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가슬렌더-93화 (93/120)

"전 카인 쥬언트라고 합니다. 발카로스시에서 열린 14회 검술 경연대회에서 3위에 입상한 적이 있죠. 그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이 도시 저 도시 떠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카인의 대답에 킴은 <하하핫> 하고 크게 웃었다. 자신의 소개에 전혀 뒤지지 않는 멋진 응수가 아닌가? 하지만 그것보다도 카인에게서 상당한 호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자신에겐 전혀 없는 검술실력이 자신의 앞에 있는 이 청년에게는 있지 않는가. 킴은 자신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카인을 보고만 있어도 괜히 유쾌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나저나 카인! 검술 실력이 엄청나던데 핸스를 한번에 해치운 그 괴물녀석을 물리쳤으니 말이에요."

-

"아뇨. 사실 질 뻔했습니다. 이상하게도 녀석은 날 죽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흘려보내고는 무방비상태로 제 공격에 당했죠. 그렇게 쉽사리 당할 녀석이 아니었는데 당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카인은 자신의 허리에 검이 와서 닿을 뻔한 몸서리쳐지는 기억을 더듬고는 실제로도 몸을 한차례 떨었다. 그만큼 엄청난 위기의 순간이었던 것이다. 그때 얀이 카인에게 다가와서는 옆에 앉으며 말했다.

"그건 라케프씨가 컨퓨징 포스를 그 마타 륭이라는 헤켈에게 걸어서 그랬던 것이라네."

-

"컨퓨징 포스요?"

"그렇다네. 그 헤켈은 놀랍게도 그것에 걸려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금새 정신을 차려 도망쳤지 역시 대장직에 있을법한 굉장한 녀석이었다네."

얀은 매너 포스 공유시스템으로 이뤄진 라케프의 컨퓨징 포스가 엄청나게 강해 한번 걸려들면 죽음으로밖에 헤어나올 수 없음을 알았다. 그런데 저번 도시에서부터 만났던 그 마타 륭이란 적의 수장은 그 혼란에서 벗어나 죽음을 면했던 것이 아닌가.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얀은 옆에 킴을 보고는 인사를 건네었다.

"반갑습니다. 전 얀 이반이라고 합니다."

-

"아. 전 킴 팽이라고 합니다. 얀씨도 이들과 같이 다니는 의인이시군요 저희 도시를 위해 이렇게 와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과찬입니다. 그나저나 킴. 당신의 가오그는 다른 가오그들과 약간 다르게 생겼는데 그렇지 않습니까?"

-

"네? 아 그걸 알아보시는 안목이 있다니 솔직히 좀 놀랍군요."

킴은 옆에 세워둔 자신의 가오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하자 카인도 그 가오그를 보았는데 다른 가오그들과 전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런데 얀은 뭐가 다르다는거지?

"전 재단소속 정신과학 연구소 소장으로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연구소들에 대한 소식도 상당히 많이 알고 있습니다. 혹시 로봇공학 연구소에서 최근에 휴먼 로보로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았습니까?"

얀은 킴의 가오그가 다른 가오그들과 약간 다르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게 정확하게 뭔지는 몰랐다. 물론 그것도 궁금하긴 했지만 가오그를 탈 일이 없는 얀에게는 로보로이드에 관한 것이 더욱 중요했다.

"아 그렇습니다. 최근 로봇공학 연구소에선 휴먼 로보로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 연구는 몇 달 전에 성공을 거두어 종료되었으나 아직 상용화하지 않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기밀입니다만 생사를 함께 한 사이에 무슨 비밀이 있겠습니까?"

킴은 호탕하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사실 기밀이라고 했지만 그건 공공연한 비밀이었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얀도 그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몇 달전에 프로젝트가 종료되었다는 사실은 금시초문이었다.

"아. 그랬군요 이미 프로젝트가 종료되었군요."

-

"그렇습니다. 기술은 확보되었으니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상용화가 되겠죠.

아마 이번 전쟁이 끝나면 그렇게 될 것입니다. 로봇공학 연구소에선 그 연구를 종료한 이후에 다시 가오사이보그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아 그래요?"

킴은 마치 자랑하듯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 이 녀석도 그렇게 만들어진 녀석입니다. 아직 실험중인 녀석이지만 세 번째 버전으로 탄생할 녀석의 초기모델입니다.

전 가오그 조종에 있어선 타에 추종을 불허한다는 칭찬을 많이 듣습니다. 그래서 그 실험에 발탁되었죠 Bio-Gaog 프로젝트(Bio-Gaocyborg project)라고. 아직 미완성이지만 성능은 기존의 가오그 II 버전을 훨씬 능가할겁니다."

