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67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67
[기가 슬렌더] -36- 아우로페 로니안(괴물로 만든것도 부족해서...이젠!!) -아우로 페 로니안(괴물로 만든것도 부족해서이젠!!)-
원자력 천공위성 원로원
다소 사무실 분위기를 풍기는 밝은 조명의 방안에는 쟈코모와 루치펠 그리고 기니비아가 앉아있었다. 그들은 얀이 내린 결론에 상당히 만족하는 듯 보였다. 게다가 기니비아는 동료들에게 더욱 놀라운 정보를 보여주었다.
쟈코모가 얀과 접촉하고 있으면서 쉐도우 프로젝트에 대한 것을 조사하는 도중 기니비아는 글랜시아시의 생체공학연구소 가상생명체 프로젝트를 조사했던 것이다.
역시 그녀도 그 실험이 어떤 것인지를 밝혀내고야 말았다. 원로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지오가 이러한 일을 꾸며낸것을 알고는 치를 떨었다. 자신들이 아무리 퇴물이라지만 그 정도도 모르고 있었다는 데에 대한 분노와 그런 반인륜적인 실험을 자행한 그들에게 대한 공포때문이었다.
"일단 얀에게 연구소들을 파괴하라는 명령을 내렸소 아마 조만간에 소식이 들려올것이오"
- "그가 소장으로 있으니 연구소를 파괴하는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겠군요"
쟈코모의 말에 루치펠이 동조했다. 그러자 기니비아가 이견을 제시했다.
"지오도 호락호락한 자가 아닙니다. 이미 우리와 얀의 동향쯤은 파악해두었을것입니다.
정신과학 연구소는 모르겠지만 생체공학 연구소는 쉽지 않을겁니다."
-
"기니비아의 말이 맞습니다. 무슨 다른 대안이 없겠습니까?"
"우리에겐 직할부대가 없습니다. 이게 우리의 치명적인 약점이기도 합니다.
그들을 도울수 있는 방법은 그들이 이곳에 침입할 때 도와주는 길 뿐입니다."
-
"정말 무기력해지는군요 하지만 어쩔수 없습니다."
원로들은 비통한 표정이었다. 자신들의 꿈의 터전이었던 재단이 이렇게 썩을대로 썩은 곳이 되어버리다니. 꿈을 잃은 어린아이처럼 참담한 기분이 드는건 당연했다.
"아. 루치펠!! 위성 내부에 있는 연구시설에 대해서 조사해보았습니까?"
-
"아!!! 맞습니다. 그 말을 깜빡했군요 두 개의 연구소에서 자행되어온.
다른 종족의 유전자를 결합시키는 실험은.. 그 둘 뿐이 아니었습니다!!"
"뭐라구욧!!!"
루치펠의 말에 쟈코모와 기니비아는 자연적으로 눈이 커지고 입이 벌어짐을 느꼈다. 그런 가공할 실험이 또 있단 말인가.
도대체 T.T(Think Tank)는 무슨 짓들을 저지르고 있단 말인가
"바로. 이 원자력천공위성 안에서 벌어진 실험이었습니다"
-
"그럴수가 어떻게 위성 내부의 일조차도 모를수가우리가 이렇게 우물 안개구리였다니. 그랬으니 지상의 일에 대해 모르는게 당연한건지도 모르지.."
쟈코모가 자조적인 말을 하자 루치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놀랍게도 그 실험의 주모자는 지크프리드 로드니암 박사였습니다."
-
"T.T 의 지크가!!!!"
"그렇소. 그 실험은 다른 실험들에 비해 오래전에 중단되었던 것으로 인간의 몸을 헤켈로 진화시키는 실험이었습니다. 헤켈로 변한 그 인간은 인간이었을 때 가진 지식과 능력을 사용할수도 있으며 헤켈로 진화했을 때 헤켈의 능력을 사용할수 있었습니다."
-
"그.. 그렇다면 포스 오너가 그 실험을 당했다면 강력한 신체를 가진 헤켈 포스 오너가 된다는 뜻이오?"
"그렇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고로 인해 실험은 중단되었습니다. 그 후론 더 이상 재개되지 않았습니다."
- "천만 다행이로군요. 정말 T.T 에선 놀라운 생각을 잘도 해내는군요"
"그들이 천재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어쨌든 얀박사가 일을 빨리 끝내야할텐데 걱정입니다. 이 위성에서 이뤄진 것들을 모두 없애지 않는한 지오의 야망은 꺾을수 없을겁니다."
쟈코모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분위기가 숙연해지는 듯 했다.
"그 외의 다른 연구소들은 특별한 것이 없었습니다. 가오사이보그 프로젝트나 로이안 리플 프로젝트. 그런것들은 순수한 인간의 기술이었습니다. 물론 T.T 에서 나온 생각들이지만."
-
"그나마 다행이군요. 험험 오늘은 이것으로 마칩시다. 얀일행들이 올때를 대비하도록 하십시오. 그때가 이 위성의 최후가 될지도 모르니."
"알겠습니다."
세명의 원로들은 서로 가벼운 인사를 하곤 헤어졌다. 더 이상 피동적이지 않은 능동적인 늙은이들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건 누구나 알 것이다. 원로원의 쟈코모 역시 잘 아는 사실이었다.
기니비아는 원로들과 헤어지고는 위성 어디론가를 향해 걸었다. 주위에 누가 따라 오나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움직인 그녀는 은밀한 방으로 들어섰다. 이 위성에서 사는 사람들조차도 그러한 방이 있는지 의문스러운 방이었다.
방안으로 들어온 그녀를 향해 어둠속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원로회의의 결과는?"
그의 질문을 받은 기니비아는 천천히..
그리고 정확하게 원로들과의 대화를 마치 녹음기 재생하듯 내뱉었다. 그러자 어둠속에 있던 자가 실소를 터뜨렸다.
"푸하하 원로원의 구렁이들이. 제법 많이 알아내었군. 연구소를 파괴한다구?
