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94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94
[기가 슬렌더] -49- 마타 륭(무인의 도(道)) 9장.무언(無言)의 장
-마타 륭(무인의 도(道))-
그때 카인은 자신의 주변으로부터 묘한 기운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너무도 포근한 기분 마치 대자연의 어머니 품속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몸 속에서도 알 수 없는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마치 가슴을 폭발시켜 버릴 듯 그 기운은 그의 몸을 뜨겁게 달구는 듯 했다.
카인은 최근 전투동안 그의 혈맥이 뚫리면서 동시에 옥침(玉枕)이 통하게 된 것을 모르고 있었다.
<흑운계(黑雲界)에서는 임독양맥(任督兩脈) 자세히 말해 옥침(玉枕), 녹로(轆轤),미려(美麗) 세 군데를 말하는데 이곳이 통하게 되면 체내에 있는 진기를 온몸에 마음대로 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경지를 바로 생사현관(生死玄關)의 경지라 했다.
세군데 중 옥침(玉枕)이 통한 경지를 조화경(調化頃)이라 하는데 조화경이라는 것은 출신입화지경(出神入化之頃)을 줄인 말로 몸과 기를 서로 분리해 낼 수 있는 경지를 말한다. 녹로가 통한 경지는 영옥경(榮鈺頃)이라 하여 자신이 원하는 대로 체내의 진기를 분출할 수 있는 경지이다.
미려(美麗)까지 세 군데가 모두 통한 경우를 생사현관의 경지라 하는데 이때엔 생사를 초월하여 만물의 기운과 자신의 기운을 서로 하나가 되도록 만들 수 있는 입신(入神)의 경지이다. 생사현관의 경지가 되면 마음 먹은 대로 내력이나 외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카인이 이러한 무학(武學)을 알리 없었지만 어쨌든 그의 몸은 자연스레 조화경을 이루고 있었다. 그는 체내에 쌓인 내력이 결코 낮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것을 사용할 방도를 몰랐던 것이다.
갑자기 몸과 몸 속의 기운이 서로 분리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마치 자신의 의지대로 그 기운이 몸 속을 떠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카인은 그 기운을 있는 대로 검에다 실어(검은 몸 그 자체는 아니었지만 또 다른 몸이라 할 수 있다.) 로레타의 주작귀락검을 막았다.
'퍼버펑!!!'
폭탄이 작렬하는 소리와 함께 흙먼지가 일어났다. 세라곤 바닥에서 무슨 흙먼지냐구? 분위기 연출을 위한 소품담당의 노력 --;
흙먼지가 가라앉자 사람들은 모두들 환호하며 소리쳤다.
"와. 이겼다!! 이겼어!!"
"정. 정말.. 멋지다"
"대단하다!! 카인!!"
카인은 검을 든채 얼떨떨하게 서 있었고 로레타는 공중에서 폭발충격을 못 이기고 뒤로 나가떨어졌다. 둘의 검이 실제적으로 맞닿지는 않았지만 검기의 충돌로 인해 그녀가 날아가 버렸던 것이다.
초식에 의한 검기도 강했지만 자연적으로 이끌어낸 카인의 검기에 비할 순 없었다. 카인은 로레타가 쓰러진 곳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비록 적이었지만 정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녀석이었다. 검술이란 것의 매력을 한껏 뽐내듯 그녀의 검법은 정말 굉장했다.
카인이 다가서자 로레타가 천천히 일어섰다. 카인은 그저 막기만 했을 뿐이므로 그녀가 크게 다칠 리는 없었다. 다만 검기의 충돌로 인한 충격 때문에 약간의 부상을 입었을 뿐이었다.
"이래도 당신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카인의 정중한 질문에 로레타는 아무 말 못하고 마타 륭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와 눈이 마주치자 이내 고개를 떨구었다. 자존심 강한 로레타였지만 더 이상 추한 꼴은 보이기 싫었다.
"후후훗. 난 시합 조건을 상대방을 죽여야만 승리라고 내 걸었다!!"
-
"???"