킴은 그렇게 말하고는 일어섰다. 그리곤 자신의 가오사이보그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곧 그의 표정에선 웃음이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너무 위험한게 문제죠."

가오그 탑승자들과 얀들이 쉬고 있는 도중 기술자들은 가오그 수리와 광선형 돔 결계의 보수작업을 하고 있었다. 광선형 돔 결계를 보수하는데는 적어도 하루의 시간이 걸릴 듯 보였다.

그 정도의 시간동안은 가오그 전대나 얀 일행들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하지만 거의 괴멸에 가까운 패배를 한 적이 다시 쳐들어오리란 생각은 할 수 없었다. 그 정도 병력으론 공격해와도 소용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으악!!!!"

"사람 살려!!"

구역 외곽지역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엔 광선형 돔 결계를 보수하던 기술자들이 있었다. 그렇다면 그 비명소리는 그들의 목소리!!

그런 기술자들은 우선 외곽에 있는 결계 플라즈마 발생장치부터 손을 보게 되어 있었다. 광선형 돔 결계라는 것이 거대한 빛의 파장으로 보호막을 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파괴된 결계엔 파장의 진동수가 엉망이 되어 버린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기술자들은 그런 파장의 진동수를 공기의 주파수와 비교하여 가장 효과적인 파괴력을 가지는 공명주기를 알아낸다. 그리곤 그것을 사용해 플라즈마 발생장치로 파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작업이 끝나게 되면 다음에 결계의 동력을 제공하는 중앙동력부의 동력장치를 고치게 되는데 이것이 가장 오래 걸리는 작업이었다. 파괴되는 순간 과부하가 걸리기 때문에 거의 동력실은 자동 폭파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어쨌든 외곽으로 나가 있는 기술자들은 가오그 2대씩의 호위를 받고 그 작업을 했는데 그 쪽에서 비명소리가 들린 것이다.

킴은 재빠르게 가오그에 올라타고는 전투 준비를 외쳤고 얀 일행들도 피곤한 몸으로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전투가 끝난지 고작 10분이 채 지나지 않은 시각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빨리 공격할 수 있단 말인가?"

얀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곤 옆에 있던 라케프를 바라보았다. 라케프는 아까보다 더욱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잠을 약간 자서 그런 것처럼 보였다. 아니, 얀은 그렇게 믿고 싶었다.

"소장님!! 사람들을 다 옮기려면 적어도 30분은 더 있어야 합니다."

-

"알고 있네. 카인. 하지만 그 30분을 벌 수 있을지 걱정이군."

얀은 근심어린 표정으로 도시 입구를 바라보았다. 더 이상 비명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로 봐서 기술자들과 두 대의 가오그는 파괴된 듯 보였다.

킴의 명령에 남은 15대의 가오그들은 입구를 최대한 꽉 매우는 거릴 유지하며 진을 구축했다. 틈이 많아 보였지만 상대도 30개체 정도밖에 없을 것이므로 그 정도는 괜찮았다.

카인과 파인리히도 그런 가오그들 바로 뒤에 서 있었으며 라케프는 또 한번의 매너 포스 공유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아크바레이와 얀은 라케프를 걱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 뒤에 서서 매너 포스를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긴장된 순간..

그들의 눈에 보인 헤켈들의 수는 30개체가 아니었다. 못해도 그 두배에 해당하는 아니 어쩌면 세배에 해당하는 숫자가 그들 앞으로 진격해 오고 있었다. 이미 광선형 돔 결계는 파괴된 상태라 바로 전투가 시작될 것이었다.

"어떻게!!"

얀은 그 괴기스런 장면에 머릴 흔들었다. 숫자가. 자신들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것이 아닌가? 도대체 언제 갑자기 그 숫자가 불어났을지 도무지 예상할 수가 없었다.

"모두 전열을 가다듬어라!! 간격을 절대 벌려서는 안 된다!! 포위되면 끝장이다!!"

킴은 그렇게 외치고는 정신을 집중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너무 숫적인 차이가 컸다. 게다가 자신들은 지친 상태였다. 킴은 상대방 헤켈들을 보고 아까 공격했던 녀석들과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모두 칠흑같이 어두운 옷을 입은 그 헤켈들은 뿜어져 나오는 기운도 음습했다.

게다가 아까처럼 덩치 큰 녀석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마타 륭이란 거구의 헤켈을 보았던 킴에게 자신의 앞에 걸어오는 녀석들은 너무나도 허약해 보였던 것이다.

그들은 다름 아닌 락켄신의 현무단이었던 것이다. 락켄신의 현무단과 라크마니안의 레스토레이션 조력단은 전날 드라시안의 연락을 받았다. 그의 연락은 발카로스시를 점령하는 임무를 실패했으며 내일 글랜시아 시를 침공할 것이란 계획이었다.

