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96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96
[기가 슬렌더] -51- 쟈코모 루트리아노(밝혀지는 기니비아의 정체) -쟈코모 루트리아노(밝혀지는 기니비아의 정체)-티탄시에도 아침이 밝았다. 어제 세이렌 침공으로 인해 도시는 상당히 분주해 보였다. 광선형 돔 결계는 이미 복구된 상태였지만 그것보다도 가오그 전대의 파괴로 인한 방어세력 부족이 큰 문제였다.
뭐 물론 마테리온이 자신의 시를 그냥 방치 할리는 없지만.
여하튼 얀 일행들에게도 아침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그들은 모두 릴튼 병원에서 대충 잠을 때운 듯 보였다. 얀은 가장 먼저 일어나서 레이를 돌보고 있었는데 라케프도 노인네답게 그 다음으로 일어나 얀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 큰일이구먼. 세이렌들을 그 양반이 물리쳐주었지만 그건 한번뿐일 것이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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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도대체 왜 그 절대자가 이런 전쟁을 막으려 애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급한 불은 끈 셈입니다."
"뭐 윗것들이 알아서 잘 하겄지. 벌써 부대가 증편되었다는구먼. 다른 지역구 방어력을 이쪽으로 옮긴 것 같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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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고작이겠죠.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만약 세이렌이 다시 공격해오고 헤켈들도 계속 공격을 감행한다면 인간들은 어디 땅이라도 파서 굴속에 숨어 들어가야 할 판이군요."
얀은 그렇게 말하면서 필터를 꺼내 물었다. 힘껏 빨았지만 아무 맛도 나질 않았다. 얀은 필터를 아쉬운 눈길로 쓰레기통에 버렸다.
"근데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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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게 난감합니다. 헤켈들만 공격했다면 3국체제가 성립되고 다시 휴전상태가 되어 어느 정도 평화기가 있었을 겁니다. 그랬다면 재단에서 저지른 만행을 우리의 힘으로 저지할 수 있었을테죠."
"우걀걀 자네도 언어 유희 개그를???"
라케프는 '저지'를 이용해 얀이 자신의 언어 유희 개그를 따라한 줄 알고 기뻐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얀은 상당히 기분 나쁜 얼굴로 대꾸했다.
"전 바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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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켁!!! 그럼 난 바보란 말이구먼 허! 참 이런 비보가 있나 우걀걀걀.
어때 재밌쟈?"
"다시 말하지만 전 바보가 아닙니다."
얀은 그런 유치한 개그에 절대 웃지 않는다는 결연한 태도로 대답했다.
그러자 라케프는 주변을 둘러보고는 아무도 자신의 썰렁함을 본 사람이 없음을 깨닫고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였다.
"거봐요. 할아버지! 이젠 나이를 생각하셔야죠. 다 늙어서 무슨 추태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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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마나? 뭐여? 미얀 처자 다 듣고 있던 것인겨?"
"옆에서 그렇게 썰렁하게 떠드는데 잠이 오겠어요? 에휴. 잠 다 잤네.
다른 사람들 모포나 덮어 줘야겠다 얼어죽지 않게. 호호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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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시라고라."
라케프는 씩씩거렸지만 더 이상 뭐라 하지는 않고 얀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얀은 무심결에 짓고 있던 미소를 풀며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만약 세이렌들이 다시 공격한다면 정말 인간의 최후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3국체제의 지도가 반정도 완성된 상태라 이때 세이렌들이 공격한다면 그 거점은 당연히 인간들의 도시가 될겁니다. 그럼 세이렌과 헤켈들이 서로 마주치는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야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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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 우린 그 넘들 둘 다한테 먹힌다는 거구먼."
"그렇습니다. 지금은 저로서도 아무런 대책이 서질 않습니다."
얀은 고개를 떨구며 그렇게 말했다. 정녕 아무런 방도가 없는 것일까?
그때였다. 얀의 MTM 이 울렸다. 얀은 얼른 MTM을 받아보았다. 상대는 쟈코모였다.
"아 오랜만입니다. 쟈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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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은 다 들었습니다. 연구소 폭파계획은 하나만 성공했더군요.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아. 알고 계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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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MTM 상으론 말하기 힘드니까 우선 만나도록 합시다."
"아. 그렇게 하도록 하죠. 그때 뵈었던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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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죠."
얀은 MTM 으로 시간과 장소를 정한 후에 끊었다.
