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116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116
[기가 슬렌더] -70- 운명의 끈(적진 속으로......) -운명의 끈(적진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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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각. 휘페리언 일행의 언더 플레인도 금단의 땅 5지역구에 발을 들여놓은 상태였다. 지하라서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프레제톤타 빙산까지는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다.
"그나저나. 스캇 녀석이 걱정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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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말야. 녀석 성질이 불같아서 일을 저지를 것 같아."
휘페리언과 락토니즈는 없어진 스캇을 걱정하고 있었다. 비록 스캇이 파리나타를 밀어내고 7대사제의 자리에 올랐지만 같은 동족이었다. 그 하나만으로 그를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락토니즈는 파리나타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파리나타. 왜 그래? 표정이 심각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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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무것도 아냐. 락토니즈. 그냥. 카루이안과 또 싸우려고 하니. 약간. 두려워서."
"또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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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너 그리고 휘페리언, 기솔라벨카는 카루이안과 한번 싸웠었어. 우린 패배했지. 패배한 후에 너희들의 기억은 녀석이 세뇌시키면서 지워버렸고 난 그대로 놔두었어. 너희들이 다른 종족을 잔인하게 죽이는 장면을 보고 슬퍼하도록 말야."
"그. 그게 정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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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 당시 우리들은 정말 형편없이 지고 말았는데.
그에게 브라키온만 유일하게 공격을 성공시켰었어. 아마 그가 그의 분신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일거야."
파리나타는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떨구었다. 브라키온과 루카누스. 그리고 플루토스의 얼굴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들처럼 휘페리언과 락토니즈를 잃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더욱 마음이 무거워졌다.
카인은 그런 파리나타에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너무 걱정말아요. 세 종족이 힘을 합쳤으니. 이길 수 있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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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 말이 맞아요. 모르긴 해도 쉽게 지지는 않을 겁니다."
카인의 말에 아크바레이가 동의했다. 그러자 파리나타는 약간 희망을 가지는 듯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마음이 안정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만큼 카루이안은 무서운 상대였다.
자신의 최상급 크리에이쳐 드라쿤이 싸우길 거부할 정도로.
그때 휘페리언이 모두에게 외쳤다.
"이제 도착합니다. 모두 자리에 앉아주세요. 어쩜 우릴 마중 나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휘페리언의 말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언더 플레인 주변이 밝아졌다. 지상으로 나온 것이었다. 아크바레이는 갑자기 밝아진 주위를 둘러보고는 탄성을 질렀다.
"우와. 이 곳은 지하로군요. 지하인데도. 이렇게 밝은 빛이 비추다니. 무슨 이유라도 있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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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렘노스 탑은 태양열 발전소입니다. 그곳에서 빛 에너지를 곳곳으로 공급하죠. 그래서 지하세계이면서도 마치 지상처럼 밝습니다. 추위를 극복하기 위해 지하세계를 만들었는데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죠."
"정말. 대단하군요. 세이렌의 과학력이 이토록 대단할 줄은 몰랐어요."
아크바레이는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와. 와.>를 외쳤다.
카인은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기가스는 과연 대단한 존재로구나.'
거대한 창고같은 건물이 나타나자 언더 플레인의 속도가 점점 줄어들었다. 그곳은 언더 플레인을 모아 두는 장소처럼 보였다.
휘페리언은 언더 플레인을 멈추고는 모두에게 말했다.
"젠장. 벌써 마중 나왔군."
그렇게 말한 휘페리언은 가장 먼저 언더 플레인 밖으로 나갔다. 지하가 아니었기 때문에 굳이 엘리베이터같은 것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었다. 휘페리언,락토니즈,파리나타,카인, 아크바레이의 순으로 모두 밖으로 나왔다. 휘페리언의 말대로 자신들을 마중 나온 자들이 있었다.
"스캇!!"
스캇의 배틀 팀. 다시 말해 한때 파리나타 소속이었던 배틀팀이 휘페리언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스캇의 모습을 본 파리나타는 긴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악마와 인연을 맺지 못하도록 막았어야 했다."
스캇은 모두를 바라보고는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역시. 기솔라벨카님의 말씀대로군. 다른 종족과 연합전선을 구축할 것이란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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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 어째서 우릴 막으려는 것이냐? 너도 신의 유희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들었잖아? 그런데도 신을 믿고 따르겠단것이냐?"
"후훗. 신의 유희? 유희라. 좋은 것이지. 유희를 즐기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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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어?"
스캇의 말에 휘페리언은 적이 당황했다. 유희를 즐기는 것이 나쁠까? 그게 정말 나쁜 것인가?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질문의 주체를 바꾸어야 한다. 우리가 유희를 즐기는 자의 도구가 되는 것이 나쁜가로 말이다. 휘페리언은 스캇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말했다.
"유희를 즐기는 자체를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방법에 있어 신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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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
"그래. 신은 유희를 즐기기 위해 자신의 피조물을 이용했다.
그들의 생명,인격,의지를 깡그리 무시한 채 단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희생을 강요한 것이다. 그것은 누가 보아도 잘못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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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훗. 일리가 있군."
"뭐라구?"
스캇은 기묘하게 웃으며 자신의 턱을 두드렸다. 그리곤 뭔가 떠올랐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아. 하지만. 만약 그 유희에 우리들의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면? 그렇다면 어떻게 되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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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무슨 소리냐?"
"신의 유희가 전쟁을 일으켜 다른 종족을 죽이는 것이라면.
우리 역시 우리의 의지로 전쟁을 하고 같이 유희를 즐기면 되는 것이 아니냔 말이다. 우린 다른 종족의 살갗을 베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아마 이건 세이렌족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우린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태어났다.
지금껏 전쟁을 하면서 그런 기분을 느끼지 않은 자는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이것은 신이 유희를 즐기면서 우리에게도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 아니냐? 우리가 그런 그의 유희에 부응하게 되면 더욱 더 많은 쾌락이 창조될 것이 아니냐?"
휘페리언은 스캇의 말에 입을 벌린 채 할 말을 잃었다.
"녀. 녀석은 완전히 미쳤어. 사. 살인을 즐기게 되버렸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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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가 다른 종족을 죽일 때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녀석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니야."
"파. 파리나타!! 무슨 소리야? 저 녀석의 말에 동조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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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녀석은 모르는게 한가지 있어."
