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68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68
[기가 슬렌더] -37- 브라키온 할 모과이(또 다른 불멸의 존재..) 7장.위선(僞善)의
장
-브라키온 할 모과이(또 다른 불멸의 존재)-프레제톤타 빙산 최상층. 신의 의식을 거행하는 거대한 방은 전투가 있었던 듯. 다소 혼란스런 모습이었다. 하지만 혼란은 금새 가라앉았고 모두들 원탁에 둘러앉아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기솔라벨카 호우겐
그는 자연치유력을 가진 듯 보였다. 그의 부러진 날개는 어느덧 아물어가고 있었고 뼈도 제 위치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은 이렇게 되는 것인가하는 알 수 없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진 그는 체념한 듯 과거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를 바라보고 있던 브라키온 할 모과이는 두 눈을 감고 마치 그 선택의 날에 있었던 일을 회상하듯 숨을 죽였다. 기솔라벨카의 진실은 아주 오래전. 거의 200여년전으로 거슬러올라갔다.
200년전의 세이렌족의 모습은 지금과 별반 다를것이 없었다. 크게 차이가 있다면 전투력의 증강이라 볼 수 있었다. 그 당시에는 미약한 힘을 가지고 있던 소서렌이란 개체가 지금은 꽤나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소서렌이라고 해봐야 파리나타를 비롯한 대, 여섯명의 사제들뿐이었으니.. 지금 소서렌 개체수가 몇십을 돌파하는 것을 보면 엄청난 진보라 할 수 있겠다.
파리나타라는 걸출한 인재를 바탕으로 이뤄진 성과라 할 수 있다.
아!! 지금 중요한 것은 이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그 당시의 세이렌족의 힘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즉,지금처럼 기솔라벨카가 지도자로 선발되기 직전이었기에 모든 힘이 그렇게 분산되었던 것이다. 당시의 7대 사제..
기솔라벨카,휘페리언,브라키온,파리나타,락토니즈,플루토스, 루카누스 는 각기 강력한 능력을 소유한 세이렌족 최고의 인물들이었다. 아니,이들이 세이렌을 이끌어 나간다고 표현하는것이 더욱 옳을 것이다.
이러한 구조가 그들 각자의 세부적인 발전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할지 몰라도 전체적인 하나의 묶음으로 생각했을 때 결코 좋은 구조라 할 수 없었다.
서로 의견이 상충하다보니 어느 하나의 의견도 받아들여질리 없었고 발전도 쉽게 이뤄질 수 없었다. 이것을 가장 걱정했을 사람은 아니,사람이 아닌 신이었지만.. 바로 불멸의 존재였다.
큐탕 쿠 매지그의 생각을 엿본 것은 아마 선택의 날이었으리라.
기솔라벨카는 그렇게 생각했다.
신은 우리의 미래를 걱정하고 계셨어. 우리가 각자 7개의 세력으로 분리되어 나름대로의 생각대로 움직이고 있을 때 그분은 느끼신거야 이래선 다른 종족을 능가할 수 없다고..
물론 내 생각은 약간 달랐어.. 난 그 당시 우리 종족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인간과 헤켈을 이길 수 있을거란 자신감이 있었거든.
이 생각은 너희 모두도 마찬가지 였을거야 그랬으니 우리가 힘을 하나로 모을 필요성을 못 느꼈던거지. 분명 우리 종족의 힘은 다른 종족들을 훨씬 능가했어. 그 당시 인간들의 미개한 문명으론 우리들의 공격을 방어하는 것에만 급급했지 흠 그때 등장한 인간들의 새로운 능력이 매너 포스였나? 그건 그렇고 헤켈? 글세. 그 녀석들도 아마 우리의 공격력을 당해내지 못 했을거야 하지만 우린 국소적인 공격을 했을 뿐 대대적인 공격은 하지 않았어. 그건 너희도 다 알거야.
그랬으니.. 가장 힘이 미약한 인간들이 이 광활한 비르수 라 드뮨 대륙의 대부분을 차지할 수 있었던 거지..
난 어째서 우리 종족이 그들을 공격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어 그것은 너희들 모두도 마찬가지일거야 우리가 공격만 하면 이길 수 있는 게임인데도 우린 공격명령을 받지 않았지. 왜였을까?
[ - 그 당시 큐탕 쿠 매지그님은 우리 개체수가 적다는 것을 염려하고 계셨잖아 그래서가 아닐까? ]
파리나타.. 네 생각에도 일리가 있어 맞아 우리 종족은 다른 종족보다 그 개체수가 월등히 적지. 특히 인간들처럼 마구잡이로 후손을 생산해내는 수준 낮은 생식체계가 아니었거든.
하지만 개체수가 적다고 해서 우리가 그들에게 지기라도 했을까?
아니,아니 질문을 수정하겠어. 우리가 그들을 공격하는데 개체수가 적은 것이 큰 걸림돌이 되었을까? 어때? 브라키온.
한 번 대답해줄래?
[ - 후훗 난 이 일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구. 그런 나의 대답은 네가 생각하는 것과 일치하잖아 그 질문을 나에게 하는 것은 무의미해.]
아차 그렇군 그럼. 플루토스 대답해줄래?
[ - 그렇다면.. 기솔라벨카 너의 말은. 신께서 무슨 다른 이유로 인해 다른 종족을 공격하지 못하게 했다는 거야? 그리고 우릴 무마시키기 위해 개체수가 적으니 어쩌니 하는 것을 운운했다는 뜻이야? ]
이야.. 플루토스 생각보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데? 맞아..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정확하게 짚었어 다시 말해 신은 우리가 다른 종족을 멸종시키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는 거야.
