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99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99
[기가 슬렌더] -54- 세느카 아이리스(죽음의 문턱에서) -세느카 아이리스(죽음의
문턱에서)-
카발리에레는 세느카를 향해 거의 날다시피하여 다가갔다. 세느카의 목은 개구리 아가리처럼 넓게 갈라져 있어 차마 그 모습을 쳐다보기 끔찍한 지경이었다. 여전히 숨은 붙어 있는지 그녀의 가슴은 어설프게나마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었다.
그랬다. 세느카는 자살을 시도한 것이었다. 자살.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들 자신의 생명을 위해 다른 생명을 짓밟아야 하는 이유를 그리고 그 모든 원인의 중심에 자신이 서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모든 것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지극히 인간적이었다.
그런 정신적 고통을 참아낼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너무나도 인간적이었기 때문에 결국 마지막으로 찾아낸 길이 바로 이것이었다.
자살. 자신의 죽음만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고 믿었던 것이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세느카는 보통 사람이었다. 따뜻한 마음을 지닌 보통 사람 그녀의 선택은 지극히 정상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카발리에레는 놀랐지만 기가스답게 침착하게 정신을 집중했다. 자신의 상처도 쉽게 고치는 그가 이 정도 상처쯤은 우습게 고칠 수 있을 것이다.
"젠장. 왜 이런 짓을 한거야!! 왜!!"
카발리에레는 그렇게 외치고는 세느카의 목을 붙잡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의 뒤에서 세이타르와 이카루스도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세느카가 살아나기만을 간절히 기도했다.
세느카의 목에서 흐르던 피는 이미 오래 전에 멈추었다. 하지만 그 큰 상처는 도무지 낳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무리 신이라도 죽은 사람을 살려낼 수 있을까? 그들이 진짜 신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아직 세느카는 죽지 않았다. 카발리에레는 자신의 모든 힘을 이끌어내어 세느카를 치료하고 있었다. 죽음의 관문이 있다면 그 관문의 문턱을 넘어가려는 찰나에 세느카를 붙잡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카발리에레로서도 힘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카발리에레의 양손이 거의 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그 손에서는 영롱한 빛이 쉴새 없이 뿜어져 나왔다.
세느카는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눈을 떴다. 자신이 눈을 뜬 곳은 온통 꽃이 만발해 있고 새들이 지저귀는 아름다운 꽃밭이었다. 너무 아름다운 세상이었다.
하늘엔 먼지층이 없어 흰 적란운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으며 귀에는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졸졸 들려왔다.
그녀는 천천히 일어섰다. 주변을 한번 둘러본 그녀는 믿을 수 없는 장면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곧 너무 아름다운 경관에 넋을 잃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뛰기 시작했다.
한참을 뛰어다니다가 숨이 차 멈추어 서자 작은 비둘기 한 마리가 자신의 어깨에 와서 앉았다. 그녀는 그 비둘기를 쓰다듬으려고 손을 뻗었다. 그때였다.
푸드득!!!
비둘기는 뭔가에 놀라 날아가 버렸고 주변은 한없이 고요해졌다. 순간 두려워진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갑자기 온 세상이 암흑으로 변해버렸다. 너무나도 어두워 자신의 손조차도 보이지 않은 칠흑같은 어둠. 너무 무서워진 그녀는 그만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녀도 모르게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손에는 작은 손수건 한 장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손수건을 건넨 그 사람은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울지마."
-
"카인???"
세느카는 반가워하며 상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너무 어두워서 도무지 누군지 보이질 않았다.
"누구세요?"
세느카의 질문을 그는 들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수건으로 그녀의 볼을 닦아주었다. 세느카는 문득 카인이 아닌 것 같단 느낌을 받았다. 자신의 볼을 닦아주는 그의 손은 참 따스했다.
"여기는 어디죠?"
다시 세느카가 질문했다.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긴 꿈이란다. 바로 네 꿈."
-
"꿈이요?"
"후훗. 그래. 그렇단다."
세느카는 상대의 목소리가 너무도 평안하여 자신의 감정도 점차 안정되어감을 느꼈다. 세느카는 상대의 정체가 궁금해 다시 질문을 던졌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시죠?"
-
"난. 바로 너야."
"네?"