마타 륭의 외침에 모두들 놀라는 표정이 되었다. 가장 놀란 사람은 드라시안이었다. 로레타는 마타 륭의 딸이 아닌가 비록 그녀의 검실력을 아낀 마타 륭이 양녀로 받아들인 것이지만 그래도 엄연한 딸이다.
마타 륭의 말에 로레타는 체념한 듯한 표정이 되었다. 그녀는 양부의 성격을 잘 알았다. 잘하면 그만큼 더 잘해주지만 못하면 가차없이 내치는 성격이란 것을......
로레타의 표정을 보고 카인은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그녀가 헤켈이었지만 포기하는 표정이 잘 드러났던 것이다.
카인 자신은 상대가 패배를 인정하면 이쯤에서 게임을 끝내고 싶었다. 상대방을 애써 죽이고 싶지도 않았고 저들이 그냥 돌아간다면 그걸로 만족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저 마타 륭이란 녀석은 시합조건을 들먹였던 것이다.
"하, 하지만!!"
카인이 뭐라 반박을 하려 했을 때 마타 륭이 일어서면서 그의 말을 끊었다.
"패배를 인정하는가? 로레타?"
-
"아버.. 네!! 제가 졌습니다!!"
로레타는 목구멍으로 나오려던 <아버지>란 단어를 삼키고는 당차게 패배를 인정했다. 그와 동시에 카인을 바라보며 고개를 들어 목을 보여주었다.
카인은 그녀의 표정이 자신의 목을 베어달라는 것임을 알고는 당황했다.
상대는 패배를 인정하였고 무기도 들고 있지 않았다. 이런 상대의 목을 벤다니.. 그때 마타 륭이 입을 열었다.
"그대의 이름이 뭔가?"
-
"내 이름은 카인 쥬언트.."
"후후훗 난 주작단의 켄 마타 륭이다. 흠. 미안한 부탁이지만 그녀를 살려줄 수 없겠나?"
-
"?!?!?!?!?"
"후훗.. 잘 못 들었나보군. 그 아이를 살려다오."
마타 륭의 말에 로레타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알고 있던 마타 륭이라면 가차없이 자신의 목을 베라고 외쳤을 것이다. 그런데......
"아까 자네도 그러지 않았는가? 무기도 들지 않는 상대를 베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고. 우리도 사람은 아니지만 그 정도 도리는 알고 있지."
-
"그. 그렇게 하겠습니다. 저도 그녀를 죽일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오. 다행이군.. 좋아. 후훗 약속대로 오늘은 그만 물러가도록 하지"
-
"아.. 알겠습니다."
마타 륭은 알 수 없는 너그러운 표정을 지으며 부하들에게 헤켈어로 명령했다. 그 명령이 퇴각 명령임을 부하들의 움직임을 보고서 알 수 있었다. 얀 일행들은 그들이 혹시나 딴 짓을 하지 않나 경계를 하였지만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거대한 몸집에 험악한 인상을 가진 마타 륭이 이상하게 인자해 보이는 이유는 뭘까? 로레타는 천천히 마타 륭에게 다가갔다.
"아버지 어째서 이런 결정을."
-
"어허!!! 누가 전시에 아버지란 단어를 쓰라고 하였는가? 난 너희들의 '켄'이다!! 약속은 약속이니 어서 돌아가자!!"
"예!! 켄!!"
마타 륭은 그렇게 외치고는 발카로스시를 빠져나갔다. 그들이 완전히 나가고 나서야 사람들은 긴장을 풀었다. 그때 마도란이 접속을 풀고 원 모습으로 돌아간 카인에게 달려들었다.
"카인!!! 와하핫 자네가 해냈어!!"
-
"마도란씨. 다 당신 덕분입니다!!"
"하하핫 자네 예전 무공을 회복했어.. 아니 더 강해진 느낌이었어."
- "그런 것 같아요..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얀과 다른 일행이 모두 카인을 향해 달려왔다. 카인이 해냈다는것에 모두들 기뻐하는 표정이었다. 카인은 이젠 멀어서 보이지도 않는 마타 륭을 바라보면서 미소지었다.
