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62회 - http://hoyanet.new21.net/zero/view.php?id=gigaselender&no=62
[기가 슬렌더] -33- 파인리히(V.C 프로젝트의 비밀....) (3) 헤켈의 흉켈리스 매지 드헬은 뛰어난 전략가였다. 바쿠듀므 란케의 전쟁허가가 나자마자 그는 전력을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3대현자와 5검이 주축이 되어 이뤄진 헤켈들은 오래전부터 전쟁에 굶주린 늑대들처럼 단시간내에 전쟁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마 한,두달이 채 못되어 전쟁준비가 완료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류는 파멸이다. 흉켈리스는 전쟁준비에 관한 사항을 보고 받기 위해 3대 현자중 한명인 드라시안을 신전으로 불러들였다.
드라시안은 승려로 이루어진 군대를 통솔하는 현자로서 같은 동족들의 능력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능력을 가진 보조계열부대의 총수였다. 특히 뛰어난 두뇌를 가진 드라시안은 3대현자들중에서도 흉켈리스에게 가장 인정받는 자였다.
거대한 신전으로 들어온 드라시안은 바쿠듀므 란케의 석상앞에서 무릎꿇고 기도를 올리고 있는 흉켈리스의 뒤에서 부복했다. 인기척을 느낀 흉켈리스는 서둘러 기도를 마치고 일어섰다.
"드라시안. 전쟁 준비는 잘 되어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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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우선 5검으로 이뤄진 5개검단은 정원을 거의 확보한 상태이며 정원이 꽉찬 검단은 벌써 초기 훈련에 돌입했습니다. 그리고 3대현자로 이뤄진 조력단은 이제 막 병력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흠. 그렇군. 1개검단은 몇 명으로 이뤄져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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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부족한 검단을 제외하고는 100명으로 이뤄져있습니다. 4검단과 5검단만 80명으로 이뤄져있습니다. 물론 곧 정원을 채울것입니다."
"좋아.. 빠른 시일내에 전쟁비축물자를 확보토록 해라. 그리고 적들의 허술한 지역을 조사하여 전략을 강구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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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흉켈리스는 생각외로 일이 빠르게 진행됨을 알고 흐뭇했다. 늘 전쟁에 대한 갈망으로 목이 말랐던 그는 이제 조금씩 목을 축이고 있었다.
전쟁. 또 한 번의 죽음의 전쟁은 일어날것인가
모두들 놀라움으로 경악하고 있었다. 라케프가 천천히 읽어내린 V.C 프로젝트.. 드디어 그 실험의 베일이 벗겨졌던 것이다. 라케프와 미시케 그리고 미얀은 너무 놀라운 사실에 아무말도 잇지 못하고 입만 벌리고 있었으며 당사자인 파인리히는 너무나 큰 충격에 두눈에 이슬이 맺히고 있었다.
정적을 깬 사람은 파인리히의 눈물을 본 미시케였다.
"파인리히!! 당신.. 우는군요"
미시케의 말을 들은 파인리히는 깜짝 놀라며 얼른 눈물을 지워냈다.
그리곤 애써 어색한 웃음 지으며 말했다.
"울긴 누가 울었다고 그래요.."
-
"방금 닦아낸거 눈물 아니었나요?"
당황하는 파인리히에게 미얀의 한마디는 비수가 되어 박혔다. 파인리히는 무슨 말이든 하고 싶었지만 할 수가 없었다. 설마 자신이 그런 괴물일줄은 예상치 못한 표정이었다. 그의 마음을 안 듯이 라케프가 대신 말했다.
"그랴.. 이 가상생명체 포로제그트는 그러니까."
-
"자 따라해보세요.. 프로젝트!"
"포로제그트!!"
-
"프.로.젝.트!!"
"프.로.젝.트!!"
-
"와!! 참 잘했어요."
라케프의 말을 미얀이 중간에 끊고 발음교육을 시키자 미시케는 어처구니 없다는 듯 말했다.
"미얀!! 파인리히에게 미안하지도 않아요? 지금 그런 장난치고 싶은 기분이 들어요?"
-
"하핫. 그냥 웃자고 그런거에요 파인리히~ 어때요? 재밌죠?"
"."
미얀의 어처구니 없는 개그는 실패로 돌아가고 파인리히는 두 번째 비수를 가슴팍에 꽂아야했다.
"아따 끼어들지 말랑코롬 그랑께 가상생명체.. 그 무냐 프로제그트는 사이렌으 유전자를 인간의 몸에 결합시킨 것이 아니냐. 그렁께 파인리히 저 친구는. 몸에 사이렌 유전자를 달고 당기믄서 그걸로 적들을 까부셨단 그말씀잉께 맞쟈?"
-
"뜨 할아버지 말이 맞는것같네요.. 저도 스파이 노릇하면서 이런 굉장한 실험은 처음 들어요. 다른 종족의 유전자를 인간의 것과 결합시키면 분명 뭔가 결함이 생길텐데.. 이렇게 비 윤리적인 일을 자행하다니. 그 재단이란 곳 몹쓸곳이군요?"
