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103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103
[기가 슬렌더] -58- 파리나타 리셀런(그의 선택.) 11장.예언(豫言)의 장-파리나타 리셀런(그의 선택.)-
여전히 사람들을 호크에 태우고 다른 도시로 나르던 미얀과 미시케는 카인이 얀과 아크바레이를 부축하고 오자 놀라며 급히 뛰어왔다. 아무리 힘든 전투를 많이 겪어본 그들이지만(사실 많이 겪지는 않았다.)누구 하나가 이렇게 다쳐서 돌아온 적은 처음이었다.
미시케는 얀과 아크바레이를 눕히는 것을 도와 주면서 물었다.
"저어. 카인. 파인리히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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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그게."
카인은 대답하기 난처했다. 다시 사지로 뛰어들었다고 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먼저 도망쳤다고 말할 수도 없고. 그때 카인들을 엄호하며 뒤따라왔던 킴도 가오그에서 내렸다. 가오그는 만신창이었지만 킴은 전혀 상처가 없는 듯 보였다.
그는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것에 대해 자괴감을 느끼는 듯 안색이 어두웠다.
미시케는 카인이 대답하지 않자 그를 다그쳤다.
"도대체. 파인리히는 어딨는거죠? 설마. 셋만 도망친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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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 누군가를 찾으러 갔어요. 미시케."
"네에?"
카인은 미시케가 파인리히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파인리히가 아우로페라는 첫사랑을 찾으러 갔단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었다.
그때 미얀이 입을 열어 카인을 구출했다.
"아크바레이의 상처가 심하니 일단 병원으로 옮겨야겠어요. 아. 라케프 할아버지가 보조계열 그랜드 포스 오너시니까 라케프 할아버지께 부탁하면 되겠네요."
미얀의 말에 카인은 무너져버렸다. 얀과 아크바레이를 이곳까지 데리고 오느라 지친 것도 이유라면 이유겠지만. 라케프의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느낀 충격이 더욱 컸다. 카인은 속일 수 없는 사실임을 알고 흐느끼듯이 말했다.
"라케프.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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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뭐라구요? 다시 말해봐요. 잘 못들었으니까. 다시 말해봐요!!!"
카인의 말에 미얀은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다시 말해보라고 카인을 다그쳤다.
카인은 어쩔 수 없이 가슴 아픈 말을 한 번 더 하고 말았다.
"그는 죽었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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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설마. 농담이죠? 거짓말이죠? 이런 상황에서 장난치면 나 화낼거에요.
흑흑. 내가 화나면 얼마나 무서운지 알죠? 흑흑. 어서 거짓말이라고 말해요!!
흑. 어서."
미얀은 금새 눈이 충혈 되더니 슬픔을 억누르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미얀은 계속 거짓말이라고 말하라며 카인을 때렸다. 이미 슬픔에 받힌 그녀의 주먹엔 전혀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할아버지. 돌아가시면 안돼요. 저하고 재밌게 놀아야죠. 흑흑흑. 왜. 그렇게 되신거에요. 흑흑. 전 이제 누구랑 놀라구요. 흑흑."
미얀은 정말 서럽게 울었다. 마치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처럼 그녀는 울고 또 울었다. 미시케의 말대로 라케프의 호크는 라케프의 마지막 유산으로 미얀에게 남겨진 유물이나 다름없게 된 것이다.
미시케 역시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느라 먼 곳을 바라보며 눈을 깜박였다.
카인은 킴을 보고는 말했다.
"우선 아크바레이를 옮겨야 하니까 킴. 좀 도와줘요. 아무래도 가오그가 사람보다는 힘이 셀테니까. 근처 병원까지만. 아차. 사람들이 모두 이주해서 병원도 없겠군."
킴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카인의 마지막말에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그때였다.
저쪽에서 누군가가 달려 오는게 아닌가. 두 명이었는데 한 명은 일행들도 아는 얼굴이었다. 바로 에리네 반인테스였던 것이다. 무슨 상자같은 것을 들고 오는 다른 한 명은 누군지 알 수 없었다.
에리네는 기쁜 얼굴을 하고 달려오며 외쳤다.
"헤켈들이 모두 후퇴했습니다!! 여러분. 헤켈들이 모두 도망쳤다구요!!"