세느카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상대가 바로 자신이라니 그런데 목소리는 남자 목소리가 아닌가? 물론 부드러운 말투는 다분히 여성적이었지만 남자목소리하고 여자목소리하고 구분 못할 세느카는 아니었다.
"난 왜 이곳에 있는거죠?"
-
"넌 하루살이들이 왜 세상을 살아간다고 생각하니?"
"네?"
그 목소리는 아무 말이 없었다. 세느카는 당황스런 질문이었지만 잠시 생각해보고는 대답했다.
"그야. 태어났으니까 살아가겠죠."
-
"그럼, 하루밖에 못사는 그들은 억울하지 않을까?"
"그건. 비록 짧은 생애지만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해서 살았다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죠."
-
"그럼 양초는 어떨까? 양초는 살아간다고 할 수 있을까?"
목소리가 또 어려운 질문을 하자 세느카는 한참 생각하더니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양초는 불을 켜는 순간 생명이 시작돼요. 그리고 그 불이 자신의 몸을 모두 살라 꺼지는 그 순간 생명이 사라지죠."
-
"그래. 양초는 자신을 희생하면서 온 세상을 밝혀주지. 자신의 생명을 불사르면서 말이야 하지만 그런 양초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은 이런 어둠 속에 갇힌 사람말고는 아무도 없단다."
"......"
-
"지금 세상은 어둠 속에 갇혀 있단다. 그 어둠은 세상에 아무리 해가 뜨고 등을 켜 놓아도 소용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이기주의적인 마음이란다. 더 무서운 것은 세상이 어둠 속에 갇혀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지. 세느카."
"네."
-
"왜 그냥 허무하게 죽으려는 거니."
"네? 죽다뇨. 누가요?"
-
"잘 기억해보렴."
세느카는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꺄아아악!!"
비명을 지른 세느카는 자신이 자포자기하여 자살한 것을 기억해냈다. 다급히 자신의 목을 만져본 세느카는 아직 온전히 붙어 있는 것을 알고 안심했다.
"전 죽은건가요?"
-
"아니. 하지만 너에게 달려있어 네 의지에."
"아......"
-
"미물인 하루살이도 그 하루를 다하여 삶에 있어 최선을 다하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양초는 자신의 생명을 불살라가며 사람들의 길을 밝혀주는데.
넌 누구 못지 않게 생명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잖니......"
"......"
-
"다른 생명의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선 먼저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단다.
네가 선택한 길은 너에게 있어선 최선의 길일지 몰라. 하지만 널 알고 있고 널 사랑하고 있고 널 기다리고 있는 그 사람들에겐 결코 좋은 선택은 될 수 없을게다."
"전. 그......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너무 흑흑 감당하기 벅차다구요. 왜 내가 그런 일을 당해야하는거죠? 왜 하필 나인가요. 어째서 날 선택한거냐구요!!"
세느카는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온갖 설움이 복받쳐 올랐다. 그 목소리는 잔잔한 미소를 띄고는 대답했다.
"난 잘 알아. 난 또 너이니까. 넌 결코 그런 선택을 받았다고 해서 울 정도로 나약한 아이가 아니야. 네가 슬퍼하는 것은 온 세상의 슬픔을 느꼈기 때문이야.
서로 싸우고 미워하고 죽이는 다른 생명들을 하찮게 생각하는 다른 사람들을 차마 볼 수 없었던 네 착한 마음 때문이야. 하지만 그게 네 탓이란 말은 아니야. 넌 보통 착한 아이일 뿐 신이 아니란다. 네가 신이었다면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막을 힘이 있겠지만 넌 그렇지 않아 어쩔 수 없는 일들도 있는거야."
-
"하지만!! 나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다구요. 나 때문에 서로 죽이고 서로 싸우는 거라구요!!"
목소리는 천천히 다가와 세느카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하지만 세느카는 그 손을 뿌리치면서 말했다.
"당신은 도대체 누군가요!! 나같은 나약한 애하고 당신은 전혀 다른데!!
도대체 누군가요?"
-
"난 바로 너야. 하지만 나에겐 선택권이 없단다. 넌 자살하면 모든게 끝날 것이라 믿고 있지만 그렇지 않아. 네가 죽는다고 해도 전쟁은 계속 될테고 결국 모두 죽겠지. 넌 결국 모두 죽는 처참한 모습을 네 눈으로 보지 않기 위해 이걸 선택한게 아니니? 자살을?"
