아스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인간을 제외한 다른 종족으로 따지면 신격이라고 할 수 있는 그가 한숨을 내쉰다는 것이 약간 어색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일행들은 그도 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자 어색한 느낌이 점차 사라져갔다.
"그럼. 쥬데카. 너에게 묻지. 세이타르는 영생을 얻었을 경우 너무 허탈해져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라 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네가 죽는다면 널 무엇을 하겠는가?"
-
"뭐? 지금 한판 뜨자는거냐?"
"후훗. 당장 널 공격해 알아낼 수도 있는 대답이겠지만 지금은 그냥 물어보는거야."
-
"당장 죽는다면? 글쎄. 쳇. 이상한 질문들만 하는군. 나에 대해 아는지 모르겠지만. 난 무인이다. 검을 사용하는 무인. 보통 생명체라면 죽을 위기에 닥치면 두려움에 떨며 살려고 발버둥치겠지.
난 무인이라 두려워하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나 역시도 살기 위해 싸울 것이다."
"흠. 당장 죽게 된다면 세이타르처럼 손놓고 마냥 좋아하지는 않겠다는 소리로군."
-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 나라고 예외일 순 없지.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 우리들의 숙명이다. 죽음도 자연의 섭리에 해당하는 것이지.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오듯.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오는 것이다. 그건 거스를 수 없는 우주의 법칙이다."
"그렇다면 아까 한 말과 다르지 않은가. 죽지 않기 위해싸운다고 하지 않았느냐?"
-
"정말 바보로군. 아까 세이타르한테 한 것과 같은 실수를 하네. 그것과 이건 다른 문제야. 난 죽음을 거스르려 한 것이 아니라 살려고 했던 거야. 이 차이를 모르겠어? 누구나 죽어.
늙어 죽을 수도 있고 병에 걸려 죽을 수도 있겠지. 그래. 그런것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야. 하지만 누군가의 손에 의해 죽는다면. 그것이 자연의 섭리일까? 우리가 너와 싸우다 죽는다면. 그것이 우주 만물의 법칙일까? 아니. 그것은 다른 문제야. 우리가 살기 위해 싸우는 것은 그런 천륜을 저버리는 짓과는 다른 문제라구."
"그렇다면.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단 말이로군. 죽음이란 또 하나의 세상을 당당하게 받아들인다는 뜻인가.
아니면. 누구나 다 죽으니까 나도 그렇겠지. 라고 포기하면서 사는 것인가."
쥬데카는 카안드리아스의 말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이런 엄청난 과학력을 가진 기가스가 어떻게 저렇게 바보스런 말만 지껄이는거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우리가 그렇게 쉽게 포기한다면 삶의 의미란 것을 추구할 수가 없어. 누구나 다 죽을 삶. 언젠가는 죽을 삶. 살아서 뭐하겠어? 내 말은 언젠가는 반드시 찾아오는 죽음이지만 살아 있는 지금 그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죽기 직전이라 해도 살기 위해 죽기 살기로 싸우겠다는 뜻이다. 알겠냐? 이 멍청한 녀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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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한다."
"넌 인생을 잘못 살아왔어. 영원히 죽지 않는 삶. 뭐든지 마음만 먹으면 이룰 수 있는 삶. 그것이 진정한 삶이라 생각하나? 그것을 가치 있는 인생이라 말할 수 있느냔 말이다."
제이드는 카안드리아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그런 그의 말투에는 카안드리아스를 연민하는 듯한 감정이 베어 있었다. 카안드리아스도 비슷한 것을 느꼈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째서. 날 동정하는 것이냐?"
-
"후훗. 그건 나한테 낼 문제인가?"
"흠. 제이드. 너에겐 그 질문을 하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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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간단해. 널 동정하는 이유는 네가 참된 인생을 살지 못했기 때문이야. 보람차고. 기억에 남고. 생각하면 가슴이 저미는.
그런 삶을 살아보지 못했기 때문이지. 비록 우리가 너와 싸워 죽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우린 그런 아름다운 추억들을 가지고 있어. 우리가 너보단 훨씬 부자라고 생각되는데?"
"뭐?"
-
"또. 또. 이해를 못했나보군. 돈이 많다고. 부자가 아니야. 땅이 많다고 잘 사는게 아니라구. 힘든 일이 있을 때 술 한잔 같이 할 친구가 있는게. 누군가 그리울 때 찾아볼 사진첩이 있는게. 마음이 심란할 때 위로해줄 사랑하는 연인이 있는게. 문득 창밖을 바라보았을 때 떠올릴 지나간 추억이 있다는게. 그런게 잘 사는 것이라구. 그런게 진정한 부자야. 마음의 부자!"
"......"