'짝!!!!'
그때였다. 서럽게 울던 미얀이 에리네에게 다가가서는 따귀를 때린 것이었다.
에리네는 왜 때리냐고 화를 내려다가 미얀이 울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침착하게 물었다.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다른 사람같았으면 분명 화를 낼 법도 한 상황이었는데 에리네는 전혀 화를 내지 않았던 것이다. 미얀은 그런 에리네가 화를 내길 바랬는데 그렇지 않자 그의 품으로 무너졌다.
에리네는 갑자기 자신의 품에 안긴 미얀을 바라보았다. 미얀의 키가 에리네보다 15센치가량(에리네 키는 190cm이다)작았으므로 그는 자신의 목 바로 아래 있는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녀가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카인은 쑥스러워 하는 에리네에게 물었다.
"헤켈들이 모두 도망쳤다는게 사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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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래요. 사람들을 이주시키고 돌아오는 길에 호크에서 헤켈들이 모두 돌아가고 있는 것을 똑똑히 봤어요."
그는 카인 일행들의 분위기가 썩 좋지 않음을 알고 웃으면서 말하지는 않았다.
그가 심각한 얼굴로 말하자 일행들은 비로소 그 말을 믿게 되었다.
"아참!! 이 분은 판돌 로드리게스 라는 분입니다. 글랜시아 시에서 못사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의료봉사를 하시는 의사선생님이십니다. 사람들을 이주시킬 때 부상자들을 돌봐주는 역할을 해주셨죠. 이분이 이쪽에 부상자가 있는 것 같다며 같이 와보자고 하셨습니다."
에리네가 소개하자 판돌이 인사를 했다. 중년을 훨씬 넘긴 듯 보이는 반백의 의사가 인사를 하자 카인과 킴 그리고 미얀과 미시케도 판돌에게 인사를 했다.
그는 인사같은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바로 아크바레이의 상처를 보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상처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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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에 찔린 상처입니다."
"정말 운이 좋군요. 심장 위를 스쳐지나갔습니다. 조금만 아래로 내려왔더라도 그대로 절명 했을겁니다. 다행히 심장 근처인데도 불구하고 출혈량이 많지 않군요."
판돌은 그렇게 말하고는 그가 가져왔던 상자에서 약품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 상자는 구급약품을 넣는 구급상자 같은 것이었다. 판돌은 대충 아크바레이의 상처에 응급치료를 하고서는 일행들에게 말했다.
"일단은 안심입니다. 하지만 쿼터드 시까지 간 후에 큰 병원으로 옮겨 더 치료를 받아야 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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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판돌은 간신히 정신을 차린 얀의 상태도 보더니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할거라고 말했다. 그리곤 카인을 보고는 말했다.
"검에 베인 상처가 많군요."
판돌의 말에 모두 카인을 바라보았다. 정말 그때까지는 모르고 있었는데 카인 역시 검에 베인 상처가 심했던 것이다. 그런 몸으로 얀과 아크바레이를 데리고 오다니. 그의 정신력 또한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없었다.
옆에 있던 킴도 그 모습을 보고 경의를 표했다. 판돌은 카인의 상처에 약을 바르고 천으로 감싸주었다. 카인은 워낙 단단한 사람인지라 그 정도 상처는 대수롭지 않은 듯 처연했다. 판돌은 그런 카인의 인내심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대충 치료가 끝나자 미얀이 상황을 정리했다.
"다행히 헤켈들은 도망쳤고 사람들의 1/3 정도만 더 이주시키면 돼요. 우린 이곳에 모여 있고. 올 사람은. 파인리히 한 명뿐이군요. 그가 오면 우리도 떠나기로 해요. 아크바레이의 상처가 아직 심하니까."
미얀은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미얀. 그녀는 자신의 엄마가 죽었을 때도 울지 않았던 냉혈인간이었다. 물론 그녀의 엄마가 그렇게 교육을 시켜 왔으므로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미시케로부터 감정에 충실한 것도 좋다는 것을 배운 후로는 자신의 고집을 모두 버렸던 것이다.
미얀은 다시 라케프가 떠오르자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슬퍼하는 것은 사치였다. 다른 할 일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할아버지. 할아버지와 만난 시간은 제 일생에서 짧은 순간에 불과했지만 영원히 기억할 소중한 추억이에요. 당신은 제게 웃음이란 선물을 주셨으니까요.
