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77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77
[나노 브레이커] -5- 료겐 드와이트(신탁의 소년..... 쉐도우를 보다.....) (4) -료겐 드와이트(신탁의 소년...... 쉐도우를 보다)-바이어린 공국은 드뮤니언 대륙에서 가장 강성하다고 알려진 트라이덴 제국의 속국이나 다름없는 나라였다.
공왕이 다스리는 나라로 공왕은 5명의 제후들 중에서 한명을 선출하여 뽑았다. 그래서 공왕이 죽으면 자식에게 물려주는게 아니라 다시 5명의 제후들이 의논하여 새로운 왕을 뽑게 되는 것이다.
이런식이니 자연히 공왕의 세력이 강할리 없었고 5제후들 사이의 권력다툼이 야기될 수밖에 없었다. 그로 인해 대제국 트라이덴의 속국으로 전락해버렸다.
매년 엄청난 조공과 처녀 그리고 노예들을 갖다 바쳐야했다. 그렇다고 살림살이가 쪼들리는 것도 아니었다. 지리상 노리아 왕국과 트라이덴 제국,크레돈 제국에 둘러싸여져 있어 중간 무역으로 많은 돈을 벌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머나먼 동방제국과 무역을하여 값비싼 실크나 그 외 화약류등을 수입하는 이 대륙에서 유일무이한 대외무역항도 존재했다.
비록 조공을 바치는 별 볼일 없는 나라지만 건물들이나 사람들은 부유하기 그지없었다. 그래서일까? 바이어린 공국의 수도인 테란시는 노리아 왕국의 수도인 데아도르시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아름다운 도시였다.
세이타르 일행들도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었는지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버논은 이곳에 처음 와본 것이 아니라 별 다른 감흥이 일지 않는지 다른 일행들보다 약간 앞에서 묵묵히 걸어가고 있었다.
사실 그는 세이타르 일행들과 동급으로 취급받기 싫어 앞서서 걸어갔던 것이다.
'어머머.. 저 아름다운 정원 좀 봐.' '이야.. 끝장인데?' '와. 저건 보석이잖아!!!' '너무 멋져..*^^*' 등등.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모두 이상하게 바라볼 정도로 그들은 촌뜨기 같았다. --; 이런 심정은 레지드도 마찬가지였지만 그에겐 아름다운 숙녀 한 분이 계셨기에 그런 얼굴 팔림은 참아낼 용기가 있었다.
'용기 있는 자 미인을 얻으리. 흐흐흐'
길을 가던 일행의 눈에 선술집(Pub)이 눈에 들어왔다.
좀 더 정확한 표현을 하자면 버논의 눈에 들어왔다는것이 옳을 것이다.
버논은 드래곤과의 사투를 포함해서 힘든 여정의 피로를 풀어야한답시고 다짜고짜 술집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그 '쾌락의 나락'--; 이라는 선술집은 술뿐만 아니라 숙박도 제공하고 있었다. 각자 방을 정한 일행들은 팀의 리더?인 버논의 의견에 따라 술을 마시기 위해 1층 태버언에 모였다.
이미 한번 술이란 요물에 대해 충분히 그 공포를 실감한 세이타르와 루카누스는 아주 천천히 술을 마셨으며 레지드는 오랜만에 마시는 브랜디 한잔에 매료되어 적당히 취기가 오른 상태였다. 버논이야 원래 닥치는대로 목구녕으로 쑤셔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자였으니 그가 마신 양이 다른 이들의 합계를 능가한다는 말은 굳이 안해도 알리라..
세느카와 이카루스는 그런 술자리-솔직히 말해 버논이 또 술먹고 행패 부린 후 술값을 지불하지 않고 튈까봐서-는 별로 달갑지 않은지 버논의 양해를 구한후 레스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버논이 그 숙녀들을 약간 의심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일행들이 이곳에 있는 한 다른 짓은 못할 거라는 결론을 도출하였기에 레스를 순순히 보내준 것이었다.
오후가 되어선지 거리는 더욱 북적였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고급옷을 걸치고 있었다. 그것도 노리아 왕국과는 다른 질감의 옷이었다. 허기사 맷날 폴리 재질의 옷만 입던 그녀들이 실크의 부드러움을 알리 만무하지.
어쨌든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던 숙녀들은 한 옷가게 앞에서 멈추어 섰다. 안에는 화려한 실크 옷들과 실크는 아니지만 고급옷감으로 만들어진 드레스와 정장이 구비되어 있었다.
"언니.. 너무 예뻐요.. 한번 입어보고 싶은데."
-
"후훗. 세느카. 나도 그래요 들어가요.."
그녀들은 들어갔다. 레스는 화려하긴 해도 꼭 입어볼 필요까지 있는 옷들인가 생각해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숙녀분들의 심정을 자신이 어찌 이해하겠는가 그런데 사정은 이상하게 돌아갔다. 이옷 저옷 계속 바꾸어가며 입어보던 숙녀들께서 게슴치레한 눈빛을 번뜩이며 레스를 바라본 것이다.
