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가슬렌더-100화 (100/120)

제 목: 105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105

[기가 슬렌더] -60- 바쿠듀므 란케(분노한 카발리에레.) -바쿠듀므 란케(분노한 카

발리에레.)-

로페하벤 봉우리 바쿤 신전. 신전 앞 거대광장에는 그레이트 웜(Great Worms)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레이트 웜이란 것은 헤켈들의 이동수단이었다.

그 길이가 50여미터에 이르고 너비가 30여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갑각류 벌레인 그레이트 웜은 그 안에 헤켈들을 태우고 이동하는 헤켈들만의 천연 이동수단이었던 것이다. 지금껏 베일에 가려져 있던 헤켈들의 이동 수단 그레이트 웜을 공개한다!!!

그레이트 웜은 말 그대로 벌레였다. 이 녀석은 워낙 크기 때문에 사육하기에 오랜 시간과 먹이가 필요했다. 그 거대한 크기 때문에 녀석들은 바쿤 신전에서도 가장 크기가 넓은 방에서 사육 당했는데 거의 50년정도 돼야지 헤켈 한 검단을 움직이는데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소규모로 도시를 침략하는 소수의 헤켈들은 4~5년 된 그레이트 웜으로도 충분히 이동이 가능했다. 그레이트 웜은 아주 단단한 외피 안쪽에 헤켈들이 들어갈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있었는데 그 공간은 번식기간에 알을 저장하는 공간이었다.

물론 헤켈들이 이동 수단으로 쓰기 위해 번식을 차단하여 사육 당하는 그레이트 웜을 제외하고는 모두 알을 낳지 못하였다. 그래서 이동할 때 쓰는 그레이트 웜들은 모두 암놈이었다.

이 녀석들은 땅 속과 땅 위를 자유자재로 다닐뿐만 아니라 물 속에서도 숨을 오랫동안 참을 수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수륙양용.

아니 수륙굴삼용? 이동 수단이었던 것이다.

광장 안으로 들어오던 그레이트 웜은 이내 자신의 엉덩이 부분으로부터 헤켈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녀석의 생식기로부터 헤켈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들은 쥬데카의 흑풍 혈마단을 제외한 나머지 4검단이었다.

다른 검단은 개체수 100에서 거의 줄지 않은 숫자였는데 유독 마타 륭의 주작단은 30여개체도 되지 않았다. 그 뒤에 들어온 그레이트 웜에서 락켄신의 현무단도 내리기 시작했는데 현무단의 인원수도 고작해 봐야 40여개체를 약간 웃돌 뿐이었다.

그 모습에 쟈칼과 르부뤽은 약간은 황당한 듯 웃으며 마타 륭과 락켄신에게 다가갔다.

마타 륭은 은근히 쟈칼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껴오던 터라 그가 다가오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르부뤽은 다가오더니 그의 지병이 아직도 고쳐지지 않았음을 드러내며 말을 건넸다.

"우하하하!! 이 지존 르부뤽의 백호단은 거의 피해를 입지 않고 입지전적인 성과를 거두고 돌아 왔는데 마타 륭. 어떻게 된거야? 그리고 락켄신!! 너도 말야. 푸하하하!!"

-

"르부뤽 입조심해!"

마타 륭은 쟈칼의 눈치를 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르부뤽이 누구던가. 그는 그 누구도 고칠 수 없을 만큼의 엄청난 불치병인 왕자병도 아닌 황제병. 더 나아가 천황병에 걸린 중환자가 아니던가.

"허헛. 마타 륭. 너무 그렇게 날 시기하지마. 내 전공이 하늘을 찌른다고 해봐야 하늘에서 피 한 방울 흘리겠어? 그러니 너무 낙담하지 말고. 자자. 눈물 콧물 닦고. 헤켈은 자신보다 낮은 헤켈을 보고 살아야 하는거야. 자신보다 뛰어난 헤켈만 보고 쫓아가다가는 제풀에 지쳐 쓰러지는 거라니까. 그러니 더 이상 이 지존 르부뤽을 연모하지 말아줘."

-

"터헛. 젠장."

마타 륭은 화가 났지만 너무 어처구니없는 나머지 화가 풀리고 말았다. 아니,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혔다고 함이 옳을 것이다.

