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가슬렌더-83화 (83/120)

제 목: 89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89

[파운(破Chaos雲)] -6- 수견랑(狩犬郞) 구익(具溺)(귀견들의 정체!!) (2) -수견랑(狩犬郞) 구익(具溺)(귀견들의 정체!!)-

다음날 아침

카인과 잭. 그리고 운이 같은 방에서 자고 레이는 옆방에서 혼자 자고 있었다. 한 방에 2개의 목침상이 있어 한 명은 바닥에서 자야 했는데 그 자리는 운과 카인이 서로 자신이 자겠다고 싸우는 도중에 잭이 맡아버려 끝내 잭의 자리가 되었다.

"꺄아아악. 사람살려!!!"

"귀. 귀견이닷!!!!"

갑자기 주변이 시끄러워지더니 이내 물건과 사람이 함께 나뒹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카인이 그 소리에 눈을 떴을 때 이미 운은 검을 챙겨들고 밖으로 나서고 있었다. 카인은 잭을 깨워 다급히 밖으로 달려나갔다.

귀견들이 어떻게 그 높은 대나무 방벽을 통과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이미 수십마리가 난입해 있었다. 녀석들은 그래도 머리가 달려 있는지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공격하고 있었다.

전에 레이가 위험에 처했을 때 방벽 위에서 방관하던 한 무사 한 명이 귀견에게 목을 물어뜯기고 있었다. 운은 재빠르게 자신의 검을 뽑아들고는 귀견을 향해 달려들었다.

운이 귀견의 목을 그대로 잘라버리자 귀견은 무사의 목을 문채로 두 동강나 죽었다. 그 무사는 아직 정신이 있는지 자신의 목에 붙어 있는 귀견의 머리를 떼어내고는 실성한 사람처럼 도망치기 시작했다.

운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한 귀견의 배에 검을 꽂아 넣고는 그대로 수직으로 그어버렸다. 그러자 배부터 몸끝까지 완전히 찢겨져 내장과 피가 바닥에 쏟아졌다. 징그러운 장면에 운은 고개를 돌리고 싶었지만 두 마리의 귀견이 운의 존재를 인식했는지 달려들었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그릇 깨지는 소리와 문짝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카인과 잭,레이가 객잔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왔다. 레이는 시끄러운 소리에 카인이 깨우지 않았는데도 밖으로 뛰쳐나온 것이었다.

'쿵!!! 콰당!!!'

레이가 밖으로 나오면서 귀견과 싸우고 있던 운과 부딪혔다. 중심을 잃은 운은 귀견의 이빨을 간신히 피하고는 녀석의 머릴 검손잡이로 내리쳤다.

동시에 녀석은 땅바닥에 머릴 처박고 죽었다. 카인이 레이를 일으키는 동안 잭이 운에게 달라붙던 귀견 한 마리를 주먹질 한방에 저승으로 보내버렸다.

녀석의 머리는 처참하게 으깨져 있었다. 무슨 철퇴에 맞기라도 한 듯......

사람들은 유운의 존재를 인식한 듯 일행들이 있는 곳을 향해 도망쳤다. 그러자 여기저기 공격을 가하고 있던 귀견들도 위험한 적의 등장을 눈치챘는지 한군데로 모이기 시작했다. 바로 일행들 앞에.

귀견들의 숫자는 거의 100여마리는 족히 되어 보였다. 연하주에서 본 숫자보다는 적었지만 충분히 공포스러운 장면이었다. 귀견들의 입에서는 광견병에 걸린것마냥 침이 질질 흘러내려 바닥을 적시고 있었으며 시뻘건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레이저 빔이 쏘아져 나올 듯 무시무시했다.

일행과 귀견들의 대치상태가 되자 어디선가 갑자기 마을 장로가 튀어나왔다.

"다. 다행이구료 뇌. 뇌룡 유운대협이시다!!"

"와!! 유운대협 만세!! 만세!! 만세!!"

헉. 이 자들은 만세 삼창이 버릇이란 말인가? 유운은 쑥쓰러워하며 주위를 살피다가 레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문득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다.