검은 머리가 몇 년은 안깎은 듯 너저분해보였으며 옷도 낡은 나시티에 찢어진 바지였다. 세느카가 있던 시대라면 일부러 바지를 찢어 입기도 하므로 별 상관없었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았다. 이곳의 거지들은 직업정신상 찢어진 옷은 바느질해서 입는 실정이었다. 헉!
"아이구야 겁나게 더러운 아이구만요? 하인인가부죠?"
주인아줌마의 풋풋?한 질문이 이카루스에게 던져졌다. 그녀들이 비싼 옷은 입고 있지 않았지만 워낙 고급틱하게 생겼기 때문에 부잣집 자매정도로 생각했던 것이다.
"아 네 주인 아줌마.. 저 아이 좀 확 달라지게 만들어 줄 수 있나요?"
세느카의 말에 주인은 집게손가락으로 턱을 두드리며 고민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는 이내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물론입죠!! 겁나게 깨끗한 아이로 만들어드립죠..
욘석. 땡잡은줄 알거라! 내가 왕년엔 미스 드뮤니언 선발대회 동상 수상자를 키웠던 분이시다!"
가게 주인은 이상한 말을 지껄이더니 레스를 상점 안쪽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들의 모습이 안보이자 이카루스가 귓속말로 세느카에게 말했다.
"그런데. 세느카 우린 돈이 없잖아요."
- "어머. 아참!!! 이를 어쩐다"
세느카는 레스를 좀 더 사람다운 모습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그런 요구를 한 것이었는데 생각해보니 돈이 한푼도 없었다. 물론 제2세기의 화폐인 캘럽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이건 전자 화폐였기에 지금은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
이럴땐. 영웅이 멋지게 등장해야하는데 말야 백마를 탄 기사가..아니, 그때였다. 흑색 망토를 두른 흑기사가 상점 안으로 들어왔다.
"레지드!!!"
레지드가 상점안으로 들어오자 세느카가 아주 반가운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레지드는 그녀들의 뒤를 몰래 쫓아 왔기에 캥기는 것이 있어 깜짝 놀라며 인사했다.
"아. 아.. 여기있었군요. 하 하.."
-
"정말 그러네요. 이런곳에서 다 마주치다니.
어쨌든 잘 됐어요 사실은. 어.. 돈을 버논이 관리하는데 깜빡하고 안 가져왔지 뭐에요. 돈 좀 있죠?"
"네? 아 물론이죠 제가 돈 가진거 빼면 시체죠 하하"
레지드는 지가 무슨 소릴 지껄이는지도 모른채 횡설수설하며 숙쓰러워했다. 이카루스는 그런 레지드의 모습을 보고 이 시대의 기사라는 것이 그녀가 살던 시대의 사람들보다는 순수하단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잠시 후 주인과 함께 레스가 걸어나왔다. 그의 검은색 긴 머리는 자르지 않고 다듬기만 했는지 아까 길이 그대로였다. 뒤로 넘긴 머리를 중간부터 한갈래로 땋았는데 정말 아름다운 머릿결이었다.
게다가 녀석의 얼굴은 목욕탕에서 몇일동안 짱박혀있다 나온 사람처럼 뽀얗고 깨끗했다. 옷은 또 어떠한가.
하인이란걸 염두해 둔 패션이었는지 그다지 고급스러운 옷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잘 어울리는 옷이었다.
소녀들이 한눈에 반한대도 말릴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미소년의 모습이었다. 너무 비행(Aviation)극소법을 써줬나? 어쨌든 그의 나이 또래에선 결코 외모로는 뒤지지 않을 모습이었다.
"후훗 어때요? 이 녀석.. 의외로 꾸며놓으니 괜찮더군요. 특히 머릿결은 검은색치고는 아주 윤기있는 편이고 피부도 좋고.. 후훗.. 너 이 숙녀분들 잘 모셔야한다?"
주인의 말에 레스는 다소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자신의 이런 모습을 처음보는 듯 즐거운 눈치였다.
"얼마죠?"
- "네. 특별히 아름다운 아가씨의 부탁이었으니 8골드 15실버만 받도록 하죠.. 호호홋"
"싸네요 좋아요 레지드??"
-
"네?"
세느카는 8골드 15실버의 가치를 몰랐으므로 싸다면서 레지드를 불렀다. 레지드는 당황했는지 어설픈 포즈로 돈을 꺼내었다. 레지드에게 있어 그 정도 금액은 사실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 꾸미는데 있어선 절대 싼 게 아니었다.
세느카가 웃으면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데 너무 비싸다고 항의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레지드는 순순히 돈을 건네주었다. 그 미스 드뮤니언 동상 수상자를 길러냈다는 상점(미용실?) 주인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숙녀들을 문밖까지 배웅해주었으며 레지드는 세느카의 환심을 샀다는 기쁨과 너무 비싼 가격에 흥정을 했다는 슬픔이 뒤섞인 요시꾸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 4명이 거리를 거닐자 사람들이 한번쯤은 바라보는 인기인이 되었다. 2명의 아름다운 숙녀들을 모시고 다니는 한명의 미소년과 듬직해 보이고 그 나름대로 멋진 한명의 흑기사.. 정말 이목을 끌만한 자들이었다.
