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가슬렌더-115화 (115/120)

제 목: 120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120

[기가 슬렌더] -74- 지크프리드 로드니암(우등인간 양성계획.) -지크프리드 로드니

암(우등인간 양성계획.)-

한편. 노레아 사막 비밀 지하기지.

거대한 회의실에 들어온 자는 지크프리드 로드니암이었다.

그와 수니건은 원탁 뒤편에 있는 단상 위에 올라섰다. 수니건은 지크프리드를 손바닥으로 가리키며 회의실에 앉아 있는 의원들에게 소개했다.

"카안드리아스 재단을 이끌고 계신 지크프리드 로드니암 소장님이십니다. 이 비밀 연구소의 책임자이기도 합니다."

-

"반갑습니다. 의원 여러분. 지크프리드라고 합니다."

지크프리드는 가벼운 목례로 모두에게 인사를 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모두에게 맑고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들을 모두 모으기 위해서 굳이 납치란 수단을 쓴 점 많은 양해 바랍니다."

-

"양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우릴 납치한 거요?"

지크프리드의 말에 쿼터드시의 알 부민 시장이 소리쳤다.

그러자 측면에 로이안 리플을 들고 있던 사내가 알 부민 시장의 뒤편에 서서 험악한 인상을 썼다. 그리고 수니건이 대신 나서서 말했다.

"소장님께서 말씀하실 때 도중에 끼어드는 행동은 매너에 어긋난다고 보오만. 알 부민 시장."

수니건의 말에 알 부민은 주눅이 들었는지 시선을 아래로 향하고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수니건의 반협박에 장내가 다시 조용해지자 지크가 계속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을 모신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닙니다. 이미 전쟁론이 선포된 지금. 우린 헤켈과 세이렌이란 적들을 굴복시킬 의무가 있습니다. 그건 여러분들이 시민들에게 약속한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타종족은 우리 인간보다 훨씬 강력한 신체를 가지고 뛰어난 능력을 구사합니다. 그렇기에 우리 인간은 언제나 불리한 상황에서 전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헤켈과 세이렌이 역대 이래로 가장 큰 도발을 해오는 지금! 더 이상 그들의 피해자가 될 수만은 없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을 모신 것입니다. 수니건!"

지크프리드는 수니건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수니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리모콘을 작동시켰다. 의원들은 궁금한 점이 무척 많았지만 살벌한 분위기 때문에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그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회의실의 정중앙에 거대한 입체 스크린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래에서는 스크린에 영사할 레이져 총이 올라왔다.

수니건이 또 한번 리모콘을 작동시키자 입체 스크린에 영상이 비치기 시작했다.

"이것은 최근 재단에서 개발한 신병기입니다."

지크프리드의 말과 동시에 영상에서는 벌거벗은 한 남녀의 모습이 나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애로틱한 분위기로 변하자 장내는 잠시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때 수니건이 큰 소리로 <험험!> 거리자 다시 조용해졌다. 지크프리드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이제 우리 인간의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화면에 보이는 저 모델은 ADIP 라는 실험모델입니다. 자. 저 모델의 모습은 보통 인간의 모습과 똑같습니다. 물론 태어날 때부터 우리와 같은 몸을 가지고 태어난 인간입니다. 그럼. 잘 보십시오!"

지크프리드의 말이 끝나자 수니건이 화면을 작동시켰다. 그 남녀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이내 이상한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아니. 순식간에 몸에 이상한 갑옷이 생겼던 것이다.

"오. 저. 저게 무슨 조화냐?"

"무. 뭐야?"

"눈을 믿을 수 없군!!"

"대. 대단하군!!"

마술과도 같은 실험모델의 모습에 의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각자의 생각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지크프리드는 잠시 그들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저것은 쉐도우입니다. 인간의 잠재되어 있는 힘 중 하나죠.

쉐도우의 방어력은 가오사이보그의 가오륨과 필적하거나 더욱 뛰어납니다. 한마디로 어지간한 세이렌이나 헤켈이 공격해도 저 쉐도우를 뚫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

"그. 그게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 나중에 실제 모델을 보여 드릴테니 그때 확인하십시오. 그럼. 두 번째입니다."

역시 그의 말이 끝나자 실험 모델들은 쉐도우와 접속한 채로 수인을 맺기 시작했다. 그들의 전방에는 거대한 돌벽이 있었는데 그곳을 향해 수인을 뻗었다. 그러자 수인 안에서 크리에이쳐가 튀어나와 돌벽을 그대로 부숴 버렸다.

"마. 말도 안돼!! 저. 저건 매너 포스가 아니오?"

-

"아닙니다. 매너 포스랑은 약간 다른 종류의 것이죠. 매너 포스는 이것입니다."

화면에서는 산산조각 난 돌가루가 파르르 떨리더니 이내 공중으로 들어올려졌다. 그리고는 계속 분해가 되는게 아닌가.

거의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입자 알갱이가 되어버리자 의원들은 모두 경악한 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 저건 눈속임이 아니오!! 어떻게. 어떻게. 인간이 저런능력들을 가진단 말이오!!"

-

"제리오네 시장님. 속고만 살았습니까? 후훗. 직접 보여 드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수니건?"

"예."

수니건은 지크프리드의 명령에 약간 앞으로 걸어나왔다.

의원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린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수니건은 다짜고짜 그의 상의를 찢어발겼다. 그의 이상한 행동에 모두들 어리둥절했지만 그저 지켜보았다. 수니건은 자신의 가슴을 두어번 가리키더니 이내 접속 시동어를 외쳤다.

"connect!"

그러자 그의 몸이 쉐도우로 덮이는 것이 아닌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지크프리드는 의원들의 놀란 표정을 감상하며 그들에게 말했다.

"자아. 누가 좋을까요? 오. 가장 젊은 에리네 시장님. 잠깐만 이리 와주시겠습니까?"

