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78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78
[나노 브레이커] -5- 노린 막서스(소드 마스터의 경지......그리고 재회) (5) -노린 막서스(소드 마스터의 경지그리고 재회)-크레돈 제국을 목적지로 결정한 후 세느카는 레스가 누워있는 방으로 갔다. 레스는 아까 그 모습 그대로 잠을 자고 있었다.
침대 곁으로 다가간 세느카는 레스의 긴 머릿결을 쓰다듬어 주었다.
"너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어. 무슨 말이라도 해주고 싶은데 그게 널 더 상처받게 할까봐 그럴 수 없어"
세느카는 눈물자국 때문에 얼룩이 진 레스의 얼굴을 살며시 닦아주었다. 그러자 레스가 천천히 눈을 떴다.
"어머. 깨어났구나. 이젠 괜찮니?"
레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생각해보았다.
크레돈 제국의 문장. 물론 그는 어느 제국의 문장인지 그런 건 알지 못했다. 다만 기억에 그런 문장을 가진 기사들에 의해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가 짓밟혔다는것은 남아있었다.
'난 아버지를 저주하고 말거야.'
세느카는 레스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고는 무슨 말을 할까 고민했다. 그러다가 레스가 벙어리가 아니란 사실을 떠올리며 말했다.
"아참.. 너. 혹시 아까 네가 말한 거 기억나니?"
레스는 세느카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자신과의 맹세를 어겼던 것이다. 거의 10년동안 지켜온 맹세를..
"그랬죠. 절대 말하지 않겠다고"
레스가 입을 열어 말했다. 세느카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정말 말을 할 줄 알았던 것이다. 그것도 또박또박.
"난 널 돕고 싶어. 네가 노예든 아니든 그런걸 떠나서 그냥 널 도와주고 싶어."
-
"아뇨.. 그러지 마세요. 전 온통 비뚤어진 녀석이니까.
언젠간 당신도 나로 인해 상처 받을테니까. 난 저주받은 녀석이니까.."
레스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감정이 복받치는지 나오는 눈물을 참으려고 애썼다. 세느카는 그런 레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너의. 슬픔을 이해한다고 말하지 않아. 너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고 생각지 않아. 너의 상처를 아물게 해줄 수 없다는 거 알아. 하지만 난 널 믿고 널 도와주고 싶어.
네가 도움받기 싫다면 날 위해서라도 슬퍼하지 말아.."
-
"."
세느카의 말에 레스는 끝내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런 레스를 그녀는 자신의 뜨거운 품으로 안아주었다.
'그래. 누군가를 위해서 무언가를 하게 되면.. 새로운 희망이 생길지도 몰라. 희망을 갖는 다는 것 자체로 마음의 상처는 치유되기 시작하는거야 네 맘속에 남아있는 공포와 슬픔.. 스스로가 없애나가야 하는거야.'
레스는 세느카를 자신의 엄마라고 생각하고 슬피 울었다.
서럽도록 슬프게.. 그리곤 천천히 고개를 들어 말했다.
"어렸을땐 엄마랑 같이 살았어요 아버지는 동방인이셨는데 정신이 오락가락 했데요. 그래서 내가 5살 때 죄를 짓고 혼자 도망쳤죠. 엄마는 아버지를 찾으러 온 기사들에게 유린당하시고 흑흑. 그들은 나에게 '난 악마의 자식이고 어머니는 창녀다.' 라고 말하도록 강요했죠. 난 그때 결심했죠.. 다신.. 말하지 않겠다고전 아버지를 저주했어요. 엄마는 돌아가시고 전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맞았죠. 그땐 정말 죽는줄 알았는데 용케 살아 있더군요. 그렇게 떠돌다가 노예매매상에게 붙잡혔죠. 여기저기 팔려다니다가 버논 아저씨한테까지 온거에요. 벙어리에다가 멍청하게 행동했으니. 날 살 사람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버논아저씨가 절 사더군요 그래서 이렇게 여기까지 온거죠."
세느카는 묵묵히 레스의 말을 들었다. 그 누가 이 어린 아이의 슬픔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그 기사라는 것들이 크레돈 제국의 녀석들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그래 그래 슬픈 것은 네가 흘린 눈물속에 묻어버려.. 네 어머니도 그걸 바라실거야. 네가 꿋꿋하고 멋있는 남자로 크는걸 보고 싶어하실거야."
-
"고마워요 누나.."
레스가 세느카를 올려다보며 아름답게 미소지었다.
그 맑은 미소 지금껏 볼 수 없던 그의 순수한 모습이었다. 세느카도 같이 미소지으며 레스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레스의 볼이 붉으스레해졌다.
레스는 자신의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에 당황하며 고개를 숙였다. 세느카는 아까 있었던 충격이 도리어 레스의 마음을 열 기회가 되었음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일행들은 적의 움직임이 있기 전에 테란시를 빠져나가기로 했다. 기스알 시까지는 하룻밤이면 충분히 갈 것 같았다. 게다가 이 도시에는 튼튼한 말이 많았기에 이동하는데 불편함은 없었다. 레스도 더 이상의 발작?
은 없었다.
트라이덴 제국,료겐 드와이트 후작의 성.. 트라이덴 제국은 과거 20년전에 1차 제국전쟁,혹은 마도전쟁이라 불리는 거대한 전쟁에서 승전국이었다. 그 시대 가장 강성했던 국가는 크레돈 제국이었다.