세느카는 자신에게 관심 있어 하는 레지드를 이용했단 점에서 약간 미안한 생각도 들었지만 밝은 표정의 레스를 보면서 차차 잊어갔다.
불쌍한 레지드.. 쯧..
그렇게 일행들이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을 때였다. 바이어린 공국에선 워낙 상업이 발달해있었기에 여러부류의 사람들이 왕래했다.
그래서일까?
일행들의 앞에 한명의 나노 오더와 한명의 기사가 나타났다. 그들의 옷은 서로 사귀는지 커플티를 입고 있었다. 아. 그게 아니라 같은 나라 사람이란 것을 티내고 싶은지 같은 문양의 문장이 새겨진 옷과 갑옷을 입고 있었다.
"쌍두청룡의 문장!!! 료겐!"
레지드가 중얼거렸다. 그의 말대로 그 두명은 두 마리의 블루 드래곤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형태의 문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문장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바로 대제국 트라이덴이었다.
"오랜만이군. 피아시아스 백작. 그동안 폭삭 늙었구만.."
레지드가 료겐이라고 부른자가 그렇게 말했다.
그 료겐이란 자는 옆의 기사와는 다르게 상당히 늙어 보였고 끝에 푸른 구슬이 박힌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기사가 플레이트 메일을 걸친데 반해 료겐은 푸른색 로브(Robe)를 걸치고 있었다.
세느카는 갑자기 등장한 두명의 사내에게서 이상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음을 느꼈다. 이것은 레스도 마찬가지였는지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레지드는 안면이 있는지 료겐에게 웃으면서 대꾸했다.
"료겐 드와이트 후작 나으리.. 여기까지 어인 행차이십니까? 트라이덴 제국의 유일무이한 그랜드 나노 오더이신 분이."
레지드는 그렇게 비꼬는 투로 말했지만 이상하게 긴장한 듯 보였다. 그랜드 나노 오더가 그렇게 대단한 존재인가? 사실 그랬다. 그랜드 나노 오더라면 인간이 구사할 수 있는 궁극의 극소법 경지인 7싸이클의 법력을 가진 자를 뜻했다. 그런자는 전세계를 통틀어 몇 안되는 강력한 자들이었다.
검술로 쉽게 말한다면 소드 마스터정도의 실력파라 생각하면 된다.
이카루스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레지드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레지드 무슨 일이에요? 아는 자들이에요?"
-
"후우. 큰일이군요. 트라이덴 쪽에서도 냄새를 맡은 것인가. 아니면 우연인가."
레지드는 만약 우연이라면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겠노라고 다짐하려다가 포기했다.
그래봐야 자기만 손해니까 자신이 아무리 소드 스페셜리스트라 해도 그랜드 나노 오더를 이긴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피아시아스 백작.. 난 우리의 인연을 여기서 끊고 싶지는 않소. 저 아이를 순순히 내 놓으시오."
-
"후우. 역시. 그랬군 신탁은 철저히 비밀이었는데.."
레지드는 자기 자신도 그 내용을 잘 모르는 신탁을 왠지 료겐 드와이트는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우린 필요 없는 살생은 원치 않소. 백작.
아이만 넘겨준다면 서로 웃으면서 헤어질 수도 있는거 아니겠소? 후후훗.."
-
"싫어요!! 못해요!! 왜 레스를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죠? 이 아이의 몸속엔 남들이 갖지 못한 비타민 Z 성분이 들어있나요? 왜들 그래요??"
컥 세느카였다. 대충 상황을 지켜보던 세느카가 분개한 것이었다. 료겐은 그녀가 레지드의 이름을 함부로 불렀던 것을 떠올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푸풋 고귀족가의 숙녀분이신가보군요.. 제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트라이덴 제국 제1 궁정 극소법사 그랜드 나노 오더인 료겐 드와이트 후작이라고 합니다."
-
"쳇. 난. 세느카 아이리스라고 해요. 그리고."
세느카는 후작인지 백작인지 하는게 어떤 계급구조인지 아직 몰랐기에 말꼬리를 흐리고 있었다. 그러자 료겐이 다소 언짢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저런 저런. 어디 족보도 없는 씨받이 종자가 뉘 앞에서 나불거리느냐!! 죽기 싫거든 어서 썩 꺼지거라!!!"
료겐의 말에 세느카의 얼굴이 붉어졌다. 지금껏 그런 모욕은 처음이었다. 그런 세느카의 마음을 아는지 레지드가 대신 반박했다.
"닥치시오! 드와이트 후작!!! 그 어찌 귀족의 입으로 내뱉을 말이오? 어서 숙녀분께 사과하시오!!"
-
"피아시아스 백작!! 도저히 말로는 안되겠군.."
