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119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119
[기가 슬렌더] -73- 드라시안(바쿠듀므 란케의 권능.) -드라시안(바쿠듀므 란케의
권능)-
조력단의 힘을 등에 업은 흑풍 혈마단이 쟈칼 일행을 향해 돌진했다. 그들의 숫자는 열두명이었는데 문제는 수보다도 그들의 능력이 평소보다 몇배 이상 강해져 있다는 것이었다.
쟈칼일행들도 모두 쉐도우와 접속한 상태였기에 곧 적들과 공방이 시작되었다. 쟈칼과 르부뤽,마타 륭,락켄신은 헤켈을 이끄는 켄들이다.
그런 그들에게 흑풍 혈마단 녀석들은 상대가 될 수 없었다.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지금 흑풍 혈마단원들은 이미 예전 실력을 초월한 상태였기에 아무리 켄이었지만 한 명당 두 녀석의 공격에 밀리고 있었다.
게다가 로레타는 주작 마참대의 수장이었음에도 적들 중 한 녀석과 대등하게 겨루고 있을 정도였다. 칼잡이가 아니었던 펜 타고니와 파인리히는 뒤로 물러서서 그들을 도와 공격을 시도했다.
거의 2:1 이었던 싸움은 점점 쟈칼 일행들이 불리하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녀석들의 공격력과 방어력이 얼마나 강해졌던지 맨 공격이었는데도 검기를 사용한 공격과 맞먹는 파워를 냈던 것이다.
게다가 방어력도 어찌나 강하던지 검기를 사용할 줄 아는 쟈칼 일행의 공격에 작은 생채기만 날 뿐이었다.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다.
파인리히는 자신의 볼캔샤이어를 소환하여 흑풍 혈마단 헤켈을 공격했다. 하지만 그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하던 볼캔샤이어마저도 그들의 쉐도우 앞에선 작은 불씨에 불과했다.
"이. 이걸 어쩌죠?"
-
"나. 나도 잘 모르겠어요."
펜 타고니는 자신의 메이딩 바쿰에 정통으로 맞은 헤켈이 약간의 부상만 입고 다시 일어서는 것을 보고 놀라며 대답했다. 정말 엄청난 방어력이었던 것이다.
쟈칼은 자신의 머리를 수직으로 베려는 한 녀석의 검을 피한 후 녀석의 허리를 베며 외쳤다.
"격룡파(激龍破)!!"
마치 해일이 일어나듯이 상대의 몸을 검기가 강타했다.
하지만 두부처럼 잘릴 것 같던 녀석의 몸에 검은 퉁겨져 나왔다. 쟈칼은 당황하였지만 그대로 뒤로 돌아가 뒤에서 녀석을 찔렀다. 힘이 실린 찌르기 공격이었지만 마찬가지로 녀석의 쉐도우에 맞고 옆으로 비껴나가고 말았다.
"이런!!!"
그건 다른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마타 륭은 자신의 거대한 애검 륭혼검을 미친 듯이 휘둘렀지만 상대는 맞고 휘청거릴 뿐이었다. 그것도 마타 륭의 괴력 때문에 휘청거린 것이었지.
다른 르부뤽이나 락켄신이 휘두른 검에는 그러지도 않았다.
락켄신 역시 묵룡도를 땅에 꽂고는 그대로 달려가며 음상영렬을 구사했다. 하지만 그 예리하던 묵룡도도 상대를 베지 못하고 미끄러져 버렸다. 르부뤽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입방정 잘떨고 잘난체 하는 그였지만 지금만큼은 진지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만큼 상대의 실력이 엄청났다.
로레타는 그녀의 놀라운 검에 대한 센스로 상대의 허점을 공략해봤지만 그것만으론 생채기조차도 생기지 않았다.
수적으로 부족했던 일행들은 점점 지쳐가기 시작했다.
"이. 이런. 펜 타고니.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 "상대의. 방어력이 워낙 강하다보니. "
"방어력. 방어력. 아!!! 그렇군요!!"
-
"왜그래요?"
파인리히는 펜 타고니의 말에 힌트를 얻었는지 전투를 벌이고 있는 곳에서 약간 옆으로 달려가더니 양손을 앞으로 벌리고 크리스탈 볼을 내밀며 말했다.
"디바이딩 미케노스!!!!"
