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가슬렌더-67화 (67/120)

제 목: 74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74

[나노 브레이커] -5- 레스 쟌 브레이커(현재라는 거울 속에서 미래를.....) (1)

가스 주석편

2편. 현재라는 거울 속에서......

주석 5. 현재라는 거울 속에서 미래를.

2세기의 끝.. 아직 알 수 없는 먼 미래..

그것은 3세기의 시작이었으며 나노(Nano) 물질 세계의 새로운 탄생을 고했다. 신의 일기(God's diary) 3부. 나노 브레이커(Nano breaker)

[시간은 사막을 초원으로 바꿔 놓았네,기대고 싶은 곳에 두 개의 달과 모든 것의 근본인 극소자의 구(毬)를 가진 소년이 있어. 두개의 달은 처음과 끝을 뜻하지만 그것은 처음부터 하나인 Nano matetrial. 오래전 태어난 멸(滅)의 힘을 가진 자,세상을 징벌하리니 흘린 눈물은 피바다를 이루게 할 것이며 대지와 하늘이 통곡하고 말리라..그리고!]

-레스 쟌 브레이커-

붉은빛 호수로 떨어졌다. 거대한 핏빛 물 속으로 누군가가 떠미는 것을.. 공포 망연 허우적거리고 있는 팔을 누군가가 잡아주었다.

어디선가 본듯한 누구지.. 잘 생각이 나질 않는다 이상한 목소리가 들렸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말한 것 같은데 이상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젠장!!! 기계를 파괴했어!!! 어디로 떨어질지 몰라!!"

역시나 같은 언어로 누군가가 대답했다.

"기계가 고장나지 않았더라도 성공확률은 낮았습니다.

그는 미지수 c 에 대한 값을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고 했으니까요."

-

"젠장 갈수록 태산이군."

천천히 눈을 떠보았다. 눈앞에는 생소한 모습을 한 사람이 있었다. 어? 사람이 아니었다. 아 도저히 정신을 못차리겠다. 계속 잠이 온다 내 팔을 잡고 있는 거친 손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이상하다 그 느낌은 금속 같은데. 따뜻하다니

"얼마나 더 이렇게 가야합니까? 루카누스?"

-

"낸들 알아? 젠장. 브라키온 녀석 말을 믿는게 아니었는데.."

"그나마 우리라도 도망칠 수 있었지 않습니까?"

- "쳇. 그런가"

누군가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기억났다. '샤아악!!!'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릿속이 환해짐을 느꼈다. 이제 기억났다. 카루이안으로부터 도망치던 중이었다.

그런데 몸에 힘이 없다.. 죽은 것은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아직 죽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세느카는 그렇게 생각했다. 카루이안이 브라키온이 만든 공간 도약의 게이트를 파괴하는 바람에 공간속의 미아가 되버린 것이었다. 어디론가 알 수 없는 곳으로 부유해가던 그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그 방향이 한곳으로 일정하다는 것을 알았다.

마치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갑자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처음엔 견딜 수 있었지만 갈수록 느껴지는 G(gravity)가 커지고 있었다. 인간이 견딜 수 있다는 한계중력을 뛰어넘고 거의 10G 에 해당하는 힘을 받았을 때 그들은 빛을 보았다.

엄청난 섬광.. 마치 붉은 호수 깊은 곳 하나의 동굴처럼 빛은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 빛 속으로 빨려들어가던 그들은 중압감에 의해 모두 정신을 잃고 말았다.

새로운 세상. 바로 그곳은 제 3세기의 지구였다.

루카누스와 세이타르가 눈을 떴을 때 그들의 앞에 펼쳐진 풍경은 경이로운 것이었다. 아니,말도 안되는 것이었다.

"설마. 이곳은 인간들의 인공 공원?"

루카누스의 말에 세이타르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뭔가 이상합니다. 인공적인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게다가 끝없이 펼쳐진 이 자연은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

루카누스는 세이타르의 말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대화때문인지 이카루스와 세느카 역시 정신을 차렸다. 세느카는 자신의 앞에 펼쳐진 대자연의 경치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너무나 아름답군요. 우린. 인간의 도시로 공간도약을 한 건가요?"

-

"지금으로선 가장 타당한 추리인것같지만."

세이타르가 말꼬리를 흐리자 이카루스가 뒷부분을 말했다.

"왠지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군요. 아무리 큰 대도시의 공원이라도 이렇게 자연적인 냄새를 풍기는 곳은 없어요. 모두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것들이죠.

하지만. 이곳의 자연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군요"

세느카 역시 같은 기분이 들었다. 따스한 햇살..

분명 지금은 겨울이었는데 겨울의 날씨가 아니었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가을인가. 세느카는 하늘이 참 맑다고 생각했다.

'너무 아름다워'

"꺄아아아악!!!!"

순간 세느카가 비명을 질렀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놀라 그런 세느카를 바라보았다.

"하 하늘에. 먼지층이 없어요!!!"

-

"아 아니!!! 그럴수가!!"

모두들 하늘을 바라보았지만 그 어디에도 뿌연 먼지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정말 이것들은 햇빛을 받고 자라난 천연 식물과 나무들이란 말인가

"뭔가 잘못된 것 같군요.. 우리가 알던 세상이 아닙니다. 먼지층이 없는 세상.. 게다가 이런 대자연이 살아 숨쉬는 세상.. 이런 세상은 D.W 이후 한번도 없었던 것입니다."

-

"먼지층은.. 자연적으로 없어지는데 몇천년이 걸릴지 몰라요 아니. 몇억년이 걸릴지도 모르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거죠?"

