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115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115
[기가 슬렌더] -69- 미얀 가레즈(베아트리체 구출 작전!) -미얀 가레즈(베아트리체
구출 작전!)-
에리네와 미얀은 로드 베아트리체를 따라 어디론가를 향하고 있었다. 로드 베아트리체는 에리네가 조작한 이후로 그의 명령에 복종하고 있어서 명령만 내리면 뭐라도 할 기세였다. 에리네는 그녀를 이용해 자신을 납치했을 경우 어디로 데리고 갈 것인지 그곳으로 안내하도록 만들었다.
로드 베아트리체는 호크에 탑승하고는 다른 도시를 향해 호크를 띄웠다. 에리네는 가는 방향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흠. 이런 식으로 계속 동쪽을 향해 간다면. 할파이드 시가 나올텐데. 어째서 그쪽으로 향하는 거지?"
-
"왜요? 에리네?"
"할파이드시는 유일하게 중앙지역구인데도 이주계획에 참여한 도시에요. 그래서 지금 그 도시에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그곳으로 우릴 데려가는 것일까요?"
-
"그야. 뭐. 아무도 안 살고 있으니까 이목을 피하기 쉬워서겠죠."
"흠. 그런건가? 하지만 재단은 남들의 이목을 피할 필요가 없는 작자들인데요. 이미 모든 매스컴은 재단에 의해 장악되어 있는데."
-
"글쎄요. 매스컴은 의회 쪽에서 장악하고 있던게 아닌가요?"
"아. 그런가.? 어쨌든 계속 가보면 알겠죠."
에리네는 미얀의 놀라운 통찰력에 감탄하며 이동경로를 살펴보았다. 미얀의 말대로 매스컴은 재단보다는 의회에 의해 더 영향을 많이 받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에리네가 가담한 것은 아니었고 마테리온의 주도 하에 그렇게 된 것이었다. 이번 이주계획에서 배제된 수많은 난민들에 대한 거짓 보도도 모두 마테리온이 시킨 짓이 아니던가.
매스컴까지 조종해서 사람들의 눈을 속인 마테리온에게 그가 대항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었다. 무슨. 씨알이 먹혀야지.
그래서 끝내 그 스스로 직접 발벗고 나서지 않았던가. 에리네는 피식 웃었다. 그때 그들의 밑으로 할파이드 시가 지나쳐갔다.
"응? 할파이드시가 아니었나? 이 동쪽엔 아무 도시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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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역구 동부지역이라고 하면 노레아 사막지대가 있는 곳 아닌가요?"
"그래요. 그곳엔 오로지 사막밖에 없는데."
그들은 의아해하면서 계속 호크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거의 한시간 정도 지난 무렵이었다. 점점 호크의 속도가 줄어들고 있었다.
"멈췄어요. 지상엔 온통 모래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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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말입니다."
에리네는 로드 베아트리체에게 질문을 던졌다.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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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십시오. 주인님."
로드 베아트리체는 그렇게 말하고는 두 눈을 감았다. 그녀로부터 이상한 전자음이 발생하더니 이내 눈을 떴다. 그리곤 미소처럼 보일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됐습니다."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사막의 모래톱이 반으로 갈라지는게 아닌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이런 사막에 저런 지하기지가 존재하다니. 모래톱 사이에서 등장한 거대한 원형 금속문이 소리 없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호크 한 대가 충분히 들어갈만한 공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로드 베아트리체는 그 안으로 호크를 조종하여 착륙을 시도했다.
"이제 어떻게 하죠? 에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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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안을 살펴봐야죠. 그러기 위해선 약간의 모험이 필요해요.
아마 재단에서는 나를 납치해 온 것으로 알겁니다. 그러니 그런 것처럼 위장해야돼요. 당신이 이곳에 온 사실을 모를테니 당신은 이 호크 안에서 날 기다려요. 난 로드 베아트리체를 이용하여 탈출한 후에 납치 당한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낼게요.
나중에 그들을 구출해서 우리가 돌아오면 바로 도망칠 수 있도록 준비해줘요."
"아뇨. 너무 위험해요. 잊었어요? 전 스파이에요. 이런 일은 당신보단 제가 적합하다구요."
-
"그래요. 당신이 이런 방면엔 더 어울린 다는거 알아요.
하지만 당신 말대로 너무 위험하잖아요. 당신을 위험해지도록 만들 순 없어요."
"풋. 바보군요."
-
"네?"
"제가 위험해질 정도면 당신은 저 안에서 꼼짝없이 죽을 거에요. 그러니 나만 믿어요. 아마 당신보다 내가 더 빨리 사람들을 찾아낼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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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정말 갈 생각이에요?"
"그래요. 사람들을 찾으면서 제너레이트 에더피스도 있나 찾아볼게요. 이곳에 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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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말릴 수 없겠군요. 하지만 조심해요. 나중에 MTM으로 연락하거나 연락이 안될 경우 정확히 세시간 후에 이곳에서 다시 만나도록 해요."
"알겠어요. 그럼. 당신도 조심해요."
