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100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100
[기가 슬렌더] -55- 라케프 한 푸조(II.절대절명의 위기 그리고 죽음.) -라케프 한 푸조(II.절대절명의 위기 그리고 죽음.)-펜 타고니는 자신의 앞으로 음영대의 헤켈들이 걸어가자 온 힘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의 주위로 엄청난 기운이 응집되기 시작했다.
마치 진공상태에서 바람을 일으키듯 그녀를 중심으로 바람이 낮게 휘감아 돌고 있었다.
킴과 가오그 탑승자들은 음영대 9개체보다 뒤에 있던 그녀에게 모든 신경이 쏠렸다. 갑자기 바람이 휘몰아치면서 그녀 주변을 맴돌았으니 당연히 시선이 끌렸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라케프는 의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는 다급히 뒤를 돌아보고는 아크바레이를 바라보았다.
"험험. 바랭이? 힘든감?"
-
"아뇨. 바레이에요."
아크바레이는 다소 지쳤지만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고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라케프는 미소를 짓고는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분명 아크바레이는 뒤에 있었다. 도대체 그럼?
펜 타고니는 음영대의 수장답게 엄청난 힘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모습에 가오그 탑승자들이 주눅이 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도대체 무얼 하려고 그러는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들이 알기로 헤켈들은 오로지 전사밖에 존재하질 않았다.
물론 저번 티탄시 헤켈대전으로 과학자 헤켈도 존재한다는것을 알았지만 그건 전투와는 상관없는 녀석들 아닌가.
인간들은 헤켈들에게 조력단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으며 전이(轉移) 헤켈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던 것이다.
"모두 가이넥 하거라!!"
펜 타고니의 명령이 떨어지자 현무 음영대의 대원들이 모두 쉐도우와 접속을 했다. 이미 그런 갑옷을 두른 주작 마참대와 싸워보았던 가오그 탑승자들이다. 그런 그들의 모습은 그다지 놀라운게 아니었다.
현무 음영대는 이름처럼이나 검은 쉐도우를 가지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듯 보였다. 현무 음영대가 가이넥 하자 펜 타고니는 싸늘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또박또박 인간어로 말했다.
"자. 쑈를 시작해 볼까?"
그 말을 할 때 그녀는 이미 엄청난 힘이 흐르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녀 주위로 작은 돌들이 중력의 힘을 거스르고 조금씩 떠 있었던 것이다. 마치 그녀의 몸을 보호라도 하듯 말이다.
라케프는 그런 그녀를 보고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 능력은!! 바로!!
매너 포스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저 여성 헤켈은!! 포스 오너란 말인가? 저 매너 포스는??
하지만 이미 라케프는 전에 세느카가 납치되었을 때 그런 헤켈을 두 개체 본 적이 있었다. 이것은 얀과 아크바레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라케프가 경악한 이유는 다른데 있었던 것이다.
멍해져 있던 라케프는 다급히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곤 상념을 떨쳐버리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그게 잘 되지 않았다. 얀과 아크바레이도 라케프가 이상해짐을 느꼈다. 자신의 힘이 잘 전달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라케프는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정녕 당신이 원한 것이 이것이라면."
그는 자신의 모든 능력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아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패도적인 기운이었다.
아크바레이와 얀은 라케프에게 매너 포스를 전송하다가 뒤로 퉁겨져 나왔다. 더 이상 그들의 힘을 거부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그들의 힘을 받는다 하여도 미약해 도움이 안될 정도로 라케프는 엄청난 힘을 뿜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 펜 타고니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라케프는 일어서서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아크바레이. 나중에 꼭 얀 선상한테 자네의 비밀을 물어보더라고."
-
"네엣???"
라케프는 그렇게 말하고는 앞으로 걸어갔다. 그의 몸 주변에도 알 수 없는 광포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얀은 라케프의 비장함을 보고 매너 포스를 사용하고 있는 적 헤켈의 능력이 가공할만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 않다면 라케프가 사력을 다해 이런 광포한 기운을 이끌어내지 않았을테니까. 라케프는 걸어가며 생각했다.
'어째서 그런 모습으로 나타난겐가. 어째서.'
펜 타고니는 부하들에게 명령하면서 모았던 매너 포스를 분출했다. 그것은 엄청난 공격계 매너 포스였다.
그녀의 매너 포스가 한 가오그를 휘감았다. 그러자 그 가오사이보그는 그대로 분해되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입자 분해 공격이었다.
가오사이보그에 가장 효과적인 공격은 가오그를 그대로 분해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런 공격은 그랜드 포스 오너나 가능한 것이 아닌가. 입자간의 인력이 엄청나게 강력한 가오륨이란 금속을 매너 포스만으로 분해해 낸다는 것은 그랜드 포스 오너라도하기 어려운 기술일 것이다. 그런데 펜 타고니는 그런 짓을 서슴없이 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다음 일이었다. 옆에 있던 가오그는 매너 포스의 빛에 휩싸이더니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얀은 그 모습을 보고는 경악성을 터뜨렸다!!
"아!! 메이딩 바쿰(Mading a vacuum:진공술)!!!"
진공술이란 이 기술은 순식간에 한 공간에 있는 공기를 모두 없애 그 공간을 진공으로 만드는 무시무시한 기술이었다. 물론 너무 사악한 기술이기에 학계에선 사용이 금지된 기술이었다. 물론 사용하고 싶어도 그랜드 포스 오너 이상이 아니면 사용할 수도 없었다.
그런 가공할 진공술을 그녀가 사용한 것이다. 가오그 조종석 안을 진공상태로 만들어버리자 탑승자는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고 곧이어 진공상태를 메우기 위해 공기가 가오그의 좁은 틈을 타고 파고들어 폭발하게 된 것이었다. 그로 인해 그 불쌍한 탑승자는 두 번 죽게 된 것이다.
단지 그 두 공격만으로도 가오그는 그녀 앞에서 무용지물이었다. 당황한 가오그 탑승자들은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입자 분해 공격이야 가오그만 잃으면 되지만 진공술엔 그냥 죽어버려야 하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두렵지 않은 사람이라면 인간의 심장을 가진 자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킴의 심장은 귀신의 심장인가? 킴은 부하들을 독려하며 도망치지 말 것을 외쳤다. 하지만 이미 상황은 겉잡을 수 없게 변한 뒤였다. 입자 분해 공격에 가오그를 잃은 탑승자들은 음영대 헤켈들의 밥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곧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사태가 진정되었던 것이다. 더 이상 분해되는 가오그도 진공술에 당하는 가오그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벌서 5대의 가오그가 파괴된 상태였다. 킴의 가오그까지 합쳐 11대의 가오그가 음영대와 서로 뒤엉켜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현무 음영대. 그들은 펜 타고니의 지원에 힘입어 지금껏 단 한 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고 도시들을 접수했던 것이다. 그만큼 펜 타고니의 능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가끔 락켄신은 그런 그녀의 능력이 두려웠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기계도 아니고 진공이 되는 그 짧은 순간에도 피해낼 자신이 있었다. 어쨌든 지금은 가장 든든한 우군임에 틀림없었다.