쟈칼은 마타 륭과 락켄신이 패배를 했다는 소식을 마케루시안으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다.

"락켄신. 마타 륭. 너희들이 패배했다는게 사실이야?"

-

"후우. 그래. 일이 좀 꼬여버렸어."

쟈칼의 질문에 락켄신이 대답했다. 여전히 마타 륭은 꽁한 표정이었다. 락켄신은 바쿤 신전 안으로 들어가면서 어떻게 된 영문인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쟈칼은 5검 중 가장 뛰어난 자로 인정받고 있었기 때문에 모두들 그를 신뢰하고 있었다. 허기사 마타 륭이 쟈칼을 그토록 신경 쓰는것은 그가 그만큼 뛰어나기 때문이었다.

락켄신이 비록 도시들은 모두 접수했지만 글랜시아 시와 발카로스시의 인간들이 모두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 설명했다.

처음에는 락켄신의 말을 믿을 수 없던 쟈칼은 <쉐도우를 가지고 있는 인간>이란 대목에서 자신과 싸웠던 그자들이 그 도시를 도왔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들은 인간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강한 녀석들이었던 것이다.

물론 쟈칼 자신을 상대로는 도망치기 급급했지만, 어쨌든 그 녀석들 때문에 자신도 곤혹을 치렀으니 할 말은 없었다.

마타 륭은 자신들의 패배 소식을 들은 쟈칼이 심각해지자 그나마 기분이 낳아졌다. 쟈칼 녀석은 르부뤽처럼 제 잘난척은 안 해서 다행이었다. 잘난 놈이 잘난 척 하면 잘났으니 뭐라 할 수도 없지 않은가.

하지만 르부뤽은 여전히 자신의 공을 거론하고 있었다.

"내가 말이지. 그대로 날아올라서 인간 가오그 전대 대장 녀석을 단칼에 쓱싹 해버렸지 뭐야. 그러자마자 인간놈들은 허둥대기 시작했고 우린 녀석들을 그대로 쓸어버렸지. 물론 이 지존 르부뤽님께서 나서지 않았어도 충분히 우리 백호단이 접수하는 것은 시간문제였지만 내가 나서므로 해서 사기가 충천해졌단 말씀이야. 동시에 적의 기세는 팍 죽어버리고. 우하하하. 아무래도 난 너무 잘난 것 같아. 너희들도 그렇게 생각한다구? 알아. 알아. 녀석들. 좋아.

오늘은 너희들이 한턱 쏴라. 내 기꺼이 먹어 줄게."

뭐. 이런 식이다.

쟈칼과 락켄신은 계속해서 갑자기 나타난 인간들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었고 마타 륭은 심난한지 별 말 없이 바쿤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그렇게 바쿤 신전 안으로 들어가자 3대 현자가 그들을 맞이했다. 3대 현자, 드라시안,마케루시안,라크마니안은 전쟁이 휴전되었음을 선포하자마자 로페하벤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다른 검단들은 도시들의 뒤처리를 하느라 그들보다 약간 늦게 도착한 것이었다.

"그나저나 쥬데카 녀석이 안보이네?"

락켄신이었다. 락켄신은 펜 타고니를 잃음으로서 마음이 많이 아팠었다.

그는 그녀가 배신한 것이 아니라 잠시 떠나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있어 또 하나의 전이 헤켈 쥬데카는 뛰어난 검술실력을 지닌 소중한 친구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가 보이질 않는 것이다.

원래 같으면 벌써 마중 나왔어야 되는데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락켄신의 질문에 드라시안이 기분 나쁜 목소리로 말했다.

"쳇! 전이 헤켈주제에 전쟁에서 승리해 돌아오는 우리를 마중 나오지 않다니."

-

"무슨 사정이 있을 겁니다."

드라시안의 말에 락켄신이 그렇게 대꾸하자 드라시안은 락켄신을 째려보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르부뤽이 말했다.

"하! 나! 이거 참!! 나 지존 르부뤽은 오늘날 이토록 큰 전공을 세우고 돌아왔건만. 근신중인 쥬데카씨는 어디 갔을까? 하! 나!

이거 참!!! 하지만 뭐. 봐주지. 내 도량은 바다와도 같이 넓어서 그 정도는 참아줄 수 있어! 암. 아무렴. 난 인자하고 마음씨가 고운 녀석이니까. 우하하하!!"