"뭐?"
파리나타는 락토니즈의 말을 무시한 채 가장 앞쪽으로 걸어나왔다. 휘페리언은 자신의 앞으로 걸어나온 파리나타를 보고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파리나타는 스캇을 향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본능과 이성이 있다. 넌 어떤 쪽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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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구?"
"다른 종족을 죽이면서 느끼는 쾌락. 그것은 우리들의 본능이다. 하지만 다른 종족의 생명을 존중할 줄 아는 마음은 우리들의 이성이다. 넌 어느 쪽을 택할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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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말도 일리는 있다. 분명 우린 다른 종족을 죽일 때 쾌락을 느끼고 어쩌면 그건 신이 우릴 만들면서 내린 축복일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유희로 생각해버린다면 착각이다. 본능에 충실한 것은 동물에 가까운 행동이다. 동물이 유희를 즐긴다면 그 얼마나 우스운 노릇인가.
다른 종족과 친해져 그들과 교류하고 서로 발전할 수 있다면.
이건 이성에 충실해지는 것이다. 이성에 충실하다는 것은 자신의 의지에 최선을 다한다는 뜻이고 그것은 곧 그 자체로 즐거움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어째서 본능에 충실한 유희를 즐기려 하는 것인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성적으로 보다 더 의미 있는 유희를 즐길 수 있지 않은가? 우린 세이렌이다.
동물이 아니다. 스캇. 너 역시도 개,돼지같은 동물이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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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런 식으로 날 매도하려하지 말아라! 천성이란 것은 쉽게 바뀌지 않아. 동물? 핫! 웃기는군. 네 말대로 동물이 유희를 즐긴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하지만 유희를 즐길 줄 아는 나를 동물로 매도하는 것은 더욱 말이 안 되는거야!!"
"파리나타. 녀석은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는다. 그만해."
휘페리언은 그렇게 말하고는 파리나타의 어깨를 붙잡았다.
파리나타는 그런 휘페리언을 돌아본 후 다시 스캇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조용히 그를 꾸짖었다.
"너의 야망을 보았다. 스캇. 넌 늘 나의 대사제 자리를 노리고 있었지. 끝내 그 야망은 달성했다. 하지만 이성을 가진 존재. 우리들의 욕망은 끝이 없는 것. 너의 야망은 거기서 그칠 수 없었을 것이다.
휘페리언이나 락토니즈처럼 200년 넘게 대사제를 해왔던 자들 앞에서 넌 햇병아리에 불과 했을테니까. 그래서 선택했겠지. 아니. 어쩌면 타협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네 생각은 틀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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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웃기지마!! 난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는다. 그. 그냥 큐탕 쿠 매지그님의 생각에 동의하는 것 뿐야!"
"넌. 이미 그의 무서움을 아는구나."
파리나타는 그렇게 슬픈 눈으로 스캇을 바라보았다. 스캇은 자신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파리나타가 그렇게 말하자 즉시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냐!!! 넌 아무것도 몰라!! 젠장. 너무 시간을 오래 끌었군.
대사제의 명으로 말한다. 저들을 모두 몰살하라!!"
스캇은 그렇게 외치고는 손가락으로 파리나타를 지목했다.
스캇의 배틀 팀 중 3개의 전사 배틀 길드가 앞으로 튀어나왔고 그 뒤에 소서렌 배틀 길드가 포진했다. 그 모습을 본 파리나타가 숨죽여 말했다.
"저. 저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주. 죽일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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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빌어먹을. 파리나타. 아무리 예전에 네 부하였다지만.
저렇게 막무가내로 덤벼드는데 어떻게 안 싸워?"
휘페리언의 말에 파리나타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지금은 더 큰 사명이 있었다. 카루이안을 없애버려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죄 없는 생명을 죽일 수 없지 않은가.
"이제.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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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카루이안이 있는 곳이 멉니까?"
"멀지는 않지만. 저들이 있는 곳을 뚫고 가야만 그곳에 갈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선 갈 방도가 없습니다."
아크바레이의 질문에 락토니즈가 대답했다. 스캇의 배틀 팀은 렘노스 탑의 입구로 가는 유일한 길목에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점점 세이렌 전사들이 다가오고 있었고 뒤에선 소서렌들이 수인을 맺으며 각자 크리에이쳐를 불러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모두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상대는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덤비는 녀석들이다. 방해된다고 죽여버리자는것은 말도 안 되는 논리인 것이다. 모두 암담했다.
아크로나딘. 로페하벤 봉우리. 스몰 웜인 로드니는 전력질주하고 있었다. 산맥을 오르는 일은 아무리 지하를 이용한다고 해도 힘에 벅찬 일이었다. 하지만 녀석은 전혀 지친 기색 없이 산 정상까지 쉬지 않고 올라섰다.
"파인리히. 곧 도착해요. 걱정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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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알겠어요. 펜 타고니."
"그나저나 드라시안이 문젠데 말야. 나 지존 르부뤽의 철두철미하신 생각으론 말야. 아무래도 드라시안이 우릴 공격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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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왜 그렇게 생각하시냐? 이 철두철미한 지존님아!"
르부뤽의 말에 마타 륭이 비꼬면서 말했다. 그러자 르부뤽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후훗. 드디어 날 인정하는군. 마타 륭. 그럼. 그럼. 인정받았으니 친절하게 대답해 주시겠다. 드라시안이 우릴 공격하려는 이유는 우릴 죽이기 위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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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풉. 푸. 푸하하하하하. 그. 그야 당연한."
"왜냐하면. 그는 대신관이 되었으니까. 대신관은 바쿠듀므 란케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니까. 오로지 신의 명령만 듣고 오로지 신의 하수인 노릇만 해야되는 위치니까. 아마 드라시안은 싫어도 우릴 공격할 수밖에 없을거다. 카발리에레는 이미 짐작하고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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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르부뤽?"
마타 륭은 놀라서 르부뤽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르부뤽은 멀뚱멀뚱 눈알만 굴리고 있었다. 그때 옆에 있던 락켄신이 말했다.
"마타 륭. 너도 이상해지는 것 같다. 쟈칼이 한 말이야.
어떻게 목소리도 하나 구분 못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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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켁!!! 정말? 이런. 젠장!! 미친 르부뤽 녀석 때문에 정신쇠약에 걸린 것 같아. 무슨 입만 벌렸다하면 다 그 녀석이 지껄이는 것으로 들린다니까!! 으. 미쳐!!"