순간 그의 크리스탈 볼에서 거대한 원이 생기더니 수많은 미케노스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거의 100여마리나 되는 엄청난 수의 미케노스들이었다.
파인리히의 실력도 전보다 향상되었던 것이다. 그 미케노스들은 일제히 뒤에서 흑풍 혈마단을 돕고 있던 조력단을 향해 돌진했다.
그 모습에 펜 타고니는 크게 깨닫는 바가 있던지 그녀 역시 매너 포스를 집중했다.
미케노스들이 조력단을 강타하기 시작하자 순간 조력단 진영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들 역시 방어력이 상승한 상태였기 때문에 미케노스로부터 큰 부상은 당하지 않을 수 있었지만 흑풍 혈마단으로 보내던 힘은 끊어졌던 것이다.
그와 동시에 쟈칼 일행들의 검이 흑풍 혈마단원들을 베기 시작했다.
펜 타고니는 모은 매너 포스를 일제히 방출하며 그녀 역시 흑풍 혈마단원들을 공격했다. 아까는 통하지 않던 공격이 지금은 모두 통했다.
조력단이 정신을 차렸을 무렵에는 더 이상 서 있는 혈마단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 짧은 순간에 그들을 모두 쓰러뜨렸던 것이다. 파인리히의 작전은 대 성공이었다.
드라시안은 자신의 부하들이 모두 쓰러져버리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이 없다면 더 이상 조력단도 쓸모 없지 않은가. 드라시안은 조력단을 물린 후에 앞으로 걸어나왔다.
"같은 동족을 죽이다니. 너희들의 정의란게 이런거냐?"
-
"......"
"저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전사들이다. 그런 그들을 모두 죽이다니. 후훗. 너희나 기가스나 뭐가 다르지?"
쟈칼 일행들은 드라시안의 일격에 주춤거릴 수밖에 없었다.
오로지 싸우는데 정신이 팔려 그런 것은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다. 아니. 저. 정말. 어떻게. 그것을 전혀 생각해보지 못할 수가 있지.? 그들은 모두 자신에게 그렇게 질문하고 있었다.
정말.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자들이 아닌가. 단지 드라시안의 명령에 따라 자신들을 공격한 것인데. 자신들은 그들을 모조리 죽이고야 말았다.
과연 잘한 것인가? 드라시안은 지금 그것을 따지고 있었던 것이다.
"후훗. 나도 죽이지 그래? 어서 죽여라. 난 기가스의 잘못을 알고 있고 나의 잘못도 잘 알고 있다. 이런 나라면 쉽게 죽일 수 있겠지. 안 그래? 너희들은 위선자잖아. 어때.? 나도 죽여!
어서!!"
-
"드. 드라시안!!"
순간 쟈칼 일행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가치관의 혼돈을 불러일으킨 드라시안의 말은 그들의 머리를 온통 새하얗게 만들고 있었다. 심지어 인간이었던 파인리히도 흑풍 혈마단을 죽인 자신과 유희를 즐기기 위해 전쟁을 벌인 기가스나 뭐가 다를까 고민하게 되었다.
그때 쟈칼이 버벅거리면서 말했다.
"우. 우린. 어쩔 수 없었어. 우린."
-
"후훗. 겨우 그런 식으로 일을 무마하려 하는군. 어쩔 수 없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해. 조력단의 힘이 사라졌을 때 너희들은 그들을 죽이지 않고도 제압할 수 있었어. 그런데도 너희는 그들을 무참히 죽여버렸지. 그래. 안 그랬다면. 너희들이 위험했을 테니까. 뭐. 굳이 이해해 달라면 이해해줄 수도 있어.
하지만 내가 이해한다고 너희들이 지은 죄가 달라질까?"
"......"
쟈칼 일행은 순간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들의 뇌리엔 그동안 수많은 인간을 도륙했던 장면이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무고한 생명. 단지 다른 종족이란 그 하나의 이유 때문에 그들을 죽였었다. 지금. 단지 살기 위해라는 하나의 이유 때문에 저들을 죽이고 말았다. 그때와 지금. 뭐가 다른 것이지?
쟈칼,마타 륭,락켄신,펜 타고니,로레타는 순간적으로 자신들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는 전혀 죄책감같은 것이 없었지 않은가. 하지만 지금은 그때의 죄책감까지 두겹,세겹으로 합쳐져 둘러싸여진 느낌이었다.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이 죄를 무슨 수로 갚는단 말인가.