모두들 현 상황에 적당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일단 인가를 찾아 그들에게 이곳에 대해 물어보자는 것이었다.

한참을 걸어가도 드넓은 초원지대였다. 처음 도착한 곳보다 나무의 수는 적었지만 땅위에 자라난 풀들은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몇분을 더 걸어갔을때였다. 어디선가 움직이는 기척이 들려왔다. 하지만 드넓은 초원지대에서 숨을 만한 곳은 별로 없었다.

"이 소리 들리나?"

-

"그렇습니다.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몸을 숨기는 능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루카누스는 분명 움직임은 있으되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음을 알고 긴장했다. 적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이토록 은밀하게 접근하는 것을 보면 좋은 의도는 아닌 것 같았다.

"인간들을 보호해!"

루카누스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갔다. 환마사 루카누스는 당연히 환각과 진짜를 구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는것은 적들이 환각을 쓰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순간 뭔가를 알아낸 듯한 표정을 지은 루카누스는 오른손을 펼쳐 들었다.

그러자 드넓은 초원지대가 갑자기 물이 흐르는 강으로 변했다. 물론 환각이었지만 적들은 속아넘어갔다.

"꺄르륵!!! 꺄르륵!!!"

이상한 소릴 내는 흉측하게 생긴 거대한 벌레가 땅속에서 뛰쳐나왔다. 그 벌레는 갑자기 자신의 몸이 물에 빠지는 것을 느끼고 공포에 질려 밖으로 빠져나왔던 것이다. 그렇게 생긴 벌레가 대,여섯마리는 되어 보였다.

"뭐야? 저 징그럽게 생긴 괴물은!!!"

루카누스가 외쳤다. 그 괴물은 마치 나뭇잎을 갉아먹고 사는 송충이처럼 생겼는데 그 몸집은 송아지만했다. 그러니 놀라는것도 이상한게 아니었다.

세느카와 이카루스도 그 못생긴 모습에 뒷걸음질 쳤고 세이타르도 긴장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그 벌레의 이름은 그래스 웜(Grass Worm)이었다. 그래스 웜 한 마리가 루카누스를 향해 돌진했다. 녀석들은 본능에 의지해 땅이 강으로 변한 환각을 이내 깨칠 수 있었던 것이다.

루카누스는 거대한 송곳니로 자신을 물어뜯으려는 그래스 웜을 향해 양손을 뻗혔다. 그러자 그 벌레는 거대한 새 한 마리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느끼고 재빠르게 뒤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세이타르!! 녀석들은 자네가 맡아야겠어!!"

루카누스의 말에 세이타르는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 나섰다. 녀석들에게 환각이 어느 정도 통하긴 했지만 본능이 강한 벌레들이었기에 환각으로 죽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직접적인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세이타르에게 맡긴 것이다.

세이타르의 금속 오른팔이 번쩍였다. 굉장히 빠른 스피드였다. 그래스 웜 한 마리가 그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일격에 죽어버렸다. 두 동강이 난 벌레의 몸에서는 푸른색 진물이 흘러나왔다.

다른 괴물들이 그 모습을 보고 지레 겁을 먹고는 땅속으로 숨어 들어갔다. 괴물들이 사라지자 세이타르는 긴장을 풀었다. 그때였다. 다섯 마리의 괴물들이 동시에 땅바닥에서 솟구쳐 올랐다. 그 모습에 가장 놀란 것은 세느카와 이카루스였다.

세이타르는 녀석들의 놀라운 기습능력에 감탄하면서 공격을 피했다. 그런 벌레따위들이 그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세이타르는 인정받는 전사였다.

그런 그가 겨우 벌레따위에게 죽는다면 그 벌레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세이타르의 섬광과도 같은 공격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세이렌족의 손은 뭉툭하게 생겨 주무기가 손톱이었지만 세이타르의 오른손은 인간의 팔 모양으로 되어있었기에 물건을 잡기 쉬웠다. 달려드는 그래스 웜의 목 부분을 오른손으로 쥔 세이타르는 그대로 아귀힘을 발휘했다.

그러자 구역질 나는 푸른색 진물이 그의 팔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의 엄청난 활약 덕분인지 몇 분 되지도 않아 살아있는 그래스 웜은 보이지 않았다.

"휴우.. 이제 끝난 것 같습니다."

-

"저런 괴물. 본 적이 있나요?"

세느카의 질문이었다. 그녀는 그런 질문을 던지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이 세계는 그들이 알고 있던 세상이 아니었다. 당연히 자신이 던진 질문은 바보 같은 질문인 것이다.

"그다지 강한 녀석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당신들같은 일반 인간들에겐 위험한 존재들이 틀림없습니다."

-

"어서 가자. 세이타르!"

세이타르가 안심시키려고 뭔가 말을 하려했지만 루카누스의 재촉하는 말에 발걸음을 옮기고 말았다.

그때였다. 저만치서 누군가가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아니,17세정도로 보이는 소녀였다.

숨을 헐떡거리며 달려오던 소녀는 오자마자 화를 내기 시작했다. 정말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그 소녀의 말투는 정말이지 이미지와 맞지 않게 사나웠다.

"이런 젠장!!! 누가 그래스 웜들을 죽이라고 했어요? 네?"

게다가 목소리는 예쁜 얼굴과는 다르게 약간 거칠었다.

길게 땋은 머리가 허리까지 이어져 있고 얼굴은 맑은 청순미를 지닌 그런 여자애치고는 말이다.

세느카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안심하며 미소지었다. 그리곤 천천히 말했다.

