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가슬렌더-84화 (84/120)

제 목: 90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90

[파운(破Chaos雲)] -6- 마마시혼(魔魔屍魂) 홍령(鴻寧)(습격!!!) (3) -마마시혼(魔魔屍魂) 홍령(鴻寧)(습격!!!)-

촌장과 마을 사람들이 환호하며 집밖으로 나왔다. 카인들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집안에 숨어 있었다니 그러면서도 어떻게 도우러 한 사람도 나오지 않았는지 영 기분이 찜찜했다.

"이. 일단 이분들을 객잔으로 모셔라!!"

촌장의 외침이 있자 사람들이 일행을 부축해서 일행들이 묵고 있던 송림객잔으로 향했다. 그 와중에도 그들은 잊지 않았다.

"뇌룡 유운대협 만세!! 의선 래이 여협 만세!! 그 옆에 두 명도 만세!!!"

그런 그들의 만세삼창에 카인은 그저 미소지었고 잭은 투덜거렸다.

"그 옆에 두명? 쳇 나도 자익 대협 만세 해주면 덧나나?"

- "뭐엇? 푸하. 잭이 그런 소릴 하다니"

"이봐.. 카인 그냥 해본 소리라구 쳇.."

잭은 투덜거리면서 성큼성큼 걸어갔다. 걷는 폼도 투덜거리는 것이 확연해 보였다. 카인은 미소짓고는 운을 바라보았다. 운은 다소 얼굴이 붉어져 있었지만 싫은 내색은 하지 않았다.

송림객잔 안. 촌장과 마을 어르신들 몇분과 동석한 일행들은 촌장의 심각한 표정 때문에 무슨 말이 튀어나올지 걱정되었다. 하지만 그런 촌장의 마음을 알아차린 자가 있었으니 그자는 바로 의선 래이 여협이었다.

"뚱보 아찌..여자들과 아이들을 찾아달라고 할려구 그랬찌?"

-

"....."

촌장은 묵묵히 듣고 있다가 그녀가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이란 것을 뒤늦게 깨닫고 얼굴이 새파래졌다. 자신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뚱보란 말이었다. 얼굴에는 노기가 가득 서려있었지만 마을을 구해준 은인들에게 뭐라 할 수 없었는지 꾹 참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레이!! 말 조심해 웃어른을 공경해야지."

-

"알았어. 뚱뚱하고 인상 험악한 할아버지. 여자들과 아이들을 찾아달랠려고 그런거 아니오니까?"

헉 그게 그녀의 한계인가 촌장은 인생을 헛산게 아님을 놀라운 인내력으로 증명하면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정말 도와주신 은혜가 이미 하늘같은데.. 또 이런 부탁을 드리게 되어 정말 송구스럽습니다."

- "아.. 아닙니다. 장로님 저희는 이미 도와드리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도와주면 끝까지 돕는다는 것이 제 원칙입니다. 걱정마십시오"

촌장의 말에 운이 고개를 숙이며 정중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장로도 기분이 풀리는지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저 혹. 제 딸래미를 보았는지 모르겠소만. 얘 설린(雪璘)아.."

장로가 딸을 부르자 아까 그 예쁘게 생긴 소녀가 운에게 다가왔다.

이미 머리카락은 정돈된 상태였으며(역중력장치를 이용한 것은 절대 아님) 옷매무새도 곱게 차려입은 상태였다.

운은 그림의 떡이 눈앞에 있음을 느끼며 속으로 가슴을 쥐어짜고 있었다. 아무리 예쁜 여자가 있으면 뭐하는가.

평생 정신적인 사랑만을 추구하며 손 한번 안 잡고 살 자신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 자신은 너무나도 본능에 충실한 인간인 것이다. 운은 그림의 떡은 눈요기로 만족해야 한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통감하고는 끝까지 이미지 관리를 위해 낮게 목소리를 깔고는 말했다.

"설린 낭자.. 그대 비록 백옥같이 아름답고 고우나 내겐 어울리지 않는 옥돌이오. 나 고독하고 방황하는 한 마리 이리 내 주위에는 온통 죽음의 그림자뿐 그대 슬퍼하는 모습 내 가슴의 한줌의 눈물이 될 뿐이라오. 비록 그대의 마음은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그대의 순수한 영혼까지 받아들이기엔 내 도량이 너무 얕소. 우린 만나자마자 이별이구료 하지만 그런들 어떻소 영원히 가슴속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그리면 되는 것을"

-

"유운대협 오늘 이 만남은 내 평생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겠어요.

먼 훗날 갈곳이 없어 지치고 힘들어지면 그땐 이곳으로 찾아오세요 그땐 당신의 넓어진 도량으로 기다림에 지친 내 순수한 영혼을 받아주세요 흑흑 언젠가는 우리에 대한 사랑이 세상에 내린 백옥같은 눈으로 흩뿌려질 날이 있을거예요 그럼."

멍...... 모두들 멍한 표정이었다. 그 설린이란 소녀는 눈물을 뿌리며 돌아 나갔고 그때까지 운은 심각하고 최대한 멋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도대체 언제 봤다고 사랑 운운하는 거지?

카인들은 이 운이란 작자는 그냥 그렇다 쳐도 그 설린이란 소녀까지 어떻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그 질문의 답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았기 때문>이란 해답을 잉태했다. --;

"오늘은 힘든 싸움에 많이들 지쳤으니 내일 아침에 월곡산으로 한번 가봅시다."

-

"그러는게 좋겠군요."

"저희가 식비와 숙박비는 모두 댈 테니 편하게 쉬도록 하십시오 뇌룡 유운 대협"

촌장은 친절하게도 그렇게 말하고는 총총걸음으로 사라져 갔다. 촌장이 나가자 마을 사람들도 다들 격려 한마디씩 하고는 사라졌다.

운과 카인들도 많이 힘들었는지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는 윗층으로 올라갔다. 그 거구의 잭도 지쳤는지 그의 자리인 바닥을 내팽개치고 목침상에 올라가서는 그대로 곯아 떨어졌다. 레이는 별로 한게 없었는지 방안에 있는 목각인형을 가지고 놀았다.