지금껏 살아온 인생이 고작 그런 죄를 짓기 위해서란 말인가? 자신들의 목숨이 과연 존중받을 가치가 있을까? 모두들 회의에 빠져 정신을 못 차렸다. 심지어 죄책감으로 자살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때 르부뤽이 손가락을 흔들면서 말했다.
"드라시안. 나 위대하시고 지고하신 지존님께서 한 마디 하겠어."
-
"후훗. 무고한 이들을 죽여놓고 발뺌하시겠다?"
"발뺌이라. 어감이 좋지 않군. 우리가 그들을 죽인 죄는 인정하겠어. 하지만 그렇다고 뭐가 달라지지?"
-
"뭐?"
"우리가 그들을 죽였어. 그래. 우리가 죽였다구. 무고한 생명을 죽였지. 그런데 뭐가 달라질까?"
-
"너희들은 생명의 고귀함을 떠드는 녀석들이 아니더냐!!"
"그래. 그들의 생명은 고귀해. 그 고귀한 생명을 우리가 죽였지.
그래. 우리가 죽였어. 그렇다고 우리가 지금 자살이라도 해줄까?
그들에게 <아이고. 죽여서 미안하군요. 미안해서 자살하렵니다.
자살할 테니 용서해주십시오>라고 할까? 아니. 우린 분명 잘못했지만 네가 생각한 것처럼 되지는 않을거야."
-
"......"
르부뤽은 잠시 생각하고는 머릴 긁으면서 말했다.
"넌 우리들의 죄책감을 부추겨서 우리가 혼돈에 빠지길 바라는것 같은데? 네 생각은 틀렸어. 안 그래? 마타 륭?"
-
"그. 그래. 후우.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가 저 녀석의 최면에 빠져들었던 것 같군. 나. 르부뤽의 말대로 정말 죽고 싶은 기분이었어. 죄책감 때문에 미칠 뻔했다구."
르부뤽의 질문에 마타 륭이 다소 안정을 되찾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락켄신도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옆에 있던 쟈칼이 입을 열었다.
"그래. 르부뤽 말이 맞아. 우린 분명 죄를 지었다. 그동안 지은 죄에 비하면 별것 아닐지 모르지만. 우린 틀림없는 죄를 지은거야. 언젠가는 마땅히 처벌받아야겠지. 하지만 드라시안.
네 소원대로 지금 자살해서 처벌받을 수는 없어."
쟈칼의 말에 드라시안의 표정이 굳어졌다. 사실 마타 륭의 말대로 드라시안은 쟈칼 일행에게 최면을 걸었던 것이다.
죄책감이란 매개로 하여 자살을 유도하도록 말이다. 과거의 그들이라면 그것에 쉽게 빠지지 않았겠지만. 달라진 지금의 그들이었기에 그런 최면에 쉽게 빠졌던 것이다. 드라시안이 실수한 것이라곤. 희대의 황제병 환자 르부뤽을 계산에 넣지 못했던 것이다. 그 녀석이 죄책감 때문에 자살할 녀석이란 말인가?
아니. 절대 그렇지 않을 녀석이다. 어쩌면 흑풍 혈마단원들의 죽음을 위대하신 지존 르부뤽님의 영움담을 위한 희생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 --;
어쨌든 르부뤽의 말대로 일행들은 다시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쟈칼은 죽어 있는 12구의 시체를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너희들의 영혼이 좋은 곳으로 당도하기를. 내세에서는 너희들에 대한 내 죄를 갚을 수 있기를."
쟈칼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숙여 그들을 애도했다. 파인리히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고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고는 드라시안에게 말했다.
"당신이 졌다. 우린 당신이 생각한 그런 나약한 정신상태를 가진 녀석들이 아니라구. 자아. 이제 당신차례인데. 아까 당신 한 말 유효한거야?"
-
"무. 무슨 말?"
"죽여달라며? 소원대로 해줘야지. 후훗."
-
"하하하핫. 아직 주제를 모르는구나. 난 신의 권능을 등에 업은 대신관이다. 그런 날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느냐? 너희들이 한 호크 덤벼와도 날 이길 수 없어!!"
