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가슬렌더-113화 (113/120)

제 목: 118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118

[기가 슬렌더] -72- 쏘레노드(스캇의 최후.) -쏘레노드(스캇의 최후.)-3개의 전사 배틀 길드가 총공세를 펼쳐 다가오고 있었다.

일행들은 싸우지도 그렇다고 도망치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스캇의 명령에 아무것도 모르고 덤벼드는 그들을 어떻게 죽인단 말인가.

"젠장. 무슨 결단이 필요하다구!!"

-

"그. 그냥 저들을 죽이지 않고 가면 안될까?"

"무슨 소리야? 락토니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

"말이 안되나."

"우린. 더 큰 사명이 있어. 파리나타! 작은 희생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구!!"

휘페리언은 답답한지 파리나타에게 그렇게 소리쳤다. 답답한 심정은 파리나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그들을 모두 죽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들이 한때 그의 부하였다고해서하는 말은 절대로 아니었다. 파리나타는 고개를 저으며 인간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자 카인이 입을 열었다.

"제 생각도 파리나타의 생각과 같습니다. 어떤 일이 죄가 되는지 모르고 저지른다면 그건 죄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카인!! 그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오. 누굴 죽이는게 죄인지 모르고 사람을 죽였다고 칩시다. 그게 정말 죄가 아니란 말이오?"

"그. 그 경우엔."

-

"파리나타. 어쩔 수 없어. 그냥 공격하자.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당하게 돼!!"

휘페리언은 점점 더 거리가 좁혀지는 적들을 바라보며 초조한 듯 언성을 높여 말했다. 파리나타는 무척 고민하는 듯 보였다. 그때 옆에 있던 아크바레이가 입을 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죄를 저지른 것은 그 자체로 죄가 될 수 있지만 그것이 죄인지 모르고 했으므로 어느 정도 정상 참작이 될겁니다. 지금 우리 현실을 생각합시다. 저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우릴 공격하고 있습니다. 단지 스캇이란 자의 명령에 따라서 말이죠. 하지만 우린 그들을 공격할 수 없습니다."

-

"그. 그건 왜요? 당신 말대로 아무것도 모르고 저질러도 죄는 죄 아니오?"

"우린 그들 또한 피해자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저들을 공격하게 된다면 우린 알고도 죄를 저지르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입니다."

-

"이런. 젠장. 뭐가 이리 복잡해. 저들은 우릴 죽이려고 하는데 그냥 넋놓고 죽으라구? 정당방위란 말도 있잖아!!"

"그만해!!!!!"

아크바레이와 휘페리언의 언쟁에 락토니즈가 소리질렀다.

그는 그 둘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난 법이 뭐고 너희들이 말하는게 무슨 소린지도 이해 못하겠어. 하지만 우리들의 마음보다 법이 중요할까? 난 저들을 죽이고 싶지 않아!! 난 그냥 내 마음대로 할래!!"

-

"락토니즈."

"휘페리언. 락토니즈의 말대로야. 우린 무고한 생명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냐?"

-

"파리나타. 젠장. 그래. 너희들 말이 맞아. 하지만 난 좀 더 현실적이라구. 우리가 봐준다고 해서 저쪽도 <옳타구나!>

하고 봐주지 않아."

"걱정하지마. 뭔가 방법이 있겠지."

파리나타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의 최상급 크리에이쳐인 드라쿤을 소환했다. 괴물 드라쿤의 모습에 카인과 아크바레이는 다소 놀랐지만 이미 파인리히의 놀라운 능력을 본 그들이기에 금방 안정을 되찾았다. 파리나타는 일행들에게 말했다.

"드라쿤은 방어만 할거야. 우리도 될 수 있으면 방어만 해야돼. 만약 공격을 한다면 기절시키는 정도로 끝내야 돼."

-

"젠장. 상대는 살수를 쓰는데 기절을 시켜라."

"휘페리언!! 그만 좀 투덜거려!! <광마>라는 별명이 아깝지도 않아? 너 정도 스피드면 기절시키는 것은 우습잖아!!"

-

"그. 그런가. 알았다."

대충 상황이 정리되었는지 모두들 싸울 준비를 했다. 하지만 모두 맨손이었다. 휘페리언이야 원래 수도공격을 잘 사용한다지만 락토니즈는 스토퍼를 카인은 검을 사용했기에 맨손으로 싸우는 것은 상당히 불리할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파리나타는 뒤에서 드라쿤에게 방어할 것을 명령했다. 그리곤 카인과 아크바레이에게 뭔가를 지시했다. 그러자 카인이 다소 놀라면서 말했다.

"정말. 그렇게 되면 저들이 당신의 말을 듣겠습니까?"

-

"말을 듣지 않는다면 그들을 모두 기절시키는 수밖에 없겠지요.

어쨌든 조심하십시오. 뒤에는 소서렌 배틀 길드가 있습니다."

"그건.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아크바레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카인과 함께 어디론가로 뛰어갔다. 드라쿤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세이렌 전사들을 향해 마찬가지로 뛰어갔다. 괴물 드라쿤의 위력을 잘 아는 세이렌 전사들은 드라쿤이 다가오자 약간 속도를 줄이고는 열을 맞춰 싸울 준비를 했다.

드라쿤은 달려가자마자 한 세이렌 녀석을 두 팔로 붙잡고 다른 한 팔로 머리통을 내리쳐서 기절시켰다. 8개의 팔로 전사들의 공격을 하나 하나 무마시키면서 방어를 해나갔다.

하지만 30개체는 굉장히 많은 숫자였다. 그들은 하나같이 정예였기에 드라쿤은 금세 밀릴 수밖에 없었다.