"흠. 전 카인과 둘이서 그분을 만나러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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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도록 허시게. 험."
얀은 이른 시각이었지만 카인을 깨워 쟈코모를 만나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그들이 만난 곳은 저번에 만났던 2-17구역에 있는 '샹젤느'라는 카페였다.
카페 안에는 이미 쟈코모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얀은 누군가 첩자가 있음을 잘 알고 있기에 주변을 살펴본 후 카인과 함께 그에게 다가가 자리에 앉았다. 카인은 거의 경호원인 셈이었다. 쟈코모는 얀의 안색을 살피더니 먼저 말을 꺼냈다.
"다행이오.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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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일이 있었지만 운이 좋게 아직까지 버티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한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뭔데 그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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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우리의 움직임을 간파하고 있습니다."
"뭣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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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정보가 새는 것 같습니다."
"그럴 리가. 당신들 중에선 의심이 가는 자가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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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습니다."
"흠 우리 쪽에서도 마찬가지오 원로들의 정보는 원로들만 공유할 뿐 그 어디에도 유출되지 않소 혹 기니비아나 루치펠이 정보를 빼돌린다면 말이 되지만. 그들은 내가 잘 아오. 절대 그럴 사람들이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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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어쨌든. 이제부터는 각별히 그 점에 신경을 써주십시오."
"알겠소."
얀과 카인,쟈코모는 간단한 차를 주문하고는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어제 전쟁을 치른 도시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카페 안은 조용했다.
"그런데 연구소 파괴는 아무 부질없는 짓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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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왜 그렇소?"
"그들은 연구소에서 얻어낸 주요 정보를 모두 소장하고 있습니다. 그 정보는 아무래도 원자력 천공위성에 존재하겠죠 그 정보들을 가지고 그들은 언제 어디서라도 실험을 재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연구소를 파괴했지만 그 연구소에서 연구하던 프로젝트는 지금 당장이라도 다시 개발할 수 있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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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럴 수가."
얀의 말에 쟈코모는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쟈코모는 그 말을 듣자마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바로 Think Tank! 그들이 원자력 천공위성 내부에 가지고 있는 비밀 실험실만 해도 수십개가 넘는다. 그 실험실에서 무슨 실험들이 이뤄지는지는 T.T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위대하신 분조차 그 사실을 모를 거라는게 원로들의 생각이었다.
만약 얀의 말대로라면 그 실험실에서 언제든 실험이 재개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그 비도덕적이고 잔인한 괴물생성 실험이.
"그. 그렇다면 원자력천공위성을 파괴하는 수밖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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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도 같은 생각입니다만 지금은 전시라."
"이거. 정말 큰일이오만."
쟈코모가 뭔가 방안을 생각하려고 고개를 숙였을 때였다.
'피~융!!!'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머리카락을 뭔가가 스쳐지나갔다. 쟈코모는 머리카락이 녹아버린 것을 보고 경악하며 외쳤다.
"로, 로이안 리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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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 어서!!"
얀 역시 누군가 기습한 것을 깨닫고는 카인에게 외쳤다. 카인은 얀의 외침을 바로 알아듣고는 쉐도우와 접속했다. 로이안 리플에서 계속 섬광이 번뜩였다.
카인은 자신의 쉐도우를 방패삼아 레이져 빔으로부터 얀과 쟈코모를 보호했다.
카페 안으로 난입한 녀석들은 대략 10여명이었는데 하나같이 같은 복장에 같은 머리스타일을 한 기괴한 녀석들이었다. 모두 로이안 리플을 들고 있어 엄청난 섬광이 눈을 시리게 만들었다.
"이런 젠장!!! 아무래도 또 정보가 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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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가. 내가 이곳에 온다는 사실은 기니비아와 루치펠 말고는. 서. 설마!!"
"그럼. 그 둘 중 한 명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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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만 헤어집시다. 우선 첩자를 잡아내는 것이 중요하니까."
"알겠습니다. 카인!! 최대한 빨리 탈출하게!!"
얀과 쟈코모는 그렇게 말하고는 재빠르게 뒷문을 이용해 도망쳤다. 카인은 보호대상이 사라지자 물 만난 물고기처럼 재빠르게 상대를 향해 돌진했다.
상대도 사람이기 때문에 되도록 부상만 입혀 쓰러뜨릴 생각이었다.
'팅!!!'