"이 괴물들의 이름이 그래스 웜이군요?"

-

"괴물이라니!! 무슨 소리하는거에요? 당신네들 그래스 웜도 몰라요? 메마른 땅에 지하수를 생성케 해서 풀들이 자라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벌레를 모르다니.그리고 그 벌레들은 먼저 공격하지 않는 한 위협만 하고 돌아가는데."

소녀의 말에 일행들은 자신들에게 왜 그렇게 화를 내는지 약간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이 벌레들이 이런 초원지대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건가요?"

-

"쳇 댁들 정말 아무것도 모르나요? 살다 살다..

레스보다도 더 촌시러운 사람들은 댁들이 처음이우."

약간 삐딱한 소녀의 말투에 루카누스의 표정이 굳어졌지만 세이타르가 그를 제지하며 말했다.

"이곳 이곳은 어디죠? 비르수 라 드뮨 대륙이 아닌가요? D.W. 2000년. 아닌가요?"

세이타르의 말에 소녀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대답했다.

"아뇨. 지금은 우주력 23291년이에요. 그러고보니..

당신.. 세이렌족 아닌가요? 맞죠?"

- "그 그런데요"

"우와 당신도 여행자인가요?"

-

"여행자?"

"자신의 보금자리를 떠나 보물을 찾기 위해 떠나는 여행자들이요. 당신들도 그런 여행자 파티인가요?

맞아 세이렌족과 함께 여행을 다니는 인간들도 간혹가다 있다고 들었으니까.."

세이타르는 소녀가 강한 호기심을 내비치자 그걸 이용해 먹기로 마음먹었다.

"그렇소. 그런데 이곳은 어디죠?"

- "여기는 저주받은 땅,노리아 에요"

"노리아"

-

"아주 오래전에는 사막지역이었죠. 지금은 그래스 웜들 덕분에 많은 지역이 초원지대로 변했지만.. 그런데 이 저주 받은땅에 당신들같은 여행자들이 웬일이죠? 공간이동중에 잘못 떨어졌나요?"

"그. 그걸 어떻게??"

소녀의 말에 루카누스는 놀라면서 되물었다.

"그거야 뻔한 스토리죠. 여행자 파티가 이런 곳에 올 이유는 거의 없거든요 이곳에는 보물도 없고 그렇다고 신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령왕이나 신의 힘을 봉인해 놓은 실링 아이템도 없으니까요 아마 미숙한 나노 오더가 공간이동 주문을 잘못 외웠거나 좌표를 잘못 찍었겠죠 가끔 있는 일이에요.."

-

"정령왕이요? 실링 아이템??? 나노 오더???"

하나도 못알아 듣겠다는 표정의 여행자들을 바라보던 소녀는 혀를 차면서 비웃었다. 실상 그녀도 모두 주워들은 이야기였지만 이 여행자들은 그런 그녀보다도 더 모르는 듯 했다.

"역시 초보자 파티군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무식할 수 있나요? 다오 같은 정령왕 몰라요? 그리고 불의 검 같은 실링 아이템 모르나요? 당신!"

소녀가 세느카를 가르키며 물었다.

"당신이 나노 오더 아닌가요? 덩치 큰 세이렌 양반들은 수련 전사들일테고 저 여자는 성직자겠군요. 당신이 나노 오더같은데. 아닌가요?"

- "전"

"세느카 쉬."

세느카가 대답하려는 것을 세이타르가 막고는 대신 대답했다

"아 맞아요.. 맞아. 그녀가 나노 오더죠 너무 이곳에 서서 말을 많이 했는데 뭐 좀 먹을게 없을까요?"

-

"후훗. 공짜는 없어요.. 4명이니까 4골드 내세요."

소녀는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녀가 제시한 액수는 터무니없이 높은 금액이었다.

물론 세이타르들이 그걸 알리 없었기에 무심코 고개를 끄덕인게 문제였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꽤 커 보였지만 낡은 시멘트 종류를 사용해 만든 2층집이었다. 그런 형식의 건축물이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의 초라한 집이었다. 다른 일반사람들의 집이 그것보다 더 심한 모양이라는 것을 모르는 그들에겐 신기할 노릇이었다.

"레스야!!! 레스!!"

소녀는 들어서면서 누군가를 불렀다. 아무런 대답이 없자 소녀는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

"이 녀석 또 어디로 갔지. 아버지 오시면 혼내라고 해야지.. 잠깐 앉아요. 아버지는 노예상인이세요. 곧 돌아올거에요"

-

"노예상인이요?"

세느카가 되묻자 그 소녀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대답했다. 이젠 그런 웃기지도 않는 질문에 자연스레 대답하는 자신이 한심하다는 듯 말이다.

"노예를 내다 파는 상인 말이에요. 레스도 노예죠 너무 인기가 없어 팔리지 않아 우리가 부리고 있죠. 벙어리에다가 멍청하기까지. 휴.."

세느카는 소녀의 말에 약간 슬픈 표정이 되었다.

이 세상에는 노예제도가 있는게 틀림없었다.

그녀가 살던 곳은 비록 각박한 세상속에서 살아가긴 했어도 노예는 없었다. 어쩌면 그 금속 도시에 찌들어 사는 것이 노예제도가 있는 이런 드넓은 자연속에서 사는 것보다 낳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녀는 뭔가를 한참 만드는 듯 보였다. 늘 히트레인지에다가 인스턴트 식품만 해서 먹던 그녀로서는 그런 소녀의 모습이 신기했다. 물론 미시케가 직접 음식을 만드는 것을 보았지만 그것보다 더 많은 요리기구를 이용해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이카루스 역시 같은 기분을 느끼는지 소녀가 음식만드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아차 아직 제 이름을 말 안했죠? 제 이름은 소피아에요. 소피아 레닌이죠 저희 아버지는 이 노리아 땅에서는 알아주는 노예상인인 버논 레닌이죠.. 혹시 못들어 봤나요? 꽤 유명한데."

