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가슬렌더-112화 (112/120)

제 목: 117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117

[기가 슬렌더] -71- 지오 안티노스(지오의 슬픔........) -지오 안티노스(지오의

슬픔.)-

원자력 천공위성.

킴과 세이타르, 쥬데카가 약간 앞으로 걸어나갔고 그 뒤에 얀과 타렌, 제이드가 포진했다. 그들을 둘러싼 30대의 로드와 10명의 괴물 병기. 얀은 제이드의 뛰어난 능력을 알고 있었기에 그에게 은밀하게 말했다.

"로드는 없애도 상관없다지만 저들은 사람입니다. 그들을 구하기 위해선 지오를 죽여야 해요. 당신은 지오를 공격하십시오. 단 일격에 그를 무너뜨린다면 슬레이브 시스템이 깨질 것입니다."

-

"알겠습니다."

제이드는 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매너 포스를 집중했다. 제이드와 타렌. 얀의 몸에서 은은한 광채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지오와 똑같이 생긴 로드들이 킴, 세이타르,쥬데카를 덮쳤다.

"이런. 고철덩어리들이!!"

킴은 자신을 향해 주먹을 내뻗는 로드를 검으로 찔렀다.

하지만 <치링!>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이 녀석의 몸에서 미끄러져 버렸다.

"뭐. 뭐야?"

-

"녀석들은 티라늄 합금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조심하시오!"

얀은 그렇게 소리치고는 뒤에서 다가오는 사람들을 향해 컨퓨징 포스를 사용했다. 이미 얀 역시 저번 펜 타고니와 싸울 때 한계를 뛰어넘어 보통 수준은 넘어선지 오래였다.

그런 그가 컨퓨징 포스를 걸자 10명 중 4명이 그 자리에서 혼란에 빠졌다. 옆에 있던 타렌도 정신을 집중하여 컨퓨징 포스를 사용했다. 그러자 나머지 6명도 모두 혼란에 빠져 버렸다.

"대단하군요. 타렌."

-

"아.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이 좋아하는 것도 잠시 혼란에 빠진 10명의 괴물 병기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금방 혼란을 깨우친 것이었다.

얀과 타렌은 움찔했지만 그들에게 공격을 가할 수는 없었다. 제길.

그들은 같은 생명을 가진 사람이다.

세이타르는 자신에게 주먹을 내뻗는 것을 가볍게 피하고는 오른 금속팔로 녀석의 허릴 잡고는 힘을 주었다. 그러자 티라늄 합금이고 뭐고 그냥 구겨져 버렸다. 그 모습을 본 킴이 놀라며 말했다.

"와. 당신 팔은 티라늄 합금보다도 더 단단한 것 같군요?"

-

"나도 확실히 무슨 금속인지는 모릅니다."

세이타르는 그렇게 말하고는 옆에 있던 한 로드의 머리통을 뭉개버렸다. 옆에 있던 쥬데카 역시 검에다가 검기를 싫어 로드를 베고 있었다. 그의 현란한 검술을 본 킴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와. 당신 카인하고 비슷한 실력이군요. 대단해요."

-

"과찬입니다. 킴. 당신은 굉장히 가오그를 잘 다루는 것 같은데. 그것만으론 저런 녀석들을 두부 썰 듯이 벨 수 없습니다."

"그. 그럼 뭐. 뭐가 더 필요하죠?"

킴은 자신이 카인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것에 대해 쥬데카가 말하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 와중에도 쥬데카는 로드를 하나씩 차근차근 베고 있었다.

"당신은 가오그와는 하나가 되었을지 모르지만. 아직 검과는 하나가 되지 못했습니다."

-

"잉? 검과 하나가 되다뇨?"

킴은 자신을 덮친 한 녀석을 발로 걷어차고는 물었다.

"아신검합일!(我身劍合一)! 몸과 마음. 그리고 검이 하나가 되어야지 진정한 힘을 발휘 할 수 있는 것이오."

-

"신검합일."

킴은 쥬데카의 말에 뭔가 와 닿는 것이 있었다. 지금껏 가오그는 마치 자신의 몸인양 사용했던 그였다.

그의 천부적인 감각은 희대의 가오그 탑승자 킴 팽을 만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가오그가 들고 있던 검까지 그렇게 생각했던 적은 없었다. 아니. 가오그 탑승 훈련을 받을 때 배우는 검술 훈련에서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전혀 없던 그였다.

검은 그저 하나의 무기일뿐 가오그와 하나처럼 여기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뭔가 깨닫는 것이 있었다. 검을 사용함에 있어 카인이 그토록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였던 것은 그 검을 마치 자신의 몸인양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킴은 그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한 차례 전율하듯 몸을 떨었다.

그리고는 가오그의 신경센서(Nerve Sensor)의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마치 그가 들고 있는 T-blade로까지. 그러자 놀랍게도 검 주위에 흐르는 묘한 기운까지 감지되기 시작했다. 검으로 로드의 공격을 막아내자 그런 로드의 살기까지 검으로부터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킴은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자신을 공격하던 로드의 가슴을 검이 잘라내는게 아닌가.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치링!! 팅!!> 하면서 퉁겨지던 검이 말이다.

쥬데카는 킴의 그런 모습을 보고는 탄성을 질렀다.

"저. 정말 대단하오!! 킴! 단 한마디만 가르쳐 주었을 뿐인데.

그걸 벌써 이해하다니!! 당신이 좋다면. 내 제자로 삼고 싶소.

당신은 검술의 천재야!!"

-

"저. 정말입니까? 저. 저도 검술을 꼭 배우고 싶었습니다.

가르쳐 주신다면 배우겠습니다."

킴은 그렇게 말하곤 다가오는 로드의 허릴 갈랐다. 순식간에 로드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들 셋의 실력은 정말 대단했던 것이다. 그러자 뒤에 있던 인간 괴물 병기 중 3인이 갑자기 수인을 맺는게 아닌가? 그 모습을 본 세이타르가 모두에게 외쳤다.

"조심해요!! 녀석들이 크리에이쳐를 소환하려고 합니다!!"

세이타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3명의 수인에서 크리에이쳐들이 튀어나왔다.

"트. 트라키아!!"

크리에이쳐 중 한 녀석은 파리나타가 부리고 있던 트리키아였다.

쥬데카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트라키아의 정수리를 검으로 갈랐다.

정확히 머리통이 반으로 쪼개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 녀석이 사라졌다.

하지만 킴과 세이타르는 맥가넌이란 상급 크리에이쳐에게 당하고 말았다. 맥가넌이란 녀석은 형체가 없는 괴물로 마치 공기처럼 움직이는 녀석이었는데 녀석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바람밖에 없었다.