"......!! 난 나 차마 볼 수 없었어요. 서로 죽고 죽이고. 다투고 미워하고. 난 볼 수 없었어요. 용기가 나지 않아요. 차라리 죽는다면 그런 것들을 보지 않고 마음이 편해질 줄 알았는데."
-
"그런데?"
"그런데. 지금 마음이 하나도 편하지 않아요. 너무 슬퍼요. 난 그들을 모른척 하기로 마음먹었던 거에요. 난 나 혼자만을 생각한 거라구요. 나만 벗어나면 그만이란 생각으로. 그들을 버린거라구요!!"
목소리는 다시금 세느카의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이번엔 세느카도 뿌리치지 않았다. 자신은 모두를 버렸지만 그 목소리는 자신을 생각해주고 도와주려 하고 있었다.
"세상 속의 어둠을 밝혀줄 초가 필요해. 네가 그 양초가 되어주겠니?"
-
"제가 어리석었어요. 나만 죽으면 모든게 끝날거라 믿었는데 정말 바보같은 생각이었어요. 반드시 살아남겠어요. 그리고 한 생명이라도 더 구하도록 노력하겠어요!! 반드시 막아낼거에요!! 내 몸을 불사르는 한이 있더라도. 어둠 속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도와주겠어요!!"
"후훗. 역시 난 내 자신을 믿고 있었단다."
세느카는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자 다급히 일어섰다. 하지만 어디서도 그 자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왼손을 바라보았다. 왼손에는 자그마한 양초가 들려 있었다. 오른손을 바라보니 오른손엔 작은 성냥이 하나 들려 있었다.
그때였다. 사라진줄 알았던 그 목소리가 자신의 마음속에서 들려왔다.
"이제 때가 된거야. 성냥을 켤 때가."
카발리에레는 점점 당황하고 있었다. 아무리 용을 써도 전혀 상처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놀랍도록 빠르게 상처가 회복되는게 아닌가.
그 모습에 세이타르와 이카루스도 놀라고 말았다. 카발리에레는 자신의 힘이 아닌 뭔가 다른 힘이 이 상처를 치료하고 있음을 느꼈다.
'도대체 무엇이 내 능력으로도 불가능한 일을 해낸 건가?'
카발리에레는 자신의 손을 떼었다. 이미 세느카의 상처는 모두 회복된 상태였다.
다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녀는 살려는 의지를 가졌다. 그 순간부터 카발리에레의 권능이 작용한 것이었다.
'믿는 것은 신으로 하여금 더 많은 믿음을 주도록 만든다.'
한 유명하지 않은 종교인의 말이다. 신이란 존재는 그를 따르고 믿는 자가 있을 경우에 탄생하는 것이지 단독으로는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아무도 믿지 않는 신은 신이라고도 할 수 없는 힘없는 존재. 하지만 누구 하나라도 믿어준다면 그는 그 것에 힘입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우고.
세느카가 회복되자 카발리에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그녀가 죽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건 모른다.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다만 그분의 예언이 빗나간다는 것밖엔.
카발리에레는 그녀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분의 예언은 반드시 맞아 들어갈 것이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가 죽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다. 하지면 역시 예언대로 그녀는 죽지 않았다.
'다른 형제들을 죽이기 전엔 죽을 수 없는 운명이다. 그 전에는 절대로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후후훗.'
카발리에레는 그분의 예언이 틀릴 리 없다고 생각하며 싸늘하게 웃었다.
이카루스는 상처가 아물어 단지 잠을 자고 있는 세느카의 머릴 살며시 들어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그녀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쌔근쌔근 잘도 자고 있었다.
카발리에레는 다소 많은 힘을 사용했는지 자리에서 일어서서 아까 앉았던 자리로 걸어갔다. 사실 많은 힘을 사용한 것보다도 그녀가 자살했었다는 정신적 충격이 더 컸던 것이다.
다행히 살려놓기는 했지만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때였다. 세이타르는 카발리에레가 많은 기력을 소비했음을 알고 공격을 시도한 것이었다. 등을 보인 이 기회를 탁월한 감각을 가진 세이타르가 놓칠 리 없었다.