-

"아.. 그 버논님이 아버님이시군요. 소피아."

"후훗. 역시 우리 아버지는 유명하다니까.

이곳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노예들의 막사가 있죠 지금은 거기 가셨어요 오실때가 됐는데.."

그녀가 말꼬리를 흐리면서 문쪽을 바라보았을 때였다.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가 들어왔다.

머리는 몇 년동안 깎지 않은 듯 산발한채 서 있는 그 사람은 15세 정도로 보이는 소녀였다. 어? 소년인가..?

지저분한 행색을 제외하면 굉장히 아름답게 생긴 소년의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낯익었다. 머리색이 검은색이란 점을 제외하면 말이다. 세느카는 자신말고도 머리색이 검은 인간이 존재한다는 점에 다소 놀랐다. 하지만 이 세상은 자신이 아는 세상이 아니지 않은가.

"누구지"

세이타르가 뭔가 생각하는 듯 하다가 갑자기 살기를 내뿜으며 외쳤다.

"카 카루이안!!!!"

갑자기 공격자세를 취한 세이타르에게 소피아가 막아서며 말했다.

"뭐하는 짓이에요!!! 이 녀석이 바로 레스라구요!! 레스!!"

말리는 소피아를 바라보는 레스라는 소년의 눈동자에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그건 세이타르가 살기를 내뿜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삶의 모든 쓴맛을 다 맛본 사람처럼..

"미안해요. 제가 대신 사과할게요"

세느카였다. 정말 레스라는 소년의 모습은 카루이안과 많이 닮아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확연히 차이가 났다. 정말 아름답게 생긴 얼굴이었다. 검게 그을린 얼굴과 산발한 머리카락만 아니었다면 귀족집 자재라고 해도 믿을만한 얼굴이었다.

'어째서 이런 소년이..'

"무슨소리에요! 노예한테 미안하다니..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군요. 쳇.. 야! 빨리 음식 만들어!! 너 여기서 오래 안 있는다고 요령 피우면 아버지한테 이를거야!!"

소피아는 정색을 하면서 그렇게 말하고는 무섭게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하지만 레스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묵묵히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녀석은 벙어리에요. 어쩌다가 저렇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그건 알 바 아니죠."

소피아의 말에 세느카는 레스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았다.

'해도 너무하는구나.. 벙어리에다. 노예라니.'

세느카는 나시티처럼 생긴 옷을 입은채 음식을하는 레스의 왼쪽 어깨를 무심코 바라보았다.

이상하게 생긴 문양의 문신이 어깨에 찍혀 있었다.

마치 보름달 하나를 놓고 초승달과 그믐달이 서로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형국이었다. 그 보름달안에는 뭔가 희미하게 글자가 적혀있었다. 마치 고대어 같았다. 그 모양이 封 자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

"저 저 문신은 뭐죠?"

-

"아 저거요? 원래 노예들은 노예라는 것을 표시해두기 위해 왼쪽 팔에다가 문신을 새기죠.

그런데 레스가 가지고 있는 문신은 그 모양이 틀려요.

아버지께서 그러는데 그런 모양을 한 노예 문신은 없다고 하더군요"

소피아가 예의 목소리를 낮추면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

"이건 내 생각인데요. 아무래도 저 문신 때문에 노예로 오해받아서 잡혀온 것 같아요 그걸 생각하면 불쌍한 점도 없지 않지만.. 벙어리니. 뭐라 변명 할수도 없었을테고. 쯧쯧 다 운명이죠.. 뭐"

세느카는 다시 한번 레스를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음식을 만들던 레스가 고개를 돌려 세느카를 쳐다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당황한 것은 세느카였다.

황급히 고개를 돌린 세느카는 자신의 행동에 놀라면서 다시 레스를 바라보았다.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여전히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어서 앉아요! 모처럼 만난 사람들인데 소홀히 대접할 순 없죠."

소피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를 권했다. 자리에 앉은 일행들은 자신들의 앞에 놓인 음식들을 보며 약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의 앞에 놓인 음식들은 호밀빵과 고기를 넣은 수프soup그리고 채소로 만든 샐러드가 다였기 때문이었다. 소피아는 그들의 표정을 보고는 약간 화가 난투로 말했다.

"어서 먹어요. 쳇. 이것도 감지덕진줄도 모르고."

소피아는 일행들의 표정이 에게게 하는 것인줄로 알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다. 자신들이 먹던 음식과 전혀 다르게 생긴 것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세이렌족과 인간족의 식성은 거의 비슷했다. 둘다 이 세상에서 알아주는 잡식성 동물이었기 때문에 음식을 가리지는 않았다.

그래서일까.. 세느카와 이카루스는 자신들이 먹던 인스턴트 식품중에 비슷한 것들이 있음을 떠올리며 천천히 빵을 먹었고 세이타르와 루카누스도 그들을 따라 스푼을 들었다.

천천히 음식을 맛보던 그들은 의외로 맛이 괜찮았는지 그때부터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소피아는 처음엔 영 아니올시다였던 표정이 먹으면서 급속도로 환희로 바뀌는 알 수 없는 현상에 고개를 흔들었다. 역시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 하면서.