마타 륭도 그걸 느꼈는지 혼자 크게 웃어젖히며 생각했다.
'오늘 어쩌면 미래에 가장 어려운 상대로 클지 모르는 녀석을 살려주었다 후훗 그런데 기분이 좋은 이유는 뭘까..?'
마타 륭의 웃음소리에 귀를 틀어막은 드라시안은 처음으로 임무에 실패한 것을 원통해하며 분한 마음을 억누르고 있었다.
"마, 마타 륭 지금이라도 공격한다면."
-
"드라시안!! 아무리 살(殺)을 업으로 하는 자라해도 원칙이란 것이 있소!! 난 나 자신과 약속을 했고 그것을 지켰소 자신과의 약속도 지키지 못한다면 그깟 원칙이 무슨 소용이겠소?"
"......"
-
"서둘러 돌아가자!!"
드라시안은 마타 륭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에게도 원칙이란것은 존재했으므로. 그래도 기분이 더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젠장 무식한 녀석이 원칙 운운하기는 이대로 돌아가게 된다면.. 쳇 내일쯤이면 녀석들은 모두 도망쳤겠지 빌어먹을..'
드라시안은 3대현자인 자신이 겨우 저런 무식 뚱띵이에게 무시당하는것을 기분 나빠하며 내일의 작전에 대해 구상했다. 구상해봐야 별 다른 작전이 나올리 없었다. 고작해야 빈집 털이겠지? 제길.
거대한 산봉우리 아무리 적도지방이라고 해도 아크로나딘 산맥의 높은 산봉우리라면 굉장히 쌀쌀한 것이다. 세느카와 이카루스는 다행히 따뜻한 옷(이카루스가 개발한)을 입고 있었기에 별 다른 추위는 느끼지 않고 있었다.
세이타르는 북쪽을 향해 걷고 있음은 확실한데 계속해서 산 위쪽으로 올라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애초 계획도 산을 돌아가는게 아니라 넘어가는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이 길은 생각보다 너무 잘 다듬어져 있었다. 누군가 만들어놓은 길처럼.
"이쪽이 북쪽 맞나요? 세이타르?"
-
"지금 시각에 해가 저쪽에 있으니까 저쪽이 서쪽 이쪽이 북쪽 맞습니다."
"흠 그런데 아무래도 이 길을 누가 만들어 놓은 것 같지 않아요?"
이카루스의 질문에 세이타르도 동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마 헤켈들이 만들어 놓은 길이겠죠 이 근처 어딘가에 헤켈들의 본거지가 있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
"와.. 무섭네요.."
"서둘러 가도록 하죠. 해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내일까지는 산맥 아래로 내려가야 할거예요."
세이타르는 그렇게 말하며 약간 속도를 높여 걸었다. 하지만 이카루스의 체력은 그걸 용납하지 않았다. 날은 저물고 있는데 어디 앉아서 마땅히 쉴만한 곳도 없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맨땅에서 노숙을 해야할 판이었다.
하루종일 굶은 상태였고 게다가 지치고 힘들었다. 세이타르도 그렇게 판단했는지 드디어 쉬기로 결정했다.
"일단 오늘은 저쪽에 안 보이는 곳에서 쉬도록 해요.. 내일 해가 뜨면 바로 출발하도록 하죠."
-
"헤켈들이 나타나면 어쩌죠?"
"흠. 제가 불침번을 설테니까 두 분은 주무세요."
- "교대로 서죠"
"후훗 제가 먼저 설테니.. 주무세요."
세이타르는 그렇게 말하고는 나뭇잎들을 모아 푹신푹신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카루스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바로 곯아떨어졌고 세느카도 인사를 하고 그 위에 누웠다. 세이타르는 그 옆에 앉아서 주변을 바라보았다. 해는 벌써 봉우리들에게 먹혀 머리만 내놓고 있었다.
"세이타르.. 이젠 어떻게 해야하죠?"