카인은 자신의 주먹이 부서져 나가는 줄 알았다. 쉐도우와 접속한 상태였기에 자신의 주먹은 쇠주먹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자신의 주먹을 맞고도 상대는 멀쩡하게 서 있는게 아닌가? 저건 보통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괴물이었다.
"뭐야? 이건."
카인은 어쩔 수 없이 검을 빼어들고는 공격을 시도했다. 그 괴한들도 카인에게 로이안 리플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맨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 주먹에 실린 힘과 스피드는 놀라운 것이었다.
카인은 10명과 어우러져 싸우면서 이 녀석들이 인간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가오사이보그도 아닌데 뭐지?
카인은 인간이 아니란 확신이 들자 진정으로 광목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현란한 검 그는 또 다시 자신만의 세상으로 빠져들었다. 너무 편안한 기분 무념의 경지. 조화경의 경지. 카인의 검이 춤을 추듯 불을 뿜자 괴한들의 팔과 다리가 종이처럼 잘라져 나갔다. 카인은 그 팔과 다리가 기계임을 알고 다소 놀랐지만 계속해서 그들의 팔과 다릴 공격했다.
하지만 10명은 너무 많았다. 카인은 순간적으로 너무 많은 내력을 소모했음을 알았다. 로봇을 검으로 베기가 쉬운가? 게다가 녀석들의 몸은 티라늄 합금으로 제작되었는지 엄청나게 단단한 것이었다. 그걸 잘라내는 검기였으니. 내력소모가 없다면 말도 안 되는 것이다. 일단은 이곳을 피하는게 급선무였다.
카인은 대충 시간을 벌었으니 도망치기 시작했다. 밖으로 나온 카인 앞에 얀의 플라잉 머신이 도착했다. 카인은 그 안으로 뛰어들었고 이내 플라잉 머신은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쟈코모는 다른 곳으로 이미 도망친 듯 보였다.
"그. 그들은 인조인간이었어요. 로봇이었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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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 카인. 진정하게 그게 사실인가? 스스로 움직이는 휴먼 로보로이드란 말인가???"
"주먹이 통하지 않기에 검으로 공격했죠 팔이 잘라졌는데 기계였어요. 아무래도 티라늄 합금으로 만들어진 엄청난 괴물들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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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재단녀석들 도대체 어디까지 괴물을 만들 생각인가."
얀은 로봇공학 연구소에서 가오사이보그 프로젝트 이후에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을 탑재한 로보로이드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었다. 그런 로보로이드들은 인간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가정부나 청소부등의 용도로 사용될 것이라 했었다.
'빌어먹을. 그들은 살인병기를 만든 거였어.'
카인과 얀은 재빠르게 그곳을 탈출하여 다시 릴튼 병원으로 향했다.
쟈코모 역시 셔틀크루져를 이용해서 최대한 빠른 속도로 원자력 천공위성으로 돌아갔다. 물론 비밀스럽게 움직인 것이었지만 지오는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쟈코모는 자신의 움직임을 누군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절대 발각될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기니비아나 루치펠 중 첩자가 있다는 소린데 쟈코모는 위성에 도착하자마자 원로원으로 갔다. 그곳에는 있어야 할 사람중 한 명만 있었다.
"쟈코모!! 일은 잘 되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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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니비아. 죽다 살아났소. 하지만 중요한 정보를 알아내었소."
"그. 그게 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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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일행들이 다시 정신과학 연구소를 파괴하려한다는 것이오."
"그. 그게 사실이오?? 흠. 성공할지 의문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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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치밀하고 대대적인 작전이기 때문에 절대 실패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했소."
"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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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연구소를 파괴한 후에 위성을 공략하기로 했으니. 지켜봅시다."
"알겠소."
쟈코모는 그렇게 말하고는 바쁜척 하며 사라졌다. 기니비아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는 그가 안보이자 어디론가를 향해 걸어갔다.
쟈코모는 숨어 있다가 기니비아가 어디론가 다급히 움직이는 것을 보고는 조용히 미행을 했다. 원래 계획은 루치펠과 기니비아에게 서로 다른 거짓정보를 흘려 대응하는 것을 보고 첩자를 가려낼 생각이었는데 기니비아의 거동이 수상쩍었던 것이다.
한참 기니비아를 쫓아가던 쟈코모는 자신도 모르는 비밀스러운 방에 그녀가 들어가는 것을 보고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그 방안에서는 지오의 목소리가 아주 조그맣게 들려왔다.
