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가슬렌더-76화 (76/120)

제 목: 83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83

[기가 슬렌더] -44- 켄 쥬데카(그녀와의 두 번째 만남.....) 기가스

8장.전쟁(戰爭)의 장

-켄 쥬데카(그녀와의 두 번째 만남......)-아크로나딘 산맥 로페하벤 봉우리의 거대한 바쿤 신전.

이 거대한 신전에는 일반 헤켈들은 감히 출입조차 할 수 없는 방이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런 곳에선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헤켈들을 모아놓고 실력을 기르거나 전술 훈련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5개 검단중 4검이 모두 출동한 상태였기에 거대한 신전안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게다가 3대 조력단도 모두 전투에 참가하고 있는 상황이라 눈에 띄는 헤켈의 수도 적었다.

쥬데카는 자신의 흑풍 혈마단 소속 부하들을 훈련시키고 있었다. 다른 청룡단이나 현무,주작,백호단과는 달리 흑풍 혈마단은 정예요원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쉽게 말해 청룡단의 청룡 용아대나 현무단의 현무 음영대, 주작단의 주작 마참대, 백호단의 백호 수라대같은 뛰어난 실력을 가진 개체들로 이루어진 검단이었다. 비록 그 수는 다른 검단에 비해 1/3 정도인 30개체지만 모두 쉐도우와 가이넥 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진 최고의 용사들이었다.

비록 정예들이 모여 이루어진 강력한 검단이었지만 그들이 가진 힘은 쥬데카가 가진 힘에 비례하여 그다지 크지 않았다.

만약 쥬데카가 다른 5검처럼 오리지날 헤켈이었다면 이렇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거의 10년 전에 혜성처럼 등장한 전이 (轉移) 헤켈이었던 것이다.

전이 헤켈이란 것은 헤켈들이 죽을 위기에 닥쳤을 때 자신의 생명을 잇기 위해 최후의 발악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같은 종족이든 다른 종족이든 상관없이 자신의 인격과 기억등을 다른 자에게 전이시키는 방법이었다.

물론 이 방법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성공확률이 아주 낮을뿐더러 전이된 후에 새로운 몸에 적응하기 힘들다는 것에 있었다. 당연히 원래 자신의 몸이 더 쓰기 편한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다른 종족에게 전이하였을 경우 그 종족은 점점 헤켈로 변이하게 된다. 그러다가 끝내는 헤켈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어려운 말로.. 환골탈태(換骨奪胎) --; 하지만 이 역시 원래 자신이 가지고 있던 실력을 그대로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같은 종족으로 전이한 경우보다야 환골탈태한 몸에 적응하기 쉽지만 기본 뼈와 골격은 헤켈의 것이 아닌 다른 종족의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약해지는 단점이 있는 것이다.

쥬데카는 인간에게 전이한 전이 헤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쥬데카는 엄청난 실력을 보여주었고 그로 인해 쾌속 승진을 하여 5검중 한 명이 되었다. 당연히 다른 자들의 질시를 받는 것은 자명했다. 다행히 흉켈리스는 그런걸 따지지 않는 자였기에 그를 중용했다.

쥬데카는 자신의 임무 실패로 인해 자신의 부하들이 후방에 배치된 것에 대해 상당히 자존심이 상한 상태였다.

그 스스로가 전이 헤켈이란 것에 대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부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쥬데카는 부하들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며 생각했다.

'르부뤽의 백호단이 오라닌시를 괴멸시켰고. 락켄신의 현무단이 퉁지나시를 점령했다. 흠.. 쟈칼의 청룡단이 꽤 심각한 피해를 입고 갈로디아시에 진입하다니 이상한 노릇이군. 그곳에는 마케루시안, 그녀의 디펜션 조력단이 있다. 그런데 그런 피해를 입다니. 갈로디아시의 방어력이 굉장했나보군. 이해가 안가지만. 마타 륭의 주작단은 거의 쿼터드시 가까이에 도달했고 젠장. 그들은 모두 열심히 싸우고 있는데 나는!!'

한참 소리치던 대장의 표정이 심각해지자 흑풍 혈마단소속의 헤켈들은 바싹 긴장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상관은 굉장히 차분한 성격이었는데 가끔 폭발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때마다 그들은 혹독한 가혹행위를 당해야 했던 것이다. 한번 맞아본 놈은 조건반사라는 신경조직의 움직임을 이용해 맞았을 때의 분위기를 기억해두었다가 비슷한 분위기가 조성되면 반사적으로 안 맞기 위해 노력한다.

이들도 그런 조건반사라는 신경조직이 아직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쥬데카는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에겐 힘이 있는데 그 힘을 쓸 수가 없었다. 그는 이런 외진 곳에 적들이 출현할 가능성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이곳에 둔 흉켈리스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때였다. 한 헤켈이 헐레벌떡 들어오더니 무릎을 꿇고 말했다.

"켄 쥬데카님!!! 큰일입니다. 이랑디즈 봉우리 전초의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헤켈전사의 말을 들은 쥬데카의 안색이 굳어졌다.

이랑디즈 봉우리는 로페하벤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산맥에서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였다.

그곳은 로페하벤 봉우리로 오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하는 초소가 있었는데 그곳의 연락이 끊겼다는것은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지금은 전시. 전쟁 중에 그런 일이 발생하였다는 것은 적들이 역공을 가해왔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뭣들 하는가!!! 모두 출동준비를 하라. 5분 안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바쿤 광장에 집결하라!!"