후후훗 아. 미얀에게선 연락이 없는가?"
-
"아직 없습니다."
미얀? 그렇다. 그 자가 물어본 미얀은.
바로 미얀 가레즈!! 파인리히들과 같이 있던 그녀였다. 맞다!! 바로 미얀의 고용주는 기니비아였던 것이다.
기니비아는 가상 생명체 프로젝트에 알아내기 위해 미얀이란 최고의 스파이를 고용했다.
그리곤 일을 맡겼던 것이다. 그때였다. 원로원의 움직임이 야리꾸리?하단 것을 눈치챈 지오가
기니비아를 암습한 것은
암습을 당한 기니비아는 그녀의 기억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말았다. 바로 어둠속에 있는 자 앞에 있는 로보로이드 기니비아에게.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이란 말인가. 어둠속에 있는 자. 즉 지오에게 모든 정보를 누설한 기니비아는 휴먼 로보로이드(Human Roboroid)였던 것이다.
이미 T.T 에서는 또 하나의 신 병기!!!
로보로이드(인조인간)를 개발해냈던 것이다.
그 시험모델중 하나를 기니비아로 만들어 그녀의 기억을 삽입시켰던 것이다.
아아!!! T.T 란 곳은. 과연 신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최강의 집단이란 말인가.(너무 오바했다.
--;) 로보로이드 기니비아는 지오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고 미얀에게 파인리히들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사실 그들이 파인리히인지 아닌지는 몰랐지만 가상생명체 프로젝트에 대한 비밀을 알아낸 자들을 모조리 죽여야만했다.
그리고 그 로보로이드를 기니비아처럼 행동하도록 만들어 원로원 원로들의 생각을 모조리 알아내고 있던 것이다. 원로들이 아무리 조심한다고 노력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어찌 속아넘어가지
않겠는가
다시 한 번 조소를 터뜨린 지오는 휴먼 로보로이드 기니비아에게 할 일을 하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천천히 일어서서는 어디론가 연락을 했다. 그 어디론가가 정신과학 연구소와 셍체공학 연구소임은 말 안해도 알 것이다.
숙소로 돌아온 라케프들은 미얀과 미시케가 상당히 친해져 있음을 알았다. 왜지? 하는 의문은 알아내기엔 너무 위험한 것이어서 둘은 그냥 관두기로 했다.
라케프는 미얀의 도움없이 연구소를 파괴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잘 알았기에 미얀의 도움을 이끌어내야만 했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특히 미얀정도의 스파이를 옭아먹을려면 돈도 많아야한다.
"그나저나 미얀 처자. 그 뭐시냐.
일 그려.. 일은 잘 되가는겨?"
-
"아 그거요???"
미얀은 라케프의 질문이 무슨 의도인지는 알수 없었지만 갑자기 기분이 심란해짐을 느꼈다.
이미 그들을 살려두기로 마음을 굳혔지만 그래도 묘한 우울감이 있었다.
"일은.. 다 끝났어요. 고용주는 원하는 것을 찾았고 사례비도 톡톡히 받았죠. 사실 이젠 당분간 실업자에요.. 호홋.."
-
"으메. 거참 안됐구먼. 아따.. 그럼 말이여 내가 고용해도 되는감?"
"예? 저를요?"
미얀은 라케프가 자신을 고용한다는 말에 웃어버리고 말았다. 라케프같은 늙은이가 스파이를 쓸 일이 뭐가 있겠는가
"푸하. 할아버지!! 전 몸값이 무진장 비싸다구요!! 노인네가 무슨 돈이 있다고 그러세요?"
-
"뭐시여? 노인네?"
"헤헷 설마 노인네가 아니라곤 못하겠죠.."
- "--; 나도 은근히 부자랑께. 돈은 얼마든지 있응께 말만혀"
"그럼.. 일단 무슨 일인지 말해보세요 어려운 일일수록 가격은 올라갑니다."
일에 대한 거래를 할 때는 돈계산을 철저히하는 미얀이었다. 그런 미얀이 라케프는 얄미웠다.
"흐미.. 실업자 구제해줄락켔더니 도리어 뒤집어 쓰게 생겼구먼.. 내하구 파인리히는 생체공학 연구소를 파괴할것인디 자네가 쪼까 도와줬으면 쓰겄어"
-
"네에?"
"더이상 녀석들의 그런 부도덕한 짓을 가만 둘수 없기때문이에요.. 미얀.."
대답한건 파인리히였다. 미얀은 그의 말에 공감했다. 미얀도 재단에 대한 좋았던 인식을 싹 바꾸었던 것이다. 하지만 공짜로 일해줄수는 없는 일..
"라케프 할아버지의 호버크레프트를 원해요!!"
-
"뭐여? 시방 뭐락켔당가? 내 탈것을?"
"네에.. 맞아요 할아버지가 몰고 다니는 신형 호크요!"
- "뭘 잘못 알고 있당께.. 그건 구형이여!!
구형!! 옛날에 만든거랑께 가격도얼마 안나가고"
"그래요? 적선하는 셈 치죠 뭐 에이.. 좋다.
이번엔 싸구려 받고선 일해준다 헤헷"
-
"헉스.."
미얀은 고수였다. 라케프의 의도를 간파하고 인심쓰는척 하면서 호크를 요구한 것이다. 사실 그 호버크레프트는 현재 나와있는 모델보다 구형이긴 했지만 성능면에서는 훨씬 뛰어났다.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라케프뿐이지만 분명 일반 호크보다 비싼 값을 받을 것이다. 일반 호크가 5천만 캘럽이라면 그의 호크는 적어도 1억캘럽은 족히 될거라는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의 뒤통수 때리는 자 있었으니 미얀은 그런걸 미리 알고 있기라도 한 듯 선심쓰는척 계속 그걸 요구했다. 너무도 집요했던 것이다.
"내 내가 졌구먼 이번 일을 해주면.