[ - 아!! 잠깐만!! 도대체 앞뒤가 맞질 않잖아.. 처음에 신이 우리의 미래를 걱정하고 계셨다고 했잖아 우리 미래를 걱정한다면서 기회가 있을 때 다른 종족을 가만 내버려두다니.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야? ]
후훗 역시 루카누스. 네 녀석의 그 탁월한 머리는 인정해.. 다소 뺀질거리긴 하지만 말야
[ - 뭐엇? ]
알았어.. 알았어 그 말은 취소하지 역시 말을 쉽게 이해하는군 그래.. 신은 다른 종족을 공격하는 것을 원치 않았고.. 한편으론 우리의 미래를 걱정했어.
아마도 그 미래는 지금 이 순간 바로 현재겠지 확실히 인간족과 헤켈족의 능력은 전보다 훨씬 강해졌어. 인간들은 가오사이보그라는 괴물을 만들어냈고 헤켈들도 쉐도우란것을 만들어냈지 물론 모든 인간들이 가오그를 타고 모든 헤켈들이 쉐도우를 가지고 있다면 문제가 커지겠지만 마치 누군가 그 수를 조종이라도 하듯이 말야 그들의 능력은 우리와 평행선을 긋고 있다는 거지.
[ -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마치 네 말은 신이 현재. 지금의 상태, 네 말대로 세 종족의 전력이 균등화가 되는 이때를 원해서 기다렸다는 말로 해석되는데? ]
그것까지는 나도 확신할 수 없어. 신이 지금을 기다렸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거든.
내가 신이라면 다른 종족이 약했을 때 그들을 없애
버렸을테니까
하지만 선택의 날에 큐탕 쿠 매지그님 앞에서 휘페리언.. 그리고 내가 선택을 강요받았을 때 휘페리언과 나는 신과의 교감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그들의 의도를 느낄 수 있었어. 그 잔혹한 의도를
[ - 그들??? ]
그래 기가스 다시 말해 기가 슬렌더(Giga Slender)들의 의도를 말야..
[ - 기가스? 기가 슬렌더? 처음 듣는 말인데?
그게 무슨 소리야? ]
그때 나와 휘페리언이 느낀 것은 분노였어. 아니, 허무감이란 표현이 더 옳을지도 몰라. 난 모든 것을 잃어버린 기분이었으니까. 나의 존재감마져도 가치 없는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느낌이었지. 이건 휘페리언도 같았을거야.
[ - 그래. 맞아. 나도 참담한 기분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였지.. 그때 우리가 느낀 것은]
『 유 희 』
그들의 '유희' 였지
기솔라벨카와 휘페리언이 동시에 유희란 단어를 말하자 모두들 의아해하는 표정이었다. 그들과 브라키온을 제외한 다른 이들은 제각기 무언가를 생각하느라 심각한 표정이었다.
세느카는 그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마치 뭔가가 크게 잘못되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그녀의 뛰어난 직관으로 그 잘못이 결코 불멸의 존재 혼자서 저지르는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주었다.
나와 휘페리언이 강요받았던 것은 바로 두가지 선택이었어 신을 위한 전쟁이냐.. 아니면 신에게 등을 돌리느냐.. 결과적으로 봤을 때 내가 선택한것은 신을 위한 전쟁이었고 휘페리언이 선택한 것은
신에게 등을 돌리는 것이었지
[ -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겠어 ]
후우 락토니즈. 좋아 널 위해서 자세히 설명해줄게 신은 아마도 무슨 제약을 받고 있었던 것 같아. 물론 신처럼 위대한 존재가 어떤 굴레에 묶여있다는 게 믿을 수 없는 노릇이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니까. 그런 연유로 인해 신은 그 당시 다른 종족을 공격할 수 없었고 먼 미래를
대비할 필요성을 느낀거지
즉,다른 종족이 융성해질 그 당시의 미래 지금 현재지 만약 그때 그 상태대로라면 아마 지금의 모습도 7개의 세력이 서로 집안 싸움하느라 정신 없었을테니 지금보다 훨씬 안 좋은 상황이 되었겠지.. 그걸 미리 막기 위해 모두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싶었던 거야. 그래서 우리 중 가장 강한 휘페리언과 나를 불러놓고 선택을 강요한 것이고..
[ - 선택을 강요받은 나와 기솔라벨카는 우연치 않게 신과 정신적인 교감을 갖게 되었어 정말 우연이란 표현밖엔 쓸 말이 없더군. 그게 신의 의도였을지도 모르지만.. 내 생각엔 우연인 것 같아. ]
그래 신은 우리에게 물었어.. 이대로라면 다른 종족에게 지고 말 것이라고. 힘을 하나로 합쳐야하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우린 그럴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했지. 지금이라도 당장 다른 종족들을 무참히 짓밟으면 그만 아니냐고 물었지.
그때였어!! 신과 교감이 이뤄진 것은..
[ - 큐탕 쿠 매지그님은 뭔가를 두려워하고 있었어 나도 신이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을 처음 알았지. 그때 그 두려움 속에서 그의 마음속을 약간이나마 훔쳐볼 수 있었지. ]
신은 무엇인가 고통스레 외치고 있었어 아직은 때가 되지 않았다. 그분의 예언이 이뤄지는 그 때가. 그러더니 갑자기 고통은 환희로 뒤바뀌더군 너무 갑작스런 변화라서 우린 놀라지 않을 수 없었지 그 환희는 마치 무언가에 대한 집착 같은 거였어. 즐거움?
[ - 그래 뒤늦게 깨달은 거였지만 그건 유희였어 신의 유희 이게 무얼 뜻하는지 알아? ]
신은 우릴 가지고 자신의 즐거움을 대신해왔다는 거야..
다시 말해서 우리가 다른 종족과 목숨을 걸고 싸울 때 그는 그 싸움을 구경하면서 유희를 즐겼던거지..
[ - 뭐라구욧? 단지 싸움을 구경하기 위해서. 그걸 즐기기 위해서 이런 전쟁을 일으킨다는 것인가요? ]
세세느카.? 후훗 당신은 말할 자격이 없소. 하지만.