켄 쥬데카 켄(Khen) 이란 헤켈어는 검(劍)이란 뜻이었다. 그런 켄이란 호칭이 붙을 수 있는 자는 오로지 5검뿐이었다. 켄의 명령이 떨어지자 흑풍 혈마단 소속 헤켈들이 모두 어디론가 달려나갔다.

'흠. 흉켈리스님의 생각이 잘못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란 말인가. 도대체 어떤 깡 좋은 녀석들이 이곳까지 공격해 온단 말인가.. 그것도 자신들의 도시가 박살이 나고 있는 이때에..'

쥬데카는 자신도 싸울 준비를 하고는 바쿤 광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거대한 붉은색 호수 무언가 몸을 빨아들이는 듯 무의(無義)의 의지에 의해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다. 이 기분 한번 느껴본 것 같기도 한데 기억나질 않는다.

아! 맞다.. 카루이안으로부터 도망치던 중이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방금 전 일인데 마치 몇 달 전 일처럼 생각이 되니.

힘겹게 눈을 떠보았다. 세이타르가 날 붙잡고 어디론가로 부유하고 있었고 이카루스는 루카누스의 팔에 안긴 채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아주 작은 빛의 입자들이 빠른 속도로 나에게 달려온다.

그리고 이내 긴 막대기가 되어 내 옆을 스쳐지나간다.

정말 놀랍도록 빠른 속도였다. 마치 그것들은 정지한 상태인데 우리가 그 옆을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 느낌이 아니라 사실인 것 같다. 으윽.. 점점 속도가 빨라진다.

가끔씩 지나쳐가던 빛의 입자들이 수백개 아니, 수천개가 막대기가 되어 나를 스쳐지나간다. 어느 한 점을 향해 돌진하듯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엄청난 속도에 우린 한계중력을 넘어선 듯 보인다. 온몸의 근육엔 힘이 빠져나가고 머릿속에도 피가 통하지 않는 듯 몽롱해져만 간다.

그때. 거대한 빛의 통로가 보인다. 너무도 환해 감히 바라볼 수 없을 만큼 밝은 빛의 길이. 아..

정신이 아득해져만 간다.

세느카 일행은 시간도약의 게이트를 통과한 후 모두 정신을 잃었다. 역시나 10G 의 높은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그랬던 것이다.

가장 먼저 눈을 뜬 것은 살기를 감지한 루카누스였다.

어디선가 풍겨져 나오는 강한 살기.. 조용히 세이타르를 깨운 루카누스는 주변을 경계했다.

"이 살기가 느껴지나?"

-

"그렇습니다. 루카누스.. 아무래도 적이 있는 곳으로 공간도약을 한 것 같습니다."

"쳇.. 운도 좋구만."

루카누스가 빈정거리며 살기가 느껴지는 곳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활엽수 사이로 무언가 움직이는것이 보였다. 세이타르도 동시에 그걸 느꼈는지 그곳을 향해 달려들었다.

세이타르가 공격해 들어오자 나무 뒤에 숨어있는 녀석들이 반격을 가해왔다. 그것들은 2미터 정도의 크기에 도마뱀 피부와 퇴화된 꼬리를 가지고 있었고 양 손등에는 검이 부착되어있었다. 공격해 들어가던 세이타르와 루카누스가 동시에 외쳤다.

"헤켈!!!!"

루카누스는 약간 당황했다. 아무리 브라키온이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헤켈이 있는 곳으로 자신을 보낼 리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젠장할 브라키온!!!"

(어디선가 들어본 대사! 사실 제3세기의 브라키온도

"젠장할 루카누스!! 환술을 전수해주다니!!"

라고 말하고 있는 중이었다.역시 둘은 서로를 너무 좋아한다. 둘은 통했던 것이다. 음. --;;)하지만 어쩌겠는가 세계평화고 뭐고 일단 공격해 오는 녀석들을 막아야하지 않겠는가. 다행히 헤켈은 3개체뿐이었다.

세이타르가 달려들어 한 개체를 금속 팔로 집어들고는 다른 녀석들에게 던졌다. 그의 놀라운 힘에 헤켈들은 다소 겁을 집어먹은 듯 섣불리 공격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가오사이보그 5대가 수풀 사이를 헤치고 나오더니 공격하는게 아닌가 헤켈들은 헤켈어로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인간과 세이렌이 동맹을 맺다니!!!!! 이 사실을 꼭 상부에 알려야 한다. 어서!!!"

한 녀석이 그렇게 말하자 다른 한 녀석이 어디론가로 급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루카누스는 7대사제중 한 명이었다. 나이와 연륜이 갖춰진 뛰어난 놈이란 뜻이다.

그가 비록 헤켈어를 완벽마스터 하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는 파악할 줄 알았다.

"젠장.. 죽고 싶어 환장했군"

루카누스는 자신이 일부러 적들을 놀리기 위해 가오그의 환상을 불러낸 것인데 그것을 이렇게 오해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허기야 세느카와 이카루스랑 같이 있다는 것 자체로 충분한 오해소지가 있긴 하지만..