파리나타는 드라쿤이 걱정되었지만 그에게 그들을 죽이도록 시킬 수는 없었다. 드라쿤을 지나쳐온 개체들은 휘페리언과 락토니즈와 맞붙어 싸우기 시작했다.

휘페리언은 광마라는 칭호답게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적들의 공격을 회피하며 하나 하나 천천히 기절시키기 시작했다. 락토니즈 역시 스토퍼를 막는데만 사용하면서 주먹으로 전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들이 대사제였지만 단 둘이서 그 많은 숫자를 막는것은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적들의 한 초, 한 초가 모두 한방에 절명시킬만한 살의를 담은 공격이었기에 휘페리언과 락토니즈는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때 스캇을 향해 다가가던 카인과 아크바레이는 뒤에 있던 소서렌 배틀 길드로부터 공격을 당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크리에이쳐가 카인을 향해 돌격했는데 카인은 쉐도우와 접속하고는 녀석들을 하나씩 베어나갔다.

뒤에서 같이 따라가던 아크바레이 역시 매너 포스를 사용해 다가오는 크리에이쳐들을 공격해 없애버렸다.

스캇은 중,상급 크리에이쳐를 쉽사리 없애고 다가오는 인간들을 비웃고는 자신이 직접 앞으로 나와 크리에이쳐를 소환했다. 바로 쏘레노드였다. 쏘레노드는 소환되자마자 스캇을 바라보고는 그의 힘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스캇은 곤욕스러운 표정을 잠시 지었지만 결코 싫은 표정은 아니었다.

카인은 쏘레노드를 향해 달려갔고 아크바레이는 그런 카인과 자신 주변에 거대한 매너 포스의 장막을 만들어 보호하기 시작했다. 중,상급의 강력한 크리에이쳐들이 그 매너 포스 장막에 부딪혀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아크바레이는 그렇게 카인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에 전력을 쏟았다.

카인은 자신을 향해 주먹을 내뻗는 쏘레노드를 바라보고는 몸이 경직되는 것을 느꼈다.

'어째서. 몸이.'

카인은 개머리 눈과 마주쳤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을 모르고 그대로 주먹에 맞고 뒤로 날아가 버렸다. 어찌나 파워가 세던지 카인이 뒤로 날아가 땅에 쳐박혀 굴렀다.

카인은 순간 방심했다는것을 알고는 몸을 추슬러 일어나 검을 빼어 들었다. 쉐도우와 접속했는데도 이 정도 충격이었는데 만약 그냥 맞았더라면 뼈가 바스러졌을 것이었다.

카인은 쏘레노드의 발차기를 옆으로 피하고는 녀석의 다리를 베었다. 이미 조화경에 든 그의 검은 기에 싸여 쏘레노드의 다리를 무참히 베어버렸다.

카인은 성공했다 싶어 뒤로 약간 물러섰다. 그런데 그때였다. 떨어져버린 다리가 그대로 떠올라 몸에 붙어 버리는게 아닌가.

카인은 놀라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재생이 되는 괴물? 그런 녀석을 무슨 수로 이긴단 말인가.

그때였다. 녀석의 개머리 눈과 카인의 눈이 마주치자 카인은 또 다시 몸에 마비가 왔다.

카인은 순간 녀석의 눈과 마주치면 그렇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 깨달음을 얻기 위해 그는 어깨에 큰 상처를 얻었다. 쏘레노드가 어깨를 쥐어 뜯었던 것이다.

쉐도우같이 강력한 방어도구도 소용없었는지 어깨 살점 한 움큼이 떨어져 나갔다.

카인은 무척 고통스러울 텐데도 내색하지 않고 녀석을 향해 달려갔다. 그는 쏘레노드의 개머리 눈과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눈을 감았다.

이미 자연과 하나가 된 그였기에 눈을 감은 상태에서도 기의 흐름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간파할 수 있었던 것이다. 카인은 낮게 달려가다가 녀석의 공격을 옆으로 피한 후 그대로 검을 휘둘러 개머리를 공격했다.

견두 손오는 화들짝 놀라면서 공격을 피하려고 했지만 카인의 검기에 결국 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매두 래돈은 무사했는지 눈빛이 번쩍이며 떨어져 나갔던 개머리를 다시 붙이는게 아닌가. 카인은 공격이 성공했다 싶어 좋아했는데 머리통마저 복구가 되는 녀석이라니. 그는 고개를 살며시 흔들었다.

진저리가 난다는 표정으로.

(제 3세기 재생력 강하기로 소문난 트롤도 쏘레노드에 비하면 혀깨물고 자살해야 할 것이다. 아. 혀가 재생될테니.

도끼로 이마 까고 자살해야 할 것이다.--;)녀석의 몸이 다시 재생되는 것을 목격한 아크바레이는 카인에게 녀석의 독수리 머리. 나쁘게 말해 새대가리를 공격하라고 외쳤다.

"카인!! 녀.녀석의 새머리가 재생을 시키고 있어!!"

-

"뭐? 그게 사실이야?"

"척보면 알아. 저 새머리를 잘라버려!!"

카인은 아크바레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녀석을 향해 달려갔다. 개머리가 다시 붙어 버렸기에 그는 또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쏘레노드는 생각보다 강력한 상대에 다소 겁을 집어먹었는지 스캇으로부터 더욱 많은 힘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는 악한 크리에이쳐였기에 소환자로부터 얻는 힘의 크기에 비례하여 능력을 발휘했던 것이다.

스캇은 순간 온 몸의 힘이 빠져나가고 있음을 알았다. 간신히 서 있을 힘만 남겨둔 채 모든 힘을 쏘레노드가 빼앗아갔던 것이다. 하지만 스캇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쏘레노드는 스캇의 기운을 왕창 빨아먹고는 포효하기 시작했다. 그의 양팔과 다리의 근육이 두 배는 부풀어오르더니 엄청난 속도로 카인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카인은 갑자기 변화한 상대의 모습에 당황했다. 언뜻 보기에도 스피드와 파워가 두 배는 강화된 듯 보였다.

