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가슬렌더-92화 (92/120)

제 목: 98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98

[기가 슬렌더] -53- 켄 락켄신(I.절대절명의 위기 그리고.) 10장.암영(暗影)의 장-켄 락켄신(I.절대절명의 위기 그리고.)-라케프와 얀은 가오그전대의 뒤에서 헤켈들을 바라보았다. 역시 마타 륭의 주작단의 파괴력은 엄청났다.

기본 방어시간인 2시간을 훨씬 단축한 불과 30분만에 결계를 파괴시킨 것이었다. 이것은 드라시안의 오펜션 조력단의 도움 없이 해낸 것이라 더욱 놀랍다 할 수 있었다.

다행히 방어의 이점을 고려해 만들어진 신형도시 글랜시아는 그 출입구의 목이 좁았다. 이것은 티탄시를 본따 만든 도시들이 갖는 장점 중 하나였는데 출입구를 단 한 구역으로 제한하여 덩치가 크고 단위개체의 전투력이 우수한 가오그로 하여금 좁은 길을 막도록 하는 뛰어난 방어전술이었다.

당연히 가오그 한 대당 2개체의 헤켈이 달라붙어야 하는 헤켈 입장에서 그런 지형은 불리하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가오사이보그 전대는 두 개의 전대가 서로 중첩되도록 진을 형성했다.

구역이 좁다고는 하나 15대의 가오그로 가려질 정도의 너비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총 25대의 가오그로 지그재그식 수평진을 구축하고 그들의 뒤에서 5대의 가오그들이 보조를 맞추는 식으로 짜여져 있었다.

가오그 1 전대장이었던 킴 팽은 가오그 조종술의 달인으로 무공보다는 자신의 뛰어난 조종술을 이용해 전대장의 자리에 오른 컴퓨터 게임의 도사였다.

버츄어 시뮬레이션 게임 중 <가오사이보그 대전>이란 유명한 게임이 있는데 그 게임은 실제 가오그의 조종석과 똑같은 모양의 게임기 안에서 적들을 상대로 싸워 한 명씩 물리쳐 나가는 게임이었다.

물론 실전과는 약간 다른 점들이 있겠지만 실물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려는 제작진들의 무수하고 엄청난 노력에 힘입어 그 라는 게임은 가오그 탑승자가 되고 싶어하는 꿈 많은 청소년들의 최고의 대전 게임으로 각광받았다.

킴도 역시 그런 청소년 중 한 명이었는데 한번은 그걸 만든 게임 회사에서 전지역구적인 큰 대회를 연적이 있었다. 그 게임에서 우승하게 되면 프로게이머로서의 자격증과 실제 가오그를 조종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었다. 킴이 그 대회에서 1위에 입상한 것은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그렇게 프로게이머가 된 킴은 게이머보다는 가오그 탑승자란 직업에 매력을 느꼈고 그는 그대로 탑승자 시험을 봐 당당히 합격했다.

그 게임을 만든. 아니 가오사이보그를 만들어낸 카안드리아스 재단으로서는 뜻밖의 인재를 거둬들이게 된 것이다. 어쨌든 그 킴이란 자는 그야말로 게임의 천재라 불릴 만큼 가오그 조종술에 있어 달인이었다. 문제는 이런 헤켈들과의 직접적인 싸움. 즉, 실전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었다.

1전대장 킴과 2전대장인 핸스는 결계가 파괴되자 전의를 다지며 상대를 노려보았다. 적 헤켈들의 숫자는 대략 100여개체.

킴은 잘 알고 있었다. 티탄시 헤켈대전 때와 이번 상황이 상당히 비슷하다는것을 티탄시는 지원군에 힘입어 헤켈들을 물리쳤지만 자신들에게 지원군은 없다.

'그래도 이겨야 한다.'

킴은 상당한 자신감에 차 있었다. 일단 지형적으론 티탄시보다 유리한 상황이었다. 티탄시도 좁은 구역에서 시간을 끄는 작전을 사용했었지만 그들은 평지였다. 자신들은 좁은 구역에다가 고지가 아닌가?

그리고 그때보다 가오그의 장갑도 강화된 상태였다. 전에는 Gaog-P (가오그 프로토타입:Gaocyborg-Prototype)가 가지는 1차 장갑 위에 흉부장갑만을 덧 착용하는 방식이라 살아남더라도 불구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 이후에 업그레이드 된 Gaog-II(가오그 II:Gaocyborg-ver2.0)는 흉부장갑뿐 아니라 두부,견부,복부 장갑이 추가로 장착되어 보다 방어력이 향상된 모델이었다.