르부뤽의 이 말 하나에 드라시안과 락켄신의 신경전을 종을 치고 말았다. 이런 말에 맞장구를 친다거나 대꾸를 한다는 것은 왕자의 머리에 왕관을 씌워주는 일이란 것을 잘 알았던 것이다. 그들은 모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바쿤 신전 중앙 근처에 위치한 한 거대한 방안으로 들어갔다.

거대한 기둥이 그들을 굽어보고 있었다. 그들은 자주 와봤었던 듯 원형의 도형 위로 가서 앉았다. 땅바닥에 그려져 있던 원형 도형은 그들이 앉자 바로 위로 튀어 올라 그들을 앉을 수 있게 해주었다. 참 신기한 장치였다. 뭐. 그들이야 맷날 겪는 일이니 신기할 것도 없겠지.

"왜 아무도 없지. 쥬데카도 안보이고. 흉켈리스님도 안보이시는데?"

별로 말이 없던 쟈칼도 뭔가 내키지 않는 듯한 기분이 들었는지 그렇게 말했다. 드라시안은 그런 쟈칼을 뭘 그리 참을 성 없느냐하는 듯이 바라봤고 그걸 눈치챈 르부뤽은 또 한마디했다.

"난 참을성이 많은 <인자>한 놈이야. 여기서 <인>자가 참을 인(忍)이지(맞나??--?). 따라서 난 인자(忍者)한 녀석이지. 우하하.

너희들도 나처럼 인자한 지존이 되거라. 알겠느냐?"

-

"그만 좀 닥쳐줄래? 르부뤽? 그리고 인자(仁慈)에서 인자는 어질 인(仁)이야."

마타 륭이었다. 그는 계속 짜증이 났지만 참고 있었는데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 그래도 르부뤽은 지지 않고 한마디했다.

"허헛. 공수래 공수거거늘. 어찌 그 낱말 하나를 가지고 꼬치꼬치 따질 수가 있는가. 그대의 도량이 한량없이 부족하지만 나의 하늘같으신 아량으로 용서하겠노라. 앞으로 자중하고 깊은 깨달음을 얻으시게."

르부뤽의 말에 모두들 킥킥거렸다. 도무지 녀석은 창피함을 모르는 녀석이었다. 허기사 제 잘난 맛에 사는 녀석이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하겠지.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지금 그들이 있던 방은 바쿤 신전의 회의실로 카발리에레와 세느카 일행들이 싸웠던 바로 그 방이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드라시안은 천천히 일어서서 흉켈리스가 바쿠듀므 란케님께 기도 드리는 방으로 걸어갔다. 아무래도 그곳에서 기도를 하고 있을 것 같단 생각에서였다.

드라시안이 그 방안으로 들어가자 안에는 거대한 석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바쿠듀므 란케의 신상이었다. 드라시안은 그 석상 앞에서 늘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리던 흉켈리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분명 자신들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텐데 회의실에도 나타나지 않고 이곳에도 없다니 도대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그때였다. 어디선가 굵은 목소리가 들려오는게 아닌가.

"드라시안인가.?"

드라시안은 돌아가려다가 멈춰 서서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고귀하신 존재의 석상만이 덩그러니 있을 뿐이었다. 잠깐. 그럼 설마??

드라시안은 급히 부복하고는 말했다.

"예. 제가 바로 드라시안입니다."

-

"알고 있다. 드라시안. 대신관 매지드헬은 그만 운명을 달리했다."

"네? 그게 무슨."

-

"난 바쿠듀므 란케. 흉켈리스 매지드헬은 죽었다."

"아니, 대신관이. 죽었단 말입니까?"

-

"그렇다. 너희들은 모르겠지만 이곳에 2명의 인간과 하나의 세이렌이 습격을 가했었다."

드라시안은 신의 말을 듣고 놀란 눈이 되어 석상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자신이 신성을 모독하고 있음을 알고 급히 땅을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 고작 3인에게 흉켈리스 대신관께서 당하셨단 말입니까?"

-

"그렇다. 하지만 그 녀석들도 큰 부상을 입고 도망쳤다."

"어떻게 그런 일이. 신전 경비를 책임지고 있는 녀석들을 모조리 참수시키겠습니다."