료겐이 그렇게 말하며 옆에 있던 기사를 바라보자 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트라이덴 제국소속으로 보이는 기사들이 10명 튀어나왔다.
"제길."
레지드는 그렇게 외치면서 자신의 극소력검인 바스타드 소드를 꺼내어 들었다. 10명 정도는 쉽사리 해치우겠지만 대장격으로 보이는 기사와 료겐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덤벼라!!!"
레지드는 애써 자신있는 척 하면서 세느카들을 보호했다.
'젠장.. 이럴 때 세이타르나 루카누스가 있었다면.
하다못해 버논이라도 아니 버논은 있어봤자지.
우선 시간을 벌자.'
레지드의 생각을 읽었는지 기사들이 공격하기 시작했다. 한 기사의 공격을 검으로 튕겨낸 레지드는 곧바로 반격을 가했다.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통이 두갈래로 나뉘어지며 피와 뇌수가 튀었다.
잔인한 장면에 세느카와 이카루스가 눈을 돌렸다.
레지드는 피맛을 봤는지 종횡무진하며 기사들을 도륙했다. 그가 크론 제3기사단장의 직위에 이른것은 결코 운이 아니었다.
"쳇 그간 실력이 더 향상되었군. 소드 스페셜리스트 최상급이라. 제법이군.
자네도 상대가 안되겠어. 네르만경."
료겐의 말에 네르만이란 자가 천천히 고갤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군요. 하지만 꼭 제가 질거란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저자도 대단하지만 저도 만만하지는 않거든요."
네르만이란 기사는 마치 레지드와 한번 겨뤄보고 싶다는 투로 말했다. 료겐은 그런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웃었다. 허락한다는 뜻이었다.
추풍낙엽!!! 10명의 기사들이 길바닥에서 순식간에 육편이 되어 흩어졌다. 정말 레지드의 실력은 굉장했다.
이것이 바로 소드 스페셜리스트 최상급의 실력이었다.
료겐이 박수를 치자 네르만이란 자가 걸어나왔다.
"대단하군요. 피아시아스 백작. 난 네르만이라고 하오. 그냥 드와이트 후작 각하의 심복이라 생각하면 좋겠소."
-
"싸움은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닐세!!"
레지드가 선공을 가했다. 레지드의 검을 네르만이 롱소드를 이용해 막았다. 거대한 바스타드 소드에 비해 폭이 얇은 롱소드였지만 전혀 힘에서 밀리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대단하군!!"
- "당신도 생각보다 강하군요. 간다!! 휠윈드(Whirlwind)"
네르만이 휠윈드를 외치며 검을 휘두르자 검에서 선풍이 일었다. 살도 벨만큼 강력한 검풍이었다.
레지드는 약간 당황했는지 잠시 머뭇거리다가 외쳤다.
"피지컬 배리어!!!!(Physical barrier)"
그러자 원형 방어막이 생겨 선풍을 막아내었다.
"호오. 극소력검이로군. 상당한 실력을 가진 나노 오더가 만든 진품이로군."
레지드는 료겐의 말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보내고는 공격했다.
"파이어크래커!!!(Fire cracker!)"
몸에 엄청난 반동을 주어 그 회전력으로 공격하는 기술이었다. 네르만의 휠윈드 못지 않은 파괴적인 공격이었다.
"이 이런 젠장!!!"
네르만은 적의 공격이 자신의 숨통을 조여오자 다급히 쉐도우를 불러내었다. 접속(Connect) 시동어를 외치자 쉐도우가 그의 몸을 감싸며 모습을 드러냈다.
레지드의 회심의 일격은 쉐도우의 강력한 방어력에 막혀 무산되고 말았다. 거의 3미터에 육박해진 네르만의 쉐도우는 거칠게 없다는 듯 레지드를 공격해왔다.
'젠장. 큰일이다.. 난 쉐도우를 사용하면 안되는데.'
레지드는 절대 임무 수행간 쉐도우를 사용하지 말라는 명령을 기억해내고는 그렇게 생각했다.
쉐도우를 이기기 위해선 쉐도우가 있어야했다.
맨몸으로 쉐도우를 이길 수 있는 자가 세상에 존재할까? 제2세기의 가오사이보그와 보통 사람의 대결일텐데? 물론 극소법은 쉐도우와 접속한 상태에서도 어느 정도 통하기 때문에 기사들은 나노 오더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에구.. 어쨌거나.
쉐도우와 접속한 네르만이 무서운 속도로 공격을 가해왔다. 덩치가 1.6배정도 커진 상태였지만 쉐도우 레벨 업(Level up)의 중점을 속도에 두었으므로 속도만큼은 더욱 빨랐다.
세느카는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 듯한 형태의 갑옷을 두른 네르만을 보고는 두통을 느꼈다.
이것도 잃어버린 기억의 일부인가.