그 호크는 자네것이여"
- "우와.. 정말요??? 뭐 싸구려 일이지만 성심성의껏 도와드리겠어요 푸히힛"
"에구. -_-++"
아주 쉽게? 미얀의 동의를 얻어낸 라케프는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속에 다음 게획을 짜내었다.
"무계획이 계획이다!!"
- "크악.. 저번에도 저러구선--;;"
"일단 글랜시아로 가보구선 생각하장께 난 머리 아픈건 질색이거던"
- "뜨.으 생각하는게 뭐가 머리아프시다구"
"으메 따지지 말랑께 나 시방 쪼까 기분이 안좋응께"
파인리히는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 더 이상 아무말 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은 글랜시아시로 이동했다.
얀과 아크바레이 그리고 카인은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짜고 있었다. 라케프처럼 저돌적이고 무식하지 않은 그들이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그렇게 심오한 계획은 나올수 없었다.
너무도 쉬운 일이었기때문이었으랴 소장으로 있는 얀이 연구소 안에다가 폭발물을 설치하고 나오면 끝 그 동안에 카인과 아크바레이는 연구소 내부 병실에 의식을 잃고 누워있는 레이를 옮기는 것. 이게 다였다.
그러한 계획을 짠 일행들이 걱정한 것은 파인리히들이었다. 연구소 안으로 들어가기조차 힘든 그들이 연구소를 파괴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들을 도울 방법이 없겠어요? 소장님?"
-
"글쎄.. 연구소 소속 가오사이보그를 동원하고 싶지만 연구소와 등을 돌린 지금 그건 불가능한 일이고."
카인의 질문에 얀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아크바레이는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코로니스 엘 드바인!!!"
-
"오오 그렇구나 마테리온시장이 있었어.
그라면 재단에 대한 감정도 있고. 저번에 연구소앞 시위때 있었던 일도 있고 해서 분명 도와줄거야!!"
"선생님.. 가능하겠죠?"
-
"하핫 그래.. 아크바레이."
얀은 아크바레이의 생각대로 되리란 예감이 들었다.
'후훗.. 그 백미의 노인과 손을 잡게 될 줄이야.'
얀의 그 생각은 마테리온도 마찬가지였다.
'후훗 내가 얀 녀석과 손을 잡게 될 줄이야.'
마테리온을 찾아간 얀은 자초지종을 대충 설명하고는 '재단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는 말을 강조하면서 연구소 파괴를 주장했다.
마테리온은 재단이란 말만 들어도 치를 떠는 작자였음으로 얀의 강조작전은 성공하였고 마테리온과 동지가 되었다.
"좋네. 코로니스와 제이드로 하여금 자네들을 돕도록 하겠네 코로니스는 얀 자네의 팀을 제이드는 그 라펑클??? 인가 하는 사람의 팀을 돕도록 시키지"
-
"고맙습니다. 시장님."
"후훗.. 너무 고마워하지는 말게.. 원래 나에게 이득이 없는 일은 절대 하지 않으니까.. 서로 상부상조 하는거 아니겠나?"
-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얀이 밖으로 나서자 마테리온은 코로니스와 제이드를 불러들였다. 사실 미심쩍은 부분이 많이 있었던 마테리온이었기에 그들에게 신중할것을 요구했다.
"얀 박사가 진실로 자신의 직장을 파괴하려는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그의 설명에도 일리는 있었으니"
얀이 설명했던 것은 재단이 괴물을 만들어내 타 종족을 지배하려든다는 것이다. 물론 어찌보면 말도 안되는 것이지만 충분히 그럴 가능성도 있었던 집단이다.
헤켈들이 연구소만 공격해 왔던 것만 봐도 이유는 충분했다. 그것은 마테리온의 전세계 지배작전에 지대한 차질을 빚게 만들 장애물이었다.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 얀과 손을 잡은 것이다.
"코로니스는 얀 박사를 돕도록 해라. 실력이 뛰어난 아이들을 3명 붙여줄테니 가오그 4대를 이용해서 돕도록 해라. 그리고 제이드! 너는 글랜시아시로 가서 라케프라는 작자를 돕도록 해라. 그도 그랜드 포스 오너라니까 쉽게 알아볼수 있을 거야 네게도 3대의 가오그를 붙여주겠다."
-
"알겠습니다!!"
"하지만 절대 방심하진 마라. 그 녀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연구소 파괴면 도와주고 그렇지 않다면 즉시 빠져나와야한다. 재단에서 파놓은 함정일수도 있어. 나의 타종족불가침 폐지론에 대한 복수일수도 있단 말이지."
마테리온은 뛰어난 인재였다.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일을 시켰다. 얀의 말은 사실이었으나 한 번 의심해 볼 필요가 있었다. 재단에서 이번 자신이 전지역구의회에서 통과시킨 전쟁론에 대한 복수심으로 함정을 파놓은 것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코로니스와 제이드는 마테리온의 말을 잘 새겨듣고는 각자의 길로 향했다. 한때 적이었던 코로니스와 카인들이 같은 편이 될줄이야.
카인은 그다지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자신을 실험대상으로 사용한 재단에 대한 기분이 더욱 좋지 않았기 때문에 코로니스와 손을 잡기로 했다.
글랜시아 시에 도착한 제이드는 금새 라케프가 있는 곳을 찾아낼수 있었다. 전지역구를 통틀어 그랜드 포스 오너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몇 달 전 아크타리안이 저승으로 가는 바람에 그 마저도 한 명 줄게 되었다.
글랜시아 시의 그랜드 포스 오너는 두명밖에 감지 되지 않았던 것이다. 한명은 타렌이었으나 그의 매너 포스의 성격이 다소 공격적임을 안 제이드는 그렇지 않은 라케프를 쉽게 찾았던 것이다.
제이드가 라케프를 찾아왔을 때 라케프 역시 제이드로부터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낄수 있었다. 아니,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아니, 저자는 이미 오래전에 나를 능가했단말인가. 아크타리안을 한단계 접어두고 있는 나를??'