제1차 제국전쟁은 당시 트라이덴 왕국과 바이어린 공국,노리아 왕국,메가논 교국이 협공하여 크레돈 제국을 공격한 전쟁이었다.
이유는 단순하게도 크레돈 제국이 마왕을 불러냈다는 것이었다. 단순한게 아닌가--? 그것 때문에 전쟁하지 말 것을 교리로 내세우고 있는 메가논 교국도 참전했다.
어쨌든 그것이 사실인지는 당시 높은 귀족신분을 가진 자들밖에는 알지 못했다. 그리하여 크레돈 제국은 마의 제국이라 불리며 공격을 받았고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그 당시 드뮤니언 대륙의 1/3 이상을 차지했고 소드 마스터 2명에 그랜드 나노 오더까지 보유한 최강대국 크레돈 제국이 그 정도 공격에 그렇게 무너진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혈겁크레돈 제국이 무너진 가장 큰 이유는 두명의 소드 마스터를 잃었다는 것 당시 전 대륙에 단 2명뿐이었던 소드 마스터가 한꺼번에 죽임을 당했던 것이었다.
그것도 바로 그들이 불러냈다는 악마, 그 마왕에 의해서 말이다.
2명의 소드 마스터를 잃은 크레돈 제국은 얼마 안가 패전국으로 전락하였으며 트라이덴 왕국에게 토린평원을.
메가논 교국에게 아즈테이드 평원을 떼어주는 대가로 전쟁을 종결지을 수 있었다. 그 두 개의 평원은 이 드뮤니언 대륙에서 가장 기름진 곳으로 크레돈 제국의 밥줄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그런 곳을 내어주면서까지 평화협정을 맺었으니. 그들의 패배는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의외의 승리에 트라이덴 왕국은 왕을 황제로 승격시켜 트라이덴 제국이 되었으며 대륙에서 가장 크고 강한 나라가 되었다. 흠. 하여간!!! --;
료겐은 자신의 서재에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보였다.
아마도 아까 신탁의 소년의 행동 때문이겠지 그때 료겐의 심복인 네르만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래 알아보았나?"
-
"옛,후작 각하. 역시 예상대로 테란시를 떠났사옵니다.
아마 내일 오전중으로 기스알 시로 진입할 것입니다.
그곳에서 크레돈 제국의 국경까지는 불과 10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사옵니다. 그곳에서 끝장을 봐야합니다."
"흠.."
료겐은 이번 작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신탁.. 물론 첩자에 의해서 알아낸 정보였다.
크레돈 제국이 비록 20년 전에는 패전국이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강성한 대국이었다. 그때의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서인지 더욱 강력한 군대를 양성하였고 기사들을 훈련시켰다. 그래서 지금은 트라이덴 제국과 거의 대등한 힘을 지닌 강대국이 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첩보활동을 못하는게 아니어서 첩자들은 신탁의 소년에 대한 정보를 빼내온 것이다.
그 신탁의 내용은 실로 기가 막혀서 료겐은 그 정보를 듣는 즉시 그 소년을 납치하기로 결정하고 공격을 감행했던 것이다.
'신탁의 소년 바로. 그 악마의 아들. 녀석이 내 극소법을 소멸시킨것도 역시 그래서인가.. 휴우'
료겐은 자신이 재빠르게 후퇴한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악마의 아들이 폭주한 상태였기에 자칫 잘못하다간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악마는 혼자서 소드 마스터 2명의 목숨을 앗아가지 않았는가 아무리 그랜드 나노 오더라 해도 그 악마를 이길 자신은 없었다. 그러니. 레스가 폭주했을 때 지레 겁먹고 도망친 것도 당연했다. 만약 자신이 도망치고 나서 얼마 안 있어 신탁의 소년이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을 료겐이 알았다면 땅을 패대기치며 통곡했을 것이다.
"우리가 먼저 이동해야한다. 쟈발크 기사단을 출동시켜라.
적을 모조리 죽여도 좋다. 신탁의 소년을 제외하고.."
- "알겠습니다. 각하"
쟈발크 기사단은 트라이덴 제국의 근위기사단 다음가는 강력한 기사단이었다. 30명의 기사단 전원이 소드 스페셜리스트들이고 그중 과반수 이상이 쉐도우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기사단장인 노린 막서스는 트라이덴 제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소드 마스터였다.
그런데 사실 둘째가는 소드 마스터였다. --;
이런 전력을 보유한 기사단을 내보낸다는 것은 그야말로 모든 것을 이번 작전에 쏟아 붓겠다는 뜻이었다. 이럴만한 가치가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는 자가 있다면 20년전의 혈겁을 목격하지 못한 자이리라..
악마의 자식.. 이것이 뜻하는 것은 곧 궁극의 힘을 뜻했다. 그 악마가 20년전에 보여주었던 가공할 힘은 여전히 높으신 귀족들의 뇌리에 정확히 남아있었다.
그런 힘을 이은 아이가 세상에 나타났는데 어떤 국가가 그 아일 내버려 둘 것인가.. 같은 편일 경우 천군만마와도 같겠지만 적일 경우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 되지 않겠는가 아마 크레돈 제국이 레스를 데려가려 하는 것이나 트라이덴 제국이 그를 납치하려 하는 것이나 같은 맥락일 것이다.