-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미 헤켈들이 전쟁을 일으켰다면 우리로서도 막을 수 없을지 모릅니다. 세 종족의 평화협상 이건 그야말로 꿈일런지도 모르죠.. 그렇게 되려면 일단 모든 종족을 설득시켜야 합니다.
그에 앞서 신의 잘못을 납득시켜야 하죠 하지만 그건 어려운 일입니다.
그들이 몇 백년동안 아니 거의 2000년 동안 믿고 왔던 그들의 신을 하루아침에 포기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논리죠.. 차라리 우리가 미쳤다고 믿는게 속 편할지도 모릅니다."
세이타르의 말에 세느카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의 말이 맞다.
자신들이 혹 대중들 앞에 설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자신들의 말을 믿어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비록 세이렌의 7대사제는 신의 잘못을 깨달았지만 그것 역시 천운이라 볼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생각할 줄 아는 지혜로운 자들이었기에 그나마 이해했던 것이지 보통 사람들이라면 어림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암담하다. 도대체 무엇을 해야하는지 세느카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차근차근 생각해보았다.
그냥 평범한 여자였던 자신이(물론 지금도 평범하지만) 갑자기 헤켈 한 개체에게 쫓기고 얀 박사를 만나고 카인을 만나 유적을 탐사하고.. 그러던 중에 기억을 잃어버리고. 새롭게 시작된 기억 속에 라케프 할아버지를 만나고 괴한들에게 납치되고 세이렌들에게 납치되고. 다시 헤켈들이 있는 이곳까지 날아온 것이..
도대체 왜 자신이 이런 모든 일들을 겪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은 아무런 일도 한 것이 없는데 아무런 능력도 없는데.. 이런 시련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솔직히 말해.. 난 너무 두려워요 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죽을까봐..
난 아무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내가 이런 일들을 겪어야 하는 건지......"
세느카는 마음이 심란한지 오한이 들린 건지 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세이타르는 적의 눈에 띌까봐 차마 불은 피우지 못하고 자신의 가죽과 비슷한 재질의 옷을 벗어서 덮어주었다.
"당신이 아무 능력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월의 검은 돌을 가진자.. 우리들에게 전설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 전설은 마치 미래를 암시하는 예언 같은 것이었죠 그래서 카루이안은 기다렸는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나타날것을 당신은 스스로를 아무 힘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브라키온은 당신이 그 전설에 등장하는 인간이 틀림없다고 말했죠 브라키온은 지금껏 거짓을 말한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당신의 따스한 마음. 브라키온이 제게 마지막으로 한 말이 기억나는군요."
-
"그가 뭐라고 했나요?"
세이타르는 루카누스에게 뭐라 말하던 브라키온이 자신에게 와서 마지막으로 어떤 말을 하고 쓸쓸히 돌아섰던 것을 떠올렸다. 그 눈빛. 죽음을 예상하는 눈빛이었다. 세이타르는 브라키온이 세느카를 데리고 도망치라는 말과 함께 덧붙였던 말을 세느카에게 해주었다.
"그는 당신을 데리고 도망치라고 일러주면서 이렇게 말했죠 당신을.
지금 그대로 그 마음 그대로를 영원히 간직할 수 있게 보살펴주라고요.
그거 하나만 지켜준다면 세상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전 약속했어요.
당신의 마음이 처음과 변함 없이 영원하도록 도울 것을 말이죠."
- "하지만"
"마음을 다잡아요 당신은 지금 흔들리고 있어요.. 당신의 생각 당신의 마음 그 의지를 잃어버려서는 안돼요 당신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생명의 소중함을."
세이타르의 말에 세느카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곤 자신을 다독였다.
지금 누구보다 힘들지 모르지만 누구보다 큰 시련을 당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이건 그야말로 시험일 뿐이라고. 난 지금 이대로 내 마음 그대로를 간직하고 영원히 지켜나가면 된다고......
세느카는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체력이 좋은 그녀였지만 피곤한것은 어쩔 수 없었다. 세이타르는 잠이 든 그녀를 바라보고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걱정 말아요. 내가 당신을 지켜줄 테니까."