부디 좋은 곳으로 가세요.'
미얀은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고개를 숙여 묵념을 했다. 아직도 그녀의 귀에 라케프의 놀리는 말투와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그들은 라케프 호크. 아니, 미얀의 호크가 있는 곳까지 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파인리히가 살아 있다면 그는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카인은 전적으로 그를 믿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복귀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다가오는것이 보였다. 미얀은 너무 반가운 나머지 소리쳤다.
"파인리히!!!!"
하지만 상대방에서 나온 말은 너무도 싸늘한 말이었다.
"미안하군. 내가 파인리히가 아니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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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 펜 타고니!!!!"
다소 정신을 차린 얀이 펜 타고니를 보고 이름을 크게 외쳤다. 그러자 펜 타고니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나도 내 이름쯤은 알아. 그러니 시끄럽게 굴 것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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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째서."
카인을 뺀 나머지는 아직 전후사정을 몰랐다. 다만 헤켈이 다시 공격하는게 아닌가 하고 두려워 할 뿐이었다. 그때 카인이 중재인으로 나섰다.
"그녀는. 아크바레이의 어머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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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인의 말에 모두들 놀란 눈빛이었다. 아니, 카인을 보고 <너 드디어 미쳤구나!!>
라고 말하는 시선이었다. 헤켈이 인간의 엄마라니 그 무슨 해괴망측한 망발인가.
카인은 그런 뜻을 어렴풋이 느끼고는 황망히 손을 내 저으며 말했다.
"라케프 할아버지께서 그렇게 말씀하시고 돌아가셨단 말이에요. 그분의 마지막 말이 설마 거짓이겠어요?"
카인의 말에 얀은 뭔가 느끼는 것이 있었다. 그는 아직도 의식 불명인 아크바레이를 한번 바라본 후에 펜 타고니를 향해 말했다.
"당신이 리니아란 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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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인간들은 나를 그렇게 부르곤 했지."
펜 타고니는 이를 악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 모습이 인간들의 분노를 드러내는 것이란 것을 모두 눈치챌 수 있었다. 리니아. First Force Owner 인 라케프와 Original Force Owner 이었던 리니아. 재단에서 만들어낸 포스 오너 제조기계나 다름없던 그들이었다.
얀은 그녀가 어째서 헤켈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확실한 리니아 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얀은 그녀의 의중이 뭔지 몰라 질문을 던졌다.
"무엇을 원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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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 아들을 데려가겠다."
"!!!!!"
펜 타고니의 말에 모두들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들을 데려간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그럼 아크바레이를 납치라도 하겠다는 말인가.? 그녀의 말에 모두들 긴장하기 시작했다.
킴은 지금 당장이라도 가오그에 올라탈 기세였고 카인은 부상당한 몸이지만 양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미 그녀의 가공할 능력을 본 그들이기에 그것이 소용없다는 것쯤은 알았지만 말이다.
"난 너희들과 다투고 싶지 않다. 내 아들만 돌려준다면 조용히 물러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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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럴 수 없다면?"
"후훗. 괜한 배짱 부리지 말아라.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난 너희들을 죽이고 싶은 마음도 내가 죽고 싶은 마음도 없다."
펜 타고니는 싸늘하게 웃으면서 얀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렇다고 얀이 시선을 피할 인간도 아니었다. 얀은 펜 타고니의 모습을 보고 그녀가 인간들에게 엄청난 증오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았다.
그녀의 말투와 행동. 그 눈빛. 인간을 저주하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도대체. 누가 그녀에게 무슨 일을 했길래. 얀은 결심한 듯 말했다.
"우린 아크바레이를 당신에게 줄 수 없습니다. 그는 내 친자식과 같은 녀석입니다.
비록 당신이 친엄마라 할지라도 그 아이를 데려갈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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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이?"
"그는 태어날 때부터 부모가 없이 자랐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당당하고 꼿꼿하게 잘 자라왔지.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한 헤켈이 나타나서 <내가 네 엄마다!> 라고 말한다면 그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합니까? 이 아이에게 있을 정신적 충격은? <아이쿠야. 엄마가 헤켈이구나. 미안하다. 넌 튀기였어!>라고 말할 작정입니까?"
