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92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92
[파운(破Chaos雲)] -6- 청천벽력탄(靑天霹靂彈)의 괴노인(운의 깨달음) (5) -청천벽력탄(靑天霹靂彈)의 괴노인(운의 깨달음)-불길이 일어난 곳에는 수백여구의 시체가 쓰러져 있었다. 그 시체들의 몸은 갈가리 찢겨져 도저히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거기서 서 있는 사람은 십여명도 안되어 보였다. 한쪽은 홍의를 입은 자 5명과 그들 앞에 금사로 수를 놓은 화려한 옷을 입고 있는 미의 청년. 다른 한쪽은 검은색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한 옷을 입은 자 4명과 그들 앞에 상의가 다 찢겨져 잘 발달된 가슴근육을 자랑하는 자 한 명이 서 있었다.
누가 보았다면 그들이 서로 치고박고 싸워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남은 자들끼리 마지막 사생결단을 내기 위해 그렇게 서 있을 것이라 추측할 것이다. 하지만 그 추측은 빗나간 것이었다.
화염궁 소궁주 화룡신장(火龍神掌) 홍준용(洪晙墉)은 자신의 다친 왼팔을 지혈하며 불신의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룡승천대의 대장인 장량(張輛)도 부상을 당했는지 온 몸이 시뻘건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 역시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대체.
하늘에 무엇이 있길래?
진화장주 승유혁은 불길이 치솟은 곳에서 또 한번의 폭염이 치솟자 문득 정말 벽력탄이 아닐까 생각했다. 저 정도의 파괴력을 발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벽력탄 밖에는 없었다. 아무리 내공이 강한 자라 한들 저 정도의 파괴력을 낼 수는 없는 것이다.
장량은 사시나무 떨 듯이 떨면서 화룡에게 말했다.
"도 도대체.. 이게 무슨 짓거리냐.."
-
"멍청한 녀석! 이걸 내가 꾸몄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화룡 홍준용의 말에 장량은 잠시 생각하는 듯 보였다. 그가 보기에도 이런 참극을 홍준용이 꾸민 것은 아닌 듯 했다. 너무나 비참한 장면 이었다. 만약 홍준용이 이 일을 꾸민 것이라면 자신의 부하들이 저렇게 죽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도대체 누가."
홍준용과 장량은 동시에 그렇게 말했다. 홍준용은 장량의 마룡승천대가 이 길목을 통과할 것이란 첩보를 입수했다.
그 첩보는 마교가 다시 움직인다는 뜻이었으므로 엄청난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안 홍준용은 먼저 자신의 사부인 진화장주 승유혁에게 알리고나서 이곳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다리던 중에 마룡승천대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사부를 기다리던 홍준용은 그들을 그냥 보낼 수 없어 그들을 기습했던 것이다. 기습의 우의를 힘에 업은 화염궁의 전사들이 마룡승천대를 밀어붙였다.
수적으론 비슷했음에도 장량의 부대가 밀렸던 것이다. 장량은 다급히 건곤극마대에 지원을 요청했고 혈조마황 박성규가 없는 상태라 건곤극마대의 대장인 여빙은 근처의 마수귀악부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채 1각도 싸우지 않았는데 분명 하늘에서 무언가가 엄청난 힘이 땅을 향해 돌진했다. 그 엄청난 힘은 땅의 기운과 충돌하더니 이내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너무나도 강력한 힘이라서 그 자리에 있던 화염궁의 전사들과 마룡승천대의 괴인들 수백명이 파편에 갈가리 찢겨 죽었던 것이다. 그런지 몇분 지나지 않아 두 번째 공격이 작렬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었음에도 또 공격을 가한 것이었다.
그나마 내공을 많이 쌓은 자들 몇 명과 강호쌍룡이란 칭호답게 홍준용 그리고 마룡승천대의 대장 장량만이 살아남았던 것이다.
그들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수밖엔 없었다. 누군지도 아니 어떤 공격인지도 모르고 당했으니.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그때 여빙과 홍령이 그곳에 몸을 드러냈다. 여빙은 마룡승천대가 처참하게 으깨져 있는 모습을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룡승천대라하면 자신이 이끌고 있는 건곤극마대와 쌍벽을 이루는 부대가 아닌가.