"그래. 또 다시 정신과학연구소를 공격하기로 결정했단 말이지. 생각보다 멍청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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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아니. 쟈코모 말이야. 이런 식으로 무덤을 파다니."
지오의 말에 쟈코모는 놀라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 지오는 이미 자신의 앞에 서 있었는게 아닌가!
"후훗. 늙은이 난 이미 그랜드 포스 오너를 능가한 실력자야. 그런 내게 이따위 문으로 자신을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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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역시. 기니비아가.."
"후훗. 걱정하지마 아직 죽이지는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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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소리냐?"
"후훗. 저건 그녀의 모조품일 뿐이야. 로보로이드지. 왜 너도 하나 줄까?
섹스 파트너로 말야. 하하하핫. 끌어내!"
지오는 싸늘하게 웃으면서 지시했다. 그러자 로보로이드 기니비아가 쟈코모를 어디론가로 끌고 갔다. 로봇답게 쟈코모를 가볍게 끌고 사라졌다.
쟈코모를 집어넣은 곳은 쓰레기 창고 같은 곳이었다. 그곳에는 기니비아가 쓰러져 있었다. 몇 일 먹지 못해 파리한 얼굴이었지만 생명엔 지장이 없어 보였다. 쟈코모는 눈앞이 깜깜했다. 이제 루치펠 혼자서 뭘 하겠는가? 아마 자신도 자신과 같은 모양의 로보로이드로 대체되겠지......
"쟈, 쟈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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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기니비아. 정신이 드오???"
"당신도 결국. 이리로 왔군. 미안하오. 나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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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때문이 아니오. 지오 그 악독한 녀석때문이지."
"루치펠이 걱정되는군요."
기니비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쟈코모 역시 루치펠이 걱정되는지 생각에 잠겨 입을 굳게 다물었다. 로보로이드는 실제와 너무 똑같이 생겨 전혀 구분이 불가능했다. 아마 루치펠도 영락없이 속아넘어갈 것이었다.
루치펠은 원로원에 들어가다가 멈추어 섰다. 기다리기로 한 기니비아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루치펠의 옆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아!! 기니비아?? 놀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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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들어가도록 합시다."
"알겠소."
루치펠과 기니비아는 원로원 안으로 들어갔다. 다소 밝은 분위기를 내는 그 방은 따스한 느낌까지 들었다. 루치펠은 기니비아에게 차를 한잔 따라주면서 말했다.
"쟈코모가 잘 만나고 있을지 걱정이오. 지오의 감시가 더 심해졌을텐데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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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게 걱정이오. 원래 예상대로라면 오전 중으로 연락이 있어야 할텐데."
로보로이드 기니비아는 쟈코모의 복제 로보로이드가 개발되기 전에는 연락이 안 올거란 생각에 살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루치펠은 그녀의 그런 미소를 두 번째 보는 것이라 솔직히 이상한 마음이 들었다.
"정말 마음이 아프오. 처음 우리가 이 위성에서 일을 하기 시작할땐 지금보다 훨씬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것을 위해 노력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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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오. 지오가 등장하고부턴 너무 살벌하게 바뀌었소."
"그걸 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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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말이오?"
"기니비아를 사랑했던 사람은 팔케넌만이 아니란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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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릴 하는 거요?"
루치펠은 마치 오래 전의 일을 생각하듯 먼 곳을 응시했다. 그리곤 기니비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과 팔케넌의 사이를 알고 있었소. 차라리 몰랐더라면 그런 마음고생은 안 했겠지. 정말 모르고 있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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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걸 말이오?"
"내가 당신 뒤에서 당신만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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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당신이 다치는 것을 원치 않소. 단지 그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오.
이미 한 명의 친구를 잃은 것으로 충분하니까."
루치펠의 말에 기니비아는 뚱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첨단과학으로 만들어진 로보로이드라지만 인간의 감정을 쉽사리 이해하기란 어려운 것이다.
인간의 감정을 이해할 정도라면 그것을 로봇이라고 생각하기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어쨌든 루치펠은 그런 기니비아의 모습을 보고는 마음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티탄시 외곽의 조용한 곳. 티탄시같은 첨단 도시에 이런 썰렁한 곳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집 한 채도 없이 넓은 땅만 존재하는 곳 아무래도 개발이 되다가 전쟁 때문에 잠시 중단된 곳처럼 보였다. 여기저기에 공사설비들이 보였다.