카안드리아스는 제이드의 말에 뭔가를 느낀 듯 보였다. 그는 잠시 바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제이드의 말에 따르면 정말 자신은 그들보다 가진 것이 없는게 되지 않은가. 카안드리아스는 지오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은 한없이 평온해 보였다. 어째서지?
꿈을 잃은 사람은 살 필요가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꿈. 꿈이란 무엇인가?
"타렌. 너에게 한가지만 묻겠다. 꿈이란 무엇이냐?"
-
"꿈? 뭐. 잠잘 때 꾸는 꿈?"
"......"
-
"켁. 이런. 이런. 농담도 받아들일 줄 모르는 친구였군. 그러니 친구가 저런 녀석밖에 없지."
"뭐?? 지오를 욕하면 용서하지 않겠다."
-
"쳇. 대답해주지. 꿈이라. 인생의 목표를 꿈이라 할 수 있지.
내가 살고 있는 이유. 나를 지탱해주는 의지의 끈. 우리. 인간이란 동물은 꿈을 먹고 자란다. 우린 언제나 부족해. 너처럼 완벽한 인간이 아니란 말이지. 음악가는 자신이 연주하는 악기를 완벽하게 다루고 싶어하는 꿈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글을 쓰는 작가는 자신의 글이 좀 더 재미있고 매력적이며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꿈을 꾸겠지. 만약 나에게 꿈이 뭐냐고 묻는다면 지금 내 꿈은 널 없애는 거야!"
"왜. 그런 꿈을 꾸는거지? 너의 직업은 살인자가 아니지 않은가?"
-
"푸하핫. 직업이 살인자면 사람 100명 죽이는 것을 꿈으로 갖는다는 뜻이냐? 멍청하긴. 난 살인자가 아니야. 하지만 내 꿈은 널 죽이는거지. 왜 그런 꿈을 가지게 되었냐구? 그래. 그건 직업과는 상관없는 꿈이야. 부족한 것을 완성하려는 자기완성과도 다른 류의 것이지.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이루게 해줄 진정한 꿈이야."
"무슨 소리냐?"
-
"우리 모두의 인생을 되찾기 위해서. 너희 같은 기가스에게 끌려다니는 삶을 살지 않기 위해서. 단지 너희의 유희를 위해 인생을 산다면. 꿈이 무슨 소용이지? 다른 종족을 공격해 그들을 꺾겠다는 꿈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게 그 자신을 위한 목표일까?
아니. 그건 너희들의 가치 없는 유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밖에 안돼. 우리의 삶이란 다른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고 희생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 역시도 자기 자신의 만족감과 기쁨을 얻을 수 있기에 할 수 있는 일이야. 다시 말해. 우린 <우리 자신을 위해>
세상을 살고 꿈을 가지고 그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것이다. 내가 널 죽이려는 것도. 바로 우리 자신 스스로를 위한 꿈을 꾸기 위해 결정한 나의 목표인 것이다."
타렌의 말에 얀 일행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이 이곳에 서 있는 이유는 그동안 잃어 버렸던 그들의 인생을 되찾기 위해서가 아닌가. 바로 기가스의 유희를 위해 버려졌던 그들의 삶을.
카안드리아스는 그동안 자신이 얻고 싶어했던 것들을 하나씩 깨달았다. 자신도 하나의 인간이건만. 인간을 이해하지 못했던 그는 그들과 자신이 무엇이 다른지 깨닫기 시작했다. 카안드리아스는 마지막으로 얀을 바라보고는 질문을 던졌다.
"영원히 사는 삶은. 그렇기 때문에 목표를 가질 수 없고. 언젠가 죽을 삶은. 그렇기 때문에 매순간 삶의 의미를 추구할 수 있다.
게다가 꿈이란 것은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하나의 도구인 것 같군. 그렇다면. 얀. 너에게 묻겠다. 너희 인간이란 무엇이냐?"
-
"??????"
"인간이란. 왜 너희같은 동물이지?"
-
"질문이 너무 유치하군. 인간이 왜 우리같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군. 우리같은게 바로 인간이니까."
"......"
-
"네 말대로 우린 인간이다. 한 순간 순간을 즐기며 살아가는 인간. 언젠가는 죽기 때문에 매순간을 그렇게 아끼며 살아갈 수 있는거지. 우리에게 영생이 주어질 경우. 아니. 나에게 영생이 주어진다면. 난 그렇게 오래 살지 못하고 자살할지도 몰라.
순간의 의미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이것은 꿈이 없는 인생과도 같지.
삶의 목표를 잃은 인간. 그건 인간이 아냐. 죽은 고목과도 같은 것이지. 네가 우리에게서 얻고 싶었던게 뭔지 알겠군."
"뭐라구?"