그런 부대를 이토록 처참히 으깰 정도의 상대라면 상대는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화룡궁의 전사들도 싸늘한 육편이 되어 흩어져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화룡궁 소궁주인 화룡신장 홍준용 역시 부상을 입고 있는게 아닌가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홍령은 그런 것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 등장과 동시에 주사를 날렸다. 그녀의 주사는 이미 한번 보았듯이 엄청난 사기를 가지고 있어 맞는 사람에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무지막지한 고통을 선사하는 요물이었다.
홍준용은 자신을 향해 웬 붉은 실을 던지는 여인에게 누구냐는 질문을 던지려다가 시간이 부족함을 알고 일단 피하고 보았다. 분명 피했는데 주사는 자신을 따라 오는 것이 아닌가!! 홍준용은 그것이 요물임을 간파하고는 다급히 진기를 오른손바닥에 모았다. 그리고는 그의 상승무학을 펼쳤다.
"절(切)!!!"
동시에 손바닥에서 장력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작은 소용돌이가 엄청난 속도로 돌아가는 형국이었다. 크기는 작았지만 소용돌이의 회전력이 엄청나 그 안에 빨려든 물건은 무엇이든 절단날 듯 보였다.
홍령의 주사 역시 홍준용의 절장(切掌)을 파고듦과 동시에 잘려나가기 시작했다. 홍령은 그의 막강한 파괴력을 감탄하면서 주사를 돌려 자신의 품으로 돌아오도록 했다. 비록 장력의 크기가 아주 작아 화려해 보이지는 않아도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가진 기술이었다.
홍령의 공격을 저지한 것은 우습게도 장량이었다.
"마 마수귀악부의 홍령 부주? 멈추시오!!!"
-
"무슨 소리오? 당신을 도우려 하는 것이오!!"
"지금.. 우리의 적은 저자가 아니라 다른 자요!!"
장량의 말에 홍령은 다소 멈칫하더니 천천히 장량에게 다가왔다.
홍준용도 그녀에게 보내던 살기를 거두고는 다시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홍령은 장량의 말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만든 자가 화룡신장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란 말이오???"
-
"그렇소!!"
장량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계속 불안에 떨고 있었다. 마룡승천대의 대장이라면 실력도 상당할텐데 이렇게 불안에 떨다니. 아무리 상대의 무공이 강하다해도 무인이라면 공포심이나 불안따위는 느끼지 않는 법이다. 그런데 이런 원초적인 공포를 느끼게 하는 상대라.
홍령과 여빙도 뭔가 으스스한 기운을 느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분명 뭔가 알 수 없는 꺼림칙한 것이 있었다.
주변을 계속해서 지켜보던 그들의 눈에 한 백의적삼을 입은 노인이 경공으로 다가왔다. 홍령은 그 노인을 방금 보았기 때문에 별로 놀라지 않았지만 장량과 여빙은 공포에 떨며 뒷걸음질을 쳤다.
아무래도 다가오는 그 노인, 즉 진화장주 승유혁을 이 일의 수괴로 착각한 모양이었다.
"사부님!!!"
화룡신장 홍준용의 말에 장량과 여빙은 똑같이 되물었다.
"사.. 사부???"
"설마 진화장주 승유혁?"
장량의 질문에 승유혁은 유쾌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우헤헤헷 이 노괴가 그렇게 유명한가? 가는 곳마다 나를 반기는구만. 옴화하하핫"
-
"다.. 당신이.. 우릴 공격한 자요?"
장량은 만약 진화장주라면 이런 괴력을 발휘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질문했다. 진화장주의 소문으론 산을 무너뜨리고 강을 녹여버린다고도 했으니 하지만......
"무.. 무슨 소리냐? 이 노괴라도 이런 힘은 발휘하지 못해!! 아무래도 이건 벽력탄인 것 같은데 용아(墉兒)야 화염궁에 벽력탄이 남아 있었느냐?"
-
"사부님 벽력탄은 너무 위험하기에 이미 오래전에 폐기처분하지 않았습니까?"
"음냘. 그랬던가? 근데 이놈이."
승유혁은 그렇게 말하면서 홍준용의 이마를 손가락을 퉁겨 때렸다.