가장 먼저 음식을 먹은 사람은 세느카였다.

원래 많이 먹는 편이 아니어서 식사를 먼저 끝냈던 것이다. 소화도 시킬 겸 천천히 집밖으로 나간 세느카는 시원하고 맑은 공기에 저절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 너무 맑구나"

세느카는 그렇게 말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저만치서 누군가 바닥에 앉아 무릎에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겨있었다.

'누구지. 아 아까 그 레스라는.'

세느카는 왠지 동정심을 유발시키는 그 소년에게로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다가갔다. 소년은 누군가가 다가온다는 사실도 느끼지 못한 듯 계속해서 멍한 표정이었다.

"저기. 안녕?"

먼저 말을 건넨 것은 세느카였다. 물론 그 소년은 벙어리였기에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겠지만.. 어쨌든 그랬다. 세느카는 자신의 인사에 전혀 대꾸도 않고 그대로 있는 소년의 모습에 다소 허무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소년의 자리 옆에 앉았다.

"난 세느카라고 해.. 저기.. 있지? 그냥. 난 편하게 생각해도 돼 그러니까. 소피아 말인데.

소피아처럼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단 뜻이야.

어 그러니까"

세느카는 계속 멍하니 앉아만 있는 소년에게 자신이 헛소리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이 엉켰다. 하지만 이내 숨이 멎는 느낌이 들었다. 레스가 슬픈 눈으로 세느카를 바라봤기 때문이었다.

마치 그 눈빛은 사랑하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눈빛이었다. 세느카는 눈빛으로 대화하는 그의 말을 당연히 못 알아듣고는 이렇게 말했다.

"너 혹시 글을 아니? 글로 대화할 수 있니?"

레스는 예의 그 슬픈 눈으로 짧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고개를 흔들었다. 세느카는 이해할 수 없었다.

레스의 행동은 부정의 뜻이 아니라 뭔가를 떨쳐버리려는 행동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레스는 천천히 손을 뻗어 세느카의 손을 잡았다.

세느카는 깜짝 놀랬지만 다음 행동을 보고 마음을 추스렸다. 그는 자신의 손바닥에다 글자를 쓰기 시작했던 것이다.

밥을 먹으면서 들은 소피아의 말로는 레스는 벙어리에다 멍청한 바보라서 때리지 않으면 말을 안 듣는다고 했다. 그래서 아버지한테 혼내달라고 말할거란 대화를 나누었었다. 그런데 그런 멍청한 레스가 손바닥에다가 글을 쓰고 있었다.

'어째서 나같은 노예에게 그런 말들을 하는거죠? 당신도 나를 놀리려는 건가요?'

레스의 슬픈 눈은 만약 놀리는 거라면 어서 그만두라는 염원을 담은 듯 간절해 보였다.

하지만 세느카는 전혀 그렇지 않았으므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니 네가 어떤 마음의 상처를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란다..

우리 세상에선 노예라는 제도가 없어.. 나도 노예라는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중에 한명이거든."

세느카의 말에 레스는 다소 놀라면서 황급히 세느카의 입을 검지손가락으로 막았다. 그리고는 손바닥에 급하게 글을 써내려갔다.

'이곳에서는 그런 말을 하면 잡혀가요 조심하세요. 이 노리아 왕국에서는 노예제도가 합법화 되어있거든요'

-

"아.. 그렇구나. 알겠어 조심할게 근데 이곳이 노리아 왕국이니?"

'네.. 오래전엔 저주받은 땅이었지만 지금은 많이 풍요로워졌어요. 로드릭 폰 데아도르 국왕이 잘 통치한 덕분이죠. 철권통치라서 반발도 심했지만..'

세느카는 레스의 말에 속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소피아의 말과는 전혀 다르지 않은가.. 멍청한 소년이 이런 말을 할 리가 없었다. 세느카는 이 레스라는 아이가 자신에게 마음을 열고 있음을 느끼고 마음이 훈훈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해서든 이 아이를 도와주고 싶었다.

"넌 어째서 노예가 되었니?"

- '그건 말하고 싶지 않아요.'

"아. 그래. 그럼 질문을 바꿀게.

어째서 도망치지 않니?"

- '도망쳐서 뭐하죠? 그렇게 살아서 뭐하나요 자유를 얻으면 어쩔건가요.. 의미 없는 일을.

그런 일을. 해서 뭐하나요..'

레스는 다소 침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다시 슬픈 표정으로 변한 그를 바라본 세느카는 그런 그에게서 묘한 기분을 느꼈다.

'그는. 자유의 가치도 잃어버릴만큼 큰 상처를 입었구나 도대체 얼마나 가혹한 일이 저 아이에게 벌어졌기에.. 저 어린나이에 삶에 대한 희망을 버렸단 말인가'

그를 바라보던 세느카의 눈에도 슬픔이 어렸다.

레스는 서글픈 미소를 지으며 다소 생기를 찾았다는 듯 글자를 썼다.

'전 괜찮아요 이대로 살다 죽는것도 그다지 나쁠 것 같지는 않아요. 하지만.. 자유를 찾을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네요..'

-

"레스야.."

세느카는 레스의 마지막 말에 그의 손을 꼭 잡고 미소를 지었다. 레스는 다소 당황한 듯 손을 천천히 뿌리치며 일어섰다. 15세의 어린 나이였지만 키는 세느카보다 약간 작았다. 언뜻 바라본 레스의 당당한 모습에 세느카는 다짐했다.

'이 아이에게 자유란 선물을 주고 싶어.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우선은.'