에리네와 미얀은 그렇게 서로를 걱정해준 후 헤어졌다. 로드 베아트리체는 에리네가 조작하여 그를 납치했을 때와 똑같이 행동하고 나중에 그가 감금당했을 때 그에게 다시 찾아오도록 프로그램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미얀이 호크에서 빠져나가기가 무섭게 사람들이 호크를 향해 다가왔다. 그들은 모두 로이안 리플을 들고 있었는데 움직임이나 말투가 로드는 아닌 듯 보였다. 그들 중 한 명이 에리네의 몰골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흠. 유그리스 시의 에리네. 이상하게 다친 곳이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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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반항을 안 했는지도 모르지. 후훗."
"왜 재수 없게 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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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냥. 저 로보로이드 좀 봐. 섹시하지 않아?"
"미친넘. 침 닦아 임마. 나중에 애인 젖이나 주물러 주라고. 우린 우리 할 일이 있으니까."
-
"그. 그래."
녀석들은 에리네를 끌고 어디론가를 향해 이동했다. 미얀은 호크 뒷편에 숨어서 그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조심해요. 에리네.'
로드 베아트리체는 에리네를 넘겨주고 나서 어디론가를 향해 걸어갔다. 미얀은 로드 베아트리체를 따라서 통로를 이동해갔다.
처음에는 하나의 긴 터널이었는데 그것은 중간에 여러갈래의 길로 나뉘어져 있었다. 미얀은 이런 미로 형태의 건물을 많이 침투해보았기 때문에 자신만이 알아 볼 수 있는 흔적을 남기며 이동했다.
로드 베아트리체가 이동한 곳은 거대한 홀이었다. 수많은 컴퓨터와 알 수 없는 기계장치들이 즐비한 그 홀은 마치 거대한 실험실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미얀은 숨죽여 홀 안으로 숨어 들어갔다. 홀 안에는 꽤 많은 수의 흰색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있었다.
그들의 눈을 피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홀은 탁 트인 공간이었던 것이다.
로드 베아트리체는 그곳의 한 박사에게 뭔가 말하는 듯 보였다.
아마도 에리네를 데려왔다는 말을 한 것이겠지. 미얀은 그렇게 추측하고는 그 박사를 향해 다가갔다. 아무래도 그 박사가 이곳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녀석처럼 보였던 것이다. 다른 연구원들도 모두 그에게 깎듯이 대하는 폼이 딱 소장같은 분위기였다.
로드 베아트리체는 다시 어디론가를 향해 가버렸고 미얀은 그 박사를 뒤쫓기 시작했다. 다행히 그 박사가 향하는 곳은 으쓱한 곳이라 연구원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어 더욱 미행하기 쉬워졌다.
미얀은 <관계자 외 출입 금지>라는 붉은 팻말을 지나친 후부터 뭔가 오싹한 기분이 든다는 것을 느꼈다. 도대체 이런 거대한 비밀기지에서 의원들을 데려다 놓고 무슨 일을 저지르려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갑자기 에리네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에리네는 음란한 말을 주고받는 녀석들에게 끌려 어느 독방에 갇혔다. 워낙 길이 미로같았기에 이곳이 어디쯤인지 짐작할 수조차 없었다. 게다가 이곳에만 오면 쉽게 베아트리체를 만날 수 있을거란 그의 짐작은 무너지고 말았다. 독방에 갇힌 그로서는 이곳에 누가 붙잡혀 왔는지조차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로드 베아트리체에게 입력한 프로그램이 에러 없이 작동하기만을 간절히 바랬다. 그때였다. 방의 문이 열리더니 아까 그 녀석들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한 녀석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녀석은 에리네를 한참 말없이 지켜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난 T.T 의 수니건이라 하오. 유그리스시의 시장 에리네 반인테스.
나이 35세. 혈액형은 B형. 가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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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됐습니다. 내가 당신이 말하는 에리네요. 도대체 나에게 원하는 것이 뭐요?"
"글쎄요. 우리가 댁들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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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을 말해도 되겠소?"
"말해보시죠. 한때 천재 생명공학 박사였으니. 대답이 기대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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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실한 개를 만들려는거겠지. 그렇지 않소? 우리 대신 우리 자리에다가 휴먼 로보로이드를 껴 놓는 것이오. 그들은 어차피 당신들이 프로그램 한 대로만 움직일테니 재단의 힘은 그로 인해 막강해지겠지."
에리네는 수니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분명 놀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수니건의 표정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냥 약간 흥미롭다는 정도?
"후훗. 추측은 훌륭했소. 소설 한편 써도 될 정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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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 그럼 다른 이유라도 있단 말이오?"
"하핫. 그건 차차 알게 될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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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도대체."
"한가지는 약속할 수 있습니다. 절대 당신을 해치거나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만은 나 수니건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겠소. 조금 후면 이 지하 연구소의 소장을 만날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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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소장?"
"그렇습니다. T.T를 이끌고 계신 분이죠. 아니. 이젠 재단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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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설마. 지오 안티노스!!!"