'아!! 그렇지 어째서 래이 소저하고 부딪혔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지? 설마. 병이 고쳐진 것인가??'

레이는 자신을 보고 헤벌쭉 웃고 있는 운에게 일침을 가했다.

"와. 귀견처럼 침 흘린다."

운은 레이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귀견들을 바라보았다. 녀석들은 모두 똑같이 생겨 구분하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저번처럼 대장격으로 보이는 녀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 많은 수의 귀견들을 이렇게 효과적으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운은 또 다른 어떤 존재가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유운대협 조심하세요."

어디선가 들려오는 백옥 같은 목소리에 운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촌장의 딸처럼 보이는 예쁘장한 소녀가 수줍어하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운은 너무 예쁜 소녀의 모습에 잠시 넋 나간 듯 있었다.

'여.. 연비(蓮枇)낭자!!! 아. 아니구나 그. 그래도. 드. 드뎌. 나에게도 봄날이. 내 병은 고. 고쳐진게 틀림없을거야 헤헤헷'

운은 그렇게 정신을 놓고 있었지만 귀견이 되고 싶지는 않았는지 침까지 흘리진 않았다. 그때 레이가 또 한번의 일격을 가했다.

"우와 눈까지 시뻘게.."

운은 예쁜 소녀의 모습에 두 눈이 충혈 되고만 것이다. 끝내는 귀견이 되어가는건가? 그때 노련한 귀견 한 마리가 운의 상태..

즉, 정신나간 상태를 꿰뚫어보고 공격을 가했다.

인간이 2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지 못하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이라고 했던가? 허기야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다면 신이겠지.. 운은 생각하느라 귀견의 공격을 막지 못했다. 귀견의 앞발에 가격당한 운은 가슴에 발톱자국이 생기며 뒤로 주욱 미끄러져 가다가 쓰러졌다.

정말 괴기스런 파괴력이었다. 저런 녀석들을 단칼에 베는 운도 괴기스럽긴 마찬가지지만.

운을 공격한 귀견을 카인이 공격했다. 카인의 검에 당한 귀견은 마치 몽둥이에 맞은 것처럼 날아가 버렸지만 죽지 않았는지 다시 일어섰다. 카인은 다시 한번 운의 실력을 인정해야만 했다.

귀견들은 어제 자신들의 동료 한 마리를 그냥 찢어 죽인 잭이란 존재를 견제하는 듯 섣불리 다가서지 못하고 있었다. 귀견들 자체가 워낙 사악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 몸이나 힘은 보통 생각하는 동물로 착각해선 안 되는 것이다.

그만큼 강철같은 몸과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녀석들이다. 그런 녀석의 아가리를 두 손으로 찢어발겼으니<제 3세기 였더라면 잭은 오우거(Ogre)들이 형님으로 모셨을 것이다.>

잠시 또 소강상태가 되었다. 귀견들은 마치 누군가의 명령을 기다리는 듯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귀견의 공격에 당한 운을 치료하기 위해 레이가 다가갔다. 그때였다. 촌장의 딸이 운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유운대협님 괜찮으세요??"

운은 비록 상처가 심해 고통스러웠지만 앞으로 펼쳐질 봄날을 생각하며 최대한 멋진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낭자. 나 뇌룡 유운은 이 정도에 죽지 않는다오. 후훗."

운은 평소 겸손해 뇌룡이란 별호를 사용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자신을 뇌룡이라 칭하면서 목소리를 낮게 깔며 느끼한 웃음을 짓는게 아닌가. 운이 손을 뻗히자 그 소녀가 무릎을 굽히며 운의 손을 두 손으로 꼬옥 붙잡았다 너무나도 로맨틱한......

'빠지지지직!!!!!'

장면에서 갑자기 뇌전이 땅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멍해져있던 사람들은 감전의 충격으로 고통스레 온 몸을 배배 꼬고 있는 운을 바라보았다. 그 소녀도 어느 정도 충격은 있는지 머리카락이 군데 군데 하늘로 승천하고 있었으며 눈동자에 초점이 없었다.

그때 거구의 잭이 황당하다는 듯 눈을 껌뻑이며 말했다.

"저건.저..정전기(正電氣)잖아?"