그런 녀석을 검으로 때려잡으려 했으니. 킴과 세이 타르는 맥가넌의 공격을 받고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타렌은 형체가 없는 괴물 맥가넌을 향해 바람의 소용돌이를 일으켜 공격을 가했다. 그러자 녀석은 바람에 휩쓸려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대단하군요? 타렌?"

-

"마땅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서. 그냥."

"어쨌든. 대단해요."

킴의 칭찬에 타렌이 머쓱해 했다. 그때 제이드가 지오를 향해 모았던 매너 포스를 방출했다. 그것은 제이드의 뛰어난 기술 중 하나인 프리징 포스였다. 디센트 템퍼레이쳐와 구동방식은 약간 다르지만 거의 비슷한 위력을 가지는 가공할 공격인 것이다.

제이드의 매너 포스가 지오에게 작렬하자 지오의 몸이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 제이드는 연속적으로 공기 입자 공격을 얼어버린 지오에게 발사했다. 만약 이 공격만 성공한다면 지오는 그대로 박살나 죽을 것이다.

'와장창!!!!'

마치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리며 지오의 몸이 산산조각 났다.

그 모습에 얀은 자신도 모르게 환성을 질렀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저. 저건."

부서진 지오의 모습은 사람의 살점과 피가 아니었다. 금속과 윤활유였다. 그렇다면.

"로보로이드잖아!!"

자신들을 희롱하던 지오 역시 로보로이드였던 것이다. 지오란 녀석은 직접 나서지 않고 로드 지오로 하여금 그들을 가지고 놀고 있었던 것이다. 얀과 제이드는 허탈한 표정으로 로드 지오의 파편을 바라보았다.

"정말. 무서운 녀석이로군."

제이드는 힘들게 사용한 기술이 이토록 쓸모 없는 짓이었다고 생각하니 분통이 터졌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친구들을 돕는게 우선이었다.

괴물 병기들은 쉐도우와 접속한 채 검을 들고 덤비기 시작했다.

이미 로드들은 그 수가 많이 줄어들은 상태였는데 그도 그럴 것이 세이타르와 쥬데카는 티라늄 합금인 그 녀석들을 장난감 부수듯 처치하였으며 킴의 가오그도 굉장한 활약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타렌과 얀도 로드를 향해 매너 포스를 이용해 공격을 했기 때문에 로드는 그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괴물 병기는 달랐다. 쥬데카는 검을 든 괴물 병기들의 자세만 보고도 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검을 연마한 자들임을 알았다.

"쉐도우를 가지고 있고 검술 실력도 뛰어나고. 이상한 괴물까지 만들어내는. 쳇. 어쩌면 매너 포스까지 사용할지도 모르겠군."

쥬데카의 말을 괴물 병기가 들었는지 뒤에 있던 두 녀석이 바람의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그 옆에 있던 한 녀석은 그 바람의 공기 입자로부터 물분자를 찾아내어 응결시키기 시작했다.

그러자 바람의 소용돌이는 마치 물의 소용돌이처럼 바뀌어버렸다.

"나. 참. 돌겠군."

킴은 상대의 마법같은 놀라운 능력에 놀라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얀과 타렌도 매너 포스를 집중하였다.

얀과 타렌은 서로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어 배리어!!(Atmosphere-Barrier)"

그러자 킴과 세이타르,쥬데카 같은 막싸움꾼들 앞에 알 수 없는 무형의 방어막이 쳐지기 시작했다. 상대의 물기둥은 그 공기의 방어막에 막혀 사방으로 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얀 일행들에게 튀는 물방울은 전혀 없었다.

그때 쥬데카를 향해 한 괴물 병기가 검을 휘둘렀다. 쥬데카는 녀석의 검을 간단히 피한 후 녀석의 심장을 향해 검을 찔러 들어갔다. 그때였다.

'챙!!!'

쥬데카는 자신의 검을 붙잡고 있는 세이타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세이타르가 그에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죽여선 안돼!!"

-

"젠장!!! 그럼 어쩌라구!!"

"뭣들하는거야!! 피해!!"

세이타르와 쥬데카가 방심한 사이 두 녀석이 그들을 공격했다.

킴은 피하라고 외치면서 검을 휘둘러 한 녀석을 쓰러뜨렸다.

하지만 다른 한 녀석은 막지 못했다. 그 녀석이 등을 보이고 있던 세이타르의 등을 베려는 순간 녀석의 몸이 순식간에 얼어버렸다. 제이드의 프리징 포스였다.

"어쩔 수 없어!! 저들을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가 죽는다!!"

-

"빌어먹을. 얀 박사님!! 어떻게 합니까?"

얀 일행들은 이미 로드를 다 해치웠기 때문에 남은 상대는 괴물 병기들뿐이었다. 만약 그들을 죽이지 않는다면 도리어 죽게 될 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생명을 가진 사람들이 아닌가.

얀은 결심을 해야만 했다.

"이. 이곳을 빠져나갑시다!!"

-

"????"

"저들을 죽일 수는 없소!!! 그렇다고 우리가 죽을 수도 없소!! 이곳을 나갑시다!!!"

-

"젠장. 그렇게 해요!!"

"할 수 없군."

얀 일행들은 얀의 말에 모두들 긍정을 표했다. 쥬데카는 한 녀석의 검을 숙이면서 피하고는 녀석의 가슴을 발로 찼다. 녀석은 그대로 뒤로 나뒹굴었다.

다른 한 녀석이 매너 포스를 이용해 세이타르를 공격하자 타렌이 녀석의 공격을 무마시켰다. 일행들은 간신히 뒤로 약간 물러선 후에 그대로 왔던 길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뒤에서 괴물 병기들도 쫓아오기 시작했다.

"이런. 귀찮은 녀석들!!"

-

"제이드. 무슨 수가 없소?"

"시간은 벌 수 있습니다."

제이드는 그렇게 말하곤 매너 포스를 집중했다. 그리고는 뭐라고 중얼거리면서 힘을 분출했다. 그러자 쫓아오던 괴물 병기들이 모두 얼어붙는게 아닌가. 정말 엄청난 실력이었다.

얀은 제이드의 가공할 파괴력을 보고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런 많은 숫자의 사람을 모두 얼려버리다니. 얼어붙은 것이 므로 죽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언젠가는 녹겠지. 게다가 쉐도우와 접속된 상태이기에 그들은 안전했다.

얀은 달려가면서 루치펠이 준 기계를 들여다보았다. 루치펠의 위치는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점으로 깜박거리고 있었다.