오늘만은 예외로 하지. 당신이 이 모든 일에 정점에 서있으니까기솔라벨카의 말에 브라키온을 제외한 다른 대사제들은 모두 세느카를 바라보았다. 지금껏 그녀의 존재를 무시하듯 그들은 신경도 쓰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가 이 모든 사건의 중심이라니.. 기솔라벨카는 그 이상의 것을 알고 있단 말인가..
세느카는 그 큐탕 쿠 매지그의 유희라는 것이 결코 혼자서는 이뤄질 수 없는 것이란 걸 느꼈다. 아무리 세이렌족이 강하다고는 해도 다른 종족과 전쟁을 유연성있게 조절하면서 유희를 즐겼다고는 믿을 수 없었다.
그 때문에 다른 종족이 강해졌고 지금의 상황에 이르렀다?
큐탕 쿠 매지그가 혼자만의 유희를 위해 그렇게 행동했다면 세이렌의 미래따위는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는 셈이다. 어차피 세이렌이 멸망하든 안하든 그것까지도 그의 유희에 포함되었을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세느카는 아까 기솔라벨카가 말한 기가스 란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기가스란 존재들은 큐탕 쿠 매지그같은 신이란 말인가.? 인간과.. 헤켈의?'
세느카는 뭔가 크게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만에 하나.(아니길 바라지만) 옳다면 신들은 자신들의 유희를 즐기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고 밖에 표현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 그렇지 않아 우리 인류에겐 신이란 존재는 오래전에 없어진지 오래야.. 과거 위대한 성인들을 신처럼 믿는 종파는 생겼을지 몰라도 그건. 이런 수천년을 통한 미묘한 계획에 동참할 정도의 능력이 없어..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그리고 그 정점에 내가 서있다고? 그렇다면 기솔라벨카는 뭔가를 알고 있다는 것인가.'
[ - 그럼. 당신이 말한 기가스라는 존재들은.
우리와 헤켈들의 신을 말하는 것인가요? ]
후훗 세느카.. 당신이 영리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런 예상까지 해낼 줄은 몰랐소.. 그래요. 그들은 바로 당신의 신이고 헤켈들의 신이며. 바로 우리들의 신이기도 하오.
그들이 하나인지 아니면. 셋인지. 더 많은 숫자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의 의도는 분명하게 알 수 있었소.
바로 즐거움. 쾌락이었소 신이 쾌락을 추구한다는것이 어찌보면 얼토당토 않다는 거 잘 알고 있소 하지만 그들의 두려움속엔 환희가 있었고 희열을 느끼고 있었소.
부정하고 싶지만. 우리나 당신네 족속들이나 헤켈족이나.
모두 그들의 유희라는 장기판 위에서 신들의 말노릇을하고 있었다는 것이오..
[ - .!!! ]
기솔라벨카의 말은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설마 그렇지 않겠지 하고 믿었던 다른 대사제들마져도 침울한 표정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브라키온의 생각이 언뜻 이해되기 시작했다. 선택의 날에 있을 강요를 오늘 그들도 그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다. 신을 선택하든지. 신에 대항하든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신의 유희 그것을 위해서 지금껏 다른 종족들과 싸우고 또 싸웠단 말인가.. 단지 그것만을 위해???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 - 하지만!!! 난 이해할 수 없어 어째서 유희를 즐기는데.
그러니까. 뭐라 표현해야할지.. ]
그래. 루카누스. 네 말은 유희를 즐기는 신이 어째서 우리의 미래를 걱정하느냐 하는거지? 맞아.
나도 그 부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어 그들이 유희를 즐긴다는 것은 그들 두려움 속에 있는 환희를 보고 깨달은 것이지만 왜 우리의 미래를 걱정하는가하는 점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지 이것은 다른 종족이 힘이 없을 때 그들을 왜 공격하지 않았느냐는 질문과도 부합되는 부분이야 솔직히 말해 나도 아직 그 결론은 찾아내지 못했어 다만.. 이것들은 큐탕 쿠 매지그가 느낀 그 두려움 속에 해답이 있다고 생각했지 신이 단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우릴 사지로 내몬다는것을 느꼈을 때 나와 휘페리언은 결정을 내려야했어 선택을 강요받은 거지 둘 중 어느 하나라도 선택해야만 했어 신이 그것을 원했거든 우리에게 그의 유희를 살짝이나마 비췄던 것이 그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린 그로 인해 서로 다른 선택을 하고 말았지.. 물론 그 유희란 개념을 휘페리언과 내가 서로 다르게 받아들여서 한 결정이지만.
[ - 그래. 난 적어도 다른 누군가를 위해 죽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니까. 그게 신이라 할지라도 ]
휘페리언은 거절했어 다른 종족들을 멸망시키는것이 그의 꿈이었지만 그 꿈을 실현하는 것이 신을 즐겁게 하기 위한 도구가 될 뿐이란 사실이 그런
선택을 하도록 만든거지
반대로 난 신을 선택했지. 난 그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어 아니,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했어 신의 즐거움을 위한 전쟁이면 어떤가.. 궁극적으론 우리 종족을 위한 길이 아닌가.
휘페리언과 내가 생각한 것의 뿌리는 같아. 둘 다 우리 종족을 위한 것이었지. 휘페리언은 그렇기 때문에 선택을 거부했고 난 그렇기 때문에 신을 선택했던거야..
하지만 이 사실을 너희들에게 말할 수 없었어. 난 선택을 통해 신의 권능을 얻었고 지도자의 자릴 얻었지만 그 사실만은 너희에게 말하지 못했어. 왜냐하면 너희들도 나와 휘페리언이 받았던 선택의 강요를 고스란히 받아야 할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지 지금 너희들이 머릿속에서 고통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바로 그 문제를..
너희들을 속일 생각은 없었어 단지 난 우리 모두의 힘을 하나로 모아 다른 종족을 절멸시키고 싶었을 뿐이야 그게 신의 유희를 위한 것이든.. 우리 종족을 위한 것이든.