갑자기 그녀의 지원이 끊긴 것은 바로 라케프 때문이었다. 가오그들과 헤켈들이 서로 뒤엉켜 격전을 벌이고 있는 곳을 헤치고 라케프가 나타난 것이었다.
그 모습에 뒤에 있던 헤켈들은 모두 놀라고 있었다. 그런 엄청난 전장 속을 뚫고 펜 타고니와 불과 20미터 떨어진 곳까지 걸어온게 아닌가.
아무리 전투에 정신이 팔려 있는 음영대라지만 그런 노인쯤이야 단칼에 벨 수 있었을 것이다.
라케프는 펜 타고니의 매너 포스가 가오그에 도달하기 전에 분쇄시켜버렸다.
그 모습에 펜 타고니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매너 포스를 막아낼 수 있는 포스 오너가 세상에 존재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넌 도대체 누구냐?"
펜 타고니는 인간어로 똑똑히 말했다. 다른 그 어떤 헤켈들보다도 발음이 정확했다. 그녀는 전이 헤켈이었던 것이다. 바로 인간의 몸으로 전이한.
라케프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 대신 슬픈 눈빛을 보냈다. 그리곤 자신의 모든 힘을 끌어내었다.
"만나서는 안될 운명이었다!!!"
라케프는 그렇게 외치고는 자신의 몸을 매너 포스로 감싸기 시작했다. 마치 둥그런 매너 포스 덩어리 속에 그의 몸이 들어가 있는 듯 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크바레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런 기술도 있나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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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처음 보는 기술이다."
얀은 그렇게 말하고는 착잡한 기분을 느꼈다. 라케프는 목숨을 걸고 싸우러 나갔는데 자신은 아무것도 도울 수가 없었다. 그것은 아크바레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라케프는 자신의 몸을 매너 포스로 감싸 보호한 뒤 적진에 뛰어들었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해 펜 타고니에게 뛰어 들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혈혈 단신으로 그런 공격을 감행하다니 정녕 무모하다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오그들과 음영대의 싸움도 난전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미 진형의 개념은 사라진지 오래고 서로 죽지 않기 위해 자신의 앞에 보이는 녀석을 향해 무작정 검을 휘두르는 것이었다.
카인은 비록 쉐도우와 접속을 끊은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그런 그들을 모른척 할 수 없었다. 그도 잘 알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시간이란 사실을.
"connect!"
쉐도우와 접속한 카인은 엄청난 속도로 음영대 한 헤켈을 향해 뛰어갔다.
카인의 움직임을 지켜보던 파인리히는 한마디 내뱉고는 그를 뒤에서 지원하기 위해 양팔을 내뻗었다.
"정력도 좋다니까."
파인리히의 팔에서 볼캔샤이어가 뿜어져 나왔다. 위력은 처음 것보다 현저히 떨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파괴적이었다.
음영대원 한 헤켈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불덩이리를 보고는 다급히 양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볼캔샤이어가 검따위에 베일 물체이던가. 볼캔 샤이어가 그 헤켈을 집어삼키려던 찰나였다.
그 녀석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파인리히는 자신의 공격을 피해낸 녀석을 보고 어처구니없어 했다. 그 헤켈 녀석은 바로 옆으로 피해 있었던 것이다. 그럼 자신이 조준을 잘못했던 것인가?
그럴 리 없다. 볼캔샤이어는 조준 같은거 잘못해도 정확하게 목표물을 맞추는 지능이 있었다.
카인 역시 그 점을 의아하게 생각하다가 자신을 공격하는 한 녀석의 검을 피해냈다. 그리고는 녀석의 머리통을 향해 주먹질을 했다. <광목검만 있었더라도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을 하던 카인은 자신의 주먹이 허공을 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녀석은 이미 자신의 옆으로 피한 상태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상했다. 자신은 틀림없이 정확하게 상대를 강타했는데 어째서 맞지 않은 것일까. 그때 카인은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잔상술(殘像術)!!!
흑운계에서 이런 기술을 사용하던 녀석들과 겨뤄본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랬다. 음영대는 자신의 그림자를 이용해 자신과 똑같은 잔상을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쉐도우가 그토록 검었던 이유는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던 것이다.
"킴!! 이 녀석들은 그림자를 이용해 잔상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것에 속아서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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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쩐지 그랬군요. 하지만 걱정 없습니다!!"
킴은 자신감 있게 그렇게 말한 후 음영대 한 헤켈을 두부 자르듯 베었다. 그녀석은 자신의 잔상술을 꿰뚫고 자신을 베다니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죽었다.
"하핫. 가오그에 달린 센서는 적외선이라구요!!"
킴은 그렇게 웃으면서 외쳤다. 그는 이미 가오그와 동화되어 있었기에 가오그의 센서를 자신의 눈처럼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로 인해 아무리 잔상을 만들어 내봐야 적외선 센서에 걸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킴의 가오그 전대는 음영대와의 격전에서 그다지 피해가 없었던 것이다.
카인은 킴의 말에 빙긋 웃고는 자신도 무념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러자 상대의 살기와 자연의 기운의 차이를 금새 느끼고는 잔상에 속지 않고 상대를 베기 시작했다. 카인과 파인리히가 돕기 시작하자 가오그와 음영대의 격전은 가오그 쪽으로 승기가 기울고 있었다.
라케프는 자신의 몸을 그 자체로 병기로 만든 후 펜 타고니를 향해 공격해 들어갔다. 라케프는 그대로 뛰어 공중 날라차기를 했다. 그의 무공은 말하기 귀찮을 정도로 고강한 것이다. 보조계열의 마스터였던 그는 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엄청난 무술실력을 갈고 닦지 않았던가.