-
"넌 너 스스로를 되찾고 싶었던거야. 한 인간으로서."
"무슨 소리냐?"
-
"너무 오랜 시간동안 넌 너 스스로를 잃어 버렸던거지. 자신의 모든 것. 다 부질없다고 느낀거야. 아무리 완벽한 인간이라고 해도 꿈을 잃어버린다면 산송장이나 다름없겠지."
얀의 말에 카안드리아스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기가스에게도 그런 표정 변화가 존재할 것이란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얀은 그런 카안드리아스를 불쌍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그에게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꿈을 먹는 존재. 그 하나로도 인간은 삶을 추구할 수 있다.
지오는 그렇기 때문에 죽음을 택한거야. 그리고 넌 꿈을 위해 노력하는 지오를 친구로 받아들인 것이고."
-
"꿈을 먹는 존재."
"넌 신이 아닌 인간이기에, 그렇기 때문에. 그런 고민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깨달았던거지. 네 삶이 다 부질없다는 것을. 하지만 끝내 인정할 수 없었겠지. 자살할 용기가 없었을테니까. 지오를 보며 위안을 삼고 다른 종족을 짓밟으며 유희를 즐기고...... 너에게 한가지 묻겠다. 전쟁을 보며 즐거움을 느꼈나?"
-
"......"
"꿈을 잃어버린 존재가 그런 유희를 느낄 수나 있느냔 말이다."
-
"후후훗. 그. 그런거군. 여태껏 내가 왜 지오와 형제들 사이에서 방황했는지 이제야 알겠어. 나도 한 인간이고 싶었던 것인가. 카에 살레아처럼 세상을 슬퍼하며 자살하려 하는게 옳은 삶이었나.?"
카안드리아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떨구었다. 괜시리 분위기를 잡는게 왠지 자살이라도 할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어쩌지? 너희들이 말한 것이 옳다고 해도. 난 쉽게 죽어줄 수 없어. 얀 네가 말한 것처럼. 난 죽는게 두려웠거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야. 결국 이렇게 되는군. 지오. 언제나 널 보며 즐거울 수 있었는데. 후훗. 세상은 참 공평한 것 같군. 나에겐 영생을 주고.
저들에겐 세상을 살아갈 꿈을 만들어주고. 하지만 오늘 너희들의 꿈을 짓밟겠다. 그것이 나의 꿈이다!!"
-
"저런!!"
"하아!!!!"
카안드리아스는 자신의 모든 힘을 집중시켰다. 그러자 그의 몸은 밝은 황색빛을 띄며 밝아졌다. 얀 일행들은 말로 해서 들을 녀석이 아니란 것을 진작에 알고 있었기에 바로 공격을 시도했다. 막싸움꾼 세이타르와 쥬데카가 먼저 카안드리아스를 향해 돌격했다.
카안드리아스는 세이타르의 주먹을 뒤로 스르르 미끄러지듯 피하고는 그대로 오른팔을 휘둘렀다. 그러자 광풍이 부는 듯 세이타르가 바람에 날아가 버렸다. 하지만 벽에 부딪히지는 않고 착지했다.
"뭐. 뭐지? 서. 설마. 내 형제들도!!"
카안드리아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쥬데카의 검을 피했다. 그리고는 바로 쥬데카의 어깨를 잡고 그대로 힘을 출했다. 쥬데카는 쉐도우와 접속한 상태였지만 <퍼펑!!!> 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퉁겨져 나갔다.
그의 어깨에선 심하게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얀과 타렌은 둘의 힘을 모아 입자 소용돌이를 만들어 카안드리아스를 공격했다. 카안드리아스는 날아오는 소용돌이의 인력을 바꾸어 서로 충돌시켜 공격을 무마시켰다. 그것은 라케프가 쓰던 전법이었다.
제이드는 자신의 온 힘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매너 포스.
지오에게도 통했던 순수한 매너 포스를 사용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힘을 모으기에 동료들의 상태가 별로 좋지 못했다.
"조금만 버텨주십시오!!"
제이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더욱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얀과 타렌은 자신들의 공격은 아무리 약해진 카안드리아스지만 소용이 없음을 깨닫고 세이타르와 쥬데카를 도와주기 시작했다.
세이타르는 다시 카안드리아스에게 돌진하여 그대로 주먹을 휘둘렀다. 워낙 강력한 금속이기에 한 대 맞기만 한다면 골로 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찌나 스피드가 빠른지 모든 공격을 공중에 떠다니듯 피해내고 있었다.
그것은 쥬데카의 공격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검기를 사용할 줄 아는 쥬데카의 공격도 카안드리아스의 몸 근처에 가지도 못해 사라져 버렸다.