사실 라케프와 아크타리안은 어느정도 아는 사이었다. 그리 친하지는 않았지만 서로 비슷한 능력을 가졌다는데에서 오는 동질감 때문에 알고 지냈던 것이다. 아크타리안보다도 100살 가까이 나이를 더 먹은 라케프였다. 그의 실력은 이미 모두가 인정했듯 그랜드 포스 오너였다.
그의 생각대로 아크타리안보다도 한수 위의 실력이었던 라케프였던것이다. 그런데 제이드란 녀석은 30살정도밖에 안되었는데 능력은 상상을 불허했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저토록. 강하단 말인가.'
라케프는 이렇게 강한 녀석을 부리고 있는 마테리온이란 자가 얼마나 굉장한 권력을 휘두르는지 실감하지 않을수 없었다.
"얀박사의 연락을 받고 기다렸지만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디 생각보다 쓸만한친구를 보내줬구만유."
존댓말??? 자신보다 강자에 대한 예의였을까?
라케프는 처음으로 '유'자를 붙여서 상대를 대했다. 제이드도 부담스러웠는지 공손하게 대답했다.
"과찬이십니다. 이번 일을 적극적으로 도와드리겠습니다. 3대의 가오그도 동원할수 있으니 연구소 하나정도는 쉽게 쑥밭을 만들 수 있을겁니다."
-
"하하핫 잘되었구만유."
"아 말씀 놓으십시오 제가 어려도 한참을 어린것같은데."
-
"그러케 해도 된당가? 그럼 그러지 뭐 우걀걀.."
역시 라케프다웠다. 이렇게 해서 충분한 전력을 보강한 파인리히들은 생체공학 연구소를 파괴하기 위한 작전을 모색했다.
라케프가 대장이었기에 작전은 별볼일 없는..
예를 들어 미얀이 앞장을 서고 침투해 들어간 후에 주요 설비가 있는 곳에 폭발물을 설치하고 탈출한후 폭발시킨다. 그때 라케프와 파인리히는 미얀을 엄호해주고 제이드와 그의 떨거지들은 탈출을 돕는다.. 였다.
"워뗘? 좋은감?"
-
"괘 괜찮은것같군요."
제이드였다. 그의 눈초리는 불신을 담은채 노망난거 아냐?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을 잘 모르는 그로서는 그의 의견에 반대할만한 정보가 없었다.
미얀도 라케프의 의견에 동의하자 모두들 동의하고야 말았다. 나중에 파인리히가 미얀에게 물어보았는데 그녀의 대답은 이랬다.
"일이 어렵게 끝나야. 나중에 딴소릴 못하죠 그리고 혹시 또 알아요? 힘들었다고 인센티브 줄지?"
- "허걱 --;;"
결국 돈 때문에 그 어처구니 없는 작전에 동의했다는것인가.. 역시 미얀다운 발언이었다.
그들의 작전은 그렇게 짜여졌고 진행되려 하고 있었다.
얀과 라케프는 같은 날에 일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그래야 다른 연구소의 보안이 강해지지 않을거라는 생각에서였다. 바로 그날 그날이 오늘이었다.
얀과 카인 그리고 아크바레이가 정신과학 연구소 안으로 들어갔다. 얀과 카인은 이미 연구소 소속 인가가 되어있던 자들이기에 아무런 제지 없이 들어갈수 있었지만 아크바레이는 출입이 저지되었다.
얀이 자신의 양자라고 소개하였지만 출입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얀 일행은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흐른다는 것을 느꼈다. 시작하자마자 일이 꼬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코로니스 같은 녀석은 아예 들어올 엄두도 낼수 없지 않은가..
얀과 친분이 있는 펀캐드 경비대장이었지만 무슨일인지 함구하고 있었다. 그의 표정도 다른 날과는 달리 불안한 듯 보였다. 얀은 그런 펀캐드에게 미소를 보이며 연구소 안으로 들어갔다.
얀은 연구소 내부에 있는 탄약창을 향해 걸어갔다.
물론 그가 그쪽으로 향한다는 것은 마땅히 의심받을 일이지만 소장인지라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다.
연구소 탄약창은 유사시를 대비하여 총기류와 폭약 등을 비치해두는 곳이다. 폭약은 연구소의 정보를 파기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인데 지금 딱 안성맞춤이었다.
탄약창 안으로 들어간 얀은 급히 폭약을 찾아보았다.
아마 지금쯤 카인은 레이를 찾아서 옮기고 있을 것이다.
아크바레이가 코로니스와 함께 폭발음이 들리는 동시에 레이를 옮기기 위해 연구소로 침입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얀은 폭발물을 찾아보았다.
'!!!'
없었다. 폭약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가 폭발물을 옮겨놓은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지?'
그때였다. 당황하고 있는 얀의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의 뒤에는 펀캐드가 의심스런 눈초리로 얀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범죄자를 바라보듯..
"소장님 이곳에서 뭘 하고 계신겁니까?"
-
"어. 펀캐드. 연구소 관리시설들을 돌아보고 있었네. 이제 다시 실험에 박차를 가해야할때가 아닌가 그러기 전에 시설들이 잘 관리되고 있나 둘러본걸세"
"흠 그게 아닐텐데요?"
펀캐드의 태도가 이상했다. 마치 모든 일을 다 알고 있는 사람처럼. 그의 눈빛은 싸늘했다.
그간의 친분을 생각한다면 결코 있을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게 무슨 소린가?"
-
"소장님께서 이렇게 되실줄은 몰랐습니다.
지오님께서 얀박사님이 변했다고 하시더군요 얀소장님이 많이 힘드셨다는거 잘 알았습니다.
부인께서 실종되었을때도 잭이 죽었을때도 전 늘 곁에서 소장님을 모셨습니다. 그 모든 일을 겪으신 소장님이 전 정말 강하신분이라 존경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되신겁니까. 도대체 왜요?"