물론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은 탑승자정도 되는 지식을 가진 사람들뿐이지 보통 사람들은 가오사이보그에 몇가지 모델이 있다는 것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유리한 이유가 있었다. 그들에겐 사명이 있었다. 사람들을 구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사명. 그것은 곧 가족들의 생명이자 친구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는 의무인 것이다. 이것은 곧 죽을 각오로 싸울 정신적 무장이 되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킴이 한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티탄시 헤켈대전에서의 가장 큰 공로는 매너 포스 공유시스템을 이용하여 포스 오너들의 힘을 하나로 규합한 아크타리안에 있었다는 사실을.

그러자 누군가가 반박했다.

"하지만 작가가 한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이번 전투에서 그들을 도와주기 위해 찾아온 의인들이 있다는 사실을 그들이 있음을."

머쓱..--; 어쨌든 그 누군가는 그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마지막 멘트를 남기고 사라졌다.

가장 선봉에서 공격을 해온 녀석들은 다름 아닌 주작단의 화신 주작 마참대였다. 그들은 다른 헤켈들과는 다르게 모두 거대한 클레이모어를 들고 달려왔는데 결코 그들의 덩치가 가오그에 뒤지지 않았다. 게다가 그 녀석들도 가오그와 비슷한 금속재질의 옷을 입고 있는게 아닌가.

그것은 쉐도우였다. 5검단의 특수부대 그들은 모두 쉐도우를 가진 뛰어난 전사들이었던 것이다. 10개체의 주작 마참대와 가오그들이 일검을 주고받으며 싸움은 시작되었다.

"게임은 시작되었다!!"

킴은 그렇게 외치고는 가장 앞에 서서 헤켈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주작 마참대의 실력이 엄청나다고는 하나 오로지 서로의 정면만을 공격할 수밖에 없는 전술적 조건에선 쉽게 승부가 판가름나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가오사이보그들은 이런 좁은 지역에서 서로에 방해받지 않고 진을 구축하며 잘 싸우고 있는데 반해 헤켈들은 제대로 된 공격을 펼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라케프가 혼잣말 비슷하게 중얼거렸다.

"훈련을 잘 받응께로 저런 움직임이 가능하구먼. 전대장이 누군지는 몰러도 꽤 혹독한 훈련을 했응께."

라케프는 '그럴것이여.' 라는 말을 하려다가 입을 벌린채 한 가오그의 움직임을 바라보았다. 한 가오그가 종횡무진 움직이며 헤켈들을 공격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 헤켈의 허릴 베고는 바로 돌아서며 뒤에 있던 녀석의 배를 걷어차고는 그 반동으로 몸을 옆으로 틀며 또 한 녀석의 가슴을 검으로 꿰어 버리는게 아닌가. 그런 움직임은 도대체 가오사이보그로 가능하기나 한 건지 의심이 가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다른 가오그들은 구축된 진안에서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반면 그 킴의 가오그와 핸스의 가오그는 가장 선두에서 헤켈들을 도륙하고 있었다. 비록 처음 실전을 겪는 킴이지만 그는 역시 게임의 황제다웠다.

카인은 도우러 왔다가 킴의 엄청난 실력을 보고 감탄하고 있었다. 분명 검술의 기교는 없다. 하지만 가오그의 움직임이 진짜 사람이 움직이듯 자연스러웠던 것이다. 저번 도시에서 보았던 히시기 사나긴이란 전대장보다도 훨씬 부드러웠던 것이다.

싸움을 관망하던 마타 륭이 드라시안에게 말했다.

"불리한 것 같소만."

-

"자네가 원한다면 도와주겠네. 아니 자네가 허락한다면 이라고 말을 바꾸지."

드라시안은 은근히 마타 륭의 심사를 비꼬면서 그렇게 말했다. 마타 륭은 '허락하겠소'라고 말하려다가 그의 의도를 눈치채고는 정중하게 부탁했다.

"오펜션 조력단을 가동시켜주시오. 아니 가동시켜 주었으면 하오."

-

"후훗 자네가 그렇게까지 굽히고 들어온다면. 좋네!! 오펜션 조력단은 지금부터 온 힘을 기울여 전사들을 도와라!!"

드라시안은 만면에 웃음을 띄며 그렇게 외쳤다. 마타 륭은 자신이 뭘 그렇게 굽히고 들어갔냐고 반문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는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았다.

확실히 오펜션 조력단의 능력은 엄청났다. 우왕좌왕 하던 헤켈들이 엄청난 공격력과 스피드가 생기면서 점차 안정을 찾아 가는게 아닌가?

게다가 주작 마참대의 능력은 엄청나게 강해져 가오그 한 대로는 한 개체의 쉐도우를 막기에도 벅찰 지경이었다.