레스가 집쪽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자 세느카도 그의 뒤를 따라 걸어갔다. 세느카가 집안으로 들어섰을 때 세이타르와 루카누스는 벌써 식사를 마치고 앞으로의 일에 대해 상의하고 있었다.

"루카누스! 브라키온이 무슨 중요한 단서를 남긴것 같은데 뭐라고 했죠?"

-

"흠.. 나에게 두 가지를 당부했었지 하나는 카루이안을 속이는 방법이었고 다른 하나는 세느카에 관한 것이었어. 그 내용엔 이 난국을 해쳐나갈만한 묘수가 들어 있지 않았어.."

"잘 생각해보세요.. 뭐라도 단서를 남겼을 것 같은데"

-

"흠 기회가 되면 또 만나게 될거란 말밖에는.."

세이타르는 탈출하면서 끝까지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 일장을 날리던 브라키온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는 분명 카루이안의 공격에 당해 프레제톤타 빙산 아래로 떨어졌었다.

"그는. 죽었어요.."

-

"나도 알아.. 하지만 그렇게 말한건 사실이야.

녀석이 한 말이니까 그래도 믿는 수밖에.."

루카누스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안으로 들어서는 세느카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뒤에는 레스라는 소년이 따라 들어왔다.

"뭔가 생각난 것이 있나요?"

세느카의 질문에 세이타르가 고개를 흔들었다.

이상하게 그의 대답에 세느카는 안도감이 들었다.

레스때문이었을까.

그릇을 치우고 있던 소피아는 레스가 들어오자 막무가내로 소리치며 화를 냈다.

"야!!! 너 어디 갔다 온거야? 내가 그릇이나 닦아야겠어? 이런 바보같은 녀석!!"

욕을 하면서 레스의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

레스는 으레 그래왔다는 듯 무표정한 모습으로 그릇을 닦기 시작했다. 소피아는 그래도 분이 덜 풀렸는지 계속해서 씩씩거렸다.

"으구.. 저 멍청이!!!"

세느카 일행의 옆에 앉은 소피아는 여전히 레스의 뒷모습을 보면서 욕했다. 세느카는 레스를 바라보던 시선을 소피아로 가져가며 말했다.

"너무 그러지 말아요. 노예도 하나의 인격체인데"

-

"네? 당신 정말 우습군요!! 혹시.. 당신들 알칸왕국 사람들인가요?"

소피아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렇게 질문을 했다.

세느카 일행들은 알칸왕국이 어딘지 당연히 몰랐으므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깜짝 놀랬잖아요. 노예제도가 없는 나라는 몇 없죠.

그것도 다 약소국들뿐. 게중에 좀 크다고 해봐야 알칸 왕국뿐인데 그곳은 우리 노리아 왕국과는 적국이란 말이에요!"

소피아의 설명을 대충 들은 일행들은 그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알칸 왕국은 이 거대한 드뮤니언 대륙의 최동남단에 위치한 왕국이었다. 노리아 왕국은 그 알칸왕국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어 둘은 국경을 접해두고 있었다.

문제는 노리아 왕국이 그래스 웜을 이용해 초원지대를 개발해나가며 영토를 확장해 끝내 알칸왕국의 영토에 침입했다는 것에 있었다. 그것 때문에 그 두 국가 사이에서는 불화가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추구하는 제도마저 틀렸기에 마찰이 없을 수 없었다.

"아 우리는 알칸 왕국 사람들이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

"다행이네요. 아무리 군인이 아닌 여행자라고 해도 이곳에서 잡히면 극형에 처한단 말이에요."

그녀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루카누스는 뭔가 떠올랐는지 소피아에게 질문을 던졌다.

"저기 혹시 공간이동을 할 수 있는 게이트 같은것이 있는 곳을 압니까?"

-

"공간이동 게이트??? 아.. 워프 홀 말이군요?"

"아아! 네.. 맞아요. 워프 홀!!"

-

"글쎄요. 우리 왕국은 그다지 부유한 나라가 아니라서 도시들을 연결해 놓은 워프 홀 같은 것은 없어요. 트라이덴 제국 같은 곳이나 그런게 있죠."

"트라이덴 제국.."

루카누스는 브라키온이 만든 공간도약의 게이트와 비슷한 기능을 가진 워프 홀 이라는 것이 트라이덴 제국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위해 몇 번이고 되뇌였다.

워프 홀은 도시와 도시사이를 연결해주는 순간이동로였다.

이것이 그들을 다시 원래 있던 세상으로 돌려 보내줄지는 전혀 미지수였다.

"트라이덴 제국은 어디에 있죠?"

-

"휴우.. --;; 도대체 아는게 뭔가요? 트라이덴 제국은 아주 멀리 있어요. 실력있는 나노 오더라도 몇 번에 걸쳐서 공간 이동을 해야지만 갈 수 있는 곳이라구요. 그런데 그곳엔 왜 가려고 하나요?"

"아. 그건"

세이타르가 대답하려던 순간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190은 되어보이는 키에 굉장히 거대한 몸집을 가진 텁썩부리 사내였다.

"아버지!!"

소피아가 그를 반기며 외쳤다. 그가 바로 버논 레닌이었다. 버논은 자신의 보금자리에 침입한 침입자들을 경계하는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그런 낌새를 느꼈는지 소피아가 설명했다.

"아!! 이쪽은 여행자 파티인데.. 공간 이동중에 잘못해서 이곳으로 떨어졌대요. 아버지. 제가 저녁식사를 대접했죠."