뜨 악!!!!! 그랬다. 운이 가지고 있던 병은 바로 정전기였던 것이다.

이상하게 어릴 적부터 여자와 접촉을 하게 되면 정전기가 일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운에게는 보통 정전기가 아니라 거의 벼락 수준이어서 한번 접촉하고 나면 거의 맛이 갈 정도였다. 지금도 기절까지는 아니었지만 완전히 정신이 나간 것처럼 보였다.

물론 화려한 봄날의 시간이 추운 겨울로 귀환한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말이다.

사실 강호쌍룡이라 불리는 화룡 홍준용과 빙룡 정우성은 그들의 독학무공이 화공과 빙공이었기에 그런 별호가 붙여졌는데 반해 유운은 저러한 웃지 못할 약점으로 인해 뇌룡이란 별호가 붙었던 것이다.

뇌진문(雷震門)의 직전제자들은 그의 그런 별호를 별로 반기지 않았었다. 왜냐면 명문 뇌진문에서 뇌룡이 나올 줄 기대했던 것이다.

어쨌든 이 약점을 아는 자는 세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아서 이 마을 사람들도 그의 멋진 별호에 그런 사정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만큼 운은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비밀을 철저히 지키려 노력했으며 여인들과의 접촉을 피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레이와 부딪혔을 때는 그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병이 고쳐진 줄 알고 소녀의 손을 붙잡았다가 변을 당한 것이었다.

나중에 카인들이 이 말을 듣고나서 왜 유운이 뇌룡이란 칭호를 쓰지 않고 <겸손>해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

운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귀견에 의해 긁힌 상처가 벼락같은 정전기로 인해 더 터지고 타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레이가 누구인가 다소 자아를 상실해 멍청하지만 그랜드 포스 오너가 아니던가.

레이는 천천히 운의 가슴에 손을 얹고 말했다.

"아저씨 안 아프게 해줄게.. 이히히힛.."

레이가 귀엽게 웃자 동시에 하얀빛이 운의 상처를 감싸고돌았다.

그러자 터진 상처가 서서히 아물기 시작했다. 그 놀라운 광경에 모두들 놀란 표정이었다. 그때 촌장이 물었다.

"이름이 뭡니까?"

-

"레이!"

"의선 래이 여협 만세!!!"

"래이 여협 만세!! 만세!! 만세!!"

참 웃기는 동네로군 운은 자신의 상처를 치료한 레이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상처를 매너 포스로 치료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몸에 닿았는데 아무 일도 안 일어났기에 그랬던 것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있을 수 없는 웃기는 작태를 누군가가 비웃었다.

"푸하하핫. 정말 생긴 대로들 노는구나"

누군가가 귀견들 뒤에서 천천히 걸어나오고 있었다. 그 자는 분명 인간이었다. 허기사 귀견도 개니까 개주제에 말을 할 순 없겠지.

온통 칠흑같이 검은 색으로 몸을 휘감은 그 자는 손에 부채를 하나 들고 있었다. 그 부채 한쪽 면에는 마(魔)자가 붉은 색으로 쓰여져 있었고 다른 면에는 귀(鬼)자가 검은색으로 쓰여져 있었는데 운은 그것을 보고 대번에 뭔가 알아차리고는 일어나서 말했다.

"네. 네 녀석. 부채로 귀견을 조종했구나!!"

-

"후훗 뇌룡 유운. 역시 쉽게 알아보는군 내 귀여운 강아지들을 한칼에 죽이던데 네 녀석의 검은 무엇이냐?"

흑의인의 질문에 운은 다소 놀라면서 자신의 검을 바라보았다.

수수하게 생겨 일반검처럼 생겼는데 검신이 은색으로 빛나고 있었고 칼받이가 연결된 고리 부분에 둥글게 생긴 나무가 박혀 있었다. 쇠에 어떻게 나무가 박혀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나무와 쇠는 한 덩어리인 양 매끈하게 이어져 있어 마치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보였다.

"벽조은검(碧棗銀劍)을 알아보다니 눈매가 있는 녀석이로군.."