얀은 그 방향으로 일행들을 이끌고 달려갔다.

루치펠은 기니비아를 찾기 위해 사방으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흔적을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쟈코모를 그냥 죽여버린 지오였다. 기니비아라고 가만히 둘 리 없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달려갔다. 그는 순간 T.T와 관련된 곳을 떠올리고는 그쪽을 향해 뛰어갔다.

얀 일행들은 루치펠의 흔적을 따라 계속 달렸다. 약간의 부상을 입은 그들이었지만 아직 그 정도는 견딜만 했다.

괴물 병기의 실력도 굉장했지만 헤켈로 따지면 쉐도우를 가진 특수부대정도의 실력이었고 인간으로 따지면 포스 오너를 약간 넘어서는 수준. 세이렌으로 따져도 미드 소서렌이나 엘더 소서렌 정도의 수준이었던 것이다. 세종족의 능력을 모두 가지고 있어 언뜻 보면 굉장히 강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 능력이 모두 100% 발휘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차라리 얀 일행이 한 분야로 따지면 훨씬 뛰어났던 것이다.

얀은 루치펠의 움직임이 멈춘 것을 확인하고는 그 방향을 향해 뛰어갔다. 복도가 굉장히 음습했는데 곳곳에 새겨진 방 이름이 모두 T.T 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얀은 그 글자를 보고는 순간 지오를 떠올렸다. 그는 정말 대단한 녀석이었다.

정말 뛰어난 전략가이자 전술가였다. 지금껏 얀 일행들의 모든 움직임을 알고 자신들을 위기에 빠뜨리지 않았던가.

자신들은 한번도 지오를 그렇게 골탕 먹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얀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엔. 지오를 이길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루치펠의 좌표가 멈추어 선 곳 바로 앞까지 도착한 얀은 문이 잠겨 있음을 알았다. 옆에 있던 타렌은 매너 포스를 집중하여 문을 열기 시작했다. 문은 그렇게 심한 보안장치가 되어 있는게 아닌지 쉽게 열렸다.

문이 열려 방안으로 들어간 일행들은 텅 빈 공간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루치펠의 표시는 이 방안에서 반짝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무도 없다니. 기계가 그 사이 고장 났을리도 없고. 그때였다. 잠시 눈을 감고 있던 제이드가 입을 열었다.

"위층입니다."

-

"아니. 그게 정말입니까? 어떻게."

"염(念)으로."

얀은 제이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제이드는 그 짧은 시간동안 자신의 염을 이용해 염동법을 시전했던 것이다. 얀은 천장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천장에는 아무런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위로 올라갔단 말인가.

일행들은 다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때 킴이 뭔가를 발견했다.

"저기!"

킴이 가리킨 곳은 보통 벽과 똑같이 생긴 곳이었는데 약간 때가 탄 흔적이 있었다. 그것은 손으로 자주 만졌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킴은 가오그를 이용해 그 벽을 만져 보았다.

하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얀이 다가가서 벽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얀 역시 아무것도 찾아낼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그 벽이 열린 것이다!!

"뭐. 뭐야!!"

얀 일행들은 놀라 뒤로 물러섰다. 벽 밖으로 누군가가 걸어나오고 있었다. 아니. 누군가 공중에 누운 채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는 루치펠이었다.

"루. 루치펠!"

-

"아직 죽지 않았다."

"지오!!!"

루치펠을 데리고 나온 자는 바로 지오였다. 지오의 옆에는 아주 이지적으로 생긴 한 사내가 서 있었는데 그는 다름 아닌 지크프리드였다.

"정말. 이곳까지 오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는데 말야. 대단한걸?

너희들을 칭찬해주고 싶어. 후훗. 그래. 기어코 날 만난 기분이 어때?"

-

"뭐? 이런. 개자식!!"

"켁. 고작 그거야? 좀 더 쌈빡한 욕으로 해줘. 개자식이 뭐야?

이 눈알을 숟가락으로 후벼판 후에 빨대로 쪽쪽 빨아먹어도 시원치 않을 놈아!! 이 정도는 되야지. 쿠크큭."

-

"하하핫. 지오. 대단한 욕인데. 크큭."

"그렇지? 지크? 하하핫."

지오와 지크프리드는 서로를 보며 폭소를 터트렸다. 도대체 뭐가 우습다는 것이지? 일행들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상대는 지오와 그의 지크라는 친구 단 둘 뿐이었다. 그런데도 전혀 긴장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째서지?

"드디어 다시 보게 되는군. 지오."

-

"후훗. 얀 소장. 당신과는 참 질긴 인연이야. 그렇게 날 스토커처럼 따라다니더니. 끝내는 이렇게 만나게 되었군. 크크큭."

"닥쳐!! 도대체 뭘 믿고 그렇게 웃는거냐? 혹시 너무 두려워서 미쳐버린건 아니냐?"

킴의 말에 지오의 안색이 싹 바뀌었다. 그의 너무도 차가운 표정에 킴은 움찔하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의 살기가 너무도 강렬했던 것이다. 지오는 다시 표정을 풀고는 말했다.

"뭘. 믿는다. 글쎄. 우리가 누군가를 믿고 의지하는 나약한 녀석들인줄 아나본데. 후훗. 난 지금껏 단 한번도 위대하신 분의 도움을 받지 않고 이 자리에 올랐다. 난 오로지 나 자신만을 믿고 살아왔던 것이다. 그런 내가 뭘 믿는다는 것은 말도 안 돼지. 쿠쿠쿠."

-

"이봐. 지오? 나도 안 믿어?"

"후훗. 지크 너는 예외야. 내가 널 왜 안 믿겠어?"

-

"하하핫. 그럼. 그럼. 나만은 믿어줘야지. 너의 가장 친한 친구니까. 후후훗."

지크프리드는 전혀 긴장되지 않는 표정으로 그렇게 웃었다.

녀석들의 행동에 일행들은 뭔가 두려움이 생기고 있었다. 그들은 너무나도 자신만만했던 것이다.

"루치펠을 풀어다오. 지오."

-

"응? 왜? 난 그러기 싫은데?"

"뭐야? 이런 나쁜 자식!!"

-

"거기. 너. 가오그 탄 녀석. 그만 입 좀 닥칠래? 그리고 욕을 하려면 좀 세련되게 해줘. 나쁜 자식? 쳇. 그럼 내가 좋은 자식이냐? 이왕이면 비열하고 잔혹무도한 고독한 야심가. 지오님으로 해줘. 우하하핫."

"하하핫. 지오. 너 기분 좋은가 보구나? 고독한 야심가? 푸하하핫."