크게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 - 흠.. 그러니까 휘페리언은. 신의 생각을 알고선 그런 선택을 한 것이로군 둘 다 옳지 않다고는 할 수 없는. 미묘한 ]
파리나타의 중얼거리는 말에 모두들 고개를 숙였다.
그들은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바로 휘페리언과 기솔라벨카가 고민했던 그 문제종족을 위한 전쟁이 먼저냐. 신을 위한 전쟁이 먼저냐.
아니면 신을 위한 것이 종족을 위한 것인지. 종족을 위한 것이 결국은 신을 위한 것인지.. 그들은 혼란스러웠다.
브라키온은 그들의 번민하는 표정을 보면서 자신의 의도대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았다. 브라키온이 원했던것은 아예 모르고 행동하는 것이 아닌 알고 행동하는 것이었다. 모르는 상태에서 저지른 것이야 그들의 죄가 될 리 없지만 그걸 알고도 그런 일을 저지른다면 충분히 죄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브라키온은 그들 모두가 그 이상의 것을 깨닫길 바라고 있었다. 조금 더 본질적인 문제를. 하지만 그들 스스로 깨닫기 전에는 말할 가치가 없었다.
모두들 좀처럼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결정을 내렸던 기솔라벨카와 휘페리언마저도 다시 한 번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해 고민했다.
그때였다. 발언권이 없었던 세이타르가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은
[ - 이 문제는 우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세이렌. 아니,전 종족에 해당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들은 자신들을 지켜준다고 철썩 같이 믿고 있는 신이 고작 유희를 위해 이런 전쟁을 일으킨다고는 생각지 않을 겁니다.
그들은 속고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속고 살아야만 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들을 희생양으로 삼을 순 없습니다. 기솔라벨카님의 의견에전. 찬성할 수 없습니다. 그 신의 생각에. ]
세이타르.. 세상엔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있는 것이다. 그들이 그런 운명을 살아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숙명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고 우리가 이런 고민을 하는 것 역시 우리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쉽게 생각해봐라. 신의 유희를 위한다고 하지만 결국은 우리 종족을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 어떤것이 더 중요하다고는 말할 수 없을지 몰라도 결국 이뤄지는 결과는 같은 것이다. 우리는 결과를 보고 달려가야지 과정과 목적을 위해 뒷걸음질 쳐서는
안 되는 것이다
[ - 후후훗 이제 조금 알 것 같군. 기솔라벨카.
네 생각이 틀렸어.. 더 이상 속을 수 없어.. 신은 자신의 유희를 즐기기 위해 전쟁을 하라고 부추기면서 우리의 미래를 걱정한다고 하지.. 그건 위선일 뿐이야!!
자기만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척 하는 것 뿐이라구!!
숙명? 그건 억지야.. 어쩔 수 없는 비참한 운명이 어쩔 수 없기 때문에 남의 즐거움을 위해 죽으란 말야? 누구도 그런걸 강요할 수 없어 아무리 신이라 할지라도!! ]
파리나타!! 진정해 나도 고민 많이 했어. 신이란 존재가. 우리가 그렇게 믿고 따르고 존경해마지 않았던 그 신이란 존재가.. 내게 안겨준 배신감은 결코 너 못지 않아.. 하지만 결국 얻어지는 것은 뭐야? 아무것도 없어.
우리가 신에게 대항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단 말이야
난 너희가 내가 받은 실망감보다 더 큰 좌절을 맛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사실을 끝까지 숨기고 싶었어 그건 휘페리언도 마찬가지 였을거야 물론 큐탕 쿠 매지그님께서 비밀을 지키라는 당부가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신에게 실망할 너희들의 충격이 클거라는 생각에서 말못하고 있었던거라구..
결국 알아버렸으니 너희도 결정을 내려야해..
신이냐 그렇지 않느냐. 하지만 잘 생각해봐.
결국 선택해야 하는게 무엇인지.. 결국은..
[ - 당신. 그동안 많이 고통스러워했군요 그 고통과 슬픔. 난 느껴져요. ]
! 세느카 세느카였다. 세느카는 기솔라벨카의 비통해하는 목소리 속에서 그동안의 슬픔을 느꼈다.
그럴 것이다. 기솔라벨카와 휘페리언. 그들이 가장 큰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 이런 문제는 신앙심을 잃어버리는 문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고통스런 자신과의 싸움이다.
자신이 믿었던 존재에 대한 배신감.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자신의 무력감.. 존재감의 가치를 잃은 허무감..
결국 신의 편을 들 수밖에 없었던 비참함..
기솔라벨카는 그 누구 못지 않게 슬퍼하며 고통받았던 것이다. 자신의 선택이 옳은지 그른지 다른 누군가가 쉽게 판결 내줬다면 그렇게 고통받지 않았을 것이다.
옳고 그름의 혼돈속에서 어느것이 참인지 거짓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또 한 번 실망하고 슬퍼하며 고통받았을 것이다.
그런 고통과 슬픔속에 지금까지 버텨왔던 것이다. 오로지 세이렌의 힘을 하나로 모아 다른 종족을 이기겠다는 일념하나로..
세느카는 그런 기솔라벨카의 마음을 왠지 모르게 느끼고 있던 것이다. 마치 그와 한 몸이 되듯. 동화되어 그가 받은 고통을 느꼈다.
하지만 이것은..이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런 방식은 아니라고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는 것 같았다.
생각하지 못한. 기솔라벨카는 오로지 다른 종족을 이기겠다는 생각으로 다른 아주 중요한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갑자기 세느카는 가슴속에서 복받쳐 오르는 슬픔을 억제 할 수가 없었다. 어째서 신이란 존재들이 이토록 무책임하단 말인가.. 아니,그런 존재들을 신이라 할 수 있을까. 과학자이기 이전에 한 명의 인간으로써 신이란 존재는 적어도 선(善) 그 자체라고 믿었다.