펜 타고니는 공격계 마스터로서 직접적인 격투는 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대뜸 날라차기를 해오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몸 앞에 공기의 방어벽을 만들었다. 공기를 그 자리에 고정시켜두는 이 방어벽은 공기를 멈추어 둠으로서 그 자체로 방어를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라케프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는 콧방귀를 뀌었다.
"나으 몸을 괜시리 매너 포스로 두른 것이 아니랑께!!!"
라케프의 발차기는 공기의 방어벽을 그대로 뚫고는 펜 타고니의 가슴에 적중했다. 펜 타고니는 그대로 뒤로 쭈욱 미끄러져갔다.
거의 10미터를 미끄러져 간 그녀는 간신히 몸을 추슬러 일어설 수 있었다. 공기의 방어벽은 웬만한 폭발도 막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것인데 그것을 그냥 뚫어버렸던 것이다.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펜 타고니는 곧바로 매너 포스를 집중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공기가 순식간에 입자로 분해되는 것이 아닌가. 그랜드 포스 오너도 저렇게 분해하려면 꽤 많은 힘을 모아야 하는데 그녀는 간단하게 입자를 분해해낸 것이다. 그것으로 라케프를 공격했다.
라케프는 그 공격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앞으로 달려갔다. 펜 타고니는 자신의 공격을 피할 생각도 않는 라케프를 비웃고는 공기 입자에 박혀 처절하게 죽을 노인네의 모습을 상상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놀랍게도 공기 입자들은 라케프의 둥근 광막에 부딪혀 그대로 흡수되는게 아닌가. 무슨 폭발같은 것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 광막이 손상이 가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라케프는 그대로 달려와서 그녀의 복부를 장(掌)으로 공격했다. 펜 타고니는 다급히 엉덩이를 뒤로 빼내어 라케프의 손바닥에서 간신히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 몸이 뒤로 붕뜨더니 또 한 10미터 날아가 땅바닥에 처박히는 게 아닌가.
"촌경(寸勁)이란 거구먼."
촌경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경을 발출하는 기술로 무공이 고강한 라케프의 손바닥에서 뿜어진 경력은 엄청난 것이었다.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던 락켄신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갔다. 아무리 그녀라도 저 노인에겐 상대가 되지 못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펜! 넌 음영대나 돕도록 해라. 그쪽이 더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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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하지만!!"
"어서!!"
락켄신이 타이르듯 말하자 펜 타고니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돌아섰다.
락켄신은 펜 타고니를 보호하면서 라케프에게 다가갔다. 펜 타고니가 라케프를 지나쳐 음영대에 가까이 다가갔지만 라케프는 그녀를 공격할 수 없었다.
락켄신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내가 원한 거시 아니구먼. 난 그녀를 죽여야 하는구먼. 내가 먼저 죽기 전에.'
라케프는 락켄신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자신이 최고의 힘을 끌어내 싸운다 해도 상대는 헤켈들의 수장.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락켄신은 검을 빼어 들었다. 노인이 상당히 강해 보였지만 쉐도우까지 불러낼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락켄신도 마타 륭과 마찬가지로 양검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그의 도는 묵룡도(墨龍刀)였다. 마타 륭의 륭혼검에 비하면 늘씬하기 짝이 없는 그 묵룡도는 검신의 길이가 1미터밖에 안되고 폭은 10센치정도밖에 안 되는 직도였다.
이름은 도였지만 거의 검에 가까운 예도(銳刀)였던 것이다.
락켄신은 묵룡도로 상대를 겨누고서는 인사를 건넸다. 우스운 녀석이 아닐 수 없었다. 적에게도 매너는 지킨다는 건가?
"난 현무단의 켄 락켄신! 그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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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시여? 시방 엿먹으라는겨?"
라케프는 그렇게 응수하고는 곧바로 공격을 가했다. 락켄신은 무인의 예로써 인사를 건넨 자신의 행동이 엿먹으라는 도발인가에 대한 심연적 고찰을 하다가 문득 살기가 느껴져,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라케프의 발이 날아오는게 아닌가.
락켄신은 자신을 향해 발차기를 하는 라케프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었다.
'아. 도(刀)를 든 자에게 발을 잘라달라고 날라차기하는 저 무모함을 보라!'
락켄신은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오른쪽으로 젖히며 묵룡도로 내리쳤다.
라케프는 상대의 스피드가 자신의 수준을 능가하고 있음을 알고 놀랐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하지만 라케프는 매너 포스로 배리어를 만든 상태였다.
이름하야 '라케프 포스 스피어(Rakef Force Sphere)!!' 락켄신의 도가 라케프의 다리에 맞닿는 순간 검은 알 수 없는 반탄력에 의해 퉁겨져 나왔다. 하지만 반탄력에 퉁겨진 것은 그의 도만이 아니었다. 라케프의 다리도 그 반탄력에 밀려 땅바닥을 찍고 말았던 것이다.
땅에 주저앉은 라케프는 일어서면서 락켄신의 다리를 걸었다. 락켄신은 자신의 검이 노인의 다릴 베지 못했다는 충격에 멍하니 있다가 라케프의 공격에 당하고 말았다.
다리가 걸린 락켄신은 뒤로 쿵하고 쓰러졌는데 어이없게도 라케프를 깔아뭉개고 말았다. 라케프의 포스 스피어는 이때는 발휘가 되지 않았는지 그대로 깔리고 말았던 것이다.
락켄신은 누운 채로 자신의 밑에 깔린 노인에게 도를 찔렀다. 원래 도가 베기를 주공격으로 삼는 무기지만 락켄신의 도는 끝이 검처럼 뾰족해서 찌르기도 충분히 가능했다.
라케프는 찌르기를 포스 스피어로 간신히 막아내고는 촌경을 발했다. 정확하게 락켄신의 등에 적중한 라케프의 공격으로 인해 락켄신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워낙 내력이 담긴 공격이었고 게다가 포스 스피어의 힘까지 더해진 공격이었던 것이다.
락켄신은 노인의 무공이 상상을 불허함을 알고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우선은 땅에 떨어지는 위기를 모면해야 했다. 락켄신은 땅에 닿는 그 순간 무릎과 발목의 탄력을 이용해 앞으로 한바퀴 덤블링 한 후에 무릎을 굽히면서 땅에 착지하였다. 아주 아크로바틱(Acrobatic:곡예 적인)한 몸놀림이었다.
라케프는 몸을 추슬러 일어났다. 그의 왼팔에서 뭔가 끈적끈적한 것이 흘러내림을 알았다. 그건 피였다. 포스 스피어로 막아내긴 하였지만 그 찌르기엔 기가 실려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약간 찢어진 상처만 입었을 뿐이었다. 만약 포스 스피어가 없었다면 단칼에 죽고 말 것이었다.