도망치던 헤켈은 가오그 3대가 자신을 공격하는 모습에 다시 있던 곳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세이타르는 한 헤켈의 목을 비틀고 있었다. 헤켈의 육체가 비록 세이렌보다는 약하다고 하나 총알도 퉁겨내는 강한 것이었다. 그런데 마치 나무막대기 부러뜨리듯 목이 부러져 쓰러졌다.

다른 두 녀석은 이미 가오그 환상에 의한 전의상실로 거의 전투불능 상태였다. 루카누스는 더 이상 타 종족에 대한 감정이 없었기에 그들을 죽이고 싶지 않았다.

거대한 가오그의 주먹에 충격을 먹은 헤켈 2개체는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버렸다. 그와 동시에 가오그의 환상도 사라졌다.

"저들을 저렇게 놔둬도 괜찮을까요?"

-

"흠 글세. 녀석들은 우리와 인간들이 동맹을 맺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던데.."

"일단 묶어놓도록 하죠."

- "그래"

손맛을 즐기는 루카누스가 그들을 살려줬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다른 종족의 생명도 결코 하찮지 않다는것을 깨달은 이후로 살생을 자제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세이타르와 루카누스가 헤켈들을 묶어놓고는 세느카에게 돌아왔다. 세느카와 이카루스는 아직 깨어나지 않은 듯 보였다.

세이타르는 그들이 안전한 것을 확인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휴우 아무래도 이곳의 날씨와 기온을 보니 적도지방 같은데요?"

-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군. 이런 자연 수목림이 자리잡은 지대는 아크로나딘 산맥뿐이니까"

"브라키온이 이곳으로 우릴 보내다니. 너무 했군요.."

-

"그러게 말야 겨우 카루이안으로부터 도망쳤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헤켈들이라니. 게다가 우린 이곳지리도 모르는데."

"흠."

그들의 대화소리에 세느카가 눈을 떴다. 그녀의 눈에 하늘에 낀 먼지층이 들어왔다.

'늘 보던 것인데 왜 이리 낯설게 느껴지는 것일까'

세느카는 무언가 또 기억나지 않는 듯 답답함이 느껴졌다. 그런데 상실한 기억을 되새길 때 생기는 두통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사실. 이들은 제3세기로의 여행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제3세기 시간이론상 한번 지나친 기억이지만 그 시점보다 더 이전으로 가게 된다면 그 미래의 모습을 기억 못할 수도 있다는 시간법칙이론이 난무했던게 사실이니까.

믿거나 말거나.

세느카가 깨어나자 루카누스가 웃으면서 말했다.

"이제 좀 괜찮나요?"

- "네.. 다소 머리가 띵한 것 빼고는요"

"후훗. 다 마찬가지일거예요."

루카누스는 갑자기 뭔가 떠오르는 듯 세느카에게 다가가더니 앉아있는 그녀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왜 왜 그래요?"

-

"가만히 있어요. 브라키온이 당부한 두 번째 부탁을 지키려는 것뿐이니까."

루카누스가 눈을 감고는 브라키온으로부터 받았던 영상을 세느카에게 전하기 시작했다. 그 영상들은 잃어버린 세느카의 기억들이었다.

사실 브라키온은 처음부터 세느카가 부분기억상실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잃어버린 기억까지 들여다 볼 수 있던 브라키온이기에 그녀의 기억을 되찾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루카누스에게 부탁한 것이었다.

그에겐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었지만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은 없었다. 같은 대사제끼리는 정신적인 교감이 가능하다지만 (우린 통했어! --;) 정신력이 약한 세느카에겐 보여줄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루카누스에겐 그런 능력이 있었다.

바로 환술이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부분기억상실증의 원인이 바로 세이타르라는데 있었다. 기억을 되찾게 된다면 세이타르에 대한 공포심도 다시 재발할 가능성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두 번째 부탁을 할 때 이런 전제조건을 붙였었다.

'세이타르에 대한 그녀의 믿음이 확고해지면.' 이라는..

루카누스는 왠지 그 시점이 지금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그녀의 기억을 찾아주지 못할 거란 불길한 느낌도 한몫 했지만.

세느카는 자신의 머릿속으로 무언가 엄청난 것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자신과는 뭔가 이질적인 것들이 점점 자신과 하나로 동화되어간다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그녀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이었다.

그녀가 상실했던 기억 속에서도 유일하게 떠오르던 이름 카인에 대한 기억. 파인리히,미시케,아크바레이 그 외

자신이 연구했던 기억들

그녀의 무의식이 기억하기를 거부했던 최근 기억들이 모두 떠올랐다. 다만 카에살레아와의 기억은 그가 원천적으로 기억을 지웠기 때문에 구석에 숨겨져 있던 상실된 기억 속에서도 남아있지 않았다.

루카누스에 의한 기억 전송이 끝나자 루카누스는 기력을 소비한 듯 한숨을 쉬며 자리에 누웠다.

생각보다 피곤했나보다. 세느카는 기억을 되찾고 다소 어리둥절했지만 이상하게 세이타르에 대한 공포심 같은건 없었다. 아마 최근 같이 지내는 동안 그에 대한 믿음이 공포심을 이겨내도록 도와준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갑자기 너무 슬퍼졌다. 카인 비록 그와 오랜 시간동안 같이 지낸 것은 아니지만 자신을 위해 그토록 위험한 일들을 마다하지 않고 도와주지 않았던가 게다가 그녀는 미시케를 찾아 나선 카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와 지금껏 방황하지 않았던가..