[시간은 사막을 초원으로 바꿔 놓았네,기대고 싶은 곳에 두 개의 달과 모든 것의 근본인 극소자의 구(毬)를 가진 소년이 있어. 두개의 달은 처음과 끝을 뜻하지만 그것은 처음부터 하나인 Nano matetrial. 오래전 태어난 멸(滅)의 힘을 가진 자,세상을 징벌하리니 흘린 눈물은 피바다를 이루게 할 것이며 대지와 하늘이 통곡하고 말리라..그리고!]
이것이 신탁의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뒷부분부터는 크레돈 제국의 그랜드 나노 오더인 브라키온 할 모과이 공작이 불에 태워버렸다. 아무리 신탁이라도 그게 운명이라도. 그걸 거스를 수 없다면 운명에 순응하고 살아야만 한다면 세상을 살 아무런 이유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물론 그 뒷내용을 아는 자는 오직 브라키온 밖에 없을 것이었다.
료겐이 입수한 신탁의 내용도 정확한 것은 아니어서 어깨에 달의 문신을 가진 소년이 세상에 나타나 세상을 멸할 징벌자가 될 것이란 게 다였다. 물론 신탁이란게 워낙 난해하기 때문에 그 내용을 해석하기란 무척 어려웠다. 그래도 똑똑하다는 자들이 머릴 맞대고 도출해낸 결론이니 가장 타당할 성 싶었다.
그랬다. 신탁의 소년은 온 세상을 피로 물들게 할 징벌자?였던 것이다. 그런 소년을 자신의 제국소속으로 만들어 다른 나라를 징벌 하겠다는게 정치가들의 야심이 아니겠는가.쩝..
쟈발크 기사단은 료겐의 명령을 받고 즉시 출동했다.
노린 막서스 후작은 료겐 드와이트 후작의 명령에 따른다는 것이 약간 불만이었으나 워낙 중대사였기 때문에 즉시 명령에 따라 기스알시로 이동했다. 사실 같은 후작이라고 해도 기사보다는 나노 오더가 훨씬 인정받는 시대였기에 동급에선 나노 오더가 서열이 더 높았다.
굳이 더 설명하자면 기사보다는 나노 오더가 훨씬 강했다. 실력이 계급을 결정하는 사회였기에 어느 정도 실력을 가진 나노 오더들은 꽤 높은 직위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무식한 기사들보다 머리도 좋았기에 대부분의 전략은 그들이 짰다. 한명의 나노 오더로 수십명에서 수백명의 기사와 병사들을 한꺼번에 죽일 수 있었기에 전투시 최초 목표는 무조건 나노 오더였다.
나노 오더를 죽여야지 마음놓고 싸울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쉐도우란 갑옷 이상의 개념을 지닌 생체병기가 기사들에게 부여되어 어느 정도 항극소법력이 생겼지만 그건 약한 나노 오더들에게나 통하는 것이지 강력한 나노 오더에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쉐도우에 생긴 상처는 고스란히 접속자의 몸에도 생겼고 고통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어느 정도 이상의 나노 오더들은 정말 무서운 존재들이었다.
물론 극소자인 나노 머티리얼을 다룰 줄 아는 자가 그다지 많지 않았기에 그들의 수는 기사들에 비해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러니까..
에.. 험쩝. 그만두자. --;;;;
기스알시.
7명의 여행자들이 시내로 진입했다. 모두 말을 타고 있었는데 주민들의 시선을 주목시키기에 적당한 파티였다.
2명의 미녀 숙녀들과 미소년, 멋진 흑기사, 강력한 종족이라 알려진 세이렌 2명 그리고 나머지..
'나머지'란 가장 중요한?! 캐릭터가 되어버린 버논이 가장 앞에서 말을 몰며 말했다.
"마을 분위기가 이상한 것 같은데."
버논의 말처럼 기스알 시의 분위기는 썰렁했다. 마치 폭풍전야를 떠올리게 만드는 정적이 흘렀다.
"아무래도 녀석들이 우리보다 먼저 이곳에 온 것 같군요. 기스알 시도 마찬가지로 바이어린 공국의 영토니까. 트라이덴이 마음대로 행동하는 것도 이상할게 없죠"
레지드는 주변을 경계하면서 가장 선두에 섰다.
그리곤 한마디 덧붙였다.
"피곤하겠지만 그냥 돌파하겠습니다. 이곳에서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
"그렇게 하도록 하죠."
레지드의 말에 세이타르가 대답했다. 그들은 더욱 속력을 높여 시 중앙을 가로질러 나갔다.
크레돈 제국과 국경이 맞대어 있는 곳까지는 30분정도만 가면 되었다.
기스알 시를 뒤로하고 넓은 평지가 나타났다.
국경이 철책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라 그냥 이쯤이 국경이다라고 해 놓은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크레돈 제국의 래던 시에 도착해야 안전하다고 할 수 있었다.
계속해서 흐르는 적막함이 일행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레지드는 이쯤에서 적이 나타나야 절묘한 타이밍이 아닐까 생각했다. 생각이-레벨 업 되어-씨가 되었나?
그 생각과 동시에 적이 등장했다. 그것도 레지드가 예상한 수의 2배가 넘는 강력한 적들이.
쟈발크 기사단들이 국경을 불과 3Km 앞에다 두고 나타났다. 언뜻 보아도 20명은 족히 되어 보이는 숫자였다. 게다가 가장 선두에서 기사들을 이끌고 오는 자는 레지드도 잘 아는 자였다.
"크.. 노린 막서스 후작!!!"
레지드가 그렇게 외치자 구레나룻이 아주 잘 어울리는 쾌남아 인상의 사내가 웃으며 대꾸했다.