티탄시.. 이미 광선형 돔 결계는 파괴되었고 난입된 세이렌 1개 배틀 팀에 의해 가오그 2개 전대는 박살이 나고 말았다. 배틀 팀의 수장은 대사제 락토니즈 콘 퓬테. 락토니즈는 워낙 자신의 일에 충실히 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직접 선두에 서서 가오그들을 때려 부셨다.
그의 일화처럼 가오그를 통째로 찢어버리지는 않았지만 그의 양손 스토퍼가 번쩍이며 순식간에 가오그 전대는 종말을 맞이했다.
5개의 배틀길드가 락토니즈 앞에 모여 있었다. 이제 그의 말 한마디면이 도시는 그야말로 피바다가 될 것이다. 락토니즈는 거대한 팔을 치켜들며 외쳤다.
"인간들은 방공호로 대피했을 것이다. 우선적으로 방공호를 습격하여 모든 인간들을 말살하라. 단 한 명의 생명도 남김없이."
티탄시의 인구가 몇 십만명인데 겨우 50개체로 말살하라니.. 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얘기였다. 보통 인간들이 세이렌 한 개체를 막아내려면 몇 명이나 필요할까 로이안 리플도 통하지 않고 검도 들어가지 않는 그런 괴물들을. 가오사이보그들도 모두 부서진 이 마당에 말이다 그때였다.
락토니즈의 배틀 팀을 막아서는 자들이 있었다. 대략 숫자는 200여명. 모두 검은색 옷을 입은 괴한들로서 그들의 앞에는 엄청난 기운을 뿜어내는 한 녀석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플라즈마 검을 들고 있던 녀석이 앞의 공포스런 광경을 보고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쳇. 날 왜 구해 준거야? 차라리 죽게 내버려두지."
-
"코로니스 넌 강해. 쓸모 있을 것 같아 살려준 것 뿐이야."
"이 전투에 써 먹으려구? 후훗 마테리온이 널 가만두지 않을텐데?"
-
"후훗 그런 늙은이 따위가 날 어쩌겠어?"
"그래도 제이드 너무 하잖아 상처가 낳은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전장에 끌어 들이는거야?"
- "사람들을 구해야지"
"호오 네 녀석이 다른 사람들을 생각 한다구? 웃기지마."
-
"솔직히 말하면 내가 죽기 싫어서. 마테리온 그 작자가 무슨 짓을 벌이는지 알면 까무러칠걸."
"무슨 소리야?"
-
"우린 녀석들을 꼭 막아 내야해. 그렇지 않으면 우린 모두 죽는다.."
코로니스는 당연한 소릴 지껄이는 제이드를 바라보았다. 영 갈피를 못 잡겠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세이렌들을 상대로 인간이 덤비냐 이 말이야. 게다가 마테리온 친위부대의 가오그 숫자는 10대 정도 뿐이었다.
가오그 10대와 200명의 무인이라. 거기다가 그랜드 포스 오너 한 명. 뛰어난 가오그 조종사 자신 한 명. 푸훗......
그래도 상대가 안 되는 게임이다.. 포스 오너들이 많이 있었더라면 그나마 낳았을 텐데.
"이럴바엔 차라리 아까 출동하지 그랬어? 가오그 전대가 싸울 때"
-
"최대한 빨리 출동한 거잖아. 저 녀석들의 실력이 워낙 대단해서 그 짧은 시간동안 가오그 전대를 전멸시킨걸 어떡해?"
"후훗 역시 율리안 챙과 크레이넌의 부재가 큰 이유였겠군.."
-
"하여간 녀석들이 도발하면 우린 죽을힘을 다해 싸우는 수밖에.."
제이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세이렌들을 노려보았다. 락토니즈는 갑자기 등장한 괴한들을 보고 싱겁게 웃었다. 저 무슨 날파리떼란 말인가.