'그는. 그는 날 여전히 걱정하고 있을거야..'

세느카는 자신의 상실된 기억 속에도 여전히 박혀있던 그에게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아무것도 해준게 없는데 오로지 받기만 했을 뿐인데.. 자신이 사라짐으로써 그에게 주었을 죄책감이 얼마나 심했을까하는 생각에.. 눈앞이 흐려졌다.

다소 소란스런 분위기에 이카루스도 깨어났다.

주위를 둘러본 이카루스는-루카누스는 누워서 숨을 헐떡거리고 있고 세느카는 울고 있는-갑자기 일어서더니 루카누스를 발로 퍽 찼다.

"켁!!! 왜 그래요? 이카루스!!"

한 대 맞은 루카누스는 다소 당황한 듯 벌떡 일어섰다.

하지만 너무 지쳤는지 다리가 후들거려 다시 주저앉았다.

이카루스는 세느카에게 다가가서는 그녀의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괜찮아요.. 세느카. 내게 다 말해요. 저 변태같은 자식이 무슨 짓을 했는지.."

--;; 헉!!

-

"네???"

-

"허걱..!!!"

세느카는 금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치챘다.

루카누스가 왜 그리 한없이 불쌍해 보이던지 그녀는 슬픈 기분이 언제 사라졌는지 웃음을 띄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하핫글쎄 저 변태가요 제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게 해주었어요.. 언니 호호홋"

-

"네? 이런나쁜! 아.. 잠깐. 정말이에요?

어머 이런. 미안해요 루카누스."

오해를 지운 이카루스는 애써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사과했다. 루카누스는 한 대 맞은게 억울했는지 맞은 부위를 붙잡고 더욱 엄살을 부리며 마치 우는 듯이 말했다.

"흑흑흑 내 나이 300살이 훨씬 넘었구만.. 노망난 늙은이 변태취급이나 당하고 그리고 우리 세이렌들은 모두 중성이란 말이에요!! 나 혼자서도 마음만 먹으면 애는 얼마든지 낳을 수 있단 말이에요!! 흑흑.."

- "하하하핫"

-

"호호호홋."

루카누스의 애교스런 몸짓에 모두들 웃고야 말았다.

세느카는 반드시 카인을 다시 만날 것이라 생각하고는 그들을 따라 마음껏 웃었다.

'모두 좋은 사람들이야.. 모두.'

변태 환마사 루카누스는 기력을 회복했는지 일어섰다.

그리고 저 멀리 떨어진 곳에 쓰러져 있는 헤켈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귓속말: 이봐 변태는 그만 옭아 먹으라구!) 일단 이곳을 벗어나도록 합시다. 안전한 곳이 못되는 것 같으니."

-

"그러는게 낳겠어요. 그런데 어디로 향하죠? 루카누스?"

"잉? 그걸 내가 알리 없잖아 너무 남쪽으로 내려온것 같으니까 북쪽으로 향하자."

그렇게 말한 변태 환마사 루카누스는 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귓속말:젠장.. 너 주거써!!! --++) 변태 환마사 루카누스가 걸어가자 그 뒤를 일행들이 뒤쫓았다.

(약오르냐? ^-^ 씨익)

비르수 라 드뮨 대륙은 북반구에만 위치했기 때문에 적도부분이 가장 남쪽이었다. 변태 환마사 루카누스의 생각은 정확히 옳은 것이었다.

(귓속말:내가 졌소.. 제발 용서해주시오.)(-꿇어!)(헉. 자아 꿇었소)(-울어!)(헉!!! 흑흑 이제 되었소?)(-에잇 갖고 놀기도 귀찮다! 난 간다)(헉. 이런 개자식!!!)(-뭐!! 너 계속 변태할래?)(무릎꿇고 울면서살려줘..제발 부탁이야)(-시로 시로 약오르지?)(맘대로 해라. 이 망할 자식아!!)이리햐야 변태 색골 울트라 메가톤 색마 가이 환마포르노사 루카누스는 자신의 명호를 더욱 드높일 수 있었다.

(--; 저.. 정말.. 지송해유 부뉘기 전환하려다가..)바쿤 광장에 모인 흑풍 혈마단은 켄 쥬데카가 오자 모두 무릎을 꿇었다.

"켄! 아무래도 녀석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는 듯 보입니다."

-

"쳇. 미친 녀석들이군 도대체 몇 명이냐?"

"더 많은 놈들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세이렌 2개체와 인간 2명입니다."

-

"뭐시라!! 세이렌과 인간? 어떻게 이런 일이.."

쥬데카는 첨병의 보고를 받고는 많이 놀란 듯 보였다.

인간과 세이렌이 같이 움직인다는 말은 단 한번도 들어본 기억이 없었다. 아니,역사상 이런 일이 있으리라곤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세 종족은 서로 단 한번도 화합한 기억이 없다. 그런데 세이렌과 인간들이 손을 잡았단 말인가. 그럴리 없다 세이렌이 뭐가 아쉬워서 그런단 말인가..'

"녀석들을 반드시 생포한다. 제1혈마대 는 녀석들의 후미를 끊어 지원군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나머지는 나를 따른다. 가자!"

쥬데카가 앞장서서 이랑디즈 봉우리를 향해 걸어갔다.