킴은 갑자기 돌변한 상황에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게임의 황제답게 위급한 상황에서도 침착했다. 그는 곧 10개체정도 되는 다른 녀석들보다 덩치가 약간 큰 헤켈들이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았다. 그걸 깨닫는 순간 그는 이미 주작 마참대원을 향해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로레타는 미친 듯이 공격해오는 한 가오그를 보았다. 분명 검술실력은 형편없는 녀석이었는데 쉐도우와 접속한 자신의 마참대원을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오히려 자신의 부하가 그 가오그에 밀리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카인도 갑자기 가오그 전대가 밀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더 이상 지켜 볼 수만은 없었다. 카인이 쉐도우와 접속하고 헤켈들을 향해 공격해 들어갔다. 킴은 웬 적이 또 한 마리 등장했냐는 생각에 카인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카인은 쉽사리 그 검을 피하고는 킴에게 외쳤다.

"난 당신 편이오!! 당신을 도우러 왔습니다!!"

카인의 말에 반신반의하던 킴은 카인이 마참대의 한 대원을 두동강 내는 모습을 보고 그를 믿기로 했다. 싸움은 점점 혼잡한 양상을 띄게 되었다.

어디선가 거대한 불꽃의 새가 헤켈들을 향해 돌진했다. 엄청난 고온의 열에 헤켈들은 별다른 저항도 못해보고 두세 개체씩 한꺼번에 쓰러져 죽었다. 그건 파인리히의 비기였던 볼캔샤이어였다.

핸스는 마참대원 한 녀석과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었는데 그때 다른 한 녀석이 핸스의 뒤에서 일격을 가했다. 싸우는 상황에 정신 없던 핸스는 그 녀석의 공격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공기의 회오리 돌풍이 날아와 뒤에서 공격하려던 녀석을 휘감았다. 헤켈의 단단한 각피 때문인지 공중분해 되지는 않았지만 녀석은 정신을 잃고 뒤로 날아가 땅바닥에 패대기쳐졌다. 얀은 그렇게 핸스를 돕고 나서 라케프에게 말했다.

"지금 가장 효과적인 공격법이 뭐겠습니까?"

-

"지금은 공격이 우선이 아니구먼. 컨퓨징 포스 이것밖에 없구먼."

라케프의 말에 얀은 고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정신을 혼란시키는 이 궁극의 매너 포스는 굉장히 효용성이 컸지만 자신의 실력으로 다른 종족까지 그 영향이 미칠지 미지수였던 것이다.

"저와 아크바레이의 능력으로 그들을 혼란에 빠뜨린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

"내도 알고 있구먼 아크타리안도 이 방법을 사용했었지."

"서. 설마."

얀은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자신의 앞에서 아크타리안이 시전했던 그 기술! 바로 <매너 포스 공유시스템.> 이것이라면 자신들의 능력이 부족해 헤켈들을 혼란시키지 못하는 약점을 그랜드 포스 오너인 라케프의 능력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크타리안도 그랬듯 라케프 역시 엄청난 부담을 떠 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난 결심했구먼."

라케프는 그렇게 말하더니 구역 정 중앙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기운을 모았다.

얀은 그의 행동을 말릴 수 없었다. 이미 그는 죽을 각오로 임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크바레이!! 이쪽으로 오거라. 우린 공격계열의 매너 포스도 그다지 강하지 못하다. 그렇다고 보조계열의 그랜드 포스 오너도 아니다. 우린 라케프씨를 도울 수밖에 없어."

얀의 말은 맞는 말이었다. 그들이 자신들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고작 공기의 소용돌이를 만들어 공격하는 것이나 아니면 주변에 있는 물체들을 매너 포스를 이용해 공격하도록 만드는 것뿐이다. 이런 것은 적에게 그다지 큰 피해를 입힐 수 없을뿐더러 자신들의 체력만 낭비하는 꼴이 되어버린다.

"그래도."

-

"어서!!"

아크바레이는 잘 알았다. 자신의 조부가 어떻게 죽었는지 물론 조부님이 자랑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하지만......

아크바레이는 어쩔 수 없이 얀과 함께 라케프 뒤에 섰다. 둘은 각자 눈을 감고 자신의 매너 포스를 있는대로 끌어올렸다. 라케프는 이미 모든 매너 포스를 끌어올린 상태였는지 머리에서 푸른색 영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으며 그 위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얀과 아크바레이가 눈을 뜨고 있었다면 라케프의 심후한 매너 포스에 엄청나게 놀랐을 것이다. 라케프의 능력은 아크타리안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얀과 아크바레이가 라케프에게 매너 포스를 전해주자 라케프는 순간 부들부들 떨더니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매너 포스 공유시스템 아직 그 안정성을 입증 받지 못해 학계에선 사용이 금지되어 있는 기술 하지만 그들은 이 선택이 최선이었다.