사정은 가오그들도 마찬가지였다. 펜 타고니가 다시 이쪽 진형을 공격하기 시작하자 음영대가 다시 힘을 찾기 시작한 것이었다.
파인리히는 강력한 그녀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녀에게 공격을 시도했다. 이미 모든 기력을 소비한 파인리히였지만 오로지 정신력 하나로 볼캔샤이어를 날렸던 것이다.
한때 타렌의 공기 입자의 소용돌이도 뚫었던 볼캔샤이어였다. 펜 타고니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불덩어리가 하나의 생명체란 사실을 직감하고 경이롭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공격은 들어만 보았지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것도 세이렌족 중 소서렌이란 개체가 그런 공격을 한다는 말만 들었을뿐 인간들 중에 그런 기술을 사용한다는 것은 금시초문이었다.
어쨌든 소서렌의 위력에 대해서는 누누이 들었던 그녀였기에 볼캔샤이어에 정면으로 대응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재빠르게 몸을 날려 옆으로 피한 펜 타고니는 볼캔샤이어의 방향이 바뀌며 자신을 쫓아 돌진한다는 것을 알고 경악했다.
이내 펼쳐진 그녀의 에어 배리어(Atmosphere-Barrier:공기 방어막)가 볼캔샤이어의 전진을 막아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고정되어 있던 공기는 이미 볼캔샤이어에게 타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에어 배리어를 쉽게 뚫고 날아오는 볼캔샤이어는 펜 타고니의 몸에 명중하는 듯 했다.
하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던 펜 타고니는 묘한 미소를 짓고는 외쳤다.
"메이딩 바쿰!!"
동시에 볼캔샤이어는 사라져버렸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펜 타고니는 볼캔샤이어가 에어 배리어를 뚫는 순간 <그 괴물의 생명은 태울 수 있는 공기가 있기 때문>이란 결론을 도출 했던 것이다. 따라서 공기가 없는 진공 공간을 만들어버려 아예 불을 꺼버렸던 것이다. 그 짧은 순간에 이런 응수를 생각해내다니. 펜 타고니도 어지간한 실력은 넘어섰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파인리히는 자신의 공격이 무산되자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져버렸다. 사실 그는 이미 모든 힘을 사용한 상태였는데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힘을 짜내어 마지막 혼신의 공격을 펼친 것이었다. 그런데 상대가 그것을 간단히 막아버렸으니.
파인리히가 쓰러지자 얀은 다급히 그를 부축해 뒤로 옮겼다. 지금은 혼전 양상을 띄고 있었기에 그런 곳에 쓰러져 있으면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후방도 안전할 수는 없었지만 일단 자신이 보호할 생각으로 그를 옮겼다.
아크바레이는 더 이상 볼 수만은 없단 생각이 들었는지 펜 타고니를 공격했다.
둘 다 원거리 공격을 하는 포스 오너였기 때문에 그들 사이에는 음영대와 가오그 전대가 서로 엉켜 싸우고 있었다.
아크바레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가오그의 잔해에서 발견한 T-blade를 상대에게 던지는 정도뿐이란 것을 알고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지금은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크바레이는 부서진 가오그 옆에 떨어져 있는 T-blade 세 개를 동시에 공중에 띄어 올렸다. 그야말로 <흑운계>에서의 이기어검술(以氣馭劍術)을 시전한 것이었다.
<사족이지만 흑운계에서의 이기어검술은 검술에서 논하는 외공의 최고단계로 조화경의 최고 경지에 이르러야 가능한 기술이다. 자연의 기운을 다스릴 줄 아는 자만이 검을 자연에 기운에 실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그런 가공할 공격이 아크바레이의 손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물론 자연의 기운이 실려있지 않은 그냥 단검던지기에 불과한 것이지만.
펜 타고니는 자신을 향해 검을 던지는 아주 초보적인 공격을 가하는 상대를 바라보았다. 완전히 애송이었다. 아까 자신을 공격했던 그 가공할 노망네(노망난 노인네)와 실력이 천양지차였던 것이다.
왜 사람들은 애송이들을 보면 가지고 놀고 싶어지는 것일까. 원래 초고수일수록 초보들을 보면 데리고 장난치고 싶어지는 법. 물론 이것은 인격적 수양이 덜된 초고수란 말이다.
펜 타고니도 그런 충동을 느꼈다. 그녀도 땅에서 T-blade를 공중에 띄우고는 아크바레이가 던진 검과 교차시켰다. 세 개의 T-blade 와 하나의 T-blade 가 공중에서 서로 칼질을 하는게 아닌가!!! 흑운계 사람들이 보았더라면 기절초풍했겠지만 이곳의 다른 관중들(헤켈들)은 시큰둥했다.
펜 타고니는 한 손으로 그렇게 검을 가지고 아크바레이와 장난치면서 다른 한 손으론 가오그들을 재로 만들어 버리고 있었다.
아크바레이는 자신을 가지고 장난치는 상대에게 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너무나도 큰 실력차가 있었다. 상대는 그랜드 포스 오너 급을 초월한 상태였던 것이다.
아크바레이는 좌절하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그가 부리던 세 개의 검은 곧바로 땅바닥에 힘없이 떨어졌다. 아크바레이는 고개를 숙인채 절망해야 했다.
"난.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녀석이야."
그때였다. 아크바레이의 검과 경합을 벌이던 펜 타고니의 검이 아크바레이를 향해 날아온 것이다!! 하지만 아크바레이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상태여서 그 공격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 공격을 눈치챈 사람은 얀과 라케프였다. 얀은 막으려고 매너 포스를 집중해보았지만 그의 능력으로 막을 수 없었다. 라케프 또한 락켄신과 사투를 벌이는 중이라 막지 못했다.
"커. 헉!!!!!!"
검이. 아크바레이의 심장에 꽂혔다. 동시에 아크바레이는 뒤로 쓰러졌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시방 뭐허는 짓이여!!!! 그는!!"
"안돼!!!!!! 아크바레이!!!"
얀은 광분한 나머지 폭주하기 시작했다.
'난 스승님과 약속했다. 난 라케프씨와도 약속했다!!! 절대. 아크바레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겠다고 난 맹세했다!!! 그. 그런데 이제 스승님을 어떻게 보란 말인가!!!!'