그 뒤에는 흑풍 혈마단 소속 제2,제3혈마대 헤켈들이 그를 따랐다. 제1혈마대는 다른 곳으로 급히 달려나갔다.

쥬데카의 말대로 적들의 후미를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만약 녀석들이 대대적인 침공을 가해온다면. 헤켈 역사상 최고의 위기가 되겠구나.'

인간과 세이렌이 협공을 가해온다면? 그것도 4개 검단이 자릴 비운 이 시점에 단 한마디로 패배일 수밖에 없었다. 쥬데카는 묘한 긴장감을 느끼며 발걸음의 속도를 높였다.

한참을 걸어가던 세이타르는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는 루카누스에게 물었다.

"루카누스 왠지 계속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

"응? 그런가? 흠.. 그 생각을 못했군 너무 북쪽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에 산 위로 오르고 있다는 생각을 못했어"

"하지만. 산을 넘더라도 북쪽으로만 가면 되지 않나요?"

세느카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산을 돌아가는 것보다 넘어가는게 힘들긴 하겠지만 결국은 같은 말일 것이다. 지리도 모르는 그들에게 산을 돌아가는 것이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냥 이렇게 가도록 하죠. 다른 길도 없는 것 같은데."

세이타르의 말에 모두들 동의했다. 이 말에 동의한것을 후회하게 될 줄은 모른채.

제1지역구. 쿼터드 시.

얀 일행들이 쿼터드 시에 도착했다. 비록 많은 사상자를 낸 전투였지만 그들의 활약으로 많은 사람들을 구해낼 수 있었다. 비록 많은 사람들을 구해내긴 했지만 기쁨도 잠시 더 큰 슬픈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오라닌시와 퉁지나시의 괴멸이었다. 퉁지나시는 인명피해가 예상보다 적었지만 오라닌시는 그렇지 않았다.

거대한 공업도시였던 오라닌시는 가난한 자들의 꿈을 먹고 자라는 도시였다. 그 도시에서는 누구나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임금이 낮은 편이었지만 희망을 갖고 살기엔 충분한 도시였다. 그런 곳에 헤켈들이 들이닥쳤다. 남은건 폐허가 되어버린 건물들과 썩어 가는 시체들뿐..

"너무..가혹하군요. 그들은.. 정말.."

-

"미시케 처자 너무 슬퍼하지 말더라고 아직 희망을 버리기엔 이릉께."

"라케프 할아버지 말씀이 옳아요. 갈로디아시처럼 우리의 도움을 원하고 있는 도시가 또 있을 거예요."

파인리히는 HDTV를 통해 흘러나오는 뉴스를 보며 슬퍼하는 미시케의 어깨를 감싸주었다. 미시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다른 곳에서도 할 일이 있을거예요."

-

"문제는 시간입니다. 시간. 이제 또 한차례 폭풍이 지나갔으니 다소 안전하게 사람들을 나를 수 있을겁니다."

미시케의 말에 얀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4개 파트로 나뉘어진 헤켈들은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공격을 감행하고 있었다. 오늘 하루동안 3개 파트가 3개 도시를 점령했던 것이다. 나머지 한 파트가 쿼터드 시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이미 보도된 바 있는 사실이었다.

"아마도 녀석들은 이쪽으론 오지 않을거예요. 제 생각으론 제2지역구에 있는 발카로스시를 공격할 것 같아요. 전쟁론이 선포된 이후에 1지역구의 방어력은 급격히 상승한데 비해 2지역구의 방어력은 허술해졌거든요 녀석들이 바보가 아니라면 그쪽을 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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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아크바레이의 말이 맞습니다.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하겠군요 발카로스시를 도우러 갈 것인지..

아니면 글랜시아시를 도우러 갈 것인지.."

얀의 말에 모두들 신중한 표정이었다. 발카로스시는 적들이 당장 침공할 가능성이 가장 짙은 도시여서 한시가 급한 곳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부담도 컸다. 글랜시아시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고 안전하기도 했다.

카인은 얀의 말에 무언가 떠올리고 있었다. 발카로스시.

동생 수아에 대한 기억.. 그리고 검술 경연대회. 잠시 고개를 세차게 저은 카인이 제일 먼저 말했다.

"위험하지만 발카로스시로 가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글랜시아시는 아직 여유가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발카로스시는.."

-

"훔냘. 하지만 말이여. 갈로디아시에서처럼 그런 행운은 두 번 다시 없당께? 그리고 글랜시아시가 발카로스시보다 더 멀지 않는가..사람들을 옮기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당께!"

"전 할아버지 의견에 반대에요. 당장 사람이 죽는데 위험하다고 그들을 포기할 순 없어요."

-

"옴마나 역시 미얀 처자는 너무 터프하당께 그랑께 남정네가 안 붙는거시여."

"뭐에욧!!!"

라케프는 미얀의 공중 회오리 질풍 무영각을 쉽사리 피하고는 그녀의 성질에 불을 붙였다.

"에구 미얀 처자! 처자가 참어 내가 노망이 나서 그랴. 하지만 노망난 내 눈에도 자네는 남정네가 안 따르게 보이는걸 워쪄? 우걀걀.."

-

"으으.."

미얀은 3단 크래쉬 펀치를 사용하는척 하다가 윈드 썰트 매직 돌려차기를 먹였다. 뛰어난 무인이었던 라케프도 이번엔 방심했는지라 발차기에 맞고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하지만 언제 맞았냐는 듯 벌떡 일어서더니 최후의 말빨 일격을 가했다.