운과 카인도 피곤하긴 마찬가지였지만 카인의 간절한 눈빛을 뿌리치지 못한 운은 어제에 이어 장허무랑심법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가부좌를 틀고. 자아 천천히 호흡을 하십시오 길게 내뿜고 같은 시간동안 들이마시고 다시 또 같은 시간동안 내뿜고."

운의 말대로 카인이 호흡을 하자 몸에 쌓였던 피로와 긴장이 서서히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자 자동적으로 관(觀)을 하게 되었다.

운은 카인이 생각보다 무공에 대한 엄청난 자질이 있음을 느꼈다.

관이란 것을 어쩌다가 한번 성공하였다고 해도 계속해서 쉽게 되는 성질의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어제보다 느껴지는 체내의 미세한 기류의 격동이 심해졌다.

"혹시 어제 잘 때 수행을 한 것이 아닙니까?"

-

"아니 어떻게 그걸 알았어요?"

"체내의 생명의 기운들이 더욱 활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말은 만약 운(運)을 깨우치게 되었을 때 다음 단계인 일주천(一週天)을 쉽게 익힐 수 있다는 뜻입니다."

카인은 이제 더 설명해봐도 모른다는 뜻으로 멍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운도 카인의 이해력을 이제 이해했기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는 계속 설명을 해나갔다.

"자.. 다시 한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생명의 진기에 의지를 부여하는 일은 어제도 말했듯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합니다. 이 말뜻이 상당히 난해한데 자아.. 배꼽 밑에 있는 단전 부분을 관(觀)하십시오"

-

"흠. 그 부분에 가장 많은 기운이 몰려 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다른 곳보다 움직임이 미약한 것 같아요.."

"그럴겁니다. 단전(丹田)이란 혈은 체내의 진기와 체외의 진기를 서로 엮어주는 인체의 통로라 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는 많은 양의 기(氣)가 응집되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강한 부위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물이 한군데 모여 있으면 썩듯이 단전에 모인 기운들도 오랫동안 그 자리에만 머물게 되면 별 다른 효용도 보지 못하고 흩어져 버리거나 도리어 폐를 상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 "아 그렇군요"

카인은 자신의 단전 부분을 관하고는 그곳에 어제보다 약간 많은 기운들이 모여 있음을 알았다. 이것이 체외의 기운이 단전을 통해 체내로 들어가려 하는 움직임이란 것을 그는 알지 못했다.

"자. 단전에 모인 기운을 자세히 살펴보면 두 종류의 기류가 서로 엉켜 있음을 어렴풋이 느끼게 될 겁니다."

-

"......"

운의 말을 듣고 나서 카인은 두 가지 기류를 찾기 위해 더욱 집중하여 단전을 관했다. 일각(약15분)동안이나 관을 하던 카인이 드디어 뭔가를 발견했다.

"한 기운이 단전 부분에 원형을 그리며 돌고 있고 다른 기운이 그 기운을 뚫고 몸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고 있군요 맞나요? 이 두 개가?"

-

"저 정말 대단하군요 관을 한다고 해서 같은 기(氣)의 차이점을 파악하기란 정말 어려운 것입니다. 맞습니다. 원형을 그리며 돌고 있는것이 체내의 진기이고 몸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것이 대 우주(宇宙)의 기운입니다."

운은 자신의 앞에 있는 카인이란 청년의 예전 무공 수위가 얼마나 대단했을지 생각해보았다. 단 이틀만에 이런 우주의 원리(인체도 하나의 우주다.)를 깨닫게 되다니 운 자신도 몇 년에 걸쳐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 얻은 결과인데 말이다.

"이제부터가 아주 중요합니다. 우주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으면 그것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여기서 운(運)이란 것이 필요하게 됩니다. 먼저 작은 회오리를 그리며 회전하고 있는 체내의 진기에다가 의지를 부여해 작은 통로를 만들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선 우주의 기운과 하나가 되어 단전을 두드릴 줄 알아야 합니다. 이것을 인고 (人敲:사람을 두드린다)의 단계라고 합니다.

제게 이 심법을 가르쳐주셨던 노선은 이것을 또 다른 인고(忍苦:고통을 참는)의 단계라고 말했습니다.

좋게 표현해 단전을 두드리는 것이지 몸에 일종의 구멍을 뚫는 고통의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카인은 운의 말을 경청하며 체내의 진기에다가 의지를 부여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말이 의지를 부여하는 것이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때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 이란 것이 떠올랐다.

비록 어제는 스스로에게 실망한 자신의 모습에 관이 깨져 버려 더 이상 수행이 불가능했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점차 단전에 있는 체내의 진기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분명 카인의 의지가 부여해준대로 움직였던 것이다. 드디어 완벽하진 않지만 초기 운(運)의 단계까지 이르게 된것이었다.

동시에 그는 무념(無念)의 경지에 들기 위해 마음을 편하게 갖고는 아집을 버렸다. 어제 한번 피를 토해서인지 몸은 그대로였지만 정신과 마음은 자연과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자연은 곧 우주가 아니던가 카인은 천천히 자연과 동화된 자신의 의지로 단전의 문을 두드렸다. 마치 모르는 집을 방문할 때 조심스레 양해를 구하며 똑똑 문을 두드리듯..

우주의 기운들이 자신의 체내 진기와 갑자기 충돌을 일으켰다. 체내의 진기의 원형 방어막이 펼쳐진 것이었다. 동시에 카인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고는 씩씩거렸다.

"크 윽. 하악 하악."

-

"천천히.. 천천히 다시 호흡을 하십시오.. 아까 말한 그 호흡법은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것입니다.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호흡이 깨지는 것보다 위험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말이 쉽지 가슴을 사시미 가지고 후벼판다고 생각해보라. 상상만 해도 고통스러울 지경인데 하지만 카인은 용케도 아까의 호흡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몸 속의 기운을 운(運)하십시오!! 통로를 아주 작은 통로라도 열리기만 한다면!!"