-

"아니. 그럴 필요 없다. 흉켈리스는 그 스스로 그 녀석들을 끌어들여 자멸한 것이다. 심지어 배반까지 하려 했으니 녀석의 죽음은 당연한 것이지."

"아. 그....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

"2지역구를 모두 점령했다고 들었다."

"그렇습니다. 2지역구 도시에선 더 이상 인간들의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

"잘했다.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

"그. 그것이."

드라시안이 약간 우물 쭈물거리자 바쿠듀므 란케가 말을 끊고는 벽이 울릴 정도로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이곳으로 불러모으거라!!"

-

"아. 예. 알겠습니다."

신의 말에 드라시안은 바로 회의실로 가서 켄들과 2대현자를 불렀다.

드라시안의 다급해하는 모습에 모두들 긴장해서는 바쿠듀므 란케의 석상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그들이 모두 도착하고 나서 부복하자 드라시안이 먼저 입을 열었다.

"모두 모였나이다."

-

"다시 한번 말하겠다. 대신관 매지드헬은 죽었다. 그리고 쥬데카는 배신했으며 매지드헬을 죽인 2명의 인간과 한 명의 세이렌과 함께 도망쳤다."

"!!!!"

바쿠듀므 란케의 말에 모두들 경악한 표정이었다. 흉켈리스가 죽었다는 사실도 믿을 수 없는 노릇인데. 쥬데카까지 배신을 하다니.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들은 모두 락켄신을 바라보았다. 락켄신의 펜 타고니도 같은 전이 헤켈로 오늘 배신을 했는데 쥬데카 역시 같은 날 배신한 것이 아닌가. 그들 사이에 모종의 밀약이 있었던 것인가?

락켄신은 쥬데카가 배신했다는 말에 뒷골이 뽀개지도록 골치가 아파 왔다. 하루아침에 두 명의 좋은 친구를 잃은 것이 아닌가. 아니, 쥬데카마저 배신을 했다고 하니 갑자기 분노가 용솟음쳤다.

마치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사람처럼 그 도끼를 붙잡고 망치로 흠씬 두들겨 패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쥬데카와 펜 타고니의 연이은 배신으로 그는 전이 헤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너희들이 임무를 잘 수행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임무 수행도중 많은 피해가 있을 수도 있다. 그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겠다."

신의 말에 모두들 안도의 표정이 되었다. 특히 가장 큰 수모를 당할 것 같던 마타 륭의 표정은 지옥에 떨어졌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표정이었다. 물론 르부뤽의 표정은 똥씹은 표정이었고 말이다.

"2지역구를 침략하면서 우린 많은 것을 얻었다. 일단 인간들에게 우리들의 무서움을 알게 해주었으며 우리들의 실력이 그들보다 월등히 우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 언제든지 세이렌들의 진형을 공격할 수 있는 루트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보다도 더욱 중요한 일이 있다."

모두 바쿠듀므 란케가 칭찬을 하자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갑자기 그것보다도 더욱 중요한 일이 있다니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지금 전쟁보다 중요한 것이 있던가.?

"바로 이 인간을 찾아내는 일이다."

바쿠듀므 란케의 말과 동시에 그들이 부복하고 있던 바닥의 약간 앞쪽 공간에 영상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 영상은 가로 10미터 세로 10센치의 직사각형이 그려진 바닥이 수직으로 약 5미터 튀어 올라온 후 그곳에 투사된 것이었는데 한 인간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인간 여성은 인간 중에선 볼 수 없는 검은색 머리카락과 검은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특징만으로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바쿠듀므 란케는 그 특징만으론 어렵다고 판단했나?

드라시안은 공중에서 뭔가가 밑으로 천천히 내려오고 있음을 알고 일어섰다. 그리고 그 물체를 손으로 잡았다. 그러자 바쿠듀므 란케가 말했다.

"그 기계는 얼마 전 흉켈리스가 과학자들로 하여금 만들게 한 추적기다. 그것을 가지고 쥬데카가 그녀를 찾으러 갔던 적이 있었다.

그때 쥬데카는 임무를 실패해서 근신 처분이 내려졌었다."

-

"아."

바쿠듀므 란케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 하고 생각했다. 그 쥬데카의 일이라면 그들 모두 잘 아는 것이었다.