세느카가 천천히 일어섰다. 그녀의 두 눈에서는 햇살에 눈이 부시도록 투명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슬픔을 억누르며 또박또박 말했다.
[ - 그들도 그들도 한 생명이에요.. 당신 종족이 생명을 지닌 존재인 것처럼.. 우리 인간과 헤켈. 역시 생명을 가지고 있단 말이에요. 당신은 가장 중요한 문제를 잊고 있었어요.. 오로지 당신 종족을 위하겠다는 그 생각하나만으로 다른 종족도 당신 종족 못지 않게 소중한 생명을 가지고 있단 사실을 잊었던거라구요!!! ]
그 그건
[ - 부정하려 드는 건가요? 단지 모습이 다르다고해서. 말이 좀 통하지 않는다고 해서. 유전자 구조가 다르게 생겼다고 해서.. 우린 싸워야만 하나요? 서로를 죽여야만 하나요? 우린 모두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거에요 당신 종족이나 우리 인간들이나 헤켈들. 모두 착각하고 있었던 거라구요!!!
우리 세종족이 언제부터 싸웠는지 그 기원을 아나요? 왜 싸웠는지 그 이유를 아나요? 우리가 서로 증오해야하는 이유가 있나요? 서로에게 아무런 해를 입힌적이 없는 우리가 생면부지의 타종족을 가차없이 베어버려야 하는 이유가.
있느냔 말이에요 그 이유가.. 신의 유희를 위한 것이라는데도 말에요 ]
음!!
세느카는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무언가 후련한 느낌이었다.
세느카가 늘 생각해오던 문제 어째서 세 종족이 서로 하나가 되어 친하게 지낼 수 없는 것인지..
전 종족의 기원을 찾아 유적을 찾아나서던 대학시절.
단지 그 문제를 풀기 위해 고고학에 전념했던 그녀였다.
자연을 사랑하고 동물을 사랑했다. 어째서 자연이나 동물처럼 다른 종족을 사랑할 수 없을까 고민했다.
오래전부터 싸워왔으니 앞으로도 싸워야한다는 논리는 세느카에겐 억지였다. 하지만 이젠 이유를 알았다. 어째서 다른 종족들과 지금껏 원수같은 관계를 맺고 살아왔는지.. 왜 전쟁을 준비하고 서로를 공격하는지 그 이유를 알았다.
너무 어이없게도. 그것은 신의 즐거움을 위해서였다.
'이건 말도 안돼 다른. 다른 이유였다면.
다른 오해가 있었다면 오 신이시여 아니.
이젠 부를 가치도 없는 존재지.. 이제 난 어쩌면 좋지.'
세느카의 말에 기솔라벨카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말은 하나하나 모두 옳은 것이었다.
자신이 반박을 못한다는 것 자체가 그렇다는 뜻이었다.
기솔라벨카는 눈물을 흘리면서 주저앉아있는 세월의 검은 돌을 가진 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생각했다.
'그녀의 말이 옳다. 난 지금껏 독선에 사로잡혀 한 방향의 길밖엔 볼 수 없었다. 그것은 다른 종족에 대한 증오였다. 그런 죄악을 부추긴 것은 자신의 유희를 위해,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신이 저지른 추악한 짓이었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앞만보고 갈수는 없다. 멀지만 돌아가는 법도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기솔라벨카는 천천히 세느카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곤 그녀를 천천히 부축해 자리에 앉혔다.
세느카는 알 수 없는 슬픔에 겨워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마치 모든 종족의 슬픔을 한 몸에 짊어진 사람처럼. 그때! 전시안 브라키온이 입을 열었다.
"이제 모든 사실을 알았겠지? 내가 휘페리언을 선택하면서도 그와 입장을 달리했던 부분이 바로 그 부분이었어 휘페리언은 신을 위해선 전쟁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종족을 위해서라면 전쟁을 불사 했을거야 하지만 난 기솔라벨카가 간과하고 휘페리언마저도 깨닫지 못한 바로 그 사실.. 그 사실을 깨닫고 말았지 모든 생명은 살아있다는것 자체로 그 존재가치가 충분하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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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키온. 세느카를 데려온 네 생각은 이렇게 될 줄 미리 알고서 그랬던 것이구나.. 맞아..
나도 그녀의 생각에 동감이야. 아무리 인간들이 밉다고 하더라도. 난 그녀를 죽일 수 없을테니까"
파리나타였다. 그는 뭔가를 회상하듯 시선을 고정해두었다가 다시금 브라키온을 보면서 말했다.
"모든게 이해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가지는 분명해졌어 더 이상 큐탕 쿠 매지그란 존재는 믿을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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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동감이야.."
플루토스였다. 기솔라벨카의 말에 갈피를 잡지 못하던 플루토스도 세느카의 말에 결심을 한 듯 보였다. 이것은 루카누스나 락토니즈도 마찬가지였다.
세이타르야 처음부터 신에게 대항하자는 생각이었고 휘페리언 역시 자신의 생각을 조금 수정했다. 남은것은 기솔라벨카 뿐이었다. 자신밖에 남지 않음을 느낀 것인지 때마침 기솔라벨카가 입을 열었다.
"후훗. 그럼 우린 신과 싸워야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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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솔라벨카?"
기솔라벨카의 말뜻은 다른 7대사제들과 뜻을 같이 한다는 뜻이었다. 기솔라벨카마저 동의하자 브라키온은 환한 웃음을 지었다. 아무리 전시안이라곤 해도 이런 상황이 되리라곤 생각지 않았다. 정 어쩔 수 없을땐 다른 동료들을 모조리 죽이고서라도 전쟁을 막을 생각이었다.
'역시. 세월의 검은 돌을 가진 인간인가.
전설은 확실한 예언서였나.. 후훗'
브라키온이 미묘한 웃음을 지을때였다.
'쿠르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지축이 흔들렸다. 이런 거대한 빙산이 흔들릴 정도라면 폭 20미터 높이 50미터정도의 거대한 눈사태가 일어날 것이다.