"호오.제법이군요. 그분을 아십니까? 하지만 지오님은 근신중이십니다. 그분이 아닙니다. 이분은 아마 모르실겁니다. 거의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시는 신비로운 분이니까요. 그럼.
편히 쉬십시오."
수니건은 그렇게 말하고 방을 나갔다. 도.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것이지? 의원들을 로드로 교체하려고 이런 일을 꾸민 것이 아니란 말인가. 각각의 의원들이 가진 정보를 로드에게 저장시키기 위해 납치를 한 것이 아니란 말인가.?
'그렇다. 뭔가 이상하다. 그들 역시 의원들의 사정을 속속들이 잘 알텐데. 굳이 납치해서 로드에게 우리의 기억을 프로그래밍 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그 자리에서 죽여버리고 로드로 교체한다고 해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외모로만 보면 진짜 사람보다도 더 진짜같지 않은가? 이건. 음모다. 엄청난 음모가 진행중이다.
이런. 내가 너무 무모하게 재단에 도전을 한 것인가.?'
에리네는 순간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치 누군가에게 감시를 당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벽 어디에도 CCTV같은 것은 없었다. 에리네는 그대로 자리에 앉아 무릎을 껴안고 생각에 잠겼다.
미얀은 앞서 가는 박사가 어느 거대한 방안으로 들어가는것을 보고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인적이 뜸한 곳이었지만 미행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게 아니었다.
그 박사는 마치 실험실처럼 보이는 거대한 방으로 들어갔는데 박사가 들어간지 조금 후에 미얀도 따라 그곳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비밀기지라는 점때문인지 보안은 허술했다.
허기사. 이런 사막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짐작해서 이곳까지 올 수 있는 스파이는 없겠지. 미얀은 스파이 중에서 거의 최고 수준이었으므로 그 정도는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굳이 불필요한 보안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던 것이다.
미얀은 방안으로 들어가서는 숨을 죽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넓은 방안은 온통 이상한 스크린으로 가득했다.
마치 여러개의 방을 관찰하는 카메라처럼 보였는데 그 스크린 안 방에는 침대같은 것만 덩그라니 놓여 있었고 그 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미얀은 박사가 이동한 흔적을 찾아 쫓기 시작했다. 약간 더 움직여 어느 한 스크린 앞에 도착했을 때였다.
그녀는 그 화면을 보고는 숨이 멎는줄 알았다. 화면 안에는 수십명의 남녀가 알몸으로 실험대 위에 누워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모두 20세에서 30세정도밖에 안 되는 젊은 사람들로 모두 하나같이 바른 자세로 누워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너무나 경직되어 있었는데 마치 마취라도 당한 것 같았다.
'도. 도대체. 저들은 누구지? 서. 설마. 의원들인가? 아냐.
그럴리 없어. 의원들은 대부분 중년의 나이를 넘겼다구.'
미얀은 그들의 모습을 다시 한번 바라보고는 급히 몸을 숨겼다. 어디론가 사라졌던 그 박사가 갑자기 나타난 것이다.
다행이 들키지는 않았는지 그 박사는 자신의 할 일을 하러 어디론가를 향해 걸어갔다.
그때 누군가가 그 박사를 향해 걸어왔다. 그는 다름 아닌 수니건이었다. 그 박사는 수니건이 다가오자 미소를 띄었다.
"로드니암 소장님. 42개 시중에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한 모든 시의 시장들을 모두 납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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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경우?"
"그. 그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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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보게."
"티탄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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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리온. 그 늙은 너구리가 도망쳤단 말인가??"
"그.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쟁때문인것 같습니다. 지금 티탄시에는 헤켈과 세이렌이 한꺼번에 공격을 가해 도탄에 빠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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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래서 우리가 신병기를 투입하지 않았는가.? 뭐. 어차피 그 녀석은 상관없다. 납치해왔어도 죽여버리려고 했으니까."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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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은 야망이 너무 큰 녀석이야. 그런 녀석에게 날개를 달아준다면 나중에 우리까지 물려고 덤빌지 모른다."
"흠.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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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죽을 녀석인데. 그 녀석은 신경쓰지마."
"알겠습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모든 도시의 시장들이 로드로 교체되었습니다. 시장들이 납치된 것은 아무도 모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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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후훗. 어차피 로드는 이 원대한 계획의 소모품에 불과 하니까. 자아. 그럼. 그들을 모두 만나볼까? 후훗. 어떤 의견들이 나올지 기대가 되는군."
로드니암. 즉, 지크프리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수니건의 안내를 받으며 어디론가를 향해 걸어갔다. 미얀은 숨어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가 또 다시 그를 미행했다. 그 방안의 수많은 스크린에는 각 도시의 시장들이 감금되어 있는 모습도 보였다.
미얀은 그곳에서 에리네의 모습도 발견하고 안쓰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스크린들을 뒤로 한 채 지크프리드를 따라갔다.
에리네는 로이안 리플을 들고 있는 녀석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녀석들은 처음과는 다른 정중한 태도로 이동할 것을 요구했다. 에리네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므로 그들을 따라 어디론가로 움직였다.