-

"흠 그렇구나. 하지만 앞으론 낯선자들을 들여놓지 말거라. 레스!! 레스!"

소피아는 긴장을 풀지 않으면서 레스를 찾는 아버지가 오늘따라 이상해보였다. 게다가 평소엔 관심도 갖지 않는 레스를 들어오시자마자 찾는게 수상쩍었다.

그릇을 치우던 레스는 버논의 목소리를 알아들었는지 황급히 뛰어왔다. 레스가 있는것을 확인한 버논은 다소 안심한 표정을 지으며 세느카에게 말했다.

"누추하지만 잘 쉬도록 하시오. 하지만 내일 떠나도록 하시오. 내일까지 돌봐줄 여건은 없소."

-

"아. 알겠습니다. 어쨌든 고마워요.."

세느카는 냉랭한 버논의 태도에 뭔가 이상한 점이 있음을 알았지만 웃으면서 감사의 말을 건넸다.

소피아 역시 그런 것을 느꼈는지 여행자들을 2층 빈방으로 안내했다.

"오늘따라 아버지께서 이상하시네"

소피아의 말을 들은 루카누스와 세이타르는 방금전 레스를 부를 때 느껴졌던 살기가 착각이 아님을 확신했다. 세이타르는 버논이란 작자가 뭔가 캥기는것이 있을거라 생각했다.

'뭔가.. 수상쩍은데? 저 레스라는 소년과 관련되어있는 것 같아.에이.. 그것보다.

어떻게 돌아가야할지. 그걸 밝혀내야하는데..'

소피아가 안내한 2층에 있던 방은 꽤 정돈이 잘 되어있었고 칸막이가 쳐져 있어 두명씩 따로 잘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세느카는 소피아에게 간단한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소피아가 나가자 세이타르와 루카누스가 세느카와 이카루스가 있는 곳으로 들어왔다. 세느카는 이카루스에게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레스라는 소년.. 구해주고 싶어요. 언니.."

-

"하지만 이 세상에 우리가 무언가 영향을 미치는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세느카."

"그래도"

세이타르와 루카누스가 자리에 앉으면서 말했다.

"이카루스 말이 맞습니다. 우린 우리 세상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찾는게 급선무입니다."

"그래 세이타르 말이 맞아. 그런 노예한테 쓸데없는 관심 갖지 말라구."

루카누스는 다소 퉁명스럽게 말하고는 생각에 잠겼다.

"트라이덴 제국으로 가보는게 어떨까요?"

세이타르의 말에 루카누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금으로선 다른 방법이 없잖아 브라키온이 만든 공간도약의 게이트와 비슷한 것이라면 가능성이 있겠지만.."

-

"다른 도리가 없겠군요."

"그래.. 브라키온이 살아서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는 한 별 다른 수가 없군."

세이타르와 루카누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세느카는 약간 슬픈 기색을 보였다. 계속해서 그 어린 소년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너무도 불쌍한 소년이었다.

'그런데.. 아무 도움도 될 수 없다니..'

결국 세느카 일행은 트라이덴 제국이란 곳을 향해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돈도 없고 식량도 없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가는 방향이야 버논에게 물어보면 되는 것이고 돈이야 없으면 뺏으면 된다는게 루카누스의 생각이었다. -_-;;

1층. 버논의 방.

"소피아 누가 낯선 자들을 집안에 들여놓으라고 했니?"

-

"아버지. 전 그냥 그들을 도와주고 싶어서."

버논은 정말 단단히 화가 난 듯 보였다. 소피아는 자신에게 이렇게 대한적이 없던 아버지가 저렇게 나오자 자신이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잘못을 빌었다.

"휴우.. 됐다. 네게 화를 내야 무슨 소용이 있겠니"

-

"아버지 도대체 무슨 일이세요? 왜 그러시는거에요?"

"아니다. 알 거 없다. 그만 나가보거라.."

버논은 고개를 돌려 벽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소피아는 더 이상 묻지 않는 것이 낳을 것 같단 생각에 방을 빠져나왔다.

버논은 담뱃갑에서 시가를 하나 꺼내 씹어 물었다.

그가 아끼는 양질의 시가였다. 거의 담배를 피지 않던 버논이지만 지금은 피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냥 일반 여행자들이겠지.. 그런데 이런곳까지 왔다는게 수상쩍단 말이야.. 어쨌든 확실히 경계를 해야겠어. 그래야..'

이상한 미소를 지은 버논은 천천히 일어서서 레스가 기거하는 방으로 갔다. 레스는 피곤했는지 낡은 침대위에서 엎드린채 자고 있었다.

버논은 레스 바로 앞까지 걸어가서는 한쪽 무릎을 꿇고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왼쪽 팔에 보이는 문신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동방제국의 언어로 封 이다. 우리말로는 봉하다는 (seal) 뜻이지.. 후후훗. 어쩌면 20여년전에 내가 본 혈겁과 관련되었는지도 모르겠군.. 만약 이 아이가 관련이 있다면.. 하하하핫'

마음속으로 웃던 버논은 순간 "하핫" 하는 소리를 내고 말았다. 다급히 자신의 손으로 입을 막은 그는 레스가 깨어났는지 확인해 본 후 그렇지 않다는것을 확인했다.

'휴. 다행이군. 어쨌든 이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 당시 혈겁에 휩싸였던 크레돈 제국과 트라이덴 제국의 귀족들뿐. 그것도.. 후작 이상의 지휘의.. 후훗'

버논은 20여년전에 자신이 우연히 겪은 엄청난 혈겁의 모습을 다시 한번 상기했다. 그런 그의 모습은 무척 긴장되어 보였고 심지어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틀림없다.. 그 악마의 후계자가 그 당시 세계 최고의 국력을 가지고 있던 크레돈 제국이 한순간에 멸망 위기까지 가도록 만들었던 그 덕에 트라이덴이 잇속을 챙겼지만 후훗..'