카에살레아. 그는 그의 키만한 둥그런 쇠파이프 위에 앉아있었다. 그 옆에는 언제나 그랬듯 카자마가 서 있었다. 카에살레아는 카자마를 보고는 천천히 말했다.
"이제 시간이 되어가나봐."
-
"무슨. 시간 말입니까?"
"종말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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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자마는 카에살레아를 바라보았다. 그의 주인의 표정은 종말을 얘기하는 사람치고는 평안해 보였다.
"참 우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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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말야. 난 그분을 가장 잘 이해하고 또 그분의 뜻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 물론 인간 자체에 대한 믿음을 버린 그분의 마음까지 이해하고 수긍하지는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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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인간들을 포기한 겁니까?"
"후훗. 그래. 모두를 포기했지. 그분이 직접 창조해낸 우리들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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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에살레아는 뭔가를 한참 생각하는 듯 보였다. 아무래도 그분을 떠올리려하는 것 같았다. 그런 그의 눈에 뭔가가 반짝였다. 카자마는 자신이 그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고 생각했다.
"이젠 그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군. 아버지."
마지막 단어는 너무 작아 카자마는 들을 수 없었다. 카에살레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천천히 일어섰다. 카자마는 자신의 주인의 심정을 자신이 이해하기를 바랬다. 아니,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같이 겪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주인은 언제나 혼자서 고통받으려 했고 모든 짐을 짊어지려 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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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아무 관련이 없던 세느카를 공격하라고 시킨 줄 알아?"
"그. 그건 그녀를 그녀의 운명 속으로 빠뜨리기 위해서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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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내가 그랬던가."
"그렇습니다. 운명이 서로 평행하게 나아가 절대 만날 수 없는 그 운명들을 하나로 잇기 위해서. 그래서 그녀에게 뭔가 사건을 만들어 운명을 바꾼 것이 아닙니까?"
카자마의 대답에 카에살레아는 미소지으며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그 자세는 마치 <그 대답도 맞는 것 같군......> 하는 자세였다.
"내가 그녀의 운명에 손을 댄 것이 잘한 것일까?"
-
"그. 그건 어째서."
"내가 손을 대지 않았어도 그녀의 운명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을까 해서.
어쩌면 지금보다 올바른 방향으로 흘렀을지도 모르지."
-
"......"
"운명이란 건 참 오묘해. 만약 그녀의 운명이 진짜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했다면 내가 그녀를 각성시키는 것조차 그 계획의 일부가 아니었을까? 그 운명에 계획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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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그런 문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주인님의 선택이 틀렸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후우."
카에살레아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분과 자신. 예언된 세상의 파멸.
"내가 오래 전의 죄악을. 그 엄청난 참상을 되풀이되지 않도록 막아낼 수 있을까?"
-
"주인님. 주인님께서 그렇게 나약한 말을 하는 것은 처음 봅니다. 언제나 강하고 활기차신 분이 오늘은 너무 이상한 것 같습니다."
카에살레아는 카자마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았다. 처음 만났을땐 감히 이런 말을 할 수 없던 카자마였는데. 아니, 그때는 무서워서 그랬지. 하지만 지금은 그의 주인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진실된 그분의 예언을 아는 자는 오로지 나뿐인데. 그 예언은 지금까지 모두 들어맞고 있어."
카에살레아는 이미 자신의 뇌리 속에서 수만번도 더 되뇌였었던 그분의 예언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았다.
'지구가 태양을 한바퀴 돌고 그 위치가 변함이 하나라. 하나가 변하여 둘이 되고 둘이 변하여 셋이 된다.
변했던 위치가 다시 하나로 돌이켜지나니. 그렇게 움직이고 또 변하리라. 시간은 강이 되어 스무번의 굽이를 지나 더욱 골은 깊어지고. 그 세월의 갭을 막을 자 누구인가.
세월의 갭은 어둠을 잉태하고 어둠 속에서 위대하지만 나약한 자 넷이 있어 세상을 어둠 속으로 이끌지니. 둘이 열을 등에 업었을 때 세월의 어두운 틈(Gap)을 매울 동방의 정명자(定命者) 위대하지만 나약한 자 앞에 서. 위대함을 누르고 나약함을 떨쳐버리리라. 그와 함께 맺어진 열매 고통받는 자, 신음하는 자, 슬퍼하는 자와 세 갈래의 고독한 뿌리가 있어, 이미 양심의 줄기였던 또 하나의 자신을 잃어 세상이 되어버린 위대하지만 나약한 자 모두를 동시에 멸하리라 허나 어둠 속에 빠져든 세상은 빛을 볼 수 없는 것. 둘은 하나로.