딱!!! 하는 경쾌한 소리가 들리면서 홍준용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괘씸한 녀석 이 사부의 기억력이 안 좋다는 뜻이냐???"
-
"아니에요. 먼저 때리고 물어보시면 어떡해요. 아야."
홍준용은 늘 있는 일이라는 듯이 일어서면서 말했다. 우는 듯한 표정이 가관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표정변화가 0.00001 초에 이루어져 그의 심오한 내공을 느끼게 해주었다.)그의 사부에게 말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단 2번의 공격으로 이 지경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번 일로 화염궁의 궁졸 200여명과 제자 수십명이"
홍준용의 말에 승유혁은 노기 어린 표정이 되었다. 궁졸 200명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쳐도(목숨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제자 수십명의 능력은 너무도 안타까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승유혁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리 정신을 집중해보아도 아무런 힘이 느껴지질 않았다. 이 정도의 기운을 뿜어낼 녀석이라면 그 기가 전혀 안 느껴진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다. 물론 벽력탄이었다면 이해가 가지만......
그 알 수 없는 녀석은 이미 오래 전에 이 곳을 뜬 것 같았다.
마치 목적을 달성한 도둑처럼..
"용아야!! 그만 가자!! 오늘은 득보다 실이 많구나.. 아무리 마교라해도 생명은 소중한 것. 이미 많은 생명이 하늘로 올라갔으니 오늘은 이만 하자꾸나.."
더 이상 이곳엔 볼일이 없다는 투의 승유혁의 말에 홍준용은 뭐라 반박하고 싶었다. 하지만 부하들의 처참한 모습에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알겠습니다. 사부님."
진화장주와 화룡신장이 등을 보이며 자신들의 궁을 향해 걸어가자 홍령은 분하다는 듯이 등에다 대고 한마디했다.
"이봐!! 늙은이!!! 나중에 또 보면 국물도 없을 줄 알아!!"
홍령의 말에 홍준용이 발끈해서는 공격하기 위해 돌아섰다. 딱! 하는 소리와 함께 홍준용은 또 다시 주저앉았다. 그리고 들리는 온화한 목소리......
"욘석아!! 아무리 저 처자가 마음에 든다고 해서 이 사부를 버리고 돌아가기냐? 어서 가자! 벌써 해가 기울고 있다!"
-
"사부님!!!"
승유혁은 그렇게 미소지으며 그곳을 벗어났다. 홍준용 역시 어쩔 수 없이 부하들과 그곳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장량이 홍령에게 화를 내며 말했다.
"어쩌자고 진화장주의 심기를 건드리는 겁니까? 간신히 살아남은 우릴 모두 죽일 생각입니까?"
-
"후훗 장량 대장.. 아직도 이해를 못하시는군요.."
"무얼 말이오?"
-
"우리도 이곳을 빨리 떠야 합니다. 저 여우같은 늙은이가 왜 내 도발에 넘어가지 않은지 아시오?"
"잉?"
-
"그건 이곳에 아직 위험이 남아 있기 때문이오 저 늙은이로서도 못 막을 위험이 어서 서둘러 이곳을 벗어납시다!"
그제서야 장량도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재빠르게 그곳을 이탈했다. 정말 손실도 이만저만한 손실이 아니었다. 도대체 어떤 자가 이런 짓을.
"그런데.. 용아야 벽력탄같긴 한데.. 뭔가 다르지 않더냐.."
-
"맞아요.. 사부님 마치.. 파괴력이 몇십배 업그레이드 된 벽력탄 같아요. 살상반경도 훨씬 크고 또 공중에서 폭발하는 형태였어요 과거 벽력탄은 땅에 도착하면 터지는 순발형태였는데 이건 공중도약식이었단 말이죠."
"흠 그럴 리가 없다. 벽력탄을 만든 벽력자(霹靂者)는 100여년전의 인물로 그가 죽고 난 후에는 더 이상의 벽력탄이 세상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 말은 벽력탄 제조법이 실전 되었다는 말이기도 하지 그런데 벽력탄이 다시 등장했다라.. 흠.."