펀캐드는 이미 지오에 의해 얀을 의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친분이 있는 사이라지만 자신의 일에 충직한 펀캐드였다. 연구소를 파괴하는것을 결코 방치할 인물이 아니었다.
얀은 그런 펀캐드를 바라보며 가슴이 뭉클해졌다.
비록 이젠 싸워야할 처지에 놓였지만 펀캐드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행동이었다. 아마 이번 일이 생기면 펀캐드는 직장을 잃을 것이다. 그의 귀여운 자식들도 그의 실업을 슬퍼하겠지.. 하지만 그런걸 생각할 여유따윈 없었다. 이미 작전은 시작된 것이다 .
"자네. 자네에게 할말이 없네 하지만..
언젠가 날 이해하게 될걸세!!"
얀은 급히 출구를 향해 뛰어왔다. 펀캐드는 설마 소장이 자신을 공격하리란 생각은 하지 못했기에 당황하여 로이안 리플을 빼어들지 못했다. 어깨로 펀캐드를 들이 받은 얀은 재빠르게 도망치며 MTM 을 눌렀다. 상대는 아크바레이였다.
"작전변경이다!! 그냥 무조건 돌진해!! 연구소를 통째로 날려버릴수는 없지만 주요설비는 내 능력으로 부술수 있다!! 어서 서둘러!!"
아크바레이는 얀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았다.
연구소 안으로 들어갈때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아크바레이였기에 두 번째 작전에 금새 적응하였던 것이다.
"코로니스!! 난 레이를 옮길테니 엄호해줘요!!"
아크바레이의 말에 코로니스는 급히 가오그에 탑승했다. 그는 멋을 아는 녀석인지라(꼴에 --;;) 가오그도 굉장히 호화스러웠다. 보통 가오그보다 20여센치 가량 더 큰 그의 가오그는 황금색에다가 붉은 문양을 집어넣은 마치 전시용 가오사이보그같았다.
코로니스의 부하 3명도 가오그에 탑승하고는 코로니스의 명령을 기다렸다.
"가욧!!"
아크바레이의 말에 4대의 가오그가 연구소 정문으로 돌격했다. 방비가 튼튼한 연구소였지만 그건 연구소 소속 가오사이보그 전대가 출동했을때의 얘기지 지금처럼 기습을 받았을때의 얘기가 아니었다.
기습을 받은 연구소 정문은 가오그의 T-blade 칼질소리몇번에 뚫리고 말았다. 아크바레이는 얀에게 브리핑 받은 병실을 향해 뛰어갔고 코로니스들은 소란을 피우며 그를 엄호했다.
병실을 향해 달려가던 아크바레이는 카인과 마주칠수 있었다. 카인은 레이의 생명유지장치만을 남겨둔채 그녀를 업고 달려온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아크바레이!!!"
-
"계획이 수정되었어!! 난 레이를 데리고 빠져나갈테니까 넌 어서 선생님을 도와!!"
"이런 젠장 허술한줄만 알았던 보안이 생각보다 대단한데?"
-
"시간이 없어!! 카인!! 선생님 혼자의 힘으론 무리라구!!"
"그래!! 알았어!!"
카인은 레이를 아크바레이에게 조심스레 넘겨주고는 다시금 연구소 안으로 달려들어갔다. 그에겐 연구소가 집이나 다름없었으므로 얀이 어디로 갔는지 짐작할수 있었다. 바로 중앙통제실이었다.
레이를 업은 아크바레이가 급히 빠져나오고 있을때였다.
저번 헤켈대전으로 인해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은 연구소 소속 가오그 전대는 언제 그런일이 있었냐는 듯 벌써 증원된 상태였다. 한 개의 가오그 전대는 15대로 이뤄져 있었는데 지금은 10대의 가오그가 튀어나온 것이다.
가오그 생산이 끝나긴 하였지만 마테리온이 자신의 부하로 종족차별주의자들을 써먹은 사실도 모른채 얀은 탑승자 문제로 골머릴 썩었던 것이다.
10대 말이 10대지 그들은 굉장한 실력파들이었다.
결코 애송이를 탑승자로 뽑지 않는 것이 연구소 원칙이었다. 10대의 가오사이보그를 상대로 4대가 싸운다? 말도 안되는 싸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코로니스는 묘한 살기를 띄우며 웃었다.
"만나서 반갑군요. 여러분 전 코로니스라고 합니다. 후후훗."
이상한 멘트를 지껄인 코로니스는 가오사이보그 한 대를 향해 우악스럽게 돌진했다. 다른 3명 역시 그의 뒤를 따라 돌격했다. 아크바레이는 탈출할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 레이를 데리고 연구소 밖으로 빠져나왔다.
연구소 밖에는 라이오네가 플라잉 머신안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아크바레이를 본 라이오네는 상황이 예상대로 돌아가지 않음을 알았다.
"오빠!! 무슨 일이야?"
-
"라이오네!! 지금은 설명할 시간이 없어!! 우선 레이를 데리고 멀리 피신해 있어 나중에 연락할테니까!!"
"오빠?"
-
"어서!! 출발해!!"
"알았어."
라이오네는 아크바레이가 저토록 심각한 모습을 보인적이 없음을 알고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레이를 실은 플라잉 머신은 어디론가를 향해 쾌속 전진하기 시작했다.
아크바레이는 라이오네의 모습이 사라져가자 다시금 몸을 돌려 연구소 안으로 향했다.
'박사님은 레이만 데리고 탈출하라고 하셨지만 그럴순 없어 모두들 힘들게 싸우는데 혼자만 빠져나갈순 없지..'
아크바레이는 자신의 매너 포스 실력으로는 가오그를 파괴할수 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
하지만 결코 혼자 달아나는 비겁자는 되기 싫었다. 그 사이 얀은 중앙 통제실에 들어섰다.