쏘레노드의 주먹이 카인의 면상을 내질렀다. 카인은 눈을 감고 있었지만 공기를 타고 흐르는 기운을 읽어 녀석의 주먹을 허릴 숙여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밑으로부터 발차기가 날아왔다.

카인은 그 역시도 느끼고 있었으므로 그대로 녀석의 발차기를 발로 박차고 공중으로 뛰어 올라 녀석의 뒤로 뛰어 넘어버렸다.

정말 멋진 곡예였다. 땅에 착지함과 동시에 허리를 돌리며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검은 정확하게 독수리 머리를 들고 있던 목을 갈랐다.

'슈걱!!!!'

카인은 성공이다 싶었는데 이게 웬일인가. 새머리 목을 거의 다 가른 상태에서 몸이 마비된 것이 아닌가.

카인은 순간 자신이 눈을 뜬 상태란 것을 알았다. 녀석의 개머리와 눈이 마주쳤던 것이다.

검이 박힌채로 녀석의 목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카인은 몸이 마비되어 무방비 상태로 녀석의 공격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쏘레노드는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날려버리고 싶지 않은지 신중하게 다가와서는 카인의 심장을 향해 주먹을 들었다. 카인은 녀석의 목에 박혀 있는 검을 움직여 보려고 애를 썼지만 그럴수록 몸의 근육만 옥죄여지는 느낌이 들었다. 쏘레노드는 카인의 심장을 향해 손가락을 펼쳐 그대로 찔러 들어갔다.

'슥!!!'

카인은 자신의 심장에 뭐가 와닿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그는 눈을 감을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팔이 허전함을 느끼곤 검을 놓쳤다는 것을 알았다. 살며시 눈을 뜬 카인은 쏘레노드의 새머리와 개머리가 동시에 잘려져 있는 것을 보았다.

"뭐. 뭐야?"

그때 저쪽에서 아크바레이가 걸어왔다. 아크바레이가 매너 포스를 이용해서 카인의 검을 휘두른 것이었다.

운이 좋았던 것은 카인의 몸이 마비된 상태였기에 간접 의지가 미치지 않아 매너 포스 장벽을 만드느라 온 힘을 쏟았던 아크바레이가 카인의 검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쏘레노드의 두 머리를 동시에 잘라진 것이었다. 카인은 다가오는 아크바레이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한 후 스캇을 바라보았다.

스캇은 땅에 무릎을 꿇은 채 바닥에다 뭔가를 쏟고 있었다.

"저. 저 녀석. 토. 토하는거야?"

-

"그런 것 같은데? 쳇."

아크바레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앞으로 다가갔다. 스캇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인간들을 향해 세이렌어로 뭐라 뭐라 시부렁거렸다. 아크바레이는 인상을 찌푸린 후에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었다. 그건 이카루스가 만든 통역기였다. 그것을 쓴 아크바레이는 스캇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후훗. 내. 쏘. 쏘레노드를. 학학. 우. 우웩."

스캇은 계속해서 토악질을 했다. 그만큼 쏘레노드에게 많은 힘을 빼앗겼던 것이다. 쏘레노드를 갖게 되어 힘을 얻었던 그였지만 결국 쏘레노드로 인해 파멸로 이르게 된 것이었다.

스캇의 행동이 이상해지자 줄기차게 공격을 하던 배틀 길드원들이 모두 공격을 중지했다. 사실 그들로서도 싸울 의지를 상실했던 것이다.

휘페리언과 락토니즈는 세이렌 전사계에서 최고를 달리는 대사제였고 파리나타의 드라쿤은 쏘레노드와 맞먹는 최상급 크리에이쳐였다. 게다가 인간 두 녀석은 쏘레노드를 쉽게 물리친 괴물들이지 않은가.

그런 녀석들에게 덤비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란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파리나타는 자신들을 공격하던 전사 배틀 길드가 모두 뒤로 후퇴한 것을 보고는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정말 휘페리언과 락토니즈는 단 한 녀석도 죽이지 않았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그들은 많은 부상을 당해야 했다. 그래도 표정만은 밝았다.

휘페리언과 락토니즈, 파리나타는 카인과 아크바레이가 있는 곳까지 걸어왔다. 파리나타는 카인과 아크바레이에게 경의를 표했다.

"쏘레노드를 그렇게 쉽게 물리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당신들이 적이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서로 화해하지 못하였다면 큰 희생을 치렀을 것입니다."

파리나타는 아크바레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앞에서 아직도 토를 하고 있는 스캇을 향해 다가갔다.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가. 스캇. 어째서. 내가 그렇게 악한 크리에이쳐는 부리지 말라고 했잖아."

-

"후훗. 파. 파리나타. 아직도. 날 동정하는건가? 난 네동정 따위는 필요 없어. 학학."

"널 동정하는게 아냐. 한때 가장 믿었던 부하로서. 아니.

그 이상의 친구로서 그렇게 말한거다."

-

"친구?"

"그래. 비록 소서렌의 원조는 나지만. 너 역시도 나와 같이 소서렌계에 발을 들여놓았잖아!! 난 널 가장 아끼고 신임했어.

네가 나에게 느끼는 열등감도 잘 알고 있었고!!"

파리나타는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격해지고 있었다. 스캇은 그런 파리나타를 향해 비웃음을 흘렸다.