버논은 자신의 팔자가 결코 노예상인으로 끝나지 않을거란걸 지레짐작하는지 묘한 웃음을 지었다.

'돈만 있다면. 돈만 있다면 이 거대한 드뮤니언 대륙의 모든 노예상들을 흡수할 수 있다. 크하하하'

버논은 야심이 있는 작자였다. 레스라는 존재가 누군지 아는듯한 그는 그의 야심으로 인해 당할 일들에 대해선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다음날

세느카 일행은 어제 결정한 대로 트라이덴 제국을 향해 떠나기로 했다. 그래서 아침 일찍 버논에게 그에 관한 것을 상의했다. 다소 냉랭한 태도 때문에 말을 걸기 힘들었지만 그들이 떠나기 위해 그런다는것을 안 버논이 쉽게 대답을 해주었다.

"트라이덴 제국으로 가려면 생각보다 어려운 여정일텐데. 게다가 가쟈린 강을 건너야 하고 아베룬 산맥도 넘어야하오. 특히 아베룬 산맥은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괴기스런 산맥이라오.."

버논은 거기까지 말한 후 일행들에게 몬스터란것이 그래스 웜같은 괴물들을 총칭한다는 것을 설명해야만 했다.

"트라이덴 제국으로 가는 이유를 말해줄 수 있소?"

-

"트라이덴 제국에 만날 사람이 있어서입니다."

"흠 다른 이유는 없소?"

-

"그렇습니다."

버논은 뭔가를 한참 생각하는 듯 하다가 이내 결심한 듯 미소지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친한척 인심쓰는척 말했다.

"좋소. 그럼 나와 같이 가도록 하시오. 난 트라이덴 제국과 접해 있는 크레돈 제국으로 가야할 일이 있으니 말이오. 길을 안내하도록 하겠소."

-

"어? 아버지. 그렇게 멀리 일 나가세요?"

"어? 어 소피아. 레스 저 녀석을 구입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서 말야? 크레돈 제국 사람이거든"

-

"우와 그렇게 멀리서 저런 쓸모 없는 녀석을 산다구요? 그쪽에는 그렇게 쓸만한 노예가 없나보죠?"

"그 그렇단다 얘야"

소피아는 버논과 오랫동안 헤어져야 함을 아쉬워하는 표정이었다. 그에 반해 일행들은 길을 안내해준다는 버논의 말에 기쁜 얼굴들이었다. 그의 속사정을 모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사실 버논은 그곳까지 이동하는 중에 발생할지 모르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경호원을 살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돈이 들어가는 일이므로 이 약간은 바보스러운 여행자 파티를 이용해 그곳까지 안전하게 가려는 속셈이었던 것이다. 이들의 실력은 무식함에 비해 상당했다.

그래스 웜들을 순식간에 해치웠던 것이다. 물론 그래스 웜이 약한 몬스터 축에 속하지만 워낙 세이렌족의 위명이 높기에 이들을 믿기로 한 것이었다.

게다가 공짜가 아닌가..

"정말 길을 안내해주실 수 있나요?"

-

"후훗. 어제는 미안했소 낯선 사람들과 특히 세이렌족을 오랜만에 만나 다소 긴장했던 것 같소 대신 길 안내를 할테니 용서하시오."

"아.. 저희야 고마울 따름입니다."

세이타르가 기뻐하며 그렇게 대답했다. 세느카 일행들은 어제 품었던 의심들을 한순간에 풀어버리고는 집에 빨리 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들뜨고 말았다.

"오늘 떠날 생각인데 어떻소?"

- "저희야 좋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가도록 하죠"

"후훗 좋소. 레스!!! 레스!!! 이쪽으로 오너라!!"

버논이 레스를 부르자 레스가 뛰어왔다. 레스를 바라보는 버논의 눈빛은 마치 자신의 보물상자를 바라보듯 사랑?스러웠다. 레스는 무표정하게 서있었다.

"아침에 말한 것들은 모두 준비하였느냐?"

버논의 질문에 레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버논은 아침에 떠날 준비를 미리 시켜두었던 것이다.

경호원들의 몫까지 챙기도록 했기 때문에 바로 이동해도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였다.

"그럼 출발하도록 하죠.. 다행히 말이 6필 있습니다.

인원수에 딱 맞는군요. 그럼 가죠."

버논이 그렇게 말하며 앞장서서 밖으로 나갔다.

소피아는 레스를 괴롭히긴 했지만 그래도 헤어지는게 아쉬운지 손을 흔들었다. 레스는 그런 그녀를 무심하게 바라보고는 돌아섰다.

세느카 일행들은 버논의 뒤를 따라 나갔다. 그런데 세느카들은 말을 탈 줄 몰랐다. -_-;; 그렇게 말 타는 법을 배우는데 몇시간을 소비한 후 그들은 트라이덴 제국을 향해 말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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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도약의 게이트에서 이상한 세계로 떨어진 세느카..

잠시 기가 슬렌더의 금속성 세상에서 벗어나 보세여 ^^;

나노 브레이커는 1부 기가 슬렌더와 같은 맥을 이루는 가즈 다이어리 3부의 제목입니다. 기가 슬렌더의 주석5번에 해당하는 이번 편은 나노 브레이커의 프롤로그 격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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