"우하하핫. 드디어 나의 위대함을 알아보았구나. 마타 륭.
그럼. 그럼. 꿈속에서도 내 목소리가 들린다니 이 얼마나 반가운 소식이란 말인가. 좋아. 좋아. 내가 대왕 되면 널 내 왼발로 삼아줄게. 우하하핫."
- "외. 왼발?--;;"
"왜? 싫어? 그럼. 오른발 엄지발톱에 낀 떼로 삼아줄게.
우걀걀걀."
르부뤽의 기괴한 웃음소리가 로드니의 뱃속을 진동시켰다.
순간 마타 륭은 자신이 왜 르부뤽과 말장난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리곤 이런 결론을 도출했다.
'나. 정말. 미쳐가나봐.--;'
그때 로드니는 바쿤 신전 앞까지 도착했다. 쟈칼 일행은 그곳에서 모두 내려섰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다른 헤켈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한데. 너무 조용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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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말야. 쳇. 이 지존 르부뤽님께서 오셨는데 아무도안나오다니. 명단 적었다가 나중에 공개적으로 처리해야지."
"아서라."
마타 륭은 뒤에 뭐라고 말하려다가 더 이상 녀석과 말하는것은 엄청난 손해임을 깨닫고는 입을 다물었다. 쟈칼은 주변의 동태가 심상치 않았지만 그냥 무시하고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신전 안 역시 너무나 조용했다. 이렇게 정적이 흐를수가.
일행은 침을 꼴깍 삼키며 카발리에레가 잠들어 있는 가장 큰 방을 향해 걸어갔다.
한참 걸어갔을 때였다. 쟈칼 일행들의 앞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그는 다름 아닌 드라시안이었다. 드라시안은 쟈칼 일행을 보더니 음흉한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너희들에게 할 말이 있다. 나와 같이 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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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 드라시안."
쟈칼 일행은 드라시안의 태도가 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음을 알고 약간은 놀랬다. 기가스 카발리에레는 이미 그를 죽이기 위해 자신들이 이곳에 왔음을 알고 있을텐데 어째서 드라시안이 평소와 같은 행동을 보이는 것일까? 대신관인 드라시안이라면 카발리에레와 정신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을텐데. 뭔가 이상했다.
"따라 가보자."
쟈칼은 그렇게 말하고는 드라시안의 뒤를 따라갔다. 드라시안이 향한 곳은 회의실로 신기한 도형의자가 있던 그 방이었다. 드라시안은 가장 먼저 자리에 앉았다. 역시나 도형모양의 바닥은 약간 튀어 올라와 드라시안을 받혀 주었다.
다른 일행들도 그와 똑같은 방식으로 모두 자리에 앉았다.
처음 헤켈의 세상에 온 파인리히도 크게 긴장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드라시안이 그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너희들에게 할 말이 있어서 이리로 데려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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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할 말이라는게 뭡니까?"
"난 너희들이 바쿠듀므 란케님을 죽이기 위해 이곳으로 왔음을 잘 안다. 세 종족은 무언의 동맹을 맺었지. 그리곤 각자의 신들을 죽이기 위해 움직였다는 것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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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시안의 말에 모두 약간 놀랐지만 알고 있을 거란 짐작은 했었기에 큰 표정의 변화는 없었다. 드라시안은 그들을 한번 죽 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
"나를 도와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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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희들의 힘이 필요하다. 나를 도와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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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게 무슨 소립니까?"
드라시안의 말에 모두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해 못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쟈칼이 다시 묻자 드라시안은 천천히 말했다.
"너희들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 힘을 올바로 쓰고 있지 못해. 그. 인간. 그 예언 속의 인간을 데려와야 한다. 그래야만 세상을 구할 수 있어. 너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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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개소리냐!! 세느카를 갖다 바치라구?!!"
드라시안의 말에 파인리히가 발끈해서는 소리쳤다. 그는 금방이라도 달려들 기세였다.
"너희들이 한가지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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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바로 그 예언의 인간. 그 인간이 정말 세상을 구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아니. 정말 예언의 인간이 맞다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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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무슨 소리야? 이미 그녀로 인해 세종족은 하나가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세상을 구한거나 다름 없다구!!"
"후훗. 과연 그 인간이 그렇게 한 것일까? 그 카에살레아라는 녀석이 한게 아니고?"
드라시안은 괴소를 흘리며 그렇게 되물었다. 그 질문에 모두들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 드라시안의 말은 분명 어느 정도 타당한 말이었다. 실제로도 카에살레아가 모든 진실을 털어놓기 전까진 세종족이 서로 죽고 죽이며 싸우고 있지 않았던가. 그럼.
하려는 말이 뭐야? 도대체.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은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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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훗. 오늘에서야 바쿠듀므 란케님은 예언의 진실을 파헤치셨다."
"무슨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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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세느카라는 여자는 단지 녀석의 도구에 불과해.
카에살레아라는 녀석의 도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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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말도 안 되는 예언을 만들어서는 세느카라는 여자를 창조해낸 것이다. 그녀로 하여금 세상을 구할 것처럼 조작한 것이지. 정말 위대하고도 원대한 계획이지. 그렇게 다른 세명의 기가스를 모두 죽이고 자신이 이 세상의 지배자가 되려는.야심찬 계획. 바쿠듀므 란케님은 결국 그 예언의 모순점을 발견하셨다.
그건 예언이 아니라 조작이야! 운명의 인간은 운명을 조작해서 만들어낸 가짜란 말이다!!!"
"무.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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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더 더욱 그 인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 인간으로 하여금 그 모순을 증명하기 위해서. 그래서 너희들에게 부탁하는 것이다.
그녀를 이곳으로 데려와라. 그래야 세상을 구할 수 있다. 카에살레아라는 악마로부터 그녀를 데려와라!!!"
"......"
드라시안의 표정은 정말 진지했다. 모두들 그의 표정을 보고 심장이 멎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녀석의 말대로 카에살레아가 모든것을 꾸민 것일까? 세느카조차도 그가 만들어낸 허구의 모델이었단 말인가.? 이런 모든 일을 꾸민 이유가 자신 이외의 다른 기가스를 죽이기 위해서? 그리고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서? 모두들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의 말을 믿는 것도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확실히 거짓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었다. 분명 카에살레아는 다른 기가스를 죽이기 위해 세종족으로 이뤄진 강력한 팀을 구성해 보내지 않았던가.