"열등감. 후훗. 아니라곤 못하겠군. 그래. 네 말대로 최상급 크리에이쳐를 부릴 줄 아는 너에게 난 늘 뒤졌었지. 그래. 나도 너처럼 되고 싶었다. 그래서. 쏘레노드와 계약을 맺었던거야!!

난 실력을 인정받을 기회를 필요로 했고. 후훗. 네 말대로 난 우리들의 신이 유희를 즐기기 위해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을 알았다. 하지만 단지 너보다 낫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난 큐탕 쿠 매지그님의 편에 섰다."

-

"바보같은 자식."

"어째서 내가 바보냐? 난 단지 인정받고 싶었던 거라구.

파리나타!! 너보다 뛰어나단 말을 듣고 싶었던거란 말야!!"

-

"넌 모르겠지만. 내가 이끌던 배틀 팀원들은 모두 널 뛰어난 세이렌으로 존경해왔다. 그리고 나 역시도 널 뛰어난 녀석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난 널 진심으로 아끼는 부하로 생각하고 있었단 말야."

"쳇. 그래. 난 야차신과 계약을 맺었다. 쏘레노드는 계약의 부산물로 얻은 내 크리에이쳐였지. 실수였어."

-

"무. 무슨 소리냐?"

"난. 녀석도. 단지 크리에이쳐인줄로만 알았는데. 후훗. 역시 최상급은 다르더군. 이성을 가진. 게다가 소환자의 힘까지 탈취하는.너도 보다시피 난 끝났어. 울컥!!"

스캇은 그렇게 말하고는 또 한차례 구역질을 했다. 이미 쏘레노드에게 모든 힘을 빼앗긴 스캇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듯 비웃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당신 혼자 잘못되는 것은 상관없겠지만. 저들을 봐!!

저들은 무슨 죄가 있단 말이냐!!"

아크바레이는 스캇 뒤로 후퇴한 배틀 팀원들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스캇은 고개를 돌려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부하들은 모두 잔뜩 겁에 질린 표정들이었다. 스캇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훗. 저들은 단지 내가 그들의 팀장이란 것에 대해 의리를 지키고 있는 것 뿐야. 난 저들에게 강요한건 없다구."

-

"뭐!!"

"저들은 아무 죄가 없다. 젠장. 저들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자체가 실수였지. 하지만. 상관없다. 속박에서 풀려났으니까."

스캇은 힘없이 미소를 짓고는 파리나타를 바라보았다. 속박.

파리나타는 그 뜻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너. 서. 설마. 일부러."

-

"미안해. 파리나타. 마치. 빚을 빚으로 갚는 듯한 심정이었어.

점점 빚은 불어나고. 더 이상 돈을 꾸어 빚을 질 수도 없고.

쏘레노드를 부리기에 아직 난 부족했어."

"스캇. 아니야. 넌 최상급 크리에이쳐를 부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만. 다만!! 쏘레노드는 악한 크리에이쳐 중에서도 강한 축에 속하는 녀석이라서!!"

-

"그.래. 녀석이. 내 모든 힘을 뽑아낼 때 난 뭔가 희열을 느꼈다. 드디어 녀석과 계약이 풀리는구나. 하지만. 꼴이 이렇군.

욱!!! 쿨럭! 쿨럭!!"

스캇은 또 한번 토악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바닥에 피가 흥건히 고일 정도로 많은 피를 토해냈다. 파리나타는 그런 스캇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스캇 녀석은 쏘레노드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이런 짓을 벌였던 것이다. 그의 부하들은 단지 그 연극의 엑스트라에 불과했던 것이다.

"스캇."

-

"빌어먹을. 친한 척 부르지마. 결국 너와의 열등감으로부터 난 빠져나올 수 없었으니까."

"......"

-

"난. 패배자다. 날 꺾었다고 해서 너희가 승리자가 되는것은 아니야!! 기솔라벨카가 너희들을 기다리고 있다. 녀석은 엄청난 것을 준비해뒀어. 조심하는게 좋을거야. 후훗. 아...... 그만.

졸린데? 속박이 풀려서 그런지 기분이 상쾌하군."

스캇은 그렇게 말하면서 바닥에 엎드렸다. 파리나타는 스캇에게 달려가 그를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스캇은 그런 파리나타를 바라보고는 유언과도 같은 말을 했다.

"내. 비록. 쿨럭!! 큐탕 쿠 매지그의 편에 섰지만. 그의 생각에 동의해서 그런건 아니야. 이것만 알아줘. 난 녀석의 유희를 위해 이렇게 된 것이 아니란걸."

-

"바보 같은 자식. 다른. 해결책도 있었을 것을."

"나도 큐탕 쿠 매지그를 용서할 수 없어. 녀석의 유희를 위해 실력을 인정받고 싶었던 것은 아니니까. 쿨럭!! 널 돕고 싶었는데.

사실. 큐탕 쿠 매지그에게 따지고 싶었는데. 그럴 주제가 못되더군.

나 대신 녀석을."

-

"스캇!! 스캇!!! 이런 바보 같은 자식!!!"

스캇은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그의 입에서는 여전히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파리나타는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아준 후에 동료들에게 말했다.

"이제 한 개의 관문을 넘었다. 아직 기솔라벨카란 관문이 하나 더 남아 있어. 그 녀석을 넘지 못하면 카루이안과 싸울 수 없다."

-

"그래. 가자."

"저. 저들은 어쩌지? 휘페리언?"

-

"저들 역시 신의 유희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고 있을거야. 저들의 뜻대로 하게 내버려둬."

휘페리언은 그렇게 말하고는 렘노스 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다른 일행들도 그런 휘페리언을 따라 걸어갔다. 스캇의 배틀 팀원들은 휘페리언 일행이 멀어지자 기절한 동료들을 데리고 뿔뿔이 흩어졌다. 더 이상 그들에게 싸움이란 것은 무의미했던 것이다.