-

"......"

에리네는 지크의 말대로 앞쪽으로 걸어나갔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한 괴한이 그에게 입자폴리건 단검을 건네주었다. 에리네는 의아한 듯 고개를 저었다.

"그것으로 수니건을 내려쳐 주십시오."

-

"뭐라구요?"

"말한 그대로입니다."

에리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에리네가 시키는대로 했다.

입자폴리곤 단검을 높게 세운 다음 그대로 수니건을 베었다.

하지만 금속성의 마찰음만 들릴 뿐 수니건의 쉐도우는 멀쩡했다.

의원들은 그 모습에 더 이상 벌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입을 더 크게 벌렸다.

지크는 자신의 품속에서 로이안 리플을 하나 꺼내더니 수니건을 겨냥했다. 그러자 의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로이안 리플이 불을 뿜자 갑자기 실내는 엄숙해졌다. 로이안 리플의 공격에도 수니건은 멀쩡했던 것이다.

지크는 수니건에게 눈짓을 보내었다. 그러자 수니건은 한 부하에게 시켜 거대한 티라늄 금속을 가져오게 하였다. 그는 순식간에 수인을 맺더니 곧바로 크리에이쳐를 불러내었다. 크리에이쳐는 파리나타도 사용할 줄 아는 <어벤져>였는데 엄청난 속도로 티라늄 금속을 뚫어 거대한 구멍을 내고는 사라져버렸다.

의원들은 그 모습에 서로 이야기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심지어 어떤 의원은 그 뚫린 구멍을 만져보기도 하였다.

수니건은 그 티라늄 금속을 매너 포스로 들더니 이내 잘게 분해하기 시작했다. 티라늄은 엄청나게 강한 집결력을 가지고 있어 분해하기 힘든 금속 중 하나였는데 그는 쉽게 그것을 분해했던 것이다.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자아. 어떻습니까? 절대 거짓은 아닙니다. 저희 재단에선 실현 불가능한 일은 아예 시도하지도 않습니다."

-

"그. 그럼. 도대체. 우릴. 우릴. 왜 부른 것이오?"

"저. 능력. 갖고 싶지 않습니까?"

-

"뭐. 뭐라??? 정말 저런 능력을 우리도 가질 수 있단 말이오?"

"후훗. 그렇습니다. 이 비밀 연구소는 ADIP를 만들어내는 일종의 연구소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저희 재단에서 생각하는 것은 이렇습니다. 강력한 ADIP 군단. 인간을 저렇게 강한 존재로 만드는 것입니다."

지크프리드는 마치 입학시험에 합격한 사람처럼 감격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 에리네가 반박했다.

"미친 소리!!! 저런 능력들은 다른 종족들의 능력이잖아!!

세이렌과 헤켈의 능력!! 넌 우리들을 다른 종족처럼 만들려는 것인가!!"

-

"후훗. 에리네 시장. 뭘 잘 모르시나보군요. 수니건?"

지크가 수니건을 부르자 수니건은 본래의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 모습은 전혀 다른 종족처럼 보이지 않았다. 다른 의원들은 수니건의 모습에 매력을 느꼈는지 모두들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자 보십시오. 에리네 시장. 수니건은 인간입니다. 다른 종족이 아닙니다. 그리고. 다른 종족의 능력이라뇨? 그럴리가요. 우리 재단에서는 재단의 창의성과 독창성을 십분 발휘해 저런 슈퍼 인간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뭘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

"하지만!!"

'퍽!!!'

에리네가 반박하려 했지만 뒤에서 한 괴한이 로이안 리플로 그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에리네는 고통스러웠지만 간신히 참고는 몸을 추슬러 앉았다. 그때 옆에서 지켜보던 수니건이 입을 열었다.

"소장님께서 말씀하실 때 끼어드는 것은 매너가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습니다만."

-

"후훗. 그만하게. 수니건. 제가 의원님들을 모신 것은 간단한 이유 때문입니다. 아무리 엄청난 슈퍼 인간 제조법을 알아냈다고는 해도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것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리고 또한 많은 어려움이 있는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 당면한 현실은 그런 시간적 여유를 허락지 않습니다.

헤켈과 세이렌에게 둘러싸여져 있는 지금. 헤켈에게 2지역구를 모두 점령당한 지금.

우린 한시바삐 그들을 막을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 해결책이 여러분들 앞에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인간을 ADIP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우등인간. 바로 의원님들같은 뛰어난 인간들만 ADIP로 만드는 것입니다."

지크프리드는 잠시 말을 끊었다. 그러자 의원들은 수업 듣는 학생들처럼 쉴새 없이 떠들어댔다. 우등인간. 모든 인간은 공평하다고 했던가. 아니 생명을 가진 존재라면 모두 공평한 대우를 받아야할 것이다. 결과의 평등이 아닌 기회의 평등.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즉, 태어날 때부터 누군가는 잘나게 태어나고 누군가는 어딘가 모자라게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그의 기회의 평등을 옭아매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럼. 지크프리드가 말하는 우등인간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분명 다른 자들보다 특출한 능력을 가진 인간을 말하는 개념일 것이다. 뛰어난 능력. 한마디로 잘난 녀석들은 ADIP라는 놀라운 능력을 선사해주고. 못난 녀석들은 지금 있는 그대로 살란 말이로군. 헤켈,세이렌에게 죽든 말든. 그런 건 상관없이.

의원들 중에는 의식이 깨어 있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다.

그들은 지금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등인간. 그런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시키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지크프리드.

그의 제안. 의원들이 보기에도 정말 놀랍기 그지없는 가공할 능력을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그의 제안!