'어째서. 로드 베아트리체가 날 구하러 오지 않은 것이지.
젠장. 뭔가 잘못된 것인가???'
에리네는 점점 걱정이 늘었지만 미얀이 어딘가에 있을거란 생각으로 마음을 안정시켰다. 에리네를 데려간 곳은. 아니.
끌고간 곳은 거대한 원탁이 있는 회의실 같은 곳이었다. 거대한 원탁의 주변엔 의자가 마흔개 정도 보였고 그곳에는 이미 자신처럼 끌려온 의원들이 반 수 이상 앉아 있었다. 그 중에는 베아트리체도 있었다.
"베. 베아트리체!!"
-
"에리네!! 당신도 끌려 왔군요!"
"어떻게???"
-
"거기. 두분 정숙해주십시오. 제 요구를 무시할 경우 이 로이안 리플이 불을 뿜을지도 모릅니다."
"......"
한 사내의 정중한 경고 때문에 에리네와 베아트리체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서로의 눈만 바라보았다. 에리네는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정말 모든 도시의 시장들이 다 보였다.
전쟁론을 반대했던 아리코시의 하일레노스 시장과 노스 메테르 시의 서에칸트 시장 그리고 마테리온을 도왔던 크레타시의 게류온 시장. 그 외 1지역구 쿼터드 시의 시장인 알 부민 시장과 3지역구 코라닌 시의 제리오네 시장 등. 정말 모든 도시의 시장들이 다 모인 것 같았다. 그런데 한 명이 보이지 않았다. 자신을 죽이려고 기를 썼던. 티탄시 시장. 마테리온. 그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에리네는 궁금증이 폭발할 지경이었지만 잠자코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정말 대단하군. 재단이란 곳은 무서운 곳이야. 그런데 이상하군.
이미 하일레노스나 서에칸트 같은 작자들은 재단의 끄나풀이 아니던가. 그런 자들까지 납치할 이유가 있었을까? 도대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단 말인가.?'
에리네는 의혹 가득한 얼굴로 고심해봤지만 별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먼저 들어온 자는 에리네도 보았던 자였다. 바로 수니건이었다.
그 뒤에 따라온 자는 그곳에 있는 그 누구도 본적이 없던 자였다.
'누구지.?'
그는 다름 아닌 지크프리드 로드니암이었다.
세 개의 팀이 짜여지고 나니 모두 전투 준비를 했다. 뭐. 그렇게 할 것도 없었지만. 어쨌든. 세종족의 수장들은 자신들의 부하들에게 절대 다른 종족과 싸움을 해선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하고는 다시 모였다. 뭐. 그렇게 말하지 않더라도 그들은 싸우지 않을 것이었다.
벌써 세종족은 하나의 공동 목표를 가질 때부터 동료가 된 것이다.
쟈칼은 준비가 다 된 것을 확인하고는 카에살레아에게 말했다.
"우리 헤켈쪽은 준비되었다. 이 녀석을 타고 가면 된다. 로드니!!"
쟈칼이 손뼉을 치자 바닥에서 길이 10미터 높이 5미터에 해당하는 거대한 벌레가 땅바닥에서 기어 나왔다. 인간과 세이렌은 그 괴물의 모습에 다소 놀랐지만 그것뿐이었다.
"이 놈은 우리가 타고 다니는 녀석들 중 가장 작지만 영리한 녀석이다. 이 녀석을 타고 가면 오늘 안으로 그와 싸울 수 있을 것이다."
쟈칼의 말에 아크바레이가 다가와서는 파인리히를 바라보며 말했다.
"후훗. 저거 타면 굉장히 재밌을걸? 속이 뒤집어질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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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읔. 그렇게 멀미가 심하단 말야?"
"아니. 녀석의 뱃속으로 들어가야 되거든.푸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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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바레이. 못쓴다. 걱정하지 말아요. 뱃속이지만 상당히 쾌적하답니다."
펜 타고니는 자신의 아들을 타이르고는 그렇게 말했다. 파인리히는 그녀의 모습에 억지로 미소를 짓고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때 옆에 있던 휘페리언도 준비끝 보고를 했다.
"우리도 준비되었습니다. 우린 언더 플레인을 이용해서 출발하겠습니다. 소형 언더 플레인을 이용하면 우리도 오늘 안으로 도착할 수 있습니다."
휘페리언의 말에 카에살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옆에 있던 얀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해보니 원자력 천공위성이란 곳은 우주에 있는데 자신들은 우주선이 없었던 것이다. 보통 비행선으로 먼지층을 뚫는 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사람 한두명 밖에 못 태우는 셔틀크루져를 타고가자니.
"타렌. 셔틀크루져는 몇 대나 얻을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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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할 수 없지만. 많으면 2인승짜리 한 대와 1인승짜리 한대. 어쩌면. 1인승짜리 두 대일지도."