거대해진 쉐도우에 비해 네르만이 가지고 있던 롱소드는 상당히 작아보였다. 원래 쉐도우와 접속하면 그와 동시에 검도 그 크기와 모양이 약간씩 변하는데 네르만의 롱소드는 쉐도우 크기에 비해 그다지 커지지 않았다. 하지만 레지드에게 있어서 그 작아보이는 롱소드 역시 괴물로 보였다.
네르만이 검을 횡으로 그었다. 워낙 거대한 덩치라-3미터나 되는,물론 인간에 비해,드래곤에 비하면 쩝..-레지드는 고개를 숙이는 것만으로 회피할 수 있었다. 검을 피한 레지드가 그대로 적의 비어있는 복부를 찔러 들어갔다.
"라이트닝 볼트(Lightning bolt)!!!"
'빠지지직' 하는 전기 지지는 소리가 들렸다.
역시나 그 소리는 네르만에게서 나는 소리였다.
그 모습을 본 료겐이 혀를 차며 한마디 거들었다.
"호오 꽤나 괜찮은 극소력검이로군. 저정도의 극소법을 검에다 실어서 사용하다니.."
사실 료겐도 꽤나 감탄하고 있었다. 쉐도우와 접속한 상태의 적을 검으로 벤다는 것은 소드 마스터나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만큼 쉐도우의 방어력은 갑옷 그 이상의 것이었다.
쉐도우와 접속한 상태의 네르만은 그걸 알고 있었기에 방어를 허술하게 했던 것인데 레지드는 그걸 역이용 한 것이었다. 바로 극소력검을 사용해서 말이다.
전기충격을 못이기고 뒤로 나자빠진 네르만은 아직도 감전 휴유증이 남아있는지 간질병 환자처럼 꿈틀거렸다. 그나마 쉐도우와 접속한 상태였기에 죽음만은 면했다. 쉐도우에는 항극소법력이 어느 정도 내포되어 있었던 것이다.
물론 쉐도우 레벨 업시 항극소력만을 집중적으로 개발하면 나노 오더 전문 사냥꾼 쉐도우로 키울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건 어느 정도 항극소력을 가진 자들만이 가능한 말이었다. 아무나 개발하고 싶다고 되는게 아니란 뜻이다. 네르만이 개발한 것은 스피드였기에 엄청난 충격을 받고 쓰러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불리한 상황에서 적을 쓰러뜨린 것을 본 세느카는 기뻐하며 레지드를 바라보았다.
'커억.'
피. 입에서 붉은 피가 연거푸 뿜어져 나왔다.
"레지드!!! 괜찮아요?"
-
"크흐흐. 너무 무리했나보군. 피아시아스 백작. 허기사 라이트닝 볼트가 약한 주문이긴 하지만 네르만을 쓰러뜨릴 정도였으니.. 체내의 매너 포스를 꽤 낭비했겠지"
레지드는 자신을 바라보며 비웃고 있는 료겐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자신은 네르만을 일격에 죽이기 위해 거의 모든 힘을 소비한 상태였다.
극소법을 물체를 이용해 사용할 경우엔 몸속에 있는 내력(Mana force)을 소비해야했다. 물론 지팡이를 사용하는 나노 오더의 경우 극소자 (Nano material)와 친화도가 높기에 자신의 매너 포스를 크게 소비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자신은 그저 주위에 떠도는 극소자들을 연결해주는 매개체 역할만 하면 되므로 하지만 검을 사용하는 검사들의 경우 극소법을 레지드처럼 극소력검을 이용해 사용하게 되면 엄청난 체내의 내력을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료겐은 레지드의 화를 돋궈 분통 터쳐 죽일려는 심산인지 네르만에게 다가가 회복주문을 외웠다.
"리커버리(recovery)!!"
네르만은 언제 다쳤었냐는 듯 멀쩡한 모습으로 일어섰다. 물론 쉐도우와 접속한 상태였기에 그의 표정은 알 수 없었지만 분명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을거란 레지드의 생각이었다.
검에 기대고 있던 몸을 펴 다시 일어선 레지드는 엄청난 피로가 몰려오고 있음을 알았지만 애써 태연한 척 했다. 료겐은 상대가 제법 거세게 대항했지만 이제 끝이라는 표정으로 연신 혀를 끌끌거렸다.
"파이어 볼(Fire ball)!"
료겐의 지팡이에서 수박덩어리만한 불꽃 구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파이어 볼은 레지드를 통구이로 만들기 위해 날아왔다.
'크으.. 큰일이다. 피한다면 나는 살겠지만'
레지드는 뒤에 있는 숙녀들을 한번 힐끗 보더니 이내 결심한 듯 보였다. 결심이야 뻔한 것.
하지만 맨몸으로 막았다간 정말 인간 통구이가 될 것이 뻔했다.
"접속!!(connect)"
충격을 조금이라도 완화시키기 위해 쉐도우와 접속한 것이었다. 레지드의 쉐도우는 회색으로 상당히 부드러운 유선형의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네르만의 것이 부분 부분 각이 져 있어 터프한 이미지인데 반해 레지드의 것은 귀여운 이미지 라고나 할까 그의 쉐도우의 가슴에는 붉은색 드래곤이 화염브레스를 내뿜고 있는 문장이 붙어 있었다. 아마 크레돈 제국의 문장이리라.