-

"커억.."

운의 외침이 머릿속에서 메아리 치는 것 같았다.

눈을 떠보니 자신은 목침상에 누워 있었다. 운은 이상꾸리한 흐뭇한 표정으로 바닥에서 자고 있었다.

"결국 성공하지 못하고 기절했군 쩝"

카인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기절을 해서인지 찢어지는 듯한 가슴의 고통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자살 충동이라도 일게 만드는 엄청난 고통이었다. 그 노선의 말대로 인고(人敲)가 아니라 인고(忍苦)라 함이 옳을 듯 했다.

사실 장허무랑심법은 전혀 고통을 주는 심법이 아니다. 워낙 뛰어난 내공 심법이기에 아무런 해가 없고 병에 걸릴 위험도 없으며 게다가 정순한 내공을 부여해 주기에 어떠한 심적 사술도 통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엄청난 고통을 당하다니..

사실 카인은 엄청난 고속 수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남들이 2~30년에 걸쳐서 이룰 심법을 단 이틀만에 독파해냈으니 부작용이 없다면 그건 허무자나 유운에게 '너네들 쌓은 노력은 다 헛거야!' 라고 말하는 큰 죄를 짓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이른 아침인 것 같았다. 따스한 햇빛이 방안에 스물스물 들어왔다. 카인은 창밖을 내다보고는 오늘은 흑운이 뜨지 않음을 기뻐하며 어제 배운 부분을 다시 한번 해보기 위해 몸을 관했다.

자신의 몸을 보던 카인은 갑자기 증폭된 체내의 진기의 양에 깜짝 놀라 관이 깨지고 말았다. 동시에 바닥에서 자던 운도 깨어났다.

"엇 일어났군요."

-

"아 카인!! 정말 대단합니다. 단지 이틀만에 인고(人敲)의 단계까지 성공할 줄이야.."

"네??"

카인은 운의 말이 무슨 소린지 한참 생각해보다가 이내 함박웃음을 지으며 외쳤다.

"서.. 성공이라구요???? 내.. 내가?? 하하핫"

-

"그렇습니다. 아주 잠시. 물론 기절한 후에도 한 10여분간은 단전이 열려 있었으니까요.. 분명 체내의 기운은 우주의 기운이 두드리는 것을 인정하고 작은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우주의 기운을 받아들여 자신과 동화시켰습니다."

"우와. 다시 한번 해볼까요?"

-

"지금은 안정을 취하는게 중요합니다. 또 시도한다고 해서 고통이 없으리란 보장도 없습니다. 일단 운(運)의 경지는 통과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일주천(一週天)의 단계와 통(通)의 단계 두 가지입니다. 일주천의 단계는 몸 속에 있는 수많은 혈맥들 사이로 그러한 기운들을 운(運)하는 것으로서 이 일주천의 단계만 통과하게 된다면 예전 무공을 거의 다 회복하게 될 것입니다.

완벽하지는 못하겠지만 말입니다."

"정말 고맙워요 유운 대협!!"

-

"하핫.. 저도 기쁩니다."

"저어. 형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

"네에?"

"원래 친해지면 가깝게 부르게 되잖아요 형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대신!! 운 형(兄)! 말 놔야해요"

-

"후훗 좋아!! 너와 나 둘 다 사내대장부인데 당연히 호형호제 해야지 인 제(弟)!!"

카인과 운은 서로를 바라보며 호탕하게 웃었다. 만난지 3일밖에 안된 사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끈끈한 우정이 둘 사이에 흐르고 있었다.

때마침.이 아닌 그들의 시끄러운 웃음소리에 잠이 깬 잭 역시 운과 호형호제하기로 하였으며 셋은 객잔이 떠나가도록 손을 붙잡고 웃었다.

일행들이 송림객잔 앞에 모습을 보이자 촌장과 한 무사가 그들을 반겼다. 그 무사는 얼굴에 이마로부터 눈밑에까지 기다란 검상을 가지고 있었으며 짧은 직도(直刀)를 가지고 있었다. 촌장이 그 무사를 소개했다.

"이 사람은 몇 일전에 우리 마을에 벌어지는 해괴한 납치사건을 조사하러 나온 예주(豫州) 안휘성 관부 소속 포두(捕頭) 노반(魯般)이라 하오. 인사들 나누시게."

촌장의 말을 이해한 운이 가장 먼저 인사를 나누었고 카인들은 '예주안휘성관부소속포두노반' 이라는 엄청나게 긴 이름을 끝내 외우지 못하고 대충 자신을 소개했다. 물론 운이 금방 상대의 이름이 노반임을 알려주며 그가 관부 소속으로 포두란 직책을 맡고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서로 인사를 마치고 나니 촌장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월곡산은 원래 위험한 산은 아니었소만 최근에 가본적이 없어서 부디 몸 조심히 다녀오시구려 그리고 납치된 여인과 아이들은 꼭 좀 찾아주시오."

-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 유운이란 이름을 걸고 반드시 구해오겠습니다."

"그 구익이란 녀석 아직 그곳에 있을지도 모르니 꼭 해치우시길 바라오 그럼"

촌장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고 운도 포권의 예를 취했다. 그렇게 일행들은 노반의 안내를 받으며 월곡산으로 들어갔다.

한참 걸어가던 일행들이 월곡산 산허리 부분에 위치한 한 골짜기를 지날때였다. 앞서 걸어가던 노반이 일행들을 멈춰 세우고는 앉아 땅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노반이란 자는 주특기가 추적술과 기관진들을 파헤치는 것이라 했는데 그 추적술을 이용해 뭔가 발견한 것 같았다.

"이상하군요 이곳에 누군가가 지나친 흔적이 있습니다."

-

"그야 당연하죠 노반. 귀견들과 그 구익이란 녀석이 있을테니.."