분명 지크프리드의 말은 인간을 그 능력 범위에 따라 차별한다는 좋지 못한 생각이었지만 그 제안은 거부하기 힘든 마력과도 같았다. 의원들은 그의 생각이 뭔가 잘못되었다는것은 알았지만 특별히 나서서 의견을 피력하는 사람은 없었다.

지크프리드는 계속 의원들의 표정을 살폈다. 시민들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평등의 권리를 지켜 줄 것인가. 아니면 엄청난 능력을 얻어 그들 위에 군림할 것인가. 모두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의식이 깨어 있는 한 의원이 있었다. 바로 베아트리체였다.

"도대체. 어째서 우등인간에게만 그런 기회를 제공하려는 거죠? 그것이 정말 인간을 이롭게 할 능력이라면 모두에게 공평하게 제공해야 하는게 아닌가요? 설마. 그 능력을 팔아먹기라도 할건가요?"

-

"우리 인간이. 어떻게 이 대륙에서 가장 많은 땅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베아트리체 시장."

"......"

-

"그건. 인간의 종족 번식력이 세종족 중 가장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는 말은 불필요하게 많은 인간들이 세상에 태어나고 있다는 뜻도 됩니다."

"마. 말도 안돼요! 불필요한 인간이라니!!"

-

"세상의 발전을 위해선 뛰어난 인간이 필요합니다. 지금의 인간보다 훨씬 강력한 능력을 가진 뛰어난 인간! 바로 ADIP같은 인간 말입니다. 하지만 모든 인간을 그렇게 만든다고 가정해보십시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지크프리드는 베아트리체를 바라보며 손가락을 흔들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우린 자멸하게 될 것입니다."

-

"자멸이라뇨?"

"지금까지 인간들끼리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

"그. 그건."

"후훗. 바로 헤켈족과 세이렌족이라는 영원한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린 결속력을 다질 수 있었고 그들에게 합심해 대항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 계신 분들은 모두 배우신 분들이라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끝이 없는지 잘 알겁니다.

아마 ADIP능력으로 다른 종족을 모두 굴복시켰다 칩시다. 그렇게 되면 그 능력을 가진 자 중 딴 마음을 품는 자가 반드시 생길 것입니다. 이미 모든 인간이 그렇게 강해진 상태인데. 그런 인간들끼리 서로 반목이 생기고 이해관계가 상충되어 끝내 전쟁이 발발했다고 칩시다.

그들을 누가 막을 수 있죠?"

-

"왜. 왜. 그런 일이 생길거라 생각하죠?"

"저도 인간입니다. 인간은 그런 동물입니다. 힘이 생기면 그 힘으로 무언가를 하려 하죠. 그렇지 않는다면 인간이라 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우등인간이라 하면 보통 일반인보다 뛰어난 지식과 교양을 두루 갖추신 의원님들같은 분들을 뜻하는 것입니다.

그런 우등인간으로 하여금 열등인간을 지배하는 것입니다. 우등인간들은 열등인간들과는 다르다는 우월 의식으로 서로 결속하게 될 것이고 보다 더 확고한 지배체제를 확립할 수 있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베아트리체는 지크의 말에 치를 뗠었다. 지크의 생각은 결국 인간들을 지배하겠다는 뜻이 아닌가. 물론 지금은 의원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다소 고운 말을 사용하고 있지만 거부할 경우 무슨 짓이든 할 인간이었다. 베아트리체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우등인간은 당신이 지배하겠군요."

-

"호오. 하하하핫."

베아트리체의 말에 지크가 크게 웃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의원 모두를 향해 말했다.

"굳이 지배란 표현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전 여러분들과 동업을 하자는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를 ADIP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선택한 인간들을 일정 수만큼 ADIP로 만들어 드릴 것입니다. 물론 그들은 모두 여러분들이 조종할 수 있도록 만들 것입니다."

-

"자. 잠깐만요. 조종하다니. 무슨 소리에요?"

"우등인간은 여러분들입니다. 그 외에 뛰어난 인물들도 몇 명 있겠지요. 그들도 우등인간에 포함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인간들은 그저 여러분들의 힘이 되어줄 뿐 입니다.

이미 재단에서는 사람들을 통제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슬레이브 시스템이라고 하는 그 프로그램은 여러분들이 ADIP가 되는 순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것으로 강력해진 부하들을 조종할 수 있습니다."

지크프리드의 말이 끝나자 의원들은 또다시 정신 없이 서로 이야기했다. 이미 탐욕에 물든 의원들은 그의 제안이 아주 좋네 어쩌네 하면서 의견을 피력했고 그나마 양심이 있던 의원들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며 입을 다물었다. 그때 누군가가 비웃으며 말했다.

"쳇. 결국. 재단의 야망은 그것이었군. 세종족의 능력을 합친 최고의 종족을 만든다. 지크프리드라고 했나? 네 말은. 세이렌과 헤켈을 지배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인간이란 종족까지 지배하려하는 것이 아니냐. 그것도 ADIP라는 새로운 종족을 탄생시켜서."

-

“에리네. 시장. 후훗. ADIP는 인간입니다. 새로운 종족이 아니오."

"달콤한 말로 의원들을 유혹하지 마라! 네가 말한 그 슬레이브 시스템. 그것을 사용하는 것이 우리들일까? 아니!! 그렇지 않을걸!!

넌 우리를 우등인간이라고 위해주는 척 하면서 결국 우릴 노예로 삼으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냐!! 완벽한 지배를 위해서!! 카안드리아스 재단. 재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카안드리아스 제국을 만들기 위해서!!"

-

"닥치시오!!"

"넌 모두를 속이고 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만고의 진리를 넌 거스르려 하고 있다. 우등인간? 정말 웃기는군. 우등인간을 지배하는 넌. 그럼 넌 뭐냐? 최상급인간이냐? 하하핫."