렘노스 탑에 도착한 일행은 스티지를 향해 걸어갔다. 스티지는 여전히 세이렌 두 녀석의 열쇠를 사용해야만 들어갈 수 있었는데 휘페리언 일행이 다가오자 그들은 알아서 문을 열어 주었다.

"흠. 기솔라벨카가 기다리나보군."

-

"휘페리언의 말대로인 것 같은데?"

일행들은 너무 쉽게 스티지를 열어준 상황을 그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 모두가 스티지를 타고 렘노스탑 최상층을 향해 올라갔다.

다시 스티지가 열리고 렘노스탑의 최상층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카인과 아크바레이는 놀라운 광경에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밖으론 얼음창이 있어 프레제톤타 빙산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는데 구름이 껴서 그런지 산 아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카인과 아크바레이는 자신도 모르게 얼음창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 밖을 바라보았다. 너무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아름다운가? 인간들이여?"

-

"?!?!?"

소리나는 방향을 향해 일행들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기솔라벨카가 서 있었다. 세이렌 중에선 큰 키였던(2미터 80) 기솔라벨카는 은색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금속 날개를 펼치며 휘페리언 일행을 노려보고 있었다.

"기솔라벨카!!"

-

"휘페리언. 락토니즈. 너희들마저 큐탕 쿠 매지그님을 배신할 줄이야."

"기솔라벨카. 우리 말을 들어봐!"

-

"닥쳐랏!! 배신자의 말은 변명밖에 되지 못한다."

기솔라벨카는 다소 화가 난 듯 그렇게 말했다. 그는 휘페리언과 락토니즈 만큼은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배신자 파리나타를 도와 이곳을 공격해 오다니.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때 옆에 있던 파리나타가 기솔라벨카에게 말을 걸었다.

"넌 왜. 알면서도 신에게 동조했지?"

-

"뭘. 안단 말이냐?"

"유희."

-

"??? 그. 그런건가? 휘페리언이 말한 것인가?"

"아니. 이미 큐탕 쿠 매지그인 카루이안과 싸웠을 때 알고 있던 사실이야."

-

"무슨 헛소리냐? 네가 큐탕 쿠 매지그님과 싸웠다고?"

"그래. 나뿐만 아니라 너도 같이 싸웠었지. 그때 넌 그의 유희를 위해 전쟁을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었어. 우리의 생명이 소중하듯 다른 종족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던 거야."

파리나타의 말에 기솔라벨카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웃기는 소리. 난 배신자를 처단할 뿐이다. 이건 그분의 유희를 위한 것도. 나 자신을 위해서도 아니다. 단지 세이렌족의 명예를 위해서 배신자를 처단하려 하는 것이다!!"

-

"너야말로 웃기지마!! 배신자는 바로 너 자신이야!! 넌 너 스스로를 배신하려 하고 있다구!!"

"쳇. 말로는 안되겠군. 플루토스!!!"

기솔라벨카가 누군가를 불렀다. 순간 휘페리언과 락토니즈, 파리나타는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

플루토스라면. 죽은 과거의 동료가 아닌가. 휘페리언과 락토니즈는 플루토스가 인간들과의 전투 도중에 적의 음모로 인해 죽은 줄로 알고 있었고 파리나타는 카루이안으로부터 죽임을 당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플루토스라니. 이거. 작가가 오타낸거 아냐?

기솔라벨카의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뒤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걸어나왔다. 그의 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백금색으로, 마치 금속 갑옷을 두른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는 영락없는 플루토스였다.

"프. 플루토스!! 살아 있었구나!!"

-

"쳇. 락토니즈. 마치 내가 죽기를 바랬던 것처럼 말한다?"

"너. 내가 그런 뜻이 아니란 거 알잖아!"

-

"알았어. 락토니즈. 그만 징징짜. 오랜만이야. 친구들."

"어. 어떻게."

-

"후훗. 큐탕 쿠 매지그님께서 불가능한 일이 있겠어? 그분은 날 아끼셔서 죽은거나 다름없는 날 부활 시켜 주셨지. 그것도 완벽한 몸을 주어. 하하핫."

플루토스의 말에 일행들은 그의 몸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백금색 갑옷을 입은 그의 모습은. 어라? 그. 그건 갑옷이 아닌것 같았다. 한때 그의 두 팔 역시 금속이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설마!!

"뭐. 뭐야? 네 몸 전체가 다 금속인거야?!!"

-

"그. 그런거야? 정말!!"

"뭘. 놀라고 그래? 후훗. 조금 후엔 변신 로봇이라고 부르겠구만."

-

"뭐?"

플루토스의 말에 모두들 놀라자 기솔라벨카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의 몸은 형상기억합금이다."

-

"마. 말도 안돼!! 형상기억합금은. 어느 정도 체내의 열에너지를 이용해 변형하는!!"

"뇌.!"

플루토스의 머리통도 금속이었는데 그는 자신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뇌>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단지 뇌를 제외한 모든 몸을 형상기억합금으로 만들어냈단 뜻인가? 뇌에서 생성되는 열에너지는 극히 미약해서 몸을 변형시킬 수 없을 것이다. 그럼.

도대체.? 일행들이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플루토스가 양팔을 수평으로 벌리고는 말했다.

"이곳은 렘노스 탑이야."

-

"그. 그렇군. 플루토스는 태양열에너지로 지금 움직이고 있는거야. 만약. 녀석이. 렘노스 탑을 빠져나간다면."

"고철이 되는거지."

플루토스의 얼굴은 금속이라고 하기엔 너무 표정이 뚜렷했다.

슬픈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곧 밝은 표정을 지으며 일행들에게 말했다.