"아냐. 인 제(弟) 말씀해보시죠"

운이 카인을 제지하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노반을 바라보았다.

"이곳은 말들이 지나갈 넓이는 아니지만 굳이 지나간다면 못 지나갈 지형도 아닙니다. 만약 귀견들이 지나간 자리라면 무수한 발자국이 찍혀 있어야겠죠 물론 그런 발자국들도 약간은 보입니다. 하지만 이걸 보십시오"

노반은 땅에서 흙색보다 약간 짙은 흙색인 뭉친 흙을 들어보였다. 레이는 그것을 신기하게 바라보더니 손을 휘저으며 신음했다.

"으. 디러운 냄새.."

-

"이건 말똥입니다. 아직 온기가 약간 남아 있는걸로 봐서 누군가가 이곳을 방금전에 먼저 지나쳐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말똥은 있으나 말발자국이 없는걸로 봐선 누군가를 뒤에 놔두고 그 자로 하여금 흔적을 지우도록 만든 것이 틀림없습니다."

"도대체 누가."

카인은 그제서야 약간은 이해가 간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잭은 그게 누군지 무슨 상관이냐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운은 뭔가 걱정되는지 노반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들의 숫자가 많습니까?"

-

"말똥의 양만 봐서는 확실히 추정하기는 힘들지만 이 정도 길에 다닐 수 있는 말의 양은 많지 않으므로 말을 탄 자는 한,두명정도이고 그자들을 따라간 녀석들이 십여명 그리고 뒤에 남은 녀석들이 서너명 되는 것 같습니다."

노반은 지워진 발자국의 형태를 유심히 살펴보며 그렇게 말했다. 카인도 그 부분을 잘 살펴보았지만 그 어느것도 유추해 낼 수 없었다. 카인은 노반을 존경의 눈초리로 바라보며 물었다.

"당신에게 쫓기게 되면 길에다 똥도 싸지 말아야겠군요?"

-

"파핫. 후후훗 이 짓도 하도 하다보니 어느새 전문가가 되어버렸습니다."

"인제 익제 노반.. 서둘러 가도록 합시다. 구익의 마수귀악부 이외의 제 3세력이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먼저 구익을 찾아내야 합니다."

-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들은 말을 가지고 있고 뛰어난 무사들을 데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훨씬 불리할테니 모두 주의하십시오"

노반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앞장서서 걸어갔다. 레이는 더럽다던 말똥을 만지작거리며 좋아했다. 노반이 인상을 찡그리자 말똥을 버리며 레이가 한마디 했다.

"노반 아저씨는 왜 얼굴에 선 그어놨어?"

여.. 역시 레이의 언어구사 능력은 다른 이들의 언어중추신경의 파괴를 가져다 주는 놀라운 무기였다.

"래이 소저. 이것은 제 비밀이니 굳이 묻지 말아 주시오."

노반은 그렇게 대꾸하고는 더욱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레이는 노반이 한번 거절하자 금새 관심이 꺼졌다는 듯 옆에난 잡풀을 꺾으며 걸어갔다.

그렇게 한 식경(약 30분)가량 걸었을때였다. 노반과 운이 동시에 자리에 멈춰서며 말했다.

"피냄새!!"

도대체 어떻게 피냄새를 맡는지 개도 아니고 하여간 그렇게 말한 노반과 운은 냄새가 나는 방향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카인과 잭도 뭔가 불길함을 느끼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일행들이 도착한 곳은 작은 언덕이었는데 그곳에 있는 귀견들의 시체가 적어도 200구는 더 되어 보였다. 도대체 왜 이런 곳에 귀견들의 시체가 있는거지?

그때였다. 어디선가 병기가 부딪히는 파공성이 들려왔다.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일행들이 움직이려 했을 때 3명의 무사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이들은 아까 노반이 말했던 그 흔적을 지우기 위해 뒤에 남았던 녀석들인것 같았다.

"무.. 무슨 일이냐?"

-

"죽어랏!!!"

녀석들은 카인의 질문은 아예 들은척도 안하고 다짜고짜 덤벼들었다.

숫적으로도 훨씬 우세에 있는 카인들이었다. 한 녀석이 카인에게 찌르기를 시도했다. 카인도 이제 어느 정도 예전 실력이 회복된 상태였기에 그의 찌르기를 간단히 피하고는 상대의 복부를 베어들어갔다. 녀석은 카인의 놀라운 실력에 그냥 죽는가 싶더니 어느새 카인의 뒤로 돌아와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인제!! 조심해!! 녀석들은 잔상술(殘像術)을 사용하고 있어!!"

운의 말대로 그 3명의 무사들은 자신의 잔상을 만들어 내며 공격하고 있었다. 과연 상대에게 혼란을 가져다 줄만한 놀라운 능력이었다.

하지만 카인이 누구인가. 이미 무념의 경지를 겪어본 그가 아니던가 잔상에서 느껴지는 기운과 실물에서 느껴지는 살기의 차이를 감지해 낸 카인이 한 녀석을 베어 쓰러뜨렸다.

잭도 자신에게 파고 들어오는 녀석의 검 옆면을 그대로 손바닥으로 쳐내고는 녀석의 명치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어떻게 손바닥으로 검을 쳐내냐고 그 녀석은 묻고 싶었지만 그건 생각에서 그칠 수밖에 없었다.

운은 벌써 자신의 상대를 처리하고 노반과 함께 앞서 달려나가고 있었다.

카인과 잭도 그들의 뒤를 바싹 쫓아갔다. 레이만이 유유자적하게 걸어서 그들을 따라갔다.

언덕을 넘어가자 작은 분지가 나왔는데 그곳에는 엄청난 혈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방금 싸운 무사처럼 생긴 녀석들 10여명이 2명의 사람과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 분지에는 수많은 새들이 바닥에 떨어져 죽어 있었는데 마치 귀견처럼 그것들도 흉측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저것들은 귀조(鬼鳥)???"