"큰일이군요. 우리 인원의 반도 태울 수 없는 양이군요. 게다가 원자력 천공위성의 방어체계는 확실해서 접근하기도 힘들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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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타렌과 얀이 고심하자 카에살레아가 모처럼 입을 벌려 웃었다.
그리곤 얀을 손바닥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하핫. 어째서 그런 걱정을 하는 것인가. 너희들에겐 셔틀크루져보다도 더 큰 우주선이 있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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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게 무슨 소립니까?"
"기가스의 후예. 그가 가지고 있던 우주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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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스의 후예? 설마. 라케프씨의 호크말입니까?"
"하하핫. 그렇다. 지금껏 그것을 호버크레프트인줄 알았나보군.
그것은 셔틀크루져의 초기모델 <로드포트>이다. 현재의 셔틀크루져는 속도와 파괴력이 커지는 대신 탑승 인원이 줄어들었지.
하지만 그 당시엔 속도는 느리지만 사람을 많이 태울 수 있는 그런 형태의 모델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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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수가. 어쩐지 생긴 모양도 틀리고 속도도 다른 호크보다 훨씬 빠르다 했지. 역시. 그랬었군. 재단에선 카안드리아스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라케프씨를 최고 대우로 대했던거야."
얀은 그렇게 말하고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직도 하늘엔 체인 뉴클리어 디바이스로 인한 나선형의 돌기가 사라지지 않은 상태였다.
'라케프씨. 당신은 죽어서까지 우릴 도와주는군요. 고맙습니다.
미얀이 그 호크를 우리에게 빌려주고 간 것은 정말 하늘이 도운 것이로구나.'
얀은 희망에 가득찬 얼굴로 모두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도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우린 과거 라케프씨의. 현재 미얀 양의 호크를 타고 원자력 천공위성에 가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모두들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는 헤어지려 했다. 그때 카에살레아가 모두에게 말했다.
"자신이 믿는 것만을 믿어라.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여라. 그리고 너희들의 손으로 너희들의 정체성을 회복해라."
카에살레아의 말에 모두들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는 각자의 이동 수단에 올라탔다. 파인리히는 기분이 묘했지만 로드니 안으로 참고 들어갔으며 아크바레이 역시 언더 플레인에 타고 나서 그들의 과학력에 놀랐다. 얀 일행도 미얀의 호크에 탑승했다.
헤켈팀의 임시 리더는 쟈칼이었고 세이렌의 임시 리더는 휘페리언, 인간의 임시 리더는 얀이었다. 모두들 이 의견에 대해선 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수긍했다. 그렇게 세팀은 아크로나딘과 프레제톤타 그리고 우주를 향해 출발했다.
미얀의 호크 안.
미얀의 호크는 그대로 하늘을 향해 오르고 또 오르고 있었다.
얀은 호크를 자세히 살펴본 후에 그 작동법이 자신이 사용해보았던 셔틀크루져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고 안심했다. 얀의 조종으로 호크는 원자력 천공위성을 향해 곧장 날아가고 있었다.
재단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던 타렌이 얀에게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우리가 원자력 천공위성으로 간다고 해도 그쪽에서 도킹을 허락할지 의문입니다. 이미 우리들은 그들 명부에서 제거되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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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게 문제로군요. 잠깐 기다려보세요."
얀은 수동조종을 자동으로 전환한 후 MTM을 꺼내 들었다.
그는 순간 쟈코모가 떠오른 것이었다. 쟈코모에게 위성 안에 첩자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한 이후 한번도 연락을 취하지 않은 상태였다.
MTM이 계속 신호가 갔지만 전혀 응답이 없었다.
"흠. 무슨 일이 있나?"
얀은 혼자 중얼거렸다. MTM을 끄려던 찰나 신호음이 멎으면서 화면 속에 쟈코모가 등장했다. 그의 모습은 굉장히 초췌해 보여 마치 몇일 굶기라도 한 것 같았다.
"아니. 쟈코모.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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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괜찮소. 하지만 이제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소."
"그. 그게 무슨 소립니까?"
얀은 쟈코모의 안색이 어두운 것이 틀림없이 무슨 일이 생긴 것이라 짐작하고 있던 차였다. 쟈코모는 긴 한 숨을 쉬고는 말했다.
"사실. 정보가 샌 것은 원로원 중 한 명의 소행이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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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구요?"
"하지만 그녀는 로드였소. 진짜 기니비아를 감금하고 로드 기니비아로 하여금 그녀의 역할을 대신하도록 만들었던 것이오.
그 로드 기니비아는 원로원에서의 대화를 모두 지오에게 알려주었던 것이오. 그래서 정보가 샌 것이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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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랬군요. 로드를 그런 방법으로."
"나도 첩자를 알아내려다가 지오에게 붙잡혔소. 하지만 다행히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원로 루치펠이 일을 해결했소."