카안드리아스는 생각보다 적의 기세가 대단함을 느끼고는 위기감을 느꼈는지 더욱 광포하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의 힘이 평소보다도 몇배는 약화된 기분이었다.
"탓!!!"
카안드리아스는 세이타르를 향해 황색 강기를 발출했다. 강력한 반월의 기운이 세이타르의 몸을 자를 듯 포효하며 돌진했다.
세이타르는 강기의 크기가 워낙 커서 피해낼 수 없음을 알고는 오른팔을 들어 강기를 막아냈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10여미터를 미끄러진 세이타르는 자신의 오른 팔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의 금속 오른팔이 약간 패이며 금이 간 것이다. 지금껏 그 어떤 공격에도 멀쩡했던 금속이었는데 이렇게 패이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쥬데카는 카안드리아스가 세이타르를 공격하는 순간 그의 목을 베어냈다. 엄청난 검기가 카안드리아스의 목을 훑고 지나갔지만 마치 보이지 않는 보호막이라도 있는 듯 아무런 상처도 나지 않았다.
카안드리아스는 자신을 공격한 쥬데카에게 엄청난 속도로 다가 가서는 그대로 주먹을 배에 꽂아 넣었다. 지금까지 근접전을 회피했기에 쥬데카는 갑작스런 공격을 피하지 못한 채 그대로 주먹에 맞고 뒤로 날아가 버렸다.
숨이 막히고 속에서 뭐가 올라오려는 느낌이 드는 것을 간신히 참아 낸 쥬데카는 천천히 일어서서 카안드리아스를 노려보았다. 상대는 전혀 숨차하는 기색조차 없었다.
그때였다. 제이드의 힘이 모두 모아졌는지 그가 외쳤다.
"모두 비켜요!!"
동시에 제이드의 양팔이 앞으로 뻗어졌다. 그의 양손에 모여 있던 두 개의 거대한 매너 포스 덩어리가 카안드리아스를 향해 쏟아져 나갔다. 카안드리아스 몸에서 뿜어지는 황색빛보다 더욱 밝은 빛이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카안드리아스는 다소 놀라며 양팔을 앞으로 내밀고는 강기를 발출했다. 그의 양손에서 황색 반월형 강기가 매너 포스 덩어리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두 개의 기운은 정 가운데서 충돌했다. <퍼퓽!!!!> 하는 소리와 함께 카안드리아스의 강기가 매너 포스를 뚫고 제이드를 향해 돌진 하는게 아닌가. 제이드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강기를 바라보았다.
그때 옆에 있던 타렌과 얀이 동시에 제이드의 앞으로 나서며 외쳤다.
"에어 배리어!!!"
얀과 타렌이 만든 에어 배리어에 강기가 충돌하자 둘 다 피를 한 모금씩 토해냈다. 하지만 강기는 에어 배리어에 충돌하다가 끝내 옆으로 퉁겨져 버렸다.
얀 일행 모두가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그건 카안드리아스도 마찬가진 것 같았다. 그 역시도 이번 공격은 많은 힘을 사용한 것이었다. 얀 일행과 카안드리아스는 서로 잠시 노려보다가 다시 공방을 시작했다.
쥬데카는 다친 어깨를 한번 바라보고는 이를 악물었다. 그리곤 검을 들고 다시 공격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카안드리아스였지만 쥬데카의 모든 공격을 다 피해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무형의 보호막에 의해 쥬데카의 검기는 모두 막히고 있었다. 얀과 타렌도 쥬데카를 도와 카안드리아스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으며 제이드는 자신의 모든 마지막 기운을 짜내어 최후의 공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때, 세이타르는 자신의 금속팔을 보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도대체. 이. 이게 뭐지?? 그의 금속팔이 약간 깨져 패인곳에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세이타르는 처음 보는 이상한것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뭐지? 금속팔을 조금 더 움직여 본 세이타르는 순간 자신의 금속손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토록 강했던 금속손이 뚝딱 바닥에 떨어지다니. 마치 조립식처럼. 조립식이라.
잉? 정말. 조립식처럼 그의 오른손이 조각처럼 떨어져 나가 있었다. 세이타르는 오른손이 떨어져 나간 자리를 바라보았다.
원형 구멍이 뚫려 있고 안쪽으로 나선형의 선이 존재했으며 선들 사이사이로 노란빛이 회전하고 있었다. 이게 뭐다냐.?
카안드리아스는 자신을 귀찮게 하는 쥬데카에게 강기를 발사했다. 쥬데카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강기를 검으로 내리쳤다.
검기가 실린 검이었지만 강기는 검기를 초월한 기술. 검이 당해낼 수 없었다.
<챙!!!>
하는 소리와 함께 쥬데카의 검이 두동강나버리는게 아닌가.
