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가슬렌더-63화 (63/120)

제 목: 70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70

[기가 슬렌더] -39- 얀 이반(실패하는 연구소 폭파 계획..) (2) 파인리히는 마땅히

소환해낼 생명체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세이렌족의 소서렌이 사용하는 이 크리에이쳐들은 등급이 있는데 파인리히가 가진 미케노스같은 것들은 중급이거나 하급 크리에이쳐였다. 그나마 볼캔샤이어가 상급 크리에이쳐였는데 지금 아우로페가 불러낸 라벤더같은 경우는 파리나타의 드라쿤과 맞먹는 최상급 크리에이쳐였던 것이다.

최상급의 경우 소환한 상태에서 죽거나, 불러낸 소환자가 귀환을 명령하기 전에는 사라지지 않았다.

파인리히의 크리에이쳐들이 공격한 후 사라진 이유는 최상급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파인리히는 창으로 찔러 들어오는 라벤더를 피하기 위해 '스피리쉬' 를 사용했다. 그와 동시에 미케노스를 사용했다. 라벤더의 창이 빠르긴 빨랐지만 스피리쉬를 능가할순 없었다. 아슬아슬하게 창을 피한 파인리히의 크리스탈 볼에서 미케노스가 튀어나왔다.

라벤더는 가소롭다는 듯 괴기스런 웃음소릴 흘리며 방패로 한 번 휘저을 뿐이었다. 그러자 미케노스는 맥도 못추고 사라져버렸다.

"뭐 저런 괴물같은"

파인리히가 수세에 몰리는 것을 지켜보는 타렌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마치 오랜 숙원을 하루아침에 풀어버리는듯한 행복한 표정이었다. 그의 앞에서 라벤더를 부리는 아우로페의 표정은 소름끼칠정도로 무표정했다. 그녀의 손은 여전히 수인을 맺은 상태 그대로였는데 어떠한 미세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미얀은 파인리히가 요리조리 피하면서 공격을 시도해봐도 전혀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미시케를 받아들이기로 한건지는 몰라도 이제 겨우 다시 살려는 의지가 생긴 파인리히가 죽게 생겼으니. 아무 도움이 안되는 그녀로선 답답할 노릇이었다.

파인리히는 볼캔샤이어를 구사할까 생각했지만 차마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볼캔샤이어마저 라벤더에게 막힌다면 더 이상 희망은 없기 때문이었다.

계속해서 미케노스를 사용하던 파인리히는 라벤더의 화만 돋굴 뿐이었다. 라벤더의 거대한 창이 파인리히가 회전하는 틈을 이용해서 파고들었다. 스피리쉬의 스피드가 워낙 빨랐지만 미리 이동지점을 예상한 공격이었기에 피하지 못하고 막아내었다.

쉘리아드를 불러낸 파인리히는 다급히 창을 막아냈지만 워낙 강한 파워였기에 엄청난 충격과 함께 구석으로 날아가버렸다. 날아가는 파인리히의 속력에 스피리쉬의 속력이 합쳐저 이상한 각도로 휘어지다가 벽에 부딪혔다. 그와 동시에 가상생명체들이 사라져버렸다.

"쿨럭!!"

붉은 피를 한모금 토해낸 파인리히는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가슴을 움켜쥔 그의 표정은 무척 괴로워보였다.

미얀은 그에게 달려가고 싶었지만 라벤더가 파인리히를 공격하기 위해 괴성을 지르며 점프하는 것을 보고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라벤더의 일격을 당해내지 못할거란걸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파인리히는 라벤더의 거대한 앞발이 자신을 찍으려고 날아오는 것을 어렴풋이 보고는 정신을 가다듬고 '스피리쉬'를 외쳤다. 다소 기운이 빠져서인지 스피리쉬도 아까의 제 속도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행히 라벤더의 앞발을 피해낸 파인리히는 미얀의 곁으로 와서는 땅바닥에 착지했다.

말이 착지지. 거의 쓰러지다시피 했다.

미얀은 다급히 그를 부축하고는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도망쳐요.. 저 괴물을 이길 수 없다구요!!"

-

"미얀 당신 혼자서 도망쳐요 난 갈 수 없어요 그녀를 놔두고선 절대로 갈 수 없어요.

난 죽지 않을거에요 날 믿어요 난 지금 그 어느때보다 살고 싶다구요"

"무슨 소리에요?? 저런 괴물을 어떻게 이긴다구 그래요?"