쟈코모는 긴박한 상황을 짧게 설명했다. 루치펠은 로드 기니비아의 행동이 뭔가 부자연스럽다는 것을 느끼고는 그녀를 시험했다. 기니비아는 팔케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팔케넌이 아주 뛰어난 인물이라서였다. 그녀 역시 대단한 여자 였지만 팔케넌의 능력에 언제나 한 수 처지는 신세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팔케넌을 늘 경계하고 무시했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던 루치펠은 로드 기니비아에게 팔케넌과 사랑하는 사이인 것처럼 말을 꺼냈다. 하지만 인간의 감정을 이해 할 리없는 로보로이드 기니비아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던 것이다.
평소 그녀였다면 화를 냈을텐데 말이다. 루치펠은 그것만으로 확신할 수 없어서 한때 자신을 좋아했던 그녀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고백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때도 역시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루치펠은 감정에 충실한 인간이었기 때문에 그녀의 팔케넌과 자신에 대한 감정을 은연중에 잘 느껴왔던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자신이 알던 기니비아와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그것만으로 그는 그녀가 진짜 기니비아가 아닌 복제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역시 원로원에 들 정도로 머리가 비상했기 때문에 최근 연구중인 휴먼 로보로이드 프로젝트를 떠올리고는 그녀가 로드일 것이란 추측까지 했던 것이다.
그렇게 모든 사실을 알아낸 루치펠은 로드 기니비아를 교묘히 이용해 쟈코모와 진짜 기니비아가 감금된 방을 알아내 그들을 구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오 역시 그 사실을 알아버렸다는 것이다. 이것을 쟈코모는 이렇게 요약했다.
"루치펠이 범인을 알아내고 우릴 구해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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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군요. 그래서. 몰골이."
"하지만 지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오. 우린 지금 그를 피해서 숨어 있지만 얼마나 오래 버틸지는 자신이 없소.
미안하오. 당신들을 돕지는 못할망정. 도리어 위험에 빠뜨렸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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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아. 저희들을 도와주실 수 있습니다. 지금 저희는 원자력 천공위성으로 가는 중입니다."
"뭐. 뭐라고 했소?"
쟈코모는 약간 당황한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그는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라면 그럴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셔틀크루져가 나오기 전 모델인 호크를 타고 그곳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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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로드포트라는 구형 모델이군. 그런 모델이 아직도 지구상에 존재할 줄은 몰랐소. 좋습니다. 아직 그 모델로도 도킹이 가능합니다. 우리가 도킹하는 것을 돕겠소."
"감사합니다. 제가 부탁하려던 것이 그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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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핫. 정말 운때가 맞는군. 서두르시오. 지오로 인해 행동의 제한이 생겼소. 시간이 별로 없소."
"알겠습니다."
얀은 환한 미소로 대답했다. 쟈코모는 도킹할 좌표를 알려준 후에 연락을 끊었다. 얀은 그 좌표를 향해 최고속도로 로드포트를 움직였다.
대략 1시간 반 가량 하늘로 올라갔을 때였다. 이미 먼지층을 지나 대기권 밖으로 나간 상태였다. 얀은 로드포트를 잠시 멈춘 후에 시계를 바라보았다. 지구의 자전 주기를 봤을 때 약 10분 후면 원자력 천공위성과 조우할 것이다.
세이타르는 긴장이 되는지 심호흡을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쥬데카가 입을 열었다.
"후훗. 긴장되나보지? 걱정하지마. 내가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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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훗. 그래. 쥬데카. 저번에 카발리에레와 싸울때는 정말 죽는줄 알았는데. 네가 같이 있어서 천만 다행이었어."
"이길 수 있을거야."
-
"그래야겠지."
옆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제이드도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킴은 연신 불안한지 계속 왔다갔다 안절부절이었다.
"킴. 정신 사나우니 좀. 가만히 있으면 안돼?"
-
"아. 타렌. 휴우. 그냥. 오줌이 마려워서."
"큭큭. 녀석. 미시케한테 고백할때보다 더 창백해보여."
-
"뭐어? 쳇. 그냥 조금 걱정이 돼서 그런거라구. 난 가오그 대전 챔피언쉽에서 1등 먹은 녀석이야. 그거에 비하면 이런건 긴장 축에도 끼지 못한다구."
"후훗. 알았어. 알았어. 저. 얀 박사님."
-
"응? 말씀하십시오."
"그를 이기게 되면. 그간 제가 저질렀던 잘못들도 모두 용서가 될까요?"
-
"후훗. 그를 이기지 못한다고 해도 당신의 죄는 이미 용서된것이오. 당신 스스로 죄를 뉘우친 그 순간부터."
"네."
얀은 타렌의 어깨를 짚고는 미소지었다. 그때 제이드가 창밖을 보며 말했다.
"저기. 온다."
그의 말대로 원자력 천공위성이 저 멀리서 다가오고 있었다.
거대한 원형 쉘드 안에 또 하나의 원형위성이 그 안에 또 하나의 원형 튜브가 있는 그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얀은 즉시 쟈코모가 시킨대로 원자력 천공위성의 레이더에 걸리지 않을 사각지역으로 로드포트를 움직였다.