'퍼펑!!!'
하는 폭발소리와 함께 주변이 온통 먼지로 뒤덮혔다. 먼지구름이 가라앉자 료겐이 박수를 쳤다.
"후훗. 내가 일부러 약하게 공격을 하긴 했지만 제 자리에서 그렇게 막아낼 줄은 몰랐네. 대단한걸?"
료겐의 말대로 레지드는 그 자리에 선채로 양팔을 = 자 형태로 만들어 방어한 것이다. 그 충격은 폭발소리처럼 굉장했을텐데도 그는 움직이지 않고 버텼다. 레지드의 쉐도우는 그의 뛰어난 공격력에 부합할 수 있는 방어력을 중점으로 레벨 업 한 경우였다. 그 덕에 엄청난 충격에도 쓰러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료겐이 지루하단 표정을 지었나? 하고 생각했을 때쯤 다시 네르만이 공격을 가해왔다. 부상당한 레지드의 상태로는 네르만에게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때였다. 레지드는 뭔가 이상한 기운이 자신의 뒤쪽에서 폭주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네르만과 료겐도 마찬가지여서 공격을 멈추고 그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말끔하게 차려입은 레스가 서 있었다.
그의 시선은 레지드 쉐도우의 제국 문장에 가 있었다. 일부러 신분을 감추기 위해 흑의를 입고 있던 레지드였는데 쉐도우와 접속하면서 크레돈 제국 문장이 드러났던 것이다. 레스의 꽉 쥐어진 주먹은 금방이라도 피가 흘러내릴 것처럼 부르르 떨렸다. 도대체 그 문장이 무엇이길래.그가..
분노를 느끼고 있는 것인가
"레스야 너."
세느카와 이카루스가 뭔가 말한 것 같았다.
아니,레지드도 자신을 보며 뭐라고 말한 것 같았다.
하지만 레스 자신은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나에겐 아버지가 없다!!! 그런 자는 없어!!!
말하지 않겠다!! 절대로!!! 난 그런자의 아들이라고 말하지 않겠다!!!'
레스는 뭔가를 떠올리는 듯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그의 두 눈에서 분노가 어린 눈물이 흘러내렸다. 레지드는 그 분노가 자신을 향한 것이라는 것에 다소 놀라고 있었다.
"아차 쉐도우.."
레지드는 대충 상황을 정리했다. 임무중에 쉐도우를 사용하지 말라는 명령은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한 말이었던 것이다.
이미 레스의 눈에는 적이고 아군이고 하는 개념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눈물 때문에 앞이 잘 안보이는것은 둘째치고라도 말이다.
"난 절대 말하지 않겠다"
-
"응?? 너!!!!"
세느카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방금전 누군가 조용하게 뭐라고 한것같은데.. 무슨 소린지는 잘 알아듣지 못했어도 분명 레스가 한 말이었다. 벙어리인 레스가.. 말을 한 것이었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료겐은 빨리 일을 처리하고 싶어졌다. 소란이 일어난지도 꽤 되었으니 경비대가 출동할 것도 자명한 일이었다. 다행히 트라이덴 제국소속 기사들의 소란이었기에 주위에 구경꾼은 없었다.
구경하다 죽기 십상이었으므로.
"쳇 번거롭게 되어가는군.. 시간상 어쩔 수 없군. 라이트닝 볼트!!!"
료겐의 지팡이에서 아까 보았던 것과 같은 아니 훨씬 강력한 전기 공격이 뿜어져 나왔다.
라이트닝 볼트의 경우 극소자들을 양성자와 전자로 분리하여 엄청난 속도로 목표물로 이동시켜 전위차를 발생시키는 방법으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극소법이었다. 따라서 뛰어난 나노 오더일수록 많은 극소자(Nano material)들을 운용할 수 있기에 레지드의 극소력검에서 나온 공격보다 훨씬 강력한 공격이 뿜어져 나왔던 것이다.
레지드는 자신이 한눈을 파는 사이에 료겐이 공격한 것에 뭐라 항의하고 싶었지만 그럴 틈도 없이 전격이 날아왔다.
'젠장. 이대로 끝인가!! 모처럼 이상형을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으.'
'파지지지직!!!'
엄청난 파열음이 귀에 들리자 레지드는 눈을 감았다.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죽을때는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구나..
하고 생각 했을때였다.
"어. 어떻게 이런일이!!!!! 이번 것은 적어도 5싸이클의 강력한 공격이었다!!
어떻게 한순간에!!"
료겐의 당황한 외침에 눈을 뜬 레지드는 자신이 멀쩡하다는 것을 알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무사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
"방금.. 날아오던 전기들이 일순간에 소멸해버렸어요."
레지드의 질문에 세느카가 대답했다. 워낙 극소법이 신기한 기술이기에 상당히 놀라고 있었지만 지금것은 더욱 더 신기해보였다.