세이타르의 금속팔이 카발리에레의 등에 꽂히듯 파고들었다. 금속팔은 인간의 팔 모양으로 만들어졌기에 손톱은 그리 길지 않았다. 하지만 세이렌들에게는 짧아서 거의 쓸모가 없는 손가락이, 그 금속팔에는 인간의 것과 같은 길이의 손가락이 붙어 있었던 것이다.
이미 그는 금속팔을 사용하면서 자신의 손가락이 어떠한 쇠붙이도 뚫을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손가락이 카발리에레의 등을 꿰뚫으려는 찰나였다. 카발리에레. 그는 기가스가 아닌가. 그들은 모두 원안(遠眼)의 법(法)을 사용할 줄 알았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흉켈리스가 이들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감시했으며 이곳으로 데려왔겠는가.
흉켈리스는 카발리에레의 분신. 그 자체였으므로 그런 능력을 사용할 줄 알았던 것이다.
몇백미터 안도 감시할 수 있는 원안의 법을 가진 그에게 하물며 등뒤의 공격이라.
이건 쥬데카가 그를 공격한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는 무모한 공격이었던 것이다.
카발리에레는 그 금속팔의 위력이 상당하여 자신의 팔도 부러뜨렸다는 것을 잘 알았다. 등뒤에서 전해져 오는 살기 카발리에레는 순식간에 몸을 90도 회전시켜 손가락을 피해냈다.
아니 마치 몸을 움직여 피한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것은 텔레포트였다. 거의 제자리에서 움직인 것이라 엄청난 속도로 공격을 피한 듯 보였던 것이다.
카발리에레는 그렇게 피하고는 자신의 앞 허공을 가르고 있는 세이타르의 금속팔을 붙잡았다. 그리곤 그대로 자신의 강기를 날렸다!!
"크아아악!!!!"
세이타르는 거의 괴성에 가까운 비명을 지르고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아무리 금속팔이라도 그 팔이 접합되어 있는 어깨부분의 통증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카발리에레는 세이타르가 날아가 벽에 처박히는 모습을 보고는 놀라면서 말했다.
"호오. 상처 하나 없군. 설마 애더먼트(adamant)?"
그의 말대로 세이타르의 금속팔은 아무 긁힌 자국조차 생기지 않았다. 다만 엄청난 통증과 벽에 부딪혀 입은 충격 때문에 세이타르는 고통스러워했던 것이다.
애더먼트라는 것은 거신(巨神)전설과 또 한 주류를 이루고 있는 소마(小魔)전설에 등장하는 금속이다. 거인족과 전혀 다른 소인족이 존재했다.
소인족은 다른 말로 난장이족이라고도 불렸는데 그런 소인족이 모시는 신이 바로 소마였다. 소마는 금속을 좋아해서 소인족은 금속을 채취해 그에게 가져다 바쳐야 했었는데 하루는 소마가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고 절대 변형이 불가능한 금속을 만들어오라고 명령을 내렸었다.
그건 불가능한 주문으로 소인족은 그 명령을 수행할 수 없었다. 세상천지에 그런 금속이 어디있겠는가? 하지만 죽을 위기에 닥친 소인족은 인류 최초로 합금이란 개념을 도입해 금속을 제련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최고의 강도를 지닌 그 어떠한 충격에도 전혀 형태가 변하지 않는 전설의 합금이 바로 애더먼트였던 것이다.
카발리에레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허무의 공간에서 창조한 거짓된 이야기일뿐. 어쨌든 세이렌이 놀랍도록 강력한 금속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증명이 되었다.
카발리에레가 손을 뻗자 간신히 일어서려하던 세이타르가 엄청난 속도로 그의 손에 빨려들어갔다. 세이타르의 모습을 보니 그의 오른쪽 어깨가 축 늘어진 것이 아무래도 탈골된 것 같았다. 이카루스는 그 모습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카발리에레가 자신을 향해 끌려오는 세이타르를 걷어찬 것이다. 분명 노쇠한 헤켈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였지만 발에 차인 세이타르는 다시금 벽에 날아가 부딪혀 쓰러졌다. 더 이상 일어설 기력도 없는지 그는 누운채 움직이질 않았다.
하지만 카발리에레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다시 손을 뻗자 쓰러져 있던 세이타르가 다시 끌려들어왔다.
"감히 대항한 대가다. 후후훗."
카발리에레가 엄청난 속도로 빨려들 듯 날아가던 세이타르의 몸을 향해 또 한번의 발길질을 하려던 찰나였다.