지크프리드란 녀석은 옆에서 계속 지오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면서 웃어 젖혔다. 얀은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가서 지오에게 다시 한번 말했다.

"루치펠을 우리에게 넘겨라. 그렇지 않으면!"

-

"그렇지 않으면? 우릴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거냐? 후훗. 지금 상황을 잘 이해 못하고 있나 본데. 너희들은 지금 적진 한 가운데 들어와 있는 상태라고. 아무리 우리가 둘밖에 없다지만 너무 숫자만 믿고 덤비는거 아냐?"

"뭐라구???"

-

"쳇. 왜. 요즘 영화나 소설책에서 보면 다 그렇잖아. 이런 장면에서 주인공들은 멋지게 적들을 해치우고 인질들을 구출하지. 후훗.

혹시. 너희들도 우릴 쓰러뜨리고 루치펠을 구해 낼거란 망상을 갖고 있는거야? 그런거야?"

"뭐?"

-

"그럼 망상을 깨주지."

"안돼!!!!"

지오는 공중에 떠 있던 루치펠을 그대로 공중으로 날려버렸다.

그러자 루치펠은 그대로 천정에 부딪혀서는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바닥에 떨어지면서 피를 토해냈다. 아직 죽지는 않은 듯 신음소릴 흘렸다.

"어라? 아직 안 죽었어? 쳇. 귀찮게 만드는군."

-

"그만둬!!!"

지오가 루치펠을 한번 더 그렇게 하려고 하자 얀이 소리쳤다.

하지만 지오는 그런 얀을 한번 바라본 후에 그대로 루치펠을 천정을 향해 들어올렸다. 그때였다. 위를 향해 솟구치던 루치펠이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질 않았다. 얀은 자신도 모르게 제이드를 바라보았다. 제이드의 관자놀이에는 핏발이 서 있었다. 그가 지오를 막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호오. 지오. 저 녀석이 막고 있는 것 같은데?"

-

"쳇. 제법하는 녀석이로군. 그럼 이건 어떨까?"

지오는 그렇게 말하곤 순간적으로 힘을 빼버렸다. 그러자 루치펠을 위로 끌고 있던 힘이 사라져 제이드의 밑으로 끄는 힘만 남아버렸다. 순간 루치펠은 바닥으로 엄청난 속도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킴과 얀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들이 상상하던 끔찍한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

제이드도 노련한 포스 오너였던 것이다. 땅으로 떨어지던 루치펠을 그대로 얀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끌어당겼던 것이다. 지오는 루치펠이 죽지 않고 적들의 손에 넘어가자 제이드를 쏘아보았다.

"너. 넌 누구냐? 도대체. 어떻게 그런."

-

"지오. 아무래도 저 녀석. 그 녀석 같지 않아?"

"응? 누구?"

- "J"

"서. 설마!!"

지오는 다소 놀란 눈으로 제이드를 바라보았다. J 는 포스 스트렝스 플랜으로 그랜드 포스 오너를 초월해버린 실험대상이 아니던가.

녀석은 사라진 후 다신 나타나지 않아 그냥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 앞에 서 있지 않은가. 지오는 제이드란 녀석이 못해도 자신과 비슷한 실력을 가지고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쳇. 꼴이 우습게 되었군. 원조 슈퍼맨의 등장이군."

-

"후훗. 지오. 너무 걱정마. 녀석은 저게 다니까."

지크프리드는 그렇게 말하곤 지오의 어깨를 짚었다. 그러자 지오가 미소지었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그게 다라니?

"제이드."

-

"얀 박사님. 저 지오란 녀석은 온 힘을 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나와 맞먹는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박사님도 보셨겠지만 전 있는 힘을 다 사용해 녀석을 막으려 했지만 녀석은 태연하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저와 대결했습니다. 녀석이 한 수 위입니다."

"그. 그럴수가."

제이드의 말에 얀은 놀라고 말았다. 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의지. 인간에겐 의지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래서 의지를 가진 인간에겐 매너 포스가 통하지 않는다. 바람의 소용돌이를 이용해서 상대의 몸을 날려버릴 수는 있지만 사람을 마치 물건 그 자체처럼 생각해 몸을 띄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 사람의 의지마저도 지배한다는 뜻이니까. 이미 지오는 그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야 얀은 지오가 왜 그렇게 자신만만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타렌. 루치펠을 치료해주겠습니까?"

-

"저. 전. 보조계열은. 잘 모릅니다."

"아. 그렇군요."

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이 직접 루치펠의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도 전문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외상만 치료하는데 그칠 수밖에 없었다.

지오는 얀의 행동을 바라보다가 따분한지 하품을 했다.

"뭐야. 싸울거야 말거야."

-

"뭐??? 너희 단 둘과 싸우란 말인가?"

지오의 질문에 세이타르가 대답했다. 그는 당당한 전사출신이기에 숫자상 유리한 싸움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쥬데카도 마찬가지였는지 지오를 가리키며 말했다.

"너희 둘로는 부족할 것이다. 부하들을 불러라."

-

"쥬데카!! 무슨 소리하는거에요!! 우리 상대는 저 녀석들이 아니라구요. 카안드리아스에요!!"

킴은 쥬데카의 말대로 정말 부하들이 나타날까봐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하지만 주위에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지오는 참던 웃음을 터뜨리듯 웃으며 말했다.

"웃기는군. 우린 둘이 다야. 부하들은 있어봐야 걸리적거릴 뿐이야. 그리고. 뭐? 위대하신 분이 너희들의 상대라구? 정말 재밌어. 후훗. 우리 둘이 싸울테니 그냥 덤벼. 죽여줄테니까."

-

"정말 막무가내인 친구로군."

"세이타르의 말이 맞군요. 공격합시다. 뭔가 비장의 무기가 있으니 저렇게 나오는 것이겠죠."

타렌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잘 되었다. 두 명이라면 쉽게 이길 수 있지 않은가. 괜히 부하들만 나타나봐야 불리해질 뿐이다.

킴과 세이타르, 쥬데카는 지오와 지크프리드를 향해 다가갔고 얀과 타렌, 제이드는 뒤에서 그들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킴의 가오그가 가장 먼저 지오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휘이잉!'

하지만 허무한 소리가 들리며 검이 공중에서 그대로 미끄러져 나왔다.

"뭐. 뭐야?"

-

"에어 배리어?"

킴은 다시 한번 검으로 지오를 내리쳤다. 하지만 지오를 향해 날카롭게 베어지던 검은 무형의 공간에 미끄러져 버렸다. 그 모습에 쥬데카와 세이타르도 공격을 시도해봤지만 역시나 마찬가지 현상만 일어날 뿐이었다.