-

"난 이길거에요 반드시. 그러니 지금 당장 도망쳐요!! 라케프 할아버지와. 제이드..

모두 데리고 이곳에서 빠져나가라구요!!! 전 나중에 반드시 뒤쫓아 갈거에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거죠?"

- "그녀를. 진정 사랑하기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이것밖에 없어요"

"무.. 무슨??"

파인리히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라벤더의 창이 공격해 들어왔다. 파인리히는 미얀을 뒤로 밀친후에 최후의 일격을 감행했다.

"볼캔샤이어!!!"

그러자 그의 양손에서 거대한 불새가 튀어나왔다.

라벤더는 이번 공격이 미케노스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는지 돌격하다가 멈추어서서 비어있는 마지막 한 팔로 방패를 받혔다.

볼캔샤이어는 이상한 울음소리를 내며 라벤더에게 돌진했다. 볼캔샤이어가 라벤더의 방패에 부딪히자 라벤더가 괴성을 질렀다. 마치 힘겨루기를 하듯 볼캔샤이어와 방패는 서로 맞부딪힌 상태로 엎치락 뒤치락 했다. 라벤더가 다시 한 번 괴성을 지르자 방패가 볼캔샤이어를 소멸시키고 모습을 드러냈다.

"볼캔샤이어마저.. 미얀!! 어서 피해요!!! 만약 살아서 도망치지 못한다면 난 평생 당신을 원망할거요!!!"

-

"파인리히.."

미얀은 더 이상 수가 없음을 알고 밖으로 도망쳤다.

타렌은 그런 미얀을 바라봤지만 뒤쫓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밖에 있는 가오그들이 충분히 처리할거란 생각이었다.

미얀은 도망치긴 했지만 그건 결코 혼자 살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니었다. 라케프와 제이드를 불러오기 위해. 그녀는 그렇게 밖으로 뛰쳐나갔던 것이다.

미얀이 나가는 모습을 본 파인리히는 양 무릎을 꿇었다. 아니,무릎이 저절로 꺽였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계속적인 생명체 소환으로 떨어진 체력에다가 아까 당한 부상의 여파가 겹쳐 그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볼캔샤이어마저 막아낸 라벤더는 더욱 광폭해졌는지 괴기스런 소릴 지르며 앞발을 높이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그 모습은 먹이감을 앞에두고 기뻐하는 맹수의 모습이었지만 사실 라벤더는 약간의 충격을 당해 발작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파인리히는 아우로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전혀 변한게 없었다. 3년전 모습 그대로.. 변한게 있다면 그를 위해 웃어주었던 그녀의 미소가 사라져버렸다는것.. 얼음처럼 식어버린 그녀의 무표정이 파인리히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아우로페. 처음엔 그냥 이곳에서 죽고 싶었어. 단지 널 위해 그랬던 건 아니야 널 지켜주지 못해서. 널 그꼴로 만들어서.. 난 내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던 거야. 하지만 허무하게 죽을순 없어. 내가 죽으면 슬퍼할사람이 한명도 없을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구. 오로지 너만을 사랑하며 마음속 깊이 간직하며 혼자 살아가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할 것 같아. 널 돌리고 싶어.

그때의 너로. 하지만 이미 늦었다는거 알아.. 널 위해.. 널 편하게 해주고 싶어. 차라리 그때. 널 잃었다면 이런 슬픔은 없었을텐데. 내가 죽는한이 있더라도. 널 그런 모습으로 살게 하지 않을거야!!'

파인리히는 한손을 바닥에 짚고는 천천히 일어섰다.

약간 생기를 되찾은 파인리히의 모습때문인지 라벤더 역시 투레질 하는 것을 멈췄다. 라벤더의 싸늘한 눈빛이 파인리히를 압도했다.

하지만 파인리히의 눈에서 알 수 없는 의지의 힘이 라벤더를 물러서게했다. 라벤더는 다소 자존심이 상한 듯 파인리히를 향해 돌진했다. 아까보다 더욱 사나워진 모습이었다.

파인리히는 '디바이딩 미케노스'를 소환했다. 그러자 수많은 미케노스들이 라벤더를 향해 돌격했다. 아무리 라벤더라고 해도 방패로 미케노스를 막았었다. 그런데 갑자기 수십마리의 미케노스들이 돌격해 들어오자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처음에는 쏜살같이 달겨드는 미케노스들을 하나,둘씩 막거나 창으로 없애버리던 라벤더가 한 마리의 미케노스에게 적중당하자 순신간에 수십마리의 미케노스에 당하기 시작했다.