얀의 모습을 본 펜 타고니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상대에게서 가공할 힘이 뻗혀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 힘은 언뜻 보아도 자신의 능력을 능가하는 힘.
그동안 자신의 광포한 마음의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참아왔던 얀의 인내심이 마침내 폭발한 것이었다. 이건 연구소 폭파 작전 때 지오와 겨루었을 때도 발휘되지 않았던 광포한 기운이었다.
얀의 몸 주변으론 그야말로 광풍이 몰아쳤으며 그의 두 눈은 붉게 충혈 되어 있었다. 라케프는 그 모습을 보고는 탄식을 내뱉었다.
"안돼아. 분노로 이끌어낸 힘은 자신을 망치게 된단 말이여!!!"
얀은 라케프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곧바로 펜 타고니를 향해 양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의 팔에서는 광포한 바람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 밝은 매너 포스는 말 그대로 매너 포스 그 자체였다. 어떠한 기술도 어떠한 꾸밈도 없는 광포한 기운 그 자체였던 것이다.
하지만 라케프의 말대로 분노로 이끌어낸 힘이었다. 과거 J 와 싸웠을 때는 이카루스에 대한 사랑의 의지 즉,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자하는 의지에서 지금의 힘과 같은 힘을 이끌어내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아크바레이의 죽음으로 인해 그는 이성을 잃고 분노했다. 복수에 대한 분노의 의지로 자신의 광포한 힘을 이끌어 낸 것이다.
얀의 양손에서 거대한 빛이 뿜어졌다. 너무나도 강력한. 이 공격에 놀라 싸움을 벌이던 가오그 전대와 음영대는 모두 멍하니 멈추어 섰다.
펜 타고니는 상대의 공격이 자신의 그 어떤 공격보다도 강력한 것임을 알고 모든 힘을 이끌어 에어 배리어를 만들어내었다. 삼중의 에어 배리어가 펜 타고니 앞에 쳐졌고 날아오는 그 바람의 기운을 향해 맞공격을 펼쳤다.
바람의 기운과 펜 타고니의 공기입자 소용돌이가 서로 부딪혔다. 하지만 소용돌이는 부딪히는 순간 소멸해 버렸다. 다급해진 펜 타고니는 그 기운을 향해 메이딩 바쿰을 사용했다. 하지만 그것도 소용이 없는지 요란한 폭음만 낼뿐이었다.
어느새 바람의 기운은 2차 에어 배리어까지 뚫었다. 끝내 3차 에어 배리어도 뚫어버린 그 기운은 펜 타고니에 명중했다! 엄청난 폭발 소리와 함께 펜 타고니는 뒤로 날아가 버렸다. 정말 엄청난 공격이었다. 모두들 그 엄청난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카인과 킴. 라케프. 심지어 락켄신까지 그녀가 죽었을거라 생각했다. 그 공격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처럼 느껴졌다.
얀은 광포한 기운을 한번 쏟아내고는 피를 울컥 쏟아내었다. 라케프의 말대로 분노로 인해 사용한 힘이었기에 자신의 몸을 상하게 만든 것이었다. 큰 충격을 입었는지 얀은 휘청거리다가 한쪽 무릎이 꺾였다.
하지만 얀은 미소짓고 있었다. 적어도 아크바레이의 복수는 할 수 있었기에.
그런데. 그런데 펜 타고니가 일어서는게 아닌가!!!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그 공격에 당하고도 살아남을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런데 그녀의 모습이 약간 이상했다. 폭발 때문에 타서 그런가? 온통 검은색이었다.
그제서야 모두 눈치챌 수 있었다. 그녀는 공격에 당하는 순간 쉐도우와 가이넥 한 것이었다!! 쉐도우의 방어력은 실로 엄청나기에 바람의 기운도 막아내었던 것이다.
물론 그 기운이 에어 배리어를 뚫는 도중 많이 약화된 것도 주요했다.
"후훗. 내가 패배한 것인가."
얀은 그렇게 말하고는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그 역시 모든 기력을 다 쏟아 부었던 것이다. 펜 타고니는 노망네보다도 훨씬 무서운 공격을 펼친 얀이 쓰러져버리자 광소를 흘렸다. 이제 그녀를 막을 포스 오너는 없었던 것이다.
얀마저 쓰러져 버리자 라케프는 모든 희망이 사라지고 있음을 알았다. 아크바레이는 죽었고 얀과 파인리히는 정신을 잃었다. 그나마 카인이 종횡무진 가장 잘 싸우고 있었지만 그 역시 쉐도우와 연속적으로 접속한 상태라 무척 지쳐 있었다.
이렇게. 모두 죽는 것인가. 결국 글랜시아 시에서 뼈를 묻게 되는 것인가.
라케프는 락켄신의 공격을 피하면서 생각했다.
'오늘 난 죽어서라도 사람들을 구하기로 다짐했었다. 그런데 그런 나 때문에 도리어 다른 이들이 죽게 생겼구나.절대자여. 내게 힘이 있다면. 힘이 있다면 그 마지막 힘을 쓰게 해주십시오.'
라케프의 포스 스피어 역시 거의 사라진 상태였다. 락켄신은 눈을 감고 멍하니 서있는 라케프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 지금까지는 생채기정도로 그친 상처가 이번 것은 그대로 골로 보낼 일격이 될 것이었다.
카에살레아와 카자마는 아직도 티탄시 외곽에 조용한 곳에 있었다. 카에살레아는 세이렌들이 또 다시 공격해 올 것이란 것을 직감하고 있었기에 그곳을 떠나지 않은 것이었다.
그런 카에살레아의 표정이 금새 어두워졌다.
"무. 무슨 일이십니까?"
-
"아무래도 카발리에레와 세느카가 조우한 것 같다."
"그......."
-
"그의 힘이 폭주함을 느꼈다. 아마 그녀와 싸우기라도 하는 것 같군."
카자마는 그의 말에 놀라면서 되물었다.
"그렇게 되면 정명자는 죽을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
"그녀가 쉽사리 죽는다면 내가 선택한 정명자가 아니니라."
"......"
-
"아마도 마지막 운명의 존재와 나를 찾아오게 될 것이다."
"......."
카자마는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카에살레아는 묘한 웃음을 흘렸다.
라케프는 순간적으로 뭔가를 느꼈다. 아니. 뭔가의 존재를 느꼈다. 언젠가 한번 마주쳤던 느낌. 이 존재감. 그렇다. 이것은 그때 만났던 그 절대자의 느낌이었다. 아니. 다르다. 그 절대자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 절대자의 느낌이었다.