"그만해요."
세느카였다. 이카루스의 비명소리에 그만 깨어난 것이었다. 세느카는 이카루스의 부축을 받으며 간신히 일어섰다. 그리곤 말했다.
"흉켈리스. 이제 그만해요. 자신을 되찾아요. 그를 꺾어요. 이길 수 있잖아요. 노력해봐요!"
세느카는 그렇게 말하면서 카발리에레에게 다가갔다. 카발리에레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세느카로부터 묘한 공포심을 느꼈다. 난생 처음 겪는 두려움이었다.
'뭐야? 이 더러운 기분은.'
카발리에레는 세이타르를 끌어당기던 힘을 풀고 세느카를 바라보았다.
세이타르는 날아오다가 땅바닥에 떨어져버렸다. 이카루스는 세이타르에게 다가가 그의 상태를 보았다. 중상이었다. 아까의 충격으로 오른팔은 거의 못쓰는 지경에 이른 것이었다. 게다가 내상을 입었는지 연신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이카루스는 포스 오너였다. 어느 정도 의학에도 지식이 있던 그녀였기에 최대한의 힘을 끌어모아 그의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살아날 수 있을지조차 의문스러웠다.
"무슨 소릴 하는게냐? 흉켈리스라구? 그 녀석은 이미 죽었다!!"
-
"흉켈리스의 몸을 빼앗았다고 해서 그를 죽였다고는 생각하지 말아요! 그는 아직 살아 있고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어서 눈을 떠요! 흉켈리스!!"
"웃기는 소리.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카발리에레는 묘한 불안감에 휩싸여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세느카가 한발, 한발 다가올때마다 두세걸음씩 뒤로 물러서고 있었던 것이다.
"어서 정신 차려요!! 당신은 그를 이기고 싶어했잖아요!!"
-
"웃기지마!! 내가 원래 이 몸의 주인이다. 흉켈리스는 내가 만들어낸 사념에 불과해!!!"
"당신이 만들어낸 사념에게 당해보시지!!"
세느카의 말에 카발리에레는 무릎이 꺾였다. 동시에 머릴 쥐어뜯으며 광포하게 흔들었다. 세느카는 그런 그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당신은 진짜 중요한게 뭔지 잃어버렸어. 당신이 만들어낸 사념이 왜 당신을 죽이려했는지 알아? 당신 스스로가 당신을 포기했던거야. 그런 당신을 저주하면서도 가련하게 생각했던 거라구!! 흉켈리스는 바로 당신이야!! 바로 당신이면서도 그는 당신에게 의식을 내주었지!! 그건 그가 약해서가 아니야. 왜냐하면 그는 바로 당신과 같은 대등한 힘을 가진 바로 당신이니까 하지만 그는 당신을 불쌍하게 생각했어. 당신을 도우려 했던 거라구.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어!!
바로 잃어버린 당신을 지금 찾으라구!!"
세느카의 말에 카발리에레는 괴성을 질렀다.
"으으아아아아!!!!"
-
"스스로를 사랑하란 말이야. 그리고 나서 다른 생명들도 아껴주고 돌봐주란 말이야."
세느카는 그렇게 말하고는 손등으로 눈을 훔쳤다. 어느새 그녀도 두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던 것이다. 그 말은 바로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화두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때였다.
카발리에레가 몸을 부르르 떨면서 일어섰다. 어찌나 몸을 벌벌 떨던지 벌새가 1초에 흔드는 날개짓 수보다도 더 많아 보였다. 카발리에레는 자신의 머리통을 붙잡고는 세느카에게 말했다.
"어서. 서둘러 나. 날 죽여!!"
그. 그 목소리는 흉켈리스의 목소리였다. 잠재해있던 흉켈리스의 의식이 카발리에레를 누르고 튀어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의식은 카발리에레의 의식과 싸우는지 무척 고통스러워 보였다.
흉켈리스의 말에 세느카는 멈칫했다. 죽이라구? 세느카는 그 말에 얼어붙은 듯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자 흉켈리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했다.
"시간이 없다. 빨리."
그의 표정은 폭발하기 일보직전의 화산처럼 붉어져 있었으며 그의 각피로 이루어진 피부를 뚫고 굵은 힘줄들이 하나 둘씩 돋아나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의 몸을 둘러싸고 있던 각피가 점점 떨어져 나가는게 아닌가.