에리네는 지크프리드를 힘차게 비웃었다. 하지만 그의 태도는 너무도 당당해 보였다. 의원들도 에리네의 모습에 뭔가 공감하는것이 있었다.

잠시 지크의 말대로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다른 인간들 위에 올라서고 싶었지만. 그것은 인간의 도리가 아니었다. 인간의 도리를 저버린다면. 아무리 ADIP가 인간을 개발한 모델이라고 해도 정녕 사람이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때 알 부민 시장이 에리네의 말에 동조했다.

"나도 에리네 시장과 같은 생각이오! 이제 생각해보니.

당신들은 정말 겉과 속이 다르군!!! 지금까지 전쟁을 반대했던 것은 바로 재단이 아니오!! 그런데 이제보니 전쟁 준비를 참 철저하게도 했구료!!!"

-

"그......"

"나도 동감입니다!! 세상에 우등인간이란 존재할 수 없소!!

그리고 우리더러 열등인간을 지배하고 통제하면서 살라구?

어림없는 소리오! 그건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오!! 그렇게 사는 것과 다른 종족에게 지배당하는 것과 뭐가 다르단 말이오!!"

코라닌시의 제리오네 시장도 그렇게 외치며 지크프리드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순간 의원들이 더욱 소란스러워지며 모두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심지어 재단으로부터 뒷돈을 받고 그들의 힘이 되어주던 서에칸트와 하일레노스 시장까지도 지크프리드의 의견에 반박했다.

"우린 당신을 따를 수 없소. 당신이 말하는 세상이 결코 지금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할 수 없소. 차라리 다른 종족의 위협을 받고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더 살맛 날지도 모르오!!"

-

"후후훗. 모두.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그렇소!!!"

지크프리드는 길게 한 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자신의 생각이 빗나갔다는 것을 알았다. 의원들은 워낙 권력에 물든 자들인지라 조금만 구슬리면 권력과 힘에 눈이 멀어 승복할 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똑똑하고 대단한 실력을 가진 자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숨겨진 계획까지도 알아챘다.

바로 인간 지배. 사실 지크프리드의 진짜 목적은 다른 종족은 물론. 인간까지도 지배하려는 심산이었던 것이다. 물론. 무력을 행사하지 않고 보다 합법적으로 일을 처리하려 했기에 의원들을 이곳에 모았던 것이다.

사실상 인류를 이끌고 있는 의원들만 모두 수중에 넣게 된다면 인간을 송두리째 잡아 흔들 수 있는 지배자가 되는 것이 아닌가.

지크프리드는 에리네와 베아트리체를 바라보았다. 그들을 만만히 봤던 것이 큰 실수였다. 또 대부분의 의원들이 부패했을 것이란 그의 생각도 틀린 것이었다. 아니, 부패한 의원들마저도 그의 엄청난 생각에는 찬성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크프리드의 계획은 철저히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것은 첫 번째 계획이었고. 차선책이 있었다.

"흠. 좋습니다. 그럼. 최선책은 결렬되었군요."

-

"최선책?"

"그렇습니다. 난 당신들과 동맹적 관계를 원했는데 거부한다니. 할 수 없군요. 그럼. 차선책을 사용해야겠습니다."

지크프리드는 부하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갑자기 로이안 리플을 장전하기 시작했다. 의원들은 갑자기 살벌해진 분위기에 모두들 자기 자리에 앉아 눈만 껌뻑거렸다.

"설마. 차선책이란게."

-

"후훗. 에리네 시장. 당신이 내 차선책까지 간파할 줄은 몰랐습니다. 당신 말대로 내 말을 안 들을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당신들을 모두 슬레이브 시스템을 사용해 조종할 것입니다. 뭐. 귀찮게 그렇게 할 필요도 없겠지요. 이미 당신들은 로드들로 교체된 상태이니. 모두 죽여버리면 그만이군요."

"뭐. 뭐라구!!!"

-

"너무 놀라지 마십시오. 선택권을 드리겠습니다. 죽으시렵니까? 아니면 노예가 되시렵니까? 후훗. 사실. 이 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제 슬레이브 시스템으로 조종되는 자들입니다. 하다 못해 저기 보이는 수니건도 제가 조종하는 노예에 불과하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쁠 건 없습니다.

그만큼 좋은 능력을 얻게 되고 큰 혜택을 누리게 되니까요.

어떻습니까? 제 노예가 되겠습니까?"

모든 의원들은 그의 말에 질려버리고 말았다. 결국 지크프리드의 계획은 간단했던 것이다. 설득해서 안되면 강제로!

그래서 이곳으로 납치해왔던 것이다.

에리네는 재단이란 곳의 무서움을 실감했다. 재단의 계획을 모두 알아챘건만.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곳에서 꼼짝없이 죽거나 노예가 될 판국인데. 그런데. 참 놀라웠다. 어떻게 혼자서 이 많은 인원을 통제하고 조종한단 말인가.

모두 같은 명령을 내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눈에 안 보이는 자들까지 통제하긴 어려울테고.

"당신 혼자서 이 많은 인원을 통제하고. 거기다가 우리 의원들까지 통제한단 말인가? 그건 말이 안돼!! 아무리 당신이 ADIP로 괴물 같은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해도.

아무리 엄청난 매너 포스를 가진 포스 오너라고 해도. 그건 말이 안돼!! 모두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 모두 흩어져 있는데. 그들을 통제한다니. 당신이 신이 아니라면 그건 불가능해!!"

-

"후훗. 신이 뭐. 대숩니까? 나 스스로 신이라고 생각하면나 또한 신이 될 수 있는거지. 후후훗."

"미친 자식!!!"

에리네는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임을 깨닫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가 보기에 지크프리드는 세상을 지배하려는 욕망에 완전히 미쳐버린 것 같았다.

지크프리드는 경직된 표정을 하고 있는 의원들의 얼굴을 한번 둘러보고는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어서 결정하시죠! 죽음이냐! 굴복이냐!"