이거 뭐 이래?
문득 라케프는 깨달았다.
'기가스의 후예.'
라케프는 자신의 몸 속에 무언가 엄청난 힘이 내재되어 있음을 알았다. 이 힘.
바로 절대자의 힘. 하지만 전에 만났던 그 절대자의 힘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구의 힘이란 말인가. 다른 기가스의 힘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기가스의 후예란 말은 그의 비참한 최후를 빗대어 표현한 말이 아니란 말인가. 하지만 그때의 그 눈빛은?
라케프는 모든게 혼란스러워졌다. 그때였다. 락켄신의 도가 그의 허릴 노리고 베어졌다. 그의 묵룡도가 라케프의 허릴 베려는 찰나였다.
락켄신은 상대를 죽일 절호의 찬스였음에도 불구하고 뒤로 점프해서 몸을 피했다. 그는 직감적으로 자신의 위기를 느낀 것이었다. 역시 그의 생각대로 그가 있던 자리는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 것처럼 움푹 패여 들어갔다. 동시에 주변을 향해 비산했던 세라고닉 재가 땅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재가 떨어지는 소리가 사라지고 먼지도 어느 정도 가라앉자 라케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이미 락켄신의 공격으로 인해 온 몸이 만신창이였다. 피로 목욕을 한 듯 온통 붉은색이었다.
하지만 그의 그런 처참한 모습에 락켄신은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의 눈에선 알 수 없는 안광이 뿜어져 나왔던 것이다. 락켄신은 그 눈빛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뒤로 한 걸음 물러섰던 것이다.
라케프의 분위기는 지금까지 그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한없는 고요와 진공관 속의 정적처럼 깨어질까 두려운 황량함.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묘한 힘을 뿜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모든 싸움은 중지된 상태였고 모두의 시선은 라케프와 락켄신을 향해 있었다. 심지어 펜 타고니 역시 몸이 굳은채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라케프. 이제 남은 건 그 하나였다. 그마저 패배하게 된다면 그 뒤의 일은 Game over. Thanks for playing. 하고 자막이 오르지 않을까?
카에살레아는 무언가를 기다리듯 한참 멍하니 앉아 있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섰다. 카자마는 깜짝 놀라서 그에게 물었다.
"설마.벌써 세느카가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입니까?"
-
"흠. 아니다. 그것이 아니다. 카안드리아스가 폭주했다. 정말 이상한 일이군.
세느카가 조우한 것은 카발리에레가 아니었단 말인가."
"도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
"어쩌면. 또 하나의 예언이 적중했는지도 모르지."
"......"
-
"그. 그렇다면 설마."
"도대체....."
카에살레아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뭔가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곤 이내 결정한 듯 말했다.
"난 그들의 운명에 더 이상 끼여들지 않기로 했다. 그들의 운명은 그들의 것이지 내가 다듬는 점토인형이 아닌 것이다."
카에살레아는 근심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의 말대로 그의 결정은 단호한 것이었다. 카자마는 그가 금방이라도 어딘가 텔레포트 할 것처럼 말하다가 다시 조용해지자 의아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더 이상 그의 의중을 물어볼 수는 없었다.
무한 정적을 가르고 라케프가 말했다.
"난 오늘 이곳에서 뼈를 묻을 작정이구먼!!"
라케프는 그렇게 말하고는 락켄신을 향해 돌진했다. 엄청난 스피드였다. 마치 스팀 팩 맞은 마린처럼 그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하지만 그의 몸에서는 더 이상 포스 스피어가 보이지 않았다.
락켄신은 상대의 스피드에 놀랐지만 그를 감싸고 있던 원형의 보호막이 사라졌음을 알고 살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그 원형 보호막만 없다면 자신의 검기를 막아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라케프는 달려가다가 오른쪽으로 몸을 한바퀴 회전시킨 후 그대로 뒤돌려차기를 했다. 락켄신은 상대의 스피드에 주춤하면서 뒤로 허릴 빼며 발차기를 피했다. 라케프는 차기 하는 탄력을 이용해 그대로 공중 돌려차기를 시도했다.
이미 허릴 빼고 있던 락켄신은 자신의 머릴 향해 다가오는 차기를 피할 수 없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락켄신이 뒤로 날아가 버렸다. 단지 한 대 맞았을 뿐인데 락켄신은 머리통이 으스러지는 충격을 입은 것이다. 라케프는 뒤로 날아가 땅에 처박히고 있는 그를 향해 엄청난 스피드로 달려갔다. 그리곤 땅에 떨어지며 튀기는 반동으로 다시 공중에 떠오르고 있는 락켄신을 위로 걷어찼다.
공중에 떠오르는 힘과 라케프의 발차기 힘으로 락켄신은 거의 30여미터를 떠올랐다. 아마 떨어지는 충격만으로도 그대로 골로 갈 일격이었다.
하지만 라케프는 그렇게 시시하게 끝내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땅으로 곤두박질 치고 있는 락켄신의 몸을 향해 점프를 한 것이었다.
라케프의 점프실력이 이 정도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 것인가. 그는 거의 10여미터를 뛰어오르면서 머리로 락켄신의 복부를 그대로 머리를 이용해 가격했다.
락켄신의 떨어지는 무게를 머리통으로 쳐 올렸으니 라케프의 머리통도 성할리 없었지만 그는 유유히 땅에 착지하여 락켄신을 바라보았다.
락켄신은 복부에 받은 충격으로 엄청난 내상을 입고 그대로 혼절해 버렸다.
실로 5검단의 수장. 현무단의 켄인 그가 이렇게 쉽사리 당할 것이란 생각을 누가 할 수 있을 것인가.
락켄신은 엄청난 속도로 바닥에 떨어졌다. 그가 땅바닥에 처박히려는 순간.
그곳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았다. 그의 몸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 피와 살이 튀고 내장이 공중으로 치솟을 생각을 하면 절로 몸서리 쳐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땅에 떨어지는 순간 락켄신의 몸은 속도가 급격하게 줄더니 이내 아주 천천히 땅에 착지 하는게 아닌가. 착지라고하면 조금 우습고. 누운채로 땅에 내려앉았다고 하는게 옳겠다.
락켄신은 정신을 잃은 상태였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란 말인가. 라케프는 뭔가 깨달은 바가 있어 뒤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펜 타고니가 서 있었다.
그녀의 손이 앞을 향해 있는 것을 보면 그녀가 한 짓이 틀림없었다.
"워째서. 나타난 것인감. 워째서!!"