"오랜만이네. 피아시아스 백작. 그동안 폭삭 늙었구만."
켁.. 이것들이 멘트 맞췄나!! 레지드는 료겐에 이어 노린마저 자신을 늙었다고 말하자 진짜 그런가 하고 반문하여 보았다. 결국 그는 네라이조마드와의 힘든 싸움 때문에 조금 더 늙어 보일수도 있을거란 결론을 내렸다. 에휴. 이래서 여럿이 한명 바보 만들긴 쉽다니까.. --;
"후훗 예상보다 적이 몇 마리 더 많군. 그것도 세이렌이라.. 너희 나란 꽤 세이렌 녀석들과 친한가 보군. 궁정 나노 오더에다가 저 녀석들까지."
노린이 그렇게 말하고는 세이렌들을 유심히 살펴 보았다. 둘 다 눈매가 살아있는게 보통 녀석들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비겁하게.. 20명이나 동원하다니. 그것도 트라이덴 제국에서 두 번째로 강한 쟈발크 기사단을."
레지드가 분한 투로 말했다. 사실 그가 화를 낼만도 했다. 자신이 아무리 소드 스페셜리스트 최상급의 실력이라해도 저들중 3■4명이 협공하면 질게 뻔했다. 저들도 모두 소드 스페셜리스트 들이었던 것이다. 하물며 소드 마스터까지 있는 상황에서야..
노린이 나선다면 몇 분 되지도 않아 전멸 당할 것이 분명했다.
'큰일이군 료겐 드와이트 후작녀석이 기사단까지 동원할 줄이야허기야. 트라이덴 제국으로서는 이번 일을 비밀스럽게 할 이유가 없겠지'
레지드는 어떻게 하면 이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하고 고민해보았다. 하지만 적은 자신이 예상한 수의 2배가 넘었고 그것도 모두 강력한 기사들뿐이었다.
어제 상대한 네르만의 부하들과는 천지차이의 실력들인 것이다. 그때 노린 막서스를 조롱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봐. 그쪽 대장놈! 너 구레나룻 멋으로 길렀냐?
거. 웬만하면 깎아라. 아무리 신체발부 수지부모라지만(맞냐--?)그렇게 지저분하게 길러 미관상 공해를 일으킨다면 기사된 도리,즉 기사도를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깎아야 되는 거 아니냐?"
이 독설 이쯤에서 이게 누군지 떠오르지 않는다면 당 장 이 책을 덮어 겉표지부터 차근차근 잘근잘근 씹어 먹어보라. 영어 단어 외우는 식으로..--;;
말은 루카누스가 했는데 당황한 것은 레지드였다. 상대는 트라이덴 제국에 2명밖에 없는 소드 마스터중 한명인 노린 막서스 후작이 아닌가.. 적의 화를 돋궈봐야 손해보는 것은 우리가 아닌가..
"루카누스!! 아 아무리 그래도.."
레지드가 뭐라 말을 하려 했지만 이미 노린은 이성을 상실한 지경이었다. 그만큼 그는 구레나룻에 대해 긍지를 가지고 있었다. 하루의 대부분을 검술 연마와 구레나룻 다듬기로 보내는 녀석이니 말 다했지 쩝 --;
"네 녀석이 달린 주둥아리라고 함부로 놀리는구나.
나 노린 막서스에게 지금껏 구레나룻이 지저분하다고 말한 자는 없었다. 혹 있다해도 살아있지 않을 것이다.
죽으려고 발악하는구나. 오냐 죽여주마. 그러기 전에 내 칼을 피로 더럽힐 네놈의 이름이나 알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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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훗.. 네 녀석도 주둥아리가 붙어 있다고 함부로 떠드는구나. 나 루카누스 듀 르네에게 지금껏 너처럼 까부는 놈은 처음이다. 혹 있다해도 다 내 손에 죽었겠지.. 헤헷 너도 죽으려고 땐싱(dancing) 하는구나!! 오냐 죽여주마.
그러기 전에 내 손톱에 낀 때를 더럽힐 네 놈의 이름이나 알자꾸나!! 아차 이름은 말했나?
그럼 용무나 알자꾸나 헤헤헷.."
이 어찌 기막힌 맞짱이 아니겠는가.. 그 긴 대사를 하나도 틀리지 않게 외워두었다가 그대로 상대방을 골리는 루카누스.. 역시 그는 천성적으로 비꼬는 재주를 타고났다.
"으으으.. 공격하라!!!"
노린의 폭발한 이성이 공격을 지시했다. 원래는 조용히 말로 타일러 국제적인 분쟁-타국의 백작을 살해했다는-을 야기시키지 않으려고 했던 노린이었다.
허나 지금은 분쟁이고 나발이고 다 때려 죽여 눈알을 숟가락으로 후벼 파낸 후 빨대로 쪽쪽 빨아먹고 싶은 심정이었다. 무시무시한 놈 --;
루카누스는 상대방 녀석이 이성을 잃고 공격을 지시하자 다소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머머 무서우셔라.. 젠장. 도망쳐!!!"
워낙 루카누스가 대담하게 맞짱을 떠서인지 레지드는 그가 뭔가 비기를 가지고 있었기에 그러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고작 '도망쳐!!' 라니..
일행들은 말머리를 돌려 신속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워낙 신속한 후퇴였으나 그들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미 배후에 10여명의 기사들이 매복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젠장 그래서 기스알 시가 그렇게 조용했던 거로군.."