-

"......"

"후훗. 정말 결과가 궁금하군. 비굴하게 굴복할 것인가?

아니면 비굴해지지 않기 위해 죽음을 택할 것인가?"

지크프리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큰소리로 웃었다. 에리네는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미얀은 뭘 하고 있는거지?

로드 베아트리체는 어디간거야? 젠장!!!

그때 베아트리체가 일어서서 말했다.

"노예가 되는 것도 싫고 그렇다고 죽는건 더더욱 싫어요!"

-

"그럼.??"

"동업하죠."

-

"!!!! 베아트리체!!"

베아트리체의 말에 에리네가 소리질렀다. 베아트리체는 에리네의 말을 무시하고 지크프리드에게 다가갔다.

"당신 말대로 모든지 하겠어요. 하지만 지배당하고 싶진 않아요. 어때요! 다른 의원 여러분. 지금 여러분들의 최선의 선택은 그것이에요. 여러분들도 그렇게 하죠!"

-

"베. 베아트리체."

베아트리체의 말에 다시 의원들이 웅성거렸다. 그들은 그녀의 의견에 어쩔 수 없이 찬성하는 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그들도 죽기는 싫었던 것이다.

하지만 에리네는 그렇지 않았다. 지크의 말대로 굴복하느니 죽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냥 죽을 수는 없었다.

에리네는 베아트리체를 한번 바라보고는 마음이 아파졌는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순간 자신의 측면에 있던 한 괴한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까 자신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던 그 녀석이었다.

"뭐. 뭐야!!"

에리네는 뛰어난 무인은 아니었지만 워낙 큰 키에 순발력이 타고난 사람이었기에 어깨에 받힌 괴한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에리네는 괴한의 로이안 리플을 빼앗아 그대로 지크프리드를 향해 발사했다. 지크프리드만 죽게 되면 그의 조종을 받고 있던 나머지를 처리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워낙 명사수였던 에리네는 정확하게 지크프리드의 심장을 맞추었다. 그. 그런데.

"뭐. 뭐야!!!!!"

놀란 것은 에리네뿐만이 아니었다. 의원 모두가 지크프리드의 모습을 보고 놀란 상태였다. 뭐. 뭐가 어떻게 된거지?

지크프리드는 정확하게 심장에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상처 하나 없이 서 있었다. 그렇다고 아까 말한 ADIP처럼 쉐도우를 불러낸것도 아니었다. 그의 심장부근의 옷이 타들어간 것을 보니 그는 인간이 아니었다.

"로. 로보로이드!!!!"

에리네는 더 공격할 생각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지크프리드는 자신의 옷을 털더니 수니건에게 한마디했다.

"수니건. 내 옷에 구멍이 났는걸?"

수니건은 그의 말을 듣더니 그대로 에리네에게 다가와 주먹을 휘둘렀다. 에리네는 수니건의 주먹에 맞고 나가떨어졌다. 수니건은 넘어져 있는 에리네를 발로 밟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수니건의 몸에 무언가가 날아왔다. 암기였다! 수니건은 바로 쉐도우와 접속하여 암기를 막아내고는 암기가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미얀이 로드 베아트리체와 함께 서 있었다.

"미. 미얀."

-

"에리네.!!"

미얀은 지원군이 하나도 없는 적진에서 유일한 동료라고 할 수 있는 로드 베아트리체를 데리러 갔다 왔던 것이다. 숨어서 지켜보던 그녀였지만 에리네가 심하게 맞는 장면에선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수니건은 로드 지크프리드를 바라보았다. 그의 명령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후훗. 감격적이로군. 대단해. 내가 로드라는 사실도 알아내고.

하지만 어쩌지? 네 계획을 난 눈치챘는걸? 만약 날 죽이더라도 다른 친구들의 슬레이브 시스템은 깨지지 않아. 왜냐하면 진짜 나는 우주에 있거든."

-

"뭐!!! 개자식."

에리네는 입가의 피를 닦으며 그렇게 말했다. 미얀은 에리네에게 다가와 그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에리네는 정말 심하게 맞았는지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미얀은 그의 다친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도 다행이에요. 당신과 함께 죽을 수 있겠군요."

-

"푸하하하. 참. 멋진 로맨스로군.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

하지만 너희들은 죽이지 않아. 노예로 부려먹어야지. 죽이면 도리어 좋아할 녀석들인 것 같아서 말야?"

"저......런...... 쿨럭!! 쿨럭!"

에리네는 미얀의 부축을 받으며 간신히 버텨섰다. 수니건은 더 이상 에리네가 반항하지 않자 쉐도우와의 접속을 풀었다.

그때였다. 베아트리체가 긴 한숨을 쉬며 에리네를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는 슬픈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과 함께 하겠어요."

-

"베. 베아트리체. 어째서???"

"사실.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척 한 것은 그를 방심하게 만들어 기습하려는 생각이었는데. 당신처럼 내가 했어도 실패했겠죠."

-

"아. 그. 그래서."

"미안해요. 설마. 당신이 그렇게 용감하게 나서리라곤."

-

"아니에요. 베아트리체. 당신의 용기가 더 대단해요."

베아트리체는 지크와 동맹을 맺는 척 하면서 기회를 노렸었다. 그녀도 지크의 말을 듣고 그만 죽이게 되면 그의 부하들은 쉽게 꺾을 수 있을거란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런 연극을 했던 것인데. 그만 에리네가 먼저 기습을 실행했던 것이다.

만약 지크프리드가 로드가 아니었다면 둘 중 한 명의 기습은 성공 했을텐데.

베아트리체가 에리네의 옆에 와서 서자 다른 의원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 곁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목숨이 귀중하다고는 해도 로보로이드에게 굴복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들은 인간이었다. 감정 없는 로드와는 전혀 다른 생명을 가진 인간인 것이다.