라케프는 자신의 몸 속에 내재되어 있는 모든 힘을 이끌어 낸 상태였다. 비록 겉보기엔 보통 사람처럼 보이지만 이미 모든 매너 포스와 모든 공력을 자신의 근육에다가 쏟아 붓고 있던 것이다.
펜 타고니는 상대가 공격계 매너 포스는 전혀 사용하지 못함을 잘 알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의 무공이 남달랐기에 쉽사리 볼 상대도 아니었다.
펜 타고니는 라케프를 바라보고는 매너 포스를 집중했다. 이미 그녀도 많이 지친 상태였지만 락켄신이 무너진 이상 자신이 그 영감을 쓰러뜨려야 했다.
그녀는 무방비 상태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라케프를 향해 메이딩 바쿰을 구사했다. 아까는 포스 스피어로 몸을 보호했기 때문에 통하지 않을 것 같아 사용하지 않았던 것인데 지금은 무방비 상태가 아닌가.
라케프의 몸에 메이딩 바쿰이 작렬했다. 워낙 사악한 공격이기에 사람이라면 그 진공상태에서 그대로 몸이 쪼그라들면서 폭발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라케프의 몸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아니, 펜 타고니가 뭔가를 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장면이었다.
라케프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그의 표정은 온갖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사실 매너 포스를 모든 근육과 혈관에 주입한 상태로 무공을 사용하는 방법은 그대로 자살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왜냐하면 한번 힘을 받은 신체는 그 힘으로 몇십배 이상의 괴력을 발휘하지만 그로 인해 근육이 괴사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라케프의 매너 포스가 써도 써도 계속해서 쓸 수 있는 무한한 것이라면 계속해서 힘을 공급하여 괴사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테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미 에너지가 떨어진 라케프는 자신의 근육이 괴사하면서 느끼는 고통을 이가 부러질 정도로 악다물고 참고 있는 것이었다.
펜 타고니는 자신을 향해 공포스런 표정을 하고 다가오는 라케프를 바라보았다.
아니, 절로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그 영감태기는 자신이 이길 수 있는 실력이 아닌 것이다.
라케프는 엄청난 고통에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마음만은 편했다. 그는 이미 자신의 한계를 초월한 능력을 발휘했으며 이제 남은건 그녀 하나 뿐이었다.
그녀만 죽인다면 자신의 일은 끝난 것이다. 고통 때문에 일그러진 그의 표정에서 입꼬리가 올라가 어색한 표정이 되었다. 미소짓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였다!!
"컥."
라케프는 자신의 심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자신의 심장을 관통해 나온 검은 도의 검신이 보였다. 검은 도. 그것은 흑룡도였다.
"뭐시여. 시방 나 죽는겨?"
라케프의 양 무릎이 꺾였다. 그의 가슴에선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고 있었다.
내장도 상했는지 그의 입으로도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더 이상 그에게서 묘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표정만은 온화했다. 더 이상 근육이 괴사하면서 느껴지는 고통은 없었다. 다만 아쉬운게 있다면 다른 동료들을 구하지 못한 것.
뒤에서 라케프를 찌른건 락켄신이었다. 놀랍게도 그는 정신을 차린 것이었다.
사실 락켄신은 라케프에게 처음 공격당하는 그 순간에 이미 쉐도우와 가이넥을 했었다. 락켄신의 쉐도우는 거의 몸크기와 색깔의 변화가 없을 만큼 원형의 모습을 가졌다. 그래서 그가 쉐도우와 접속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쉐도우와 접속한 몸이었지만 라케프의 공격은 가공할만 했다. 아마 공중에서 그대로 떨어졌다면 정말 죽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펜 타고니의 도움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엄청난 공격의 휴유증으로 정신을 못 차리던 락켄신은 현무단의 켄답게 끝내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라케프를 공격한 것이었다.
라케프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펜 타고니에게 말했다.
"왜 그런 모습으로 돌아온게요.? 리니아."
펜 타고니는 자신을 향해 말을 거는 노인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을 <리니아>
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무슨 소릴 하는거냐. 리니아라니.?"
-
"당신. 오래전엔 그렇게 아름다웠는데. 이젠 정말. 쿨럭. 많이 변했구료. 쿨럭."
라케프는 놀라운 정신력으로 자신의 죽음을 늦추고 있었다. 그리곤 최후의 진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당신이. 검으로 공격한 저 청년은. 리니아. 바로 당신 아들이라오."
-
"!?!?!?"
"물론. 믿기 힘들겠지만. 쿨럭. 내가 말한 건 사실이오.쿨럭. 쿨럭."
리니아.
바로 포스 오너를 만드는 실험에 참가했었던 오리지날 포스 오너. 라케프는 펜 타고니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녀의 매너 포스의 기운이 리니아의 것과 정확하게 일치하다는 것을 알았다. 아니, 처음에는 믿을 수 없어서 그것이 아크바레이의 기운을 착각해서인가 확인해 보기 위해 뒤를 돌아 아크바레이를 바라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라케프는 말할 수 없었다. <저기 보이는 저 괴물딱지가 너의 엄마다.
아크바레이야. 그런데 이제 적이니까 난 너네 괴물딱지 엄마를 죽여야겠구나.
아크바레이야. 어때? 너도 같이 저 괴물딱지를 죽이지 않으련?> 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라케프는 그래서 자신의 손으로 직접 그녀를 죽이려 했던 것이다. 이 비밀을 아는 자는 오로지 자신밖에 없기 때문에 그녀만 죽인다면 아크바레이는 상처받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오로지 아크바레이를 위해서 그는 펜 타고니를 죽이 려고 애썼던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어떠한가. 아크바레이는 그녀의 어머니의 손에 죽고 말았다.
이건 그가 원하던 결과가 아니다. 만약 자신이 싸우자고만 하지 않았어도.
아니, 자신 혼자만 이곳에 왔더라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해서 리니아가 저런 모습으로 나타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카인과 파인리히의 모습을 보고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 라케프였다. 모두에게 미안했다. 모든게 자신때문이었는데. 결국 그 자신마저도 죽게 된 것이다.
이미 아크바레이가 죽은 이상 더 이상 비밀을 숨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라케프는 비밀을 털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라케프의 말에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고 있었다.
특히 카인은 지금 이 슬프도록 처절한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모자지간에 서로 죽자고 싸운단 말인가. 또 그 결과는 얼마나 참담하단 말인가.