포위된 상황이 되었다. 아까보다도 훨씬 상황이 안 좋았다.
"휴우 할 수 없군.. 오늘도 저에게 오르가즘을 느끼게 해주시는 큐탕 쿠 매지그님 아차차. 그 놈은 나쁜 놈이지. 어쨌든 신이여 감사합니다. 가자!!
세이타르!!"
루카누스가 그렇게 말하며 달려나갔다. 그러자 세이타르도 그를 뒤쫓아 기사들을 향해 돌격했다. 레지드는 그들의 무모함에 혀를 내둘렀다. 세이타르와 한번 겨뤄본 그로서는 그들의 실력으론 어림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는 수 없지!!!"
레지드 역시 말을 탄 상태로 돌격해 들어갔다. 수적인 열세.. 뜨내기 검사들과 소드 스페셜리스트 한 명의 대결이라면 수적 열세따윈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슷한 실력이라면 '따윈'이란 말을 감히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쟈발크 기사단의 실력은 정말 굉장했다. 서로의 호흡도 척척 맞았고 실력도 소드 스페셜리스트 중급 이상이었다.
초급이었다면 레지드의 상대가 되지 못했겠지만 중급이상이 두,세명씩 협공을 하니 레지드에겐 벅찬 상대였다.
세느카와 이카루스를 보호하기 위해서 버논과 레스만이 남아있었고 세이타르와 루카누스,레지드는 혈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래도 꼴에 기사들이라고 비겁하게 인질극을 벌이는 짓은 하지 않았다. 그런거 없이도 충분히 이길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
적의 숫자는 전혀 줄지 않는데 몸에 생기는 생채기들은 갈수록 늘어만 갔다. 레지드는 혹시나 쉐도우와 접속하면 레스가 발작을 일으키지 않을까 해서 접속을 기피하고 있었는데 이쯤되니 그런걸 따질 여유가 없었다.
쉐도우와 접속한 레지드는 어쩔 수 없이 말에서 내려 공격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레스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쟈발크 기사단 소속의 기사들도 쉐도우를 가지고 있는 자들은 접속을 하였고 그렇지 않은 자들은 신중한 공격을 시도했다.
확실히 레지드가 쉐도우와 접속하자 그렇지 못한 상대편 기사들이 하나,둘씩 쓰러져갔다. 루카누스는 전사타입은 아니었지만 결코 밀리지 않는 솜씨를 보이며 적들과 싸우고 있었다. 허기사. 아직 환술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보면 최악의 상황은 아닌 것이다.
특히,세이타르는 워낙 빠르고 강력한 오른팔이 있었기에 적들의 검을 그것도 체내에 쌓여 있는 매너 포스를 사용한 공격을 쉽게 막아내고 있었다.
"굉장하군..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저 세이렌들은 둘 다 그래플 스페셜리스트 같군. 특히 저 금속팔을 가진 녀석은 최상급을 상회하는 실력을 가진. 설마.."
노린은 설마 그래플 마스터는 아닐 거란 생각을 했다. 몸 안에 쌓여있는 진기. 즉,매너 포스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줄 아는 것이 마스터의 경지였다.
참고로 동방제국에선 임독양맥(任督兩脈) 자세히 말해 옥침(玉枕),녹로( ),미려(美麗) 세군데를 말하는데 이곳이 통하게 되면 체내에 있는 진기를 온몸에 마음대로 운용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지를 바로 생사현관(生死玄關)의 경지라 했다. 어쨌든 험험.
노린의 눈에 세이타르는 전혀 매너 포스를 사용하지 않고 적들과 싸우고 있었다. 그것이 이상할 노릇이었다.
사실,매너 포스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오른팔은 도대체 무슨 금속인지 내력이 담긴 공격에도 흠집하나 나지 않았던 것이다. 허기사.. 모든지 녹여버리는 부식성을 가진 드래곤의 피에 닿았는데도 멀쩡했으니..
노린은 하나,둘씩 자신의 부하가 쓰러지자 직접 전투에 참가했다.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끝날 줄 알았던 싸움이었으나 세이렌들이 생각보다 강했던 것이다.
노린이 달려들면서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자 그의 검에서 시퍼런 기운이 맺히기 시작했다. 바로 매너 포스였던 것이다. 역시 마스터라 다른건가? 너무도 멋있는 발검(拔劍) 장면이었다.
노린이 고른 상대는 바로 세이타르였다. 레지드의 실력도 굉장했지만 쉐도우와 접속하지 않은 상태의 세이타르가 더욱 눈에 거슬렸던 것이다.
워낙 세이렌들이 세상에 나와 활동하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에 빛과 전쟁의 신 아리네우스 신전에서 그 자격을 인정받은 세이렌은 거의 없었다. 그렇다는것은 대부분의 세이렌들이 쉐도우를 가지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노린은 쉐도우와 접속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채 세이타르에게 검을 뻗었다. 순간적인 살기를 느낀 세이타르는 다급히 오른손을 들어 노린의 검을 막았다.
'챙!!'
금속 마찰음이 들리며 둘은 뒤로 약간씩 물러섰다.
역시나 세이타르의 팔은 멀쩡했다.
'나의 내력이 담긴 검을 금속팔로 막아내다니 도대체 어떤 금속이길래'
노린은 생각이 끝남과 동시에 연속 공격을 펼쳤다.
그의 클레이모아(Claymore)가 횡으로 그어지다가 종으로 방향을 바꾸자 세이타르가 허초에 속아넘어갔다.