"미얀 그만해요. 파인리히를 괴물취급하는것같잖아요!!"
미얀의 거침없는 말에 미시케는 다소 화가난 음성으로 말했다.
그래도 미얀은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는 듯이 계속 말했다.
"뭐 어때요? 어쨌든 쎄졌잖아요! 나도 그런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손으로 장풍도 쏘고 헤헤헷 난 할줄 아는게 무술밖에 없거든요?"
벌떡. 세 번째 비수가 가슴으로 파고들자 파인리히는 참지 못하고 일어섰다. 잠시 바람좀 쐬고 올게요, 라는 말과 함께 그는 우울한 뒷모습을 보이며 나갔다. 그러자 미시케가 미얀에게 한마디 쏘고는 뒤따라 나갔다.
"해도 너무 하는군요! 왜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거죠?"
-
"나는 그냥.."
"그랴 처자가 심했구먼. 파인리히 저 친구. 굉장히 독설적이고 차가운것같아도 마음만은 여린 넘이구먼. 그건 내가 보장한당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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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딴에는.. 웃자고."
"에구 이미 나갔응께 지둘러보자꾸먼. 곧 돌아오겄지 뭐."
라케프는 그 말과 함께 잠자리로 향했다. 새벽에 이뤄진 작전이라 많이 피곤했다. 미얀은 다시 한 번 문서를 살펴보았다. 정말 놀라운 실험이었다.
가상 생명체 프로젝트는 소서렌 한 개체가 3차 세이렌 대전을 통해 포획되면서 시작된 실험이었다. 소서렌이란 자신이 알고 있거나 전설속에 등장하는 생명체를 무의식의 세계에서 의식의 세계로 불러들이는 일종의 소환술사같은 개체였다.
물론 판타지 세상에서나 등장할법한 소환사였지만 세이렌들중엔 그런 능력을 가진 녀석들이 있었다.
이것을 인간도 구사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취지에서 시작된 실험은 세이렌의 유전자 구조를 분석하던 중에 크리에이쳐를 만들어내는 유전구조가 있음을 밝혀내었고 그 유전구조를 인간에게 결합시키는 방법을 연구했다.
하지만 보통 인간의 몸에다가는 세이렌의 유전자를 결합시킬수 없었고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중간자적 유전자 변이 구조였다.
인간의 유전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세이렌의 유전자도 아닌 중간 형태의 유전자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것은 쉐도우 프로젝트의 뇌하수체 구조가 다른 종족의 것과 비슷한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수 있는데 그런 유전자 구조를 뇌에다가 집어넣은후에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크리에이쳐를 만들어내는 유전구조를 거기에다 결합시켰던 것이다.
문서에는 과거 초기 실험단계에서는 피실험자의 기억을 지움으로써 보안을 유지시켰었는데 어느날 발생한 불의의 사고로 인해 보다 강력한 방법을 생각해냈다고 되어있었다. 그 방법은 정말 악랄하게도 피실험자의 의식을 지배하는 것이었다.
아예 이성적인 사고를 할수 없도록 오로지 창조자의 지배에만 따르도록,입력된 프로그램에 의해서만 움직이도록 만들어진 기계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미얀 가레즈는 특히나 그 부분을 읽으면서 몇번이나 치를 떨었는지 모른다. 피실험자가 된것만으로도 억울한데 철저한 종으로써의 인생을 살아야한다는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또한 문서엔 초기 실험단계에서의 피실험자들은 고고학과 신화,전설에 밝은 자들을 선정했다고 되어있었다. 이유는 소서렌을 분석한 결과 그들의 전설 속의 생명체를 소환해낸다는 사실을 밝혀냈기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실험에서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피실험자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실험과 동시에 주입식교육을 하면 되었던 것이다.
또한 크리에이쳐를 소환하는데 도움을 주는 크리스탈 볼(Crystal Ball :파인리히 손바닥에 있는 구슬)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고 쓰여있었다. 소서렌들처럼 단지 수인을 맺고 만들어낸 동작으로 크리에이쳐를 소환하기에 이르렀다고 되어있었다. 이미 실험은 보다 발전된 상태로 거의 성공이나 다름없었다.
'그럼. 더 이상 파인리히는 쓸모 없을텐데. 어째서 타렌녀석이 생포하려했던거지 이해할 수가 없네.'
미얀은 타렌이 느꼈던 파인리히에 대한 분노에 대해선 알지못했다.
문서를 다시 한 번 살펴보던 미얀은 파인리히가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고 또 그의 과거가 고고학,전설,신화와 관련이 있을거란 확신을 갖게 되었다.
파인리히에게 다소 미안한 감정이 있었던 미얀은 파인리히가 오면 그 말을 해주리라 생각했다. 피곤했던 탓일까. 언뜻 잠이 들었다.
파인리히는 어딘지 모를곳으로 정처없이 걷고 있었다. 자신의 과거에 대한 조각 파인리히 가슈프라는 본명도 알아내었고 자신이 어떠한 실험을 겪었는지도 알았다. 그런데 이 공허함은 무엇인가 다른 종족의 DNA 가 몸속에 있어서? 아니, 그렇지 않았다.
