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가슬렌더-78화 (78/120)

마도란.11회부터 14회 검술경연대회까지 4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검성(劍聖) 마도란이 바로 그였다. 이미 14회 대회 카인과의 준결승에서 무념에 경지에 들어선 그는 검술이라면 그 누구도 따를 자가 없을 만큼 고강한 실력을 가진 자였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전쟁에서 쉽게 이길 수는 없었다.

신검(神劍) 카켄도 제2차 세이렌 대전 때 전사하지 않았는가. 게다가 마도란은 가오그 조종에 익숙치 않은 초보였다.

그의 검술이 워낙 뛰어나고 또 무인다운 발달된 감각을 지니고 있었기에 2전대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마타 륭의 주작단은 켄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명령이 떨어지는 즉시 가오그들을 베어버릴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켄은 명령을 내리지 않고 있었다. 드라시안은 점점 초조한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마타 륭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구나.

다소 무식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켄의 지위에 오른자다.

저런 거대검만 휘두른다고 해서 결코 오를 수 있는 지위가 아닌 것이다. 도대체 무얼 노리는겐가 마타 륭'

가오그 탑승자들의 생각도 주작단원들의 생각과 같았다.

적들이 100m 정도 전방에서 더 이상 진격하지 않고 가만히 서있던 것이다. 일부러 시간을 끄는건가? 하지만 그럴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헤켈들이 불리해지는 것이다.

"적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 같은가? 마도란."

-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우리의 전력을 탐색하려는 것이고 둘째는 무언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 있는것 같습니다."

히시기의 질문에 마도란은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들의 실력을 탐색할 이유는 없었다. 가오그의 전력이야 이미 다른 도시들과 전투를 치르면서 다 파악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말인데..

"저들이 기다리는 것이 뭘까. 어쩌면 우리가 선제공격 하기를 바라는지도 모르겠군."

-

"하지만 선제공격은 안됩니다. 일단 약한 2전대의 전력이 노출될 것이고 Y 자로 넓어지는 광장에 불리한 곳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맞아.. 그럼 도대체 뭘 원하는 것일까.?"

히시기는 계속해서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았지만 뾰족한 해답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때였다. 3미터의 가오그보다 약간 작은 키에 어깨는 가오그 2대를 합친 것보다 더 벌어진 거구의 헤켈이 앞으로 나왔다. 그 헤켈은 양검 대신 거대검을 땅에 대고 서있었는데 정말이지 그 검은 작은 헤켈만한 크기였다.

마타 륭이 앞으로 나오자 그 뒤에 비슷한 크기의 거대검을 사용하는 주작 마참대 10개체가 뒤에 도열했다. 그 모습은 정말이지 웅장하기까지 했다.

마타 륭은 가오그 전대를 한번 쓰윽 둘러보더니 인간어로 외쳤다.

"난 싸움을 즐긴다. 강한 자가 이기는 것은 하늘의 법칙이다.

너희들은 강하지 못하다. 하지만 그냥 죽이기엔 너무 재미없을 듯 하다."

-

"무 무슨 소리냐?"

마타 륭의 말에 히시기가 소리쳤다. 괴물 같은 녀석이 인간의 말을 할 줄 아는 것은 굉장히 놀라운데근데 무슨 개소리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네가 짱이냐?"

-

"그렇다! 가오그 1전대장 '히시기 사나긴'이다!"

"후훗 로레타! 나오거라!"

마타 륭의 말에 주작 마참대 대원 중 가장 작아 보이는 헤켈이 그의 오른편으로 걸어와 멈추어 섰다. 상당히 균형 잡힌 몸매에 반중성인지 가슴이 볼록 튀어나온 그녀는 여성답지 않은 거대검을 가지고 있었다. 폭이 넓어서인지 1m 50cm 의 거대검은 그녀의 균형잡힌 몸매를 가냘파 보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 아이는 주작 마참대의 수장 로레타다. 이 아이와 싸워 이긴다면 오늘은 그냥 물러가도록 하겠다. 후후훗"

-

"뭐.. 뭣이???"

마타 륭의 말에 히시기를 비롯한 가오그 전대원들이 모두 놀라 서로를 바라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만약 저 헤켈을 이긴다면 시민들을 구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그 그게 정말이냐?"