" 후 훗. 내 연속기가 어떠냐.. 볼캔샤이어!!"

파인리히는 아까 라벤더가 볼캔샤이어를 방패로 막아내는 것을 봤기 때문에 방패를 사용하지 못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케노스의 공격에 당하느라 정신이 없던 라벤더는 볼캔샤이어가 달려드는 것을 볼 수 없었다. 이대로만 된다면. 그대로 명중 당한다면!!!

하지만 라벤더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크리에이쳐가 아니었다. 미케노스에게 당하면서도 그 와중에 이상한 힘을 느꼈는지 볼캔샤이어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다급히 방패로 볼캔샤이어를 막아내었다.

두 번째 사용한 것이라 그런지 아까보다 훨씬 파괴력이 떨어졌다. 그래서인지 라벤더의 방패앞에서 쉽게 무력화되고 말았다. 미케노스 수십마리에 적중당한 라벤더였지만 작은 상처들만 무수히 많이 생겼을뿐 그다지 큰 피해를 입지 않은 듯 보였다.

그때였다. 타렌이 천천히 걸어나오며 박수를 쳤다.

"와. 대단한데? 라벤더를 상대로 너처럼 오래버틴 사람은 처음이야. 강하다고 자부하는 녀석들도 1분을 버티지 못했는데.."

-

"뭐라구?? 그럼.서.. 설마 실험실.에 있던 그 시체들이??"

"후훗.. 4호를 실험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어 아참.. 방금전 그 공격은 굉장히 좋은 전술이었어 칭찬해주지.."

-

"이럴수가. 어떻게 그런.."

"하지만 이젠 때가 된것같아. 너도 이제 밑천이 바닥났으니. 죽을때가 되었다는 것은 알겠지?"

- "후후훗 하하하핫"

"왜 그래? 혹시 죽기 싫어서 미친거 아냐?"

- "아니!! 난 이길거야. 내가 이길 때 네 참담한 표정이 생각나 웃었던 거구"

"확실히 미쳤구나? 너.."

- "아니. 안 미쳤다는 것을 증명해주지"

파인리히는 그 말과 동시에 앞으로 달려나갔다.

".!!!"

타렌은 다소 놀랐지만 금새 진정할 수 있었다.

파인리히의 기술은 방금 전 보았던게 다였다. 그 이상의 기술이 있었다면 벌써 사용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저토록 자신만만하다니.. 자신의 말대로 파인리히는 정말 미친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라벤더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가던 파인리히는 우측에서 지켜보고 있는 타렌과 그 옆의 아우로페를 살며시 쳐다보고는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공간이 울릴 정도로 큰 목소리로 '스피리쉬' 를 외쳤다.

라벤더는 자신을 향해 돌격하는 파인리히를 공격하기 위해 앞발을 치켜들고는 창으로 찌를 준비를 했다.

하지만 파인리히가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지자 다소 황당한 듯 보였다. 그의 시선이 왼쪽으로 향해지자 파인리히가 보였다.

파인리히는 라벤더로 달려가다가 우측으로 급선회하여 스피리쉬를 소환해낸 것이었다.

스피리쉬의 스피드는 더 이상 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빨랐기 때문에 금새 아우로페를 향해 도달했다.

타렌은 파인리히의 속셈을 뒤늦게 눈치챘다.

녀석은 라벤더를 이길 수 없으니 그 소환자를 공격하려 한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소환자는 녀석이 사랑하는 여자가 아닌가

"볼캔샤이어!!!!"

-

"미 미친. 4호는 니 여자라구!!!"

타렌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파인리히의 크리스탈 볼에서는 볼캔샤이어가 튀어나왔다. 엄청난 스피드..

파괴력.. 초고온으로 이뤄진 볼캔샤이어는 아우로페를 집어삼킬 듯 포효했다.

타렌은 급히 매너 포스를 집중했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파인리히의 승리인가..

그때까지만해도 무표정하게 상황을 지켜보던 아우로페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수인을 맺으며 들릴까 말까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 므란"

그러자 그녀의 앞에 아주 작은 생명체가 소환되었다.