지금껏 괴물같은 자신의 모습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살았다. 이미 목숨따윈 버린지 오래였다. 하지만 죽을수 없었다.. 왜지?.. 아우로페와의 약속!
'그래.. 난 찾고 싶었던 과거를 되찾지 못했어. 내가 무슨 일을 당했든 중요하지 않아. 과거를 찾아야해.. 그런데. 이젠 더 이상 방법이 없어.
더 이상'
그때였다. 뒤에서 자신을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있었다.
"파인리히!! 같이 가요!! 파인리히!!"
파인리히는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미시케가 달려왔다. 파인리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천천히 미소지었다. 미시케 그녀는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좋아만 해주는 여자였다. 파인리히도 알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허기야 그걸 모르면 지금껏 이 소설에서 헛살은것일테지만.. 하지만 그녀를 좋아할 수는 없었다. 그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는 것은 아우로페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아.. 하아 무슨 걸음이 그렇게 빨라요 몇번을 불렀는데 이제야 쳐다보고.."
- "미안해요. 미시케"
"미얀의 말은 신경쓰지 말아요 아무 생각없이 한 말이에요."
-
"그녀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죠. 나도 나 자신을 평범한 인간이라 생각하진 않았으니."
"그러지 말아요 당신은 보통 사람들과 똑같아요 내 눈에는 보통 사람들보다 당신이 더욱 인간적인걸요?"
-
"후훗. 미시케.. 고마워요 언제나 힘이 되어주는군요 난 아무것도 해준게 없는데.."
"하핫 웃었군요.. 해준게 없긴요. 웃어주는것만으로도 얼마나 기쁜데"
미시케는 말한 순간 자신의 마음을 들키지는 않았나 붉혀진 얼굴을 돌렸다. 파인리히는 아랑곳 않고 말했다.
"그래도 내 자신에 대해 많이 알았어요 과거를 찾겠다는 목표에 한걸음 더 다가선거겠죠."
-
"그래요 곧 과거를 모두 기억하는 날이 올거에요!"
"후훗 정말 고마워요"
-
"아이 자꾸 그러지 말아요 빨리 돌아가요 미얀도 미안해하고 있을거에요."
"하핫. 그러고 보니 미얀의 어감이 약간 이상한데요? 하하핫"
-
"그렇죠? 그녀는 아마 평생 미안하단 말만 하고 살 운명인가봐요!!"
"하핫 그래요. 어서 가요."
파인리히는 자신에게 용기를 주려 애쓰는 미시케를 위해서라도 힘을 냈다. 다시 숙소로 향하는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진 상태였다.
'그래. 이것도 큰 수확이다. 내가 괴물이건 아니건 중요하지 않아.
괴물이라도 올바르게만 살아간다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찾아 열심히 뛴다면 그걸로 된거야. 날 지켜봐 아우로페. 반드시 지킬 너와의 약속을.'
카에살레아와 카자마는 어딘지 알수 없는 후미진 곳에 서 있었다.
아니,카에살레아는 앉아있었고 카자마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카에살레아는 카자마를 신임했다. 그는 단 한 번도 딴 생각을 품지 않았으며 자신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놓을 것 같았다.
물론 힘으로서 굴복시켰던 점이 주요했다. 카자마는 무인이었다. 단 한 번에 자신을 압도시킨 카에살레아에게 무인으로서 복종을 다짐한 것이다.
앉아서 카자마를 바라본 카에살레아는 뭔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지금도 수상한 자가 없나 살피는 카자마에게 자신은 아무것도 해준게 없단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단 둘인데.. 지금껏 그래왔는데 그를 믿지 못했나 하는 자책감도 들었다.
"카자마.. 어째서 날 계속 쫓아다니지?"
카에살레아의 질문은 우스운 것이다. 아니,말도 안되는 것이다. 자신이 계속 데리고 다닌것이지 그가 쫓아다닌게 아니었다. 그런데.. 카자마의 대답은 달랐다.
"당신만이 제 본질적인 고통에서 해방시켜줄거라 믿었습니다. 인간의 모습과 달라 그 인간성마저도 하수구 쓰레기가 되어버렸던 제게 다시 재활의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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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에겐 그런 의도가 없었는데?"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살인이 업이라 믿고 살던 놈이 세상을 위해 무언가 한다는게 중요한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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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일이. 세상을 위하는 것이라 생각하나?"
카에살레아의 말에 카자마는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모릅니다. 당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이 악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잘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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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하하핫.. 우습군!"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 "내가 악하지 않다고? 아니,난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녀석들중 한명이야 어쩜 그들중에서도 가장 악할지 모르지"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카자마의 말에 카에살레아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곤 천천히 걸어가며 말했다.
"이 세상은 누구의 것이라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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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의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누구의 것이 되어서도 안됩니다."
"만약 그 누구의 것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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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위해 투쟁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유? 음 이젠 너도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카에살레아는 뒤를 돌아보며 카자마의 눈을 응시했다. 묘한 안광이 이글거리자 카자마는 자신도 모르게 주춤거렸다.