정말 전광석화와도 같은 공격이었다.
하지만 세이타르가 누구인가 광마 휘페리언의 속도에도 당황하지 않던 그가 아닌가.. 비록 적의 허초에 속았지만 다급히 몸을 회전시켜 검을 피해냈다.
하지만 노린의 공격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세이타르가 피할 것을 예상했는지 낙하지점을 이미 검이 가르고 있었다.
"크으.. 타핫!!"
세이타르는 몸이 양단되려던 찰나 검을 금속팔로 붙잡았다. 노린의 클레이모아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미친 매너 포스가 담긴 검을 맨손으로 붙잡다니!!"
-
"금속손이닷!!!"
세이타르는 노린의 괴력에 놀라며 소리쳤다.
세이렌족은 타고난 괴력의 소유자들이었다. 그런 세이렌과 힘겨루기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노린은 오우거 계통의 괴물이란 말인가.?
노린은 검이 붙잡힌 상태에서 필살기를 사용했다.
"커썰트(Cut sault!!!)"
외침과 동시에 검을 한손으로 바르게 잡고 다른 한손으로는 손잡이 밑둥을 손바닥으로 받치고선 사선으로 베었다. 그러자 서슬퍼런 강기(剛氣)가 검을 타고 그대로 분출되어 뿜어졌다.
노린의 예상대로라면 강기에 의해 금속팔이 잘리면서 몸통이 이등분되어야 했다.
세이타르는 카루이안이 사용했던 것과 비슷한 섬광(초식에 의존한 검강 공격이었기에 카루이안이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강기다발과는 수준차이가 나는 공격이었다)이 뿜어지자 본능적으로 회피해야 함을 느꼈다. 노린이 검을 휘두르는 반동에 몸을 실어 사선으로 모든 걸 베고 있는 검강(劍剛)을 피해내었다.
하지만 검을 붙잡고 있던 금속팔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상당한 것이었다. 세이타르는 상대방의 실력이 예상보다 강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레지드 정도의 상대라고 생각했던 것이 큰 오산이었다.
레지드는 열심히 싸우고 있었지만 30명이나 되는 적을 상대로 어찌 이길 수 있겠는가.. 그것도 모두 실력자들인데..
점점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루카누스도 더 이상 몸으로 부딪히는 짓은 하지 않고 있었다. 적들에게서 약간 멀리 떨어져-결국 레지드 혼자 남게 되었다-그의 주특기인 환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적들의 수가 워낙 많았고 또 소드 스페셜리스트 급이라 정신력도 상당했다. 정신력이 높은 상대를 환각에 빠지게하기 위해선 더욱 강력한 환술이 필요했다. 그것은 즉, 한꺼번에 모두를 상대할만큼의 환술을 쓰기 힘들다는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누구인가. 루카누스 듀 르네, 가장 배우기 어렵다는 창조의 술, 환술의 대가가 아닌가 환술사라는것은 되고 싶다고 아무나 될 수 있는 그런 부류의 것이 아니었다.
뛰어난 미적 감각과 높은 정신력, 상대방의 공포심까지 볼 수 있는 마음의 눈(心眼) 이런걸 모두 충족시켜야 하는 것이다. 루카누스는 한꺼번에 열명 가까이 환각에 빠뜨렸다.
쟈발크 기사단의 기사들은 갑자기 등장한 크레돈 제국의 기사들 때문에 혼란스러웠다. 비록 열대, 여섯명의 숫자였지만 불쑥 튀어나왔다는 것이 너무 두려웠던 것이다.
"젠장 크레돈의 기사들이 매복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아까 첨병을 보냈을땐 아무도 없었잖아!!!"
"크아 다 죽여버려!! 싸그리 죽여버려!!"
패닉에 걸린 쟈발크 기사단 소속 기사들이 환각에 대고 마구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루카누스는 계속 환각을 운용하면서 미소지었다.
'후훗 공포는 또 다른 공포를 잉태하지. 나의 공포는 곧 너의 공포로 전이되고 말야.'
레지드는 적이 패닉에 걸려 혼돈된 상황이 되자 활기를 얻었는지 잘 싸우고 있었다. 어느새 쉐도우와 접속하지 않은 상대 기사들은 보이지 않았다. 쉐도우와 접속한 기사들도 쉐도우에 상처를 입은 것을 그대로 느끼기 때문에 부상자들은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30:3의 수적 열세가 극복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패닉에 걸려 허우적거리던 기사들이 루카누스의 기운이 빠진 틈을 타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루카누스가 힘들어하며 중얼거렸다.
"젠장 역시 무리인가"
세이타르는 자신의 기운을 금속팔에 담기 시작했다. 그러자 은은한 백금색 빛이 금속팔에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놀랍군.. 역시 그래플 마스터였나!!!"
노린은 상대가 매너 포스로 자신의 팔을 감싸는 것을 보고는 그렇게 말했다. 소드 스페셜리스트들도 매너 포스를 검에다 실어서 공격할 수는 있지만 노린이나 세이타르처럼 은은한 광채를 내게 할 수는 없었다.
그것이 그들과 마스터의 차이였다.
노린의 클레이모아를 오른손으로 흘린 세이타르가 왼손톱에 진기를 담아 노린의 복부에 꽂아 넣었다.
아니, 꽂아 넣었다고 생각했다. 노린의 하프 플레이트 메일이 손톱에 찢겨져 나갔다. 노린은 순간 당황했는지 뒤로 한참을 물러나서 숨을 골랐다.