다행히 쥬데카는 부상당하지 않고 살아 있었다. 카안드리아스는 자신의 공격을 막아낸 그를 싸늘하게 바라보고는 다시 한번 힘을 모아 강기를 발사했다. 그때였다.
제이드가 모든 힘을 짜내 만들어낸 매너 포스가 카안드리아스를 향해 발사되었다. 카안드리아스는 쥬데카를 향해 강기를 발사하느라 미처 그 공격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기가스였다. 아무리 힘이 약해진 기가스라지만 그는 완벽한 존재였다.
그의 몸에 매너 포스가 닿는 순간 괴성을 지르며 매너 포스를 받아쳤다. 마치 카안드리아스의 몸을 삼킬 듯이 나아가던 매너 포스는 도리어 제이드를 향해 되돌아 오는게 아닌가.
쥬데카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강기가 약해진 틈을 타 옆으로 굴러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이드를 향해 엄청난 빛이 돌진하는것을 보고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슈기우우웅!!!!>
"뭐. 뭐야!!!!"
제이드를 향해 날아가던 매너 포스 덩어리는 일순간 변기 물 빠지듯 사라져버렸다. 그 모습에 얀 일행뿐만 아니라 카안드리아스도 놀라 버렸다.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엄청난 공격이었거늘. 도대체 누가??? 제이드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세이타르였다.
"세. 세이타르."
세이타르의 몸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는데. 그것은 그의 오른팔 때문이었다. 엄청난 매너 포스를 그의 오른팔로 빨아들인 것이다.
에너지 건. 그의 오른팔은 에너지 건이었다. 플루토스가 변신한 썬 에너지 건과 같은 종류의 것이다. 세이렌은 오래 전부터 그런 최신병기를 개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기술의 집적체가 바로 플루토스인 것이다.
세이타르는 자신의 오른팔이 일종의 서플라이 건(Gun)임을 알고는 카안드리아스를 조준했다. 이미 그의 팔에는 매너 포스로 에너지가 가득차 있었다. 원래는 생명 에너지를 죽기 살기로 발사하는 최후 수단이었는데 운 좋게 매너 포스로 에너지를 채울 수 있었던 것이다.
세이타르는 온 힘을 집중해 에너지 건을 발사했다. 그의 오른팔에서 아까 봤던 매너 포스 덩어리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증폭된 엄청난 기운이 카안드리아스를 향해 발사되었다. 정말 눈이 부셔서 뜰 수조차 없는 엄청난 기운이었다.
카안드리아스는 상대의 공격이 아까 것과는 차원이 틀린 공격임을 깨닫고 그의 모든 전력을 다 기울여 결계를 만들었다.
<슈우우웅. 퍼퍼펑!!!!>
에너지 건에서 발사된 엄청난 기운이 카안드리아스의 결계와 맞부딪히기 시작했다. 얼마나 기운이 강했던지 카안드리아스는 선 채로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그의 두 다리가 위성 금속 바닥을 뚫고 밑으로 패이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쥬데카가 달려가 카안드리아스의 옆구리를 부러진 검으로 쑤셔버렸다.
"컥!!!!"
-
"제발 죽어라!!!!"
세이타르가 포효하며 자신의 생명 에너지까지 쏟아 붓자 카안드리아스의 결계가 사라져버리며 그대로 기운과 충돌했다.
<퍼버벙!!!!>
엄청난 폭발음과 먼지로 방안이 뒤덮여 버렸다. 얀 일행들은 잠시 먼지가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바로 쥬데카였다.
"나. 사. 살아 있는건가? 켁켁. 몸에 감각이 안 느껴져."
-
"쥬데카!!"
얀은 급히 쥬데카를 향해 뛰어갔다. 카안드리아스 바로 옆에서 같이 공격을 당한 것과 다름없는 쥬데카는 온 몸이 피투성이였다.
그의 쉐도우는 언제 사라졌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얀은 그의 상처를 응급처치 한 뒤 주변을 둘러보았다. 카안드리아스. 그가 보이지 않았다.
"어. 어떻게 된 거지?"
-
"저기."
얀의 질문에 타렌이 뒤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곳에는 카안드리아스가 한 팔을 잃었는지 팔이 떨어져 나간 어깨를 다른 팔로 붙잡고 서 있었다. 그 역시도 온 몸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고 한 쪽 눈의 동공이 파열되었는지 감고 있었다.
"사. 살아 있다니."
-
"저럴수가."
얀 일행들은 피를 뒤집어 쓴 카안드리아스의 모습에 치를 떨며 뒤로 약간 물러섰다. 세이타르는 자신의 온 힘을 다 사용한 공격을 맞고도 쓰러지지 않는 상대를 보고 공포감이 몰려옴을 느꼈다. 이미 모든 체력을 소비한 세이타르였다.