- "그럴리 없어요 벽력탄은 사부님께서 모두 회수하셔서 폐기처분 하셨잖아요 그렇게 무서운 병기는 있어선 안 된다고"
"그러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 아니겠느냐. 만약 벽력탄보다 더 성능이 강화된 녀석이 세상에 등장한 것이라면 정말 큰일이구나.. 그것이 마교의 것이든 아니면 정파의 것이든 그 힘을 지닌 집단은 세상을 날로 먹으려 할테니. 이런 이런. 쯧쯧쯧."
진화장주 승유혁은 이 생각 저 생각하면서 서주(徐州)를 향해 걸었다.
하지만 명확한 결론은 도출되지 않았다.
한 괴인. 거대나무 가지위에 숨어있던 그 괴인은 진화장주 승유혁이 등장하자 찔끔 하더니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그리고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온몸의 기운을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차단했다. 무공이 고강한 자일수록 자신의 기운을 숨길수도 있는 법!! 하지만 이미 조화경을 넘어선 진화장주의 눈을 속일정도라면 이 괴인 역시 같은 조화경을 넘어선 경지란 뜻이다!
그 괴인은 승유혁을 상대로 실험을 할까 하다가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는것을 알고는 그냥 조용히 있기로 했다. 눈치빠른 승유혁은 이곳에 큰 위험이 있는지 알고는 먼저 사라졌고 마교의 인물들도 동시에 사라졌다.
괴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후후훗 청천벽력탄(靑天霹靂彈)의 위력이 이 정도일 줄이야. 게다가 시간조절기능이 있어 땅에 떨어질 시간에서 몇초를 조절하면 공중에서도 터지게 된단 말이야 후후훗. 오늘 계획된 실험은 성공이닷!!! 하하핫."
나지막히 중얼거리다가 마지막에 큰소리로 웃어버린 그 괴인은 다급히 손으로 입을 막았다. 아무도 자신의 웃음소릴 못들은 모양이었다. 휴 안심 그는 천천히 땅으로 내려왔다.
그때였다. 운,카인,잭,레이가 갑자기 그 괴인 앞에 등장한 것이다. 이 얼마나 웃지 못할 희극적 우연이란 말인가. 아니, 유운 일행에겐 비극적 우연이겠지......
"누.. 누구냐????"
괴인은 먼저 놀라 그렇게 외쳤다. 운도 놀랐는지 눈이 찢어질세라 부릅뜨고는 상대를 바라보았다. 그 괴인은 백발이 성성한 머리에 젊었을 때 뭇 여성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을 정도의 터프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때보다는 주름살이 늘었겠지. 잉? 이상한데? 노인이 아닌 것 같았다.
나이가 많이 들어보였지만 8~90세정도의 백발노인은 아닌 듯 했다. 4~50?
그런데 머리가 다 쉬어버리다니. 너무 하얀 머리라 마치 하얀 서리가 내려앉은 듯 했다.
"꺄아아아악!!!!"
레이였다. 레이는 주변에 흩어져 있는 시신들을 보고는 비명을 지른 것이었다. 동시에 운과 나머지 일행들도 주변을 보고는 기겁했다. 잭은 등치에 맞지 않게 가슴을 붙잡고 토하지 않으려고 신음했다.
그 괴인은 거구의 사내가 토악질을 참는 모습을 보고는 다소 안정을 되찾았는지 희한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에구. 길을 잘못 찾았구먼 그만.. 가보겠소."
괴인은 그렇게 말하고 돌아가려고 했다. 그때 레이가 심각한 표정으로 한마디했다.
"잘가요. 백발마녀 우히히힛"
레이가 무슨 말을 하려하자 운과 카인,잭은 또 엄청난 뭔가를 기대하다가 자지러질 뻔했다. 괴노인은 순간 살기를 내뿜으려다가 다시 몸 안에 가두고는 온화한 미소를 보이며 걸어갔다. 괴노인의 모습이 사라질즈음. 레이가 차분한 목소리로 일행들에게 말했다.
"이건 저 노인의 짓이야."
-
"뭐라구???"
"하지만.. 말 할 수 없었어.. 내가 말하려고 했을 때 저 노인의 엄청난 살기를 느꼈다구 우.. 우리가 이길 수 없는 상대였어.."
- "그.. 그런"
카인은 주변에 벌써 썩은 냄새를 풍기는 처참한 시체들을 바라보았다.