"난 날 되살려주신 큐탕 쿠 매지그님의 은혜에 보답해야돼. 뭐.

어차피 살기 위해선 너희들과 싸워야 하기도 하고."

-

"젠장. 이게 뭐야!!! 이게 말이 돼? 죽었던 친구와 싸우라고!!!

다시 만난 것은 반갑지만. 그게 서로를 죽이기 위해서 만난 것이라고?"

락토니즈는 자신도 모르게 소릴 질렀다. 휘페리언과 파리나타도 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휘페리언은 기솔라벨카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린 친구야. 서로 싸울 수 없어."

-

"아니. 이미 늦었어. 너희들이 세이렌을 배신한 순간부터 우린 적이 된거야!"

기솔라벨카는 싸늘하게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보다못한 아크바레이가 대화에 끼어 들었다.

"당신은 뭔가를 잘못 알고 있군요. 세이렌을 배신한 것은 이들이 아니라 바로 당신의 신 카루이안이에요!!"

-

"뭐라구? 인간 버러지가!!"

"자신의 유희를 위해서 부하들을 희생시키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까?"

-

"뭐???"

"당신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유희 때문에 전쟁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

"그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상관없어. 우리 종족만 살아남으면 그건 상관없다. 다른 종족이야 어떻게 되든."

파리나타는 기솔라벨카의 말을 듣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알고 있던 기솔라벨카가 아니었던 것이다. 일말의 양심도 남아 있지 않은 카루이안의 종이 되버린 것이었다.

"더 이상 듣기 싫다. 플루토스 공격하자!!"

-

"알겠다!"

기솔라벨카의 말에 플루토스가 점프하여 기솔라벨카에게 달려들었다. 동시에 그의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뭐. 뭐야?"

플루토스의 몸은 둥그런 입을 가진 거대하고 길다란 막대 모양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중간에 손잡이가 달려 있고 그 옆에는 노리쇠가 달려 있었다. 기솔라벨카는 플루토스의 손잡이를 잡고는 노리쇠를 뒤로 잡아 당겼다.

"말. 말도 안돼!! 레이져 건인가????"

-

"후훗. 일명. 썬 에너지 건이다!!!"

기솔라벨카는 그렇게 외치고 나서 방아쇠를 당겼다. 기솔라벨카의 키가 커서 망정이지 플루토스 건은 기솔라벨카가 한쪽 무릎을 구부리고 그 위에 올려놓은 상태에서도 균형을 잡기 힘들 정도였다.

외침과 동시에 플루토스의 몸에 태양에너지가 집중되기 시작했다. 그의 몸은 그 자체로 태양열 에너지를 집적시킬 수 있는 매개체였던 것이다.

순간 응집된 태양 에너지가 일행들을 향해 뿜어졌다.

"마. 말도 안돼!!! 이게 무슨 만화 영화도 아니고!!!"

-

"모두 뒤로 피하십시오!!!"

아크바레이는 일행들에게 그렇게 외친 후에 매너 포스를 집중했다. 그리고는 온 힘을 다해 매너 포스의 장막을 만들어냈다. 이것은 에어 배리어와는 다른 것으로 매너 포스 그 자체로 만들어낸 힘이었기에 엄청나게 강력한 방어막인 것이다.

아크바레이의 매너 포스 장막과 플루토스의 태양 에너지가 서로 맞부딪히기 시작했다. 아크바레이는 부딪히는 순간 피를 한 움큼 토하며 뒤로 두발자국 물러섰다. 카인은 그런 아크바레이를 뒤에서 부축하며 초조하게 앞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플루토스 건의 태양 에너지가 멈추자 아크바레이의 매너 포스 장막도 사라져버렸다. 아크바레이는 놀란 눈으로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학.학. 크. 큰일이군. 아무리 매너 포스 그 자체라고 해도.

자연의 위대한 힘 앞에는 안되겠는걸?"

카인은 아크바레이의 실력이 그 전과는 차원이 다르게 진화한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번의 큰 기술이 끝났는지 플루토스는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허기야. 아무리 렘노스 탑이라고 해도 태양 에너지를 모으는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휘페리언 일행도 그것을 알아챘는지 기솔라벨카와 플루토스를 향해 공격을 시도했다.

휘페리언은 광마답게 엄청난 속도로 기솔라벨카를 향해 달려갔다. 휘페리언의 광속의 수도공격을 기솔라벨카는 금속 날개로 막아내고는 그대로 뒤로 날아오르며 발로 휘페리언의 가슴을 찼다. 휘페리언은 기솔라벨카의 방어동작에서 약간의 허점이 생기며 녀석의 발차기에 당하고 말았다.

락토니즈는 뒤늦게 기솔라벨카에게 다가가 스토퍼로 그의 어깨를 공격했다. 기솔라벨카는 날아올라 공격을 피하고는 엄청난 속도로 락토니즈의 뒤로 돌아가 날개로 락토니즈의 등을 가격했다. 보통 날개였을때도 강력했는데 지금은 금속이라 그 타격력은 정말 엄청나게 강한 것이었다.

파리나타는 드라쿤을 소환하여 플루토스를 공격하도록 시켰다. 드라쿤은 자신의 8개의 팔을 모두 사용하여 플루토스를 공격했다. 그러자 플루토스는 비웃는 표정을 지으며 몸을 변형시켰다.

놀랍게도 플루토스는 자신의 팔을 10개로 분리시켜 드라쿤의 공격에 대응했다. 드라쿤이 최상급 크리에이쳐였지만 플루토스는 전혀 밀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팔 두 개가 모자란 드라쿤이 불리한 지경이었다.

카인은 밀리고 있는 드라쿤을 향해 달려갔다. 이미 쉐도우와 접속하고 있던 그는 플루토스의 백금색과 묘한 조화를 이루는 붉은색 쉐도우를 가지고 있었다. 붉은색 카인이 검을 휘둘렀다.