얀의 말은 그야말로 신랄했다. 뒤에 있던 미얀이 킥,하면서 웃었을정도니. 그 무뚝뚝한 얀이 그런 인용을 한 것이 너무 우스웠다.
하지만 펜 타고니에게 있어 그건 결코 우스운 말이 아니었다. 자신의 잘못을 정확하게 비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그것에 대해서는 뭐라 반박할 수가 없었다. 이미 그녀 역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었으므로.
"네 말이 맞다. 하지만 난 그 아이를 데려가야겠다. 난 그 아이에게 진 죄를 갚기 위해서라도 그 아이를 데려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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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우리도 줄 수 없소!"
"정녕 피를 볼 참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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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의 할아버지이자 내 스승님이셨던 아크타리안님께 약속했소. 그리고 돌아가신 라케프씨에게도 약속했었소. 이 아이를 잘 돌보겠노라고. 내가 그 약속을 어기게 만들 참이오?"
얀은 라케프가 죽은 소식을 미얀에게서 들었다. 하지만 그는 슬퍼하지 않았다.
이미 라케프가 이번 전투에서 죽을 각오로 싸움에 임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하지만 더더욱 그래서 그의 약속을 지켜야만 했다. 그의 마지막 유언과도 같은 그 약속을.
"네 약속 따윈 내가 알 바 아니다. 어서 그 아이를 내놓거라. 내 아들의 친구들이라 말로 하는 것이지 안 그랬다면 벌써 한 조각 고깃덩어리가 되어 땅바닥을 기고 있었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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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하하핫."
펜 타고니의 말을 누군가가 큰 소리로 비웃었다. 얀은 자신이 그런 웃음소릴 냈는지 확인해보려는 듯 옆의 카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카인이 손가락으로 펜 타고니의 뒤편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파인리히와 휠체어를 탄 여인, 그리고 타렌이 걸어오고 있었다. 미시케는 파인리히를 보고 너무 반가운 나머지 그에게 달려가며 소리쳤다.
"파인리히!! 살아 있었군요. 얼마나 걱정."
미시케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휠체어에 앉아 있는 여인과 눈이 마주쳤다.
그 여인은 자신에게 눈으로 인사를 했다. 미시케는 볼이 붉어져서는 마찬가지로 인사를 했다.
"아. 안녕하세요. 미시케 사이가르트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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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전 아우로페 로니안이라고 해요."
미시케는 그녀의 이름을 듣고 깜짝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아우로페. 파인리히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여인의 이름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 여인이 바로.
그런데 여인의 모습은 너무도 처참했다. 하반신이 아예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미시케는 파인리히를 바라보았다. 파인리히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파인리히가 펜 타고니에게 말했다.
"재밌어. 재밌어. 이봐요. 아들을 내팽개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다시 찾겠다는거죠? 너무 염치없는 짓이 아닌가요? 그리고 우린 죽는 한이 있어도 그 친구를 당신에게 내줄 수 없어요. 이미 숫적으로도 당신은 불리한 상태에요. 그러니까."
파인리히는 돌아가란 말을 하려다가 펜 타고니의 살기 어린 시선과 눈이 마주치자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시선이 너무도 강렬했던 것이다.
펜 타고니는 한참 생각하는 듯 보였다. 파인리히가 한 말은 구구절절이 다 옳은 것뿐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피붙이를 놔두고 이대로 떠날 수는 없었다. 그때였다.
"나. 따라가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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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바레이!!!!"
그 말을 한 사람은 바로 아크바레이였다. 그는 아까 전에 정신을 차렸었는데 아무도 그걸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얀과 펜 타고니가 나눈 대화를 모두 들었던 것 같았다. 얀은 낭패한 얼굴로 펜 타고니를 바라보았다.
만약 아크바레이가 따라간다고 말한다면 자신들도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아무리 아크타리안과 라케프와 약속을 했다하여도 그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는 것이다.