"그건 해보면 알겠지."
쟈칼은 그렇게 말하고는 앞으로 달려나갔다. 자기는 더 나쁜 녀석이면서 남의 죄책감을 자극하다니. 쟈칼은 그렇게 생각하며 검을 휘둘렀다. 르부뤽과 마타 륭,락켄신도 공격을 시도했다.
로레타는 다소 지쳤는지 뒤에서 잠시 쉬고 있었고 펜 타고니도 매너 포스를 집중했다.
파인리히는 드라시안을 향해 볼캔샤이어를 구사했다. 드라시안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괴물 생명체를 한번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러자 볼캔샤이어가 수증기처럼 증발해 사라져버리는게 아닌가.
"뭐야???"
드라시안은 볼캔샤이어를 쉽사리 무마시킨 후에 쟈칼의 공격을 회피했다. 엄청나게 빠른 공격이었지만 이상하게 드라시안의 몸에 전혀 닿지를 않았다.
그건 나중에 합류한 르부뤽과 마타 륭, 락켄신도 마찬가지였다. 넷이서 협공을 가하는데도 드라시안의 털끝조차 건드리지 못했던 것이다.
펜 타고니의 메이딩 바쿰도 소용이 없었고 파인리히의 디바이딩 미케노스조차도 녀석을 맞추지 못했다.
"뭐. 뭐야? 도대체. 왜 안 맞는거야? 별로 빠르지도 않은 것 같은데?"
르부뤽은 짜증이 나는지 그렇게 소리치며 검을 휘둘렀다. 그의 말대로 드라시안은 아주 유연한 몸놀림으로 그들의 공격을 모두 피하고 있었던 것이다.
"후훗. 이 정도면.내 방어능력을 보여준 셈이로군. 그럼 공격력을 보여줄 차례군."
드라시안은 그렇게 말하더니 이내 엄청난 속도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쟈칼의 검을 오른쪽으로 피한 드라시안은 쟈칼의 몸을 살짝 건드리나 싶더니 이내 르부뤽을 발로 찼으며 동시에 마타 륭의 가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뒤에 있던 락켄신은 쓰러지는 마타 륭에 깔려버렸으며 쟈칼은 뒤로 나뒹굴었고 르부뤽 역시 뒤로 떠올랐다가 떨어졌다.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쟈칼 일행들은 너무도 황당하여 일어서면서도 자신들이 공격에 당했다는 것을 믿지 못했다.
"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야?"
르부뤽은 자신의 복부에 생긴 상처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만큼 상대의 스피드가 빨랐던 것이다. 도대체. 칼잡이도 아닌 드라시안이 어떻게 4인의 칼잡이를 한 순간에 쓰러뜨린단 말인가.?
"뭘. 어떻게야? 바쿠듀므 란케님의 권능이지. 후훗. 난 그분의 힘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드라시안은 자랑스럽게 그렇게 외친 후에 다시 일행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쟈칼의 검을 백지 한 장 차이로 피한 드라시안은 그대로 쟈칼의 옆구리를 손으로 잡아 당겼다. 그러자 쟈칼의 쉐도우가 그대로 그의 손에 들려 벽에 날아가 부딪혔다.
동시에 르부뤽의 등뒤로 돌아간 그는 르부뤽의 양팔을 붙잡아 뒤로 당긴 후 녀석의 척추를 무릎으로 찍어 올렸다. 르부뤽은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쓰러졌다.
마타 륭은 륭혼검으로 드라시안의 움직임을 예상하여 휘둘렀다. 륭혼검은 워낙 거대한 검이었기에 드라시안이 아무리 빨라도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드라시안은 그 엄청난 륭혼검을 오는 순간 주먹으로 검의 옆면을 가격하여 돌려보내고는 비어 있던 마타 륭의 면상을 후려갈겼다.
그때 락켄신의 흑룡도가 드라시안의 등을 가격했다. 드라시안은 뒤늦게 피하려고 했지만 흑룡도에 검상을 입고 옆으로 몸을 피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락켄신을 보고 말했다.
"쳇. 락켄신. 현무단은 아직도 그렇게 비겁하게 공격을 하나?"
-
"우리의 장점을 이용한 것이지 비겁한 수단을 사용한 것이 아니다."
"우습군."