쥬데카 역시 심각한 부상을 입었으며. 제이드도 더 이상 기력이 없었다. 얀과 타렌의 공격은 모두 허사일테고. 젠장. 그럼 어쩌라구!!
그때 카안드리아스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왔다. 그의 한쪽 어깨에선 없어진 팔 대신 피가 계속해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는 얀 일행을 바라보곤 말했다.
"어째서지.? 왜. 내가. 날 치료하고 싶지 않은걸까? 왜. 지금.
기분이 이렇게 좋은거지? 마치 붕 뜬 기분인걸?"
-
"......"
"이런게 죽음이란 것인가. 죽음의 공포. 후훗. 이런 쾌락은 느껴본 적이 없다. 그 어떤 유희보다도 재밌어. 너무 즐겁다.
꿈을 먹는 존재들이여. 너희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날 즐겁게 죽여다오."
-
"뭐라구??"
"마음 바뀌기 전에 어서 날 죽여. 지오와 함께 가고 싶다."
카안드리아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멈추어 섰다. 그의 표정은 즐거운 것 같기도 하고 슬픈 것 같기도 하고. 묘했다. 그때 누군가가 뒤에서 다가왔다. 그는 킴이었다.
"킴!!"
-
"녀석을 죽이는 영광은 내게 줘."
킴은 그렇게 말하고는 가오그에 올라탔다. 가오그는 엉거주춤 일어서더니 앞으로 걸어갔다.
카안드리아스 앞에 선 킴은 검을 치켜 세워들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카안드리아스가 킴을 공격하는게 아닌가!!라는 일이 벌어질 것도 같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지송해유. 놀라셨쥬?) 킴의 검이 사선으로 번쩍였다.
동시에 카안드리아스의 두동강 난 몸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생각보다 싱거운데?"
-
"죽음의 공포라. 최고의 쾌락이라구? 후우. 녀석을 살려뒀으면 아마. 수십번 자살을 기도했을지 몰라."
킴의 말에 타렌이 진저리를 냈다. 그러자 얀이 웃으면서 말했다.
"다행입니다. 모두 무사해서. 자아. 이제 돌아가도록 합시다.
우리의 고향. 지구로."
얀의 말에 모두들 찬성했다. 기가스 카안드리아스는 그렇게 최후를 맞이했다. 더 이상 쾌락을 찾을 곳이 없었던 그는 죽음이란 색다른 세상으로부터 매력을 느꼈던 것이다.
얀은 킴을 부축하고 타렌은 쥬데카를 부축했다. 제이드와 세이 타르는 서로를 부축하면서 그곳에서 빠져 나왔다. 다행히 루치펠의 상태는 심각한게 아니어서 그의 도움으로 로드포트가 있는 곳까지 쉽게 갈 수 있었다. 루치펠은 얀 일행들을 향해 미소지으며 말했다.
"결국 당신들이 해낼 줄 알았습니다. 이제. 더 이상 카안드리아스라는 재단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
"루치펠씨. 이제 어쩔 셈이십니까?"
"위성 안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지상으로 돌려보낼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 안에 있는 제너레이트 에더피스와 수많은 패륜적인 실험성과들을 모두 날려버릴 생각입니다. 그 전에 기니비아를 찾아봐야겠죠."
-
"알겠습니다. 저희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곧 다시 보게 될 겁니다. 그럼."
-
"네."
얀 일행은 루치펠에게 인사한 후 로드포트에 올라탔다. 얀은 라케프가 남긴 마지막 유산 로드포트를 바라보며 라케프를 떠올렸다. 또 하나의 카안드리아스. 라케프. 그는 꿈을 먹는 존재였다. 얀은 미소지으며 지구를 향해 출발했다.
한편, 노레아 사막지대 지하기지.
모든 의원들이 정좌하자 수니건이 비웃으며 다가왔다. 그는 일을 그르치게 만든 에리네와 베아트리체를 바라보고는 싸늘하게 말했다.
"당신 둘을 먼저 죽여야겠군요. 상과 벌은 공평해야하니. 죄를 진 자는 먼저 죽이고 그렇지 않은자는 조금 더 살 시간을 주어야겠죠. 후훗."
-
"말도 안 되는 논리로군."
"끝가지 주둥이는 살았군."
수니건은 그렇게 말하면서 수인을 맺었다. 에리네는 수니건의 행동을 보면서 눈을 감았다. 옆에 있던 미얀이 에리네에게 말했다.
"놀래켜 줄까요?"
-
"네?"
수니건이 수인을 다 맺으려던 찰나였다. 갑자기 회의실을 막고 있던 문이 파괴되며 의원들이 들어오는게 아닌가. 정말 이곳에 모인 모든 의원들의 쌍둥이가 들어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뭐.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수니건은 갑자기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사태에 놀라며 지크프리드를 바라보았다. 놀란 것은 지크프리드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무. 무슨???"