마치 불에 탄 고기처럼 검게 그을린 시체들이 자신들의 복수 좀 해달라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였다. 이미 안 보일만큼 멀리 걸어갔던 괴노인이 엄청난 경공으로 이쪽으로 달려오는게 아닌가.. 그 괴노인의 청각은 엄청나서 레이가 일부러 그 노인이 사라졌을 때 말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말을 들었던 것이다.
"내 얼굴을 봤으니 살려둘 수 없다!!!"
그 괴노인은 그렇게 외치면서 등에 메고 있던 도(刀)를 꺼내들었다.
그 도는 풍기는 기운부터가 남달라 운은 즉시 명도임을 깨달았다.
"모두 달아나!!!"
-
"하지만 운형!!!"
"빌어먹을!! 형말 안 들을거야?? 너희들은 송곡마을로 돌아가!!!
나 혼자 막겠어!! 어서!!"
운은 상대의 실력을 느꼈는지 카인들에게 빨리 도망치라고 외쳤다.
카인은 우물쭈물하다가 레이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도망쳤다.
"그의 말을 들어야 해!! 안 그럼 우리 모두 다 죽게 된단 말이야.
우리라도 살아서 저자의 얼굴을 세상에 알려야 해!"
-
"빌어먹을!!!"
"인제!! 익제!! 래이 소저!!! 부디 성공하기를."
운은 자신이 그 괴노인을 몇분이나 막을 수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10여합을 견디면 잘 한 것일까. 자신이 못 막는다면 저들도 도망칠 수 없다. 그래서 꼭 성공하란 인사를 한 것이다.
카인과 잭,레이는 있는 힘껏 달려가기 시작했다. 운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즈음 검과 도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운과 그 괴노인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었다.
"빌어먹을. 도움이 도움이 못되다니."
-
"카인!! 지금은 딴 생각 할 시간이 없어!! 우선 아까 그 동굴로 도망치자 노반같은 사람이 아니라면 그 동굴을 찾아내기란 여간 힘든게 아닐거야."
"그래 알았어.."
카인은 자신의 두 눈이 뜨거워지고 있음을 알았지만 애써 태연한 척 하며 달려나갔다. 잭도 기분이 더러웠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레이는 달려가면서 뒤를 한번 돌아보았다.
'운 오빠.. 나중에 다시 만날 수 있는거지? 그렇지?'
레이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불길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그렇게 카인 일행과 후세에 성혼파검(聖魂破劍)이라 불리는 유운(劉雲)은 헤어지고 말았다.
괴노인은 달려오는 즉시 자신의 도인 빙백도(氷白刀)를 꺼내들고 상대를 베었다. <참고로 그 괴노인의 빙백도는 후세에 알려지길 극악무도(極惡無刀)라는 칭호로 더 유명했다.--;>
괴노인은 당연히 상대방이 단 한 수에 이등분되어 나뒹굴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챙!!!!' 하는 소리가 나더니 자신의 빙백도가 퉁겨져 나오는게 아닌가. 아무리 자신이 속전속결을 위해 단순하게 휘두른 검이라지만 무림 최고의 신기물(神器物)에 속하는 빙백도를 무슨 수로 막아낸단 말인가.
일반 검이었더라면 자신의 검기가 실린 이 일초를 절대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괴노인은 궁금해졌는지 운에게 말을 걸었다.
"헛! 꼬마야!! 넌 도대체 누구냐?"
-
"여기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소. 날 죽이기 전에는.."
괴노인의 질문에 유운은 죽음을 결심한 자의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대답했다. 괴노인은 껄걸 웃더니 다시 물었다.
"어차피 죽는다. 꼬마야 네가 가진 그 검 이름이 뭐냐?"
-
"우리 둘 중 한 명은 죽겠지 이 살인귀!!!"
"크하하핫 배짱이 두둑한 녀석이로구만 마지막으로 묻는다..
그 검 이름이 뭐냐?"
괴노인은 웃고 있으면서도 온 몸이 얼어붙을 만큼의 엄청난 살기를 운에게 보내었다. 아마 보통 사람이었다면 그 자리에서 쉬를 하고 자리에 주저앉았을 살기였다. 하지만 운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신의 일기(God's diary). 2부. '파Chaos운'의 주인공이니까 이런걸 PR 이라고 하나?