-

"후훗.. 그래 저 아이는 어떠한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 싸울 것이다. 너희에게 3명을 고를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그 3명중 단 한 명이라도 그녀를 이긴다면 약속대로 우린 돌아갈 것이다. 아무런 조건 없이 말이다. 그리고 하루의 시간을 주지.. 후훗.. 사람들을 대피시킬"

"그 그런."

히시기는 아직도 마타 륭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도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정말 3명중 한 명이라도 이긴다면 하루의 시간을 주겠다는 말인가!!

놀라기는 드라시안도 마찬가지였다. 기껏 도우러 이곳까지 왔는데 이제 와서 아무 도움도 없이 싸우겠다니 그것도 로레타를 이기면 돌아가겠다고? 드라시안은 마타 륭에게 한 대 맞은 표정이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 도대체"

드라시안이 나직이 중얼거리는 말을 들었는지 마타 륭이 다음말을 이어갔다.

"대신 조건이 있다. 3번의 대결을 하는 동안 인간들을 구하는 짓거리를 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그 인간들을 구하고 있는 자들로 하여금 시합의 관중으로 삼아야한다. 어디까지나 재밌고 유쾌한 삶을 위한 시합이니 그 정도 관중은 있어야 시합할 맛 나겠지. 안 그런가???"

-

"그 그런.."

"어떤가.. 나 주작단의 켄.. 마타 륭이 약속한다. 5검중 한 명으로 반드시 약속을 지키겠다고 맹세하마. 너희들이 우리 종족을 경멸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약속정도는 지킬 줄 아는 신용을 가진 종족이다. 그리고 난 나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자아. 어떤가.

인간들의 수장이여?"

-

"."

"그대들에게 결코 불리한 조건이 아닐텐데? 이 아이는 주작 마참대의 수장이긴 하나 나보다는 훨씬 실력이 아래다. 내가 직접 나선다면 지금 너희들은 물론 저기서 도망치려고 발버둥치려는 자들까지 순식간에 몰살시킬 수 있다. 이런 기회를 마다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

"자 잠깐만 시간을 다오.. 결정할 시간을."

히시기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 생각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곤 뒤로 약간 물러나 마도란과 상의했다.

"저들의 조건을 어찌 생각하는가?"

-

"흠 아무래도 쉽게 결정하긴 힘듭니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가 이겼을 경우 하루의 시간을 준다면 해볼만한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이곳 사람들을 구하러 온 의인들까지 목숨을 잃게 될 겁니다. 저들은 지금 그 의인들의 목숨을 담보로 내기를 걸고 있는 것입니다."

마도란은 마타 륭을 바라보았다. 마타 륭은 지루한지 팔짱을 낀 채 자신과 히시기를 응시하고 있었다.

"저들을 믿어도 될까?"

-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건 어째서인가?"

-

"광선형 돔 결계의 방어 예상시간을 훨씬 단축시켜 파괴한 자들입니다. 즉, 저들의 실력은 다른 도시들을 파괴한 그 어떤 군대보다도 강하다는 뜻입니다.

우리의 전력이 다른 도시보다 강하다고는 하나 결코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입니다. 또 의인들이 이곳에 온지 채 5분도 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왕복 '4번' 이상 왔다갔다해야 모두를 구할 수 있습니다.

만약 지금 저자가 공격한다면 '한번'도 힘들 것입니다. 그리고 저자의 말대로 저들은 유리한 상황에서 저런 내기를 제의한 것입니다. 충분히 우릴 제압할 수 있는데도 그랬다는 것은 저자의 취미가 약간 고상하거나. 아니면 우리와 이주 못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구하려는 의인들까지 한꺼번에 없애려는 계략일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진다면!!!"

-

"이미 패배를 염두해둔 전투가 아니었습니까? 졌을 경우 사람들이 탈출할 시간을 벌기 위해 목숨걸고 싸워야겠지요"

"그렇군 저자의 조건 중에 우리가 졌을 경우에 대한 것은 없었으니까 우리가 대항한다고 해도 약속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지."

-

"한번 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욱 많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알겠네. 그럼 저 로레타라는 헤켈과 내가 먼저 싸우도록 하겠네. 아무래도 가오그 조종실력은 자네보다 내가 낳을 테니까.

자네는 사람들을 구하고 있는 저분들을 이리로 불러주게.