"우리.. 기가스(Giga Slender)에 대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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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스?!."
카자마는 이날 들은 카에살레아의 말에 모든 세상을 부정하고만 싶었다. 아니,세상을 뒤엎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그런 능력이 없음을 깨닫고 좌절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다시 다짐했으며 고뇌했다. 그렇게 고민하기를 몇시간 그는 카에살레아와 함께 세상을 구할거라 맹세했다.
프레제톤타..지하세계. 브라키온은 락토니즈를 찾아갔다. 락토니즈는 7대 사제중 가장 큰 거인이었다.
다른 대사제들이 2미터 50정도이고 기솔라벨카가 2미터 80 휘페리언이 2미터 40이었다. 락토니즈는 무려 3미터에 달하는 거인이었다.
그가 7대사제의 대열에 오를수 있었던것은 거대한 덩치뿐만 아니라 막강한 파워를 지녔기 때문이었다.
힘으로만 따진다면 세이렌족 중에서.. 아니,전 종족 중에서 가장 강할 것이다. 허기사.. 그의 유명한 일화중 하나에 가오사이보그를 통째로 찢어버린적도 있으니.
하지만 그의 그런 엄청난 힘에 비해 그는 굉장히 온순한 성격을 가졌다. 그렇다고 머리가 좋은 것은 아니었다. 우직이란 단어가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야비를 모르고 비겁함을 몰랐다. 야비랑 비겁이랑 같은 말인가.. --;;
브라키온이 락토니즈를 좋아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다른 대사제들처럼 모든 일을 할 때 가려가며 따지며 행동하지 않았다. 맡은 임무에 충실했으며 최선을 다해 임했다. 궂은 일이든 아니든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다소 덜떨어졌다고 동료들에게 놀림도 받았지만 그런걸 신경쓸만큼 소심한 위인도 아니었다.
사실,루카누스나 플루토스같은 기회주의자녀석들보단 낳다는게 브라키온의 견해였다. 락토니즈를 만난 브라키온은 반가운 얼굴로 말했다.
"락토니즈. 여전히 좋아보이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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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브라키온. 웬일이야? 네가 이곳에 다오고."
"후훗. 여긴 전망이 좋거든.. 자네나 휘페리언이나 전망 좋은 곳에 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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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허흐허.. 맞아. 우리 세상이 모두 내려다보이지.."
"아. 자네 기솔라벨카편에 가담하기로 했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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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럴 생각이야. 근데 아직 갈피를 못잡겠어. 친구들이 그쪽으로 오라고 해서 그들을 믿으려하는데. 또 휘페리언은 가지 말라고 하고..
그래서 고민이야."
"나도 그쪽으로 가지 말라고 부탁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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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까지? 전시안이 그렇게 부탁한다면 생각해봐야지."
브라키온은 락토니즈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락토니즈는 죄진것도 없는데 눈길을 피하고 말았다. 브라키온은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부탁하는 것은. 휘페리언편이 되라는게 아니야. 다만 기솔라벨카편에 들어가지 말라는거지. 그렇게 되면 나하고 싸워야 할지도 모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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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하고?"
"그래. 기솔라벨카와 나는 생각하는게 약간 다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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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들 그래? 서로 못잡아먹어서 안달이냐구!!"
"그 이유는 나중에 알려줄게 그때가 되면 날 이해할수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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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브라키온. 널 믿겠어. 당분간은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겠어..
하지만 나도 오래 버티지는 못해.."
"그건 나도 알아 오래 걸리지 않아"
락토니즈는 거대한 상체를 꼿꼿히 세우고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바싹 마른 휘페리언에 비해 3배 가까이 비대한 몸집을 가진 락토니즈는 거대한 몸집에 비해 근육이 상당히 발달되어있었다. 그의 힘은 육중한 몸 때문이 아니라 그 근육들때문이었다.
"난 가봐야겠어. 휘페리언이 일을 저지를것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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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그럼 나중에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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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잘가게 친구."
브라키온은 웃으면서 작별했다. 역시 락토니즈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상황에 따라 행동을 바꾸는 간신배가 아니었다.
'이제 원점인가.. 휘페리언을 도와야겠군..'
브라키온은 천천히 쿠롱비스 관저를 향해 걸었다.
쿠롱비스 관저 알수 없는 냉한 기운이 구석구석 지배하고 있었다. 파리나타는 묘한 느낌이 들었지만 크게 문제될건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 관저에 들어오려면 아무리 휘페리언이라도 약간의 소동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조용한 것을 보면 휘페리언이 공격한 것은 아니었다.
파리나타들이 머물고 있는 방에 한명의 광전사가 뛰어들어왔다. 그는 급히 파리나타앞에 예를 차리고 나서 말했다.
"브라키온님이 찾아오셨습니다. 파리나타님과 플루토스님. 그리고 루카누스님을 만나길 원하십니다."
-
"브라키온이?"
파리나타는 말과 동시에 플루토스와 루카누스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플루토스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역시 전시안이군. 우리가 이곳에 있는걸 알아채다니 어떻게 할거야?