한 검단의 켄인 쥬데카에게 그런 쉬운 임무를 준 것에 대해 모두 의아해했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건 고귀하신 존재가 직접 내린 엄청나게 막중한 임무였던 것이다. 만약 그 임무를 그가 성공하게 되면 아무리 신분이 전이 헤켈이라도 그들 중 가장 높은 서열을 차지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만큼 흉켈리스는 그를 신뢰하고 그 일을 맡겼던 것이다.

하지면 결과는 참담했다. 쥬데카는 부상을 입고 돌아왔으며 당연히 임무는 실패였다. 그로 인해 흉켈리스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이번 전쟁에서 쥬데카에게 근신조치를 내렸던 것이다.

모두들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바쿠듀므 란케가 하는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었다.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성격인 르부뤽이 그 질문을 해주었다.

"그런데 어째서 그녀가 이번 전쟁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입니까?"

-

"전쟁에서 승리하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열쇠???"

-

"그 인간은 이번에 바쿤 신전을 습격한 3인중 한명이었다."

"그럴수가!!!"

바쿠듀므 란케의 말에 모두들 놀라는 표정이었다. 이 아크로나딘 산맥까지 와서 로페하벤 봉우리를 올라 경비 헤켈들의 초소들을 뚫고, 신전 경비시설을 뚫고 흉켈리스를 죽일 정도의 실력을 가진 녀석들. 바로 그 중 하나가 화면 속의 인간이었던 것이다.

신의 말을 들은 드라시안들은 그제야 그녀가 중요한 존재임이 현실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해도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을까? 일개 인간이. 아무리 그 인간이 엄청난 실력을 가진 슈퍼 인간이라 해도 전쟁의 승패까지 가를 수는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역시 르부뤽은 참을성이 없었다. 후훗. 인내력이 뛰어나다고 했던게 누구더라?

"하지만 그녀를 잡아온다고 해서 전쟁을 이길 수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습니다."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르부뤽의 말에 모두들 동의하는 눈치였다. 바쿠듀므 란케는 뭔가 설명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그는 천천히 전설 속의 예언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너희들은 신들의 전설(The Legend of Gigas)에 대해서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너희들의 신들이 어떻게 신이 될 수 있었는가에 대한 전설이지. 그 전설에 나와 카루이안이 전설의 괴조 하르피아를 물리친 것이나 그 외 거신전설, 소마전설등에 대해 어느 정도는 잘 알 것이다.

그 전설 속의 예언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 - 전설 속의 예언.〕

그 예언은 우릴 창조한 제1세기의 신이 죽음으로써 남기고 간 유언이나 다름없는 것. 그 유언은 그대로 예언이 되어 우리들의 운명을 좌우하게 되었다.

워낙 어려운 암호로 되어 있어서 너희에게 그 유언을 풀이한것을 들려주겠다.

《지구의 공전주기를 1년으로 정하고 지구는 수없이 태양주위를 돌게 된다. 이때 태양주위를 도는 지구의 황도는 매년 변하게 되는데 그 궤도가 처음 원년의 위치로 돌이켜질 날이 오게 되니.》

그 시간을 계산해보면 대략 99.05001297년이다.

《그 시간은 스무번의 변함을 가지게 되어 신들의 골은 깊어지게 된다.》

스무번 변했다는 뜻은 99.05x20=1981년이 되었다는 뜻이다.

불과 20년전이지.

《시간의 틈은 어두운 세상을 만들게 되고 그 어두운 세상 속에 3명의 기가스가 있어 그 중 하나가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2의 10제곱인 10월 24일날 태어나는 운명의 인간이 있으니. 3인의 신들 앞에 나타나 그들을 징벌하리라.》

아마 이 대목은 내가 말한 그 운명의 인간.즉, 생일이 1981년 10월 24일인. 그 인간이 세상을 구원할 신들을 죽이게 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운명의 인간은 고통받는 자, 신음하는 자, 슬퍼하는 자 중 세상을 구원할 하나에 양심의 줄기인 위대한 자를 선택하고 어둠이 되어버린 나약한 자 모두를 동시에 멸하리라. 그래서 둘은 하나로. 셋도 하나로 합쳐질 것이다.》

마지막 이 대목은 그 운명의 인간이 세 종족의 신들 중 한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죽이게 될 운명이란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최후로 남은 한 명의 신이 <둘은 하나로. 셋도 하나로>

라는 말대로 다른 종족들을 지배하게 된다는 뜻이다.