거대한 원자력 천공위성이 다가오자 그 크기에 모두들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 멀리 있을땐 그냥 거대한 건물정도 크기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가까이 다가가니 그 크기가 어지간한 도시보다도 더 크지 않은가. 모두 그 모습에 비명도 못 지르고 숨을 죽여 바라보았다. 작은 소리라도 레이더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얀은 쟈코모가 가르쳐 준 좌표를 향해 로드포트를 이동시켰다. 로드포트가 이동한 곳은 세 개의 거대한 튜브 중 가장 안쪽에 위치한 곳으로 원형구처럼 생긴 곳이었다. 얀은 그곳을 잘 알고 있었다. 예전에도 가봤던 바로 거대한 홀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원로들과 팔케넌과 지상의 일을 의논하고 했었지.
원형 튜브의 가장자리의 해치가 열리면서 도킹할 수 있는 튜브와 기계장치들이 튀어나왔다. 얀은 구형인 로드포트가 도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지만 쟈코모를 믿고 위성에 도킹을 시도했다.
천천히. 아주 처천히. 로드포트는 위성을 향해 다가갔으며 도킹 장치들은 저절로 다가오는 로드포트의 몸체에 달라붙어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성공이었다.
"성공입니다."
얀은 작은 목소리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킴은 엄지손가락을 펴 얀에게 최고라고 말해주었다.
도킹이 완료되자 해치가 닫혔고 진공이었던 공간에 공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완료!> 라는 메시지가 뜨고 나서 얀 일행은 로드포트에서 내려섰다. 킴은 가져온 가오그를 탄 채로 로드포트에서 내렸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얀도 얼굴만 잠깐 봤던 사람이었다. 그는 웃으면서 얀을 반겼다.
"난. 루치펠이라고 합니다. 쟈코모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죠."
-
"알겠습니다."
얀은 루치펠이 자신을 알아본다는 것을 알고 별 말없이 움직였다. 루치펠은 얀 일행을 데리고 은밀한 곳을 이용해 걷기 시작했다. 얀은 자신이 가보았던 거대한 홀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루치펠은 상당히 서두르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지오 때문에 동료들이 걱정되어 그러는 것 같았다.
루치펠이 일행들을 데리고 간 곳은 시스템 운영실 중 도킹 관리 시스템실이었는데 굉장히 문이 많은 거대한 방이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기니비아와 합류 할 수 있었다. 기니비아는 루치펠을 반가운 얼굴로 반겼다.
"다행입니다.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
"쟈코모는 어디있소?"
"그는 지오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 잠깐 나갔습니다."
-
"뭐요? 기니비아. 지금 상황이 어떤지 알고 있소? 그를 말렸어야지!!"
"루치펠. 화내지 마시오. 그는 아무 문제없을 거요."
-
"뭐. 서. 설마.!!!"
루치펠은 당황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행동을 뒤에서 지켜보던 얀 일행들도 순간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한 문이 열리면서 한 남자가 걸어나왔다. 그의 모습을 본 얀은 치를 떨며 주먹을 말아 쥐었다.
"지오."
그는 바로 지오였다. 지오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앞으로 걸어나왔다. 그리고는 기니비아에게 다가가서는 그녀의 어깨에 자신의 팔을 얹고 기대어섰다. 기니비아보다 약간 작은 체구의 지오가 그렇게 서 있으니 우스워 보였다. 그 모습을 본 루치펠이 얀에게 말했다.
"얀. 그녀는 로드입니다. 젠장. 설마. 이것도. 저 녀석의 계획이란 말인가.?"
루치펠은 그렇게 말하고는 연신 두리번거렸다. 그는 쟈코모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지오는 그런 루치펠을 향해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후훗. 쟈코모를 찾고 있나?"
지오는 그렇게 말하고는 고갯짓으로 오른쪽을 가리켰다.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그쪽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곳에 있던 많은 문중에 한 문이 열리더니 쟈코모가 한 사람을 들고 걸어나왔다.
"쟈코모!!!"
쟈코모는 자신이 들고 있던 그 사람을 바닥에 내던졌다.
그러자 그 사람은 바닥에 떨어져 그대로 축 늘어져 버렸다.
이미 죽은 듯 보였다.
"서. 설마."
루치펠은 그 사람에게 다가가 그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그는 다름 아닌 쟈코모였다. 그럼! 죽은 쟈코모를 던진 사람은!! 바로 로드 쟈코모였던 것이다. 루치펠은 쟈코모의 시신을 부둥켜 안고 소릴 질렀다.
"쟈코모!!!! 이런 쳐죽일 자식!! 도대체 무슨 짓이냐!!!"
-
"난 그저 내 일에 방해되는 녀석을 죽였을 뿐이야. 쳇.
아무리 부하들을 시켜도 저 녀석들을 못 죽이더군. 내가 직접 나서자니 난 근신중이고. 게다가 저번에 저 녀석들이 연구소를 폭파하려고 공격하는 것을 막으려 지상에 내려갔다가 위대하신 분께 걸렸단 말씀이야."
"뭐??? 그. 그래서. 일부러 저들을 끌어들였단 말이냐?"