파리나타?"
-
"흠.. 브라키온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찾아왔을리는 없을테고.."
"내 생각엔 휘페리언의 유인책이 아닐까? 그 녀석.. 아무래도 꺼림찍한 구석이 있거든."
- "루카누스. 무작정 동료를 의심하지마. 브라키온은 아무 생각없이 행동하는 녀석이 아니라구"
"그럼 어떻게 하려구? 파리나타?"
- "만나봐야겠어. 녀석이 왜 찾아왔는지. 플루토스는 나와 같이 가자.
루카누스. 넌 여기 남는게 낳겠어"
"쳇 알았어.. 나도 브라키온이 별로 마음에 드는건 아니니까.."
파리나타와 플루토스는 광전사의 뒤를 따랐다. 거대한 응접실에 당도한 그들은 브라키온을 볼수 있었다. 앉아있던 브라키온은 파리나타와 플루토스를 보더니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곤 말했다.
"루카누스는 날 만나고 싶지 않은 모양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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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훗 그래. 그런데 찾아온 용건은 뭐지?"
"너희들에게 내 입장을 분명히 밝히기 위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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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입장?"
플루토스의 반문에 브라키온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파리나타와 플루토스도 자리에 앉았다.
"그래. 나의 입장.."
루카누스는 파리나타들이 나간후 세이타르에게로 갔다. 세이타르는 잠든 세느카의 옆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루카누스는 세이타르를 처음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대사제인 그가 한때나마 세이타르의 부하로 있었다는게 너무 자존심이 상했던 것이다. 하지만 세이타르의 성품을 알게 된 후로 그에 대한 인식을 바꾸던 중이었다.
"무슨 책이야?"
-
"소설책이요."
"The Legend of Gigas? 유치한 판타지로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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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파리나타와 플루토스는요?"
"어.. 브라키온이 찾아와서 그를 만나러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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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녀는 자고 있어요. 그녀를 보면 마음이 너무 아파요. 그녀에게 동화되어가는 느낌이에요."
"후훗. 설마 자네도 전쟁을 반대하는건 아니겠지?"
-
""
세이타르가 희미하게 웃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며 다시 책을 읽으려했다.
'콰광!!!'
폭발음과 함께 한쪽 벽이 허물어졌다. 그와 동시에 기괴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광마!!!!"
세이타르의 외침에 세느카는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의 앞에는 광마 휘페리언이 싸늘한 웃음을 보이며 서있었다. 루카누스는 입으로 욕을 내뱉으며 외쳤다.
"젠장 브라키온. 이. 버러지같은 자식. 세이타르!! 어서 세느카를 데리고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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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멍청한 자식아!! 저 녀석은 우리 둘로서도 막을수 없는 놈이란말이다!! 내가 시간을 벌테니 어서 도망쳐!!"
루카누스의 말에 세이타르는 세느카를 업고 달렸다. 그러나!! 광마..
그는 너무도 빨랐다. 이미 움직여 세이타르의 앞을 가로막은 것이다.
"크으"
세이타르는 달려가려던 관성 때문에 중심을 잡을수 없었다. 그때 휘페리언의 수도(手刀)공격이 세이타르를 가격했다. 새하얀 빛이 세이타르의 몸을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챙!'
하는 소리와함께 휘페리언은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으. 윽. 도대체 뭐지?"
세이타르가 무의식중에 오른팔을 들어 휘페리언의 수도를 막아낸 것이다. 물론 광속에 가까운 공격이라 팔이 잘려나갔어야 정상이지만 그의 팔이 어떤 팔이란 말인가.. 기솔라벨카가 직접 하사한? 초강력 울트라 메가톤 육백만불 금속팔이 아니던가.
세이타르는 휘페리언의 공격을 우연히 막아내고는 뒤로 피했다.
세느카를 등뒤에 둔 세이타르는 왼팔로 오른팔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네가 내 목숨을 구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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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큰일이군. 파리나타녀석은 뭐하는거야."
후퇴작전이 실패로 돌아가자 루카누스가 투덜거렸다. 그런 루카누스에게 휘페리언은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후훗. 환마사 루카누스.. 오랜만이군 조용히 물러나는게 좋을거야.
다치기 싫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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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이거 왜이러셔.. 내가 그리 쉽사리 물러설것같아?"
"루카누스!! 네 녀석의 환각따윈 나에게 통하지 않는다는걸 모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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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훗 아직 뭘 모르나본데. 나하고 직접 싸워보지 않고 그런소리는 안하는게 좋아."
"하하하핫.. 광마 휘페리언을 협박하다니"
루카누스는 휘페리언을 자극해봐야 좋을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시간을 버는게 중요했다. 사실 7대 사제중 가장 실력이 달리는것은 자신이었다. 휘페리언의 말대로 그에겐 환각 따위가 통할리 없었다.
빌어먹을,루카누스는 긴장한 표정을 지우려했지만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았다.
그때 세이타르가 루카누스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휘페리언 그만 하십시오.. 우리끼리 싸운다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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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쳐! 애송아!! 네 녀석은 누구냐?"