그런 세느카의 눈에 왼팔을 천천히 내리고 있는 레스가 보였다. 그렇다면!!!
"레스가!!!"
그럴 리 없었다. 지금껏 그 어떤 나노 오더도 날아오는 공격을 아무런 방어주문 없이 손동작 하나만으로 소멸시킬 수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레지드는 잠시나마 레스가 자신을 구했을 거란 생각을 했던 것에 대해 헛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그렇다면 누구란 말인가
"과연 신탁의 예언대로구나!!! 그만 가자.
네르만경!!! 오늘은 날이 아닌가보구나!!! 워프!"
료겐은 역시 그랜드 나노 오더답게 순식간에 순간이동을 하여 사라졌다. 레지드는 정말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그때였다.
분노로 떨리던 레스의 손이 들려진 것은.
그와 동시에 레지드가 뒤로 날아가 벽에 부딪혀 쓰러졌다. 쉐도우와 접속한 상태라 그가 피를 토하는 장면은 볼 수 없었지만 벽에 부딪힌 충격으로 내상을 입었다.
다시 레스가 손바닥을 펼치자 쓰러져 있던 레지드가 저절로 들리며 벽에 대(大)자로 붙어버렸다.
"크아아아악!!!!"
레스가 주먹을 움켜쥐었을 때 레지드의 처참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너무도 심한 고통에 레지드는 더 이상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그만해!!! 제발."
세느카였다. 그녀가 레스를 으스러지게 껴안았다.
세느카의 키가 약간 더 컸으므로 레스의 머리가 자연스레 그녀의 품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슬프게 눈물을 흘리던 레스가 맥이 탁 풀리면서 무너졌다.
"레스야!!!"
세느카와 이카루스가 쓰러진 레스를 부축해 바르게 눕혔다. 그의 얼굴은 뭔가 고통스러운 것을 떨치려는 듯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도대체 무슨 상처를 가지고 있는거니.."
세느카는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아직도 레스의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이카루스는 레스의 상태를 보더니 미소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세느카.. 순간적으로 감정이 복받쳐 올랐기에 쇼크 먹은거야.. 좀 지나면 괜찮아 질거에요"
그녀의 말에 세느카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레지드는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카루스는 신속히 레지드의 상처를 매너 포스를 이용해 치료해 주었다. 큰 부상이었지만 워낙 무골이었고 강한 방어력을 지닌 쉐도우를 가지고 있어서 금새 치료되었다. 많이 아팠을텐데도 전혀 내색하지 않는 레지드였다. 레스를 천천히 업은 레지드는 아까 정해 두었던 '쾌락의 나락' 이란 숙소로 걸어갔다.
여전히 1층 태버언(tavern)에선 버논과 일당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래도 한번 마셔봤다고 세이타르와 루카누스도 홀짝 홀짝 잘들 마시고 있었다.
일행들은 레지드의 꼴이 말이 아니었으므로 2층 방으로 올라가 쉬기로 했다. 숙소를 정했기 때문인지-선불이었으므로-버논은 행패를 부려 돈 안내고 튀는 짓거리를 하지 않았다. --;
방안에서 레지드는 레스를 침대위에 잘 눕혀두고는 일행들이 있는 옆방으로 갔다.
옆방에서는 이미 세느카와 이카루스가 있었던 일에 대해 다 말한 듯 보였다. 레지드는 신탁의 소년의 엄청난 힘에 대해선 말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자신이 쉐도우를 보이는 실수를 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으므로
"아무래도 트라이덴 제국에서도 저 아이를 노리는 것 같습니다. 버논씨."
-
"아이구. 예. 예. 피아시아스 백작님.."
버논은 이상하리만치 허리를 굽히며 손을 비벼댔다. 흠 손은 왜 비볐지? 아! 그렇다.
세느카에게 백작과 후작이 어떤 존재인가를 가르쳐주면서 레지드가 백작이란 사실을 들었던 것이다. 백작.. 세느카는 그 지위가 그렇게 높은 것이란 것을 몰랐다.
크레돈 같은 대 제국의 백작이라니 노리아 왕국의 공작정도와 대등한 직위가 아닌가 공작이라 함은 왕 다음으로 만인지상의 높은 위치인데 그와 대등하다함은. 버논이 허릴 90도로 구부리다가 부러져도 좋을만큼 높은 지위였다.
버논은 크론 3기사단장이란 말에 그의 계급을 예상치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실력이 있으면 그만큼 높은 직위를
얻지 않는가
이 바보,멍텅구리!! 라고 자신을 비난하던 버논은 한때 슬랩스틱 코미디의 진수였던 파리가 손을 비비는 연기를 능가하는 손 비벼대기신공으로 레지드에게 아부했다.
"아이고 어디 다치신데는 없으십니까? 나으리?"
-
"버논씨 너무 예의 차릴거 없습니다. 사실 이번 임무중엔 모든걸 비공개 처리했어야 했는데.
이 지경에 이르는 바람에 그나저나 큰일입니다.