살펴보니 가오사이보그가 10대정도 눈에 띄었다. 그렇다면 시소속의 가오그 전대가 아니란 말인가. 나머지 200명정도 되는 인간들은 하나같이 검은색 옷을 입고 있어서 싸늘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피식. 락토니즈는 비웃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가장 먼저 달려들었다.
동시에 그의 뒤에 있던 5개의 배틀 길드가 쏜살같이 튀어나갔다.
"공격하랏!! 선두에 가오그가 서라!!"
코로니스의 명령에 가오그들이 선두에 섰다. 그리고 검을 빼어든 200명의 무인들이 그 뒤를 빼곡이 메우고 섰다. 아무리 가오그라해도 락토니즈를 막아낼 수 있을까?
3미터 거구의 락토니즈가 덩치에 안 맞는 스피드로 가장 먼저 달려와서는 그의 스토퍼로 가오그를 베었다.
'슈우우욱..'
"뭐.. 뭐냐????"
락토니즈의 스토퍼와 가오그의 T-blade 가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공중에서 멈춰서 움직이질 않고 있었다. 그 놀라운 장면에 모두들 입을 떡 벌리고 공격을 멈추었다.
힘 하나는 세상 누구보다 자신하던 락토니즈였다. 그런데 자신의 팔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니. 그건 가오그도 마찬가지였는지 아무리 안간힘을 써봐도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그때 어디선가 갑자기 등장한 미소년과 거한이 전장 한 가운데로 걸어왔다. 진정 놀라운 일이었다.
코로니스와 제이드도 놀랐는지 그 꼬마를 멀뚱히 바라만 보았다.
락토니즈의 부하들도 뭔가 심각한 분위기를 느꼈는지 주춤거리고 있었다.
카에살레아는 양손에 힘을 주어 서서히 옆으로 벌리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락토니즈와 가오그가 서있는 상태로 주욱 뒤로 밀리며 간격이 벌려 지는게 아닌가.. 그렇다면 저 꼬마가 이런 힘을???
"누구냐???"
락토니즈의 질문이었다. 자신을 이렇게 무력하게 만들 정도의 상대라면 그건 오직 큐탕 쿠 매지그님밖에는 없는 것이다. 그럼 큐탕 쿠 매지그님인가???
"싸움을 멈춰라. 더 이상의 살생은 용납지 않는다."
-
"당신은 누굽니까?"
카에살레아의 말에 제이드가 앞에 나서서 물었다. 싸움을 막아준다면 그것보다 더 고마운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락토니즈는 별로 그럴 마음이 없어 보였다.
"네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냐?"
-
"어째서 넌 다른 생명을 죽이는가????"
카에살레아는 락토니즈를 똑바로 응시하며 그렇게 물었다. 락토니즈는 그 눈빛에 움찔했지만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러는 넌 어째서 우릴 방해 하는거냐?"
-
"......"
카에살레아는 락토니즈의 말을 듣고 약간은 난감해졌다. 아까 만났던 두 녀석들은 그나마 말이 통하던 녀석들이었다. 그런데 이 녀석은 무식한 건지 아니면 존심이 강한 건지 별로 말을 하고 싶지 않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너도 세뇌 당한게로구나.너희들 신의 친구이자 형제인 나 카에살레아 폰 발더스가 부탁하겠다. 조용히 이곳을 떠나거라.."
카에살레아의 말에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웬 꼬마애가 나타나서는 세이렌들보고 꺼지라니 이 무슨 우스운 일이란 말인가 하지만 대놓고 그렇게 말할 배짱이 있는 자는 없었다. 그 꼬마가 현재 싸움을 중단시킨 장본인인 것은 확실했으므로.
"난 싫다. 내가 왜 가야하냐?"
- "그건 네 스스로가 더 잘 알 것이다"
"뭐? 난 모르겠는데?"
- "크으"
카에살레아는 상대가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임을 깨달았다.
고차원적인 뭔가를 그 녀석에게 기대한다는 것은 어린아이에게 미분방정식을 1분 안에 풀어라 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더욱 더 난감해졌다.