--;>
"나도 마지막으로 대답하지 나에게선 아무것도 못 얻어낸다."
-
"터허 쯧쯧 뭐 이런 고집불통인 녀석이 있어? 네 녀석이 이런다고 아까 도망갔던 녀석들이 살아 남을성 싶으냐? 꼬마야 아직 세상을 덜 살아봐서 잘 모르나보구나 지들 혼자 살겠다고 도망친 녀석들 때문에 목숨을 버릴 가치가 있느냐?"
괴노인은 상대 청년의 행동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듯 살기를 지우고는 그렇게 질문했다. 이렇게 시간을 끌어도 도망친 일행들을 잡아죽일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겠지.
"그들은 혼자 살려고 도망친게 아니오. 모두 죽는 것보다 낳으니까 도망친거요"
- "쿠하핫 오 원투가 있어.. 원투가"
"네?"
-
"아.. 일리가 있는 말이라구.. 그렇지만 그렇게 젊은 나이에 죽는건 아깝지 않아?"
"목숨은 누구나 한 개요 그 유니크한 목숨을."
-
"잉?"
"아.. 유일무이하다는 뜻이오.. 그런 유니크한 목숨을 누군가는 평범하게 살다가 보낼 것이고 누군가는 남 등쳐먹으면서 보낼 것이오 또 누군가는 상대의 목숨을 앗아가며 보낼테지 그런 하나의 목숨을 난 헛되이 보내고 싶진 않소 나 하나의 목숨으로 다른 세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 제법 이문이 남는 장사가 아니겠소?"
운의 말에 괴노인은 광소를 흘렸다. 하지만 아직 공격할 마음은 없는 듯 보였다.
"그 세명이 살수 있다고 생각하냐? 아무리 멀리 도망쳐도 나에게 벗어날 수 없어 난 기억력이 아주 좋거든 그리고 그렇게 덩치 큰 녀석하고 바보같은 여자. 평범한 녀석 그런 3인조를 찾는게 어려울것 같은가? 너의 유니크하다는 그 목숨은 헛되이 보내는거야 다른 세명도 곧 널 따라갈테니까 말이야."
-
"아니,당신이 죽을테니 그럴 염려는 없소."
"호오. 넌 내가 누군지 알고나 하는 소리냐?"
- "그건 알 필요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소"
"뭐야? 이 자식이 할애비 앞에서 말장난하네?"
-
"잔말 말고 덤비시오!!"
유운은 상대를 흥분시킨 후에 재빠르게 선제공격을 가했다. 처음부터 자신의 모든 힘을 사용하기로 한 그는 천지도방의 무극검법을 사용했다.
"현극파검(玄極破劍)!!!"
동시에 그의 벽조은검이 8자가 누운 형태로 휘둘러지기 시작했다.
비록 초식에 의해 검기를 만들어낸 공격이었지만 그 위력은 구익의 적련강이던 부채를 못쓰게 만들정도의 위력이다.
괴노인은 상대가 생각보다 높은 상승검법을 사용하자 더욱 기분이 좋아진 듯 미소를 지으며 그 공격을 막아내었다. 운의 검이 8번씩 무려 48번이나 찔러 들어갔지만 모두 괴노인의 검에 쉽사리 막히고 말았다.
"어떻게 검기가 실린 공격을."
-
"켁켁켁 욘석아 검기란 이런거다!!"
괴노인은 그렇게 말하면서 도를 수직으로 휘둘렀다. 운은 다급히 2장(약 5미터)정도 뒤로 몸을 뺐다. 괴노인의 도는 운이 있던 허공을 베었으나 운은 피를 토하며 왼쪽 무릎을 굽혔다. 아야.. 오늘 너무 무릎을 많이 굽혀서 피멍들었다..
"요런게 검기라는 거다 요녀석 초식에 의한 검기는 분명 위력은 강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초식이란 것은 무언가에 얽매인다는 뜻 당연히 자연스러움에서 나오는 검기와는 수준차이가 나는게다 후후훗.. 어때.. 더 덤벼볼테냐?"
괴노인은 마치 제자를 가르치듯 웃으면서 운을 조롱했다. 운은 자신의 가슴에 생긴 상처를 바라보고는 상대가 자신을 봐주고 있음을 알았다.