트라이덴이 눈치를 챘으니.. 바이어린 공국에서 크레돈 제국으로 넘어가는 기스알 시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오마나 이를 어쩌나 허기사 바이어린 공국은 트라이덴 제국의 속국이니 큰일이구만요.."
버논도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었다. 그러다가 뭔가 떠올랐는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곧 고개를 흔들었다가 다시 끄덕였다.
버논의 생각-->>이참에 레스를 트라이덴에 팔아먹어버려? 크레돈에서 원한 가격의 3배를 부르는거야 그럼 난 떼부자가 되겠지? 후훗..
(음흉한 미소) 아차 아니야 그럼 레지드 저 녀석이 날 가만두지 않을거야. 내 목을 단칼에.
컥컥. 안돼지, 안돼(고개를 흔듬) 사는게 중요하지 아무렴 살고 보자그냥 크레돈에다가 넘기자 그리고 위험수당까지 받는거야.. 우겔겔(고개를 끄덕임)그 짧은 순간에 에휴.. --;;
"그런데 레스가 왜 당신을 보고 그런 행동을 한 것이죠?"
-
"그건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 제국의 문장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 같은데.. 그리고 그 아이 벙어리가 아니었습니다."
"아 맞아요.. 일부러 말을 안했던 것 같아요."
이카루스는 아까 일을 떠올리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세느카가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말하기 싫을 정도로 세상에게서 버림받았던거죠.."
-
"길을 재촉합시다. 이곳에서 오래 머무는 것은 좋지 못한 생각입니다. 서둘러서 크레돈 제국으로 가야합니다."
레지드의 말에 루카누스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 우리의 목적지는 크레돈이 아니라 트라이덴이라구요. 버논씨. 당신이 우릴 안내하기로 한 곳이 이곳까지가 아닌가요?"
- "히익. 그 그렇소만"
버논은 어차피 이곳에서 헤어질려고 했었다.
물론 상황이 이처럼 심각하지 않았을때의 생각이었다.
지금은 트라이덴 제국의 기사들이 노리고 있는 상황..
이 상황에서 레지드 혼자 적들과 싸운다는 것은 그냥 죽여줍쇼 하는 것과 같은 동의어가 아닌가..
"그.. 그렇소만. 아.. 그렇지 트라이덴 제국에는 사람을 만나러 간다고 했는데. 누굴 만나러 가는거요?"
-
"네???"
버논의 질문에 루카누스는 잠시 꾸물거렸다. 사실 트라이덴 제국에는 워프 홀이라는 장치를 보기 위해 가는 것이지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논에게는 사람을 만나러 간다고 했으니쩝. 루카누스가 꾸물대자 세이타르가 대답했다.
"아. 브라키온 할 모과이란 세이렌입니다"
세이타르는 생각나는 사람이 없어 브라키온의 이름을 댔다. 그리고 사실 워프 홀로 귀환하지 못한다면 최후의 방법은 브라키온을 찾는 것밖에 없었다. 혹시나 찾을수만 있다면.
"아니!!! 당신들!!!"
갑자기 레지드가 일어서면서 놀란 눈으로 세이타르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천천히 앉으면서 말했다.
"당신들이. 어떻게 모과이 공작님을 알고 있습니까?"
-
"잉??? 모과이 공작???"
세이타르들도 이 세계의 계급구조에 대해 잘 들었기에 그 공작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도 알았다. 그런데 브라키온이 크레돈 제국의 공작이라니 이 얼마나 가당치도 않은 극적 우연이란 말인가.. 정녕 작가란 녀석은 소설 쓰기가 이리도 귀찮아 이런 희극적 우연을 가장한 날치기 수법을 쓴단 말인가.
크으. 세이타르는 작가란 녀석의 두뇌를 의심하다가 이내 밝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트라이덴 제국엔 갈 필요가 없겠군요. 루카누스!!"
-
"후훗 정말 그러네. 희한한 일이로군 일이 이렇게 풀릴 줄이야 나중에 작가녀석에게 한턱 쏴야겠군"
고맙다. 욘석! --;;
루카누스와 세이타르는 레지드에게 브라키온의 생김새에 대해 물어본 후 그가 맞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레지드가 말한 브라키온도 세이렌이었고 그 외 생김새와 말투, 머리 좋은 것까지도 비슷했던 것이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브라키온이 어떻게 이 세상에 와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루카누스는 녀석이 또 하나의 공간도약게이트를 이용해 탈출했다고 제멋대로 추측했다-어쨌든 그들은 녀석이 다시 만나게 될거란 약속을 지키게 될 것을 감사했다.
브라키온이 크레돈 제국의 궁정 나노 오더로 공작이란 지위에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어처구니없게 밝혀짐에 따라 일행들은 다 같이 크레돈 제국으로 향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작가의 부주의로 인한 날림 수법일까? 정말로 소설 쓰기가 귀찮아 이렇게 막 나가는 것일까? 이것에 대한 대답은 곧 밝혀질 것이니 후후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