"저. 정말 에어 배리어인가?"

놀라운 일에 뒤에 있던 타렌이 그렇게 소리쳤다. 그러자 제이 드가 일행들에게 불길한 소릴 했다.

"매너 포스였다면 진작에 눈치챌 수 있었을 겁니다. 저건.

매너 포스가 아닙니다."

-

"그. 그럼 도대체. 뭐란 말이야?"

얀 일행들은 당황해서 마구 공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공격을 해도 그 무형의 벽은 그들의 공격을 쉽게 막아내었다.

뒤에서 지켜보던 얀은 뭔가 느끼는 것이 있었는지 매너 포스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모은 매너 포스를 비웃음을 흘리고 있는 지오와 지크프리드에게 사용했다.

순간 지오와 지크프리드 근처에 있던 공기가 그들을 주변으로 회오리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나 그들을 둘러싼 사각형 모양의 무형의 벽쪽으론 공기가 나오지 않았다. 지오는 인상을 찌푸리며 매너 포스를 집중해 공기의 움직임을 멈추게 만들었다.

"소용없는 짓이야. 우리에게 매너 포스를 사용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구."

-

"그렇지. 후훗. 재롱 구경 다했으니 우리도 놀아볼까?"

지크프리드는 눈짓으로 얀 일행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지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동안 모아 두었던 매너 포스를 사용했다.

"후훗. 메이딩 바쿰!!"

-

"뭐엇?? 피햇!!"

얀의 외침에 타렌과 제이드가 옆으로 몸을 굴렸다. 하지만 지오가 노린 사람은 그들이 아니었다. 바로 쥬데카였던 것이다.

쥬데카는 순간 공기가 압축되고 있음을 느끼고 그대로 검을 휘두르며 몸을 던졌다.

'퍼버펑!!!'

압축된 공기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폭발한 곳엔 아무도 없었다. 쥬데카는 간신히 옆으로 굴러 피했던 것이다.

그는 쉐도우와 접속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왼쪽 팔에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마. 말도 안돼. 그 기술은. 오래 전에."

-

"쳇. 살았잖아? 뭐. 오래 전에 없어졌다구? 이봐. 매너 포스를 이용하는 기술이 많이 있다는거 잘 알거야. 하지만 세컨드 포스 오너들이 대부분 죽은 지금 많은 기술이 사라져버렸지. 그럼. 그 세컨드 포스 오너들이 누구에게 그런 기술을 배웠겠어?"

"재. 재단?"

-

"우리 T.T 는 연구기관이야. 어떻게 하면 매너 포스를 이용해 더 효과적인 공격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연구를 많이 했지. 고페니 제로원이란 포스 오너가 제일 먼저 사용했던 그 <메이딩 바쿰>이란 기술도 다 우리가 먼저 개발한 후 그에게 가르쳤던거야. 무식하기는."

지오의 말에 얀 일행들은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현재 실존하는 매너 포스 기술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한때 전성기를 구가하던 포스 오너들은 대부분 죽었고 지금은 가오그를 방어력의 주력으로 사용하기에 점차 기술들이 사라졌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기술들마저 T.T에서 연구한 작품이었다니. 그 말을 들은 제이드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그랜드 포스 오너를 훨씬 초월하는 능력을 가졌다지만 실제로 그다지 많은 기술을 사용하지는 못했다.

그가 사용할 줄 아는 기술도 마테리온의 도움으로 알게 된 것들과 그가 직접 연구해서 만든 것들이 다였다. 순간. 제이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재단에서 연구하지 않은 기술은 모른단 말이군."

-

"뭐?"

"달리 생각하면 지금 저 무형의 벽도 너희들이 최근에 개발한 기술일테지. 아마 매너 포스를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 사용하여 만들어 두면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는 반영구적인 기술이겠지. 어쩌면 매너 포스가 아닐 수도 있고. 후훗."

제이드의 말에 지크프리드의 안색이 굳어졌다. 그의 표정만 봐도 얀 일행은 제이드의 추측이 맞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제이드는 잠시 고개를 끄덕인 후에 말했다.

"프리징 포스!!!"

제이드의 외침과 동시에 세이타르들과 지오들의 사이를 가로 막고 있던 무형의 벽이 얼어버렸다. 그러자 지오가 소리쳤다.

"뭐. 뭐야? 디센트 템퍼레이쳐인가?"

-

"아냐. 뭔가 다르다. 디센트 템퍼레이쳐였다면 이것이 성공할 수가 없어."

"뭐라구?"

지크는 제이드의 표정을 보고는 약간 당황했다. 제이드는 웃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앞으로 한 걸음 다가오며 말했다.

"디센트 템퍼레이쳐는 그곳에 물체가 있든 없든. 상관하지 않고 공간의 범위를 얼려버리는 기술이다. 하지만 나의 프리징 포스는 그렇지 않지. 특정한 물체의 범위만 얼리는 기술이다. 내 기술에 얼어버렸다는 말은 너희들이 우릴 속였다는 말이지."

-

"그. 그게 무슨 소립니까? 제이드?"

"박사님. 아무래도 투명하고 엄청난 강도를 지닌 금속을 개발한 것 같군요. 그래서 아무리 공격해도 뚫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

"아."

얀은 고개를 끄덕이며 얼어버린 공간을 바라보았다. 마치 거대한 정사각형 모습이었는데 원형 그대로 얼어버린 듯 보였다.

지크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면서 지오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상대가 제법인 것 같은데? 프리징 포스였다면 저것을 얼리지 못했을 거야."

지크는 그렇게 말하고는 얼어버린 무형의 벽을 바라보았다.

지크는 제이드의 생각을 어느 정도 읽고 무형의 벽을 뒤로 약간 움직인 상태였다. 그렇게 되면 디센트 템퍼레이쳐를 사용했을 경우 피하기 전의 공간만 얼어버리게 되어 그들의 보호벽은 무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뒤로 움직인 보호벽은 피했음에도 불구하고 얼어버렸던 것이다.

세이타르는 쇠주먹으로 강하게 얼음벽을 후려쳤다. 동시에 얼음이 깨지면서 바닥에 조각이 나뒹굴었다. 그러자 지오의 표정도 굳어졌다.

"쳇. 대단하군. 우리가 만든 마찰계수가 제로에 가까운 투명 금속이었는데."

-

"마찰계수가 제로?? 그. 그래서 우리가 공격을 해도 계속 미끄러졌던 것이로군. 후훗. 이제 잔재주는 다 부리셨나?"

킴의 말에 지오가 투덜거렸다.

"거봐. 지크. 처음부터 이런 유치한 물건은 사용하지 말자고 했잖아!"