"전 광전사 세이타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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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타르? 풋. 하하하 겨우 광전사 따위가 날 훈계하려드는게냐?
내 공격을 막아낸 광전사는 네 녀석이 처음이지만 순전히 운이었다.
어디서 얻은 팔이냐?"
"기솔라벨카님께서 주셨습니다."
- "쳇.. 네 녀석도 플루토스같은 족속인게로군"
"제 팔은 형상기억합금이 아닙니다. 아직 그 능력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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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건 중요하지 않다. 빨리 비켜라. 그렇지 않으면 네 목숨은 없다."
"비킬수 없습니다."
-
"그럼 죽어라!!"
휘페리언은 상대방들이 자신을 상대로 시간을 끌고 있음을 느꼈다.
이상하게도 파리나타와 플루토스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올때까지 시간을 벌려는 속셈이 틀림없었다.
브라키온의 눈이 파리나타와 플루토스에게 번갈아가며 꽃혔다.
"내 입장은.. 중립이다. 너희의 편도. 휘페리언의 편도 아니야. 내가 이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언젠가는 너희도 알게되겠지만 지금은 알려줄수 없어."
-
"브라키온. 그게 무슨 뜻이야? 도대체 무엇 때문에?"
"난 옳다고 믿는 것을 하지만 너희들은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기때문이지.."
-
"쳇 파리나타. 이 녀석 말은 듣지 말라구. 우릴 불러내서 뭘 어쩌자는거야? 브라키온?"
"후훗. 플루토스 내가 왜 전시안인지 알고 있나?"
-
"갑자기 왜 그런 뚱딴지같은 소리야?"
"내 눈엔 모든게 보여.. 너무나 또렷이. 그래서 마음이 아파. 보기 싫은것도 보이기 때문에.. 이젠 보는걸로 만족할수 없어. 잘못된것은 바로잡아야한다고 생각해."
브라키온의 표정은 진지했다. 파리나타는 지금껏 브라키온의 표정이 저토록 진지한 것을 보지 못했다. 브라키온은 언제나 중립적이고 차분했으며 활발한 녀석이었다. 그가 본 것들이 무엇이길래.. 그를 저렇게 변화시켰단 말인가..
"파리나타.. 난 네가 플루토스와 루카누스와는 다르다고 믿는다. 언젠가는 너도 내가 느낀 고통을 공감하게 될거야.."
-
"이봐. 브라키온 겨우 그런 말 하려고 우릴 불러낸거야? 쳇. 시간낭비군 그만 돌아가자. 파리나타!"
"후훗. 미안하군 플루토스. 나도 그만 가려던 참이었어. 그럼 갈게.
아. 서둘러 돌아가는게 좋을거야. 내 눈에 휘페리언과 루카누스가 싸우는 모습이 보이거든"
-
"뭣!!!"
-
"뭐라구!!"
"그럼."
브라키온이 자리에서 일어서기도 전에 파리나타와 플루토스가 튕겨져 달려나갔다. 플루토스는 달려가면서 파리나타에게 말했다.
"거봐!!! 루카누스 녀석 말이 맞다구!! 브라키온은 시간을 끈거야!!
이봐!! 파리나타! 듣고 있어?"
-
"그래."
파리나타는 플루토스의 말에 약간은 동감했지만 어째서 브라키온이 그런 행동을 취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도 느낄 고통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파리나타는 일단 머리속을 정리해두고 루카누스가 있는 방으로 뛰어갔다.
휘페리언은 세이타르의 실력에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신분은 광전사에 불과했지만-대사제 바로 밑 계급이 광전사인데 휘페리언은 자기 밑이라면 다 쫄따구 취급했다-실력은 결코 플루토스에 비해 뒤지지 않았다. 특히나 세이타르의 오른손은 무슨 금속인지는 몰라도 자신의 공격도 막아내는 놀라운 힘을 가졌다.
게다가 옆에서 루카누스가 환각으로 방해공작을 하는 바람에 대등한 싸움을 펼쳤던 것이다. 광마 휘페리언으로써는 짜증나는 일이 아닐수 없었다.
점점 시간이 촉박함을 느낀 그는 저번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표적만 데리고 빠져나가는 방법을 택했다. 순식간이었다!! 세이타르의 공격을 피한 휘페리언이 루카누스의 환각을 닥치는대로 없애버리며 세느카에게 다가섰다.
엄청난 속도여서 미처 그를 붙잡지 못했다. 사실 세이타르도 방어만 했지 공격은 한 번도 못한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그를 따라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휘페리언이 세느카를 낚아챔과 동시에 무너진 벽쪽으로 달려나갔다.
그때 플루토스와 파리나타가 급히 들어왔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휘페리언은 한차례 쏟아진 소나기처럼 휘젓고 도망친 것이다.
"세느카."
세이타르는 비통한 신음을 흘렸다. 자신이 상대하기엔 상대가 너무 강했다. 루카누스도 마찬가지 심정이었다. 세이타르가 있었기에 이정도 버틴것이지 자신 혼자 있었더라면 휘페리언의 손에 꼼짝없이 당했을 것이다.