카인은 기운이 빠지면서 쉐도우와 접속이 풀어졌다. 하지만 그는 아직 뛸 기운은 남아 있었다. 그는 아크바레이를 향해 뛰어갔다.
라케프는 심장을 뚫고 나온 검신을 붙잡고 마지막 말을 했다.
"결국. 당신의 뜻대로 되었소."
라케프는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그리고 다시는 움직이지 않았다.
한편, 동시에 카에살레아는 뭔가를 느꼈는지 움찔했다. 그리곤 슬픈 표정이 되었다.
'줄기가. 모두 부러져 꺾였구나.'
하지만 그의 슬픈 표정 속엔 묘한 희망이 엿보이고 있었다.
아크바레이에게 다가간 카인은 아크바레이를 바라보았다. 전혀 가망이 없게 보이던 아크바레이의 상처는 놀랍게도 심장에서 약간 비껴가 있었다. 게다가 검이 뼈 사이를 관통해 있어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던 것이다. 카인은 라케프에게 소리쳤다.
"라케프 할아버지!!! 아크바레이가 살아 있어요!!!"
-
"......"
"하. 할아버지!!! 할아버지!!!! 안돼!!!"
카인은 울부짖었다. 더욱 소리 높여 라케프를 불렀다. 목청이 찢어져라 라케프를 불러보았지만 라케프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미 숨이 끊어진 것이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사람이 많이 죽어나가는 전쟁터라지만 자신의 동료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해선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그였다. 그런데. 라케프가 죽었다. 얀과 파인리히도 탈진해 쓰러졌으며 아크바레이도 중상을 입었다. 멀쩡한 사람은 자신뿐이었다.
"으아아아아아!!!!!!"
카인은 울었다. 울고 또 울었다. 자신이 재단에서 만들어낸 괴물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지금보다 서럽지 않았다. 왜 서로 죽여야 한단 말인가. 왜 자신의 아들을 적이라고 해서 죽인단 말인가. 왜 서로 다른 종족이라 해서 서로 죽여야 한단 말인가.
카인의 얼굴에서 흐르던 눈물이 아크바레이의 볼 위로 떨어졌다. 그러자 아크바레이는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그는 정말 운 좋게도 급소를 비껴가게 검에 맞았던 것이다. 출혈은 많았지만 당장 생명에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아. 아크바레이!!! 정신차려!! 아크바레이!!"
-
"우. 우리 살은거야?"
"그. 그래. 임마."
카인은 나오는 눈물을 애써 참으려 했지만 도무지 흐르는 눈물은 멈추질 않았다. 아크바레이는 간신히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가오그들과 음영대의 싸움은 중지되어 서로를 노려볼 뿐이었고 중앙에 서 있는 사람은 펜 타고니 한 사람 뿐이었다.(락켄신도 중상을 입은 상태라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그런 아크바레이와 펜 타고니의 눈이 마주쳤다.
!!!!
아직 아크바레이는 그녀가 자신의 엄마인 리니아란 사실을 몰랐다. 아니, 그는 그 자신의 출생 비밀에 대한 것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것은 아크타리안도 예상하던 그의 불행. 그의 슬픔이었던 것이다.
펜 타고니는 아크바레이와 눈이 마주친 순간 망치로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녀는 그럴리 없다고 중얼거렸다. 아니. 말도 안 된다고 중얼거렸다.
'나. 나는 내 아이를 버렸고. 나 자신도 버렸다. 인간이길 포기했다. 아니.
살아 있다는 것 자체도 거부해버렸다. 그런 난.'
펜 타고니는 쓰러져 있는 라케프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푸조......'
락켄신은 어느 정도 상처가 진정되자 소리쳤다.
"전원 공격!!!!"
그 소리에 놀란 것은 펜 타고니였다. 이제 겨우 자식의 얼굴을 봤는데.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하지만 락켄신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헤켈들은 공격해 들어왔다.
이제 모든게 끝인가. 라케프는 죽고 얀과 파인리히는 정신을 잃었고 카인도 더 이상 쉐도우와 접속할 수 없었다. 아크바레이는 죽기 직전이고 가오그 전대도 전의를 상실했다. 간신히 킴만이 부하들에게 싸우자고 소리치고 있었지만 그의 목소리에선 희망이란 단어가 거품 빠지듯 빠져버린지 오래다.
카인은 고개를 숙였다. 더 이상 눈물도 흐르지 않았다. 더 이상 슬프지도 않았다. 끔찍한 일만 겪어본 사람은 더 이상 두려움을 모른다고 했던가. 슬픈 일만 겪어본 사람도 더 이상 슬픔이란 감정을 느끼지 못할지도 모르지.
카인은 포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이라도 도망쳐야 했다. 하지만 자신 혼자만 도망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다급히 얀과 파인리히를 향해 뛰어갔다.
얀과 파인리히는 둘 다 탈진한 상태일뿐 큰 부상은 입지 않은 듯 보였다. 얀은 과도한 힘의 사용으로 약간의 내상을 입었지만 파인리히는 괜찮은 듯 보였다.
"파인리히! 파인리히!!! 정신차려!!!"
카인이 파인리히의 볼을 세차게 때리자 파인리히는 정신이 드는 모양이었다.
"어떻게 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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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없어!! 빨리!!"
카인은 재빠르게 얀을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얀도 간신히 정신은 차렸는지 카인에게 거의 매달리시피 해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파인리히는 몸을 추슬러 일어나서는 얀을 부축했다. 파인리히가 얀을 부축하기 시작하자 카인은 아크바레이를 등에 업었다.
검을 빼낸 충격이 컸지만 아크바레이는 정신을 잃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펜 타고니를 향해 있었다.
그 또한 묘한 어떤 감정을 느낀 것인가.
하지만 도망치기엔 시간이 너무 없었다. 킴의 가오그 전대는 음영대에게도 밀리는 상태였는데 뒤에서 달려드는 수많은 헤켈들을 어떻게 막아낸단 말인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펜 타고니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카인은 사력을 다해 아크바레이를 업고 얀을 부축해 도망쳤지만 너무 늦음을 알았다. 이젠 모든게 끝이었다. 카인은 머릿속을 관통하는 이름을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보고 싶다. 세느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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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절명의 위기...... 그 두번째....... 그들은 과연 탈출할 수 있을지......
하아... 이제 방학도 끝나가는군요..... 다른 학교들은 내일 개강한다는데 저희 학교는 9월 2일날 개강하네요... 아이고 좋은 학교 ^^;;
많이 읽어주시구 코멘트 많이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