지축이 흔들려서인지 아니면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소품담당이 연막을 뿌리는 것인지. 방안에는 묘한 연기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을 가장 빨리 눈치챈 것은 기솔라벨카였다!!
"큐탕 쿠 매지그!!!!"
2지역구와 4지역구가 맞닿는 경계선.뤼캐브린 해협을 끼고 있는 2지역구의 동쪽에는 라빌노스시가 위치해있고 서쪽으로는 리메논시가 있었다.
라빌노스시는 중소도시였기 때문에 헤켈족과 지정학적으로 가까우면서도 방어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했다. 이것은 리메논시도 마찬가지여서 헤켈들의 무차별 학살의 집행장이 되어오던 터였다.
이번 전쟁론을 극구 반대하던 2지역구의 대도시사람들에 비해 라빌노스나 리메논시같은 중소도시의 주민들은 전쟁론을 반겼다. 언제 공격받을지 모르는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것 보단 다소 이주하는데 불편함이 있더라도 안전한 곳으로 이사하는게 낳다는 판단에서였다.
게다가 이번 이주계획은 '클론 리모델링' 이라는 거대한 계획 아래 이뤄지고 있었으므로 못 가진자의 입장에선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특히, 리모델링이란 관점에서 보면 더 좋은 환경과 안전을 보장받는 셈이었다.
그렇게 이주계획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가고 있었다.
한달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뿐이지만 전선과 맞닿아 있는 도시들은 꽤 많은 진전이 있던 터였다.
그런데.. 그런 최전방 도시들의 주민들이 채 50%도 이주하지 못한 지금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전쟁이었다.
"이런 빌어먹을!!! 어서 지원요청해봐!!! 이래선.
채 10분도 버틸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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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입니다!!! 다크네시도. 라빌노스시도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뭐라구???? 이런.. 글랜시아시는? 발카로스시는??
어서 되는대로 연락해보라구!! 이 멍청한 자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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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글랜시아시는 이미 다른 곳으로 지원군을 파견했다고 합니다. 발카로스시 역시. 라빌노스시를 향해"
"도대체.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앉아서 죽을순 없어!!! 제기랄!!!"
리메논시의 방위부소속 가오사이보그 전대장 싸브리엘의 처참한 외침이었다. 리메논시는 오전 5시를 기해 헤켈들의 전격적인 공격을 받았다.
방위시설자체가 열악했기에 광선형 돔을 가동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뿐더러 이주계획에 들떠 다소 해이해진 기강 때문에 헤켈들의 공격에 뒤늦게 대응했던 것이다.
일반 도시가 갖추어야할 가오그 2개전대가 리메논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단 1개전대가 그것도 15대가 아닌 10대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전쟁을 위해 각 도시의 방어력. 달리 보면 공격력이기도 한 그 힘을 키우기 위해 지오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것 중에 하나가 가오사이보그 전대의 확산방안이었다. 티탄시 헤켈대전으로 인한 피해를 교묘히 이용하여 각 시의 군사비를 증강시켰던 것이다.
그렇게해서 모든 도시는 의무적으로 가오사이보그 30대.. 2개전대를 갖추어야만 했다. 그런데.
리메논시는 쉽게 그런 곳으로 예산을 돌릴 능력이 없었던 것이다. 이것은 라빌노스시나 다크네시 역시 마찬가지였다.
3개의 시는 동시에 헤켈들의 공격을 받았다. 그것도 한,두 개체의 출현이 아닌 수십개체의 동시다발적인 공격 싸브리엘은 지금 닥친 현실이 진정 꿈이기만을 간절히 바랬다.
하지만 자신의 앞에서 처참하게 피를 뿌리며 쓰러지는 전우의 모습은 이 모든게 꿈이 아닌 슬픈 현실임을 깨닫게 만들었다.
"빌어먹을 우리시로는 지원군이 오지 않는것인가.
그럼. 아무 죄도 없는 시민들은. 그들은 그대로 학살당하란 말인가. 이런 빌어먹을 놈의 세상!!!
가진게 없는 자들은 이런 개죽음을 당해도 어쩔 수 없다는 건가!!!"
싸브리엘은 도무지 수를 셀 수 없도록 물밀 듯이 공격해오는 헤켈을 하나하나 베어가고 있었다.
뛰어난 검술실력을 가진 그였지만 이렇게 많은 수의 헤켈을 당해낼순 없었다.
게다가 헤켈들의 능력은 이상하리만치 강화되어 있었다. 마치. 누군가에 도움을 받듯이..
5개검단중 청룡단의 쟈칼은 리메논시를 천천히 접수하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적은 쉽사리 무너져내렸다. 특히 시간상 제약을 받을 줄 알았던 광선형 돔 결계는 아예 작동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
따라서 예상시간보다 빠르게 작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저 가오사이보그 4대인가 후훗.."
쟈칼의 왼손이 높게 치솟자 다른 헤켈들보다 피부가 훨씬 매끄럽고 유선형의 몸매를 가진 한 개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의 여성처럼 가슴부분이 볼록하게 튀어나온 그 개체는 각질로 덮혀있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바로 그녀가 3대 현자중 한명인 마케루시안이었다.
헤켈들은 3개의 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남성과 중성 그리고 반중성이었다. 대부분의 개체들이 남성의 성을 가지고 있었고 흉켈리스나 그 외 정신력이 높은 노화된 헤켈들이 중성이었다.
마지막으로 반중성이 있는데 인간으로 따지면 여성에 가까웠다. 반중성 개체들은 여자처럼 임신을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연약하거나 신체 능력이 남성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여기선 반중성을 여성 취급하기로 하자.
참고로 세이렌은 창조될 당시 성을 고려하지 않아 모두 중성이다.)더 이상 조력단이 힘을 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쟈칼이 그들의 힘을 아껴두라고 지시한 것이다.