이카루스의 도움으로 간신히 정신을 차린 세이타르는 그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
그건 이카루스와 세느카도 마찬가지였다. 헤켈의 모습을 하고 있던 흉켈리스 즉, 카발리에레는 점점 인간의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몸을 둘러싼 이상한 각질들이 저절로 떨어져 나가면서......
"어서! 시간이 없다."
흉켈리스가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그렇게 외쳤다. 하지만 세느카는 선뜻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는 차마 그를 죽일 수 없었던 것이다. 카발리에레는 죽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흉켈리스. 그는 죽일 수 없었던 것이다. 세느카가 망설이고 있는 그때였다.
'스걱!!! 푹!!!'
하는 소리가 들렸다. 흉켈리스의 복부에는 Double-Sword 중 하나로 보이는 검이 관통해 검 끝부분이 배 앞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쥬. 쥬데카!!!"
세느카의 외침대로 그는 쥬데카였다. 쥬데카는 간신히 정신을 차려 흉켈리스를 뒤에서 찌른 것이었다. 너무도 정확한 일침이었기에 검은 등을 뚫고 배를 관통해 나온 것이었다.
그때였다. 흉켈리스의 몸 즉, 헤켈의 몸이었던 각질이 모두 떨어져 나가자 카루이안과 비슷하게 생긴 인간의 모습이 튀어나왔다. 놀랍게도 카발리에레 역시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쥬데카는 자신이 믿고 있었던 신이 인간의 모습을 한 것을 보고 놀라 뒷걸음질 쳤다. 흉켈리스의 의식은 아직 살아 있는지 세느카를 보고 말했다.
"모. 모두 모여!! 어서!!"
흉켈리스는 최후의 힘을 간신히 모으며 그렇게 말했다. 놀랍게도 복부에선 피가 흐르지 않고 있었다. 아무래도 흉켈리스의 의식과 싸우던 카발리에레의 의식이 자신의 상처를 보호하고 있던 것 같았다.
흉켈리스는 자신이 점점 밀리고 있음을 알았다. 이젠 시간이 없었다. 이 정도 상처로 자신이 아니, 카발리에레가 죽을 것이란 생각은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가 택한 선택은 바로 이것이었다.
흉켈리스의 간절한 외침에 세느카,이카루스,세이타르,쥬데카는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그들은 시키는대로 하였지만 뭘 하려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세느카는 멍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차마 흉켈리스를 죽일 수 없었다.
자신의 오른손에는 여전히 자신의 목을 가른 그 비수가 들려 있었다. 만약 흉켈리스의 의식이 돌아온 그 순간에 그를 해치웠더라면 어쩌면 그에게 평안한 안식을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자신은 그러지 못했고 그 한번의 망설임으로 흉켈리스를 <진짜> 죽게 만들었던 것이다.
흉켈리스는 일행들이 다 모이자 자신의 모든 힘을 짜내었다. 그것은 카발리에레의 의식과 싸우는데 쏟고 있던 남은 모든 힘이었다.
"반드시 날 죽이기를. 가랏!!!!"
흉켈리스의 외침과 함께 일행들은 빛에 휩싸였다. 동시에 사시나무 떨 듯 떨던 흉켈리스의 몸은 안정이 되었다. 그는 자신의 복부에 꽂혀 있는 검을 손으로 빼내었다. 이 장면에서 피가 쫘악 튀길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마치 나무 인형에서 칼을 빼내듯 쉽사리 검을 빼낸 것이다. 그리고 그 상처는 눈 깜짝할 사이에 모두 아물어 버렸다. 그는 앞에 텅 빈 공간을 보고는 나지막이 말했다.
"이제 또 하나의 나는 죽었다."
카발리에레는 흉켈리스가 세느카 일행을 텔레포트시키려는 것을 눈치챘었다.
하지만 그것을 말리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이 텔레포트 할 때 옆에 누군가를 데리고 가는 것은 안전한데 비해 다른 물체만 텔레포트 시키는 것은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훨씬 많은 에너지를 소모시킨다.