그걸 파리나타와 플루토스가 모를리 없었다. 그래서 세느카를 빼앗겼음에도 불구하고 세이타르나 루카누스에게 책임을 물을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목표를 잃은 충격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티탄의 위성도시 카드모스 마을. 얀의 집에는 아크바레이와 카인 그리고 라이오네가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얀은 갑자기 일이 많아져서 집에 들어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오늘도 외박이려니 하고 저녁식사를 그들끼리 하고 있던 것이다.
이미 아크바레이와 카인은 서로 알던 사이였고 라이오네 역시 아크바레이를 만난 후 밝고 명랑해져서 카인과 금새 친해졌다. 카인은 세느카를 잃은 충격에서 벗어나는데 굉장히 오래 걸렸다.
매일 술과 함께 생활하던 카인에게 얀은 호통을 쳤다. 얀의 꾸중이 먹혀들었는지 카인은 더 이상 술을 마시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뭔가를 하는 것도 아니어서 집에서 멍하니 지내는 일이 잦았다. 오늘도 그렇게 보내고 저녁식사를 먹는 중이었다.
"이젠 어떻게 할거야? 카인?"
-
"어? 뭐가?"
"휴. 너 맷날 그러고 살순 없잖아.. 뭔가 계획을 세워야지"
-
"그러는 너도 맷날 멍하니 있잖아. 아크바레이."
"뜨아 나는 멍하니 있는게 아니라 명상하는 거야 마음을 다스리는 법(法)을 기르기 위해서."
-
"그게 그거지 뭐.."
"정말 많이 변했어. 넌 내가 알던 카인이 아니야"
아크바레이는 고개를 저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카인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맞장구쳤다.
"맞아. 난 변했어 의지의 날개가 부러진 후론 난 달라졌지.. 후후."
-
"어머 카인 오빠. 그게 무슨 소리야?"
라이오네였다. 카인과 친해져서 존어는 쓰지 않았다. 사실 그녀의 나이가 18이니 그렇게 많이 차이나는것도 아니었다. 아크바레이는 라이오네가 카인의 아픈 상처를 건드릴까봐 대신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니 어서 식사나 하시죠. 라이오네 공주님!"
-
"으웩. 오빠 왜그래? 날 닭튀김해서 먹으려는거지?"
""
"라이오네. 난 내가 지키고자 하는 사람을 두 번씩이나 잃었어 나와의 약속도 지키지 못했고. 그들과의 약속도 지키지 못했어..
그런 내가.. 살아도 될까."
-
"카인!! 정신차려!! 또 그 나약한 소리야? 세느카는 아직 살아있어!!
아직 살아있다구!! 니가 그런 약해빠진 소릴 할 때 그녀는 널 애타기 기다리고 있다구!!"
"그만해.. 아크바레이 나 귀 안먹었어. 소리지르지마.."
-
"바보같은 자식.. 이젠 널 알겠어. 모든지 안되면 자기 책임으로 돌리고 그 모든 책임을 혼자 지려하지. 그게 영웅심이냐? 그게 사랑하는 사람들을 앞에 두고 할 짓이냐구!!"
"."
-
"매일 술에 쩔어 살더니.. 이젠 아예 죽고 싶다? 그래 차라리 죽어버려!! 그게 세느카를 위하는 길이고 나를 위하는 길이고 우리 모두를 위하는 길이라면 지금 죽어! 병신같은 놈!!"
"......"
-
"오빠."
아크바레이는 식사 도중에 밖으로 나가버렸다. 사실 그가 화를 낸것도 당연할는지 모른다. 카인의 모습을 본 사람 누구라도 답답해 미쳐버릴 지경이니 라이오네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카인을 바라보았다.
카인은 근래에 수염도 깎지 않고 머리 손질도 하지 않아서 무인도에 몇일 갇힌 사람처럼 초췌해 보였다. 상처 받은 카인에게 그렇게 심한 말을 쏘아대고 나가버리다니.. 아크바레이가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정작 카인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후련했다. 아니, 누군가에게 그런 소릴 듣고 싶었다. 차라리 몇대 시원스럽게 얻어터지고 싶었다. 자기 자신이 너무도 미웠기에.. 이러고 있는 그가 너무 한심했기에.
하지만 모두들 위로만 해줄뿐 채찍질 하지는 않았다. 한 번 얀에게 혼이 나고 그나마 정신을 차렸지만 완전한 것은 아니었다. 방금 전 아크바레이의 말들은 신선한 충격으로 카인의 머릴 멤돌았다.
'그래 네 말이 맞아. 아크바레이. 하지만 하지만 말야. 아무것도 할수 없는 내 자신을 이해해줘 나 혼자 세이렌으로 쳐들어가 그녀를 구해내고 싶지만 말도 안된다는거 너도 잘 알잖아.. 내가 뭘 해야하는지 알려줘..
누구라도. 제발'
카인은 천천히 식탁에서 일어섰다. 그리곤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쓸쓸한 카인의 뒷모습을 라이오네는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카인오빠."