'퍼억!!!'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얀은 뒤통수에 엄청난 통증을 느끼며 무릎을 꿇었다.
"크으.. 퍼. 펀캐드"
뒤에서 로이안 리플로 얀의 머릴 가격한 자는 바로 펀캐드였다. 그는 얀이 중앙통제실로 향할것을 미리 짐작한 듯 경비대원들이 이용하는 통로로 앞질러 왔던 것이다.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렸지만 얀은 의식을 놓지 않았다. 다시금 일어서려는 얀에게 펀캐드의 두 번째 공격이 이어졌다.
'슈우욱. 스걱'
펀캐드의 로이안 리플이 두동강이 나면서 바닥에 떨어졌다. 경악에 찬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본 펀캐드는 소리쳤다.
"카인!!! 자네마져!!"
때마침 카인이 도착한 것이다. 카인은 얀이 공격받는 것을 보고는 검을 뽑아 들고 달려왔던 것이다.
두 번재 공격이 이어지려는 것을 그의 광목검이 제지한 것이다-입자폴리곤 단검을 잃은후 그는 다시 광목검을 사용하고 있었다-펀캐드는 자신이 카인의 상대가 될 수 없음을 잘 알았다. 하지만 그대로 물러설수는 없었다.
"이야야얏!!!"
카인이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펀캐드가 카인을 덮쳤다. 불시의 공격에 카인과 펀캐드는 서로 한덩어리가 되어 굴렀다. 하지만 카인의 완력에 펀캐드가 당해낼리 없었다. 두세번의 둔탁한 주먹질 소리가 들리자 펀캐드의 움직임이 멈췄다. 기절한 것이다.
카인은 얀을 부축해 일어섰다. 얀은 뒤통수의 피를 닦으며 천천히 중앙통제실 시스템을 향해 걸어갔다.
라케프 일행이 생체공학연구소를 공격한 시점도 비슷했다. 최초 계획은 미얀과 몰래 침입하여 연구소를 파괴하는 것이었는데 제이드로 인해 계획을 바꾼 것이다.
제이드는 정말 대단한 포스 오너였다. 라케프조차도 꺼려하는 파인딩 포스와 거의 비슷한 매너 포스를 소비하는 염동법(念動法) 즉,염을 이용하여 다른 공간을 돌아 다니는 방법을 썼던 것이다.
단지 명상을 즐기는줄로만 알았던 라케프는 그의 염이 그의 몸에서 빠져나와 다른 곳을 배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물론 그 역시 그랜드 포스 오너였기에 알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 염동법은 매우 위험한 방법으로 염이 떠나 있는 동안은 자신의 몸을 보호할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방법을 썼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강하거나 아니면,라케프 일행을 믿는다는 뜻이었다.
라케프는 전자가 맞을거란 묘한 생각이 들었다.
제이드의 말로는 녀석들이 일행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많은 함정들을 준비해놓고 몰래 침입하는 침입자들을 철저히 봉쇄할 준비를 끝마쳤다는 것이다.
그의 그런 말은 파인리히나 미얀에겐 설득력이 없었지만 라케프는 그의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그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잘아는 라케프였기에 그랬던 것이다.
사실 타렌은 지오의 연락을 받기 이전에도 철저한 방어준비를 해놓은 상태였다. 타렌은 파인리히를 잘 알았다. 아니, 잘 알지는 못해도 그가 어떻게 나올 인간이라는 것정도는 느낌으로 알수 있었다.
그가 얻어낸 결론은 분명 연구소를 공격해 파괴하려 할것이라는 것이었다. 이 결론은 지오에 의해 한 번 더 확인 받은 상태였다.
그런 지금 그들에게 있어서 몰래 침입하는 쥐새끼는 모조리 잡아 족칠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다.
제이드는 그런 그들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모두 꿰뚫어 보았다. 그래서 절대 단독 행동을 하여 몰래 침입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란 생각을 했다.
차라리 총공세를 펼쳐 정공법으로 나가는 것이 적에게 정신적 데미지를 입히는데 주요할거란 예상을 했다.
별로 신중하지 못한 라케프도 그의 의견에 동의했고 파인리히는 노망난 노인네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의미에서 미얀은 자신의 물주의 비유를 맞춰주기 위해서 그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그래서 계획은 정공법!! 총공격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물론 세부계획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제이드와 3대의 가오사이보그 그리고 라케프가 시간을 벌동안 미얀과 파인리히가 침입하여 폭발물을 설치하는 것이다. 성공할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았지만 실패를 두려워할 인물들이 아니었다.
그렇게 그들의 공격은 시작되었다. 가오사이보그들의 갑작스런 공격에 생체공학 연구소 경비대원들은 적잖이 놀라고 말았다. 타렌이 최근에 경계근무를 강화하라는 명령을 내리긴 했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곤 생각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가오사이보그 3대가 난입하다니.
그것도 정문을 이용해서 말이다. 경비대원들은 어이가 없었다. 가오그는 닥치는대로 때려부수기 시작했다.
정문에 위치했던 경비대원의 연락을 받은 타렌은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외쳤다.
"전원 출동하라!! 가오그 전대 출동!!"
'이런 빌어먹을 파인리히!!! 도대체 녀석은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것이냐. 너희들이 정공법으로 15대의 가오사이보그 전대를 막아낼성 싶드냐!!!'
타렌은 자신의 전략을 무효화시켜버린 파인리히의 전술에 치를 떨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이 흥분했음을 느낀 타렌은 다시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마음을 가라앉히며 말했다.
"중앙제어본부에는 4호를 둔다. 후후훗."
3대의 가오그를 향해 생체공학 연구소 소속 가오그 전대가 출동했다. 이들은 피해를 입은 적이 없기에 15대가 고스란히 출동한 것이다.