머리가 더욱 복잡해져 왔다.
"그 악마를 막을 수 있는 자는 너희들뿐이다. 그를 막지 못한다면 세느카라는 여자도 수많은 인간도. 헤켈도. 세이렌도. 모두 죽게 된다. 죽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그 악마의 노예로 전락하게 된다.
자아. 이래도 날 돕지 않겠는가?"
그의 말에 쟈칼 일행은 더욱 초조해졌다. 만에 하나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얼마나 무서운 일이란 말인가. 지금 당장 돌아가 세느카를 구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카에살레아를 죽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젠장. 그게 정말 맞는 말이야?
파인리히는 드라시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천천히 일어서서 귀를 만지면서 말했다.
"내 생각 하나만 말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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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보아라."
"넌. 아니. 카발리에레는 아주 엄청난 자질을 가진 공상가야.
그런 머릴 가지고 소설 한편 쓰면 꽤나 인기 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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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무슨?"
"네 말대로 그 모든 것이 조작이라고 쳐. 세느카도 운명의 인간이 아니고 그녀의 운명도 조작된 것이라고 생각하자구.
그래서 지금 어떻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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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가 어떻단 말이냐?"
"난 인간이야. 인간인 나와 여기 이 친구들. 우리가 조화롭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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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우린. 다른 종족이야. 바로 아까 전까지만 해도 서로 으르렁거리며 싸웠던 다른 종족이라구. 이런 우리들이 지금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고 같은 목표를 가지고 한데 모여 있어.
이런 일이 조작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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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물론이다. 그는 기가스다!! 기가스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
"후훗. 네가 한가지 생각 못 한게 있어. 지금 세종족은 역사상 처음으로 하나가 되었어. 세개가 하나가 되었다는건 참 경이 로운 일이지. 인간,헤켈,세이렌. 서로 이해하고 서로의 생명을 존중하며 서로의 인격을 믿게 되었어. 이것은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만약. 카에살레아란 녀석이 정말 다른 기가스를 모두 죽이고 세상을 지배하려하는 것이라도 녀석이 이룬 업적은 엄청난 것이라구. 그리고 녀석이 세상을 지배하려 한다면 그게 뭐. 어떻다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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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무슨 소리냐?"
"그가 세상을 지배하려 한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게 있어.
지금 우린 하나가 되었다는 것. 어차피 유희의 도구로 피조물을 가지고 놀았던 너희 기가스나 우릴 지배하려한다는 그 카에살레아나 똑같아. 우린 카발리에레를 죽인다. 그리고 만약 카에살레아가 세상을 지배하려 든다면 그땐 또 세종족이 힘을 합쳐 그를 무찌를거야. 어때. 이제 이해하겠어?"
드라시안은 파인리히의 억지스런 말에 질려버렸다. 마치 카발리에레나 카에살레아 둘 다 쉽게 처치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하지 않은가. 파인리히의 말에 르부뤽이 맞장구를 쳤다.
"맞는 말이군. 만약 그 카에살레아란 녀석이 이상한 생각을하고 있더라도 카발리에레의 죄가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후훗.
왠지 그러니까 더욱 의심이 생기는데? 어째서 세느카란 여자를 데려오라는거지? 그녀를 데려오면 뭐가 달라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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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부뤽. 내가 대신 대답해줄게."
"오. 락켄신. 그래. 지존 르부뤽이 허락하나니 대답하시게.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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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가 운명의 인간이 맞기 때문에 그녀를 데려오려는 거야.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만약 조작된 인생을 살고 있는 인간이라면 그럴만한 가치가 없었겠지."
"하하핫. 드라시안. 우리 생각은 대체로 일치하는 것 같은데?
나도 락켄신의 생각과 같아. 네 녀석은 말도 안 되는 말로 우릴 현혹하려 하고 있어. 쳇. 제법 설득력 있는 말이었지만 틀렸어."
마타 륭은 손가락을 흔들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쟈칼이 한마디 덧붙였다.
"당신이 졌어. 드라시안.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면서 이 살기는 뭐지? 아무리 뛰어난 전사라고 해도 무의식중에 살기를 뿜어내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군. 아까 저 인간 친구가 일어섰을 때 이 방 어딘가에서 살기가 느껴졌지. 이건 도움을 요청하는 태도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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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 쟈칼."
드라시안은 더 이상 소용이 없음을 알고 자릴 박차고 일어섰다.
그리곤 뒤로 몇발자국 물러섰다. 동시에 어둠 속에서 12개체의 헤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쟈칼은 코웃음을 흘렸다.
"훗. 드라시안. 저건 쥬데카의 흑풍 혈마단 잔여 병력이잖아?
저들이 강하긴 해도 우리의 상대는 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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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훗. 쟈칼. 너희들이 강하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이래도 그들을 이길 수 있을까?"
드라시안은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뒤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의 뒤에 20개체의 헤켈이 돌연 나타났다.
"오. 오펜션 조력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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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훗. 오펜션?? 아니. 마케루시안과 라크마니안의 조력단 힘이 사라져버려서 그들의 힘을 흡수 할 수 있었다. 이제 만능 엔터테이너 조력단이라 불러다오. 우하하핫."
드라시안은 조력단을 향해 손짓을 했다. 그러자 조력단원들이 동시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각질로 이뤄진 피부를 뚫고 나온 힘줄들이 용트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흑풍 혈마단의 헤켈들이 포효하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녀석들의 공격력과 방어력이 업그레이드 되었어."
르부뤽이 그들의 모습을 보고는 질린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드라시안은 미소를 짓고는 쟈칼 일행에게 소리쳤다.
"내 도움을 거절하지 않았더라면 다만 몇일이라도 목숨을 보존했을 것이다!!! 공격하라!!!"
드라시안의 외침과 동시에 흑풍 혈마단의 헤켈들이 쉐도우와 접속하면서 달려들었다. 쟈칼 일행도 모두 쉐도우와 접속하고는 자신의 검을 빼어 들었다. 그리곤 적들을 노려보았다.