말로서 일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엄청난 살생이 일어날 것이다. 그 생명이 인간들이든 세이렌들이든 지간에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넌 뭔데 우리 싸움에 끼어든거냐?"
-
"입 닥쳐라!! 주인님은 너희 모두를 생각해서 그러시는거다. 조용히 주인님 말대로 이곳에서 사라져라!!"
카자마였다. 그는 잘 알았다. 이 거대한 덩치녀석은 아까 그의 주인이 설득한 두 세이렌과는 다르다는 것을 만약 싸움이 벌어진다면 겉잡을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주인은 직접 생명을 해하는 것을 절대 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리 자신이 박 터지게 싸워도 그의 주인은 크게 도와주지 않는다. 카에살레아가 말했던 '이기적인 존재'라는 뜻은 바로 그런 것을 빗대어 말했던 것이다. 카자마에게 싸움을 강요하면서 그 자신은 그 싸움을 방관하다니.. 그는 그렇게 카자마에게 늘 미안해하면서 자신을 이기적이라 탓하고 있었다.
"못하겠다면???"
켁. 락토니즈 대답 한번 가관이다 7대사제의 반열에 오른 자들 중 가장 머리가 나쁜 자라면 락토니즈일 것이다. 전혀 지혜롭지 못했고 지능도 약간 낮았다. 그렇다고 성품이 엿같다는 말은 아니다.
그 때문에 자신의 일에 더욱 충실했고 모든 일에 열심이었다. 그런 그의 성품 때문에 지금도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락토니즈도 약간의 공포는 느끼고 있었다. 단지 손짓 한번으로 자신을 밀어낸 꼬마다. 결코 얕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닌 것이다.
"너희가 돌아가지 않는다면 이곳에 있는 사람들과 너희들은 많은 희생을 치르게 된다. 난 그 희생을 너희들에게 강요하는 신의 잘못을 너희들에게 일깨워주려 하는 것이다."
-
"신의 잘못? 큐탕 쿠 매지그님이 잘못했다는 거냐?"
"네가 저들을 죽임으로써 얻는 것이 무엇이냐?"
카에살레아의 질문에 락토니즈는 한참동안이나 생각했다. 역시 머리가 잘 안 돌아가는 건가? 제이드와 코로니스는 비록 대화에 끼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말을 잘 듣고 있었다. 아니, 신의 잘못 이란 대목에선 상당히 호기심이 발동했다.
"흠.. 글세 칭찬 받지 않을까?"
저.. 정말.. 대단한 답변이다. 한참동안 생각한 결론이 칭찬이라니, 하지만 그 칭찬을 큐탕 쿠 매지그가 직접 한다면 분명 영광된 일일 것이다. 자신들의 신에게 인정받는 것이니까 카에살레아는 점점 답답해짐을 느꼈다.
"그럼 카루이안에게 칭찬 받는 것이 저들의 수많은 생명보다 더 소중하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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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루이안? 그게 누군데?"
"말 딴 데로 돌리지마!! 큐탕 쿠 매지그다!!"
카자마가 볼 때 그의 주인도 슬슬 열 받기 시작한 것 같다.
어쩌면 자신과의 맹세를 어길지도 모르겠는데?
"큐탕 쿠 매지그님께 인정받는 것은 우리 세이렌 최고의 명예다.
저런 하등생물들의 생명보다 훨씬 값어치있는 것이다. 이제야 확실해지는군 난 공격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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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카에살레아는 그렇게 말해놓고는 별다른 말이 떠오르질 않았다.
이거 무슨 말이 먹히는 상대라야지.. 말 안듣놈 한테는 매 밖에 없다고 했던가. 이대로 가다간 녀석의 성질만 돋구게 될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구워삶아야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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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 드디어 기가 슬렌더로 복귀 했습니다. 이제부턴 기가 슬렌더에 전념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선선하네요. 여름같지 않은 날씨지만 그래도 좋네요. 아웅... 귀중한 여름방학도 이렇게 허무하게 가는군요. 놀러도 한번 못가고... ㅜ.ㅜ 제 대신 많이 놀러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