-

"그냥 개발한 금속을 한번 사용해보고 싶었던거야. 그 금속에다가 반투과성반사물질을 입히니까 꽤 쓸만하잖아. 안 그래?"

"허기야. 그건 그렇지. 그 금속 색깔은 너무 마음에 안 들었거든.

똥색이 뭐냐? 똥색이. 차라리 투명한게 훨씬 나은 것 같다. 후훗."

지오와 지크는 여전히 농담 따먹기를 하며 일행들을 약올렸다.

그 모습에 킴이 발끈해서는 검을 들고 공격했다.

"두려움이 뭔지 느끼게 해주지!!"

-

"그래? 한번 느껴보고 싶었는데 잘 됐군. 꼭 느끼게 해줘."

지오는 그렇게 말하고는 킴의 가오그를 향해 손을 들었다.

그러자 달려오던 킴의 가오그가 부르르 떨리면서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무. 무슨?"

-

"가. 가오그는 물체입니다. 물론 간접 의지를 받고 있는 물체라서 그 물체를 매너 포스로 조종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저자는 이미 루치펠이란 의지를 가진 사람도 매너 포스로 들어 올렸던 자입니다."

제이드의 설명에 타렌은 양손에 있던 매너 포스를 앞으로 뿜어내었다. 공기 입자 소용돌이였다.

지오를 향해 날아가던 공기 입자들은 지오를 맞추기 직전, 타렌이 인력의 방향을 바꾸어 서로 충돌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라케프가 타렌의 공격을 쉽사리 무마시켰던 그 방법이었는데 타렌은 더 효과적인 공격을 위해 그것을 응용한 것이었다.

입자들이 서로간의 인력으로 인해 평소보다 수십배 이상의 파괴력으로 폭발하였다. 하지만 지오는 멀쩡했으며 킴의 가오그는 점점 더 공중으로 치솟고 있었다. 공중에 있던 킴이 소리쳤다.

"뭐. 뭐야? 내려줘!!!!"

-

"내려달라구? 진작 말하지."

지오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힘을 최대한으로 사용해 킴의 가오그를 땅바닥에 던졌다. 제이드는 매너 포스를 집중해 떨어지는 킴을 막아보려고 애썼지만 지오의 매너 포스가 더욱 강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가오그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 엄청난 강도를 가진 가오륨이 찌그러지며 킴이 비명을 질렀다.

"크악.!!!"

세이타르와 쥬데카는 더 이상 지켜볼 수가 없어서 지오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지오는 그들을 향해 메이딩 바쿰을 사용했다.

이미 한번 본 기술이기에 그들은 재빠르게 자신들이 있던 공간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후훗. 장난이었어."

지오는 그렇게 말하고는 지크프리드를 바라보며 웃었다. 옆에 있던 지크프리드도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화가 난 세이타르와 쥬데카는 황당해 하고 있었는데 그때 그들 몸 주변이 폭발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크."

"으악!!!"

- "아이고. 미안. 장난이었단 말은 농담이었는데? 후훗"

지오는 그렇게 말하고는 폭소를 터트렸다. 세이타르는 심각한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었으며 그나마 쉐도우에 접속한 쥬데카는 간신히 일어설 수 있었다. 그 옆에 킴은 정신을 잃었는지 그의 가오그는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순식간에 막싸움꾼 셋이 당해버린 것이었다.

그 모습에 나머지 일행들은 어쩔 줄을 몰라했다. 지오란 녀석의 능력은 정말 엄청난 것이었다. 지오는 쓰러진 녀석들을 내버려두고 얀을 향해 걸어왔다.

"나도 오늘이 오길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얀 박사. 참.

자네 정도면 뛰어난 인재라고 생각했지. 아깝지만. 뭐. 여하간.

지금까지 노력은 칭찬해주지. 나를 즐겁게 해주었으니까."

-

"뭐라구? 즐겁게 해주었다구? 내 동료들을 쓰러뜨리고 날 죽이려고 했던 것이 즐거웠단 말이냐?"

"후훗. 아니라면 거짓이겠지."

-

"......"

얀은 지오의 얼굴을 싸늘히 바라보았다. 그 옆에 있던 타렌과 제이드는 자신들의 실력을 능가하는 지오에게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어떤 기술도 녀석에게 통하지 않을 것이다. 젠장. 같은 포스 오너가 아니었더라면 차라리 낳았을 것이다.

제이드는 자신의 실력이 포스 오너 중 최고라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자신보다도 더 강한 지오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얀이 했던 실험은 실패가 아니었던 것이다. 제이드는 얀과 타렌을 향해 말했다.

"정말. 이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카안드리아스와 싸우기도 전에 이런 위기를 맞게 되다니. 하지만. 방법은 있습니다."

-

"방법이라뇨?"

"제가 그를 맡겠습니다. 루치펠씨를 데리고 카안드리아스를 찾으러 가십시오. 그리고 그를 쓰러뜨리십시오."

제이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돌아서서 지오를 향해 걸어갔다.

지오는 다가오는 제이드를 보고는 콧방귀를 꼈다.

"네 녀석이 그 중 제일 낳지만 내 상대는 안돼. 그냥 조용히 돌아가서 셋이서 한꺼번에 덤비시지 그래?"

-

"나 혼자로도 충분하다."

제이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갑자기 모든 힘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그가 발산하던 기운과는 차원이 다른 엄청난 힘이었다.

얀은 그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훨씬 강했던 것이다.

제이드의 주변으로 엄청난 매너 포스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지오는 미소를 지우고는 자신도 매너 포스를 집중했다.

그러자 그 방은 마치 경미한 지진이라도 일어나는 듯 약간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니. 이것은 공기가 저절로 떨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얀은 타렌에게 손짓으로 세이타르와 쥬데카를 옮기자고 했다.

타렌은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음을 알고 안타까워하며 세이타르와 쥬데카를 뒤쪽으로 옮겼다. 세이타르는 피를 많이 흘리고 있었고 쥬데카는 쉐도우와 접속한 상태라 크게 다치지 않았는지 다리만 약간 절고 있었다.

얀은 매너 포스를 사용하여 피가 나오는 곳을 지혈해주고는 킴의 가오그를 한번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가오그는 너무 무거워서 그들이 옮길 수 없었던 것이다.

저쪽에 있다가 휘말려들면 킴의 생명이 위험해 질 수 있었다.

제이드는 혼신의 힘을 다해 모았던 매너 포스를 양손에 집중시켰다.

그러자 그의 양손에서 밝은 두 개의 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건 바로 매너 포스 그 자체였다.