얀은 고개를 돌려 누워 있는 아크바레이를 바라보았다. 그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리곤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난 그녀를 따라가겠어."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세이타르가 날아가 모래톱에 처박혔다. 그런 세이타르의 모습을 보고는 스캇이 땀을 닦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것 같던 세이타르는 또 한번 꿈틀하더니 이내 또 천천히 일어서는게 아닌가. 세이 타르는 눈에 초점도 없고 한쪽다리로만 지탱해서 서 있는 폼이 너무 불안해 보였다.
그는 풀린 눈으로 스캇을 보며 말했다.
"아직이다."
쏘레노드는 상대의 기개에 질렸는지 다시 한번 스캇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스캇은 가슴을 움켜잡더니 심호흡을 하는게 아닌가. 스캇 자신도 쏘레노드를 이토록 오래 부려본 적은 처음이었다.
드디어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었다. 스캇은 쏘레노드의 힘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우렁찬 목소리가 그들의 귓전을 때렸다.
"멈춰라!! 이게 뭣들하는 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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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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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나타!!!"
그는 다름 아닌 파리나타 리셀런이었다. 모두들 세이타르와 쏘레노드의 싸움에만 정신이 팔려 파리나타의 언더 플레인이 이곳까지 도착한 것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파리나타는 스캇에게 가더니 그대로 주먹을 갈겼다. 스캇은 가뜩이나 힘없어 죽겠는데 주먹으로 때리니 그대로 날아가 쓰러져버리는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쏘레노드도 주인에게 얻을게 없다고 판단했는지 사라져버렸다. 파리나타는 스캇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게 무슨 짓이냐? 내가 분명히 말했었잖아! 쏘레노드는 아직 네 녀석이 부리기엔 적합하지 않은 크리에이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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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스터. 저 또한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고 싶어서."
"넌 틀렸어!! 크리에이쳐만 최상급이면 뭐하는가!!! 네 몸을 봐!! 네 얼굴을 봐라!!
땀에 흠뻑 젖어 있는 네 녀석의 몰골을!!!"
스캇은 파리나타의 말에 고개를 숙였다. 파리나타는 다급히 세이타르에게 다가 가서는 그의 상처를 봐주었다. 세이렌족의 특성상(개체수가 적다는) 워낙 의술이 발달해 있어 그 역시 간단한 치료쯤은 쉽게 할 수 있는 의술을 알았다.
세이타르는 파리나타가 다가오자 휘청하더니 그에게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 간신히 누울 수 있었다. 파리나타는 세이타르의 상처를 치료해나갔다.
이카루스는 도움이 되기 위해 파리나타 옆에 앉아 같이 치료를 했다. 그 둘의 도움으로 세이타르는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러자 파리나타가 반가운 음성으로 말했다.
"세이타르. 이카루스. 세느카. 모두 무사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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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파리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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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나타나서 정말 다행이에요. 파리나타. 안 그랬다면 둘 중 한 명은 죽었을거에요."
이카루스의 말에 파리나타가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다시 일행들을 둘러보더니 물었다.
"그런데 루카누스가 보이지 않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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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는. 죽었어요."
이카루스는 슬픈 기색을 보이며 그렇게 말했다. 파리나타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불안한 느낌은 있었지만 설마 정말로 그렇게 됐으리란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브라키온과 플루토스의 죽음으로 죽음에까지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파리나타였다.
세이타르는 내상을 제외한 다른 상처를 회복하고는 일어섰다. 그는 무엇보다도 파리나타의 상태가 그 전과 전혀 변함이 없다는 것이 너무나도 반가웠다.
스캇이 자신을 배반자라고 했을 때 파리나타 역시 그렇게 생각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파리나타는 헤어진 그 순간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세이 타르는 그 점을 파리나타에게 말했다. 그러자 파리나타가 대답해주었다.
"카루이안은 우리 7대사제들이 자신에게 대항한 것에 대한 복수로 전쟁을 생각했어. 휘페리언과 락토니즈는 그에게 세뇌 당해서 전쟁이 죄를 짓는 일이란것도 모르고 출전했으며. 난 그런 그들이 죄 없는 생명을 죽이는 장면을 보고 괴로워하라고 세뇌 당하지 않았던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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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복수로군요."
"아니, 최고의 실수라고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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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왜죠?"
파리나타는 예의 숨죽여 세이타르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그건 내가 그들이 죄를 짓는 것을 막을 것이기 때문이야."