원래 평시의 경우 비번이 있기 때문에 15대가 모조리 출동할 수는 없었다. 거의 2교대였기에 많이 출동해봐야 7~8대 정도가 다였다. 하지만 이곳이나 얀의 정신과학 연구소나 이미 적들의 침입을 예상하고 있었기에 모두 5분대기조 상태로 연구소를 경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얀들이나 라케프들에게 치명적인 헛점이었다. 설마 이정도로 녀석들이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기다리고 있으리란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이다.
15대의 가오그를 본 3명의 가오그 탑승자는 치를 떨며 제이드에게 말했다.
"이런 빌어먹을!! 제이드!! 이거 너무 한거 아닙니까? 아무리 우리의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이건 사지로 내몰리는거 아닙니까?"
-
"걱정하지 말게 내 실력을 모르는건 아니겠지?"
"쳇. 가오그는 기계란 말입니다. 기계에게 매너 포스 따위가 통할리 없지 않습니까?"
-
"후후훗 자네 말 한 번 잘했군 그래!!
맞아. 기계에는 매너 포스가 잘 먹히지 않지 하지만 탑승자는 어떨까?"
"네에??"
가오그 탑승자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 거렸다. 그 모습은 가오그의 고개가 갸웃거리면서 표출되었기에 제이드는 묘한 웃음을 흘리며 대답해주었다.
"탑승자는 기계가 아니란 말이지 후훗.."
그렇게 말한 제이드는 묘한 자세를 취하며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머리 주변에 거대한 매너 포스가 떠다니기 시작했다.
라케프는 그런 제이드의 모습을 보고는 그가 정신계 매너 포스인 컨퓨징 포스를 사용하려한다는것을 알았다. 보통 포스 오너들이 일반인들에게 사용할수 있는 컨퓨징 포스를 그랜드 포스 오너인 제이드가 사용한다면 충분히 무술의 유단자라 할지라도 통하게 할수 있었다.
굳이 예를 든다면 보조계열의 그랜드 포스 오너인 아크타리안같은 경우 다른 종족의 정신까지 혼란시켰던 것이다.
라케프는 제이드의 싸움에 대한 자질이 뛰어남을 마음속으로 칭찬하며 자신도 같은 매너 포스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제이드처럼 공격계 매너 포스를 잘 쓴다면 가오그도 어렵지만 부술수 있었다. 하지만 라케프는 보조계열의 포스 오너였기에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제이드의 양팔에서 이글거리던 포스가 3대의 가오그를 포위하고 있던 15대의 가오그를 향해 뿜어졌다. 마치 독가스가 도시전체를 뒤덮듯 그들을 감싸안았던 것이다. 놀라운 것은 3대의 가오그를 향해서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이드의 컨퓨징 포스가 시전되자 15대의 가오그중 7대 남짓한 가오그가 작동을 멈추고는 제자리에 서있었다. 나머지 8대의 가오그들은 탑승자가 컨퓨징 포스와 정신력 싸움을 펼치고 있는지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라케프 역시 모아진 포스를 남아있던 8대의 가오그를 향해 발산했다. 그러자 15대의 가오그가 모두 일대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성공이닷!!!"
제이드의 외침에 3대의 가오그 탑승자들은 먹이감을 사냥하러 나온 맹수처럼 달려들었다.
그런 그들을 향해 라케프가 소리쳤다.
"될수 있으면 살생을 피하도록 해야하는구먼!!!
저들도 같은 사람이랑께!!"
-
"쳇.. 알겠소 늙은 양반!"
한 종족차별주의자는 라케프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물론 약간 건방진 말투였지만 '같은 사람'
이란 말에 동의하지 않을수 없었던 것이다.
종족차별주의자인 그들의 주적은 세이렌이나 헤켈이었으므로..
"이건 미봉책이다!! 언제까지 계속 이어질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와 저분의 매너 포스가 어느 정도 소비되면 그들도 정상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제이드였다. 그랬다. 정신계 중 컨퓨징 포스는 매너 포스를 계속적으로 사용하여야하는 고급기술..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 매너 포스는 고갈되기 마련이다.
전에 아크타리안이 그 시간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 매너 포스 공유시스템을 사용한 것을 보면 이해할 것이다.
단 두명의 그랜드 포스 오너. 그들이 버틸수 있는 시간 역시 그리 길지 않았다. 길어야 3~5분? 게다가 상대는 그래도 수련을 많이 쌓은 무인들이기 때문에 정신력이 강했다. 언제든 그들의 의지로 컨퓨징 포스를 깨뜨릴수 있는 것이다.
3대의 가오그가 쏜살같이 달려가 공격을 시작했다.
휘청거리고 있는 한 대의 가오그를 향해 T-blade 를 휘두른 가오그는 뒤에서 작동을 멈춘 듯 가만히 서있는 가오그를 찔러들어갔다. 라케프의 말대로 살생을 피해야했기에 검을 들고 있는 손목을 자르는 식으로 공격을 하고 있었다. 다행히 손목부분까지 사람의 팔이 닿는 것이 아니라서 탑승자는 안전했다.
가운데 있던 가오그가 또 하나의 가오그의 손목을 노려 공격할때였다.
'챙!!!!'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이 튕겨져 나왔다. 한명의 가오그 탑승자가 정신을 차린 것이다. 컨퓨징 포스에서 이렇게 빨리 빠져나올 실력이라면 검술실력도 고강할것이 틀림없었다. 3명의 가오그 탑승자들은 동시에 한 대의 가오그를 향해 돌진했다.
그때 또 한 대의 가오그가 정신을 차리고 방어를 시작했다.
'큰일이구먼. 이제 고작 4대의 가오그를 파괴했을뿐인디. 벌써 하나,둘씩정신을 차리니. 아직도 3대 11의 싸움인디..'
라케프는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질거란 사실을 잘 알았다. 하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었다. 다행히 마테리온이 보내준 가오그 탑승자들은 일류급의 고수였다. 깨어난 2대의 가오그는 3대의 가오그의 협공을 막아내지 못했다.