마치 손처럼 생긴 그 생명체는 손 위에 눈 하나가 달려있는게 전부였다. 보통 사람의 손보다도 더 작아보였다. 도대체 그런걸 왜 소환해냈는지 쓸모가 있을지 의문스러운 생명체였다.

볼캔샤이어가 찢어지는 괴성을 지르며 알 므란 과 부딪혔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알 므란이 볼캔샤이어를 잡은게 아닌가!! 그 조그만 손으로 볼캔샤이어를 잡고는.. 잡아먹기 시작했다!!!

"크으. 최후의 방법마저.. 저 생명체는 고대 전설에 등장하는 사막의 라포이엔(생명이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잡아먹고 번식하는 집단개미떼)을 없애기 위해 신이 만들어낸 알 므란.."

볼캔샤이어는 그 엄청난 체구에도 불구하고 알 므란의 손바닥밑에 있는 입 안으로 다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알 므란은 배가 불렀는지 '끄윽' 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자신의 최후의 발악마져 실패한 것을 알았는지 파인리히는 아우로페 앞에 주저앉았다. 그런 파인리히를 향해 라벤더가 공포스러운 괴음을 내며 달려왔다.

연구소 밖. 라케프와 제이드의 상황도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최초 5분 정도는 둘의 컨퓨징 포스 덕으로 15대중 7대의 가오그를 파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8대의 가오그가 남아있었다. 그들을 3대의 가오그로 막아내려니.. 자연히 힘에 부칠 수밖에 없었다.

원래는 연구소만 파괴하면 그 즉시 탈출하기로 했었는데 시간이 흘러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그래서 계속 시간을 끌며 싸우고 있던 것이다.

라케프와 제이드는 서로 많은 매너 포스를 사용했는지 무척 피로해 보였다. 그건 3명의 가오그 탑승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한 대당 2대 이상의 가오그랑 싸우는건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물론 옆에서 라케프와 제이드가 도와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몰랐다.

라케프는 제이드가 더 큰 힘을 숨겨두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때문인지 그 힘을 아껴두는 듯한 인상이 들었던 것이다.

"제이드!! 지금 상황이 심각하니께롱. 다시 한 번 컨퓨징 포스를 사용하장께!!"

-

"라케프씨!! 그건 자살 행위입니다!! 이미 저들은 한 번 당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없습니다!!"

"흐미 그렁께 내 말은"

라케프는 왜 힘을 더 쓰지 않느냐고 질문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제이드 또한 열심히 싸우고 있었고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때였다. 연구소 안에서 미얀이 달려나왔다.

그리고는 라케프를 향해 외쳤다.

"할아버지!! 큰일났어요!! 파인리히가 위험해요!!!"

- "뭐시여? 파인리히가??? 이 일을 워쩐당가.. 워쪄"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

"파인리히랑 같은 능력을 가진 여자가 나타났는데."

"큰일이구먼 분명 더 쎈 능력을 가졌을텐디"

라케프가 한숨을 짓자 제이드가 외쳤다.

"이제부터 각개격파하기 바란다!!! 1분안에 일을 마무리 지도록!!! 프리징 포스!!!"

제이드의 외침과 동시에 그의 팔에서 알 수 없는 기운이 가오사이보그들을 향해 뿜어져 나갔다.

그것들은 가오그 주위에 존재하는 물 분자를 응고시켜 얼음으로 만들고 있었다.

매너 포스 보조계열 중에서도 온도를 이용한 화학계 공격이었다. 라케프는 제이드가 사용한 프리징 포스를 보고는 마음속으로 적잖이 놀라고 있었다. 프리징 포스는 아주 어려운 기술은 아니었다.

하지만 8대의 가오그를 모조리 얼려버리는 지금 같은 기술은 아무리 그랜드 포스 오너라 해도 불가능한 기술이었다. 자신이 사용한다고 해도 단 한 대의 가오그를 얼릴 수 있을까 말까였다.

그런데 지금 8대의 가오그가 모두 꼼짝도 못하고 있지 않은가 3대의 가오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빠른 속도로 한 대씩 각개격파를 해나갔다.

정말이지 1분도 안 되는 시간동안 8대가 파괴되고 말았다. 컨퓨징 포스보다 효과가 좋았던 것은 정신력이 강하고 말고에 관계없이 모두 통했던 데에 있었다.

라케프는 금새 가오그들이 쓰러지자 의문점이 생겼다.