그렇게 말한 드라시안은 마타 륭을 믿지 못하겠으므로 락켄신으로 하여금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했던 것이다. 물론 마타 륭을 믿지 못하겠다는 말은 라크마니안에게만 은밀히 말했다.

라크마니안의 조언에 따라 락켄신은 퉁지나시를 점령하자마자 글랜시아 시를 향해 진격해 왔던 것이다. 글랜시아 시에 도착한 락켄신은 마타 륭의 몰골을 보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상을 입은 마타 륭의 꼴도 처참했지만 그의 부하들도 대부분 죽거나 부상을 당했던 것이다.

물론 드라시안의 오펜션 조력단은 전혀 영향이 없었으므로 그의 안색은 그다지 나빠 보이지 않았다. 뭐. 드라시안은 속으로 마타 륭의 꼴을 보고 고소해 했을지도 모르지.

어쨌든 락켄신은 라크마니안에게 마타 륭의 주작단 치료를 맡기고 자신은 곧바로 글랜시아 시로 진격한 것이다. 드라시안은 오펜션 조력단으로 도와 주겠노라하고 말했지만 락켄신은 거절했다. 만약을 대비해 마타 륭의 주작단을 도우라고만 했을뿐. 그는 단독으로 현무단을 이끌고 글랜시아 시로 진입했던 것이다.

드라시안으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자신의 오펜션 조력단도 지치긴 마찬가지였으므로 사실 주작단이 불안하긴 하였어도 질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던 드라시안이었다.

마타 륭이 약간 어리석어 보였지만 전술에 있어서까지 못미더웠던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졌다. 간신히 도망쳐 오는 마타 륭의 모습은 정말 켄이란 직책이 무색할 정도로 비참했다.

락켄신의 현무단은 길목에 있던 두 대의 가오그를 간단히 부숴버리고는 천천히 도시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에는 재빠르게도 인간들의 가오그가 진을 구축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상당히 부실해 보였다.

15대의 가오그가 일렬로 서 있는 모습은 꽤 장엄해 보였지만 그들 사이의 간격이 상당히 벌어져 있어 자신들에게 포위되기 십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방법도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15대.. 락켄신은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현무단의 주력부대인 현무 음영대의 수장 펜 타고니를 바라보았다. 펜 타고니는 다른 헤켈들보다도 훨씬 신장이 작은 170센치였다. 게다가 어디에도 검의 모습은 전혀 보이질 않았다. 검을 사용하지 않는 것인가.. 더욱이 펜 타고니는 가슴이 볼록하니 반중성이었다.

"펜 타고니. 어떤가.?"

-

"켄!!! 가능합니다."

"후훗 알아서 하도록."

락켄신이 음흉하게 웃었다. 락켄신도 그다지 큰 키는 아니었다. 2미터 30이나 되는 마타 륭에 비해 40센치나 작은 1미터 90센치였다. 게다가 몸도 왜소해 보였는데 그의 몸이 워낙 어두운 빛깔이라 더욱 그래 보였다.

펜 타고니는 락켄신의 말에 두발자국 앞으로 걸어가서는 말했다.

"음영대는 앞으로......"

그녀의 말에 9개체의 헤켈들이 앞으로 걸어나왔다. 그들은 모두 검은색 투구를 쓰고 있었는데 그 때문에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이 마치 고대 전사처럼 강인해 보였다.

킴과 카인들은 상대방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가오그 15대를 상대로 9개체의 헤켈들이 싸우겠다는 뜻인가? 100여개체는 족히 되어 보이는 녀석들이 뒤에 도열해 있고 그 앞으로 단 10개체의 헤켈들이 걸어나온 것이다.

그중 한 여성 헤켈이 뭐라고 중얼거리자 다시 9개체의 헤켈들이 가오그들과 불과 30미터 떨어진 거리까지 접근했다.

킴은 그 모습을 보고 가오그 탑승자들을 독려했다.

"적은 우릴 얕보고 있다. 방심은 전투에서의 최대적!! 우리는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된다!!"

킴의 외침에 모두들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킴은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도대체 9개체로 뭘하겠다고 저러는 것인가. 녀석들이 저렇게 움직이는데 뭔가 엄청난 것이 숨겨져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절대절명의 위기 그리고.

---------------------------------------------------------------

과연 15대의 가오그로 적들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인지......

이궁...... 어제 술을 좀 마셨더니 영 컨디션이 엉망이네요.

그래서 한편 올렸습니다. --;; 많은 비평 바랍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