운의 말에 노반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노반 자신도 이곳에 와서 귀견들은 많이 보았지만 귀조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운은 귀견들과 귀조들이 한꺼번에 위치한 이곳이라면 구익과 그의 사형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둘이 저곳에서 무사들과 싸우고 있는 2명인 것 같았다.

참..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2명 대 10명 왜 그들이 싸우는지 그 무사들은 누구인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게다가 뒤에서 한적하게 그 싸움을 지켜보는 저 자는 누구란 말인가. 노반의 예상대로 말을 타고 온 자는 한 명뿐인 것 같았다.

"유운대협 이제 어떻게 할거요?"

-

"노반 포두님은 이곳에서 계십시오 일단 저 구익녀석과 그의 사형을 구해내야겠습니다."

"미.. 미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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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들이 죽는다면 여자들과 아이들의 행방이 묘연해집니다."

"그 그렇지만!!"

운은 그렇게 말하고는 언덕을 뛰어내려갔다. 곧이어 노반이 있는 곳에 도착한 카인과 잭도 운을 쫓아 뛰어 내려갔다. 레이는 노반이 있는 곳에서 앉아 아래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마수귀악부에서 꾸민 뭔가를 누군가가 원하는 것 같아요.

그게 엄청난 피의 바람을 몰고 올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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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당신 래이 소저 맞소?"

레이의 말에 노반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껌뻑이며 물었다. 하지만 레이는 슬픈 표정을 지어 대답을 대신했다.

갑자기 등장한 운으로 인해 무사들과 구익들과의 싸움이 잠시 중지 되었다. 하지만 이곳까지 온 녀석들이라면 자신들의 동료 셋을 죽였을거란 결론을 내린 무사들이 운들을 공격하면서 싸움은 묘하게 돌아갔다.

"유운!! 어째서 우릴 돕는거냐???"

-

"닥쳐!! 네 녀석이 좋아서 돕는건줄 아냐? 여자들과 아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말해??"

운과 구익은 몸으로는 무사들과 싸우면서 입으로는 자기들끼리 싸웠다. 그때 구익의 사형이 입을 열어 구익을 만류했다.

"조용히 하거라! 구익!! 일단 저분들의 도움이 있어야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다. 난 조마랑(鳥魔郞) 서갈(西渴)이라 하오!"

-

"난 방랑검객 유운이오!!"

"아 당신이 바로 뇌룡!!"

유운은 자신의 멋진? 별호인 뇌룡을 쓰지 않고 방랑검객이라 칭했지만 서갈은 그의 마음에 뜨끔한 침을 놓듯이 뇌룡이라고 맞받아쳐 주었다.

물론 서갈은 뇌룡에 대한 사연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어쨌든 10대 5의 싸움이 되었다. 10대 2의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던 2대 마랑은 숫자가 늘어나자 상대를 쉽사리 제압했다. 10명의 무사가 이상한 콤비들에게 별 저항도 못해보고 쓰러지자 뒤에서 지켜보던 중년 사내가 입을 열었다.

"유운. 운(雲) 사제로군"

유운은 자세를 바로해 자신의 검을 왼쪽 허리에 있는 검집에 집어넣으면서 상대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자신을 아는 것이지? 그리고 사제라구?

"서.. 설마. 버.. 범진(範鎭) 사형!!"

사형?? 카인과 잭은 운과 범진을 번갈아보면서 놀라워했다. 사형이라니.

운도 어느 문파 출신이란 말인가???

그때 구익은 운이 천지도방의 방주 무극신검 정진의 검법인 무극검법의 초식 현극파검을 사용한 것을 떠올리며(에구. 힘들다) 물었다.

"서. 설마했더니 천지도방 정진 방주의 제자들??"

-

"무슨 귀견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

구익의 질문에 범진은 싸늘하게 되치고는 자신을 소개했다.

"난 태현문(太玄門) 소문주 강무연검(罡武綖劍) 범진이다!"

-

"태.. 태현문의 소문주????"

구익과 서갈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태현문이라면 현재 무림 최강의 문파가 아닌가. 과거 무림 5대 문파라 불리던 소림,아미,무당,화산,곤륜파는 이제 더 이상 예전 시절의 최고의 문파가 아니었다. 현재는 태현,뇌진,화염,빙백,천지 이 5개의 문파가 가장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최고의 문파중에서도 가장 으뜸이라 불리우는 태현문이 그것도 일개 장로나 호법이 아닌 소문주가 직접 자신들을 공격해 오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마수귀악부는 최근에야 활동이 두드러졌지 과거엔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 곳이었다. 물론 북두마신교(北斗魔神敎)라는 무림 최강 마교의 일개 부(部)라는 사실이 그들 명성의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유명하지도 않고 큰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없는 작은 부를 어째서 태현문같은 현문 최고의 문파가 상대한단 말인가..

"어째서 그토록 고귀하신 신분이 직접 우리같은 미천한 것들을 상대하러 이곳까지 왔단 말이냐???"

-

"그나저나 운사제 사제 무공이 그렇게 고강해진줄 미처 몰랐는걸?"

"내.. 내 말을 무시하는거냐???"

-

"조용히 입닥치시지.. 지금 오랜만에 아우를 만나서 네 놈들의 명이 조금이나마 길어진 줄 알라구."

구익의 질문을 그렇게 무시해버린 범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구익을 협박했다. 그 모습이 너무도 무서워서 구익은 어떠한 항변도 할 수 없었다. 살기 범진의 살기가 구익의 전의를 상실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범진의 무공이 어느 정도이길래..

"버.. 범진 사형."

-

"훗 아직도 네 눈에 내가 사형으로 보이냐? 넌 나 때문에 파문 당했잖아?"

"......"

범진의 말에 모두들 놀란 눈으로 운을 바라보았다. 파문을 당했다?

구익은 그제서야 유운이 왜 천지도방의 검법을 사용했는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후훗 그 거지 노인네한테 배운걸로 내공을 기른 모양이구나? 네 녀석은 원래 불구였잖아.. 하하핫"

-

"그만하세요! 당신은 그의 아픈 마음을 건드려 흥분시키려 하는군요? 평소의 그를 이길 자신이 없는 건가요?"