-
"하하하핫. 너도 참. 대단했어. 루치펠. 첩자가 로드 기니비아였다는 것을 알아냈으니. 하지만 그건 몰랐을거야.
네 녀석이 로드 기니비아를 이용해 구한 쟈코모와 기니비아 역시 휴먼 로보로이드였단 사실을."
"그. 그럴수가."
루치펠은 지오의 말에 고개를 숙였다. 분명 자신은 진짜 쟈코모와 기니비아를 구출했다. 아니. 감금되어 있던 그들이.
진짜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하지만. 이것조차도 지오의 계략이었던 것이다.
그때 방을 둘러싼 수많은 문이 동시에 열렸다.
"오. 맙소사."
"이럴수가."
"미친!!!!"
"......"
얀 일행들은 모두 경악성을 터뜨렸다. 수많은 문으로 지오와 똑같이 생긴 로보로이드 군대가 걸어나오는게 아닌가. 그들의 수는 자그마치 30대는 되어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아니었다. 그들 뒤에 따라 나오는 사람들.
그랬다. 그들은 척 보기에도 그냥 사람이었다. 10명 정도 되어 보이는 그들은 모두 슬레이브 시스템으로 조종을 받는 듯 눈에 초점이 없었다.
"서. 설마. 아이들처럼. 슬레이브 시스템을?"
얀의 외침에 지오의 눈에 이채가 지났다. 지오는 한 걸음 걸어나와서는 손가락 관절을 풀면서 말했다.
"후훗. 완벽한 계획이었지. 이번 유인작전은 너무 완벽해.
하하핫. 이미 너희들은 그 아이들의 능력을 보았을 것이다.
그들은 아이였음에도 그런 엄청난 파워를 발휘했지. 갑자기 발생한 전자기 돌풍으로 미니 위성들이 모두 고장나는 바람에 슬레이브 시스템이 끊어져 버렸지만. 뭐. 그건 상관없고. 그럼.
이들은 어떨까? 이들은 아이들보다 힘도 세고 머리도 좋은 어른인데 말야. 하하하핫."
얀 일행은 지오의 말에 소름이 돋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조차 다른 종족에게 공포를 안겨주었던 괴물들이었는데. 이들은 어른이 아닌가.
적진에 무작정 침투한다는 것은 무모했지만 그래도 쟈코모라는 아군이 있었기에 안심하고 숨어 들어올 수 있었다. 그의 안내로 카안드리아스를 찾아가 그를 무찌르고 위성을 파괴한 후 도망치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그건 처음부터 어긋나 버렸다.
얀 일행을 둘러싼 30대의 로드와 10명의 괴물 병기. 그리고 엄청난 매너 포스를 가진 지오까지. 얀은 순간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과연 이길 수 있을 것인가.
루치펠은 쟈코모의 시신을 얀 일행이 있는 곳으로 옮긴 후 얀에게 말했다.
"나도 같이 싸우겠습니다. 비록 할 수 있는 것은 없겠지만.
쟈코모가. 죽었소. 나도 뭔가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
"아닙니다. 오해는 마십시오. 당신은 여기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그냥 이대로 도망치십시오. 그래서 나중에 우리가 도망칠 때 도와주도록 하십시오."
"젠장. 기니비아. 그래. 기니비아. 그녀가 살아 있을지도 모르겠소. 그녀를 찾아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이걸 받으시오."
-
"이게 뭡니까?"
"이 위성 안에서 당신을 인도해줄 것이오."
루치펠은 작은 화면 위에 바둑판처럼 선이 그어져 있는 기계를 주고는 들어왔던 문으로 빠져나갔다. 그러자 그 화면에 밖으로 나가는 루치펠의 움직임과 얀 일행의 위치가 동시에 표시되었다. 얀은 고개를 끄덕인 후 주머니에 기계를 집어넣었다.
"후훗. 늙은이가 끝까지 주접떠는군. 그래봐야 내 손바닥 안인데. 하하핫."
지오는 그렇게 말하고는 손가락을 퉁겼다. '딱' 소리가 나자 지오와 똑같이 생긴 로드 30대가 천천히 얀 일행을 향해 다가왔다. 괴물 인간 10명도 그 소리와 함께 품속에서 검을 꺼내고는 쉐도우와 접속을 했다.
"카인같은 자들이 10명이라. 어쩌면 매너 포스나 크리에이쳐를 소환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십시오!"
얀은 그렇게 외치고는 매너 포스를 집중했다. 타렌과 제이드 역시 매너 포스를 집중했고 쥬데카도 쉐도우와 접속을 했다.
세이타르는 오른팔을 한번 휘둘러보고는 미소를 지었고 킴 역시 자신의 가오그를 점검해 보았다. 그때 지오가 중얼거렸다.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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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씨가 정말 많이 쌀쌀해졌습니다. 그렇다고 낮엔 날이 풀려서 감기에 걸리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구요정말 행복하고 뜻깊은 하루 하루 만들어가시길 바래요 ^^;
이제 기가 슬렌더도 D-10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