그 와중에도 카인과 파인리히는 잘 싸우고 있었다. 카인이야 조화경에 들은 후로 엄청나게 향상된 실력으로 고군분투하고 있었으며 파인리히는 뒤에서 안전하게 원거리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그도 어지간히 단련이 되었는지 볼캔샤이어를 연속으로 4방이나 날렸는데도 상태가 온전했다.

하지만 헤켈들도 만만치 않았다. 오펜션 조력단의 도움으로 그들은 전보다 1.5배 이상 강해져 있었다. 그 강력하게 보이던 진형도 점차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탑승자들의 체력저하가 바로 그것이었다. 게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가오그 외부장갑들이 파손되는 정도가 심해지고 있었다. 중요한 신체를 보호해주고 있던 장갑들이 모두 떨어져 나간다면 작은 부상만으로도 순식간에 몰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킴은 마참대 대원 하나를 베고는 로레타와 맞닥뜨렸다. T-blade를 찔러 로레타의 어깨를 노린 킴은 그녀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버리자 깜짝 놀랐다.

다른 녀석들과 움직임의 차원이 달랐던 것이다. 하지만 킴은 이미 가오그에 동화되어 있었다. 분명 사람이었다면, 아니 다른 가오그 탑승자였다면 그녀의 모습을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이미 가오그의 능력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한 킴이었다.

가오그에는 전사로서의 전투기능말고도 여러 가지 기능이 있었는데 바로 신경센서(Nerve Sensor)라는 것이다. 가오그에 내장되어 있는 센서를 탑승자의 신경조직에 연결해두어 센서가 알아내는 정보를 탑승자에게 바로 바로 전달해주는 방식이었다.

그런 센서는 가오그 본체 여러 곳에 부착되어 있었는데 그 센서가 로레타의 움직임을 포착해 킴의 신경조직에 연락을 취한 것이었다.

킴은 눈에는 안보이지만 이미 신경조직을 통해 그녀가 자신의 5시 방향으로 몸을 굴려 피했고 자신의 허릴 검으로 공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챙!!!'

킴은 그녀의 검을 퉁겨 내었고 로레타는 당황한채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분명 완벽한 찬스를 잡아 공격을 시도한 것인데 이렇게 쉽게 막아내다니. 분명 상대의 시선을 따돌렸는데......

킴은 상대의 실력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잘 알았으므로 신중을 기해 공격을 시도했다. 제2전대장이었던 핸스도 꽤 굉장한 실력가였다. 킴처럼 가오그와 하나가 되지는 못했어도 타고난 순발력으로 헤켈들과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주작 마참대의 대원 하나를 베어내자 쉐도우와 접속한 헤켈은 고작 4개체밖에 남지 않았다.

문제는 다른 가오사이보그들이었다. 위태위태하던 진형이 드디어 깨졌던 것이다.

한곳이 붕괴되면 수평진은 한꺼번에 함몰될 것이다. 진형이 깨지면 그것으로 끝이다.

수적인 열세를 극복할 수 없는 것이다. 그때였다.

"디바이딩 미케노스!!!"

파인리히였다. 순간적으로 붕괴되려는 진형을 향해 엄청난 수의 미케노스들이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 기술은 보다 향상되었는지 미케노스의 수가 두 배는 불어난 것처럼 보였다. 저번 타렌과의 사투에서 그는 한 단계 성숙했던 것이다.

파인리히의 디바이딩 미케노스가 헤켈 50여개체를 동시에 강타했다. 물론 엄청난 수에 비해 파괴력이 떨어지는 공격이라 헤켈들은 작은 부상에 그쳤지만 그것만으로도 다시 진형을 재정비하는데는 충분했다.

마타 륭은 점점 초조해졌다. 이미 자신은 한번의 작전을 실패로 이끌었다.

다른 검단의 켄들보다 훨씬 공이 적다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또 심한 저항에 부딪혀 난감한 상황인 것이다.

마타 륭은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왼손에 들려 있던 거대한 클레이모어는 길이 2미터에 폭은 80센치에 달하는 거대검이었다.

그런 무식한 검을 든 주작단의 켄 마타 륭이 드디어 전투에 참가하는 것이다. 그는 이번 출정 때 한번도 검을 사용하지 않았었다.

그 이유가 참 고상한데 자신의 애검인 륭혼검(隆焜劍)에 인간의 피때가 묻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농담 삼아 말한 것이겠지만 그만큼 그는 덩치에 맞지 않게 피를 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더 큰 이유는 그의 륭혼검은 한번 피맛을 보면 도저히 겉잡을 수 없을 만큼 그의 주인을 광포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 마타 륭이 앞으로 나서려던 찰나였다. 라케프의 컨퓨징 포스가 발동된 것이다. 라케프가 구동한 방식은 아크타리안의 것과는 약간 다르다. 아크타리안이 사용했던 것은 광범위적 컨퓨징 포스였고 라케프가 사용한 것은 각개별 유저 컨퓨징 포스였던 것이다.