다른 의원들도 모두 에리네의 곁으로 와서 섰다. 그 모습에 지크프리드가 비웃음을 흘렸다.

"그. 그렇게. 모두 죽고 싶단 말인가. 내. 내가 누군지 알고.

나에게 대항하는 것이냐. 앙!!"

-

"넌 금속덩어리에 불과해."

"하하하핫. 그래. 맞아. 난 로보로이드다. 하지만 날 움직이고 있는 것은 실제 지크프리드다."

-

"그러시겠지. 쳇. 사람들 앞에 직접 나서지 못하는 걸 보면.

엄청 못생겼거나 대인기피증이 있나보군. 어쩌면 몰래 남에 집 훔쳐보며 자위하는 변태일수도 있겠어. 하핫."

"뭐. 뭐라구!! 감. 감히. 인간주제에!!!"

-

"인간주제라. 그래. 난 인간이지. 넌 로봇이고.후훗."

"난 너희들과 차원이 다른 존재다. 비록 너희들의 앞에 있는 나는 로드지만 실제의 나는 너희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존재이다!!"

-

"네 녀석이 신이라도 된단 말이냐!!"

"후후후훗. 정녕 죽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수니건!"

지크프리드의 말에 수니건이 의원들의 앞으로 걸어왔다. 의원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심박수가 증가하고 몸이 떨리고 있었다.

수니건의 인상만봐도 모두들 공포에 질려버렸다. 너무 살벌한 순간이었다.

그때 수니건을 향해 로드 베아트리체가 걸어나왔다. 이미 미얀이 전투 모드로 전환시켜둔 상태였다. 로드 베아트리체는 수니건을 향해 달려들었다.

수니건은 진짜 베아트리체와 혼동하여 맨주먹으로 로드를 후려쳤다. 동시에 주먹이 으깨지며 비명을 질렀다. 바로 베아트리체의 발차기가 수니건을 향해 튀어나왔다. 수니건은 쉐도우와 접속한 후 뒤로 뛰어 올라 공격을 피하고는 그대로 수인을 맺었다. 그의 수인에서는 어벤져가 튀어나왔다.

로드 베아트리체와 수니건의 대결을 지켜보던 의원들은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로드 베아트리체의 허리 반쪽이 어벤져로 인해 그대로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은연중에 로드 베아트리체에게 기대를 품고 있던 의원들은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수니건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의원들을 향해 걸어왔다.

의원들은 모두들 의연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앉았다. 죽음.

모두 두려웠지만 한 도시를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들은 비굴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건 에리네와 미얀도 마찬가지였다. 에리네는 미얀을 보고 미소지었으며 미얀 역시 따스한 미소로 대답했다.

한편. 티탄시 시청 지하 벙커.

코로니스와 8대의 로드가 서로 뒤엉켜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워낙 코로니스의 가오그가 거대해 어른과 아이들의 싸움처럼 보였지만 실제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코로니스의 검술도 꽤나 뛰어난 편이었지만 로드들은 그의 검에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았다. 그만큼 강력한 합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코로니스는 한 로드의 주먹을 피하고는 그대로 녀석의 허릴 갈랐다. 하지만 금속 마찰음만 나고 녀석은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 워낙 수적인 차이가 많아 코로니스는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도. 도대체. 저 녀석들의 팔 다리를 어떻게 자른거야!!"

코로니스는 아무리 적을 후려갈겨도 쇠덩어리를 망치로 때리는 듯한 기분만 들었다. 그때였다. 한 로드의 주먹에 맞은 코로니스는 뒤로 몇발자국 밀리며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젠장. 이런 녀석들을 어떻게 이겨!!!"

-

"코. 코로니스!!! 아까. 내 부하들이 녀석들의 팔을 벤 것은 그들의 검 때문이네!!"

"거. 검?"

마테리온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한 검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바. 바로 저거야!! 난 재단에 대항하기 위해 남몰래 병기를 많이 만들어봤지. 바로 저 검도 그 중 하나야!! 애더먼트란 금속을 사용해서 만든 검이지!!"

-

"애더먼트?"

"어쨌든. 어서 저 검을 주워서 싸우게!!!"

마테리온의 외침에 코로니스는 자신이 들고 있던 T-blade를 한 녀석에게 던지고는 바닥에 떨어진 애더먼트 검을 들었다.

T-blade 보다는 약간 무게감이 더 느껴졌지만 웬지 더욱 예리하게 보였다.

잠시 검을 살피고 있는 사이 한 로드가 그의 뒤에서 주먹질을 했다. 무방비 상태의 코로니스가 위험해진 것을 본 이카루스가 소리치며 매너 포스를 사용했다.

"조심해요!! 코로니스!"

이카루스는 상대가 의지를 가지지 못한 로보로이드임을 알고는 녀석의 몸에 직접적인 매너 포스를 가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워낙 무게가 나가는 녀석들이라 들 수는 없었고 움직이지 못하게만 만들었다. 코로니스는 상대가 갑자기 멈추자 기회를 포착하고는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시기기깅!!!'

마치 전기톱으로 쇠를 자르는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녀석의 허리가 반정도 잘려나갔다. 코로니스는 온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남은 허리까지도 잘려나가 버렸다.

"오. 저. 정말 놀라운 금속인데!!!"

-

"조. 조심하게!!"

'퍽!!!'

코로니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두 녀석이 협공을 가해 코로 니스의 가오그를 쳤다. 3중 장갑으로 이뤄진 코로니스의 거대 가오그는 그 공격으로 3차 장갑이 파손되어 떨어져 나갔다.

로드들도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코로니스는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공격을 해 나갔다.

간간히 이카루스의 도움을 받으며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워낙 강력한 검이라 티라늄 합금으로 만들어진 로보로이드들도 꼼짝 못하고 당하고 있었다.