한편, 티탄시. 3-27구역은 전투의 흔적을 치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세종족이 서로 합심하여 죽은 시체들을 옮기고 부상자를 치료했다. 정말 이런 광경이 펼쳐지리라고 그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카에살레아는 그들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묘한 미소를 지었다. 아우로페도 세종족이 서로 돕고 있는 모습에 감격했는지 떨리는 목소리로 세느카에게 말했다.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날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너무나 감동적이에요. 세느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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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전 늘 왜 세종족이 서로 증오하게 되었는지 궁금했었죠. 전 그 궁금증 때문에 역사와 고고학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거기에도 해답은 나와 있지 않더군요."
"그렇겠죠. 그 역사는 그들이 만들어낸 허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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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행이에요. 이런 일을 이렇게 직접 겪게 되다니.
너무 가슴이 벅차요."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그들이 잘 해내야 할텐데요."
옆에 있던 카자마가 그렇게 말하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세느카는 카마자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았다. 자신을 뒤쫓던 헤켈. 그 당시엔 왜 자신을 쫓는지 이유조차 알 수 없었다.
다만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그랬었다. 그것도 인간어로.
세느카는 미소지었다. 헤켈이 인간의 말을 할 줄 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고 좋아했던. 그랬던 자신이었다.
그가 도와달라고 말했던 것은 이런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였던 것인가?
카에살레아는 그들을 한번씩 바라보고는 세느카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세느카는 밝은 표정으로 아우로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카에살레아는 세느카의 표정을 보고 잠시 미소짓더니 순간 미소가 사라져버렸다. 그는 슬픈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때 코로니스 일행(미시케,이카루스)은 마테리온을 막기 위해 티탄시 시청으로 향한 상태였다. 카에살레아의 말대로 마테리온이 사용한 체인 뉴클리어 디바이스는 어쩌면 기가스보다도 더욱 무서운 것일지 몰랐다.
만에 하나라도 마테리온이 그 무기를 사용하게 된다면 다른 종족은 물론 인간들도 안전할 수 없었다. 게다가 다른 종족과 하나가 된 지금 극도의 종족차별주의자인 마테리온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이미 매스컴을 통해 전 인간들에게 오늘 있었던 사건이 보도되고 있었다. 2000년동안 은폐되었던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
다시 말해 모든 사람들이 다른 종족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마테리온도 그 뉴스를 보았을지 몰랐다.
세종족이 서로 합심하여 부상자를 치료하고 시체를 옮기는 그 장면을 말이다.
코로니스는 서둘러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마테리온은 이용가치가 있을 때는 마구 써먹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작자라는 것을.
게다가 그의 성격은 꽤나 잔인해서 모든 일에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볐다. 분명 아까 발사한 체인 뉴클리어 디바이스 한 발이 불발로 끝났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그것을 누가 막았는지는 모를테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카에살레아가 말한 것처럼 그 무기의 양은 지극히 소량이었다.
만약 많은 양을 사용해 무기를 발사한다면 이 도시는 물론. 이 대륙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시청 밑에 그런 조직이 있단 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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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이카루스. 마테리온 시장은 굉장히 야심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전지역구에 서로 흩어져 있는 종족차별주의자들의 세력을 한데 모아 규합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종족차별주의자들은 그다지 강하지 않았는데 마테리온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부터는 활개치기 시작했습니다.
마테리온은 전혀 그들과는 상관없는 듯이 행동했기 때문에 그가 종족차별주의자들의 두령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자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저도 그의 심복이 되고 나서야 안 사실이니까요."
"그. 그럼. 시청 밑에 종족차별주의자들의 조직이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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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미시케. 시청도 말이 시청이지. 지하로 내려가면 그곳부터 벙커시설입니다. 아마 그가 사용한 그 신의 무기로도 그 벙커는 안전할 것입니다.
게다가 그곳에는 약 3년동안 먹을 식량과 물. 생필품 등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전 왜 그런 것들을 그곳에다가 모아두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마테리온 시장도 다른 종족이 혹시나 티탄시를 점령하게 되면 그 안으로 피신하기 위해서라고 말했기에 전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죠.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바로 그 신의 무기. 그 신의 무기를 사용했을 때 도피할 곳을 미리 마련해 둔 것이었습니다."
"저. 정말 무서운 작자로군요."
미시케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감쌌다.
이미 마테리온은 몇 년 동안 그 모든 것을 준비했던 것이다.
그것에 일환으로 전쟁론까지 선포하게 만들고 개인 가오그 전대도 만들었다. 게다가 그가 보유한 종족차별주의자들은 전지역구적으로 수십만명이 넘었다. 그 중 뛰어난 검술 실력을 가진 무인들도 수천명에 이르렀으며 마테리온의 개인 경호부대원도 몇백명에 이르렀다.
코로니스는 한때 그를 추종하고 그를 믿었던 자신이 얼마나 한심했었는가를 되새겨 보았다. 임무 실패로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 것은 암살지령이 아니던가. 만약 제이드와 묘한 우정을 쌓지 않았더라면 그의 손에 죽었을지도 몰랐다.
"아. 저곳입니다. 다행히 전 그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한때는 마테리온의 가장 충실한 심복이었기에 쉽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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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렇군요."
"아마. 지하 7층에 존재하는 비밀구역이 우리가 가야할 곳일 겁니다. 그 통제구역은 마테리온과 게류온을 제외한 그 누구도 출입이 금지된 곳입니다. 아무래도 그곳에 신의 무기를 작동하는 장치가 있을 겁니다."
-
"알겠어요."
코로니스는 그렇게 말하고 시청 앞에다가 플라잉 머신을 멈추었다. 미시케와 이카루스는 플라잉 머신에서 내리곤 심호흡을 했다.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없는 그들로서는 떨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미시케. 당신은 플라잉 머신에 남아요. 위험해요."
-
"이카루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벙커 안에는 뛰어난 종족차별주의자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는 무인들도 많구요. 물론 아까 다른 종족이 공격해 왔을 때 대부분의 군대가 밖으로 나와 지금은 거의 비어 있겠지만 말입니다."
-
"하지만. 저도 돕고 싶어요."
"우리가 도망칠 때 도와주면 됩니다. 마테리온의 개인 가오그 전대도 모두 밖으로 나간 상태이니. 안에는 가오그가 두세대 정도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도 남아 있는 무인들까지 하면. 너무 위험합니다. 제 한 몸이라면 충분히 지키겠지만. 당신까지 책임지기엔 제 실력이 모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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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좋아요. 이카루스. 코로니스. 조심해요."