그들을 잘 이해시켜주도록 하게"

-

"알겠습니다."

마도란은 그렇게 말한 후 사람들이 모여 있는 방공호를 향해 달려갔다. 마타 륭은 한 가오그가 도망치듯 뒤로 달려갔지만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때 히시기가 입을 열었다.

"결정했소. 헤켈의 5검중 한 명인 당신! 마타 륭을 믿도록 하겠소. 당신의 이름을 걸고 한 맹세이니 약속을 지키리라 믿소."

-

"크카카핫 좋아. 좋아 그런 결정을 할 줄 알았다. 자아 이제 재밌는 경기를 관람할 관중들이 필요한데."

"이미 그들을 부르러 달려갔소."

히시기의 말에 마타 륭이 고개를 끄덕였다.

얀 일행들과 에리네 등 수많은 의인들은 헤켈들이 진입하고는 공격하지 않는 것을 보고는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가오그 한 대가 이쪽으로 달려오는게 아닌가..

사람들을 지휘하던 얀과 카인이 그 모습을 보고 가오그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가오그는 얀의 앞에까지 쿵쾅거리며 달려오더니 탑승자를 뱉어냈다.

"운(雲)!! 아. 마 마도란씨!!!!"

탑승자를 알아본 것은 카인이었다. 검술경연대회에서 서로에 대해 깊은 우정을 느꼈던 그들이었다.

자신을 위해 애써준 마도란을 카인이 어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카인은 쉐도우 프로젝트 속에서까지 자신을 도와주었던 그를 마음속 깊이 고마워하고 있었다. 쉐도우 프로젝트 때문에 잠시 운인줄 착각했던 카인은 함박 웃음을 지었다.

"아.. 아니 자네는 카인이 아닌가."

마도란 역시 카인을 알아보고는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그간 못 나눈 수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었지만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마도란은 발카로스시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기에 -검술경연대회 4회연속 우승자-그가 오자 사람들이 그를 둘러쌌다.

마도란은 얀일행과 사람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사람들의 표정은 희망과 불신이 섞인 초조한 표정이었다.

"만약 진다면.. 우리들을 모두 죽이겠다는 생각이로군.."

-

"그렇구먼. 얀 선상 말대로 그 자는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이구먼 즈그들이 이기믄 싹쓰리,즈그들이 지믄 설마..

그래도 싹쓰리 아닌감?"

"아닐겁니다. 그 자는 헤켈 중에서도 아주 높은 서열을 가진 자 같았습니다. 인간들을 공격하고 있는 헤켈의 4개 부대는 모두 엄청나게 강한 자에 의해 통솔되고 있습니다.

그런 지위를 가진 자의 말이니 빈말은 아닐겁니다."

마도란은 자신도 확실히 믿을 수는 없지만 믿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만약에 진다고 해도 도망치려면 충분히 시간을 벌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 생각을 사람들에게 전하자 모두들 수긍하는 눈치였다.

"알겠네.. 우리가 그렇게 해서라도 도움이 된다면 돕도록 하겠네. 만약의 사태에 모두 대비하게 파인리히,아크바레이"

얀의 말에 모두들 비장한 각오로 전장으로 향했다. 전장으로 향하면서 카인은 마도란에게 첫 번째 싸울 사람이 누군지 물었다.

"가오그 1전대장님인 '히시기 사나긴'일세. 검술 실력도 굉장하고 무엇보다도 가오그 전투에 대한 많은 경험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네. 내가 먼저 싸우고 싶었네만 가오그 조종은 아직 서툴러서 그분이 먼저 나섰네. 만에 하나 그분이 지게 되면. 다음은 내가 싸워야겠지"

- "수만명의 목숨이 걸린 시합이라"

"반드시 이겨야겠지.."

둘이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동안 어느새 전장에 도착해 있었다.

마타 륭은 다가온 자들의 모습을 한차례 훑어보다가 카인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카인의 눈빛을 바라본 그는 묘한 전의가 타오름을 느꼈다.

'저 저 녀석이군. 쟈칼을 엿먹인 녀석이. 후훗 풍기는 냄새를 봐선 전이 헤켈은 아닌 것 같군 아무래도 흉켈리스님이 말한 돌연변이인가'

마타 륭은 헤켈의 동물적인 육감으로 카인을 알아보았다.