파리나타는 그렇게 조용하게 말하고는 자신이 늦게 온 이유에 대해 말했다.
"먼저 스캇을 보냈던 이유는 내가 출발했다는 것을 카루이안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었고 난 뒤에 남았지. 그래서 휘페리언과 락토니즈가 이끌고 갈 병력들의 언더 플레인을 모조리 박살내고 왔지. 후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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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그렇게 되면 그들은 몇일 지체되겠군요."
"그래. 하지만 오래가진 않을거야."
그랬다. 파리나타는 카루이안의 이목을 속이기 위해 스캇을 먼저 출동시킨 후 자신은 남아서 다른 7대사제들의 언더 플레인을 고장내고 뒤늦게 따라온 것이었다. 어쨌든 천만 다행이었다.
스캇은 그제야 좀 낳아졌는지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는 파리나타를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키더니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후후훗. 내 역시. 그럴 줄 알았지. 저번부터 마스터가 이상해졌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설마 배신자들과 한 통속일 줄이야. 기솔라벨카님께서 귀뜸해 주지 않았더라면 큰일날뻔 했어! 얘들아!!!"
스캇이 소리치자 세이렌들이 일제히 전투 준비자세를 취했다. 그 모습에 파리나타를 포함한 일행 모두가 당황했다. 기솔라벨카는 스캇에게 파리나타가 배신할지도 모르니 주의하라고 당부했던 것이다. 정말 보기 좋게 계략에 당한 것이었다.
스캇은 야망이 있던 녀석이었다. 그 녀석에게 파리나타는 존경받을 대상이었지만 동시에 꺾어 눌러야 하는 라이벌이기도 했다. 파리나타가 그것을 모를리 없었지만 설마 야차신 중 강력하다고 알려져 있는 쏘레노드와 계약까지 맺어가며 힘을 키운 줄은 몰랐던 것이다. 파리나타 역시 오늘 처음 쏘레노드를 봤던 것이다.
이미 파리나타의 배틀 팀원들은 스캇의 명령에 따르고 있었다. 그들 역시 기솔라벨카로부터 그런 지령을 들었던 것이다.
낭패였다. 파리나타는 자신의 부대로 하여금 뒤늦게라도 출동할 휘페리언과 락토니즈의 부대를 섬멸하려는 계책을 세우고 있었다.
친한 친구가 친한척하며 다가와서는 갑자기 사시미로 배때기를 쑤신다고 생각해보라.--; 그 어느 누가 당하지 않을 쏜가.
이미 그런 작전을 구상하고 있던 파리나타에게 이건 뒤집기 한판이었다.
"젠장. 기솔라벨카가 한 수 위였군."
파리나타는 그렇게 말하고는 스캇과 자신의 오랜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부하들.
배틀 팀에 들기 위해선 엄청난 실력을 쌓아야 했다. 그리고 한번 배틀 팀에 들어온 팀원들은 꾸준한 연습과 동고동락으로 서로 친해질 대로 친해진 전우(戰友)들이었던 것이다. 그런 그들이 오랜 상관인 자신에게 칼을 들이대게 된 이 상황은 너무 아이러니 했다.
아무리 파리나타가 강하다고는 해도 50개체나 되는 배틀팀을. 그것도 언제나 혹독한 훈련으로 팀웍을 다진 그들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참고로 세이렌들이 전쟁 준비기간이 그토록 짧았던 것은 바로 이 배틀 팀이란 조직이 아주 오래 전부터 운영되어 왔기 때문이었다.
"난 그녀를 따라가겠어."
아크바레이는 그 말과 동시에 일어서려고 했다. 하지만 부상당한 몸이라 제대로 일어서지 못했다. 옆에 있던 미얀이 아크바레이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아크바레이는 천천히 미얀의 손을 거절하고 혼자의 힘으로 펜 타고니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뒤에 있던 카인이 앞으로 나서며 뭐라고 하려던 찰나에 얀이 그를 말렸다.
얀은 눈짓으로 그러지 말라고 타일렀다. 카인은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얀까지 말리는 상황에 자신이 나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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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덥다 했더니 바로 태풍이 오네요.... 루사라고 했던가요? 정말 바람이 엄청나네요.. 모두들 태풍 잘 견디시구 행복한 나날들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