운의 말에 흑의인은 다소 놀라면서 그 검을 바라보았다. 겉보기는 대단히 수수한 이미지였는데 알고 보니 신기물(神器物)이었던 것이다.

벽조목(碧棗木)은 벼락맞은 대추나무로서 특별한 힘을 가진 나무였다. 즉, 귀신을 쫒고 악귀를 물리치는 힘을 가진 나무인 것이다.

벽조은검은 경면주사(鏡面朱砂)라는 산화(酸化)된 수은(水銀)으로 검신을 만들고 나서 벽조목을 검날받이에 붙여 만든 검으로 지금 시대에는 만들기 거의 불가능한 검이었다. 우선 벽조목을 구한다는것은 그야말로 모래톱에서 바늘 찾기였고 산화된 수은으로 탄력 있는 검신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연금술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벽조은검은 엄청난 가치를 지닌 희대의 명검이라 할 수 있었다.

당연히 악귀를 쫓는 명검이니 귀견들이 단칼에 잘린 것도 이상할게 없었다. 흑의인이 놀라는 표정을 짓자 운은 앞으로 한 걸음 나서서 말했다.

"넌 도대체 누구냐?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이상한 일들을 꾸미는게 너냐?"

-

"후훗 나같은 미천한 것이 이 모든 일들을 꾸밀 수 있다고 생각하나?"

"미. 미천한?"

카인과 잭은 상대의 말에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분명 녀석은 대단히 강해 보였지만 이 모든 일을 일으킬만한 녀석은 아닌 듯 보였다. 이제 시작인데 벌써 마지막판 왕이 등장하면 재미 없응께롱.

"내 이름은. 수견랑(狩犬郞) 구익(具溺)"

-

"수.. 수견랑????"

"후훗.. 나를 아나보지?"

-

"설마 마수귀악부(魔手鬼惡部)의 3대 마랑(魔郞)?"

"엥? 알고 있었냐? 호오.. 놀라운데?"

운의 말에 구익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마수귀악부가 등장한지는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활동이 극히 미약해서 강호사람들 대부분 그런 부(部)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뇌룡 유운이란 녀석은 자신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자신이 3대 마랑 중 한 명인 것까지 말이다.

"마수귀악부 3대 마랑중 둘째. 수견랑 구익님이시다 우하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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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왜 웃냐? 미친거 아냐?"

"험험험..제.. 제법이군 나의 존재를 아는 녀석이 있을 줄이야.."

-

"쳇 난 또 대단한 녀석이라구. 어쩐지 개새끼들을 데리고 다닐때부터 냄새가 구리더니 마수귀악부의 소행인지 의심은 갔었는데 후훗 네 동생이 그 뭐더라? 귀접랑(鬼蝶郞) 구철(具鐵) 아니냐?"

귀접이라함은 독나비를 뜻했다. 귀접랑 구철은 구익의 동생으로 3대 마랑의 막내를 맡고 있는 녀석이었다. 꼭 귀접랑이라 하여 독나비만을 부리는 것은 아니었다. 독봉(毒蜂:독벌)이나 혈승(血蠅:흡혈 파리)도 부릴 줄 알았다.

"네 네가 어떻게 구철이를 아느냐?"

구익의 질문에 운은 구익보다 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구익은 공포에 질리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서.. 설마.. 구철이를 네 녀석이??"

-

"후훗.. 요즘에 동생이 안 보이지 않더냐? 아마 저승에서 나비와 벌들에게 몰매 맞고 있을게다."

"마.. 말도 안돼 구철이가 비록 무공은 약하다만은 그 아이가 부리는 귀접과 독봉,혈승은 쉽게 막을 수 있는게 아니다. 어 어떻게."

-

"이 검의 이름을 벌써 잊은 거냐?"

"벼. 벽조은검????"

-

"후훗.. 그래.. 확실히 그런 작은 벌레들은 네 놈이 부리는 귀견보다 까다로운 상대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내가 벽조은검을 들고 있으니 아예 근처에도 못 오더군"

"그. 그렇다면 이해가 가는군 구철의 능력은 그런 벌레들에게 있던 것이지 결코 자신의 실력이 좋았던 것은 아니니까.."