"시방 나 때렸는감? 나중에 두고보소 미얀 처자가 남정네들 만날 때마다 그 무서운 성깔 다 꼬질르고 다닐랑께.. 랄라랄라.. 라랄라라 움헤헷"

-

"정 정말 너무 하는군요. 흑."

"허걱!! !"

라케프의 말에 미얀의 표정이 갑자기 너무 진지해졌다.

진지해진 그녀의 표정은 너무도 예쁘고 슬퍼 보였다.

그리곤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게 아닌가. 슬금슬금 피하던 라케프는 미안한 감을 느꼈는지 사과하기 위해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미얀 처자. 저기 그거시 마리여"

'퍽! 퍽!! 퍽퍽퍽퍽퍽퍽!!!!'

미얀은 아까 실패했던 공중 회오리 질풍 무영각이 얼마나 현란하고 파괴적인 공격인가를 선보이려는 듯 라케프 샌드백을 흠씬 두들겨 팼다. 라케프는 순간적으로 그녀의 연기력에 속았음을 칭찬하며 정신을 잃었다.

"내가 소같네 그려.. 내가 젖소.."

라케프는 자신의 놀라운 언어유희에 모두들 웃으며 까무러치기를 기대했는데 썰렁하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뭐시여 시방 나으 개그를.. 개(그)무시하는거시여?"

라케프의 언어 유희성 질문에도 다른 일행들은 여전히 심각한 표정으로 어디로 갈지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싸늘한 겨울 바람이 불어오고. 작지만 곱게 늙어서인지 정정한 라케프의 흰색 머릿결이 바람결에 날렸다. 미시케는 그의 실망스런 표정이 그렇게 멋질 수도 있구나!하고 감탄했다. 그때..

나머지 일행들은 의견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미시케의 말대로 발카로스시로 가기로 말이다.

"에휴."

-

"무슨일 있었습니까?"

"아니여 아무것도 아니구먼."

얀의 질문에 라케프는 쓸쓸한 뒷모습을 보이며 어디론가 걸어갔다. 그리곤 땅바닥에서 무언가를 줍더니 슬프게 미소지으며 그것을 입안에 넣었다. 모두들 그의 안쓰런 행동에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건 미얀한테 맞아서 떨어진 그의 틀니였다. --;;

의견이 모아지자 그들의 행동은 빨라지기 시작했다.

신속하게 호크를 준비한 그들은 쿼터드 시에서 발카로스시까지는 대략 40Km 가 떨어져 있었다. 시간상으론 왕복 10여분정도가 소요하는 거리였다.

그때였다. HDTV 에선 발카로스시의 외곽에 주둔한 헤켈들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벌써 공격이 시작된 것이었다. 광선형돔 결계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채 1시간도 남지 않은채 에너지 바(Energy bar)가 점점 줄어드는 모습이 생중계 되고 있었다.

일행들은 더욱 서둘러 발카로스시로 향했다.

일반 헤켈들은 인간들보다 10■20센치정도 커서 평균신장이 거의 2미터에 육박했다. 하지만 이 자의 키는 2미터 30센치가 넘어 보였다. 게다가 그 덩치는 어떠한가.. 온 몸의 각질이 마치 근육질의 균형 잡힌 몸매를 연상시키듯 굴곡져 있었으며 그의 인간 허벅지만한 팔뚝에는 다른 헤켈들과는 다르게 거대한 검이 들려있었다.

일반 헤켈들은 그들의 체형에 잘 맞고 방어와 공격에 유리한 양검(Double-sword)을 들고 다녔다. 그런데 이자는 거대한 몸집에 걸맞은 거대검을 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 거대검의 길이는 2m 정도 되었고 너비가 대략 80cm 정도 되었다. 검 하나가 사람 하나 크기라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노릇이었다.

바로 이자. 바로 헤켈 5검중 한 명. 주작단의 켄인 마타 륭이었다. 워낙 풍기는 외모가 공포 그 자체였기 때문에 그의 부하들 역시 덩치 좋은 녀석들이 많았고 주작 마참대는 그러한 마타 륭에 못지 않은 무식한 거대검을 다니는 녀석들로 이루어진 그룹이었다.

마타 륭은 자신을 보좌하고 있는 꽤 늙어 보이는 헤켈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동거리가 길어 생각보다 늦었구료 다른 3검은 이미 맡은 지역을 점령했다고 들었소만.."

-

"그렇다네 이미 켄 르부뤽이 오라닌 시를, 켄 락켄신이 퉁지나 시를 점령했지. 켄 쟈칼이 갈로디아시를 다소 어렵게 제압했지만 성공적이었다고 들었네. 오늘 남은 과제는 바로 이 발카로스 시뿐이지"

"후훗 드라시안. 당신과 우리 주작단의 조합은 너무도 환상적이지 않소? 공격력이 최강인 주작단에 당신의 오펜션 조력단까지 그 뉘라 우리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겠소?"

-

"원투(12) 있는 말일세.. 하지만 너무 방심하지는 말게.

자존심 센 쟈칼을 물 먹인 녀석들이 있으니까."

"그게 무슨 소리오?"