'워째서 파인리히가 위험에 빠졌다고 하니께 저런 기술을 사용한 것이지알다가도 모르겄구먼.. 도대체 와이..'

제이드는 엄청난 힘을 사용했는지 라케프에게 힘겹게 말했다.

"어서.. 가세요 그가 위험합니다!!"

라케프는 제이드가 자신의 모든 힘을 사용했다는것을 알고는 급히 미얀을 향해 달려갔다.

자신만이라도 도우러 가야한다는 생각에 엄청난 속도로 뛰었던 것이다. 미얀은 라케프가 다가오자 다시 연구소 안쪽으로 달려갔다. 한시가 급했다.

파인리히가 그 괴물에게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제이드는 라케프가 안으로 들어간 것을 보고는 가오그 탑승자들을 향해 말했다.

"연구소를 폭파해.."

그러자 가오그들은 급히 수송선에서 뭔가를 하나 가득 들고 왔다. 그것은 대형 폭탄이었다.

그 정도 분량이면 이 연구소를 통째로 없애버려도 할말 없을 정도의 양이었다. 가오그 탑승자들은 재빠르게 미리 지시 받았던 주요지점에다가 대형폭탄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오래걸려도 5분이면 모든게 끝일 것이다. 제이드는 싸늘한 웃음을 흘렸다. 그리곤 말했다.

"이건 사고일 뿐이야"

라케프가 미얀과 함께 파인리히가 있는 곳에 도착했을 때 파인리히는 맥없이 주저 앉은채 라벤더의 공격을 받기 직전이었다. 라케프는 혼신의 힘을 다해 매너 포스를 운용했다.

"워째 그러고 있당가!!! 어서 도망치랑께!!!"

라벤더는 파인리히를 창으로 찌르려던 바로 그 순간에 엄청난 고통을 느꼈다. 전신을 송곳으로 찌르는듯한 통증. 라벤더가 괴성을 지르며 발버둥치자 파인리히가 약간 정신차린 듯 라케프를 바라보았다.

라케프는 라벤더를 바라보며 계속해서 매너 포스를 보내고 있었다. 그때 미얀이 파인리히에게 외쳤다.

"파인리히!! 빨리요!! 어서 도망치라구요!!"

파인리히는 순간 라케프가 무언가 엄청난 공격을 해서 라벤더를 묶어두고 있음을 알았다. 도망쳐야된다는 생각이 머릴 스쳐 지났지만 다리는 맥이 풀린 듯 후들거렸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타렌이 씁쓸하게 말했다.

"지원군이 도착하다니 더 이상 시간끄는 것도 끝이다."

타렌의 양 팔에서 엄청난 매너 포스가 응집되기 시작했다. 그걸 본 라케프와 미얀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사실 라벤더는 라케프의 정신계 공격을 받고 자신이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착각을 일으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착각이란 것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을테지만 더 큰 문제는 라벤더보다 타렌이었다. 타렌이 지금 공격을 한다면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미. 미얀처자. 이미 늦었응께. 자네 혼자라도 도망치게.. 저. 괴물만 상대하라면. 하겠지만."

-

"아뇨 그럴 수 없어요!! 저만 도망치라뇨!!"

"시끄럽구먼!!! 어서 가랑께!!!! 내 말을 안들을 참인감!!!

이 다 늙은 노친네의 마지막 부탁이랑께!!!"

-

"하 할아버지.."

"난 살만큼 살았응께!!!! 어서!!!"

라케프가 미얀을 뒤로 밀치고는 오른팔에다가 매너 포스를 집중했다. 그리고는 파인리히까지 일직선으로 보이는 공기를 진공상태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엄청난 회오리 바람이 일더니 파인리히를 빨아들였다.

파인리히는 바람에 휩쓸려 라케프를 향해 날려왔다.

그 모습을 바라본 타렌이 코웃음을 치고는 양팔을 앞으로 뻗었다. 그러자 파인리히의 몸이 줄다리기 하듯 양쪽으로 팽팽히 뻗어졌다.

"어림없는 수작!! 늙은양반!!! 이제 당신한텐 안져!!"

-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을 봤나. 넌 노인경로사상을 다시 배워야한당께!!!!"

그때였다. 고통속에 몸부림치던 라벤더가 정신을 차렸다. 마치 누군가에게 어이없이 속은 표정을 지은 그 괴물은 자신을 그렇게 만든 장본인이 라케프란 것을 알았는지 그를 향해 달려갔다.