구익은 동생의 죽음에 약간 슬퍼하는 듯 하다가 이내 그런 기색을 지우고는 싸늘하게 말했다.

"난 그런 구철과는 천지차이의 실력이다."

운은 구철과의 사투를 기억해보고는 다소 긴장하기 시작했다.

비록 벌레들이 접근하지 못해 구철과 각결을 펼쳐 이기긴 했지만 결코 쉽게 이긴 것은 아니었다. 그런 구철의 실력을 낮다고 평가 하다니 구익이란 녀석은 결코 만만한 녀석이 아닌 듯 했다.

"쳇. 겁주려는 모양인데 한번 겨뤄보면 알게 되겠지.."

운이 그렇게 말하며 기수식을 취했다. 그는 어린 시절 무림 5대문파(소림,아미,무당,화산,곤륜)보다 훨씬 더 유명하고 강한 태현문(太玄門)의 제자였었다. 물론 허무자로부터 장허무랑심법이란 사공??을 배운 죄로 파문 당했지만 말이다.

비록 그는 파문당하긴 했지만 오래전 자신을 거둬주었던 태현문의 독문검법인 태현극강검법(太玄極罡劍法)의 기수식(起手式:준비자세)을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태현문의 검법은 그 기수식이 다였다. 그가 배울 수 있었던 것은 단지 그것뿐이었으므로.

"겁주려고 한다구? 후후훗.. 겁주는건 이런거야!! 쳐랏!!"

구익은 호탕하게 웃더니 부채를 앞으로 뻗으며 공격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100여마리의 귀견들이 일제히 운을 향해 달려들었다. 완전 미친개들이 떼거지로 덤비는 꼴이니 사람들이 놀라 달아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촌장도 언제 응원하러 왔냐는 듯이 사라져버리고 없었다. 촌장의 딸은 그 공포스러운 장면에 정신을 차리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레이는 도망치는 소녀를 보면서 소리쳤다.

"머리카락이 중력의 영향을 거부하고 하늘로 향해 있어.. 역중력장치를 만들어 그녀의 머리에 씌우고 나서 정수기 물을 채워넣은 다음 역중력장치의 가속기를 ■k 인수를 이용해 초고속 회전하게 만들어 드라이기로 쓰는거야.. 그걸 이용해 젖은 머리를 말리면 머릿결도 좋아지고.."

-

"허걱머리통이 날아갈 걸!! 이.. 이런.. 내가 맞장구를 재.. 잭!! 공격하자!!"

"아니 먼저 익사해 죽을거야.헉.. 젠장.. --; 아.. 하여간. 그.. 그래. 알았어!!"

카인은 잭에게 눈짓한 후 앞으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한발 앞에 있던 운이 그들을 가로막으면서 말했다.

"잠깐!! 카인!! 자익!! 저 귀견들은 보통 도검(刀劍)이 통하지 않습니다!! 당신들이 상대할 녀석들이 아닙니다!!"

-

"유운대협! 걱정마시게!! 이래봬도 나 자익은. 컥. 아니 잭은.. 저런 똥강아지들에게 겁먹을 소인배는 아니니까!!"

잭은 그렇게 말하면서 앞으로 뛰어가 가장 앞서 달려오던 녀석을 발로 걷어찼다. 얼마나 무지막지한 힘인지 그 귀견은 그대로 튕겨나가 뒤에 있던 3마리의 귀견들과 부딪히며 즉사했다.

얼떨결에 같이 당한 세 녀석은 당장 일어섰지만 섣불리 공격하지 못했다.

"나도 동료들만 싸우게 내버려두는 몰인정한 녀석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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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곳에서는 자신의 목숨이 소중하기 때문에 도망쳐도 뒤에서 욕하지 않습니다!! 정당한 행동이니까!!"

"이곳 풍습은 이제 나도 알아요! 이곳 문화가 옳다 나쁘다 말하는것은 옳지 않듯이 난 나의 문화를 따르겠습니다. 내가 우리 문화를 따르려 하는 것을 막지 말아요!!"

-

"당신들 세상에선 죽음을 무릅쓰는 행동이 옳다는 겁니까?"