둘의 차이점이라면 우선 아크타리안의 것은 그가 쳐 놓은 범위 안에 들어온 녀석들에 한해서는 몇 명이든지간에 컨퓨징 포스에 걸려드는 것이다. 그에 비해 라케프의 것은 자신이 직접 선택한 개체들에 한해서 컨퓨징 포스에 걸리게 되는 것인데 그 수는 시전자의 능력에 따라 제한되기 마련이다.

광범위적 컨퓨징 포스가 어느 한 지역을 침입하는 것을 방어하는 시간을 벌기 위한 방어적 개념이라 하면 각개별 유저 컨퓨징 포스는 충분한 어시스트가 가능한 공격조와 팀을 이루었을 때 효과를 얻는 보다 공격적인 형태라 할 수 있겠다.

사설은 그만두고 어쨌든 라케프는 가장 최전방에서 공격을 하고 있는 헤켈들(거의 20여개체)을 동시에 혼란에 빠뜨렸다. 다른 종족을 컨퓨징 포스로 혼란에 빠지게 만드는 것은 그랜드 포스 오너가 아니면 불가능 할 것이다.

하물며 그런 그랜드 포스 오너라도 한두 개체를 혼란에 빠뜨리기 힘든데 20개체를 한꺼번에 혼란에 빠뜨린 라케프의 능력은 아무리 매너 포스 공유시스템이 작동중이라지만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는 엄청난 능력인 것이다. 헥헥......;

라케프의 혼신의 컨퓨징 포스가 발현되자 선두에서 공격을 하고 있던 헤켈들은 가오그들에게 처참하게 도륙 당하고 말았다. 혼란에 빠진 녀석들이 단단한 진을 구축하고 있는 가오그들에게 순식간에 당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한꺼번에 부하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져버리자 로레타와 마타 륭 둘 다 모두 경악하였다. 이런 상황은 도무지 듣도 보도 못한 것이 아닌가. 하지만 마타 륭은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전투현장으로 뛰어들었다.

라케프는 순식간에 사용한 매너 포스를 다시 모으면서 두 번째 때를 기다렸다. 이것이 광범위적 컨퓨징 포스보다 좋지 않은 점이었는데 바로 시간의 개념이었다. 광범위적 컨퓨징 포스는 일정시간동안 그 범위 안에서 효력이 유효했던 것이다.

하지만 라케프는 잘 알았다. 지금 방금 전 그 타격으로 헤켈들은 승기를 놓쳤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자신도 자신의 목숨을 놓쳐가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미소지었다. 핸스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녀석의 덩치가 엄청나다는 사실에 놀라고 말았다. 3미터의 가오그보다야 당연히 키가 작았지만 어깨너비는 가오그의 세배에 달하는 거구였던 것이다.

그는 다름 아닌 마타 륭이었다. 마타 륭은 굳이 쉐도우와 접속하지 않고도 자신이 있는지 핸스를 향해 륭혼검을 휘둘렀다.

핸스는 가오그의 괴력을 잘 알고 있는지라 맞받아치는 전술을 펼쳤다. 마타 륭의 륭혼검과 핸스의 T-blade가 동시에 맞부딪혔다.

그 장면에 전투에 열중하던 카인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핸스의 가오그가 단지 검을 막아낸 충격에 뒤로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아무리 힘이 세다지만 2톤을 넘는 중량을 지닌 거대한 기계덩어리 가오그를 그처럼 날려버렸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핸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으나 아직 죽지 않았음을 과시하며 다시 달려들었다. 마타 륭은 자신의 공격을 상대가 막았다는 것만으로도 핸스에게 칭찬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지금껏 자신의 공격을 막아낸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모두 피하거나 아니면 단칼에 죽음을 맞이했다. 그런데 핸스는 놀랍게도 막고 나서 체중을 충격에 실어 죽음을 모면했던 것이다.

하지만 핸스는 마타 륭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주작단의 켄이란 자리는 힘만 세다고 얻어지는 그런 놀음판 돈따먹기처럼 쉬운 자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흠..

놀음판에서 돈따먹는 것도 어려운가?

핸스는 상대의 힘이 강함을 눈치채고는 될 수 있으면 정면승부는 피하려 했다.

하지만 마타 륭이 힘뿐 아니라 스피드 또한 자신보다 월등할 줄이야.