미얀은 파인리히를 가지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타렌을 향해 뾰족한 표창을 던졌다. 어쌔씬의 능력도 갖추고 있던 그녀였기에 암기를 사용할 줄도 알았다.

갑자기 날아온 표창에 타렌은 매너 포스를 거두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파인리히가 라케프를 덮쳤다.

파인리히와 함께 라케프가 쓰러지자 미얀이 부축해 일으켜세웠다. 파인리히를 양쪽에서 라케프와 미얀이 어깨로 받히고 도망치려 했다. 그때였다

'삐빅 슈우우욱.. 쿠콰콰콰쾅!!!! 콰쾅!! 콰과광!!'

마치 폭탄이 연쇄적으로 터지는 소리같았다.

굉음과 함께 엄청난 섬광이 안에 있던 그들 모두를 감싸 안았다.

원자력 천공위성. 지크프리드의 서재.

지크프리드는 지오에게서 연락이 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휴먼 로보로이드 기니비아로부터 연구소 파괴 계획에 대해 들은 후 지오는 위대하신 분의 명령-일년간 지상에 내려가지 말라는 근신조치-를 어기고 지상으로 내려갔다.

위대하신 분께서 알아버린다면 일이 커지지만 그것보다 더욱 큰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다. 그 일에 대해 지오와 상의해야만 했다. 하지만 여전히 소식이 없는게 영 불안했다. 지오가 질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쉽사리 이길 수 있을거란 생각도 하지 않았다.

'빨리.. 돌아와.. 지오 지금.. 우리 계획에 커다란 문제점이 생겼단 말이야'

지크프리드는 비르수 라 드뮨 대륙의 지형과 도시들이 빽빽히 새겨져 있는 전자지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지도의 오른편 즉 2지역구에는 붉은색의 신호등이 계속해서 깜빡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타 종족의 공격을 받았을때나 켜지는 등이었다. 지금 그것이 여러군데에서 깜빡거린다는 사실은 곧 전쟁이 터졌음을 의미했다

'헤켈들이.. 헤켈들이 선수를 칠 줄이야.. 배신자 얀만 없앤다면 더 이상 방해물이 없을 줄 알았건만.

이런 기습을 당하다니 젠장..'

지크는 계속해서 지오의 연락을 기다리느라 초조하게 왔다갔다 했다. 그때였다. 지크의 바램에 응답이라도 하듯 지오에게서 연락이 왔다. 지오의 목소리는 아주 불만스러워보였다.

"지크!! 얀녀석들을 놓쳤어.. 완벽한 함정이었는데..

하지만 큰 부상을 당했으니 몇일동안은 잠잠하겠지.

지크? 왜 그래? 표정이?"

-

"지오.. 당장.. 천공위성으로 와야겠어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어.."

"심각한 문제? 연구소 파괴문제보다 더? 후훗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심각한 표정인데?"

-

"그래.. 헤켈들이 전쟁을 일으켰어."

"뭐라구!!! 말도 안돼!! 이런..금방 갈게.조금만 기다려!!"

지크는 초조하게 지오를 기다렸다. 지오는 연락을 끊기가 무섭게 셔틀크루져에 탑승했다. 셔틀크루져는 엄청난 소음을 내며 하늘 위로 치솟았다. 지오의 머리속에선 이미 얀에 대한 복수는 지워져버렸다.

'녀석들이 어떻게 알고 먼저 공격을 시도한거지?

설마. 우리의 계획을 눈치챘단 말인가.. 젠장 전쟁 준비기간을 1년으로 잡은 것은 큰 오산이었나'

이십분 후 지오가 원자력 천공위성 안으로 들어오자 지크가 그를 반겼다. 표정만 가지고 본다면 결코 반기는 표정은 아니었다. 워낙 심각한 문제였기에 그들은 서둘러 지오의 방으로 이동했다.

각자 의자에 앉은 후 먼저 지오가 입을 열었다.

"헤켈들이 설마 전쟁을 일으키리라곤 생각하지 않았어. 그들은 지난 몇백년간 대규모 공격은 단 4번밖에 하지 않았어. 그것도 도시 하나를 공격하는 정도였다구."

-

"맞아 뭔가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 된 것 같아 어디선가부터 어긋난 것 같은 기분 그런 기분이 들어."