"그것이 죽음을 무릅쓸 만큼 가치가 있는 일이라면!!"

카인과 운이 떠드는 사이 귀견들은 바로 코앞까지 들이닥치고 있었다.

카인은 광목검을 빼어 들고는 정신을 집중하여 자신의 몸을 관(觀)했다.

어젯밤에 연습해둔 것이 있어서 움직이면서도 몸 속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카인을 향해 한 마리의 귀견이 달려들었다. 카인은 다급히 광목검을 이용해 녀석의 머리통을 내려쳤다. 녀석의 머리통은 마치 쇠파이프 찌그러지듯 뭉개졌지만 다시 일어서서 재차 공격을 가해왔다. 정말이지 괴물이었다.

운은 카인의 말에 대해 잠시 생각하느라 또 공격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운 아저씨!! 귀견이 뽀뽀하려고 해!!"

레이는 방금전 역중력장치에 대한 이론을 펼치던 고고한 모습을 버리고 아기같은 목소리로 꺄르르 좋아했다. 운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위험을 보고 좋아하고 있는 레이를 한번 눈치 준 후 검을 휘둘렀다.

역시 벽조은검은 항마(抗魔)능력이 굉장했다. 검에 맞은 녀석은 그대로 고깃조각이 되어 날아가 버렸고 옆에 있던 한 녀석까지 덩달아 부상을 당해 더 이상 걷지 못하게 되었다.

단지 스쳤을 뿐인데 6개의 다리가 모두 잘려져 나간 것이다.

잭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조그만 강아지(잭의 키는 7척이다.)들을 주먹과 발을 휘두르는 간단한 공격법으로 무력화시키고 있었다. 진짜 괴물은 잭이 아닐까?

가장 힘겨워 하고 있던 것은 카인이었다. 찌르기로는 간신히 귀견의 몸을 뚫어 상처를 낼 수 있었는데 베기로는 녀석들에게 상처를 입힐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카인에게 두 마리의 귀견이 동시에 좌우에서 달려들었다. 카인은 재빠르게 천검법(天劍法)의 토(土)의 초식을 사용해 몸을 옆으로 한바퀴 낮게 돌리며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오른쪽에서 달려들던 녀석의 몸이 반으로 잘려버리는 것이 아닌가 천검법의 초식을 사용해서??? 아니었다.

절대 아니었다. 그때 카인은 뭔가를 깨달았다.

비록 기류를 의지대로 움직일 수는 없지만 기류가 어느 한 혈맥에 뭉치는 순간을 이용해 공격하는 방법을 깨달은 것이었다. 다행히 어제의 운(運) 수행으로 인해 기류가 온몸으로 골고루 퍼져나간 상태였다. 그 기류의 물결이 팔에 뭉치는 순간 검을 휘둘렀던 것이다. 그것은 곧 힘이었다.

보통 인간의 힘즉, 카인의 보통 근육힘이 아닌 생명의 기운이 담긴 힘이었던 것이다.

그 방법을 터득하자 카인도 귀견들을 상대로 대등한 싸움을 펼칠 수 있었다.

구익은 자신의 귀견들을 계속해서 부리며 연신 놀라고 있었다. 자신이 비록 100여마리의 귀견들을 부리는데 신경 못쓰는 부분이 많다손 치더라도 녀석들은 고작 4명이 아닌가.. 4명을 상대로 100마리가 이기지 못한다는 것은 수견랑 구익으로서는 수치였다. 하지만 상대가 강한걸 어떡해?

구익은 귀견들을 자동공격모드(Automatic Attacking Mode)로 전환한 후 자신도 싸움터에 뛰어 들었다. 구익은 부채를 접고는 운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무래도 귀견을 상대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는 것은 운이었기 때문이다.

구익이 운을 향해 접은 부채를 휘둘렀다. 운은 귀견들을 상대하다가 갑자기 구익이 공격해오자 간신히 녀석의 부채를 막아냈다. 귀견도 한 칼에 베는 벽조은검과 정면으로 부딪혔는데도 부채는 멀쩡했다.

"그. 금속?"