카인은 이미 수도 없이 말했지만 조화경에 이르러 검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했기에 자르지 못하는 금속이 없었다. 그런데 플루토스는 한 팔로 그의 검을 막아내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을 본 파리나타는 놀랍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애더먼트로 형상기억합금을???"

플루토스의 몸은 애더먼트였던 것이다.

휘페리언과 락토니즈는 더욱 박차를 가해 기솔라벨카를 압박해갔다. 기솔라벨카는 자신의 강력한 금속날개를 이용해 그 둘의 공격을 막아내며 간간히 공중에 떠올라 그들을 약올렸다.

"치사한 자식!! 내려와!!"

-

"어. 그래."

휘페리언의 말에 기솔라벨카는 그대로 수직강하를 시도했다.

엄청난 속도로 휘페리언을 향해 내려오는 기솔라벨카는 그대로 하나의 병기였다.

기솔라벨카가 그대로 어깨로 들이받자 휘페리언은 뒤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기솔라벨카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그대로 선회하여 락토니즈를 날개로 공격했다. 힘이 장사였던 락토니즈였지만 그 공격에 맞고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갔다.

점점 일행들이 불리해지고 있었다. 드라쿤과 카인의 협공을 받던 플루토스는 다시 몸을 변형시켜 사각형의 거대한 철판모양으로 변했다.

그는 그대로 몸을 쓰러뜨려 드라쿤과 카인을 덮쳤다. 동시에 그의 몸이 흐물흐물해지며 드라쿤과 카인을 집어 삼켰다.

드라쿤과 카인은 아무리 허우적거려봤지만 끈끈이처럼 붙어버린 녀석을 떼어낼 수가 없었다. 이미 온 몸을 감싸버렸기에 숨쉬는 것조차 힘에 부쳤다.

그때 뒤에 있던 아크바레이가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매너 포스를 모아 플루토스에게 발사했다. 동시에 플루토스의 몸이 벽으로 날아가 부딪혀 땅에 떨어졌다. 카인과 드라쿤은 겨우 살아났는지 켁켁거렸다.

기솔라벨카는 플루토스에게 다가가 다시 한번 처음 기술을 사용할 것을 요구했다. 플루토스는 다시 에너지 건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기솔라벨카는 그를 들고 다시 한번 일행들을 향해 태양 에너지를 발사했다. 그때였다. 아크바레이가 회심의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아직도. 자신이 왜 벽으로 날아갔는지 모르는군."

아크바레이는 말과 동시에 매너 포스를 사용했다. 이미 락켄신과의 싸움에서 간접의지를 꺾고 물체를 움직이는 방법을 터득한 그였다. 그런 그에게 플루토스는 간접의지를 부여받는 물건에 불과했던 것이다.

태양 에너지를 발사하려던 플루토스 건은 그대로 공중으로 떠올라 반바퀴 회전하여 기솔라벨카를 가리켰다. 그리고는 있는 힘껏 태양 에너지를 분사했다!! 기솔라벨카는 당황스러웠지만 그대로 날개를 퍼덕이며 공중으로 뛰어 올랐다.

태양 에너지는 강력했다. 날아오르던 기솔라벨카의 하반신을 그대로 뚫고 얼음창을 깨고 밖으로 사라져버렸다. 기솔라벨카는 떠오르다 말고 엄청난 충격에 정신을 잃고 바닥에 떨어져 버렸다.

아크바레이는 플루토스를 벽을 향해 던진 후 벽에 붙은 상태로 계속 잡아 두었다. 휘페리언과 락토니즈는 간신히 부상당한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기솔라벨카를 향해 다가갔다. 파리나타는 아크바레이에게 다가가 그를 부축해주며 말했다.

"당신은 정말 대단하군요. 당신이 없었더라면. 이길 수 없었을 겁니다."

아크바레이는 많은 힘을 사용했는지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휘페리언은 쓰러져 있는 기솔라벨카에게 다가가 그의 잘려진 허리부분을 지혈하기 시작했다. 워낙 의술이 발달한 세이렌이었기에 그의 상처에서 흐르는 피는 금방 진정되었다.

기솔라벨카는 지혈의 고통 때문인지 겨우 정신을 차리고는 자신을 치료하고 있는 휘페리언을 바라보았다. 그 뒤에는 락토니즈와 파리나타, 그리고 두 명의 인간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된거지? 프. 플루토스가. 왜. 날?"

-

"기솔라벨카. 그런건 중요하지 않아."

"그. 근데. 휘페리언. 우린 적이다. 왜 날 치료하는 것이냐?"

-

"넌 적이 아니라. 나의 동료다. 동료가 죽어가는데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동료라니."

-

"넌 카루이안에게 조종당하고 있어. 하지만 너도 나처럼 깨달을 수 있을거야. 카에살레아란 기가스가 그랬다. 우리 기억은 기억의 강 하류로 떠내려가 다시 거슬러 오를 수 없지만. 또 한번. 다시 깨닫는 것은 가능하다고."

"깨닫는다?"

-

"그래. 만약 네가 적이라고 해도 난 널 치료해줬을거야."

"뭐?."

-

"넌 하나의 고귀한 생명이니까."

휘페리언의 말에 기솔라벨카는 온 몸이 전율함을 느꼈다.

하나의 생명. 살아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얼마나 축복 받은 일인가. 그 자체로 고귀하고 존엄하다. 이 순간 기솔라벨카는 그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런데 자신은 어떠했는가. 다른 종족의 생명은 태어났다는 그 자체로 불순한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들 나름대로 그 생명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이란 말인가.