얀이 도착한 것은 그때였다. 오늘도 안들어올줄 알았던 얀이 생각보다 일찍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얀이 엄청난 소식을 가지고 돌아왔을줄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얀이 왔다는 소리에 아크바레이가 급히 집에 돌아왔다. 하지만 카인은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라이오네는 급히 식탁을 차리고선 얀이 식사를하는 것을 도왔다.
얀은 저녁을 대충 먹는둥 마는둥 하더니 아크바레이를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불렀다. 쉐도우 프로젝트를 카인에게 말할지, 말하지 않을지 아크바레이와 상의하기 위해서였다.
방에 들어온 얀은 의자에 앉으면서 필터를 꺼냈다. 깊이 들여마신 얀은 다소 마음이 진정되는 듯 가라앉은 목소리로 아크바레이에게 지금껏 있었던 일에 대해 말했다. 얀의 설명이 다소 전문적었지만 아크바레이는 그 뜻을 충분히 이해했다. 그리곤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놀라운 사실이군요 그러니까.. 카인에게 한 실험이 헤켈의 유전자를 몸속에 집어넣고 그걸 각성하는 실험이었단 말이죠."
-
"그래. 이 사실을 카인에게 말해야할지.. 그게 고민이야. 네 생각은 어떠니?"
"전 카인이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재단에 대항해서 싸우려면 카인의 힘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구요.."
-
"후훗. 맞는 말이야 하지만 카인이 받을 충격도 생각해야지.."
"세느카를 잃은 충격보다 더 큰 충격은 없을거에요 어쩌면 지금이 더 좋은 기회일지도 몰라요"
-
"후우.. 카인이 그런 실험의 희생자였다니.."
"선생님.. 제가 말할게요 카인에겐 뭔가 충격이 필요해요.. 뭔가 하려는 의지를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다구요. 재단과 싸우다 보면 왜 세느카를 그들이 필요로 했는지 알수도 있을테고.. 그녀를 구할 방법도 알수 있을지 몰라요"
-
"할수 있겠니?"
"절 믿으세요"
-
"알았다. 나중에 조용한 시간을 택해 말하거라."
아크바레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카인을 위한 길인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가만히 앉아서 자살생각이나 하는 것보단 낳을 듯 했다.
마음속으로는 카인이 너무도 안쓰럽고 미안했지만 그를 일깨워줄수 있는것은 오로지 자신뿐이란 생각이 들었다.
'미안하다 카인 네가 받을 충격만큼 더욱 성숙해지는거야. 널 그렇게 만든 녀석들을.. 또 수많은 사람들을 괴물로 만들지도 모르는 그 녀석들을 우리가 막아야해. 우리가'
아크바레이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잠을 청했다. 다음 날은 어김없이 찾아왔으며 얀은 아침 일찍 어디론가 나간 상태였다. 아크바레이는 라이오네 모르게 카인을 불러내었다.
카드모스 마을 분수대옆 거대한 이팝나무 아래 둘은 앉았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카인이었다.
"어제 네 말을 곰곰히 생각해봤어 결론부터 말하자면. 네 말에 동감해..
그리고 나도 뭔가를 하고 싶어 하지만 뭘 해야할지를 모르겠어"
-
"카인.. 후.. 내가 널 불러낸 것은 어제 일 때문이 아니야 바로 이것 때문이지."
아크바레이는 어제 잠자리에 들기전에 얀에게서 들었던 말을 요약해놓았었다. 그 종이를 카인에게 건네주었다.
"천천히 읽어봐. 너와 관련된 사실이니까.."
카인은 시키는대로 종이를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종이를 읽어나가는 도중 카인의 표정은 경악과 슬픔,분노로 바뀌어갔다. 카인이 종이를 끝까지 다 읽었을 때 그의 손은 부들부들 떨리기까지 했다. 그런 카인을 보고 아크바레이가 물었다.
"무슨 말이라도 좀 해봐.."
-
"니가 나라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니?"
"카인"
- "내게 시간을 줘 그리고나서 대화하자 지금은 혼자 있고 싶어"
"그래. 알았어"
아크바레이는 예상보다 카인의 충격이 크다는 것을 알고 얼른 자리를 비켜주었다. 아크바레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만큼 멀어지자 카인은 눈물을 떨궜다.
흐느낌.. 그것이었다. 수아의 복수를 하기 위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고 싶어했던 그였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주었던 마도란의 충고도 무시하고 저지른 일이었다. 모두 자신의 책임이었다. 그런데 눈물이 나는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난 모든걸 알았다. 내가 살인병기라는 것도 알았고 괴물이란 것도 알았다. 하지만 달라지는건 없다. 나는 나고 괴물도 나다. 달라지는 건 없어.'
"으으아!!!!!"
카인은 미친 듯이 달려나갔다. 그냥 무작정 앞으로 달렸다. 눈앞이 무언가로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뛰고 또 뛰었다. 더 이상 눈에서 무언가가 흐르지 않게 되자 카인은 멈추어섰다. 그리곤 나지막히 말했다.
"이젠 목표가 생긴거야."