핸스의 가오그가 륭혼검를 좌로 피한 후 마타 륭의 어깨를 공격했다. 마타 륭은 기다렸다는 듯이 핸스의 검을 위로 올려쳤다. 얼마나 엄청난 괴력인지 핸스는 그만 검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그에 검은 하늘로 솟구쳤고 동시에 적수공권이 된 핸스의 가오그는 륭혼검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장갑으로 탑승자를 2중으로 보호하고 있던 가오그는 그런 장갑도 소용없이 두 조각으로 나뉘어져 바닥에 뒹굴었다. 땅바닥에 떨어진 가오그의 허리부분에선 피가 흥건히 베어 나오고 있었다.

카인은 순간 직감할 수 있었다. 마타 륭을 막을 사람은 이곳에 아무도 없음을 카인은 자신의 앞에서 알짱거리던 녀석을 단숨에 해치우곤 마타 륭을 향해 돌진했다.

킴은 로레타와 몇 번의 검을 교환했는지라 그녀의 실력이 굉장함을 알았다.

비록 자신이 가오그에 부착되어 있는 갖가지 기능등을 사용해 그녀와 대등하게 겨루고 있었지만. 그건 말 그대로 대등한 경기였다. 그녀를 이기려면 어느 정도의 검술실력이 바탕이 되어 있어야 했던 것이다.

킴이 왼발을 들며 검을 내리찍는 척 했다. 로레타는 머릴 보호하기 위해 검을 올려들었다. 킴은 자신의 속임수에 로레타가 넘어갔음을 알고 재빠르게 왼발을 도약하며 그녀의 허리춤을 베었다.

킴의 날쌘 공격에도 불구하고 로레타는 그 공격을 막아내었다. 막아낸 후에 도리어 등을 보이게 된 킴의 등을 검으로 찔렀다. 킴은 센서를 통해 이미 그 공격을 감지했지만 공격속도보다 피하는 속도가 조금 느렸다.

'치링!!' 하는 소리와 함께 가오그 등에 길다랗게 검상이 생겼다. 다행히 킴은 허릴 비틀면서 찌르기를 피한 것이다. 다만 가오그의 등이 약간 베이는 상처를 입었다. 천운이라 할 수 있었다. 점점 불리해짐을 안 킴은 최후의 수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음을 알았다.

마타 륭은 자신의 앞에 있던 가오그를 한칼에 베어버리고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녀석을 바라보았다. 붉은색 쉐도우 쉐도우를 가지고 있지만 헤켈이 아닌 바로 쟈칼을 물먹였던 그 인간 자신의 양녀인 로레타를 꺾었던 그 인간......

카인은 광목검을 마타 륭의 심장을 노리고 찔렀다. 마타 륭은 자신의 심장을 향해 검을 찔러오는 카인의 모습에 뭔가 이상한 기운이 자신을 압박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그 기운이 자연과 동화되어 주변의 기운까지 그를 죽일 살기로 변화시킨 것임을 알지 못했다.

마타 륭은 단순한 공격에 자신이 압도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순간 경악하며 그 공격을 간신히 피해냈다. 원래의 그였다면 상대의 검을 쳐내어 검을 놓치게 만든 후에 핸스처럼 만들어 버렸을텐데 너무나도 이상했다.

카인은 자신의 오른편으로 몸을 틀어 피한 마타 륭을 향해 검을 사선으로 베며 그를 압박해 들어갔다. 카인은 이번 공격이 성공하리란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이유는 그의 주변에 있는 모든 기운들이 자신과 동화되어 마타 륭을 압박하고 있음을 느꼈던 것이다.

마타 륭은 상대의 공격을 간신히 피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이 자신을 물귀신 매달리듯 연이어 쫓아옴을 알고 경악했다. 하지만 쉽사리 당할 마타 륭은 아니었다.

"가이넥."

마타 륭은 그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접속명령어를 외쳤다. 그러자 그의 몸도 붉은색 쉐도우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그의 쉐도우는 온통 붉은색이었는데 머리부분은 검은색으로 이뤄져 있었다. 그리고 검은색 머리에는 세 개의 뿔이 세로로나 있었고 양어깨에도 무성한 뿔들이 박혀 있어 거의 괴물형상에 가까웠다.

쉐도우와 접속한 마타 륭은 카인의 검을 가슴에 거의 스치듯이 피해내고는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그 모습이 스치듯 보여서 그랬지 사실 그는 검에 정확하게 베였던 것이다. 오죽 쉐도우의 방어력이 강했으면 스치는듯한 느낌으로 검을 방어해냈을까.

카인은 그제서야 상대도 쉐도우를 가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당연히 있을 텐데도 쉐도우와 접속한 것이 놀라웠다.

그럴만도 한 것이 쉐도우와 접속하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그는 가오사이보그를 처참히 무찌르고 있었던 것이다. 보통 헤켈 2개체의 능력에 맞먹는 가오그 한 대를 맨몸으로 말이다.