"누 누구냐???"

범진은 갑자기 나타난 소녀를 보며 당황하며 물었다. 더 당황한 사람들은 카인과 잭이었다.

"레.. 레이???"

-

"운대협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저자의 계략에 넘어가서는 안돼요."

"래이 소저.."

운은 자신도 모르게 붉게 충혈된 눈을 깜빡거리며 범진을 바라보았다. 범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그때의 그 모욕과 수모를..

"태사부님은. 안녕하십니까? 진사형"

-

"닥쳐!! 네 녀석은 그분을 사부라고 부를 자격도 없는 녀석이다!

감히!! 사부님을 버리고 거렁뱅이 노인에게 사공(邪功)을 훔쳐 배운 녀석이!!"

"하.. 하지만 그건 사공이 아니에요! 그리고 훔쳐 배운것도 아니구요!!"

-

"후후훗 변명해도 소용없어 사공이 아니라면 어떻게 검술의 검자도 모르는 네 녀석이 그런 무공을 사용하는 것이지? 앙? 마성에 물든 버러지 같은 자식아!!"

"......"

범진의 앙칼진 말에 운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점점 떨리는 모습은 줄어들고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진사형 정말 고마워요 사형이 아니었더라면 전 더 넓은 세상을 보지 못했을거예요 그리고 허무자 노선도 못 만났을테고 이 벽조은검도 못 얻었겠죠 고마워요.. 사형."

-

"미.. 미친놈!!"

"이제 우리의 형제의 연은 이것으로 끝입니다. 사형. 다신 그렇게 부르는 일 없을거요. 태현문 소문주 범진!!"

-

"뭐시라???"

운의 말에 범진이 도리어 흥분하고 있었다. 하지만 꽤 높은 무공을 가지고 있는지 금새 안정을 되찾았다.

"도대체 우릴 공격한 이유가 뭐요?"

싸늘한 분위기를 틈타 서갈이 범진에게 물었다. 그러자 범진이 미소지으며 되물었다.

"너희들의 목적은 천진금령강시(天眞禁令 屍)를 제작하려는 것이 아니냐?"

-

"그.. 그게 무슨 소리오???"

범진의 질문에 서갈과 구익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들의 표정으로 봐선 전혀 무슨 소린지 모르는 것 같았다.

"천진금령강시라는게 도대체 뭐죠? 운형?"

-

"인제. 강시라는 것에 대해 알아?"

"아뇨"

-

"강시란 것은 타지에서 객사한 시체들을 고향에서 장례 치르도록하기 위해 만들어낸 일종의 사술이야.. 죽은 시체가 스스로 움직이게하고 부패를 막아 고향으로 운반하는 술법이지 그런 강시들은 일반 도검이 통하지 않고 고통도 느끼지 않는 괴물들인지라 상대하기 까다로운 녀석들이지. 한때 이런 강시를 이용해 사람들을 해치는 마시군부(魔屍軍部)라는 집단이 나타났었는데 그런 강시공(僵屍功)은 엄청나게 강했지만 도목검(桃木劍:복숭아나무로 만든 검. 복숭아는 귀신을 쫒는 효험이 있다.)이나 영험한 부적(符籍)한테는 당해낼 수 없어서 끝내 그 집단은 강호에서 사라져버렸지."

"그런데요?"

-

"그런데 천진금령강시는 참된 하늘조차도 금한 영적인 존재야 이 녀석은 시체면서도 자신의 죽은 영혼을 붙잡아두어 하늘로 보내지 않아 이성을 지니고 있어. 그래서 보통 강시들보다 몇십에서 몇백배 강하고 또 악귀가 아닌 그 자신의 영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죽어서도 죽은게 아닌 그렇지만 귀신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리지.. 이 말뜻은 도목검과 부적도 소용이 없다는 말이야"

"그 그럼.. 죽지 않는 불사의 존재?"

-

"후우 이미 죽었으니 죽지 않는다는 의미는 이상하고 하여간 죽었지만 또 죽일 수 없는 무서운 존재들이지.. 하지만 그건 강시공을 사용했던 그 마시군부라는 조직에서 연구만 하다가 실전 되어버린 제작법이라 실제론 존재하지 않는 강시야"

구익과 서갈.. 그리고 그 외 노반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운의 설명을 다 듣고나서 놀란 표정이었다. 노반만이 약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나머지들은 마시군부라는 조직도 처음 들어보았고 천진금령강시라는 것도 처음 들었던 것이다. 그런 지식을 가지고 있는 운이란 녀석은 도대체 어디서 굴러먹다 온 녀석이지? 어디선가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짝짝짝짝

"대단하군 운사제. 허기야.. 한때였지만 우리 태현문의 제자였으니 그 정도 지식은 가지고 있어야겠지 태현문은 나같은 천재들만 기르는 곳이니까.."

범진은 운의 이야기가 끝날때까지 기다려준 것이 끝내 자기자랑을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증명하고는 뒷말을 이었다.

"너희 녀석들이 정녕 발뺌하려드느냐? 천진금령강시를 제작하고 있지 않느냔 말이다.."

-

"우린 정말 모른다. 아무리 다그쳐도 소용없다!"

범진의 말에 서갈과 구익은 싸울 자세를 취하며 단호하게 외쳤다.

운과 카인이 보기에도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쳇 말로 안되면 죽인 뒤에 시체한테라도 묻겠다!!"

-

"천재라더니. 시체한테 어떻게 물어보냐??? 븅삼!"

서갈의 비꼬임을 기점으로 범진이 검을 빼어들고 달려들었다. 놀랍게도 그의 검은 허리띠처럼 허리에 감겨 있었는데 그의 별호처럼 그것은 연검(綖劍)이라는 엄청난 탄력을 가진 검이었다. 허리에 두를 정도니 그 휘는 정도라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지는 말 안해도 알 것이다.