한 녀석의 양팔을 잘라낸 코로니스는 한 녀석을 수직으로 베고는 돌면서 한 녀석의 허릴 갈랐다. 그리고 또 다른 녀석의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그렇게 되니 몸이 성한 녀석은 단 한 녀석뿐이었다. 코로니스는 그대로 달려가 녀석의 가슴팍에 검을 꽂으려 했다.

그때였다. 허리가 잘려버린 한 녀석의 상반신이 가오그의 다릴 걸어 넘어뜨린 것이다.

동시에 앞에 있던 로드가 가오그의 머리통을 발로 걷어찼다.

아무리 강력한 가오그지만 티라늄 합금으로 만들어진 로드의 발차기에 뒤로 붕 떴다가 바닥에 처박혔다. 가오그의 머리부분이 움푹 들어간 것이 코로니스도 다친 것 같았다.

이카루스는 코로니스의 이름을 외치면서 그에게 달려갔다.

코로니스는 정신을 못차리는지 마지막 남은 한 녀석과 아직 움직이는 부상당한 녀석들이 다가오는데도 움직일 생각을 안하고 있었다.

아무리 배짱 두둑한 마테리온이라도 지금은 간이 콩알만해질 수밖에 없었다. 상반신 남은 로드가 쓰러져 있는 가오그의 두 다리를 붙잡았다. 또 한 부상당한 녀석은 남아 있는 팔로 가오그의 검을 든 팔을 붙잡았으며 죽기 직전인 한 녀석은 쓰러져 있는 가오그의 배 위로 올라타기 시작했다.

이카루스는 그들을 막기 위해 매너 포스를 집중하려 했지만 그녀가 막기에 적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그녀는 다가가지도 못하고 멀리서 발만 동동 굴렀다.

그때 코로니스가 정신을 차렸는지 일어서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의 가오그 위에 타고 있던 녀석과 다른 녀석들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때 마지막 남은 로드가 코로니스의 가오그의 흉부를 잡고 들어올리는게 아닌가!!! 아무리 가오그를 잘 만들었다고는 해도 저런 괴력을 가진 로드가 그렇게하니 투둑. 투둑하는 소리와 함께 흉부장갑이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이카루스는 당황스러워 어쩔 줄을 몰라했다. 도울 수 있는것이 뭐가 있을까? 그때 그녀의 눈에 바닥에 떨어져 있는 또 한 개의 애더먼트 검이 들어왔다. 그녀는 그 검을 들어올려 흉부장갑을 뜯고 있는 녀석을 향해 최고 속도로 돌진시켰다.

'시우우. 푹!!!!'

얼마나 강하고 예리한 검이란 말인가. 그나마 가장 성한 몸을 가지고 있던 녀석마저도 애더먼트 검에 가슴을 찔리고 말았다. 하지만 녀석은 가슴을 검이 뚫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흉부 장갑을 뜯어내고 있었다.

조금 더 뜯어내면 탑승석이 드러날 지경이었다. 그때였다.

검을 들고 있지 않아 자유로웠던 코로니스의 왼팔이 녀석의 몸에 박힌 검을 후려친 것이 아닌가??

가오그의 왼팔이 잘리면서 동시에 녀석의 몸도 잘라져 바닥을 뒹굴었다. 코로니스는 녀석을 떨쳐낸 후에 가오그에 붙어 달린 녀석들을 하나씩 처리하기 시작했다.

간신히 일어선 코로니스는 애더먼트 검으로 움직이는 로드는 무조건 공격했다. 더 이상 움직이는 녀석이 없을 때까지.

"코. 코로니스.!! 이. 이제 됐어요. 멈춰요!"

-

"하아. 하아."

코로니스는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보고는 로드의 잔해로부터 멀리 떨어졌다. 그리곤 가오그의 상체를 들어올려 밖으로 굴러 떨어지듯 내려왔다. 그의 머리는 아까 그 공격으로 찢어 졌는지 깨졌는지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코. 코로니스. 괜찮아요???"

-

"하아. 하아. 피 때문에 앞이 안보여요. 헤헷."

"잠깐 기다려요. 내가."

'철컥!!! 지이이잉!!!'

그 소리에 이카루스와 코로니스는 깜짝 놀랐다. 그 소리는 로이안 리플이 장전되는 소리가 아닌가. 둘은 동시에 뒤를 돌아 마테리온을 바라봤다. 역시나 그들의 생각대로 그 소린 마테리온이 로이안 리플을 그들에게 겨누는 소리였던 것이다.

"마. 마테리온!!"

-

"하하핫. 겨. 결국. 해치웠군. 모두 해치웠어. 난 자네가 해낼 줄 알았지.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군."

"이게 무슨 짓입니까!!"

-

"아. 이거? 그냥. 자네가 날 죽일까봐서 방어차원에서 이러고 있는거야."

마테리온은 충혈된 눈으로 그렇게 말했다. 로이안 리플을 들고 있던 팔이 약간씩 떨리고 있었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기분이 좋아져서 그런 것인가.?

"당신은. 정말. 더러운 인간이로군요."

-

"후훗. 어쩔 수 없어!! 너희들 손에 죽고 싶진 않으니까!"

"우릴 죽인다고 소용 있을 것 같아요? 이미 당신이 그런 일을 저지른 악마란 것을 모두가 알고 있어요!! 체인 뉴클리어 디바이스로 티탄시를 불바다로 만들려고 했잖아요!! 당신 인생은 끝났어요!!"

이카루스는 마테리온의 야비한 모습에 치를 떨면서 소리쳤다.

하지만 마테리온은 그런 것에 전혀 동요되지 않는 듯 더욱 침착함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그래. 나도 내가 끝났다는 것쯤은 잘 알아. 후후훗."