얀 일행들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매너 포스를 바라보고는 왠지 제이드가 이길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사로잡혔다. 순간 얀은 제이 드의 말이 떠올랐다.

지오를 맡고 있을 동안 카안드리아스를 찾아가라는 그의 말. 얀은 옆을 바라보았다. 쥬데카와 세이타르의 부상이 심해 도저히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혼자 가서 뭘 어쩐단 말인가. 얀은 순간 침울한 표정이 되었다.

제이드는 함성을 지르며 매너 포스를 발사했다. 두 개의 빛이 지오를 향해 날아갔다. 지오는 자신이 모았던 매너 포스를 팔에 집중시킨 후 손바닥을 서로 맞대었다. 그러자 그의 몸 주변으로 거대한 매너 포스의 벽이 만들어졌다. 아니, 그건 벽이 아니었다.

그 역시 매너 포스를 발사했던 것이다. 지오의 몸을 둘러싸고 있던 매너 포스가 제이드를 향해 불을 뿜었다.

제이드의 매너 포스와 지오의 매너 포스가 서로 충돌을 일으켰다. 천둥이 치는 소리와 함께 정확히 가운데서 둘의 매너 포스는 맞부딪힌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지오는 제이드의 실력이 자신보다 크게 낮은 것이 아님을 알고 더욱 힘을 주어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점점 제이드가 밀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제이드 쪽을 향해 날아가던 매너 포스가 순식간에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지오는 제이드의 매너 포스에 명중 당해 뒤로 날아가 벽에 부딪혀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그 모습에 지크프리드가 소리쳤다.

"지오!!!"

지오는 엎드린 채로 연신 피를 토하고 있었는데 그의 양팔이 보이지 않았다. 지크프리드는 바로 옆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킴의 가오그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었다. 킴이 지오의 팔을 벤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제이드의 매너 포스가 지오를 강타한 것이다. 킴은 어설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헤. 녀석을 방심시키려다가. 하마터면 내가 죽을 뻔했군."

킴은 그렇게 말하고는 휘청거렸다. 다리를 절룩이고 있던 쥬데카가 다가가 킴의 가오그를 부축했다.

킴은 간접의지를 가지고 있는 가오그가 공중에 뜨고 있다는것을 알았다. 그는 정신을 더욱 집중해 가오그가 뜨지 않도록 의지를 부여했다. 하지만 순간 그에게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상대를 이기기 위해선 녀석의 자만을 이용해야 했다. 자만이 커지면 방심이 되는법.

킴은 지오의 공격에 그대로 당했다. 그나마 제이드가 나중에 도와주었기에 가오그가 완전히 납작콩이 될 뻔한 것은 피할 수 있었다.

킴은 정신을 잃기 직전에 놀라운 끈기로 정신을 차리고 지오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얼굴은 바닥을 향해 있었지만 너브 센서는 지오의 모든 행동을 주시할 수 있도록 도와 주었다.

지오를 지켜보던 킴은 지오가 공격을 시도하는 순간 조용히 일어서서 그의 팔을 검으로 베었던 것이다. 이미 지오의 매너 포스는 손바닥을 통해 밖으로 분출되던 상태였기에 그의 팔은 보통 인간의 살점이었다. 그래서 킴의 일격에 그대로 양팔이 몸통으로부터 분리된 것이다.

얀 일행들은 모두 기뻐하며 킴에게 다가왔다. 가오그에 타 있어 킴의 표정을 볼 순 없었지만 굉장히 숙쓰러워 하는 것 같았다.

지크프리드는 지오의 양팔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자신의 팔로 지혈하며 소리쳤다.

"지. 지오!! 주. 죽지마!!"

당황하는 지크프리드의 모습에 지오가 애써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세상에서 가장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지크프리드를 바라보았다. 그는 순간 눈물을 한 방울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이. 이렇게 내가 지게 되다니. 저. 정말. 우습게 되었군."

-

"....."

"저. 정말 스토리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지 않아? 아.

아무리. 우리가 나쁜놈이지만. 이렇게 쉽게 죽는건."

-

"지오. 어째서. 어째서."

지크프리드는 지오의 상처를 고치려고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팔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는 멈추질 않았다.

이미 매너 포스에 정통으로 강타당한 후 그의 몸은 더 이상 재기 불능이었던 것이다. 지오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며 지크프리드를 바라보았다.

"난. 죄를 많이 지었어. 하지만 그걸 후회한 적은 한번도 없었어."

-

"왜. 왜. 상처를 치료하지 못하게 하는거야? 왜?"

지크프리드는 계속 상처를 치료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의 상처는 전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지오의 의지가 그것을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얀 일행들은 자신들의 승리를 확신하고 모두 기쁜 표정을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두 팔이 없다고 해도 포스 오너는 매너 포스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얀은 약간 지오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당신이 저지른 죄가 많다는 것을 알면서. 후회하지 않는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

"후훗. 얀. 난 오직 한가지 목표만을 위해 생을 살아왔다.

날 만들어주시고 날 보살펴주신 그분을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쳤다."

"......"

지오는 한차례 기침을 세차게 하면서 피를 토해냈다. 지크는 옆에서 그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는게. 그분을 위하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하군. 차라리 내가 ADIP 계획을 추진하지만 않았어도.이런 일들은. 기가스의 조약이 파기되는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텐데.

지크프리드. 어째서. 왜 막지 않으셨습니까? 카안드리아스님."

지오는 지크프리드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순간 얀 일행들은 자신들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들이 가는귀가 먹지 않았다면 분명 <카안드리아스>라는 이름을 들었을 것이다. 그것도 지크프리드를 향해서. 타렌은 킴을 바라보며 고갯짓으로 물었고 킴은 고개를 끄덕였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세이타르와 쥬데카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모두 그 단어를 들었던 것이다.

그럼. 이곳에 카안드리아스가 있단 말인가? 혹시. 어딘가에 반투과성반사물질을 뒤집어쓰고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던 것인가? 하지만. 기가스란 존재가 그런 우스운 짓을 할 리가 없었다. 그럼 지오가 혼미한 정신에 지크프리드를 카안드리아스로 착각한 것이란 말인가?

지크프리드는 지오를 바라보고는 한 방울 눈물을 흘렸다. 지오는 그 눈물이 떨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눈망울로 그를 바라보았다.

"언제 알아 낸거야? 지오."

-

"?!?!?!?!?"

지크프리드의 말에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해 졌다. 그렇다면.

정말 저 지크프리드란 녀석이 카안드리아스란 말인가? 설마. 말도 안돼. 아무리 작가란 녀석의 상상력이 풍부하다지만. (흠. 별로 안 풍부한데유.--;) 이건 너무 조야한 스토리가 아닐까?