-
"이곳에서 로드를 통제하고 있더군요? 제너레이트 에더피스는 없었지만 통제 시스템은 이곳에 있었어요."
"아. 그럼?"
-
"제가 스파이란 것 잊었어요?"
"미얀!!"
에리네는 너무 기뻐서 자신도 모르게 미얀을 껴안았다.
옆에서 베아트리체가 <흥!>하는 소리에 그들은 머쓱해하며 떨어졌다. 수많은 로드 의원들은 진짜 의원들을 둘러싸며 그들을 보호하는 시늉을 했다.
미얀은 지하기지의 모든 병력들이 이곳 회의실에 모였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연구소를 뒤져 로드들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들의 프로그램을 고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 이 지하 연구소에서 그들을 통제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미얀이 그토록 자신만만하게 이곳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든든한 지원군을 믿고.
지크프리드는 황당한 상황에 놀라 어쩔 줄을 몰라했다. 이렇게 많은 수의 로드라면 아무리 로이안 리플을 가진 부하들과 수니건이 힘을 합친다 해도 이길 수 없지 않은가.
"이런. 말도 안 되는!!"
-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기분이 어때요?"
"너. 너 이년이!!!"
-
"우리도 마찬가지에요. 인간의 최후 보루라고 믿었던 재단이 이토록 썩어 고름이 터지기 직전인 곳인줄 미처 몰랐죠."
"이."
지크프리드는 무척 화가 났는지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에리네는 로드라 저런 표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저건 인간의 표정과 똑같지 않은가. 게다가 또 한가지 의문점이 있었다. 어째서 다른 로드들은 미얀의 통제에 따르게 되었는데 저 지크프리드란 녀석은 여전히 저런 행동을 취하고 있단 말인가. 설마 다른 로드와는 뭔가 다른 녀석이란 말인가?
의원들을 보호하던 로드들은 로이안 리플을 들고 있던 자들의 무기를 모두 빼앗았다. 의원들은 각자 로이안 리플을 하나씩 들고는 지크프리드와 수니건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표정은 영락없는 패배자의 표정이었다.
"설마. 지원군이 있을 줄은. 몰랐군."
-
"후훗. 이런 것을 역전승이라고 하죠."
"그럼. 역전의 역전. 승부가 되겠군."
-
"네엣???"
지크프리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싸늘한 웃음을 흘렸다. 동시에 회의실 안으로 벌거벗은 수십명의 남녀가 난입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모두들 놀라 뒤로 물러섰다. 그들은 미얀이 스크린으로 보았던 바로 그 실험대상들이었다.
"이런. 이런. 상황이 역전된 기분인데? 어떤가요? 아가씨. 이곳을 통제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우주에 있는 또 다른 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
"우. 우주에 있는 자가 이곳 상황을 어떻게 안다고!!"
"난 그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날 일반 로드라고 생각하면 안돼죠.
게다가 우주에 있는 그 분은.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위대하신 분입니다."
지크프리드가 그렇게 말하며 웃자 벌거벗은 수십명의 남녀가 동시에 쉐도우와 접속했다. 정말 멋진 카운터펀치로군. 지크프리드는 황당하고 화난 표정을 지으며 일발 역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에 에리네 일행이 당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제 끝을 봐야겠군요. 수니건의 파괴력을 보았듯이 로드들은 ADIP의 상대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럼."
지크프리드는 더 이상 관용을 베풀 수 없다는 살벌한 표정으로 ADIP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일제히 수인을 맺거나 매너 포스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의원들을 보호하고 있던 로드들도 그들에 맞서 공격하기 시작했다. 순간 회의실은 아수라장이 되어가고 있었다.
크리에이쳐에 당해 팔다리가 잘려 나가는 로드. 로드의 주먹에 맞고 벽에 쳐박히는 ADIP. 하지만 ADIP의 실력이 월등히 우세했다.
죽어 나가는 로드들의 수가 그들의 두 배가 넘었던 것이다. 의원들은 최후 발악의 심정으로 로이안 리플을 ADIP를 향해 발사해봤지만 그들의 쉐도우 앞에는 무용지물이었다. 단 10분을 버티지 못하고 로드가 모두 제압 당해 버렸다.
"이. 이런."
에리네의 탄성이 회의실을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다른 의원들도 모두 상심한 표정이었다. 기사회생한 자가 다시 절벽에 몰린 기분이었으니.
지크프리드는 더 이상 말하기도 귀찮은지 바로 의원들을 몰살하도록 명령했다.
"모두 죽여!!"