따라서 흉켈리스를 제압하기 위해선 그의 에너지를 극대화시켜 소모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런데 녀석이 자진해서 그렇게 한 것이었다. 아마 세느카 일행들은 자신의 위험에서 벗어나긴 했어도 제대로 된 장소로 이동하지는 못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후훗. 역시 예언의 인간이 틀림없군. 카루이안으로부터 도망치고. 이젠 나에게서도. 하하핫. 다음은 누구인가? 카안드리아스인가????'
카발리에레는 광소를 흘렸다. 하지만 그 웃음 속에는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자신을 처음으로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인간 그 인간이 살아 있다는 것 자체로 그는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죽게 내버려둘걸 그랬나 후훗'
카발리에레는 이제 자신의 목숨을 위협할 인간이 되어버린 세느카를 떠올리고는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 손실이 너무 많았다. 대신관 흉켈리스를 잃었으며 동시에 쥬데카를 잃었다. 신검 카켄과 하나가 된 쥬데카. 바로 그가 카에살레아가 말했던 마지막 운명의 끈이었다.
프레일리아섬 지금은 한겨울이었다. 겨울에는 더욱 온도가 낮아져 프레일리아 섬의 주변 바다는 빙하가 되어버린다. 여름이 되면 해수면이 높아져 프레일리아섬은 비르수 라 드뮨 대륙에서 유일한 섬이 되지만 겨울에는 섬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육지와 연결이 되어 있다.
프레일리아 섬에서 가장 큰 산 온통 만년설과 얼음으로 뒤덮힌 그 빙산의 이름은 프레제톤타. 이쯤되면 다음에 설명할게 빙산 아래 있는 지하세계이겠지?
바로 세이렌들의 세계였다. 프레제톤타 빙산 꼭대기까지 연결된 스티지를 가지고 있는 최대의 탑! 렘노스 그 최상층에는 3개체의 세이렌이 부복해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아주 크고 아름다운 금속 날개를 가지고 있는 기솔라벨카가 보였다. 그의 날개가 왜 금속으로 되어 있는지 아는 사람은 오로지 파리나타 뿐이었다. 기솔라벨카는 카루이안과의 격전에서 두 날개를 모두 잃었던 것이다.
기솔라벨카는 뒷짐을 진채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여전히 구름이 끼어 있었고 그 구름은 아마도 눈을 쏟아 붓고 있을 것이다. 창. 브라키온이 뚫고 나가떨어진 그 창도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했다.
파리나타는 전투의 흔적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이곳의 모습에 쓴웃음을 지었다. 카루이안의 복수는 이토록 철저했던 것이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말이다.
파리나타,휘페리언,락토니즈 남은 7대사제는 이 셋이 전부였다. 브라키온은 산밑으로 떨어져 죽었고 플루토스는 처참하게 산산조각나서 죽었다. 도망친 루카누스는 어찌 되었는지 모르지만 왠지 그에게서도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던 파리나타였다.
아무리 신인 카루이안이라도 죽은 자를 살리는 것은 불가능한건가? 브라키온이야 그의 분신이었으니 마음만 먹으면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플루토스야 거의 산산조각이 났으니......
기솔라벨카는 3대사제가 다 모였는데도 입을 열지 않았다. 계속해서 멍하니 밖을 바라볼 뿐이었다.
애간장이 탄 것은 락토니즈였다. 파리나타의 말을 듣고 복귀했더니 이게 웬 날벼락? 그런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니. 정말 억울한 노릇이었다.
자신은 잘못한게 없다고 주장하고 싶었지만 분위기가 분위기인만큼 조용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휘페리언이 조용하게 물었다.
"기솔라벨카님. 어째서 인간들을 공격하도록 만드셨습니까? 그 점을 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휘페리언의 말에 기솔라벨카는 천천히 몸을 돌려 그들을 향했다. 기솔라벨카는 천천히 휘페리언에게 다가가 그의 앞에 섰다.
"넌 어째서 그들을 공격하지 않고 돌아왔느냐?"
- "전 제 생각,의지,마음이 돌아가기를 원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너의 생각,의지,마음? 그것이 명령에 위배된다는 것을 몰랐느냐?"
-
"알고 있었지만 그 마음을 저버릴 수 없었습니다. 왜 인간들을 공격해야하는지, 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휘페리언의 말에 기솔라벨카는 적이 당황하였다. 그리곤 휘페리언을 이해시키기 위해 무언가 말을 하려는데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왜? 인간들을 공격해야 하는지......?