모처럼 생긴 즐거움을 오랫동안 즐기려는 듯......
"더러운 자식..!!"
운은 다시 일어서서 검을 휘둘렀다. 오른손으로 붙잡고 있던 벽조은검을 양손으로 잡은 그는 다시 무극검법의 초식을 사용했다.
"태초무극(太初無極)!!!!"
운이 아래에서부터 공중까지 모든 것을 없애려는 듯 검을 빠르게 휘둘렀다. 정말이지 공기에 생명이 있었더라면 수십번도 더 죽었을 초식이었다.
하지만 괴노인은 그 모든 공격을 묵묵히 웃으며 피해버렸다.
"호오. 네 녀석 천지도방의 제자더냐?"
괴노인이 역습은 안하고 피하면서 질문을 던지자 운은 화가나는지 소리쳤다.
"아니!! 주워배운거다!!"
-
"얍 얍 대단한데? 주워배운 실력이 이 정도라 만약 정말 무극신검의 제자였더라면 엄청났겠군 얍.."
괴노인은 얍얍 거리면서 검을 잘도 피하고 있었다. 엄청난 실력을 가진 괴노인의 품위를 손상시킬만한 행동이었지만 그는 재미들린 듯 상대를 조롱하며 검을 모조리 피했다.
지치는 것은 운뿐이었다. 괴노인은 여전히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무극검법의 요체란 것은 검법의 최고경지는 없다는 뜻이다 욘석아 왜 무극신검이 그런 검법을 창안했는지 아느냐?"
괴노인의 질문에 운은 공격을 멈추고는 상대를 노려보았다. 물론 지쳐서 공격을 멈추었다고 보는게 옳겠지만.
괴노인은 상대녀석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지금 자신이 뭘 하고 있는거지? 그런데 즐거웠다.
"무극신검이 바랬던 것은 그 검법을 배우고 익혀 끝내 그 검법에서 빠져나오길 바랬던 것이다."
-
"??????"
"이그.. 이그 멍청한 욘석아.. 그 정도도 머리가 안 돌아가냐? 무극신검 정진이라면 절대 싸울 때 무극검법을 사용하지 않을거란 말이다!!"
-
"그.. 그게 무슨 소리오?"
"무극검법은 분명 엄청난 상승검법임에 틀림없다. 단 16가지 초식만 가지고 그 정도 위력을 발하는 검법은 아마 그 검법말고는 없을 것이다."
-
"태현문의 태현극강검법이 있지 않소?"
"이런. 요 녀석이 어르신이 말씀하시는데 끼어드는게냐? 태현극강검법과 무극검법은 그 종류가 다르다. 태현극강검법은 초식을 사용해 검강(劍剛)을 사용할 수 있는 몇 안되는 패도적인 무공이지 그와는 다르게 무극검법은 파괴력은 태현극강검법보다 낮을지 몰라도 그 초식의 운용면이나 날카로움면에서 으뜸이지"
- "흠 그건.. 약간 이해가 되네요"
"무극검법은 그 16가지 초식에 세상 모든 검법들의 초식을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그 검법을 9성이상 완성하게 되면 검법으로만은 그자를 따를 자가 없게 될 것이다."
-
"검법으로만이라니.. 무슨 소립니까?"
"내공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
"아."
"하지만.. 그 검법은 10성을 달성할 수 없다."
-
"그건 왜죠?"
"왜냐하면 바로 그 검법에서 벗어나는 것이 그 검법의 완성이기 때문이지.."
- "어려워요"
둘은 마치 사부와 제자인 듯 사제지간에 나누는 대화를 하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살기등등하던 유운까지 덩달아 맞장구를 치고 있으니. 사실 운으로서는 이렇게 함으로써 2가지를 얻으려 했다. 하나는 시간 다른 하나는 깨달음.
"16가지 초식은 너무도 완벽해서 그게 모든 것이라 착각하게 만들지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끝내 초식에 얽매이게 되고 결국 자멸하게 되는 것이야 이것이 무극검법이 엄청난 검법이면서도 별 볼일 없는 검법이란 이유다."