-

"그럼. 이렇게 하는게 무슨 소용이지? 마테리온!"

코로니스의 말에 마테리온은 기다리던 질문이 나왔는지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하는게 무슨 소용일까. 후후훗. 만약. 티탄시가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내 죄를 아는 자가 있을까?"

-

"무. 무슨 소리냐!!"

"후훗. 걱정하지마. 이곳은 안전해. 내가 이곳을 만들었던것은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예상했기 때문이지."

-

"미. 미쳤군요. 당신은 미쳤어요!!"

"하하핫. 맞아!! 난 미칠 정도로 머리가 좋아!! 체인 뉴클리어 디바이스는 내가 직접 개발한 무기다. 물론 신의 유적에서 발굴한 유물이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

"유. 유물??"

"참. 신기하더군. 물론 고대문자를 해석하기는 참 어려웠지만.

우린 끝내 해낼 수 있었지. 난 그 무기를 다른 종족이나 재단 녀석들에게만 사용하려고 생각했었다. 이렇게 될 줄은 솔직히 나도 몰랐어."

-

"그런."

"걱정마. 너희들은 죽이지 않는다. 좋은 구경을 시켜주지.

거대한 버섯구름이 하늘로 치솟는 아름다운 광경을. 하하핫."

마테리온은 그렇게 말하고는 이카루스와 코로니스를 경계하며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문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카루스는 마테리온 모르게 코로니스의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다. 워낙 코로 니스의 상처가 심해서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행인 것은 머리가 피로 범벅이 되어 상처를 치료해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란 것이다.

마테리온은 아래층으로 향하는 문 앞에서 멈추더니 코로니스와 이카루스에게 손짓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라는 뜻이었다. 코로 니스는 이카루스에게 부축을 받는 척 하면서 아래층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카루스는 일부러 마테리온의 경계를 풀기 위해 말을 걸었다.

"어째서. 신의 유적에 그런 유물이 있었던 거에요?"

-

"나도 잘은 모른다. 신에 대해선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아.

하지만. 이렇게 추측할 수는 있었지. 신들은 엄청난 과학력을 가진 또 하나의 종족이라고. 어쩌면 외계인일 수도 있고.

그들의 과학력은 정말 대단했다. 애더먼트란 금속도 유적에서 발굴한 한 금속을 연구하다가 만들어낸 것이야!"

"왜. 그 유물들을 당신이 가지고 있는거죠?"

-

"왜냐면. 그 유적을 내가 발견했으니까."

"발견. 하다니 무슨 소리죠?"

-

"하하핫. 정말 천운이었지. 그 유적을 발견한 것은. 내가 오늘날 전 종족의 지배자가 되려고 했던 것은 바로 그 유적을 발견한 그 순간부터였다. 혹시. 너희들은 이 대륙말고 다른 대륙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해봤나?"

마테리온은 아래층으로 다 내려오자 코로니스와 이카루스를 한쪽 구석에 세워놓고는 그렇게 물었다. 마테리온은 상당히 유적에 대한 이야기를 재밌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그런 생각은 한번도 하지 않았었는데요."

-

"후훗. 그렇지.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그런 의심을 못하게 되어 있으니까."

"그. 그게 무슨 소리냐?"

-

"물론. 나도 그 유적을 발굴한 후에 안 사실이다. 나 역시도 이 세상에 대륙은 오로지 이 비르수 라 드뮨 대륙 하나만 존재한다고 믿어 왔다. 하지만 왠지 바깥 세상으로 나가고 싶더군.

뤼캐브린 해협. 난 뭔가를 찾고 싶었다. 아마. 섬 정도였겠지.

하지만 섬보다도 더욱 엄청난 것을 발견했다. 바로. 신의 유적이지.

고대어로 비르수 라 페르테라는."

"......."

-

"그곳에서 난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신들이 세상을 다시 재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 대륙 하나만을 택해 주변 세상으로부터 봉인하였고 인간들은 그 사실을 의심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된 것이지. 그런 것보다도 과학분야에서 엄청난 지식을 습득하게 되었다.

그런 지식들은 재단의 것을 훨씬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그런 야망을 가지게 되었군."

-

"후훗. 그래. 신의 무기만 만들어낼 수 있다면. 세상은 모두 내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쳇."

-

"좋아. 잘 봐두라구. 이런 구경은 흔치 않은 것이니까."

마테리온은 코로니스의 비웃음을 뒤로 한 채 거대한 기계를 향해 다가갔다. 스크린이 7개가 전방에 위치해있고 그 밑으로 생전 보지 못한 수많은 기계들이 저절로 움직이는 듯 번쩍거리며 기계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마테리온은 기계를 바라보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기계장치를 만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7개의 화면에서 동시에 체인 뉴클리어 디바이스의 모습이 비춰지기 시작했다.

"무. 무슨 짓이냐!!"

-

"티탄시만 박살내면 분에 안 찬다."

"미. 미친!!"

-

"하하하핫. 뭐? 다른 종족하고 힘을 합친다구!! 하하하핫.

다 죽여버리겠어!!"

마테리온은 정말 실성한 인간처럼 마구 웃더니 기계를 계속해서 만지기 시작했다. 코로니스와 이카루스는 그런 그의 모습에 치를 떨며 화면을 주시했다. 화면에서는 신의 무기를 발사하기 위한 카운트다운을 하기 시작했다. 5분 후였다.

"하하하. 다 죽는거야!! 모두!!"

마테리온의 웃음소리가 공간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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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 벌써 2시넹...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다음편부터입니당 ^^;

신과의 전투를 위한 잠시 시간 끌기 작전입니당 --;; 이제 셤이 끝났네용.... 아웅 잘은 못봤지만 끝나서 너무 기분 좋습니당~ ^^앞으루 다섯편 남았습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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