"걱정말아요. 미시케."
이카루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코로니스를 바라보았다. 코로 니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청 안으로 걸어갔다. 미시케는 멀어져 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고는 다시 플라잉 머신에 탔다. 그리고 그들이 잘 해내기를 기도했다.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보통 시청의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이카루스는 오랜만에 와본 것도 그렇고 코로니스의 지하벙커란 말을 들어서 그런지 시청이란 건물이 더욱 요새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코로니스는 직원 전용 엘리베이터에 가서 아래로 향하는 버튼을 눌렀다. 이카루스는 약간 조바심이 났지만 코로니스의 태연한 행동에 긴장을 다소 풀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직원 전용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그들을 별로 의심하지 않는 듯 했다.
이윽고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안에서 두 사람이 내렸다. 그들이 내리면서 비어버린 엘리베이터 안으로 코로니스와 이카루스가 들어갔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자 이카루스가 길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휴우. 생각보단 별거 아니네요."
-
"후훗.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전 지하벙커 6층까지 출입할 수 있는 카드가 있습니다. 그런 카드는 이 시청 안에서도 극소수만이 가지고 다니는 카드에요."
"와. 당신 생각보다 대단한 사람이군요?"
-
"후. 저도 그런줄 알았습니다. 마테리온이란 권력의 최고봉 밑에서 군림하는 제 2인자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건 다 망상이었습니다. 전 그저 그의 발이나 닦아주는 시종에 불과했으니까요."
코로니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슬픈 미소를 지었다. 한때 그토록 존경했던 마테리온에게 도리어 배신을 당했으니.
이카루스는 그의 표정으로 보고 그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지하 5층에 도착하자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이카루스는 의아하게 생각하며 엘리베이터안의 층버튼을 바라보았다.
버튼은 지하 5층까지가 다였다. 잉? 지하 7층까지 있다고 하지 않았나?
"이 엘리베이터는 그야말로 이 시청에서 일하는 직원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진 긴장하지 않았던 거구요. 이곳은 누구나 다닐 수 있는 장소입니다.
진짜 지하벙커는 이곳부터 더 지하로 들어가야 합니다."
이카루스는 코로니스의 말에 안심하며 미소지었다. 코로니스는 가볍게 미소짓고는 앞으로 걸어나갔다.
길이 상당히 복잡했지만 코로니스는 단 한번의 망설임 없이 빠르게 걸어갔다. 이카루스는 그의 뒤만 쫓아가면 되었다.
코로니스는 점점 비밀스럽고 음산한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이카루스는 약간 걱정이 되었지만 묵묵히 그를 따라갔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지나자 코로니스의 표정은 사뭇 진지해져 있었다. 이카루스는 그의 표정만으로 이곳이 그가 말한 지하 벙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곳부터는 아무 말 없이 그냥 제 뒤만 따라오십시오. 다른 사람들의 의심을 살만한 행동을 해서는 안됩니다."
이카루스는 <아무 말 없이>란 말 때문인지 대답은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코로니스는 다시 갈 길을 재촉했다.
지하벙커는 굉장히 넓었다. 탁 트인 거대한 광장에 수많은 길이 연결되어 있었고 곳곳에 사람들이 들어가서 로이안 리플을 내놓고 공격할 수 있도록 만든 엄폐물들이 존재했다.
이카루스는 놀라운 지하 벙커 시설에 다소 놀라며 계속 코로 니스를 따라갔다.
지하 5층에서 3층 더 지하로 내려갔는데도 사람의 흔적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코로니스의 말대로 다른 종족을 막기 위해 모두 밖으로 나갔기 때문인 것 같았다. 코로니스도 처음엔 걱정되었지만 지금은 다소 표정이 풀린 상태였다.
코로니스는 지하벙커 3층에 있는 거대한 창고를 향해 걸어갔다.
"이. 이곳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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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가지고 갈 것이 있어서입니다."
코로니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카드로 창고의 문을 열었다. 창고는 웬만한집 한 채보다도 더 컸는데 그 문 역시 5미터는 족히 되어 보였다. 코로니스는 안으로 거의 뛰다시피 걸어갔는데 그곳에는 가오사이보그들이 수십대가 진열되어 있었다. 정말 장관이었다.
"와. 정말 놀랍군요. 어떻게 시청 지하에 가오그가."
-
"마테리온의 영향력을 무시하면 안됩니다. 그는 개인 가오그 전대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입니다.
게다가 그의 오른팔격이었던 제겐 특별한 가오그를 선물해주기도 했었죠."
코로니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한 가오그 앞에 섰다. 그 가오그는 다른 가오그보다 약 50센치가 더 컸다. 게다가 덩치도 다른 가오그에 비해 훨씬 컸는데 코로니스는 녀석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덩치는 저래도 다른 녀석들보다 더 날렵합니다. 보통 가오그는 보통 가오그 몸통의 1차 장갑 위에 2차 장갑을 덧씌운 모델인데 저건 그 위에 3차 장갑까지 씌운 모습이죠. 그래서 덩치가 저렇게 산만한 것입니다. 하지만 3차 장갑은 아무리 날이 잘드는 칼도 무뎌지게 만드는 가오륨을 더욱 개량한 합금을 사용했기에 더 가볍고 좋습니다.
한마디로 아주 성능이 좋은 녀석이죠. 후후훗."
코로니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가오그에 올라탔다. 흉부가 뒤로 젖혀지자 탑승석이 나타났다. 코로니스가 마치 가오그의 뱃속으로 잡아먹히듯 사라지자 다시 흉부가 덮여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코로니스는 가오그를 움직여 이카루스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곤 이카루스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고 팔을 대었다.
"이제부턴 빨리 가려니까 제 어깨에 올라타십시오."
-
"네?"
"가오그가 걷는 속도를 당신이 따라오는 것은 무척 힘듭니다.
그러니 제 어깨에 올라타세요."
코로니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이카루스를 자신의 팔 위로 걸어 올라오도록 만들었다. 이카루스는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가오그 팔 위로 올라가 어깨에 걸터앉았다. 사실 좀 전에도 코로니스의 걸음걸이를 따라가기 힘들었던 그녀였다. 그런데 가오그를 따라가라니. 차라리 이게 훨씬 편할 것이다.