셋도 하나로 시위를 당길 것이니 과녁의 이름이 파멸임을 궁금히 여기라.'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분의 예언은 그다지 난해하지도 그렇다고 아주 이해하기 쉬운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이 확실히 이해하기론 이 세상은 파멸이란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임에 틀림없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지 물었지?"
- "아. 예"
"이제 기다릴 만큼 기다린 것 같아. 아무래도 끝낼 때가 온 것이겠지."
-
"그럼."
"이미 모든 것은 생각대로 되었어. 아니. 예상했던 대로라고 말하는게 낳겠지.
세느카는 아무래도 마지막 운명의 존재와 조우하고 있는 것 같아. 우린 곧 그녀를 볼 수 있을거야. 그녀가 내가 생각하고 있던 그 정명자가 확실하다면."
-
"그녀를 만나면 어쩌실 셈입니까?"
"그녀의 임무는 그것으로 끝나. 아니 그게 시작인가. 어쨌든 우리 모두가 만나면 동시에 모든게 끝나게 되겠지."
카에살레아는 카자마와 독자를 동시에 우롱하는 알 수 없는 소릴 지껄인 후에 웃으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카자마는 결국 그의 말뜻을 '곧 세느카를 만날테니 기다려보자.'라고 이해했다.
이미 황폐해진 발카로스시 마타 륭의 회군으로 다행히 발카로스시의 시민들의 피해는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그야말로 인간승리가 아니라 할 수 없겠다.
마타 륭의 주작단은 드라시안의 권고로 발카로스시를 놔둔채 글랜시아 시를 향해 움직였다. 하루가 지났으므로 발카로스시를 공격해도 상관없었지만 드라시안은 빈집 털어 봐야 손만 더러워진다는 식으로 마타 륭을 설득시켰던 것이다.
이미 한번 작전을 실패한 책임이 있는 마타 륭은 드라시안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처지였고 그의 말대로 발카로스시를 놔둔 채 글랜시아 시로 향했던 것이다.
헤켈들이 이번 전쟁을 일으키면서 염두해 두었던 마지막 거점 글랜시아 흉켈리스가 4명의 켄에게 지시할때도 우선 2지역구의 도시들만 접수하라고 명령했었다. 그게 모양새도 좋을뿐더러 가장 효과적인 전술이었다. 다른 지역구는 다소 시간이 흐른 후에 차차 공격을 감행해도 상관없을 거란 그의 생각이었다.
물론 이것은 지오나 다른 인간들이 계획하던 것에 동조하는 꼴이 되어버리겠지만 헤켈로서도 나쁠 건 없었다. 마타 륭의 주작단은 빠른 속도로 진군해 글랜시아 시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들에 앞서 먼저 글랜시아 시에 발을 들여놓은 자들이 있었으니 바로 라케프 일행과 수많은 의인들이었다. 그들은 마지막 남은 글랜시아시의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아침부터 서둘러 이곳으로 달려온 것이었다.
얀과 카인은 뒤늦게 라케프의 연락을 받고 글랜시아 시로 향하고 있어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쟈코모를 만나는 얀들이 나간 사이 할 일이 없던 라케프가 글랜시아시를 돕자고 말한 것이었다.
세이렌들이 다시 공격할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그건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글랜시아 시의 사람들을 이주시키는 것은 그들의 힘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얀에게 먼저 출발한다고 알리고는 글랜시아 시로 출발했던 것이다. 쟈코모를 만나고 돌아온 얀과 카인도 호크를 타고 글랜시아시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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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에살레아의 고독...... 그건 혼자 버려져 있다는 외로움이라기 보다는 남들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질책이 아닐까...... 그의 예언대로 세느카는 살아서 다시 그를 만나게 될까......
기가 슬렌더도 이제 후반부네요. 그간 풀리지 않던 의문점들이 이제 하나둘씩 풀려갈 것입니다. 많이 기대해주시고 격려해주세요 ^^;
‘둘은 하나로. 셋도 하나로 시위를 당길 것이니 과녁의 이름이 파멸임을 궁금히 여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