구익은 대꾸하지 않고 계속해서 공세를 펼쳐 나갔다. 부채의 길이가 검보다 훨씬 짧았지만 구익은 놀라운 움직임으로 그런 단점을 극복해나가고 있었다.

구익의 부채가 운의 머리통을 박살낼 듯 파고들어 왔다. 운은 상체를 뒤로 젖혀서 피하는 척 하다가 왼쪽으로 허리를 돌려 구익의 부채를 검으로 쳐내고는 왼발로 허릴 걷어찼다.

구익도 만만치 않은지라 운의 발을 그대로 허리로 막아내면서 부채를 다시 휘둘렀다. 고통이 이만저만 아닐텐데도 꿋꿋하게 부채를 휘두른 것이다. 운은 녀석의 부채를 검으로 간신히 막았다. 그때 접혀 있던 부채가 갑자기 펴지더니 그 안에서 쇠침이 튀어 나오는게 아닌가??

너무 가까운 상태라 운은 피하지 못하고 부채살에서 튀어나온 침 중 무려 7개에 적중 당하고 말았다. 요행으로 급소를 피해서 맞았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당장 즉사해도 할말 없을 일격이었다.

"크. 치.. 치사하게"

운의 왼쪽 어깨부분을 중심으로 맞았기 때문에 다행히 검을 사용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었다. 운도 보통 상대는 아니었다. 비록 정식으로 배운 검법은 태현극강검법의 기수식 정도지만 여기저기서 주워먹기식으로 배운 초식들이 몇가지 있었던 것이다.

"현극파검(玄極破劍)!!!"

운의 검이 8자가 누운 모습으로 휘둘러지기 시작했다. 현극파검은 천지 도방(天地道方)의 방주인 무극신검(無極神劍) 정진(靜振)이 창안한 무극검법(無極劍法)의 한 초식이었다. 정진 방주는 무림 5대 검협이라는 최고의 칭호를 가지고 있는 노괴들 중 하나였다.

그들.. 무림 5대 검협. 태현문(太玄門)의 대문주 천태검황(天太劍皇) 용혁린(龍爀潾), 뇌진문(雷震門)의 대문주 뇌령성검(雷靈聖劍) 왕양명(王陽明), 화염궁(火焰宮)의 궁주 진화장주(眞火掌主) 승유혁(承劉赫), 빙백한당(氷白寒堂)의 당주 상승도제(常勝刀帝) 동충의(冬忠義), 마지막으로 천지도방(天地道方)의 방주 무극신검(無極神劍) 정진(靜振).. 이들이 바로 5대 무림 검협이라 칭하는 정파의 최고의 거물 노괴들인 것이다.

운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상승무공인 무극검법의 초식을 사용했던 것이다.

운의 검이 놀라운 속도로 회전하자 구익은 부채로 간신히 그것을 막았다.

하지만 검기가 실린 현극파검이 얼마나 파괴력이 있던지 금속으로 만든 부채가 다 휘어져 버려 쓸모 없게 되어버렸다.

그러자 부채의 지시를 따르고 있던 귀견들이 발광하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어떻게 무극검법을"

구익은 이젠 자신의 통제도 따르지 않는 귀견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대로 달아나려고 했다. 운은 그런 구익을 막으려고 했지만 부상 때문에 차마 따라잡지 못하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잭과 카인에게 막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던 귀견들이 주인을 잃자 더욱 지랄발광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 부채는 귀견들의 능력을 다소 제한하면서 그들을 부릴 수 있도록 만든 요물이었는데 부채가 없어지자 그들은 자유를 얻은 빠삐용마냥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카인의 등을 향해 달려들던 녀석을 잭이 주먹으로 공격해 떨구었지만 녀석은 죽지 않고 다시 일어섰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가 제3세기의 트롤도 아닌데 맞은 상처가 재생되는 것이었다. 이런 어처구니 없을 때가.

카인도 아까 깨달은 방법을 이용해 귀견들을 공격했지만 겨우 부상을 입히는 정도에서 그칠 뿐이었다. 아직 남은 귀견들이 30여마리는 족히 되어 보였다. 그리고 카인들은 무척 지친 상태였다.