"지크 현재 상황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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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피해를 입은 도시는 2지역구의 리메논시하고 라빌노스시야.. 다크네시는 퉁지나시에서 급파한 지원군의 힘입어 시민들의 피해가 가장 적었어.

다크네시만이 시민들이 탈출할 수 있었고 다른 시들은 괴멸되고 말았어 그리고 1지역구 남동쪽에 위치한 로레인시도 헤켈들에게 당하고 말았어"

"이. 이럴수가. 2지역구의 도시들이라면 이주계획이 진행되고 있었으니 그나마 피해가 덜 심각하겠지만.. 로레인시는 피해가 막심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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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다른 지역구들도 위험할 것 같아서 안전한 지역에 위치한 운용가능한 병력들을 남부 전선에 배치시켰어 미안 너와 상의할 시간이 부족해서."

지오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하지만 곧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지크프리드에게 말했다.

"아냐 잘한 일이야 아무래도 헤켈녀석들.

알고 있는 것 같아. 2지역구가 가장 전력이 약하다는 것을 말야 이주계획을 실행하고 있어서 전력이 약해졌지만 녀석들은 그 약점을 잘 파고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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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들은 파죽지세로 움직이고 있어..

퉁지나시나 글랜시아시,발카로스시들도 결코 안전하지 못해.."

"최대로 이용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해서 시민들을 이주시키도록 하자. 아직 도시가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들의 목숨이 더욱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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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알겠어.."

"헤켈들의 공격으로 우리가 목표로 한 시기가 앞당겨 졌을뿐이라고 생각하자.. 그렇게..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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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지오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애써 분노를 참는 그의 모습은 닥친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헤켈들은 방어력이 약해진 2지역구를 위주로 공격해 들어왔으며 그들의 전략은 맞아 들어갔다. 이미 그들의 수중에 2지역구 3개도시를 비롯한 4개의 도시가 떨어졌으며 앞으로 얼마나 더 큰 참사가 일어날지 알 수 없었다. 단 하루만에 4개의 도시가 괴멸당했으니..

지오는 동부 전선을 축소하는 방법을 지크에게 설명하면서 이주계획에 따른 피해는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한다고 말했다. 지크프리드 역시 그 말에 동의하였다. 결국 그 말뜻은 2지역구가 어떠한 피해를 입더라도 그 지역을 지원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시민들에게 피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지오가 생각했던 3종족 대립체제로 바뀌어 가는 것이다.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힌 지오는 마지막으로 1지역구와 3지역구의 방어력을 높이는데 신경을 썼다.

'헤켈들이 공격을 시작한 것과 위대하신분께서 말하신 조약의 파기와 무슨 관련이 있는게 아닐까 설마 기가스 간에 모종의 협약을 맺었던 것이 아닐까'

지오는 위대하신분 카안드리아스가 걱정했던 것이 현실로 닥치고 있음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어쨌든 이 일을 위대하신 분께 보고해야하는 난관이 있구나'

지오는 착잡한 마음을 억누르며 지크프리드와 함께 어디론가로 향했다.

비밀의 방.

지크프리드의 보고를 들은 카안드리아스는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결국 그가 먼저 행동했군."

지크프리드와 지오는 위대하신 분이 뭔가 명령하기를 기다렸다. 그런 그들의 뜻을 알았는지 카안드리아스가 말했다.

"지오의 생각대로 일을 처리해라. 지금 헤켈들과 전면전을 펼친다면 결국 세이렌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2지역구를 포기하더라도 그 정도 희생은 감수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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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대신 다른 지역구의 방어체제를 더욱 견고히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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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카안드리아스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듯 지오와 지크를 돌려보냈다. 그의 표정은 너무도 허탈해 보였다.

"카발리에레 결국 선택한게 이것이냐 정녕 그분의 의지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것인가"

카안드리아스는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것인지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그 뿌리를 알아낼 수는 없었다.

묘한 것들이 얽히고 설켜있었다. 세느카의 등장과 지오의 야망..예상할 수 없는 것들이 서로 뒤엉켜 있어 그 매듭의 끄트머리를 찾아낼 수도 없는 지경이었다.

'어쩌면 그분의 예언을 막기 위해 노력했던 순간부터 그 예언의 마수에 빠져들었는지도 모른다. 차라리 모른척 했다면.. 이왕 이렇게 된 것이라면..

누군가 한명은 살아남을 것이다 예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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