"버.. 범진!! 저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소!!"

범진이 서갈에게 달려드는 모습을 보고 운이 그렇게 소리쳤지만 범진은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만약 범진의 말대로 마수귀악부가 천진금령강시를 만들고 있었다면 이건 강호에 혈겁을 가져다줄 엄청난 일인 것이다. 하지만 만약 오해로 인해 공격을 가하고 있다면 그를 말려야 한다..

운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서갈의 무기는 언월도(偃月刀)였는데 창 끝에 검신과 검신 뒤로 꼬챙이 같은 것이 튀어나와 있어 갈고리 역할을 했다. 서갈이 언월도를 휘두르자 범진은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같이 연검을 휘둘렀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았다면 무모한 행동이라고 했을 것이다. 언월도와 연검의 길이차이만 해도 3척은 족히 되어 보였으므로.

하지만 범진의 연검은 마치 담벼락 위를 뱀이 기어가듯 구불구불..

언월도를 타고 서갈의 어깨를 강타했다. 동시에 범진은 옆으로 몸을 돌려 서갈의 언월도를 피했다.

"크악.."

서갈은 언월도를 놓치면서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그런 서갈의 목을 범진의 연검이 찔러 들어갔다.

'챙!'

하는 소리와 함께 범진의 연검이 튕겨졌다.

"금속 부채?"

구익은 언제 또 구했는지 모를 부채로 범진의 연검을 막았던 것이다.

간신히 서갈의 목숨을 구한 구익은 이제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잡고 사투를 벌였다.

서갈의 어깨의 상처는 아주 심했는데 흐르는 피가 그의 청삼의를 붉게 물들였다. 그때 레이가 서갈에게 다가가 그의 상처를 치료하려 했다.

"뭐.. 뭐하는 거요? 래이 소저!!"

노반이 서갈의 상처를 치료하려는 레이를 말리려 했다.

"이 자도 사람이에요.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요"

허걱. 레이가 요즘 들어 미친 것 같다 어쨌든 서갈은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레이를 경계하면서도 자신의 상처를 치료해준다는 말에 묵묵히 있었다.

이때 범진은 연검으로 구익의 금속부채를 갈가리 찢어 놓고 있었다.

"크으.. 어떻게 적련강(赤鍊鋼)을!!!"

구익은 자신의 부채를 구부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찢어버리고 있는 범진을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적련강은 붉은색을 띄는 금속으로 현철 다음가는 강도를 가진 엄청나게 귀한 금속이었다.

그런 적련강을 찢는다는 것은 상대의 무공이 고강하다거나 검이 더 좋은 금속이란 말인데 아무리 그래도 연검처럼 스피드와 기술위주로 사용하는 검으로 적련강을 찢는 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만큼 범진의 내공이 높다는 소리겠지.

구익은 연검을 부채로 간신히 막아내고는 운에게 사용했던 암기를 사용했다. 부채가 펼쳐지면서 동시에 범진에게 10여개의 독침이 날아갔던 것이다.

이번 것은 회심의 일격이라 상대가 당할 것이 분명했다.

'챙챙챙챙챙챙챙챙챙챙!!!'

10번의 파공성이 단 1초만에 귓속을 파고들었다. 그럼 1초동안 10번 휘둘렀단 말인가. 그런건 아니었다. 서너번 휘둘렀을뿐인데(서너번도 대단한건가?) 10개의 독침이 모두 퉁겨져 나간 것이다.

"후훗.. 이 정도 암기는 강호에서 암기 축에도 못낀다!!"

범진은 그렇게 구익을 비웃으며 연검을 휘둘렀다. 최후의 일격까지 실패하자 구익은 더욱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참다 못한 운이 싸움이 끼여들었다.

범진의 연검이 구익의 어깨를 자를려는 찰나 운의 벽조은검이 그의 연검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벽조은검에 막힌 연검은 그대로 휘어지면서 구익의 어깨를 강타했다. 비록 휘어지는 중이라 날이 없는 평평한 부분으로 어깨를 맞았지만 어깨는 움푹 패이며 허연 뼈를 드러냈다.

"왠 방해냐? 운사제!! 아무리 너라고 해도 방해하면 용서하지 않겠다!!"

범진은 자신을 방해한 운을 노려보며 말했다. 하지만 운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대답했다.

"범진 더 이상 당신도 나를 사제라 부르지 마시오.."

-

"이런 미친 자식!!!"

범진은 그의 연검을 마구 휘두르며 운을 향해 공격했다. 그의 연검도 꽤 명검인지 운의 벽조은검과 부딪힐 때마다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카인과 잭은 운을 돕고 싶었지만 감히 그들의 싸움에 낄 수가 없었다.

그만큼 놀라운 실력을 가진 자들의 대결이었던 것이다. 뭐 카인이야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상태고 잭이야 힘으로 싸우는거지 기술로 싸우는게 아니니까..

카인과 잭은 운의 검술을 보고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어쩐 일인지 움직임이 전보다 훨씬 좋아 보였던 것이다. 뭐 운이 오랜 은원의 관계인 범진을 만나 초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은 눈치채지 못했다.

그때 레이가 구익까지 상처를 치료했다. 구익과 서갈은 자신들을 치료한 이 소녀가 정녕 인간인지 아니면 신선인지 구분 못하는지 계속해서 그 소녀를 바라보고 침을 흘리고 있었다.

"이히히힛 쌍둥이 귀견이닷!!"

레이가 자신들을 보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귀견이라 놀리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듯 2대 마랑은 운과 범진의 대결을 바라보았다.

둘의 대결은 정말 막상막하 용호상박(龍虎相搏)이었다. 누구라도 그렇게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꽤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던 노반은 운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범진은 여유롭게 미소까지 지으며 운을 상대하고 있는데 반해 운은 벌써 지쳐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표면적으로 보기에는 전혀 그렇지 않아 보였지만..

"서갈!! 구익!! 정말 그 강시에 대해서 모르냐?"

-

"우 우린 정말 모릅니다."