물론 마케루시안이 3대현자 중 한명으로 5검 보다 계급이 높았지만 전시엔 그렇지 못했다. 그녀는 20개체로 이뤄진 디펜션 조력단을 이끌고 있었다.
조력단원들은 뛰어난 주술사들로 이뤄진 그룹이었다.
인간들에게 보조계열의 매너 포스를 사용하는 포스 오너가 있듯이 헤켈들에겐 그들이 있었다.
마케루시안이 이끌고 있는 디펜션 조력단은 헤켈들의 일반적인 방어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 부대로서 그들이 보호하는 검단은 최강의 방어력을 자랑했다.
아무리 100개체의 헤켈들을 상대로 10대의 가오그가 방어하는게 불리하기는 했지만 헤켈들의 피해가 없을 수 없었다. 하지만!!! 마케루시안의 조력단의 도움으로 헤켈들은 단 몇 개체만 피해를 입었을 뿐이었다!!!
쟈칼은 조력단의 힘을 아껴두는 차원에서 마케루시안에게 그만하라는 손짓을 한 것이다. 손을 천천히 내리던 쟈칼이 화살처럼 튕겨져 나갔다. 정말 엄청난 스피드였다.
싸브리엘은 자신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달려드는 녀석이 범상치 않은 녀석이란걸 금새 눈치챌 수 있었다. 다른 개체들보다 더욱 날카로운 눈매와 엄청난 스피드
'저 저 녀석이 이들을 이끌고 있다!!! 그렇다면!!
녀석만 없애버린다면.. 적어도 도망칠 기회는 있다!!!'
싸브리엘 역시 놀라운 스피드로 쟈칼을 향해 달려들었다. 쟈칼은 달려가면서 한 대의 가오그를 가볍게 베어버리고는 싸브리엘과 마주쳤다.
싸브리엘의 T-blade 가 쟈칼의 왼쪽 가슴을 향해 파고들었다. 다소 놀란 듯 쟈칼이 뒤로 몸을 빼며 오른검을 휘둘렀다. 싸브리엘은 쟈칼의 다소 과장된 몸짓에 속아 그만 깊숙히 파고들고 말았다. 그때 쟈칼의 오른검이 싸브리엘의 왼팔과 가오그의 왼팔을 동시에 갈라버렸다!!
"크으으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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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같은 녀석은. 쉐도우와 접속할 필요도 없다!!!"
쟈칼은 부상을 입은채 뒷걸음질 치는 싸브리엘을 향해 양검을 X 자로 휘둘렀다. 너무 빠른 공격이었던가 싸브리엘은 미처 방어하지 못하고 그대로 당해버렸다.
가오그가 V 자의 검상을 남기며 쓰러지자 그 부분위로 피가 넘쳐흘렀다. 싸브리엘이 쓰러졌을 때 더 이상 서있는 가오그는 존재하지 않았다.
쟈칼은 싸늘한 웃음을 지으며 명령했다!!
"우리의 목표는 인간의 멸종(滅種)이다!!! 모조리 없애버려라!! 단 한 마리도 남기지 말고!!!"
쟈칼의 명령에 헤켈들은 고무된 듯 괴성을 지르며 리메논시를 쑥밭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인간의 리메논시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같은 시각 라빌노스시
"광선형 돔 결계 가동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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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빌어먹을. 발카로스시의 지원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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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이 없습니다."
"이렇게 헤켈들에게 짓밟히는 것인가"
라빌노스시의 가오그 전대장 아그나문이 중얼거렸다.
라빌노스시 역시 리메논시처럼 새벽 5시를 기해 헤켈들의 공격을 받았다. 다행히도 라빌노스시의 최전방 OP(관측소)에서 헤켈들의 대규모 공격의 낌새를 알아채어 광선형 돔 결계를 가동할수 있었다.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리메논시와 다를 바 없이 이곳도 당해버렸을 것이다. 지금까지 버틴것도 잘한 것일지 몰랐다. 이제 광선형 돔 결계는 몇분 지나지 않아 파괴될 것이고 라빌노스에 존재하는 가오그 전대는 15대 1개전대에 불과했으므로 죽음만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뿐이었다.
'발카로스시에서 지원군만 온다면.. 시민들을 이주시킬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아그나문 전대장은 초조한 마음을 금할길이 없었다.
헤켈들이 왜 갑자기 공격을 해왔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지금껏 있어왔던 헤켈대전은 모두들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뤄져왔지. 이런 작은 도시는 안중에도 없던 헤켈들이었다.
'설마.. 우리가 전쟁론을 선택한 것을 그들이 알아채고 기습을 통한 선제공격을???'
아그나문은 많은 생각들이 교차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정답이 될 수 없었다. 헤켈들의 생각을 읽는다는 자체가 말도 안되었다.
'그들은. 괴물이라구.. 제기.'
"광선형 돔 결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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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그 탑승자들은 신속히 가오그에 탑승해라!!!
우린 최후까지 싸운다!! 시민들이 모두 이주하기 전에는 물러설 수 없다!!!"
아그나문의 목소리가 탑승자들의 뇌리를 파고들었다.
자신들의 사랑하는 가족과 동료들을 위해 그들은 기꺼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어있었다.
"쿠콰과쾅!!!!"
엄청난 폭발음이 들리면서 광선형 돔 결계가 일순간에 사라져버렸다. 아그나문은 때가 되었음을 알고 진을 짜기 시작했다. 적의 수가 워낙 많았으므로 포위당하지 않도록 밑이 뾰족한 방패모양의 진을 구성했다.
광선형 돔 결계가 없어지자 헤켈들이 물밀 듯이 공격해들어왔다. 어림잡아도 수십개체는 족히 되어보였다. 아그나문은 이를 꽉 물고는 외쳤다.
"무의미한 죽음을 당하진 마라!!! 우리의 목표는 시간이다!! 우리의 적은 헤켈이 아니라 시간이다!!!"