이상하게 레이를 향해 공격하지 않고 있던 귀견들이 이젠 레이를 향해서도 공격하기 시작했다. 구익 녀석도 꼴에 남자라고 여자에겐 인정을 두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녀석이 사라졌으니 귀견들에겐 여자고 남자고 다 똑같은 먹이감으로 보이는 것이다.

레이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귀견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귀엽다. 헤.."

- "미. 미쳐...... 젠장"

운은 왼팔에서 계속해서 선혈이 흘러나오는 것도 신경쓰지 않은채 레이를 향해 달려드는 귀견을 단칼에 베어냈다. 역시 벽조은검에 당한 귀견은 다시 일어설 생각을 못했다.

레이는 검은색 피가 계속 흘러내리고 있는 운의 어깨를 바라보고는 놀랍도록 총명한 눈빛을 발하며 말했다.

"이것은 군자산?(君子散:공력을 흐트러뜨려 무공을 사용하지 못하게하는 미약) 독에 중독되었으니 우선 독부터 빨아내겠어요."

그렇게 말한 레이는 재빠르게 운의 어깨를 붙잡고 입으로 독을 빨아내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떻게 레이가 군자산이란 것을 알지?

흑색 피를 다섯 차례나 뱉어낸 레이는 천천히 손을 가져다 대고는 말했다.

"치유의 힘이여 선한 자를 물들게 할 지어다."

이게 무슨 도그 싸운드냐.. 어쨌든 레이의 말대로 운의 상처는 말끔히 낳아 버렸다. 이번에 운은 여자가 자신의 몸에 닿아도 멀쩡하다는 사실보다 그녀의 놀라운 지식과 치료능력에 감탄하여 또 상념에 빠지고 말았다.

'오오오. 진정 겨울은 지나간 건가.?'

항마능력이 뛰어난 검을 가진 운이 치료되자 귀견들도 서서히 몰리기 시작했다. 워낙 운의 검실력이 출중하기도 했다. 뭐 한번 휘두를때마다 한 놈씩 죽어나가니.

결국 남은 귀견들도 공포에 질려 모두 도망치고 말았다. 그렇게 해서 힘겨운 싸움은 일단락 되었다.

"저. 정말. 무서운 녀석들이었습니다."

운도 지쳤는지 다소 숨을 헐떡거리며 말했다. 카인과 잭은 아예 말할 기운도 없는지 자리에 앉아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천진난무?한 레이만이 헤벌쭉 웃으면서 귀견들의 시체가 서서히 녹아드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레이. 이리와 그런 끔찍한 걸 보다니.. 취미도 고상하군.."

-

"이건 내 취미가 아니야 난 이 불쌍한 녀석들에게 잘 가라고 송별인사 하고 있었어. 이 녀석들은 악귀에게 홀려서 이런 처참한 모습을하고 있는거야 이 녀석들의 잘못이 아니야 어떡하니.. 너희들을 이렇게 만든 자들이 바로 우리 인간들이니.."

"!!!!!"

운과 카인,잭은 레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들 셋 모두 아무 말도 못하고 그녀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 레이의 슬픈 모습을 본 운은 자신의 얼굴이 화끈거린다는 사실에 놀랄 뿐이었다.

'나. 나는 눈이 높다구 이런.'

사실 레이가 다소 귀엽기는 했지만 절대 예쁘게 생긴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처음 레이를 보았을때도 운은 아무런 감정을 못 느꼈다. 원래 예쁜 여자만 보면 환장을 하는 운인데도 말이다.

"하지만. 더 슬픈 것은. 그런 인간들을 우리가 죽여야 한다는거야."

레이의 마지막 말이 텅 빈 거리를 공허하게 메아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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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비가 많이 오네요. 개인적으로는 비오는 날을 좋아하는데요.

물론 밖에 나가지 않는다는 가정하에서요.. 장마철이라 비가 많이 오네요. 이럴땐 집에서 음악이나 듣고 책이나 읽는게 최곤데.... ㅋㅋ 그래서 한편 올립니다. -_-;;

레이가 천재인지 바보인지는 곧 밝혀질까요? 그건 저도 모릅니다.

아웅 횡설 수설이넹.... 즐독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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