드라시안은 락켄신을 비웃고는 그의 도를 피하면서 락켄신의 팔을 나꿔챘다. 동시에 그를 땅바닥에 메다꽂았다. 드라시안은 칼잡이 넷이 모두 쓰러져 있음을 확인하고는 손을 털 듯이 부딪힌 후에 그들에게 말했다.
"그분의 권능을 사용하는 나도 못이기는 것들이. 어찌 그분을 이기겠다고 덤비느냐? 무식한 녀석들."
파인리히는 드라시안의 말을 싸늘히 비웃었다.
"권능이라. 참 좋겠군. 정말 위대하신 신을 섬기는 자의 기쁨이겠지. 꼴같지 않은 신앙이로군. 후훗."
-
"뭐라구???"
"그릇된 믿음으로 얻은 능력이 그렇게 자랑스러운가?"
-
"그릇된 믿음이라니!! 무슨 개소리냐!!"
"네가 너희 신에게 어떤 존재일거라 생각하는거냐?"
-
"존재? 난 그분의 충복이다. 오로지 그분만을 믿고 그분만을 따른다. 그러면 됐지. 더 이상 뭐가 더 필요한가?"
"그래. 넌 그에게 오로지 충성하고 목숨 바쳐 따른다. 하지만 그도 너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아니. 그렇지 않을걸? 그 녀석은 그저 자신을 위해 일하는 하나의 도구를 필요로 했을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헤켈 중 하나를 택하였고 그에게 자신의 능력을 약간 주었겠지. 그렇다고 해서 그도 네 녀석이 하는 것처럼 널 위해 어떤 일이든 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바칠 것 같은가? 아니.
웃기는 소리. 그는 단지 널 부려먹고 있는거야. 그것도 즐기기 위한 수단으로."
-
"빌어먹을. 나도 유희에 대해선 알고 있다. 하지만 신들의 유희는 그들이 그런 유희를 즐길만한 존재이기 때문에 가능한거야!! 우린 그냥 그들을 따르면 된다!!"
"그럼. 넌 왜 살지?"
-
"뭐?"
"그들의 유희를 위해 넌 존재하는건가?"
-
"난!!"
"네가 존재하는 것은 누구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 있는 우리 모두는 자기 자신을 위해 삶을 살아가는 이성을 가진 존재들이다. 신을 위해 사는 삶은 진정한 삶이라고 할 수 없어! 자기 자신을 배제한 삶. 오로지 신과 자신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무조건 숭배하고 신앙심을 강요받지. 그런게 너란 존재의 존재감이라고 생각하나? 단지 신이란 존재를 숭배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고 생각하냔 말이다!"
파인리히는 드라시안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릴 질렀다.
쟈칼 일행들은 간신이 일어서서 파인리히의 말을 들었다.
그의 말대로 자신들은 오로지 신을 위해 지금까지 살아왔다.
물론 그 신이 옳지 않음을 깨달아 이곳까지 찾아 왔지만 만약 또 다른 옳은 신이 있다면 그에게 의지하고 그만을 추종하려 했을지도 모르지.
"만약. 아무도 믿지 않는 신이라면. 그것을 신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
"아무도 믿지 않는 신이라면. 그건 신이 아니다."
"그래. 네 말대로 추종자가 없는 신은 신이라고 할 수 없지.
하지만. 그런 순수한 사랑의 추종과 너같은 맹신은 다른 것이다.
자기 자신을 잃어가면서까지 신을 섬긴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포기한다는 뜻밖에 되지 못한다. 다시 말해서 넌 너 자신을 포기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거다. 단지 신의 충복이라 자신을 위로하며. 그의 권능을 사용할 줄 안다고 으스대며. 단지 그것뿐인 것이다. 넌 껍데기뿐이다."
-
"아. 아니야. 신을 믿고 따르는게 뭐가 잘못이지. 난. 그저.
그저 시키는대로 했을 뿐이야. 난."
"너에게 잘못이 있다면. 모든 것을 신에게 의지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널 유희의 도구라고 생각하는 쓰레기 같은 신한테."
-
"도구."
"너의 정체성을 되찾아라. 건전한 신앙심이란 그런 것이 아니야.
신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하려는 것은 올바른 생각이 아니다. 너의 의지는 바로 너의 존재이고 그런 의지로 하여금 스스로 일어설 줄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신을 믿기 전에 너 자신부터 믿고 따라라."