"이제 뭔가를 알겠군. 플루토스를 다시 살려냈을 때. 난 그의 생명의 소중함 때문에 그를 다시 살린 줄 알았다. 그래. 그런줄 알았다. 하지만 단지 그를 이용하기 위해서 그런 일을 벌였던 거야."

-

"기솔라벨카."

듣고 있던 아크바레이는 벽에 붙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있던 플루토스를 기솔라벨카 옆쪽으로 옮겼다. 플루토스가 들으면 기분 나쁘겠지만. 그는 자신의 의지를 가진 생명체라기보다 그냥 하나의 금속에 가까웠기 때문에 아크바레이가 물체처럼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다.

플루토스는 기솔라벨카에게 다가가 그의 상처를 바라보았다.

하반신이 완전히 날아가 버려 누워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그런 일을 한 것이라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아팠다. 그런 자신에게 기솔라벨카가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미안하다. 플루토스. 난 널 살리려는 그분의 의도가 이런 것인 줄 몰랐어. 그는 널 생명으로 생각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살인 도구로 만들었던 거야."

-

"기솔라벨카."

플루토스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살아남는다 해도 평생 렘노스 탑에서만 살아야 하는 운명이었다. 그래도 자신을 살려준 신에게 감사했다. 그런데 그 목적이 단지 신에게 대항하는 녀석들을 죽이기 위해서라니. 플루토스는 그런 자신에게 화가 나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난 살아 있지 못해. 난 죽은 금속덩어리에 불과하다구!!"

-

"그만해! 플루토스. 넌 금속이 아니라. 우리 동료 플루토스야.

넌 하나의 생명을 가진 우리의 친구라구. 우리들의 마음속에 따뜻한 숨을 머금고 있는 영원한 동료라구."

"락토니즈."

플루토스는 울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세이렌들에겐 눈물샘이 없었다. 물론 그는 금속 세이렌이었기에 더욱이 울 수 없었다.

다행히 기솔라벨카의 상처는 지혈이 되었고 하반신은 금속이나 다른 방법으로 고칠 수 있을 것이었다.

카인과 아크바레이는 그들의 우정을 보고 깊은 감동을 느끼며 안심할 수 있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바닥에 누워 있던 기솔라벨카가 갑자기 뒤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게 아닌가??? 그 모습에 모두들 놀라 어둠 속으로 뒤쫓아갔다.

휘페리언 일행들이 도착한 곳은 전에 카루이안과 싸웠던 바로 그 회의장소였다. 그곳에 기솔라벨카가 떠 있었다. 아니. 누군가의 손에 붙들려 있는 듯 보였다. 아주 작은 체구의. 카인과 아크바레이는 그의 모습을 보고 순간 카에살레아와 착각할 뻔했다.

너무도 닮은 모습이었던 것이다. 파리나타는 그를 보고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카루이안."

카루이안은 앞으로 미끄러지듯 걸어나왔다. 그의 손에 붙들려 있는 기솔라벨카도 마찬가지로 앞으로 날아왔다. 카루이안은 기솔라벨카의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더니 싸늘하게 말했다.

"내가 준 날개가 마음에 들지 않았느냐?"

-

"당신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해주었다. 하지만 결국 당신의 즐거움을 위해서 그랬던 것 뿐이야."

"후훗. 마음에 들지 않나보군."

카루이안은 그렇게 말하고는 기솔라벨카의 한쪽 금속날개를 그대로 찢어 내었다. 그 금속 역시 애더먼트였는데 살과 연결된 부분은 쉽게 찢어졌다.

"다른 한쪽도 마음에 들지 않느냐?"

-

"그만해!!!"

카루이안이 기솔라벨카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자 락토니즈가 소리쳤다.

"그래!!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 망할 자식!!"

-

"후훗. 그랬군."

카루이안은 무서운 미소를 지으며 남은 날개 하나마저도 찢어 버렸다. 그 모습에 휘페리언 일행들은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한가지만 더 묻겠다. 살아 있는게 싫으냐?"

-

"빌어먹을. 자식!! 널 믿고 따랐던 내 죄를 보상할 수만 있다면 차라리 죽겠다!!!"

"안돼!! 기솔라벨카!!!"

-

"호오. 그래?"

카루이안은 그렇게 말하고는 기솔라벨카를 플루토스를 향해 던졌다. 그리고는 팔을 가로로 휘둘렀다. 동시에 푸른색 강기가 기솔라벨카를 향해 뿜어졌다.

"플루토스 피해!!"

뒤에서 파리나타가 소리쳤다. 푸른색 강기는 기솔라벨카의 몸을 관통하고 플루토스까지 관통하려 했다. 하지만 아크바레이가 순간적으로 플루토스의 몸을 매너 포스로 움직여 강기를 피할 수 있었다.

기솔라벨카는 그대로 두 동강으로 나뉘어져 바닥에 떨어졌다.

휘페리언 일행은 처참한 그의 모습에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간신히 살아난 플루토스는 기솔라벨카의 시신을 향해 달려가 그를 흔들며 소리질렀다.

"기솔라벨카!!!!!"

-

"쳇. 플루토스 녀석도 같이 죽이려 했는데. 아쉽군. 좋아.

너희들이 끝내 날 죽이러 왔으니. 한번 싸워보자. 후훗. 결국 이 싸움에서 살아남게 되면 최후의 기가스가 될 수 있는 것인가?"

카루이안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힘을 집중시켰다. 동시에 그의 몸을 타고 푸른색 기운이 회오리치기 시작했다. 그때문인지 그의 머리카락도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

셤 공부 하던 도중에 한편 올립니당 ^^; 아웅.. 간만에 머릴 쓰니까머리에서 쥐가 나려구 하네요..... 모두 화이팅입니당~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