잭의 호통같은 질문에 서갈은 찔끔 놀라며 그렇게 대답했다. 이들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듯 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범진은 이들을 공격했던 것인가

"그럼.. 여자와 아이들은 어떻게 했어? 앙?"

-

"우린 부주가 시키는대로 했을 뿐입니다."

"부주?"

-

"마수귀악부 부주 마마시혼(魔魔屍魂) 홍령(鴻寧)."

"그.. 홍령이란 여자가 뭘 시켰는데?"

잭이 괴기스러울만치 거대막지한 주먹을 부릅쥐며 물었다.

"여자들과 아이들을 납치하라는 우리는 그저 시키는대로 했을 뿐입니다."

-

"설마 그 홍령이란 여자가 강시를? 납치한 아이들과 여자들은 어디에 있느냐?"

"그들은 이곳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위치한 동굴에 안전하게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중에 홍령부주가 그들을 데리러 이곳에 온다고 했습니다."

서갈이 잭의 살기에 눌려 모든 것을 불고 있을때였다.

'쉬이이익!!!!'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잭은 얼른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암기가 아닌가?

"서.. 서갈 사형!!!!!!"

구익의 외침에 잭은 서갈을 바라보았다. 서갈의 정수리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자세히 바라본 잭은 그의 정수리에 은색의 뭔가가 반짝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이. 이것은 실(絲)?"

잭은 그 은색의 뭔가가 실이란 사실을 알아채고는 놀라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한 여인네가 공중에 뜬채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자 구익이 그 여인을 보고 무릎을 굽히며 말했다.

"홍령 부주!!! 납시었습니까???"

- "멍청한 녀석들 그런 정보나 넘기고"

"하.. 하지만.. 저.. 저희들은."

-

"닥쳐랏!!!"

홍령이 공중에 뜬 채로 바닥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그와 동시에 또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잭은 그것이 실인지 알았지만 뭐..

보여야 막든지 하지.

이번 것은 기습이 아니었기에 구익은 간신히 사(絲)를 피할 수 있었다.

그냥 무작정 옆으로 구른 것이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겨우 치료된 어깨에서 다시 피가 흘러나왔다. 홍령은 그런 구익의 모습이 우습다는 듯이 비웃고는 땅바닥으로 내려왔다. 자세히 보니 공중에 실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그녀는 그것들을 밟고 있었던 것이다.

홍령이 내려오자 운과 범진의 대결은 잠시 중단되었다. 범진은 운보다는 홍령에게 더 관심이 있었다.

"네년이 천진금령강시 제작도를 가지고 있는 년이냐?"

-

"무 무례하다!!! 감히 부주님께 그 무슨 언행이냐?"

구익이었다. 구익은 자신의 사형을 죽인 부주에게 끝까지 예를 다했다.

하지만 그런 홍령에게서 들린 말은 싸늘한 한마디.

"닥쳐랏!! 구익! 나서지 마라!! 그리고 더 이상 날 부주라고 부르지도 마라!!"

- "부 부주님"

"쳇 목숨은 살려줄테니 꺼져!!"

- "하.. 하지만"

그 홍령이란 여자는 정말로 냉정했다. 목숨을 살려줬다고 해서 마음씨가 곱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럴만한 가치도 못 느끼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이었으므로 홍령은 구익에 대한 신경을 끄고 강무연검 범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의 연검을 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호호호홋 그대는 혹시 태현문의 강무연검이 아니시오?"

- "후훗 역시 나같은 미공자를 못 알아보는 여인네는 세상천지 그 어디에도 없지. 우하하하핫"

홍령은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어’ 라고 생각하면서도 화사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대협께서는 이곳에 무슨 일로 오시었소?"

-

"네 년을 부주라고 부르는 것을 보니 마수귀악부의 부주가 너로구나."

"호호홋 소개하죠 마수귀악부 부주 홍령이에요."

홍령은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운은 홍령을 바라보면서 아까 낮에 보았던 촌장의 딸인 설린과 비교를 해보았다.

'설린 낭자를 백합이라 하면.. 이 낭자는 요염한 장미로구나..'

이 와중에도 홍령의 쭉쭉빵빵 쎅씨다이너마이트 몸매에 넋을 잃다니

"홍령부주. 당신이 천진금령강시의 제작도를 가지고 있지 않소?"

범진도 그녀의 몸을 훑어보더니 이내 말투를 바꾸었다. 다소 부드러워진 범진의 말투에 홍령은 몸을 배배 꼬면서 대답했다.

"아잉. 제가 그런 것을 어찌 알겠어요? 전 아무것도 모르는 나약한 소녀랍니다 호호홋"

이 무슨 쳐죽일 발언이란 말인가. 무공이 강해보이던 서갈을 단 한 수에 죽여버린 여자가 나약하다니!!! 카인과 잭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치를 떨었다.

"저 여자 거짓말쟁이. 저 여자. 다른 여자하고 애들을 죽이려고 해.

그리고 이상한 괴물로 만들려고 해.."

레이였다!! 언제나 중요한 순간에 중요한 멘트를 하는 레이!! 그런 레이의 눈과 홍령의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홍령의 눈이 반짝였다.

그것이 살기였을 줄이야..

홍령의 손가락이 살짝 튕기는 것까지는 보았는데 그게 무슨 짓을하는 것인지 아무도 몰랐다. 무공이 고강한 운은 '독념:혼자 생각하기'

를 하고 있었으며 범진은 저런 미친 여자<레이?>하나쯤은 죽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방관했고 카인과 잭은 몸이 반응하지 않아서 가만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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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의 최대 위기!! 과연 레이는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아웅 주석편을 빨리 넘기려고 하루가 멀다하게 연참이네요. ^^; 하지만 끝까지 읽어주시는 소수의 독자님들을 위해 더 더욱 열심히 할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이젠 비가 좀 그쳤으면 하네요.. 더운건 싫지만 말이죠모두 즐독하시고 격려의 한말씀 부탁드립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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