운은 괴노인의 말을 새겨들었다. 결국 초식에 얽매이는 것은 좋지 않다는 말 같은데.. 아직 피부에 와 닿는 뭔가는 없었다.
괴노인은 지금껏 상당히 즐거웠다는 듯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자 이제 승부를 가려야지? 넌 나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고 난 누구에게도 알려져선 안되고."
-
"도대체.. 지금까지는 왜 봐준거죠?"
"그건 네 녀석의 실력이 아까워서 그래. 검도 좋은걸 가지고 있고 하지만 넌 내 제자가 되기엔 너무 부족해."
-
"뭐가 말이죠?"
"후훗 넌 성품이 너무 착하고 여려 그래서 안돼"
-
"......"
운은 그 괴노인의 말에 차갑게 웃었다. 그 괴노인은 자신을 시험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디다가 써먹으려고 했을테지 하지만 결국 그 시험에서 운은 떨어지고 말았다. 어차피 죽을 운명이었으니 시간이 조금 지체된 것 뿐......
"다행이군요. 당신같은 살인귀의 제자가 될 뻔하다니"
- "뭐가 다행이라는거냐? 이제 곧 죽을텐데"
"죽을 때 죽더라도 한가지는 배우지 않았습니까?"
-
"뭘???"
"무극검법은 그걸 마스터하는 순간 쓰레기검법이 된다는 것"
-
"파하하핫 맞아 맞아 바로 그거야.. 파하핫 좋아.. 좋아. 녀석 듣기 좋은 말을 하는군 파하하핫.."
괴노인은 갑자기 광소를 흘렸다. 아무래도 무극신검 정진과 사이가 안 좋은 것 같았다. 그렇게 웃던 괴노인은 마치 오래된 친구를 멀리 떠나보내는 듯한 슬픈 표정으로 운을 바라보았다. 운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살짝 숙여 답례하고는 공격했다.
"갑니닷!!!"
운은 다시 검을 현란하게 휘둘렀다. 괴노인은 상대가 무극검법의 초식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애쓴다는 것을 느꼈다.
'이그.. 이그 괜한 것을 일러주었군. 저래선 무극검법을 사용하는 것보다도 위력이 안 나오잖아..'
괴노인은 당장 상대를 죽일거면서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정말 알 수 없는 노인이었다. 괴노인의 빙백도가 벽조은검과 마주치더니 이내 운의 뒤로 몸을 움직였다. 엄청난 속도였다. 운은 다급히 검을 겨드랑이 사이로 찔러 넣었다. 괴노인은 언제 피했는지 그곳에 없었다.
아차!!!
운은 아래를 내려보았다. 괴노인은 바닥을 한바퀴 구르며 자신의 다릴 베고 있었다.
"크악!!"
다리에 깊은 검상이 생기며 운은 또 무릎을 꿇었다. 에고 아파라.
동시에 목을 베는 싸늘한 살기가 느껴졌다. 너무 큰 실력차. 상대는 못해도 홍령을 훨씬 접어둔 실력 어쩌면 아까 보았던 진화장주 승유혁과도 맞먹을정도의 실력인 듯 했다.
운은 눈을 감았다. 짧은 생애였다 그의 나이 이제 스물 넷 어린 시절 태현문에서 겪은 수많은 시련과 수모 의선 허무자와의 기연.
천지도방(天地道方) 연비(蓮枇) 소저와의 만남 그리고 카인일행과의 인연 바로 이 순간까지. 모든 것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크게 후회 없는 삶이었다. 아니, 다만 아쉬운게 있다면 여자를 한번도 못 사귀어 봤다는 것 그 망할 놈의 정전기 때문에. 더더욱 아쉬운 것은 정전기의 약점을 <유일하게> 극복시켜준 래이 소저를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금새 헤어졌다는 것..
피식 그는 웃었다. 죽는 마당에 그 무슨 발칙한 생각이란 말인가..
그래도 래이정도라면. 귀엽고 괜찮은 여자였는데.. --;
-----------------------------------------------------------
이번 주석은 총 6편인데...... 흠... 다음편이 마지막 회군요. 아무래도 운이 죽으면서 주석이 끝날까요? 가즈 다이어리 2부가 이렇게 허망하게?
-_-; 아웅..... 빨랑 주석편 마무리하고 본편 기가 슬렌더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