〔 - 그렇다면 저 화면 속의 인간이 정말 그 운명의 인간이란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인간을 데려와야 하는 것이다. 그 인간으로 하여금 헤켈들의 신과 인간들의 신을 멸하도록 해야하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난 오래 전부터 그 인간을 추적해왔고 그 임무를 흉켈리스에게 맡겼었다. 그는 쥬데카에게 그 일을 시켰었지. 그가 실패하는 바람에 너희들에게 그 임무를 주는 것이다.

〔 - 그럼 전쟁은 어째서.〕

르부뤽. 전쟁은 사소한 오해로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전설 속 예언처럼 시간이 흐르면서 신들의 골은 깊어지게 되었다.

전설 속에서는 나와 그들은 한 형제나 다름없을 정도로 친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우린 서로의 신의를 저버렸으며 서로를 미워하고 있다.

전쟁은 신의를 저버린 그들에 대한 나의 의사표현인 것이다.

2지역구를 쓸어버린 것만으로도 내 의사는 충분히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운명의 인간을 데려온다면 다른 지역구의 타종족들도 모조리 몰아낼 것이다.

이제 이해가 되었는가?

바쿠듀므 란케. 즉, 카발리에레는 그렇게 매듭을 지었다. 카발리에레는 그 예언을 전적으로 믿고 있었다. 그리고 최후에 남는 그 한 명의 기가스가 자신일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바로 그 운명의 인간이 제 발로 찾아왔었던 것이다. 그러니 더욱 그렇게 믿을 수밖에.

하지만 그 운명의 인간은 자신의 그물을 유유히 빠져나갔고 그는 신으로서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그 마음속 상처로 인해 그는 전쟁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었다. 오로지 살기 위해. 아니, 전 종족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그는 이런 선택을 한 것이었다.

어쨌든 드라시안과 다른 이들은 그 전설의 예언을 듣고 모두들 확실한 명분을 갖게 되었다. 그들의 신, 바쿠듀므 란케는 그들에겐 절대적인 존재였으며 그의 말은 모두 신성한 것이고 정확한 것이며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땅에 코가 닿을 듯이 고개를 숙이며 그렇게 하겠노라고 다짐했다.

"드라시안! 이제부터 너를 새로운 대신관으로 임명한다. 흉켈리스의 역할을 차질 없이 수행하도록 해라!"

-

"아. 알겠습니다. 영광이옵니다!!"

드라시안은 만면에 웃음을 띄우고는 그렇게 말했다. 마타 륭은 다소 기분이 좋지 않은 듯 연신 험험거렸고 르부뤽은 슬픈 눈빛으로 석상을 바라보며 주문을 외웠다.

'이 지존 르부뤽도 큰 공을 세웠다구요. 좀 알아줘요!!'

그 후론 더 이상 석상으로부터는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다.

대신관이 임명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석상이 말을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신은 대신관을 통해서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그 예언 이야기를 먼저하고 드라시안을 대신관으로 임명한 것은 신빙성 문제때문이었던 것 같았다.

만약 드라시안을 대신관으로 임명하고 그로 하여금 그런 이야기를 다른 이들에게 하도록 만들었다면 믿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신이 직접 그렇게 말하고 드라시안을 대신관으로 임명했으니 아무도 불만을 가지지 못할 것이었다.

그들은 모두들 결심한 표정으로 일어서서 밖으로 나갔다.

그들 모두의 마음속에는 하나같이 그 운명의 인간을 잡아 바치는 것만이 가득했다.

단 하나. 락켄신만을 제외하곤 말이다. 락켄신은 자신에게 실망을 안겨준 믿는 도끼 쥬데카와 펜 타고니를 먼저 찾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발등을 찍었던 그들의 머리통을 찍어버릴 작정이었다. 그토록 락켄신은 그들을 믿고 사랑했던 것이다. 사랑이 컸으니. 미움도 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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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할머니 팔순 잔치가 있었습니다. 너무 너무 피곤하네요.

글만 올리구 바루 자야할 것 같습니다. 모두 평안한 주말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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