그런 녀석이 쉐도우와 접속을 했으니 카인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타 륭은 쉐도우와 접속을 한 후 다소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일단 자신을 압박하던 기운들이 한층 줄어들었으며 방어력에 극치에 이른 자신의 쉐도우를 뚫을 검따윈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믿음때문이었다.

마타 륭은 지금껏 방어만 한 것이 부끄러운 듯 공격을 감행했다. 그의 륭혼검이 공기를 울리며 카인을 향해 휘둘러졌다. 단순한 횡베기였다. 하지만 2미터의 길이에 너비 80센치인 륭혼검이다. 단순한 횡베기라 할지라도 맞는 즉시 두 동강 날 패도 적인 베기였던 것이다.

카인은 자신의 광목검이 예전에 가지고 있던 입자폴리곤 단검보다는 검신이 20센치정도 길었지만 강도 면에선 훨씬 질이 떨어짐을 잘 알았다. 마타 륭의 검을 막을 수는 있다 해도 그걸로서 광목검의 수명은 다할 것이다. 그리고 검이 없어진다면 패배는 자명한 일이었다.

카인은 맞응수하는 것을 포기하고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워낙 길이가 긴 륭혼검은 그런 카인의 허리에 적중하려 했다. 아무리 자연과 하나가 된 무념의 경지에 이른 카인이었지만 다가오는 살기를 알고도 피할 수 없는 절대절명 위기의 순간이었던 것이다.

그때! 라케프의 각개별 유저 컨퓨징 포스 2탄이 발동되었다. 그 짧은 시간에 또 한번의 컨퓨징 포스를 사용하다니 라케프의 능력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기술에 걸린 헤켈들은 마타 륭을 포함해서 10개체도 채 되지 않았다.

사실 라케프는 카인의 위험을 보고 미완성된 기술을 다급하게 구사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10개체나 걸렸으니 그는 정녕 그랜드 포스 오너를 능가하는 실력이었던 것이다.

마타 륭은 순간적으로 머리통이 박살나듯 엄청난 두통을 느꼈다. 자신의 머릿속에서는 왜 자신이 이곳에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놓고 그에 대한 답으로 <맛있는 살점을 먹기 위해><륭혼검을 가오그 쇠붙이에 대고 갈기 위해><다이어트 체조를 하기 위해><밤일을 너무 많이 해서 무리간 허릴 풀어주기 위해>등등 별별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마타 륭이 그런 생각으로 베기를 중단했을 때 카인은 상대의 어리둥절한 표정과 검을 사선으로 내리고 있는 무방비 상태의 모습을 보고 약간 의아해했다. 하지만 그런걸 따질 여력은 없었다. 지금은 최고의 기회인 것이다.

킴은 가오그의 모든 기능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줄 알았다. 그런데도 그는 로레타에게 밀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최후의 수단을!!

하지만 그가 그런 방법을 사용하기도 전에 전투는 이상하게 돌아가고야 말았다. 그는 간신히 미소지을 수 있었다.

'살은 건가.? 다행히 바이오 버전은 남겼군.'

카인은 혼란에 빠져 있는 마타 륭을 향해 혼신의 힘을 다해 검으로 찔러 들어갔다. 이미 조화경의 경지에 이른 카인이었다. 그의 검의 공격 하나 하나에는 그의 생명의 진기가 담겨져 있었던 것이다. 검기(劍氣)!

마타 륭은 자신의 심장을 뚫고 들어오는 사지가 갈가리 찢기는 듯한 극심한 고통으로 퍼뜩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동시에 심장을 관통하려는 카인의 광목검을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러자 카인의 검은 20센치 정도를 파고 들어가다 멈추어 설 수밖에 없었다.

카인은 마타 륭의 괴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괴력보다도 그 정신력에 놀란 것이다. 마타 륭은 자신의 검을 두 손으로 붙잡고는 괴성을 질렀다.

"으아아아!!!"

동시에 광목검은 그의 두 손에서 박살이 나며 부러져버렸다. 여전히 검신의 끝부분에 있는 조각은 그의 심장에 박혀 있는 상태였다.

쉐도우를 뚫은 검!!

마타 륭은 자신의 상처를 보고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이건 말도 안되었다.

지금껏 자신의 쉐도우에 상처하나 입어본 적이 없던 그였다. 그런데 이렇게 정확하게 당하고 말다니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검조각을 빼낼까 하다가 일단은 포기하고 후퇴하기로 결정했다.