아그나문의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파공성이 울려퍼졌다. 아그나문은 방패모양의 진에서 뾰족한 부분에 위치했는데 가장 위험한 자리기도 했다.
라빌노스시가 그나마 운이 좋은게 있다면 르부뤽의 백호단과 마주쳤다는 사실이었다. 르부뤽은 5검중에서 가장 자존심이 강하고 우쭐대는 버릇이 있는 녀석이었다.
물론 그만큼의 실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래서 그는 3개의 조력단중 그 어느것의 도움도 받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라빌노스시의 가오그전대를 못이길만큼 약한 검단이 아니었다.
르부뤽은 직접 백호단의 선두에서 헤켈들을 지휘했다.
의외로 아그나문의 진이 깨지지 않고 오래버티자 짜증스러운 듯 외쳤다.
"겨우 저깟 하등생물들에게 시간을 끌리다니. 모두 똑바로 못하나? 내가 나서야겠나?"
마치 자신이 나서면 가오그를 몰살시킬 수 있을 것처럼 말한 르브뤽은 자신의 잘난체에 감동받았는지 잠시 미소지으며 서있었다.
사실 가오그를 상대하기에 헤켈들은 힘에 부쳤다.
게다가 아그나문이 사용한 전법은 가오그 한 대당 헤켈 한 개체가 공격할 수 있도록 한 것이기 때문에 르부뤽의 검단은 별 소득이 없었던 것이다.
"쯧쯧쯧.. 멍청하긴.. 전력을 반으로 분산해라!!!
한 쪽은 좌현을 맡고 다른 쪽은 우현을 맡아라!! 그리고 신호가 떨어지면 일제히 비어있는 후방쪽으로 공격해 들어가라!!"
르부뤽은 그렇게 외치면서도 자신의 계획이 참 대단하다 싶어 연신 히죽거렸다. 사실 아그나문의 전법이 효과가 있었던 것은 헤켈들이 정면에서 무작정 돌격 했을때의 상황이었다.
르부뤽의 외침이 끝나자 헤켈들은 일사분란하게 가오그의 좌우를 공략했다. V 자 모양이던 진형이 11자 모양으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신호가 울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포위해랏!!!!"
르부뤽의 신호가 떨어지자 헤켈들이 일제히 후방의 틈으로 돌격해 들어왔다. 그러면서 자연히 진은 두 개의 병력으로 분산되며 포위되기 시작했다.
아그나문은 이를 꽉 물면서 외쳤다.
"원형으로!!! 작은 진을 구축해라!!! 적에게 등을 보여선 안된다!!"
아그나문의 외침이 있었지만 가오그들은 좀처럼 진을 형성하지 못했다. 워낙 헤켈들의 숫자가 많았다.
아그나문은 자신에게 돌격하는 헤켈의 머리를 처참히 으깨버린후 다시 외쳤다.
"모두들 힘내라!!! 발카로스시의 지원군이 오고 있다!!"
아그나문의 외침에 모두들 함성을 질렀다. 하지만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지원군이 도착해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르부뤽은 자신이 지휘한 전술이 맞아 들어감을 흐뭇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오그의 숫자는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안보였다.
'응? 저 녀석.. 저 녀석인가보군 제법인데'
르부뤽은 계속해서 동료들을 독려하고 있는 아그나문을 바라보고는 싸늘한 웃음을 지었다. 감히 자신과 같은 싸움의 천재에게 이렇게 도전하는 인간은 그가 처음이라 생각했는지 약간 자존심이 상했는지 방관만 하고 살인장면을 즐기던 르부뤽이 직접 전선에 뛰어들었다.
르부뤽의 오른검이 아그나문의 목덜미를 찔러 들어갔다.
아그나문은 갑자기 등장한 형형색색의 화려한 문신을 한 헤켈이 보통 녀석이 아님을 직감했다.
급한 김에 T-blade 로 르부뤽을 찌른 아그나문은 상대가 급히 몸을 뒤로 뺀다는 것을 느꼈다. 르부뤽은 미개한 생물이 죽기살기로 덤비는 것에 치가 떨렸다.
"난 5검중 최강이란 말이다!!!"
물론 이 말은 르부뤽 생각이었다. 르부뤽의 검이 다시금 아그나문의 왼가슴을 베어나갔다. 아그나문은 이미 죽을 각오를 한 상태였다. 르부뤽의 오른검을 왼팔로 막은 아그나문은 그대로 르부뤽의 복부를 찔렀다.
아그나문의 왼팔이 잘려나가면서 피를 사방에 뿌렸다.
르부뤽은 자신의 공격이 성공했지만 뭔가 느낌이 좋지 않음을 알았다.
"이런 미친!!! 가이넥!!!!"
순간적인 아그나문의 공격에 르부뤽은 쉐도우를 불러내고 말았다. 쉐도우와 접속한 르부뤽은 상대의 검을 쉐도우의 방어력과 스피드를 이용해 피하고는 일격에 왼검을 가슴팍에 꽂아넣었다.
"감히.. 미개한 하등생물 주제에.. 이 하늘과도 같으신 지존 르부뤽님에게 대들다니.. 모두 쓸어버려라!!"
아그나문이 쓰러지자 다른 가오그들도 동요를 했는지 하나둘씩 쓰러지고 있었다. 르부뤽은 이제 첫 번째 전투를 시작했는데 벌써 쉐도우를 불러낸것이 무척 자존심 상해 보였다.
그의 표정은 이미 무섭게 변해있었고 다른 헤켈들은 그런 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더 기를 쓰고 싸웠다. 마지막 남은 가오그가 쓰러지자 르부뤽은 약간 기분이 좋아졌는지 웃으며 외쳤다.
"나 지존 르부뤽이 명한다!!! 하등생물들을 모조리 없애라!!"
르부뤽의 명령이 떨어지자 헤켈들은 일제히 시민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아그나문이 꽤 시간을 많이 끌기는 했어도 모든 시민들이 이주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라빌노스시도 헤켈들에게 짓밟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