코로니스는 그녀가 안전하게 올라탔는지 너브 센서를 이용해 확인한 후 떨어지지 않도록 팔로 그녀를 받혔다.
그리곤 빠른 속도로 걷기 시작했다. 이카루스는 많이 흔들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부드럽게 움직이자 안심했다. 그렇다는것은 코로니스의 가오그 조종 실력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말인 것이다.
코로니스는 3미터 50센치에 달하는 거대한 가오그를 조종하여 한 엘리베이터 앞에 도달했다. 그 엘리베이터 문의 크기는 아까 보았던 그 창고의 문 만한 크기였는데 척 봐도 가오그 전용 엘리베이터 같았다.
코로니스는 자신의 카드를 가오그에 입력시키고는 가오그로 하여금 엘리베이터를 작동시키도록 하였다. 그러자 거대한 문이 열렸다. 엘리베이터 안에 탄 코로니스는 6층 버튼을 눌렀다.
지하벙커 6층. 역시 이 엘리베이터에도 그 버튼이 가장 아래층 버튼이었다. 코로니스는 차츰 긴장이 되는지 심호흡을 했다.
지하 6층.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열렸다. 코로 니스는 내리지 않은 채로 주변을 살펴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이상했다.
"뭔가 이상하군요. 이곳은 7층으로 내려가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요원들이 몇 명 있었는데."
-
"그. 그래요?"
"그러고보니 정말 이상하군요. 이곳까지 오는 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전쟁을 하러 밖으로 나갔다지만 이렇게 조용할 수는 없습니다."
코로니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문 밖으로 나갔다. 거대한 공간. 그 공간은 텅 비어 있었고 맞은 편에 지하로 내려가는 문이 보였다. 너무 조용한 것이 도리어 긴장되도록 만들었다.
"그. 그냥 가봐요."
이카루스의 말에 코로니스는 천천히 그 문을 향해 걸어갔다.
아무리 주변을 둘러보아도 갑자기 튀어 나올만한 것은 없었다.
그렇다면 이곳엔 아무도 없다는 말인데.
"그런데. 문제가 한가지 있습니다. 저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마테리온 한 명뿐입니다."
-
"그. 그런."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가오그로 한번 열어보겠습니다."
코로니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문을 향해 다가갔다.
"응? 저기 뭐가 보이는데요? 뭐가 쓰러져 있어요."
이카루스의 말에 코로니스는 좀 더 속력을 내서 다가가 보았다. 그것은 잔해였다. 부서진 가오그의 잔해.
"무. 무슨?"
-
"저길 봐요. 문이 열려 있어요!! 코로니스!!"
"이런. 무슨 일이 생겼나봅니다!!"
코로니스는 가오그 2대가 부서진 채로 바닥을 뒹굴고 마테리온만이 열 수 있는 문이 열려 있다는 사실에 더욱 다급하게 아래층을 향해 내려갔다. 계단을 급히 뛰어내려갔던 코로니스는 아래층에서 들리는 로이안 리플 소리에 놀라 잠시 멈추어 섰다.
"이곳부터는 제가 먼저 가도록 하겠습니다. 제 뒤를 바싹 따라오십시오."
코로니스는 이카루스를 내려주며 그렇게 말했다. 이카루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코로니스의 가오그 뒤를 쫓았다.
마지막 7층. 7층으로 내려서자 저만치 마테리온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그의 모습이 이상했다. 그의 몸에서 로이안 리플이 퉁겨지고 있지 않은가?
"뭐. 뭐야? 어떻게???"
-
"저. 저쪽에도 마테리온이 있어요!!!"
"?!?!?!"
이카루스의 말대로 반대쪽에도 마테리온이 있었다. 그 마테리온은 한쪽 팔을 다쳤는지 피를 흘리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마테리온에게 로이안 리플을 갈기고 있었다.
"오. 말도 안돼!! 저쪽에도!!"
이카루스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에도 마테리온이 있었다.
조금더 밖으로 나가 보니 마테리온이 10명정도 되어 보였다.
그 중에는 팔 한쪽이 잘려져 나간 마테리온, 다리하나가 없는 마테리온, 상체만으로 기어가는 마테리온도 있었다.
"저. 저들은 로보로이드입니다!!!"
코로니스가 그렇게 외쳤을 때였다. 로이안 리플을 쏘고 있던 마테리온이 코로니스를 발견하고는 그쪽을 향해 달려왔다.
"코. 코로니스!!! 도. 도와주게!!! 로드들이 날. 날 죽이려고하고 있어!!!"
코로니스는 다른 마테리온을 바라보고 이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마테리온을 바라보았다. 다른 마테리온들은 무표정했지만 그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고 게다가 진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코로니스는 그가 진짜 마테리온임을 간파하고 그를 자신의 뒤로 피신시켜 주었다. 그리곤 로드 마테리온들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겁니까?"
-
"재. 재단에서. 날 바꿔치려고 했어. 로드로 말야. 하지만 난 그 녀석을 막아냈지. 하지만. 녀석들은 한 녀석만 보낸게 아니었어. 처음엔 날 납치하려 했는데. 이젠 죽자고 덤비는거야."
"그. 그래서. 밖에 가오그 두 대가."
-
"그래. 그 가오그들은 녀석들이 난줄 알고 당한거야. 다행히 몇 놈은 저렇게 부상을 입혔지만 그래도 쉬지 않고 덤비는 거야. 죽는 줄로만 알았네. 죽는 줄 알았어. 정말 다행이야.
코로니스. 자네가 내 생명의 은인이네."
코로니스는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마테리온이 자신을 생명의 은인이라고 말하자 묘한 기분이 들었다. 분노 같기도 하고 희열 같기도 한.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적들을 막는 것이었다.
그 다음에 마테리온을 처리하는게 순서일 것이다. 코로 니스는 가오그 2대를 파괴할 정도의 괴력을 지닌 로드라면 쉬운 상대가 아닐 것이란 것을 알았다.
"일단. 위층으로 도망친 후에 생각해봅시다."
마테리온은 이미 겁에 질렸는지 무조건 코로니스의 말에 찬성했고 이카루스도 그러자고 했다. 위층으로 올라온 그들은 코로 니스의 행동을 막지 않았다. 코로니스는 그 문을 거의 부수듯 주먹으로 뭉개버려 열리지 않도록 만든 것이었다.