당장 그걸 뽑는다면 엄청난 출혈로 위험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마타 륭은 재빨리 륭혼검을 집어 들고는 후퇴를 외쳤다. 그가 그렇게 외쳤을 때 이미 그처럼 혼란에 빠졌던 다른 헤켈들도 모두 죽은 상태였다. 컨퓨징 포스에 빠지고도 정신을 차린 마타 륭의 정신력은 정말 엄청난 것이었다. 그때 헤켈들의 숫자는 거의 반으로 줄어 있었다.

부상을 입은 마타 륭이 후퇴를 외치자 로레타는 킴과의 싸움을 등지고 마타 륭을 부축해 후퇴를 감행했다. 승기를 잡은 가오그 전대는 그들의 후퇴를 방관할 수 없었다.

어디선가 '디바이딩 미케노스' 가 후퇴하는 헤켈들의 후미를 강타했다. 공격에 당해 정신 없던 후미의 헤켈들은 가오그들에게 처참히 짓밟혀 모두 죽고 말았다.

이렇게 해서 살아 남은 주작단의 숫자는 거의 30여개체. 거의 괴멸을 당했던 것이다.

실로 인간들의 첫 번째 승리는 그야말로 대승이 아니라 할 수 없었다. 마타 륭의 주작단이 멀어져가자 가오그 전대는 환호성을 질렀다!! 처음으로 헤켈들을 물리쳐 낸 것이었다.

물론 발카로스시에서도 헤켈들을 물리치긴 했지만 그건 카인 혼자만의 공이지 이처럼 합심단결하여 물리쳤던 것은 아니다. 따라서 오늘의 승리는 정말 값진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마타 륭은 뒤로 후퇴하면서 치를 떨고 있었다. 상처의 고통 쯤은 아무래도 좋았다.

자신에게 두 번씩이나 패배를 안겨준 인간들. 쟈칼이 그들에게 물먹었을 때 그를 비웃었던 자신이 도리어 쟈칼만도 못하게 되지 않았는가.

게다가 상대를 없앨 절호의 기회에 자신이 이상한 잡생각으로 정신이 팔려 있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그게 아무리 적의 농간이라 하여도 그런 것에 자신이 걸려들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마타 륭이 뒤로 후퇴해서 돌아오자 드라시안은 고개를 천천히 내저었다. 그리곤 혀를 차면서 중얼거렸다.

"역시 녀석의 미래는 없었군. 후훗 이럴줄 알고 비장의 무기를 준비해 두었지.

인간들아. 너희의 승리를 마음껏 즐겨라. 잠시동안의 승리를."

비록 전투에서 승리하였지만 인간들의 손실도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우선 2전대장이었던 핸스가 마타 륭의 손에 죽었고 가오그 또한 12대가 파괴되었던 것이다.

워낙 진이 강력해서 12대밖에 파괴되지 않은 것이지만 그것도 인간들에겐 큰 손실이었다. 물론 12대의 희생치고는 값진 승리를 일구었으니 그들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였다. 이제 가오그는 18대가 남았을 뿐이고 그것도 온전한 가오그가 아닌 보호 장갑이 거의 떨어져 나간 폐급 수준의 가오그들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탑승자 모두 지친 상태였고 부상당한 자들도 많았다.

그건 카인과 파인리히들도 마찬가지여서 카인은 쉐도우와 접속한 상태로 검기를 남발하여 엄청 지쳐 있었으며 파인리히 또한 무리한 기술을 연속적으로 사용하여 거의 탈진 직전상태였다. 아크바레이와 얀은 다소 피곤한 표정이었지만 괜찮은 듯 보였고 라케프는 많은 기력을 소비했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었던 듯 힘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카인은 자신의 부러진 광목검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사부가 자신에게 준 유일한 유품이나 다름없던 검이 아닌가.

'카켄 사부님......'

카인은 광목검의 손잡이부분만을 품속에 집어넣고는 바닥에 앉았다. 사실 일어서기도 귀찮을 지경이었던 것이다. 파인리히는 아예 대자로 누워 자고 있었으며 라케프 역시 주변의 시선따윈 상관없는지 파인리히의 배에 머리를 얹고 누워 자버렸다.

그때 킴이 카인을 알아보고는 다가오면서 인사했다.

"아.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적들과 똑같이 생겨서."

-

"아. 괜찮아요 그런 오해는 다른 도시에서도 받았었으니까요."

"그런데 어떻게 그런 모습을 할 수 있죠?"

킴은 아무 생각 없이 카인에게 그런 질문을 던졌다.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고 하였는가? 카인은 킴의 질문에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카인이 심각한 표정으로 뭐라 말하려고 할 때 킴이 먼저 말을 건넸다.

"아 뭐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전 킴 팽이라고 합니다. 역사상 최고의 게임!! 가오-파이터 1위 입상자죠 이 도시의 가오사이보그 제1전대장 직을 맡고 있습니다."

킴은 그 게임에서 1위한 것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카인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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