카인도 그의 시선을 느끼고 끝까지 쳐다보았다. 아이 눈시려..

--; 눈싸움에서 진 것은 카인이었다. 헤켈들의 눈은 망막위에 보호덮개 구실을 하는 눈꺼풀이 하나 더 있었기에 눈을 오랫동안 감지 않아도 전혀 지장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눈은 인간의 자율반사신경과는 달라서 심지어 모래가 튀어도 눈을 감지 않을 수 있었다.

그 사실을 몰랐던 카인은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나서야 눈을 감았다. 눈싸움에서 진게 분해서 운 것은 절대 아니었다. 한 3분 계속 눈뜨고 있어보아라! 연기자들도 가장 힘들어하는 눈물연기를 스스로 해낼 수 있으리라!!

"다 모인 것 같군. 자. 이제 시합을 시작하려 한다!

조건은 지켜졌으니 만약 너희 선수 중 한 명이라도 그녀를 이긴다면 이곳에서 당장 물러나도록 하겠다. 그리고 하루의 여유를 주겠다. 하지만 너희가 진다면 이대로 공격을 하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해 불만은 없겠지?"

-

"그렇다. 하지만 너희가 공격을 한다면 우리도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하하핫. 그건 좋을 대로 해. 막고 싶어도 막을 수 없을 테니"

마타 륭은 넘치는 자신감으로 크게 웃어 젖혔다. 그제야 드라시안은 마타 륭의 의도를 눈치챌 수 있었다. 쟈칼이 당한 가장 큰 이유는 실력이 낮아서가 아니라 얀 일행들이 토꼈기 때문이었다. 얀들이 토끼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허걱 이런 라케프식 썰렁 언어유희 개그를 나 스스로 자초하다니--;

얀들이 도망치지 못했다면 쟈칼의 손에 모두 죽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을 파악해 낸 마타 륭은 그들이 도망치는 것을 미연에 막아버리기 위해 이런 시합을 제시한 것이었다. 당연히 로레타를 이길 수 있는 인간은 없을테고 시합에서 이긴 후 저들을 모두 몰살시키면 되는 것이다.

'도저히..믿을 수가 없다. 나.. 나 드라시안도 놀랄만한 작전을 저 무식한 뚱띵떡대가 생각해냈다는 것이.

내가 그를 잘못보고 있었던 것인가????'

드라시안은 경이로운 눈빛으로 마타 륭을 바라보았다. 드라시안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타 륭이 소리쳤다.

"자!! 첫 번째 시합을 시작하도록 하겠다. 시합의 규칙은 상대방을 죽이면 이기는 것이다. 그리고 흠아.. 머리 아프니 나머지 규칙은 생략하기로 하고 첫 번째 선수 나와랏!"

헉!! --;

드라시안은 마타 륭의 계략이 순전히 우연과 운이 결합된 슈퍼 초울트라 메가톤 후루꾸(Fluke:요행. 발음이 안 좋아 지송해유.--;;)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타 륭의 말에 히시기가 앞으로 나섰다. 히시기와 로레타는 헤켈들과 가오그들 사이 정 중앙에 서로 마주하고 서있었다.

그 옆을 수많은 의인들이 관중이 되어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타 륭은 언제 준비했는지 그의 몸집에 걸맞는 거대한 의자에 앉아 로레타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잘한다! 잘한다 로레타! 로레타 파이팅!! 끝내버려!!"

--;

-

"컥.음. 그럼 이제 시합을 시작하도록 하겠소."

드라시안은 마타 륭의 천진난만한? 응원소리에 헤켈들의 위신이 한순간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비통해 하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로레타와 히시기 둘 다 긴장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어처구니 없게도 인간들과 헤켈들의 살인각결대회는 열리게 된 것이었다. 드라시안이 소리쳤다.

"시작!!!!!!!!!"

초저녁인데 하늘엔 먹구름이 가득해 어두웠다. 라이오네는 더 이상 천둥이 치지 않자 잠에서 깨어났다. 윽 뭔가 이상하다 천둥이 쳐야 깨어나는거 아닌가..? 어쨌든 갑자기 조용해진 하늘을 바라본 라이오네는 이 적막함과 고요함이 알 수 없는 불안함을 자아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때였다. 티탄시 방위부에서 경계 경보가 울린 것은!!