"로보로이드가 완성된 것은 최근 일이 아니더군."

-

"그. 그걸 알고 있었어?"

"나도. 처음엔 믿을 수 없었어. 위대하신 분께서는 전쟁을 극도로 싫어하셨지. 그래서 의원들을 매수해서 전쟁론을 반대하셨고. 그런데 넌 그렇지 않았어. 전쟁을 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나에게 언제나 힘이 되어주었지. ADIP라는 엄청난 계획을 추진할 때 넌 날 막지 않았어. 그런 네가 카안드리아스라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두려웠는지 몰라."

-

"지오."

"하지만. 넌 정말 최선을 다해서 날 도와주었어. 카안드리아스가 아닌 또 하나의 지크프리드라는 내 친구로서 말야. 난 네가 카안드리아스란 사실을 알면서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지. 난 오로지 위대하신 분을 위해 전쟁을 준비하고 괴물들을 만들어내는 거라고 생각하고 싶었던거야. 바로 널 위해서."

지크프리드는 눈에 맺힌 눈물을 닦은 후 일어섰다. 지오의 숨이 점점 가빠지고 있었다.

지오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지크프리드가 바로 카안드리아스라는 사실을. 그것을 알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원자력 천공위성의 원자력 동력실에서 지오는 한 기계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기계였는데 로보로이드 계획을 수립한 후 그 기계가 떠올랐던 것이다.

바로 로보로이드 계획에서 필요한 제너레이트 에더피스. 그것과 생김새가 일치했던 것이다. 아직 로보로이드는 만들 생각도 안하고 있었을 때였는데 그것에 필요한 동력원이 위성 안에 존재한다는 것은 어딘가에 이미 로드가 존재한다는 뜻이었다.

처음에는 친구인 지크프리드가 자신에게 숨기고 이런 일을 저지를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위성 안에서의 대부분의 일은 자신이 주도하여 처리하였기 때문에 그가 모르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지크프리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에게선 아무런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정말 우연치 않게 혼자서 위대하신 분을 만나러 갔을 때였다. 위대하신 분께선 늘 먼저 호출을 했지 보고 할 것이 있다고 만나주는 분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날은 워낙 긴급하게 보고 할 것이 있어서 미리 말하지 않고 찾아갔던 것이다.

그곳에서 그는 보았다.

카안드리아스의 실체를. 그는 로드였던 것이다. 그 사실을 안 지오는 지크프리드가 카안드리아스일거란 추측을 했다. 물론 그것을 증명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로드를 만들어 내고 그 외에 모든 일에 지크프리드가 관여되어 있었기에 그의 추측은 확실하다고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지오. 넌 내가 사랑한 유일한 인간이었다."

지크프리드는 아니, 카안드리아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얀 일행들을 바라보고 섰다. 얀 일행들은 자신들의 앞에 있는 녀석이 진짜 카안드리아스인지 아직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들이었다.

카안드리아스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날 추종하는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한 인간으로서. 꿈을 가진 인간으로서. 널 사랑했다. 난 그분의 예언을 듣고 나서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었다. 세상의 멸망이. 바로 나로부터 생길 것이란 것을. 후훗.

내가 널 도왔던 것은 네 생각이 우리들의 조약과는 달랐지만 그것이 내겐 더욱 소중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우린 오랜 세월동안 너무 나약해졌어. 서로에 대한 아무런 감정도 없게 되었지. 난 내 형제를 택하기 전에 널 택한 것이다. 지오."

-

"지크프리드."

"그. 그런데. 왜 내가 상처를 치료하지 못하도록 막는거지? 네가 원하지 않으면 치료할 수가 없어."

지크프리드는 다시 지오를 바라보고선 간절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정말 지오를 사랑하는 연인으로 바라보는 듯 했다. 그의 모습에 킴은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무슨 삼류 영화배우 커밍 아웃하는 것도 아니고.

"후훗. 난 때를 아는 녀석이잖아. 난 너를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것으로 만족했어. 너도 날 사랑하고 있잖아. 그것으로 됐어. 더 이상 세상에 대한 미련도 없고. 할 일도 남아 있지 않아."

-

"세상에 할 일이 없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찾으려던 그 세느카란 여자 말야. 정말 운명의 인간이었나봐. 세 종족이 서로 하나가 되었잖아. 다른 종족을 모두 지배하고 싶었는데. 그게 널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아쉽네."

-

"지오.!!"

지오는 연신 피를 쏟으며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꿈 없이 살아가는 인간은 로보로이드와 다를게 없어."

지크프리드는 지오가 숨을 거두자 그의 몸을 붙들고 계속 흔들었다. 하지만 지오는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았다. 얀 일행은 그들의 대화를 듣고 기분이 이상해짐을 느꼈다. 지오와 카안드리아스의 사랑을 이해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동성연애자들이 하는 그런 류의 사랑이 아니라. 한 인간과 한 기가스의 사랑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랑이란 변명으로 지은 죄를 면할 수 있을까?

얀은 지크프리드를 보며 말했다.

"카안드리아스.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당신이 지은 죄를 청산할 때가 된 것입니다."

-

"지오. 어째서 날 두고 혼자 가려는거야. 어째서."

지크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고이고 있음을 알고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그의 눈물은 멈추었다. 애당초 자신이 인간을 이해하려 한다는 것은 금지된 장난이나 다름없었다.

지금껏 지상으로 한번도 발을 들이지 않았던 지크프리드였다.(타렌이 만났었던 접선자 또한 로드였다) 지크프리드. 그는 카안드리아스였다.

바로 기가 슬렌더. 하지만 그는 오랜 시간동안 너무도 많은 것을 상실했다. 그런 그에게 충족감을 주는 인간은 바로 지오였던 것이다.

지오는 언제나 활동적이고 생각했으며 실천하는 능동적인 인간이었다. 그런 모습은 아무리 기가스였던 카안드리아스였지만 갖지 못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지오를 인간으로서 사랑하게 된 것이다. 자신이 갖지 못한 나머지 부분을 가진 인간으로서.

지크프리드는 얀 일행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

"지오는 죽었군. 예언은 맞아 들어가고. 그렇게 되면. 최후에 살아남는 기가스는 누가 될까? 후훗. 아마 내가 되겠지."

그는 슬프게 미소짓고는 자신의 힘을 집중시켰다. 그러자 그를 둘러싼 공기가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

다음주부터 시험입니당...... 아웅.... 공부 하나두 안했는뎅....

열분들도 시험기간이시죠? 시험들 잘 보시구. 행복한 하루만드세요~ 모두 화이팅입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