운이 좋은 것은 2대가 파괴되고나서야 다른 탑승자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3대의 가오그는 노련한 무인들답게 차분히 적들의 공격을 분쇄시키며 하나 하나 파괴해나가고 있었다. 제이드와 라케프는 겨울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그들이 이기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미얀과 함께 연구소 내부로 잠입한 파인리히는 정말 다행이란 말을 연거푸 외쳤다. 그만큼 미얀은 연구소 지리에 빠삭했다.
"다행히 연구소 병력들은 모두 밖으로 나간것같군요"
-
"호호홋 제 뛰어난 기억력으로 그들이 어디 어디에 배치되어있는지 다 알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거에요"
"뜨 그.. 그렇군요."
-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중앙제어본부가 나올거에요 거기다가 이것만 설치하면!!"
미얀은 거추장스럽지만 메고 온 가방을 두들기며 말을 이었다.
"꽝!! 말짱 꽝이죠 헤헤헷.."
-
"어서 서둘러요!!"
미얀은 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썰렁한 농담을 잊지 않았다. 그만큼 간덩이가 부풀어오를대로 부풀어 올랐던 것이다. 그렇게 간큰 여자가 술은 왜 그리 못마시는지..
중앙제어본부로 다가갈수록 파인리히는 이상한 기분을 지울수 없었다. 아니,단 한명의 경비대원도 못만났다는 것이 도리어 수상쩍었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듯한 느낌
'타렌. 그 녀석이.'
파인리히는 알고 있었다. 이것이 타렌과의 생사를 결정한 싸움이라는 것을. 아무리 파인리히가 강하다고 해도 타렌을 쉽사리 이기리란 생각은 할 수 없었다. 게다가 그는 그랜드 포스 오너였기에 미얀은 별로 도움이 못될 것이다.
'너와 나의 단단히 묶인 악연을 오늘에서야 풀게 되겠구나.'
달려가던 미얀이 갑자기 멈추어섰다. 그녀의 앞에는 '관계자외 출입금지' 라는 표지가 붙어있는 거대한 철문이 놓여져 있었다. 그곳에는 '중앙제어본부'
라는 명칭 역시 써있었다.
"드디어 다 왔어요!! 호호홋 빨리 일 끝내고 돌아가요!!"
- "알겠어요. 어서 가죠"
파인리히와 미얀이 거대한 철문을 열기 위해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기계를 가져다 대었다.
이곳까지 오기 위해 미얀은 수많은 기계들.
지문탐색기계,홍채분석기계,비번해킹기계등.
을 사용했던 것이다. 스파인지.. 도선생인지. --;
마지막 철문을 열기 위해 기계를 가져다 댄 미얀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드르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저절로 열렸던 것이다.
마치 그들이 올 것을 환영하는 환영인사처럼 들렸다.
파인리히와 미얀은 서로 바싹 긴장한 얼굴을 바라보고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어두웠다. 스파이체질의 미얀은 어둠속에서도 어느 정도 앞을 보며 걸어나갔지만 파인리히는 튀어나온 모서리에 헤딩을 하고야 말았다. '쿵!'
"으윽.. 아구.. 머리야"
-
"후후후훗 요새 들어 자주 보는군 파인리히!!"
갑자기 불이 켜지며 실내가 환해졌다. 그와 동시에 쉽게 열렸던 철문이 굳게 닫혀버렸다. 급히 뒤를 돌아본 파인리히의 눈에 그토록 자신을 괴롭히던 타렌의 모습이 들어왔다.
"타 타렌!!!"
-
"후후훗 그렇게 호들갑떨지마!! 아무리 반가워도 그렇지 말까지 더듬으면 쓰나."
"이 녀석.. 네 녀석이 이곳에 있을거란 예상은하고 있었다!!"
-
"후훗 그런 예상까지 한 녀석이 이곳에 찾아오다니. 제법 머리가 좋은 녀석인줄 알았더니 내 착각이었군"
"쳇 그런걸 착각하는 너도 별로 머리가 좋지 않은가보군?"
- "후훗 말싸움으론 끝까지 지지 않는군"
"저번에도 말했듯이 난 절대 네게 잡히지 않아!
오늘도 난 약속을 지킨다!!"
-
"후훗 매번 네 녀석만 약속을 지켰잖아?
이번엔 나에게도 약속을 지킬 기회를 주라구.
네 녀석을 반드시 잡겠다는 내 자신과의 약속을."
"미안하군 그 약속은 다음으로 미뤄야할테니"
파인리히는 그 말과 동시에 전투 준비를 취했다.
미얀은 타렌의 능력을 잘 알았기에 약간 뒤로 물러섰다. 사실 어쌔씬 수업을 받으면서 암수에 능한 그녀였지만 지금은 끼어들어선 안될것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그때였다!!!!
뒤로 물러서던 그녀는 무언가가 등에 닿는 것을 느꼈다. 뒤를 돌아본 미얀은 마치 귀신을 보기라도 한 듯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 풀썩 주저 앉았다.
하지만 그녀가 본 것은 사람이었다.
"미얀!! 무슨? 이 이. 이럴 수가.."
파인리히는 미얀이 비명을 지르자 다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상대가 타렌밖에 없는 줄 알고 안심했던 파인리히는 뒤에서 누군가가 공격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재빠르게 미얀쪽을 바라본 것이다. 하지만 그 쪽에 있었던 것은 경비대원들도 아니고 가오그도 아니었다.
한 명의 사람. 사람이었다. 너무도 그리운 사람. 온생명의 기운을 다 불살라도 얻을수 없었던 사람. 미시케를 좋아하지만 좋아할수 없도록 만든 사람.. 자신에게 삶의 의지가 뭔지를 가르쳐준 사람 진정한 사랑이라면 목숨도 버릴수 있다는 것을 몸소 실천했던 사람. 기억속에 그녀.
자신의 기억속에 너무도 또렷이 자리잡았던 바로 그녀. 너무 놀랍게도. 그 사람은. 아우로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