ADIP들은 지크의 명령에 모두 의원들을 향해 다가왔다. 그런데 그때였다. 지크프리드가 갑자기 머릴 쥐어뜯으며 발광하기 시작했다.
"주. 죽음의 공포가. 이렇게 즐거웠단 말인가!!!"
그와 동시에 ADIP들의 움직임도 일제히 멈추었다. 수니건도 마치 로드처럼 멍하니 서 있었고 다른 ADIP들도 마찬가지였다. 지크프리드는 몇차례 더 발작을 하더니 그 역시도 멈춘 채 움직이질 않았다.
"도. 도대체 무슨 . "
-
"나. 나도 잘 모르겠어요. 에리네."
미얀과 에리네는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모두 움직이지 않는게 아무래도 영원히 그러고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살아난 건가?
잠시 생각해보던 그들은 이런 결론을 도출했다. 어딘가에 있는 제너레이트 에더피스가 파괴되었거나. 로드 지크프리드가 말하던 우주에 있는 또 하나의 그가 죽었거나.
에리네는 의원들을 향해 외쳤다.
"이제 모든 것은 끝났습니다. 우린 재단의 엄청난 음모를 모두 알았고 그에 대항해 싸웠습니다. 이런 사실은 후세의 역사가들이 평가해줄 것입니다. 우리의 선택.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
"에리네 시장 말이 맞소. 나. 서에칸트는 지금껏 재단의 하수인 노릇을 해왔소. 하지만 이젠 더 이상 그렇지 않을 것이오. 더 이상 그런 썩어빠진 시장이 되지 않겠소."
"난. 쿼터드 시의 시장인 알 부민이오. 오늘 배운 것이 많이 있소. 한 사람으로서 진정한 용기도 배웠고. 세상을 위해 어떤것이 중요한 일인지도 깨달았소. 1지역구의장으로서 오늘 일을 영원히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
"나. 난. 크레타시의. 게류온 아라고네 시장입니다. 전.
시장직에서 물러나려고 합니다."
"게. 게류온 시장님?"
-
"미. 미안하네. 에리네. 마테리온이 자넬 죽이려 했던 것은 다 내가 부추겨서 생긴 일이라네. 그리고 2지역구 이주계획에서 난민들을 버리자고 했던 것도 다 내 생각이었네. 그래서. 난 시장직에서 물러날 것입니다."
"게. 게류온 시장처럼. 나도 같은 심정이오."
-
"그. 글랜시아시의 알레초 시장님?"
"난 그런 난민들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돕지 않았소.
그것 때문에 얼마나 죄책감에 시달렸는지."
의원들은 오늘 일로 모두들 많은 것을 깨달은 듯 보였다. 에리네는 그들 모두를 보고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드디어 모든 의원들이 자신의 이익에서 탈피해 시민들의 공익을 위해 살아가려 하지 않는가.
이것은 정녕 에리네가 꿈꿔오던 세상이다. 에리네는 모두를 향해 미소지으며 말했다.
"다행입니다. 이곳에서 나간 후 전지역구 의회를 개최하도록 하죠.
그곳에서 다시 우리 인류의 번영에 대해 의논하도록 합시다."
-
"좋습니다!!! 이제 새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
"그렇소!! 더 이상 재단에 끌려 다니는 의회가 되어선 안됩니다!!
앞으론 시민들을 위한 의회가 되어야 합니다."
의원들은 살아난 기쁨인지 뭔지 모를 묘한 기쁨에 도취되어 거의 만세를 부르다시피 하였다. 에리네는 그런 그들을 한참 바라본 후 그들을 이끌고 지하기지를 빠져 나왔다. 지하 연구소는 나중에 좀 더 조사한 후 완전히 사라지도록 만들기로 했다.
호크 안에서 에리네는 사막 한가운데를 바라보고는 미소지었다.
미얀은 그런 에리네에게 다가가서는 그를 뒤에서 껴안았다.
그러자 에리네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고마워요. 미얀. 당신이 없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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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 소리에요? 좋아요. 내가 당신 목숨을 세 번이나 구해줬으니. 당신도 평생동안 내 생명을 세 번 구해 줘야돼요!!"
"네에?? 그 말은. 평생 당신만 따라다니란 말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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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싫어요?"
"후훗. 너무 좋아서 그러죠. 하하핫."
미얀과 에리네는 기쁜 마음으로 티탄시를 향해 호크를 움직였다. 오늘 이 엄청난 사건을 말해줄 사람들이 티탄시에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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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75편이네요...... 이제 79편까지 4편 남았습니당.... 한편한편 올릴때마다 기분이 묘하네요... 끝나간다는 생각을 하니 말이죠... 그래두 정들었던 글인데... ^^;; 어쨌든 많이 읽구
코멘트두 마니 남겨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