-

"후훗 마타 륭 쟈칼의 실력은 자네도 잘 알걸세 솔직히 검의 기교면에선 쟈칼과 자넨 차이가 있지..

그런 쟈칼이 마케루시안 그녀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그렇게 고전을 한 상대가 있더란 말일세."

"."

-

"후훗 너무 기분 나쁘게 듣진 말게 그렇다고 자네가 쟈칼보다 못하다는 소리는 아닐세 다소 무식한 면이 있다는. 험험 취소하네.."

드라시안은 마타 륭의 거대한 몸집의 근육들이 꿈틀거리자 이내 자신의 말을 취소하고는 화제 돌리기 수법을 사용했다.

"아마 그 녀석들이 이곳도 나타날걸세. 나 드라시안은 조력단 역할말고도 뛰어난 군사이기도 하니까.."

마타 륭은 드라시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도 그 점은 인정하고 있었다. 드라시안은 흉켈리스의 총애를 받을만큼 머리도 좋고 앞날을 내다보는 안목도 있었다.

드라시안은 쟈칼을 물 먹인 녀석들에 대한 소식을 마케루시안에게 들었다. 그녀가 비록 많은 도움은 되지 못하였으나 그런 그녀의 도움을 받은 쟈칼을 그렇게 고전시킨 상대는 처음이었다. 그런 그들이 향한 곳이 쿼터드 시라고 했으니..

'후후훗. 영웅심에 불타 오르는 녀석들이란.

쉽게 명예욕에서 벗어날 수 없지.. 함정에 빠지기도 쉽고 말야.. 하하하핫'

드라시안은 냉소를 지었다. 마타 륭은 점점 광선형 돔 결계의 두께가 얇아지는 모습을 보고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오펜션 조력단의 도움을 받아서인지 결계가 약해지는 속도가 빨랐다.

'후훗.. 어떤 녀석들인지 궁금하군. 쟈칼 녀석이 당한것은 아무래도 기습을 당해서였던 것 같군 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라면 얘기가 다르지..'

"기피하기(忌避遐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후훗"

-

"잉? 지피지기(知彼知己) 아닌가?"

"드라시안! 지금 따지는 거요? 험험--;"

-

"아니야 아닌걸 내가 왜 따지겠나?

그래.. 마음껏 기피하게."

"우하하하하 쟈칼. 내가 너보다 낫다는것을 보여주마. 음냘냘냘."

드라시안은 마타 륭의 무식한 모습에 고개를 흔들며 생각했다.

'상대가 만만치 않네. 쟈칼은 5검 중에서 가장 실력이 좋은 녀석일세 머리도 자네보다 좋고.

그런데 그런 그를 화나게 만든 상대라네.. 그것도 쥬데카같은 전이 헤켈..'

드라시안은 마케루시안으로부터 상대가 쉐도우를 가지고 있는 전이 헤켈이란 말을 들었다. 아직 변이가 끝나지 않아, 환골탈태가 되지 않았기에 인간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드라시안은 전이 헤켈 자체를 증오했다. 그가 쥬데카를 싫어하는 이유도 단지 그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전이 헤켈의 싹을 자르려는게 그의 목적이었다.

'마타 륭을 이용해 도시도 접수하고 전이 헤켈의 싹도 자르고 후후훗. 이런 것을 일석이조(一石二鳥)라고 하지.'

드라시안은 켄 이란 지위에 걸맞지 않게 다소 무식한 마타 륭을 바라보고는 속으로 비웃었다. 루카누스와 일행들은 산꼭대기로 올라갈수록 숨이 차오는 것을 느꼈다.

고지대라서 공기가 많이 부족했던 것이다. 특히 체력이 약한 이카루스는 많이 지쳐보이는듯 했다.

"언니 괜찮겠어요?"

-

"하아 하아 괜찮아요 이 정도쯤이야.. 뭐.. 호홋.."

"힘들면 말하세요. 이카루스. 너무 무리하는 것도 안좋아요. 공간 이동하느라 많이 지쳐 있을텐데.."

-

"세이타르 걱정말아요. 이정도하아."

"쳇 에이 안되겠어! 잠깐 쉬도록 하자! 세이타르!"

이카루스의 숨넘어가는 소릴 참지 못한 루카누스가 쉬어가자고 하자 모두들 환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런데 이곳은 어디지?"

-

"글세. 로페하벤 봉우리가 아니길 바래야지."

"로페하벤 봉우리라뇨?"

- "그건 말이죠? 세느카 헤켈들이 은거하고 있는 봉우리 이름이에요. 그곳에서 살고 있다고 들었어요"

세이타르의 대답에 루카누스가 설명을 덧붙였다.

"아직 헤켈들이 있는 곳엔 가보지 못했지만 우리끼리도 전혀 충돌이 없던 것은 아니었죠. 우리에겐 언더 플레인이라는 이동수단이 있었기 때문에 헤켈들이 어디 있든 찾아가는것은 문제가 안되거든요."

루카누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지금 언더 플레인 한 대만 있어도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땅속을 다니는 자동차같은 기계이기 때문에 이러한 산을 넘을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헤켈들과의 충돌은 될 수 있다면 자제하려고 했죠.