전에는 이 대답에 대해 막힘 없이 대답할 수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왜 아무생각도 떠오르지 않는 것인가.
기솔라벨카는 이미 락토니즈로부터 그 이상한 꼬마와 거한에 대해 들었기 때문에 머릿속이 더욱 복잡해짐을 느꼈다.
"그 꼬마가 널 현혹시킨 것이다. 우린 인간들을 말살할 의무가 있다. 넌 그저 명령을 따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
"전 시키는대로만 하는 로봇이 아닙니다. 제 생각,의지,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저에게 왜 그런 명령에 따라야 하는지 그 정당성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건 우리들의 신의 명령이자 우리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기솔라벨카는 그렇게 말하고는 돌아섰다. 휘페리언은 뭔가 말하려다가 말았다.
신의 명령. 신의 명령이다. 그는 그 신의 피조물이고. 따라서 그 명령에 따라야 한다. 그게 만들어주신 분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
기솔라벨카는 잘 알았다. 락토니즈야 명령만 내리면 쉽사리 따르는 녀석이었고 휘페리언은 잘 구스르면 문제없을 것이다. 그런데 파리나타 이 녀석은 뭔가 이상했다. 마치 모든 것을 깨달은 열반에 든 중처럼 자신을 꿰뚫어 보는 듯 했다.
"락토니즈. 명령에 따르겠는가?"
-
"전 원래 명령에 따르려는데 파리나타가."
"후후훗.. 알았다. 넌 아무 잘못이 없다."
-
"감사합니다!"
락토니즈는 그 한마디에 환한 웃음을 지으며 연신 머릴 조아렸다. 그에게 기솔라벨카는 큐탕 쿠 매지그나 다름없는 높으신 존재였다.
기솔라벨카가 파리나타를 향해 다가가서는 그를 바라보았다. 파리나타는 상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건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다른 세이렌들이라면 금새 고개를 숙여 용서를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파리나타는 기솔라벨카를 똑바로 응시했다.
기솔라벨카는 마치 자신을 조롱하는듯한 눈빛의 파리나타를 바라보았다. 둘의 눈싸움이 그렇게 시작되었는데 기솔라벨카는 그의 눈을 계속 바라보면서 뭔가 느끼는 것이 있었다.
마치 자신을 연민하는듯한 느낌을 받은 것이다. 어째서 파리나타가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기분 나쁘기는 매한가지였다.
"넌 어째서 돌아왔느냐? 그리고 어째서 락토니즈에게 거짓을 말해 그를 모함하였느냐?"
-
"......"
"어서 대답하지 않겠느냐?"
기솔라벨카는 파리나타를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파리나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든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이미 이들은 카루이안으로부터 세뇌를 당해 그때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 상태였다. 그 기억은 삭제하고 나서 쓰레기통까지 비워진 컴퓨터나 다름없기에 어떻게 복구할 방도가 없었다.
물론 다시 깨달을 수는 있을 것이다. 다시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는 있다.
하지만. 파리나타 자신의 능력으로 그것을 동료들에게 일깨워 주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미 동료들은 세느카와 지냈던 그 잠깐동안 느낀 따뜻한 마음을 통째로 빙하 지하에 넣고 얼려버렸기 때문이다.
"다신. 이런 일 없을 것입니다."
파리나타의 대답이었다!!! 그는 그렇게 대답한 자신을 저주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오직 하나뿐인 길에서 선택을 한 것이었다. <다른 길을 개척>할거란 <선택>을!!
기솔라벨카는 갑자기 파리나타가 숙이고 들어오자 다소 안심하면서 다시 명령을 내렸다. 그 명령은 전쟁선포나 다름없었다. 파리나타는 그 명령에 마음속으로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는 생각했다.
'내가 생각한 것이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난 끝까지 밀고 나갈 것이다.
동료들을 위해.'
---------------------------------------------------------------------
2세기 최종전쟁을 두고 사람들은 한가지만을 기억했다.
‘우리 자신의 주인은 타인이 아닌 바로 나’ 라는 것을.......
텔레포트로 이동된 세느카는 어디에 떨어졌을까요? ^^;
ㅋㅋ 아..... 워크래프트 하러 가야지...... 아뒤 바껐어요. sares 루 ^^;;
어쨌든 기가 슬렌더 많은 비평 바랍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