세이타르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계속해서 공격을 감행했다. 둘은 서로 한수, 한수 치고 받으며 막상막하의 대결을 펼쳤다. 그 누가 검이 길이가 길다고 소드 마스터가 그래플 마스터를 이길 것이라 했는가..
하지만 이미 상황은 악화될대로 악화되어 있었다.
레지드는 자신의 극소력검을 이용해 라이트닝 볼트까지 써가며 고군분투 했으나 끝내 체력이 바닥나고 말았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루카누스의 환각도 사라졌다. 아무리 세이타르가 노린과 대등한 대결을 펼치고 있다고 해도 절대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왜냐하면 아직 노린은 쉐도우와 접속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이다.
레지드는 뒤에서 떨고 있는 세느카 일행을 바라보았다.
신탁의 소년 레스.. 만약 레스가 어제 자신에게 보여주었던 놀라운 힘만 보여준다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몰랐다. 아니, 이길 것이다. 그 악마는 소드 마스터도 이겼었으므로 하지만 레스는 자신이 그런 일을 했었다는 것을 기억조차 못하고 있었다. 역시 폭주하고 있을때의 기억이라 그런가?
절망이었다. 임무를 수행하기는커녕 목숨도 건지기 힘든 상황이었다. 적의 숫자가 30명에서 거의 반으로 줄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200%의 힘을 발휘한 것이었다. 그게 어디인가.. 그게.. 레지드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미 쉐도우에 생긴 수많은 상처들에서 피가 베어 나오고 있었다. 상처의 고통보다도 출혈로 인한 피로가 레지드를 더욱 괴롭혔다. 겨우 검을 땅에 대고 쓰러지지 않기 위해 서 있었다.
루카누스도 상당히 무리를 했는지 자리에 선채로 체력을 모으고 있었다. 이대로 죽는다는 것은 7대사제의 자존심이 허락지 못했다. 최후의 발악이라도 하고 죽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세이타르는 노린과 막상막하의 대결을 펼쳤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 노린의 검술이 한 수 위였기에 결코 우세한 싸움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모두.. 위험한 상황이었다. 레스는 두 나라의 기사들이 자신을 놓고 싸운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자신이 뭐길래. 악마의 자식이라서? 정말 그래서일까? 그가 어제 보였던 가공할 힘 때문에? 하지만 그는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할 수만 있다면 저들을 말리고 싶었다.
왜 자신 때문에 애꿎은 생명의 불꽃들이 사그라들어야 하는가.. 왜!!
그때였다. 레스는 뭔가 힘이 집중되고 있음을 느꼈다.
그것도 가공할 파괴력을 가진 거대한 힘이.. 마치 이곳에 있는 듯 하면서도 없었고 느껴지면서도
실재하지 않는 듯한 힘이
갑자기 레스가 우측에 보이는 넓은 평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그곳에서 등장인물 1,2 가 갑자기 나타났다. 그것은 바로 워프를 이용한 순간이동이었던 것이다.
"파괴의 불꽃(Demolition flame)!!!"
갑자기 등장한 등장인물 1 이 양손에 쥔 요상하게 생긴 지팡이를 앞으로 내뻗으면서 그렇게 외쳤다.
그러자 그의 지팡이에서 세상을 삼킬 듯한 엄청난 수의 불꽃구들이 쟈발크 기사들을 향해 날아갔다.
그 불꽃구들은 파이어 볼의 수배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와 폭발력을 가진 그야말로 파괴의 정점, 그 자체였다.
데몰리션 플레임 한방에 쉐도우와 접속한 쟈발크 기사단 소속 기사들 8명이 즉사하고 남은 기사들도 중상을 입고 쓰러졌다. 부하들과 약간 떨어져 싸우고 있던 노린만이 그 공격의 희생자 명단에서 벗어났다.
자신의 부하들이 모조리 쓰러지는 처참한 광경을 목격한 노린이 광분하며 외쳤다.
"누 누구냐!! 이런 궁극의 극소법을 구사한 자가!!!"
노린이 바라보는 곳에는 등장인물 1이 천천히 지팡이를 땅바닥에 대고 있었다. 궁극의 극소법..
극소법을 사용할 수 있는 인간의 한계가 7싸이클이라 했다. 그것도 거의 천부적인 재질을 타고난 천재들만이 얻을 수 있는 궁극의 경지였다.
물론 인간의 한계였으므로 드래곤 같은 희귀종자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극소자와 친화력이 강했기에 9싸이클의 극소법까지 사용할 수 있었다.
데몰리션 플레임.. 이 궁극의 극소법은 8싸이클의 법력을 가져야지만 사용할 수 있는 그야말로 극의(極意)의 기술이었다. 이런 기술에 당했으니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신께 감사하고 부모님께 감사하고 적들에게 감사해야할 것이다.
노린의 질문에 등장인물 1 옆에 있던 등장인물 2가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치사하게 3명을 상대로 30명이라니 노린 막서스 후작님도 많이 비겁해지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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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당신은. 라일 폰 렌시아 후작.."
노린에 의해 등장인물 2의 이름이 라일 폰 렌시아라는 것이 밝혀졌다. 노린은 크레돈 제국의 소드 마스터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라일이 등장한 것에 작전이 실패했음을 느꼈다.