"어라? 이 경계 경보음은 누군가가 도시를 공격했다는 말인데..

이상하네 헤켈들은 모두 2지역구에 있고 중앙지역구 북쪽에 위치한 이곳까지 오려면."

라이오네는 고개를 저었다. 헤켈들이 이곳까지 올리는 만무했다.

물론 저번 티탄시 헤켈대전에서 보였던 그들의 능력은 충분히 그럴수도 있다고 믿게 만들지 모르나 이미 2지역구를 공략하고 있는 그들이 갑자기 이곳에 나타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이다.

경계 경보음이 울린지 얼마 되지 않아 경보가 발령되었다. 경계 경보가 울린 후 경보가 발령되었다는 것은 누군가 광선형 돔 결계를 대대적인 공격으로 부수고 있다는 뜻이었다. 헤켈 한두 개체가 공격을 가해왔다면 경계 경보에서 그쳤을 테지만 경보가 발령되었다는 것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라이오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릴튼 병원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들 별일 아니겠지 하는 표정으로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다.

라이오네 역시 무언가 컴퓨터 오류로 인해 그런 것이라고 단정지었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뉴스가 HDTV를 통해 방송되고 있었다.

{현재 세이렌족의 기습공격으로 노스 메테르시가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으며 마르스시 역시 방금전 기습을 받았다는 속보입니다!!!

아!! 지금 방금 또 새로운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티 티탄시 역시 세이렌 족의 기습공격을 받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신속히!! 방공호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반드시 필요한 물건들만 가지고 가장 가까운 방공호로 대피하기 바랍니다. 계속해서 전쟁소식을 속보로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최근 전쟁 발발 이후 8세 이상 13세 미만의 어린아이들이 많이 실종되고..}라이오네는 거대한 방망이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리란 말인가. 헤켈전쟁이 발발한지 이제 겨우 이틀이 지났는데. 세이렌까지 공격해 들어왔다는 것은 라이오네는 무얼 해야할지 눈앞이 막막했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도대체 무얼 해야하지 도대체.. 아크 오빠. 나 무서워'

공황에 빠진 라이오네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얼해야할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하지만 몇분이 지나자 짐을 챙겨 방공호로 도망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지 지금은 나 혼자 뿐이야. 내가 결정해야 한다구 오빠 어떡해아냐.. 정신차리자 일단 안전한 곳으로 피하자.'

생각을 마친 라이오네는 다급히 레이의 침상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동식 침상이었기에 그녀 혼자의 힘으로도 충분히 옮길 수 있었다.

생명유지장치만 연결되어 있다면 방공호 속에서도 충분히 견딜 수 있을 것이다.

병실을 빠져나온 라이오네는 눈앞의 광경에 넋을 잃었다. 서로 먼저 도망치려는 사람들 때문에 복도가 온통 혼란 그 자체였던 것이다. 라이오네는 정신을 차리려고 애쓰며 가까스로 침상을 움직였다. 두려움에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참아내며 스스로 용기를 내어야 한다고 자기최면을 걸었다.

다행히 방공호는 릴튼 병원 지하에도 존재했다. 방공호 그 자체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것이기에 병원의 효용성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대부분의 방공호는 병원지하나 사람이 많은 고층 빌딩 지하에 많이 존재했다.

겨우 침상용 엘리베이터에 탄 라이오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엘리베이터는 만원이라 불편했지만 사람들이 많은게 도리어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듯 했다.

만약 세이렌들이 티탄시 방어시설을 모두 뚫고 들어온다면 방공호 안에서도 안전할 수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곳이 가장 안전했다.

라이오네는 갑자기 일어난 세이렌 전쟁에 대한 두려움으로 침상 위에 양손을 모으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제발 이게 현실이 아니기를.. 신이시여. 어째서 이런 일들이 생기도록 내버려두는 건가요? 왜. 서로 미워하며 싸워야 하나요?

제발모든게 꿈이기를.. 아크바레이 오빠. 제발 빨리 돌아와"

그렇게 라이오네와 레이는 지하 방공호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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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웅.. 또 에리네를 이용한 썰렁개그를. --;;

이렇게 밥벌어먹구 살아야 하다뉭 독자여러분께삼삼한 사죄의 말씀을 드리면서.. ^^;

이제 후반부네요. 3종족 전쟁.. 스타크래프트인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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