서로 피해가 크니까요. 하지만 아주 오래 전엔 그렇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거의 천년도 더 된 얘기니까 현재 인간들에 의해 개발된 땅들이 그 당시엔 그렇지 못한 곳이 많았죠 어딘지는 모르지만 대규모 충돌도 있었다고 들었어요. 종족간 전쟁처럼. 너무 오래된 일이라 전해져 내려오는 소문만 있을뿐 근거가 있는것도 아니죠."

루카누스의 말에 세느카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질문했다.

"현재 인간들이 사는 곳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구요?"

- "그곳이 아마 지금 3지역구 그쯤 되었을 거예요"

"그렇군요 그런데 왜 그런 흔적이 전혀 남아있지 않은걸까요 유적이라도.. 앗!!!!"

-

"왜 그래요?"

-

"무슨 일이에요!!"

"3지역구에 알리타인 유적이 있어요. 그곳에 아냐..

아냐. 그럴리 없지 다른 종족이 학계에 보고된 것은 최근 1■200년 사이니까."

-

"흠. 우리 종족의 역사를 그렇게 짧다고 판단하는것은 오해에요. 인간들 못지 않게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거든요. 다만 최근에 일어난 충돌이 1■200년 사이에 일어난 것뿐.."

"그 그럼.. 어째서 그 전에 일어났던 종족간 전쟁이 왜 우리 인간들에겐 전혀 모르는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것이죠?"

-

"글쎄요 솔직히 나 같은 7대사제도 그것을 소문으로만 들었을 뿐 사실이라곤 장담할 수 없군요.."

"정말 이상한 일이군요.. 그것도 인간의 영토에서 일어난 헤켈과 세이렌의 전쟁이라.. 흠.. 에이 모르겠다."

-

"후훗 과거도 중요하지만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죠.

우린 세 종족간의 화합을 도모해야하고. 세 종족들은 서로 싸우려 하고 있고.."

루카누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다소 회의적인 표정을 지었다. 물론 세이렌의 표정변화가 인간보다 다양할 순 없었지만 그런 표정이란 것을 짐작케 하기엔 충분했다.

"우리가 해낼 수 있을까요?"

세느카의 질문에 세이타르가 대답하려하는 찰나였다!

세이타르는 대답대신 다른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도망쳐!!!!"

세이타르의 외침과 동시에 헤켈 20개체가 그들을 둘러싸며 등장했다. 물론 그 대장은 당연히 켄 쥬데카였다.

세이타르는 기척 없이 등장한 적들의 실력이 굉장함을 알고 바싹 긴장했다.

루카누스 역시 이런 곳에서 헤켈들을 만난 이상 살아 돌아가긴 힘들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젠장할 브라키온. 나중에 두고보자..'

다소 버벅거리는 말투였지만 루카누스가 헤켈어로 말했다.

"난 세이렌족 7대가제 환마사 루카누스 듀 르네라고 훈다.

너거들과 난 다구리 붙으러 온 것니 아니다."

약간 틀린 발음과 어긋난 문법, 방언이 섞여있었지만 헤켈어는 헤켈어였다. 쥬데카는 굉장히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하니 세이렌이 헤켈어로 말한 것이란 말인가..

"그럼 무슨 이유로 온 것인가. 그것도 인간들과 같이.."

쥬데카의 말을 루카누스가 나머지 일행들에게 인간어로 통역해주었다. 루카누스가 인간의 언어까지 유창하게 구사하는 모습을 본 쥬데카는 한 번 더 놀랐다. 그리곤 이내 그도 인간어로 말을 건네었다.

"다른 종족의 언어를 아는 것으로 보아 너의 신분이 아주 높은 것 같구나 난 헤켈족 5검 중 한명인 켄 쥬데카다.

다시 한번 묻겠다. 너희들은 무슨 연유로 이런 곳에 온 것이냐?"

-

"당신들을 설득시키기 위해서에요.."

헤켈이 인간어를 하자 세느카가 나서서 말했다. 그녀를 바라본 쥬데카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녀는 그녀는 자신이 납치하려다가 실패한 바로 그 인간이 아닌가!!!!

"우 우리들을 설득하다니 무슨 말이냐?"

- "아무것도 모르고 죄를 짓고 있는 당신들의 실수를 보상해주려 하는 거예요"

"실수?"

- "그래요. 당신도 역시 그 유희의 희생자이기 때문에"

쥬데카는 세느카의 말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말해 그녀의 말이 귀에 잘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을 이 꼴로 만든 장본인이 아닌가.

'아직까지 기회는 있다. 그녀를 데리고 간다면 실패했던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는 것이다.'

쥬데카가 묘한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을 바라본 루카누스는 묘한 불안감이 엄습해 옴을 느꼈다.

'역시 녀석들과 대화로 해결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말인가.. 브라키온 녀석이 기솔라벨카와 어쩔 수 없는 싸움을 택한 것도 같은 이유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땐 그럴만한 힘이 있었지만 지금은..'

루카누스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헤켈 20개체의 눈빛이 모두 살아있는게 녀석들의 실력이 보통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분명 아까 만났던 초병녀석들과는 차원이 틀린 녀석들이다. 싸움을 한다면 질게 뻔했다.

'젠장. 이제 어쩌지.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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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누스의 최대 위기 과연 루카누스는 이 위기를 어떻게 빠져나가게 될까요? 하아 고민되네.. 아 중간에 루카누스를 변태취급해서 웃겨볼라고 햇던거 정말 사과 드립니다.

앞으론 자주 안써먹고 가끔 써먹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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