하지만!! 방금전 그 극소법은 그랜드 나노 오더의 작품일 터! 그렇다면!!! 노린은 라일에게 가려져 잘 안보이던 자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흠. 세이렌!!! 세이렌이라 컥!!! 그렇다면!!!'
다시 말하지만 인간이 세이렌의 얼굴을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이것은 우리가 개구리를 바라볼 때 그 놈이 그놈같은 것과 미국인이 동양인들을 봤을 때 그놈이 그놈같은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런 이유로 노린은 그 세이렌의 얼굴만 보고는 누군지 짐작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뭐. 세이렌에 그랜드 나노 오더라는 사실만으로도 누군지는 뻔하지.
"브. 브라키온 할 모과이 공작!!!!"
노린이 놀라 그렇게 외치자 세이타르와 루카누스들도 깜짝 놀랐다. 그 이름은 자신들이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동료이자 선배의 이름이 아닌가..
노린의 외침에 등장인물 1 이란 허물을 벗은 브라키온이 앞으로 걸어나왔다. 세이타르와 루카누스는 그가 틀림없는 브라키온임을 알고 너무 기뻐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너무 지치지만 않았다면 당장 그랬으리라..
"미안,미안.. 후훗.. 내가 좀 늦었지? 제3세기로 들어서면서 전시안 능력이 많이 줄어 들어서리. 후훗"
분명 브라키온의 말은 오랜 지기를 대하는 말투였다.
물론 과거의 루카누스와 브라키온은 서로 사이가 무척이나 좋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지금은 껴안고 뽀뽀라도 해주고 싶은데
"너 이자식!!!! 살아 있었구나!!!"
루카누스가 그렇게 말하면서 브라키온에게 달려갔다.
브라키온도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직접 과거의 친구를 만나게 되니 너무도 반가웠다.
라일은 처음 보는 세이렌 녀석이 크레돈 제국 최고의 귀족인 브라키온 할 모과이 공작에게 달려드는 것을 보고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브라키온의 손이 그것을 제지했다.
브라키온과 루카누스가 서로의 손을 붙잡고 재회의 기쁨을 느끼고 있을 때 노린은 마치 꿔다 놓은 보리자루가 된 기분이었다. 난 엑스트라가 아니라구!!!
"이제 날 어떻게 할거요? 모과이 공작!"
과거의 친구를 만난 기쁨에 노린을 신경쓰지 못하던 브라키온이 웃으며 말했다.
"막서스 후작. 당신같은 인재를 죽인다면 트라이덴 제국의 크나큰 손실이겠지? 물론 가상의 적국인 트라이덴의 손실은 우리 크레돈 제국의 이익이기도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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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라구!!!"
노린 막서스 후작은 브라키온의 말에 자신의 몸이 저절로 공포에 떨고 있음을 알았다. 그의 말은 죽여버리겠다는 뜻이 아닌가. 아무리 소드 마스터라 할지라도 방금전 데몰리션 플레임 같은 공격을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하하핫 너무 놀라지 마시오. 우리의 이익이겠지만 그건 나라의 이익이지 나의 이익이 아니니까. 당신을 죽일 생각은 없으니. 서둘러 부하들을 데리고 이곳을 떠나시오. 아직 살아있는 자들이 있으니!"
브라키온이 그렇게 말하자 노린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서있었다.
"가기 싫다면 안 아프게 죽여줄 수도 있다!"
브라키온의 일갈에 노린은 정신을 차리고 부상당한 부하들을 데리고 미리 만들어둔 이동진(移動陳)으로 갔다. 그의 부하들도 큰 부상을 입었지만 죽기는 싫었는지 처절하게 기어서라도 이동진으로 움직였다.
그움직이는 숫자는 고작 7명에 불과했다. 트라이덴 최고의 기사들이 모여 만들어진 쟈발크 기사단이 하루아침에 몰락하는 순간이었다.
이동진에 도착한 노린은 분통이 터졌지만 목숨을 살려준 상대에게 고개 숙여 답례했다.
"오늘의 치욕. 절대 잊지 않겠소!!! 모과이 공작! 워프!"
노린은 브라키온의 대답도 듣기 전에 공간이동을 해버렸다. 이동진은 쉽게 극소법을 구사하도록 만든 진형이었다. 미리 나노 오더를 이용해 이동진을 만들어 두고는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 그것을 사용하려 했다.
이런 처참한 후퇴를 위해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다.
노린과 그의 일행들이 사라지자 브라키온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적군의 기사들이었지만 그 많은 생명을 그것도 자신의 가장 악날한 기술중 하나인 파괴의 불꽃을 이용해 앗아갔다는 것이 마음 아팠다.
비록 그는 크레돈 제국의 궁정 나노 오더로서 어쩔 수 없이 전쟁에 참가하곤 했지만 그럴때마다 이런 딜레마에 빠지곤 했던 것이다.
그가 누구인가.. 제2세기의 전시안 브라키온이 아닌가세느카로부터 모든 생명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을 느끼고 이해했던.. 그런 그에게 이런 전쟁은 진저리가 났다.
"후훗.. 이제 우리도 가야지 모두 이리로 모여!"
브라키온의 말에 뒤에 물러서 있던 숙녀들과 레지드가 그에게 다가갔다. 그의 지팡이는 어느새 극소자를 모았는지 희뿌옇게 빛나고 있었다. 모두가 다 모이자 브라키온이 요상하게 생긴 지팡이를 공중으로 들며 외쳤다.
"워프!!"
엄청난 빛이 그들을 감싸안았고 이내 그들은 빛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