-
"......"
드라시안은 파인리히의 말에 뭔가 크게 와닿는 것이 있음을 깨달았다. 맹신. 자신은 무조건적으로 바쿠듀므 란케를 따르고 추종했다.
그의 신앙은 절대적인 것이었다. 그것은 다른 켄들도 다른 현자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잘못된 신을 믿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반해 자신은 신의 잘못을 알면서도 자신이 추종하는 신이었기에 무조건 그를 믿고 따랐다.
잘못된 믿음이었던 것이다.
드라시안은 순간 바쿠듀므 란케에 대한 의심이 생겼다. 그것은 곧 그의 신앙심의 파괴였고 맹신의 허울을 벗어 던진 것이었다.
"너희들의 말이 옳다. 난 지금껏 눈을 가린 채 세상을 바라봤다.
신이 만들어 놓은 세상은 눈을 가린 상태에서도 밝고 아름다웠지.
하지만 그건 진실이 아니었다. 너희들의 말처럼. 이제 눈가리개를 풀고 나의 눈으로. 내 눈으로 직접 세상을 바라볼 것이다."
순간 드라시안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던 이상한 기운은 사라져버렸다. 신의 권능이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그 모습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지었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박수를 치며 앞으로 걸어나왔다. 그 모습을 보고 모두들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인간 꼬마애가 아닌가?
"뭐. 뭐야? 카. 카에살레아인가?"
-
"후훗. 동생 이름을 아는 것보니. 역시 녀석의 짓인가보군. 설마 했더니."
"동생???"
-
"내가 바로 카발리에레다."
꼬마의 말이 끝나자 모두들 긴장하기 시작했다. 카에살레아에게 기가스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들었지만 설마 저런 모습일 줄은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가장 충격이 컸던 자는 바로 드라시안이었다.
자신이 맹신하던 신이 인간이었다니.
"후훗. 정말. 기묘하군. 내가 만들어낸 창조물로 하여금 날 죽이시겠다? 아무리 전보다 내 힘이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쉽게 당할성 싶은가?"
카발리에레는 마치 카에살레아에게 말하듯 소리쳤다.
그는 곧 미소를 지우고 온 힘을 집중했다. 그러자 광포한 기운이 그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드라시안은 아직도 자신의 눈을 믿지 못하는 듯 카발리에레를 향해 다가갔다.
"가지마!! 드라시안!!"
쟈칼의 외침에도 드라시안은 계속 다가갔다. 카발리에레는 자신에 대한 믿음을 의심으로 바꾼 드라시안에게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카발리에레의 몸으로부터 알 수 없는 광선이 뿜어져 나갔다.
드라시안은 자신을 공격하는 자신의 신을 믿지 못하는 눈길로 바라보다가 정통으로 광선에 맞을 뻔했다. 누군가 드라시안을 뒤에서 덮쳐 피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신의 권능을 잃은 드라시안은 이제 일개 보통 헤켈에 불과했다.
"인간!"
드라시안을 구한 것은 파인리히였다. 파인리히는 드라시안을 일으켜 세운 후 말했다.
"이제 올바른 길을 찾아라."
-
"어. 어째서. 날 구한 것이냐?"
"이제 겨우 새로운 세상에 눈뜬 널 죽게 내버려둔다면 그 깨달음을 준 것이 소용없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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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후훗. 그래. 알겠다. 하지만 난 도움이 되지 못해.
신의 권능이 사라진 지금 난 보통 헤켈에 불과하다."
"알아. 이곳에서 빠져나가라. 아직 눈을 뜨지 못한 헤켈들에게 진실을 말해주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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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알겠다."
드라시안은 파인리히에게 목례를 한 후 그곳을 빠져나갔다.
그가 있어봐야 전혀 도움될 것은 없었던 것이다. 파인리히는 옷을 터는 시늉을 하고는 카발리에레를 가리켰다.
"아무도 믿지 않는 신은 신이 아니다."
파인리히의 말에 카발리에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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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 졸려서 그만 자야겠습니당... ㅜ.ㅜ 오늘은 정말 피곤하네요. 셤을 오후 늦게 보기때문에 집에 오면 녹초가 되어 있습니당. 코멘트 남겨주시는 독자님들 정말 감사하구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