그런 코로니스의 모습을 보고 마테리온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비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 정말. 다행이야. 아주 때맞춰서 와주었어. 정말 고맙네. 고마워."
-
"쳇. 그런 소린 집어치우십시오. 속으론 '죽었다는 녀석이 왜 살아 있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소?"
코로니스의 핀잔에 마테리온은 다치지 않은 한 팔을 세차게 흔들며 말했다.
"아냐! 아냐!!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네. 왜. 자네가 죽었다고 생각했겠나? 이렇게 멀쩡히 살아서 날 구해주었는데?"
-
"정말 비굴하군요?"
이카루스였다. 마테리온이란 사람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모습은 한 도시의 시장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비굴해 보였다. 마테리온은 눈을 흘겨 이카루스를 바라보고는 말했다.
"당신은 누군데 나서는거요?"
-
"입닥치시오. 마테리온!! 제이드에게 날 죽이라고 시켰던것은 더 이상 말하지 않겠소."
"오.? 그. 그게 정말인가? 고맙네. 고마워!!"
-
"하지만!! 신의 무기에 대해선 알아야겠소!!!"
"??????"
코로니스의 말에 마테리온의 얼굴은 경직되어 버렸다. 그때였다. 지하로 통하는 문 저편에서 <쿵!! 쿵!!!>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놀란 마테리온은 주저 앉은 채로 벌벌 떨며 말했다.
"나. 날 살려주게. 내. 내가 잘못했네. 제발 날 도와주게."
-
"도대체. 신의 무기를 왜 사용한 겁니까?"
"나. 난 선택할 수밖에 없었어. 다. 다른 종족들이. 한꺼번에 쳐들어왔는데. 막지 못한다면. 우리 티탄시는 그걸로 끝이 아닌가. 그렇게 되면 나도 모든게 끝난다구. 내 꿈은 그런게 아니었어. 난 난. 그냥 평화롭게."
-
"쳇. 당신의 꿈은 다른 종족을 모두 지배하는 것이 아니었소?"
"아니. 그건. 그. 그게 아니라."
-
"티탄시를 공격하기 위해 모든 힘을 쏟은 다른 종족들을 체인 뉴클리어 디바이스 한방으로 모두 몰살시킨 후 당신의 종족차별주의자 부대를 이끌고 다른 종족을 정벌하려던 것이 아니냔 말이오!!"
"......"
마테리온은 코로니스의 말에 할말을 잃었는지 고개를 숙였다.
이카루스는 그런 그를 보고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왜 그런 짓을 저지르죠? 단지 당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당신도 기가스란 존재와 다를 바 없군요. 그들도 단지 유희를 즐기기 위해 전쟁이란 게임을 벌였죠. 그들. 기가스보다 당신은 더 나빠요. 모두를 죽이려고 했잖아요. 같은 인간조차도. 어쩌면이 티탄시의 반이 날아갈 수도 있었어요!! 그들 모두가 죽을 뻔 했다구요!!"
-
"뭐어??? 그. 그렇다면? 그게 불발되었단 말인가? 그럼.
티탄.나의 티탄시는? 내 빌딩은? 그리고 다른 종족은???"
마테리온은 이카루스의 말에 정신이 나간 듯 머릴 흔들며 마구 소릴 질렀다. 이카루스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세종족은 서로를 용서했어요. 이제 더 이상 서로 싸우는 일은 없을거에요."
-
"그. 그게 정말이오?"
"그래요.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 무섭군요. 이 상황에서도 오로지 자신의 부와 권력에 대한 것만 걱정하는군요. 사람들의 소중한 생명은 안중에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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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난. 인간이오. 내 감정에 충실한. 내 야망을 위해 노력하는. 욕망을 실현시키고 싶어하는. 한 인간일 뿐이오. 이제 늙어. 백발이 성성하지만. 꿈을 꾸는 인간이라오."
"당신은 당신의 꿈에는 진실했을지 모르지만 당신을 제외한 세상 모든 이들에겐 배타적이었어요. 거짓이었다구요. 눈을 감고 생각해 봐요. 당신이 위험에 빠진다면 당신을 위해 목숨을 바칠 친구가 몇 명이나 있죠? 당신의 꿈. 전 종족의 지배자가 되었다고 쳐요. 그게 무슨 소용이죠? 정말 당신이 위험할 때 당신을 모두 외면한다면. 그딴게 무슨 소용이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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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난."
그때였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떨어져 나갔다.
코로니스는 로드의 괴력에 놀라면서 마테리온과 이카루스를 뒤로 피하도록 시켰다. 코로니스와 8대의 로드가 서로 대치하고 섰다. 마테리온과 똑같이 생긴 그 로드들은 하나같이 무표정하게 서 있었는데 그 중 한 녀석이 입을 열었다.
"넌 누군데 우리의 일을 방해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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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무것도 아니다. 다만. 죄값을 치러야 할 인간을 그냥 죽게 놔둘 수 없어서 이러고 있는 것이다."
"코. 코로니스. 죄값을 치르다니. 무슨 소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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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그만 닥쳐요! 지금 내 솔직한 심정으론 저들에게 당신을 먹이로 던져주고 싶은데. 그러고 싶은데. 그렇게 하면 당신과 똑같은 인간이 될까봐 참고 있는거니까!!"
코로니스는 그렇게 마테리온에게 쏘아 부치고는 T-blade를 꺼내어 들었다. 로드 마테리온들은 적이 싸울 의사를 표시하자 이내 전투 모드로 돌입하고 공격을 시도했다. 그때 뒤에 있던 마테리온이 소리쳤다.
"코. 코로니스! 조심하게! 녀석들은 내가 아끼던 심복 2명이 탄 가오그도 박살 낸 녀석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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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당신 걱정이나 해!"
코로니스는 그렇게 외치고는 로드 마테리온들을 향해 돌진했다. 이카루스는 마테리온의 왼팔에 있는 상처를 매너 포스를 이용해 치료해 주고는 앞으로 걸어갔다. 과연 그녀가 로보로이드에게 할 수 있는 매너 포스는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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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 술 마셨더니 어질....... ㅜ.ㅜ 재밌게 읽으시구요. 아웅..
얼릉 자야징...... 리플 마니 마니 달아주세요. ^^;
아! 지니님..... 저... 약속 지켰습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